바닥에 누워있는 다이고의 위로 겹쳐진 레이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바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다이고는 레이니를 보던 시선을 올려 천장...이 아니라 미닫이문으로 향했다. 바보라는 말을 들었고, 바보같은 행동은 맞지만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이고는 이걸 어째야 하나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미안해 레이니."
내가 바보 같다는 것도 알고, 네가 뭘 원하는지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어. 어깨에 느껴지는 레이니의 움직임과 조금 눅눅해지는 옷자락, 다이고는 레이니의 양 팔을 잡았던 손을 움직여 레이니를 꼭 끌어안은 채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인이긴 하지만 동시에 내가 담당하는 아이인데! 감정대로 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지만 내 양심이 너무 아파...! 아니, 내 감정대로 행동한다면 직업윤리적으로 양심이 아플 것 같아!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다이고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끝없이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레이니 엄청 좋아하고... 진짜 다 해주고 싶단 말이야, 그래도 이렇게 무턱대고 하는 건 좋지 않잖아... 그렇지?"
어떻게 달래줘야 할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각종 선택지 중에서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는 게 있었지만 다이고는 얼른 그 선택지를 지웠다.
긴장하면서 들은 물음은 예상 밖이라고 해야할지, 이제와서?라는 느낌이라고 해야할지... 잠시 눈을 깜빡이며 유우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쩌면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일지도 모르겠다.
"...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새 신발 특유의 딱딱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느낌을 만끽하며, 넓은 현관을 지나 현관문 앞으로 걸어간다. 비록 현관이지만, 어쨌든 집 안이다. 뒷문도 분명히 존재는 하지만, 툇마루로 빠져나가는 것도 있지만 가장 확실한 퇴로는 지금 서 있는 현관과 이어진 현관문이지. 그리고 그 문은 지금 내가 막고 서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면 이름으로 부르지도 않고."
유우가에게 등을 돌린 채로 현관문을 잠근다.
"누가 있던 없던 간에 집에도 안 들이고."
체인까지 확실하게 걸어둔다. 철컥 차락하는 쇳소리가 멎어 현관에 잠시 정적이 찾아온다.
"...날 깔아뭉갰을 땐 발로 차서 반쯤 죽여놨을걸." 팔을 당기는 일도 없었을거고. 그리고 정적을 깬 조금은 살벌한 말과 함께, 이걸로 당장의 퇴로는 모두 막았다. 유우가는 그야말로 덫에 걸린 생쥐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이다-라니 이 무슨 무서운 생각이람. 파파가 알면 기절할지도 모른다.
"......옥상에서 말했었잖아. 난 유우가를 좋아해. 한심하고 미덥지 못한 유우가도 좋아." "유우가도 프리지아도 좋아. 계속 같이 있고 싶어. 마구로가 끝난 지금도, 그리고 중앙에 가서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쭈욱."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체인을 걸어둔 현관문에 한 손을 쭉 짚은 채로 말했다. 바깥공기에 직접 닿는 현관문은 아까 전 유우가의 손만큼이나 차가웠다. 아니, 역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은 이후에도. 계속. "...유우가는? 어때?"
어중간한 물음. 나는 겁쟁이라서, 확실하게 말하는 건 무서워. 대답이 들려올 때까지 가만히 서 있다가 느릿하게 뒤돌았다. 그리고 유우가를 보며 말했다.
"유우가. 손, 엄청 차갑더라. 조금 녹이고 가. 거실에 히터도 코타츠도 틀어놨어." "감기 걸리면 큰일이잖아. 나도 마구로 끝난 뒤에 고생 좀 했으니까..."
마구로 기념 이후, 그리고 온천 여행 전. 이상하게 레이스 직후에 몸 상태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감기몸살이 나서 꽤 앓았었지. 온천 여행 전에 다 나아서 다행이었지만.
장난기 어린 대답에는 장난기 어린 반응을, 평소에도 서로 분에 넘치듯 주고받고 있는게 사랑이다. 그나저나 만들어주는 거라면 뭐든 괜찮다라.....정말로?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이면서도,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다. 모처럼의 크리스마스 아침인 만큼 든든하게 아침을 만들지 않으면...
"가볍게 프렌치토스트와 소시지를 준비해 올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코우 씨? "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추려 하고는 재빨리 부엌으로 향했다. 과연 미즈호는 몇분만에 요리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인가??
.... .... ........
잠시라고 하기 뭐한 시간이 흐르고, 부엌으로 나와본다면, 다소 단촐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잘 구운 프렌치 토스트에 소시지와 베이컨, 물기진 방울토마토로 장식된 샐러드까지. 오늘의 아침요리 식단은 양식이 주제인 모양이다.
무턱대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레이니의 작은 목소리는 우는 소리가 한번 더 난 이후에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이제 잘 거라며 놔달라고 하고 있었으니... 알겠다고 대답하기 전에 물기 어린 눈이 자신을 바라보면서 억지 부려 미안하다는 말이 들리자, 다이고는 레이니의 눈을 마주보다가 질끈 감으며 고갤 뒤로 젖혔다.
"끄응..."
앓는 소리 잠깐, 레이니를 안은 팔에 힘을 줘서 꼭 안으면서 고갤 다시 되돌려 레이니를 내려다보던 다이고는 안았던 팔을 풀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다행이다, 지극히 제정신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레이니의 모습이 다이고의 정신에 강한 충격을 입히고 있었기 때문에 다이고는 작게 심호흡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얼른 자러 가자, 눈물 닦고..."
자기 전에 이렇게 울게 만들어서 어떡한담. 얼굴 다 붓겠네. 마음 같아선 정말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싶지만, 레이니를 츠나지에 보낸 가족들도 있고... 이쯤 되면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