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게 놓여 있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보며 잘 먹겠다고 외친 다이고는, 방금 전까지 조잘대고 있던 건 꿈인 듯이 저녁을 음미하는 듯한 레이니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맛있게 먹는구나. 그러나 젓가락을 집어들고 음식을 하나 하나 집어먹으면 그 역시 똑같아질 거라는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마... 맛있어!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고, 상차림을 정리하기 전에 자신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온 레이니가 자신의 팔에 상체를 밀착하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자 응? 하고 레이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흠 확실히... 소화를 시키고 잠자리에 드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료칸에 왔으니 탁구를 하는 게 일반적일 것 같지만, 요 녀석 취했단 말이지. 다이고는 웃으면서 레이니를 내려다보곤 무릎에 손을 탁탁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일단 방에 뭐 있는지부터 찾아보고 결정하자. 레이니는 하고 싶은 거 없어?"
쓰다듬던 손을 살짝 아래로 내려 레이니의 이마에 손을 댔다가 머리를 살짝 쓸어넘기면서 얼굴이 뜨겁진 않은가 만져보는 건 덤이다.
현관도 바람만 막을 뿐이지 꽤 추울텐데... 히터랑 코타츠가 있는 거실까지 들고(?) 가는 것이 좋을지 잠시 고민하던 사이에 내밀어진 쇼핑백과,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에 사고가 정지했다. 엣, 우와. 뭐야 뭐야??가 아니라 나도! 나도 제대로 준비했으니까!
"와아, 고마워!" "나도 여기. 메리 크리스마스, 유우가."
쇼핑백을 받아들고, 내가 들고 있던 선물을 건넨다. 유우가의 쇼핑백에 비하면 꽤나 작은 쇼핑백. 안에는 나름대로 고심해서 고른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포장 상자가 있다. 과대 포장 같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사실 선물 자체가 그렇게 부피가 크지 않아서, 뭐랄까, 어떻게든 하려던 거긴 한데. 아무튼, 그 상자 안에는 만년필과 손수건이 잘 포장되어 개봉을 기다리는 상태일.. 것이다 아마도.
만년필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밤하늘을 담은 것처럼 예뻤거든. 이름도 호시쿠즈라니 완전 딱이잖아! 하고 낼름 집기엔 은근히 가격대가 있어서, 용돈을 삭감당하지 않기 위한 노력과 아끼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모두 스며든 회심의 선물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만년필은 뭔가 어른스럽고, 괜찮을 것 같으니까. 손수건은 저번에 안 들고 다닌다길래 그냥 같이 준비해봤다. 나츠마츠리에서 샀던 것과 같은 색의 손수건을 구입해서 보라색 실로 유우가의 이니셜을 자수로 새긴... 하지만 나, 자수는 처음이었으니까 살짝, 정말 살짝 이상해 보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좀 부끄러워지는데..
"음... 자수는 좀 이상하게 됐지만, 쓰는 데 문제는 없을 거야. 아마..." "아, 와아. 신발 예쁘다! 에헤헤, 고마워."
신어봐야지,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현관에 있는 스툴벤치에 앉았다. 신발 신을 때 유용한 녀석이지~ 신기 전에 한번 더, 손에 워커를 들고 찬찬히 들여다본다. 에헤헤, 엄청나게 소중히 신어야겠는데. 아끼느라 잘 못 신을지도...
자신의 팔을 꼭 쥔 채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졸린가 싶다. 이마를 살짝 쓸어넘기는 와중에 들려온 목소리를 들으면 멀쩡한... 거 같기도 하지만 원래 잠든 사람도 멀쩡히 깨어 있는 것처럼 대답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건 확실히 취해서 졸린 거겠지.
"레이니, 졸리면..."
자리 펴고 누울까? 하고 말하려다가 갑작스레 밀쳐져서(가볍게 밀친 것이긴 했지만) 뒤로 상체가 누워 버렸다. 아이고, 하고 소리를 내는 것도 잠시, 몸을 일으키려다가 뭐가 재미있는지 키득거리던 레이니가 가까이 다가와서 입술을 맞추려고 하자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입술을 맞추고 천천히 뗐다.
"레이니 왈츠 양, 취했어요?
부드럽게 이야기하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얼결에 바닥에 누운 채로 레이니 왈츠의 머리 뒤를 쓰다듬는 모양새가 됐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면서 레이니를 내려다본다.
"후회없는 대로를 걸어왔다. 라고 후에 말할수 있는 것. 그건 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았다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본다면 그걸 꿈과 같았다고 말하는 시점에서 후회는 없었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당사자가 아니니 모른다. 그저 내가 생각하기에는 실패도 좌절도 겪어 그것을 포기했음에도 선택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많은 후회를 할 수 밖에 없지만 후회를 덜하게 하는 것이 결국 살아가는 방법이니까요."
그와는 대조적이게 후회하지 않는 선택만을 택할 수는 없기도하고. 결국 적게 후회하자는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조금 기도가 성공했는지. 사람이 적네요."
목장관계자가 들었으면 슬퍼할 이야기를 버젓히 해버린 나는 촉박하지않게 일정이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를 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