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된 일이었군요. 좀 더 여유가 있고 세심했더라면 고민이 뭐였을지 여쭤보고 말씀이라도 나눠드리는 거였는데 아쉽습니다. 다시 보기 어렵게 된 건 슬프지만 상황극판이 삶을 좀먹는다면 치워야지요. 모쪼록 안 보이는 곳에서도 본인을 잘 케어하시고 건강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레이니주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신년에는 건강하시길.
그렇게 메이사의 발길이 향한 곳은 안마의자. 100엔에 15분이라는 괜찮은 가성비의 물건이라 나는 흔쾌히 동전을 넣어주려는데... 뭐? 여기는 고급 료칸이라 팔찌를 갖다대면 된다고? 이거는 사물함 열쇠만의 역할이 아니었던 건가! 젠장, 이렇게 돈 쓴다는 실감없이 팔찌만 갖다대다간 나갈 때 파산을 면치못할텐데...
아무튼, 나와 메이사는 둘다 안마의자를 나란히 차지하고 동시에 버튼을 눌렀다. 꾸욱꾸욱, 잘근잘근- 토닥토닥, 주물주물...
"이야하아, 이히거 괘핸찮네헤..."
등을 두들기고 목을 주물러주는 손길(?)에 몸을 맡기려던 찰나,
-으, 에, 거, 거기 목이 아닌, 아갹?! 두두두두두. -으, 으갸아아아악!!! 두다다다당.
옆에서 관자놀이 꾹꾹을 당하고 절찬리에 뒷통수에 꿀밤을 맞고 있는 메이사가!
"기다려 메이사,내가 구해줄테니까!"
라고 하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어라?
종아리 주무르는 부분이 다리를 꽉 잡고 있어...? 파, 팔이 붙잡혀서 떨어지지 않아!? 무섭다, 전신안마기!!!
나는 기어코 에잇 에잇, 놓으란 말이다~ 하며 안마의자와 싸워 이기고 나서야 메이사 의자의 전원을 꺼줄 수 있었다. 마치 떡 주무르듯 의자에게 주물러진 메이사의 얼굴은...
"우와 바보같아..." 하며, 서러운 애 볼을 살짝 꼬집어버리게 하는 마력이 있던 것입니다. 헉, 내가 무슨 짓을.
저, 저저저 저이 봐라 간신배처럼 웃으면서 몸 푸는 거! 나는 배신감이 너무 큰 나머지 실언을 해버렸고, 모모카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아, 실수 했다 그런 실감이 들어버렸다. 삐걱거리는 눈을 돌려 코털가위씨를 바라보면, 저거 진짜 재앙신이다! 재앙신이다아아앗 싶은 표정의 코털가위씨가 극대노해서 시뻘겋게 물들어가고 있...
그 때! 어쩔 수 없단 듯이 코털가위를 붙드는 모모카!
어이 젠장 모모카아―! 믿고 있었다고 제기랄!!!
역시 우정은 배신하지 않는다. 나는 헥토파스칼 킥을 날리려는 코털가위씨를 피해 야구 모자와 콧수염 안경을 구매하고 카페로 피신했다... 아, 이 안경은 뭐냐구요? 변장입니다. 발견됐다간 전봇대에 널린 채 발견될 거 같아서.
"...덕분에 살았다 모모카. 답례로 커피는 내가 사주마... 난 에스프레소로 할 건데, 넌 뭐로 할래? 역시 JK답게 푸치푸치노 같은 거?"
전혀 생각도 못한 곳에 쏟아지는 안마의 향연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막상 등이라던가 종아리같은 곳은 또 시원해서 괜찮긴한데... 그, 그래. 모드를 바꾸면 좀 낫지 않을까...?했지만 슬프게도 손 역시 안마의자에 사로잡힌채다. 이쪽은 공기압으로 쭈물쭈물 당하고 있어서 묘하게 시원-이 아니라 아파아파아파!손가락!손가락이 짜부러진다!
"크..크아악.. 우, 우리 꼬꼬꼬의 기지는 북쪽에 있다악!"
나도 모르게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서 자백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안마의자.... 하지만 어릴 때 만든 꼬꼬꼬 비밀기지(비밀아님)의 위치가 살짝 북쪽인건 사실이다. 뭐 아무튼. 옆에서도 에잇에잇-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갑자기 안마의자에서 몸이 해방됐다. 지친 기색을 감추지도 못하고 얼굴을 들자 어째선지 유우가는 내 볼을 꼬집었다. ...아니 정말로 어째서...
-우와 바보같아...
"흐아....?"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원망을 담아서 하아? 라고 해주고 싶었는데, 볼이 꼬집히는 바람에 힘없는 소리가 되어 나와버렸다. 으..으으... 아까 당구부터 이상하게 내가 당하기만 하는 느낌인데... ...불합리하다!
안마의자 다음은 만화방이었다. 오. 좋지~ 무난하고. 가득한 만화책과 소설책이 우리를 반겨주는구나. 나, 집에 가지고 있는 것보다 몇 배는 될 책장과 장서들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히히, 2시간 동안 열심히 읽어볼까.
"음~ 뭐 읽지~"
책이 너무 많아서 뭘 고를지 고민하게 된다. 집에 있는 책은 일단 예외로 하고-사실 많진 않지만- 잠시 책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고민한 결과, 나의 첫번째 픽은...!
"응! 골랐어!"
<우마종말여행>을 집어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자리도 종류가 다양하네. 동굴 같은 곳은 아늑해보이고, 평상은 뒹굴기 좋아보인다. 푹신한 쿠션이 가득한 곳도 있다. 그리고 그리고~
"우와, 게임기도 있잖아. 유우가, 저거 할래?? 하자!"
열심히 읽는다는 처음의 각오(?)는 어디로 갔냐고? 아니 뭐, 게임 좀 하다가 읽을 수도 있지... 책을 쥐고서 들뜬 걸음으로 게임기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집에도 하나 있는 익숙한 게임기와 큰 모니터, 그리고 쿠션과 폭신한 매트가 우리를 맞이해준다. 음~ 여기 좋은데?
"어떤 거 할까? 둘이서 하는 거면 마리오 카트나 파티 쪽인가~"
추가결제... 뭐 예상은 했지만. 팔찌로 당당하게 결제한 후에 컨트롤러를 잡아 하나는 유우가에게 내밀고 하나는 내가 잡았다. 그리고 게임 목록을 스스슥 넘겨가면서 어떤 걸 할지 골라본다. 음~ 역시 카트가 무난할라나. 화면에 멈춘 것은 마리오 카트. 그리고 동의를 구하듯 슬쩍 유우가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