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부실에서 장난 아닌 장난을 쳐버리고 귀가한 집은 내가 문을 여는 순간 들린 경첩 소리와 문 닫히는 소리를 빼면 아무 소리도, 인기척도 없는 공간이었다.
혼자 살기엔 너무 큰 20평형 빌라. 그 삭막한 공간에 실내 슬리퍼도 없이 들어가 가구의 천을 걷지도 않은 거실을 그대로 지나쳤다.
유일하게 사람 사는 느낌이 나는 큰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저 바닥 어디론가 밀려가는 크로스백을 멀거니 바라보다 침대로 가서 스르륵 엎어졌다.
털석.
아직도 새 것 냄새가 풀풀 나는 깃이불이 내 몸을 받쳤다. 푹신하고 포근하지만 전혀 안락하지 않은 그 이불 위로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해가 저물고 달이 뜰 때까지.
...... ...부우우웅- 부우우웅-
몇 시간이 지나, 저 멀리 희미한 진동 소리에 눈을 뜨자 온 세상이 캄캄했다. 막 왔을 때는 그래도 붉은 노을빛나마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그래, 딱 내가 원한 시간이었다.
비틀비틀 일어나 가방을 찾고 폰을 꺼냈다. 반짝이는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화는 끊고 메세지 몇 통으로 연락을 대신했다. 중간에 다시 전화가 왔지만 무시했다. 읽지 않은 연락이 반짝이는 폰을 외면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하늘하늘 가벼운 여름 교복에서 무광의 뻣뻣한 소재로 만들어진 테크웨어로 머리는 망을 씌운 뒤 가발을 썼다. 그걸로도 모자라 큼직한 빵모자에 가발을 모아 넣고 썼다. 얼굴엔 검은 마스크를 허리엔 크기가 다른 나이프 두 자루를 신발까지 발에 익은 워커를 신고서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건물 입구를 벗어나기 무섭게 등골이 쭈뼛해졌다.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이 선명했다.
마른 침, 조차 삼키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밝은 거리를 벗어났다. 시선은 따라오고 있었다. 환한 가로등과 몇몇 네온사인이 밝히는 번화가를 피해 어둠 속으로 파고들었다. 시선 역시 나와는 다른 루트로 내 뒤를 쫓았다.
3학구의 중심에서 점점 외곽으로, 바깥으로, 이윽고 스트레인지까지 시선 역시 나를 따라, 빛이 줄어들수록, 인적이 줄어들수록, 점점 가까워졌다.
한참을 미로와 같은 스트레인지를 이리저리 배회했다.
그러면서 더욱 깊고 깊으여 깊은 곳으로 시선을 유도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유도 당했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 시간 가장 어두우며 깊다고 생각하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어둠 속에서 나이프 두 자루가 희게 반짝였다.
챙강!
"!!!"
소리 없이 달려들던 상대는 내가 막아낼 거라 예상하지 못 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지.
그 잠깐의 틈을 노려 달려들며 맞댄 나이프를 비스듬히 기울여, 쳐냄과 동시에 그 얼굴에 한 줄 그어주려 했다. 그러나 상대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 나를 살폈다.
나와 비슷한 체구, 가벼운 몸놀림, 같은 여자인 걸까.
그러던가 말던가 상관 없었다. 다음을 생각할 틈 따윈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월의 가르침대로, 나이프를 너무 강하게 쥐지 않고, 눈에 띄는 빈틈을 전부 베어댔다.
그러나 나 역시 사정없이 베였다. 상대의 팔을 그으면 허벅지가 찔렸고 상대의 옆구리를 스치면 내 어깨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어디로 봐도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했지만 그렇다고 물러나지 않았다.
물러나지 않고 상대를 밀고, 몰아붙이고, 끈질기게 달라붙은 끝에 내 나이프를 상대의 어깨에 찔러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나이프도 내게 꽂혔다. 내 손의 감각을 느낌과 동시에 목에서 뜨겁고 아찔한 감각이 느껴졌다.
"커헉!"
터져나오는 각혈을 참을 수 없어 내뱉었으나 그 피를 맞고 주춤한 상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기까지 했다. 배려도 친절도 없이 더러운 골목 바닥에 상대를 깔아눕히고, 양 팔을 내 무릎으로 누르고, 그 위에서 나는 일갈했다. 쏟아지는 피와 함께-
"너, 그흑, 니놈들, 뭐 하는 놈들, 이야! 왜 나, 내가 아니, 커헉! 쿨럭... 내가 아니라, 희야를, 크흑..."
계속해서 흐르는 피 때문에 제대로 말을 못 하는게 그렇게 분할 수가. 그 분함을 무릎과 나이프 쥔 손에 힘으로 풀었으나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명도 신음도 없이 나를 응시하다가 대뜸 그렇게 말했다.
내가 토악질을 해도 상대는 태연했다. 아니, 기계처럼 반응이 없었다. 단지 가만히 눈동자를 위로 향하고 멍한 표정을 잠깐, 저건 나도 아는 표정-
"커흑-!"
갑작스럽게 몸이 붕 뜨며 날아갔다. 뒤늦게 배에서 얼얼함이 느껴지니, 저 상대가 있는 힘껏 나를 걷어찼음을 깨달았다. 얼마나 세게 찼는지 막다른 골목 벽에 부딪혀 그대로 떨어진 후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울리는 고통에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였다.
흐릿해진 시야로 상대가 일어나 걸어오는게 보였다. 이대로 끝나는 걸까. 그건 싫은데, 안 되는데, 이대로 끝나버리면, 내가, 이렇게 사라져버리면-
안 되는데.
정말 의식이 끊기기 직전이었다. 뇌를 쥐어짜 돌린 능력의 연산이 이어지는 순간 거짓말처럼 모든게 나았다. 목의 자상, 찔린 어깨, 벽에 부딪혀 망가진 모든 것들까지.
정말 일순간에 가벼워진 몸에 놀라 잠시 넋을 놓았더니 곧장 멱살이 잡혀 들어올려졌다. 나와 같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운 괴력에 당황과 혼란을 겪으며 어떻게든 벗어나려 발버둥 치려는 순간, 상대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나오는 목소리는 방금의 가녀린 소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런, 이런- 위기를 기회로, 라는 걸까. 아무래도 계수가 변동한 모양이야. 천혜우.]" "ㄴ...넌, 누구..." "[나? 하하. 너희, 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X까..." "[오, 깡도 좋지. 이런 상황에 참.]"
일방적인 대화 중에 갑자기 시야가 확 뒤틀렸다. 아까 내가 했던 것처럼 상대가 나를 바닥에 내던졌기에 강한 충격으로 잠시 숨 쉬기가 어려웠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하지만 그걸 파악한 상태가 다시 달려들어 복부를 걷어차며 다리나 팔을 짓밟으며 말했다. 너무도 태연하게.
"[우리가 누구인가, 는 애석하게도 알려줄 생각이 없어. 아직은 말야. 그러나, 나는 아까 네가 뭐라고 하려 했는지 알 것 같더라. 왜 네가 아니라 안희야를, 2학구 데 마레의 학생을 습격했느냐, 그걸 물으려 했겠지?]"
친절하게도 거기서 멈추고 내 머리채를 잡아 들어올려준 덕에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씨근거리기만 하는 나를 상대가 응시하며 웃었, 웃음소리를 냈다.
"[하하하! 나는 상확 파악 빠른 사람이 좋더라. 그래. 알려주지. 데 마레의 안희야를 습격한 건 우리가 아냐.]" "...뭐? 그, 럼 누가..." "[거기까진 조사하지 않아서 모르겠네. 다만 확실한 건, 안희야는, 며칠 전, 데 마레를 향한 테러에서 부상 당했어. 시시한 호버 택시 사고 따위가 아니라.]" "...그게, 무슨." "[믿기지 않는단 얼굴이군? 하지만 그게 사실이고 진실이야. 네 우려는 현실이었고, 너는 또 그들에게 속은 거라고. 천혜우.]"
털석.
머리채가 풀려 자유로워졌지만 나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정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회복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바닥에 널브러진 듯 앉은 나를 향해 잔인한 목소리가 고했다.
"[미련하고 불쌍한 천혜우. 그런 경험을 몇 번씩이나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닥쳐..." "[하지만 사실 알고 있었지? 아, 예상은 하고 있었지? 네게 숨기는게 있다는 걸.]" "닥쳐..." "[너를 위한다면, 정녕 너를 생각해서라면, 다 말해줬어야 했는데, 말해주길 바랐는데,]" "그, 만..." "[하지만 그걸 네 입으로 말하지 못 하는 것도 참-]" "닥쳐!!!!!!!!!!!!!!!!!!!!!!!!!!!!!!!!!!!!!!!!!!!!!!!!!!!!!!!!!!!!!!!!!!!!!!!!!!!!!!!!" "[아하하하하하!!!]"
괴성을 지르며 다 낫지 않은 몸을 일으켜 상대에게 달려들었으나 발길질 한 번에 다시 뒤로 날아갔다. 벽에 부딪히고, 바닥에 떨어져 구르며, 몸보다 더한 무형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뭐가... 뭐가 나를 위하는 건데, 뭐가 나를 위해서야, 대체 뭐가..."
그런 내 곁으로 상대가 다가와 말했다.
"[그래. 세상 누구도 너를 알아주지 않고 네 바람 따위 들어주지 않아. 그래서 말인데, 천혜우, 우리와 함께 하는게 어때?]"
구겨진 얼굴을 들자, 환한 달빛을 뒤로 한 상대가 내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우정이니 의리니, 하물며 사랑이니 정 같은 걸로 치장한 관계가 얼마나 갈까. 그런 불안정한 것에 매달리지 말고 이 쪽으로 와. 철저하게 일과 돈으로만 엮인 이 바닥이야말로 네게 어울려.]" "철저하게..." "[그래. 철저하게, 오로지 너 만을 위해 살 수 있는 곳이야.]"
떨리는 푸른 눈동자가 상대를 응시했다. 내게 내민 손 역시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올려 그 손 위에 올렸다. 상대가 떨리는 내 손을 잡고 일으켜 주는 순간,
푹-
"[...어라?]" "X 같은 소리, 그만, 하고 꺼져. 변태X끼야..."
일전 그들 중 하나가 내게 했던 것처럼 나이프를 그 배에 꽂아주었다. 그리고 그 위를 걷어차 뒤로 나자빠지게 하는 것, 까지가 내 최선이었다. 반동으로 같이 넘어져 숨을 몰아쉬는데 바닥에 누운 상대가 기분 나쁘게 웃었다.
"[프흐, 푸흐흐흐흐... 미련하면 멍청하다더니, 딱 그 짝이네. 뭐, 그래도 우리는 친절하니까, 생각할 시간을 주도록 하지.]" "미X 새X..." "[오,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보는게 좋아. 앞으로 누가, 몇 번을 더, 널 배신할 지, 모르는 일이잖아?]" "......" "[그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봐야겠지만. 그럼 나는 여기까지. 복귀하렴. 피기.]"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뒤 상대는 가뿐하게 일어나 어깨와 배에 꽂힌 나이프를 뽑더니 내 앞에 고이 놓아주고 떠났다. 그 전 상대가 그랬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사라졌다.
더러운 뒷골목에 남은 건 나 뿐이었다.
혼자 덩그러니 남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가 문득 입술 새로 소리가 샜다.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 빠지듯, 혹은 허탈한 듯...
"...흐흐, 흐, 하하, 하하하하하..."
만신창이가 된 몸에, 뼈 아픈 진실을 몇 개나 들었지만, 어쩐지 아프지도 않고 멍했다. 급기야 웃음까지 나서, 주저앉은 채 바닥을 짚고 웃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그저 이 모든게 꿈이길 바라며...
타인의 눈으로 보는 스스로의 모습을 처음 접한 건 아니었지만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는 과정을 생략하고 온전히 머릿속에서 상영되는 건 또 처음이라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경이 보여준 과거의 파편은 유난히 인상적으로 재기록되었고 그건 그날 밤 꾸는 꿈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와, 엄청 놀랐네! 리라야. 괜찮아?' '...안 괜찮아요! 이게 뭐야아아!" "놀랄 만 하지... 나도 무섭다. 너무 열심히 꾸미신 거 아닌 으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히이이익!'
학교 세트를 달리는 2인의 발자국 소리가 카메라에 담긴다. 뒤를 쫓는 스태프는 실감나게 공포스러운 분장을 하고 두 사람을 느릿하게 뒤쫓고 있다. 분장한 스태프에게 미션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 도망친 두 사람은 결국 다른 팀이 걸린 시간의 두 배를 더 투자하고서야 미션지를 받아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분위기만 조성하고 실제로는 안전하게 구성된 세트에서 비명과 웃음소리와 우는 소리와 허세를 곁들인 케미스트리를 뽑아냈던 건 어느새 나쁘지 않은 추억이 되었다. 얼마 뒤 최종 편집된 촬영분이 공식 계정에 업로드 되었을 때는 신들린 자막에 정신없이 웃으면서 볼 수도 있었으니까.
참 좋았던 시절이다. 친구이자 가족이자 동료인, 누구보다 가까웠던 우리의 기억은 들꽃 가득 피어난 꽃밭에 누워 숨을 들이켰을 때 느낀 것보다 더한 향기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다음날 리라는 이경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최이경 [이경 후배님~ 혹시 오늘 제 훈련 도와줄 수 있을까요?]
간단한 질문과 어쩌면 흔쾌했을 승낙. 리라는 이경이 도착하길 기다리며 스케치북을 펼쳤다.
그리고 이경이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다면 얼굴 대신 과녁판을 달고 있는, 새의 몸을 한 무언가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