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어색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어느 날이 오면 세상은 무너질 것이고 우리들이 살아온 흔적만이 남아 우리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게 될 것이라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멸망에 대해 많은 상상을 했다. 같은 사람들의 살을 뜯어먹는 정체 불명의 존재가 나타난다거나, 갑자기 게이트가 열려 괴물들이 나타난다거나, 거대한 홍수가 나서 사람들을 휩쓴다거나, 핵폭탄이 떨어져 모두가 휩쓸려 죽는다거나 하는 상상할 수 있을 듯한 멸망들. 그런데 우리들의 멸망은 조금 다른 식으로 이뤄졌다. 갑자기 정체 불명의 질병에 의해 사람들의 몸에 정체불명의 각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그 증세가 나무 껍질과 비슷하다고 해서 목각병木殼病이란 이름으로 명명됐다. 목각병에 걸린 사람들은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단지 물을 좀 많이 먹기 시작했을 뿐. 희귀병이지만 머리가 벗겨지거나 당을 조절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병과 비슷하게 취급되던 목각병은 그로부터 2년 뒤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목각병을 가진 사람과 관계를 맺은 사람이 어느 날 목각병을 가진 사람에게 흡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목각병을 가진 사람들의 몸이 빠른 속도로 나무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멸망했다. 목각병에 걸린 나무는 생명체들만을 집어삼켰다. 날아가는 새들이 사람이었던 나무에 앉아 잡아먹히고 목각병이 걸린 아이가 가족을 잡아먹고 작은 물푸레나무가 되고, 그런 세상이 되었다.
이제 이 세계에는 산 생명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직 정체 모를 건물들과 함께 목각인이 살아가고 있을 뿐. 자연을 해친 것에 대한 복수로 자연은 우리와 하나가 되어버렸다.
게일은 화살을 하나 꺼내들고 석궁에 장전하며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게이트의 클리어 조건은 흐릿하지만 알 것 같습니다. 이런 게이트들은 미로형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제대로 길을 찾아 클리어하고 나가는 문을 지키는 몬스터를 토벌해야만 하겠죠. 그 과정에서 목각인에게 닿았다간, 꽤나 귀찮은 일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 게일. 준비 되셨습니까? 첫 게이트 클리어를 시작해보죠. 게일의 첫 행동은 무엇입니까?
손바닥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손가락을 타고 천천히 흘러, 방울져 떨어진다. 뜨겁게 달아오른 피가 차가운 대리석 재질의 바닥에 닿는 순간 기묘할정도로 조용했던 소리가 다시금 되살아났다.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혼란. 당황. 그리고 짙은 위험의 기운. 뇌를 두드리던 목소리와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쥔 손.
“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죠- ” “ 저도 이 마을과 동남아의 가디언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아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알고 있어요. 이 마을의 모두가, 콰 님의 동료이고, 가족이라는 것을. ” “ ...그러니 지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기다림은 고통일 뿐. 마지막으로 시간 제한을 정해주세요. ” “ 그 시간 안에 제가 해결을 못 한다면, 가디언의 방식을 따르겠습니다. ”
익숙한 숲의 향기가 난다. 그러나 숲에 우짖는 새의 소리며, 풀벌레 소리까지. 그 어떤 것도 들리지 않는다. 숲은 살아있되 죽어있는 것이나 다름없이 고요하였다.
사실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드넓은 초원과 사바나를 오가며 살던 유목민족의 일원이 초원보다는 숲에 더 익숙하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초원의 일족이던 게일이 숲을 동경하게 된 까닭이었음이다. 초원의 수평만 보고 살던 소년이 어느 순간 수직의 나무들로 가득한 수해(樹海)를 보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수 없었으니.
숲의 향을 깊게 들이쉰다. 풀내음이 향긋하되, 그 향긋함의 끝에서 죽음의 짙은 악취가 느껴진다.
# 서브 특성 '야생 잡학 사전'의 지식을 통해 주위를 경계하며 숲의 환경과 특징을 파악하려 시도합니다. 주위의 지형, 기후, 식물, 동물(있다면), 그리고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확인합니다.
>>543 느리게 식인귀의 몸이 움직이고 발걸음이 떼어질 때. 강산은 천천히 노래를 울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거짓말을 하듯 덤덤하고 진실되게. 감정이 깊게 담기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강산은 왜 이것이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빈은 자신을 향하는 식인귀의 눈을 보면서도 느리게 검을 들어올립니다. 식인귀의 걸음이 비틀거림에도 우빈은 검을 올곧게 쥐고 뇌까립니다.
" 강산. 여선. 빈센트. "
그리고, 곧 우빈의 몸에서 연한 황금빛이 터져나옵니다.
" 제대로 한 방 먹여줄테니까. 너희도 실망시키지 마라. "
강산은 그 모습에도 조용히 음악을 이어갑니다. 곧 식인귀의 몸이 이전보다도 가속된 채로 우빈에게 쏘아지고, 우빈은 가볍게 검을 휘두릅니다. 격돌한 두 사람에게서 커다란 소리가 터져나오고, 채찍처럼 휘두르는 팔에 몸에서 피가 터져나옴에도 우빈은 무언가를 참고 기다립니다.
여선은 손을 떨면서 식인귀의 약점을 살핍니다. .....!
어깨 아래. 쇄골 쪽으로 의념 결정이 보입니다!
" 그래? "
여선의 말을 들은 우빈은 그때가 기회라는 듯 검을 붙잡습니다.
......!!!!!!!!!! 거대한 의념의 파장이 터져나옵니다. 마치 각성할 때의 그 순간을 지켜본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그러한 파장이 우빈을 중심으로 퍼져나옵니다. 우빈의 검에서 뜨겨운 열이 흐르고, 그 열은 마치 액체처럼 우빈의 검을 집어삼킵니다. 검은 천천히 균열이 생기며 그 안에 참아왔던 열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퍼지는 열기가 식인귀를 예민하게 하는 듯, 식인귀는 빈센트에게 한 것처럼 우빈의 팔을 물어뜯기 위해 입을 벌립니다.
그 때. 우빈은 그 입으로 자신의 손을 집어넣습니다. 끔찍하다는 말로밖에 순화할 수 없는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울립니다. 실신할지도 모르는 고통인데도, 우빈은 오히려 그 여전힌 무표정으로 식인귀를 잡고 앞으로 끌고나갑니다.
마침내 초고열로 달궈진 검을 들어올리며, 우빈은 말합니다.
" 내 손은 주지. "
의념기
폭발적인 열을 가진 검을, 우빈은 식인귀의 의념 걸정에 쑤셔박습니다.
" 대신. "
결정이 박살나며 식인귀가 괴로워하기도 잠시. 검의 열기가 식인귀에게로 흘러듭니다.
" 네 목숨은, 내가 가져간다. "
광열狂熱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풀려나는 열만으로도 수천, 수만의 온도를 상회할 법한 열의 광풍이 식인귀와 우빈의 사이로부터 불어듭니다! 지독히 불타오르며, 열을 참아내면서. 식인귀의 몸이 일그러지고. 그 열을 식히려는 듯 우빈의 팔을 잡아먹으며 다가오려 하자. 우빈은 자신의 검을 식인귀에게서 뽑아내면서 열로 달궈진 검으로 팔을 베어내며 뒤로 물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