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3학구 외진 곳에 위치한 작은 병원의 상담실에 밝은 목소리가 채워진다. 리라는 일주일의 휴가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고 친구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기억나는 대로 재잘거렸다. 그에 맞춰 선경의 얼굴 또한 밝아진다. 위험한 임무를 다녀온 다음부터 줄곧 상태가 불안정했는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휴가가 그에게 꽤 좋은 전환점이 되어 준 모양이다. 덕분에 상담은 꽤 화기애애하게 마무리 된다. 이따금 보이던 방어적인 태도도, 까칠함도 오늘은 없었다. 물 흐르듯 진행된 대화는 평화롭기 짝이 없었고 리라의 마음은 언제보다 가볍다.
"그럼 가 볼게요! 다음 주에 봬요!" "잘 가요, 다음 주에 만나요."
다정한 작별 인사를 나눈 다음 처방전을 카운터에 제출하면 약봉투가 나오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리라는 출입문 앞의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혜성 [혜성 언니] [혜성이 언니] [케이크 쿠폰 기간 연장해 주는 거 안 잊어버렸죠?] [늘려주기로 한 거예요~ 약속했어요~]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갈게요! 언니 최고~]
술기운에 놔 버린 말 이대로 놔버리기로 작정했는지 '선배님' 은 어디다가 버려놓고 그렇게 메세지를 보낸 리라는 그대로 화면을 끈 다음 고요한 병원 내부를 천천히 훑어본다. 위치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곳은 환자가 많이 오가지 않았다. 눈에 띄길 바라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다. 조금 낡은 감 있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장소. 인천첨단공업단지에서, 아니,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서 몇 안 되는 리라의 온전한 안식처. 그래도 환자가 있어야 유지가 될 텐데 이대로 괜찮나.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출입문이 열렸다. 문이 밀리면서 일어나는 공기의 흐름이 하복을 입어 드러난 팔에 닿는다. 추운 날씨도 아닌데 어쩐지 서늘한 기분이 들어 시선을 돌리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사람이 서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하복으로 바뀌었지만 소속을 알아보지 못할 수 없는 교복. 반갑지 않은 얼굴. 뱀 같은 눈동자. 눈이 마주쳤다.
-이리라 씨, 약 나왔어요. 다음 예약일 일주일 후로 잡아드릴게요. "......" -이리라 씨? 아, 박호수 씨 오셨네요. 바로 들어가시면 돼요.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박호수는 돌처럼 굳어버린 리라를 남겨두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탁. 문이 닫힌다.
날이 더워지자 해가 저무는 시간 또한 늦춰졌다. 저녁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아직 덜 저문 해를 바라보며 건물을 나서던 박호수는 문득 강한 힘에 끌려가 한참 떨어진 골목의 담장에 등을 부딪힌다. 어떤 새끼인가 하고 통증을 누르며 주변을 둘러보면 눈에 들어오는 건 하얀 장갑을 낀 새하얀 머리카락의 소녀 하나다. 한쪽 팔이 붙잡힌 채 멍하니 리라를 마주보던 박호수의 입에서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나온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오랜만이야, 리라. 그동안 왜 연락 한 번 없었어? 하복으로 바뀌자마자 메세지 보냈는데." "너 차단했으니까. 묻는 말에나 대답해, 이 팔 부러뜨리기 전에." "......차단? 누구 마음대로 차단을 해?"
팔 부러지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한가. 불쾌함 위에 황당함이 겹쳐 올라갈 때, 손에서 뜨거운 감각이 느껴졌다. 하얀 장갑이 순식간에 타들어가고 리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따끔거리는 손을 붙잡는다.
"너 미쳤," "뭘 새삼. 후... 어디 봐, 다쳤어?" "다치든 말든! 나한테 손 대기만 해 봐." "...팔 부러뜨린다고 엄포 놓은 사람 치고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네."
서슬 퍼런 눈빛에 박호수는 라이터를 든 손을 살짝 들어올리고 한 발자국 떨어졌다.
"어차피 실행 하지도 못 할 협박 말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하자, 리라야. 나도 궁금한 게 많아."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해. 왜 여기 있냐고." "아, 그건 좀 얘기가 길어지는데... 월광고등학교도 시위 관리 나갔다가 큰일 났던 건 알지? 우리 부장님도 크게 다치셨고 부원들도 한 사람 빠짐 없이 중상 경상 다양하게 입었어. 나도 꽤 다쳤고." "그래서 뭐야? 트라우마 치료, 뭐 그런 거라도 해?" "정확히 맞혔어. 그런 일을 겪었는데 충격을 안 받을 순 없더라."
거짓말. 리라는 빨개진 손을 등 뒤로 숨기고 박호수를 노려본다. 거짓말이다. 숨길 생각도 없는 거짓말.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 근데 왜 하필 여기로 와?"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네가 여기 있잖아. 처음에는 학교로 찾아갈까 했는데 더 확실하게 만나려면 이쪽이 낫겠더라고." "양심도 없어?" "요즘 연락도 안 되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나 입원했을 때도 연락 한 통 없고 말이지. 그 때 그렇게 헤어졌었는데." "내가 너한테 연락을 왜 해." "못 보던 사이에 좀 까칠해진 거 같다." "기분 좋았는데 방금 누구 때문에 바닥 쳤거든. 그래서 뭐야? 대화하자고? 어디 해 봐.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하나 궁금하긴 하네."
땅거미가 지고 있다. 리라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는 걸 보던 박호수는 주머니에 라이터를 집어넣고 두 걸음 더 다가간다.
"하복 입을 때까지 네 의견이 그대로라면 존중해줄 생각도 조금은 있었는데, 한번 죽을 뻔 하니까 새삼 깨달은 게 있어서 말이야."
포스트잇을 꺼내고 펜을 쥐려던 손이 덜 가신 통증으로 욱신거린다. 미끄러져 바닥을 구르는 볼펜을 검은 신발 신은 발이 짓밟는다.
"15주년 행사. 같이 갈래?" "풋."
아. 못 참았다. 제 입을 틀어막고 고개 돌리는 리라의 옆얼굴에 의아함 섞인 사나운 눈빛이 그대로 날아와 박힌다.
"왜 웃지?" "아, 아냐. 하아... 대답, 대답은 해야지. 잠깐만 기다려 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파들파들 떨리는 어깨에 상대의 표정은 점점 더 기묘하게 변해가지만 그런 건 리라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골목에 서서히 어둠이 깔리자 연한 라벤더색 눈동자가 평소보다 더 옅은 색조를 띄고 반짝인다.
"음~ 싫어!" "예상은 했지만 기분 좋은 대답은 아니네. 왜?" "질문 전에 먼저 여태까지의 본인 행동을 돌아보지 않으실래요, 박호수 씨?" "같이 가는 편이 좋을텐데." "협박 말고 제대로 된 대화 하자던 게 누구더라~" "협박이 아니라 조언이야. 나랑 같이 가는 게 나을걸." "죽었다가 깨어나도 그럴 일 없으니까 꿈 깨세요." "그래?"
한순간 공기의 흐름마저 멈춘 듯 온 세상이 고요해졌다. 리라는 미리 그려놓았던 끈끈이 풍선을 몰래 손에 쥔 채 상대의 동태를 살핀다. 하지만 경계한 게 무색할 만큼 상대는 별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 아니, 웃었다.
"그래, 그럼. 축제 재밌게 즐겨. 그 다음에 보자." "아뇨, 앞으로 보지 말죠. 소문 퍼뜨리든 말든 맘대로 하고. 어차피 뒷받침할 증거도 없잖아, 당신. 안 그래? 이제 헛소문 조금 따라붙는 건 아무 상관 없어. 믿어주겠다고 해 준 사람들이 많거든."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겨서 다행이네."
그 믿음 언제까지 가나 지켜보지. 낮게 깔린 음성이 곁을 지나치며 섬뜩하게 깔린다.
"그래도 병원은 와야 하지 않겠어? 곧 다시 보자, 리라."
데어버린 손바닥이 점점 화끈거려 오는 게 불편하다. 리라는 인상을 찌푸린 채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빨갛게 된 손으로 시선을 돌린다. 병원을 가야 하겠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술기운은 감기에 좋다고 하지만 그건 보온이 제대로 될 때고, 그렇지 않으면 한순간의 따뜻함 이후 더 혹독하게 차가워진다고 하던가요.
여름 휴가에서 돌아오고 나서, 바다 경계선 조난과(나중에 업무용 폰으로 톡이 좀 온 것 같았지만 하나하나 답을 해준 게 잘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식사의 부족과 기타등등으로 인해 돌아오고 나서 거의 곧바로 여름감기에 걸려버리고 만 수경입니다. 혼자라는 점은 이런 아플 때 좀 혹독한 단점이 되어서, 며칠 내내 업무용 폰으로 병가를 신청하고는 진통제와 함께 앓다가 이제 좀 괜찮아져서, 저지먼트 부실로 향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부장님." 냈던 병가도 제대로 결재도 해야 하고요. 처방전과 진단서를 들고는.. 안에 부장님이 있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 부실에 들어와서 약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려 합니다.
은우는 돌아오자마자 어김없이 밀려있는 업무를 처리했다. 휴가기간동안에 쌓여있는 것들이 조금 있긴 했으니까. 당분간 야근해야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은우는 세은에게 며칠간은 늦을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부부장인 한양에게 조금 도와줄까 부탁을 하려고 했으나, 한양이는 한양이대로 업무가 쌓여있을터. 어쩔 수 없지. 혼자 처리할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안건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학생회에서 들어온 헬프 요청을 하나하나 검토했다. 여기엔 얘를 보내고, 저기에는 쟤를 보내고... 그렇게 하나하나 계산하는 와중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응. 안녕. 수경아."
눈앞에 보이는 것은 수경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며칠간 병가를 신청한 것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왔다는 것은 괜찮다는 것일까. 하지만 당장 뭔가 업무를 지시하고 할 생각은 그에겐 없었다.
"조금 더 쉬지 그랬어. 적어도 이번주는 빼줄 생각이 있었는데. 아무튼 몸은 좀 괜찮고?"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녀가 꾀를 부려서 병가를 신청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는 걱정스러운 어투로 그렇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