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이경의 앞에서 달리고 있는 이경이 아직 잘 모르는 이 사람은 일단 이경이 포착한 대로 리라나 이경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았고, 그 외에도 리라와 달리 꽁지머리가 목 아래로 겨우 내려가는 길이라던가, 머리카락이 조금 더 하얗다던가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이 조거는 조깅팟 멤버가 아니다. 뒤에서부터 속도를 높여 가까워져 오는 이경을 눈을 깜빡이며 살짝 곁눈질로 돌아볼 때, 이경은 이 사람이 아직 말을 나누어본 적 없는 저지먼트 부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보라색의 눈동자. 그러나 명백히 리라의 보라색 눈동자와는 다른, 마치─ 보라색 말고는 그 색을 표현할 단어가 없는데, 보라색이라는 말만 갖고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색을 한, 위화감이 드는 색채의 눈동자.
그리고 그 기이한 색의 눈동자에는, 이경의 하얀 얼굴이 맺혀 있었다. 머리카락부터 피부, 눈동자까지 모두 하얀 아이─ 성운은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활을 쓰는 아이였고, 블랙 크로우 본부소탕작전 당시 기억을 읽는 능력을 보여준 바가 있었다. 성운은 얼마 전 저지먼트 부원 능력일람을 머릿속에서 떠올려보았다. 메모리 매니페스테이션 능력 소유자인 최이경.
“안녕하세요. 그러니까··· 최이경 후배ㄴ”
기억을 뒤적거리느라 발의 움직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성운의 사악한 오른발이 자기 자신의 무고한 왼발을 걸어넘어뜨렸다. 성운은 그대로 모래사장에 으엑 하는 소리와 함께 고꾸라졌다.
길거리 생활은 혹독하다. 상상하던 인첨공 생활과 달라 도망쳐 나온 아이들은 도시의 후미진 곳으로 숨어들었다. 어른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뭉친 아이들은 서로 뭉쳐 그룹을 만들고, 그는 곧 자신들의 구역을 선언하기에 이르었다. 뒷골목에는 그런 아이들이 많았으므로 서로 부딪치며 눈알을 도려내겠다는 등, 고함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 다른 그룹에게 얻어 맞고 구역을 빼앗긴 체 쫓겨나거나, 아니면 안티스킬에게 잡혀가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연히 금이 역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몰려다녔다. 금이 속했던 그룹의 이름은 쥐새끼들이었다. 다른 그룹과 싸워서 이길 힘도 없는 것들이 뭉쳐 다니면서 쥐새끼처럼 잡힐 듯 말 듯 도망 다니며, 몰래몰래 도둑질을 하고 다니는 탓에 남들이 붙여준 이름이었다. 모두들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 했으니, 곧 그룹의 정식 명칭이 되었다. 그룹에는 서로 비슷한 아이들끼리 모여있었고, 하루를 버티기 위한 목표에 힘을 합쳤으니 유대감이 강했다. 인생에 각자 하나씩 불만을 가지고 도망쳐 나온 아이들끼리 모여 있었다는 것은 서로에게 위안이었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거야? 그룹에서 제일 발이 빠른 아이가 금이에게 물었다. 금은 쥐새끼들에는 중간에 합류했으나, 도망쳐 나올 당시에 챙겨 나온 드론 덕분에 쉽게 도둑질할 장소와 접근 방법을 찾고, 미리 위험을 살필 수 있었으니 어느새 그룹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글쎄. 늘 그렇듯 도둑질이나 해야지. 우리가 돈을 구하는 방법이야 소매치기가 아니면 그 밖에 없으니까. 금이 그렇게 답하면 아이들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들에게 반항하니 양아치라 불리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란 그 밖에 없는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밤놀이를 즐긴 다음 날, 오전은 고사하고 낮까지 늘어지게 잤다. 중간에 자다 깨서 나왔다가도 희야가 바깥 구경 중인 곳으로 가서 희야의 새 인형 꼬리를 베개 삼아 또 한 숨 잤다.
중간에 다른 인형을 안은 것도 같은데 어쨌거나 자는데 문제는 없었으니까. 음.
그렇게 자고 자고 또 자다 겨우 정신을 차린 건 늦은 오후였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일어나선 멍하니 앉아있었다. 하루를 거진 잠으로 보낸게 그닥 억울하지 않으니 신기했다. 아무렇게나 씌워진 고양이 후드 밑에서 눈을 깜빡- 깜빡- 하다가 바다 말고 수영장이나 들어갈까 했다. 잠에서 깨자마자 수영장이라니 좀 이상하긴 한데 아무렴 어떨까.
수영복 대신 젖어도 괜찮은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고 수영장에 가보니 깨끗이 청소가 되어있을 뿐, 물은 없었다. 물이야 새로 받으면 될 것 같은데- 모처럼 새 물이니 뭔가 해보는게 어떨까 싶었다.
사실 내 집 내 수영장도 아닌데 뭐 어때 라는 심산이 크긴 했다.
수영장에 물을 틀어놓고 방에 가서 큼직한 꾸러미를 가져왔다. 여기 오기 전에 유준이 가서 쓸 일 있으면 쓰라고 준 것이었다. 꾸러미를 열어 안을 보자 형형색색에 다채로운 향을 담은 배스밤이 한가득이었다. 그것들을 전부 수영장에 넣고 풀었다.
그 중에 버블밤도 있었는지 거품도 보글보글 올라오는 걸 보고 키득거리며 물을 조금 더 세게 틀었다.
그렇게 물이 채워지는 동안 주변을 조금 꾸몄다. 야외용 테이블 몇 개를 놓고 그 위에 간식과 음료도 가져다놓고 주변에 반짝반짝한 일루미네이션도 두르고 마지막으로 블루투스 스피커로 적절한 배경음악까지 깔아두면 끝이었다.
작은 풀파티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두고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전송했다. 혹시 못 볼까 싶어 전원 태그도 했다. 그런 다음 부원들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적당히 왔다 싶을 쯤, 아무나 타겟 하나를 잡아 제일 먼저 입수시켜주었다. 첨벙 빠지는 소리 뒤로 키득키득 웃으며 빠진 사람- 경진을 바라보았다. 분홍 머리가 알록달록한 수영장 물과 은근 잘 어울렸다. 그리고 내가 당할새라 얼른 도망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고 없이 그런 현장을 만들어 버린 건 나였지만 과연 몇 명이나 즐겨줬을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노는 부원들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그새 빨갛게 익거나 탄 사람이 몇몇 보여서 슬쩍 능력으로 피부회복을 촉진시켜주며 아픈 것이 빨리 가라앉고 새 피부로 바뀌는 것도 빨라지게끔 해주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해줘도 내일 다시 놀면 도돌이표 아냐? 음, 모르겠다. 그럼 내일도 해주지, 뭐.
당연히 이번에도 익사는 목적에 없었기에, 부력을 받은 성운과 혜우는 쉽게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왔다. 다시 얕은 물가로 혜우를 안은 채로 발을 살래살래 흔들어 얕은 물가로 나온 성운은 이내 이쯤이면 혼이 났겠지 하고 부루퉁한 표정으로 혜우를 바라봤는데······ 성운의 얼굴에, ‘어 뭔가 잘못되고 있는데’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가 말하기를, 남자가 그 어떤 이유를 가져다대도 여자의 눈물 한 방울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심지어 그 눈물을 성운이 냈다. 아무리 냅다 바다로 던져졌다지만 너무 되로 받고 말로 돌려준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쟤도 나더러 키 작다고 했는데!
순간, 작은 키와 왜소한 체구 때문에 겪어온 숱한 부조리가 성운의 머릿속에 스쳐갔다. 물리적인 불이익들까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단 마주친 스킬아웃에게 괄시 한 번 당하고 시작하는 게 일상다반사고(요즘은 이상할 정도로 그런 경우가 줄었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체격 때문에 다른 아이들의 화풀이 샌드백으로 쓰이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운이 좋게도 리라의 옆자리에 앉게 된 덕에 유명인의 친구라는 신분을 획득해 그런 일을 좀 덜 겪었고, 2학년이 되어서야 저지먼트로서의 활약상이 반에 알려진 탓에 겨우 그런 일들에서 벗어나게 된 차이지만, 키 작은 녀석이라는 말은 여전히 성운의 주홍 글자이자 역린으로 남아있었다.
하고는 혜우를 물 얕은 곳에 내려다주고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팩 돌려버린다. ······하지만, 분노를 속으로 삭이는 데에 너무 익숙해져 온 성운의 분노는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분노를 삭이는 데 필요한 시간은 6초라고 했던가─ 성운에게는 6초까지도 필요없었다. 고개를 팩 돌리자마자 너 키작은 게 쟤 탓이냐? 쟤가 너더러 키 쪼만한 못된놈이라고 하긴 했는데, 그냥 자이로드롭만 하면 됐을걸 굳이 뒤집기까지 해야 했냐! 쟤는 고소공포증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키가 작으면 마음이라도 넓어야지, 사내놈이 자기 감정 하나 못 추스리고··· 하고, 마음의 소리들이 혜우의 서럽게 우는 소리를 반주삼아 성운의 양심을 쿡쿡 찔러댔기 때문이다. 성운은 피휴, 하고 한숨을 쉬고는, 푹 젖은 소매를 들어 눈가를 슥슥 부볐다. 자기 눈가도 빨개져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로, 성운은 혜우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