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고깃점 퍽 들어간 소면과 차가운 백주를 받곤 중원은 드디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만족감도 있었고, 상대가 썩 자신과 대화를 바란다는 듯 재잘거리는 까닭도 있었다. 차가운 술을 잔에 담고 잔 위를 가볍게 왼손으로 덮었다. 곧 작은 삼매진화로 술을 데운 중원은 여인을 바라보며 답했다.
"큰 일 한 것도 아닌데 탁주에 소면이면 그 가치로 충분하지. 내가 바란 것을 네가 내어줬지 않으냐. 그만하면 충분하다."
그러면서 중원은 소면에 쌓인 고깃점들을 가볍게 훝어보고, 자련을 바라본다. 살집이 있지도 않고 퍽 마르지도 않았다. 좋게 말하면 평범하고 나쁘게 말하면 기억에 남기 쉽지 않은 얼굴이다. 중원은 면에 담긴 고기 몇 점을 자련의 그릇에 내어주고 한 젓가락에 술과 함께 음식을 삼킨다.
"크...그리운 맛이었어. 자, 너도 들거라. 아직 더 클 수 있어보이는데. 많이 먹어야지 않겠느냐."
제 딴에는 농이었던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그런 무미건조한 말투였으니, 언짢아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당연했던가. 조잘조잘 말하는 그녀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무것도 없이 조용한 공간이 나왔다.
...역시 마교의 공간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는 장소였다. 신비하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한. 그런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장소. 그런 장소의 주인의 딸이기도 한 그녀는... 그래. 마치 이야깃속에 나오는 공주라고 해도 되겠다 싶었지.
"아내는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가 보군요... 공부가 되겠습니다."
정자에 앉아 다과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눈 앞의 소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제 얼굴이 보고싶은 모양이었나.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루마기와 삿갓을 천천히 벗어나간다.
두루마기 속 얼굴은 그저 평범한 남성이라고 해도, 호인이라고 해도 좋을 얼굴이었다. 무미건조한 표정의 남성은 분명 보통의 남성보다는 충분히 매력이 있는 얼굴이긴 했지만 단지 그것뿐. 어디까지나 범인의 범주 내 얼굴이었다. 경국지색에 가까운 재하의 미색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하다 싶은 얼굴.
무언가 지루하다는 듯이 큰 하품을 하는 야견. 시간을 잠시 돌려볼까. 그래 야견이 파계회의 간부가 되어 호남에서 이리저리 뻔뻔스래 돌아다니며 활개치던 일류 시절로. 당시의 야견은 지금과는 달리 격식이나 예절을 중시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런 일도 심심치 않게 하곤 했다. 달려드는 거한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고는, 휙하며 탁자에 쳐박아 통째로 부수는 일을.
“아아, 잘 들으쇼 민초 여러분. 여기 스스로를 흑도라고 자랑해대는 덩치들이 우리 파계회 구역에서 설친 게 걸렸거든요? 그러니 잠시 이 객잔 좀 빌리겠수다아.”
야견의 뒤에서 몰려들어 주변을 완전히 아사리판으로 만들어버리는 파계승들. 야견은 나른한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마치 익숙한 일상이 풍경이라는 듯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또 다른 덩치의 발을 휙하고 걸어 공중에 띄었다가, 다시 발로 차버려 주변에 던지는 것은 덤이었다. 한편 덩치를 던져버린 곳이 마침 겁에 질려 웅크린 점소이들이 있는 곳 같기도 했지만, 그치들이 어찌되건 야견은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그 쪽에 칼을 든 누군가 있었던가. 어차피 큰 관계는 없을 것이다.
“풉...”‘ “푸하하하하하! 야견 형님 들으셨습니까! 우리 땡중들 보고 귀인이라네요.” “민초를 보듬고 헤아리래요! 으아, 진짜 간만에 허파 찢어지도록 웃네! 부처님인가봐!” “아가씨. 웃겨서 봐줄테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집에 가라아? 응?”
이변을 감지하고 야견의 등 뒤로 모여든 일군의 무리 사이에서 조그만 비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폭소. 품위라곤 없는 천박한 웃음소리들이 객잔을 가득 매운다. 겁이 나는지 움츠려드는 군중들과 이때다 싶어 도망칠 기회를 노리는 흑도들까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야견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살펴보면 침묵이 아니다. 야견의 미간 사이에는 주름이 가득 껴 있었고, 이빨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지금 노골적으로 엄청 싫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형님! 형님! 뭐라고 한마디 해보...”
그와 동시에 야견은 뒤에 있는 부하들 중 한놈의 옷깃을 잡아 공중으로 대충 던져버린다. 지붕 어딘가에 박혔다가 땅으로 떨어져 쿵하는 소리가 나고, 끄으으...하는 나지막한 신음이 난다. 그리고 야견의 부하들은 분위기 파악이 끝났는지 조용해진다.
“예의작법이 아주 훌륭하신데. 그런데 내 대답은 이거요. 싫어.”
야견은 여전히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으로 그리 이야기한다. 도망가려는 흑도 한 놈을 눈치채고 찌릿하고 바라보는 것은 덤이었다. 흑도는 다시 쭈그러든다. 아무래도 야견은 류현의 움직임을 보고 눈치 챈 것이겠지. 아마도 그녀가 꽤 경지가 있는 무림인이라는 걸. 그리고 태도를 보고 알았으리라. 귀찮은 사람에게 엮였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