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16074> [1:1] 검과 수레의 이야기 ∼방황하는 순례길∼ :: 393

이름 없음

2023-11-22 20:15:55 - 2023-12-09 23:23:46

0 이름 없음 (VoqEQ0r8N6)

2023-11-22 (水) 20:15:55


>>1 【떠돌이 장사꾼의 대단하신 짐】
『가장 어두운 때라도 검의 끝이 항상 올바른 곳으로 향하도록 이끌고, 차가운 바위와 모래가 이윽고 뜨거운 날의 형태로 이 땅 위에 솟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인간들에게 배푸는 것. 그것이 칼과 제련의 신, 가장 오래 된 도구의 신이다. 인철신, 혹은 날붙이 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사람들의 입에서는 드물게 오르내리고 있다.』

>>2 【칼과 제련의 신을 모시는 모험가】
『본업은 물건을 싼값에 구매하고 비싼 값에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방랑상인. 현재는 파를 상인조합 소속이다. 은연중에는 돈을 벌기 위한 여정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는 자유로운 모험을 꿈꾸고 있다. 불행했던 과거를 원망하기보다는 그저 세상에 순응하며 무던히 살아갈 뿐이다. 원래 이런 세상이니까. 그러나, 순응은 하지만 이 세상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206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02:25:03

신님의 소녀력이 더 올라간다면 저는 심장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ㅠ

207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02:26:15

엣 그정도까지?! ㅋㅋㅋㅋ 하지만 아민주... 말하는 것만 들어보면 이미 청심환 정도는 복용하고 있는 것 같던데~!

208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02:33:45

에 ㅋㅋㅋㅋ 어느 부분에서요?! 저 많이 차분해보이나요...??
알콜... 의 힘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9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02:34:56

ㅋㅋㅋㅋ 아니아니! 내가 말하는 건, 차분이라기보다는~ 신님에게 빠져있는 부분이!
...그런데 또 술 마시고 있던 거야?! 못살아 정말~

210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02:37:14

아민주는 밤과 풍류를 즐길 뿐, 취해서 몸을 못 가눌 정도로 과히 마시지는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님에게 빠진 거... 사실 음 토코주의 상상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211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02:45:39

그런거야? ㅋㅋㅋ 음~ 토코주도 아민주가 그정도까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항상 볼때마다 술 마신 상태인 것 같아서 뭔가 놀랍기도 하구... 주로 어떤 술 좋아하는지 물어봐도 되려나?
헉 설마 오너인 토코주 이상으로 애정 강한 거야? ㅋㅋㅋㅋㅋㅋ 나의 캐릭터가 아민주에게 이렇게까지 이쁨받다니... 영광이네~!

212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02:50:07

으으으음~ 술이라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은 소주가 깔끔하고 좋더라구요. 대꼬리 빨간거 홀짝홀짝 마십니다~ 한 병이면 며칠동안 마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신님이 귀여운걸요...? 아민주가 좋아하는 요소가 대체 몇개람~ 영상지원 음성지원 게다가 직접 글을 주고받고 있다고요? 애정이 갈 수밖에~ 흠흠 영광으로 여기세요!

213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02:55:01

호오... 의외로 소주였다... 게다가 빨간 뚜껑! 토코주는 주로 맥주파여서 소주는 입에 안 댄지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회라든가 먹을때 생각나기는 하지~ 후후.
ㅋㅋㅋ 에~ 거기서 갑자기 권위자 무브? 자꾸 그러면 토코주가 입장역전 하고 싶어질지도~!

214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02:59:38

초록색은 주정 냄새가 심합니다! 저도 예전엔 맥주파였는데~ 어른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에? 권위자 무브라니 아민주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못봤어요!

215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03:01:49

토코주 의외의 어린이 행...?! 그보다, 술은 모두 어른이 마시는 거 아니었어?! ㅋㅋㅋㅋㅋ
흐으으음~~~ 못 봤으려나~~~ 정말이려나~! 지이이이이~

216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03:04:51

어른도 애어른이가 있고 어른어른이가 있는 거랍니다~ 아민주는 어른어른이죠!
입장역전... 왠지 무섭지만 두근거리는 어감입니다. ... 네!

217 토코 - 아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03:38:19

새까만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 그 중에서도 당신은 남십자성을 등지고서 어두운 풀숲을 걸어 나아간다- 장도가 맡겨졌음에도 거침없이 나아간다. 이미 방랑하는 상인의 일을 일찍이 하고 있었던 당신이기에, 이미 이런 일은 익숙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을, 신은 요령도 좋게 따라가고 있었다. 힘든 기색조차도 없다. 그렇게나 여린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잘만 수풀 사이를 헤쳐걷는 것을 보면 과연 범인은 아니라는 것 같다. 신은 당신의 물음에 지체하는 일도 없이 대답했다.

"그건 다르느니라. 신과의 【유대】가 그런 것까지 해주는 건 아닌 게야.
...그리고 나를 부를 때에는 뒤에 항상 '님'을 붙이는 게다! 굳이 그런 걸 가르쳐 주어야 아는 게냐, 이 바보 신자놈!"

에잇에잇! 그런 소리를 내며 짧은 다리를 조금 격히 움직여 당신에게 발길질 한다. 마음을 몰라주는 신자인 당신의 신발을 밟아, 조금 성난 마음을 표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고작 체면치레인 것임에도 불구하고서... 하지만 그런 체면치레야 말로, 신에게는 정말 중요한 것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의외로 엄격한 규율을, 당신은 가볍게 위반하고 있는 것일지도. 그 뒤는 밤 산책과 설명의 계속이었다.

"【유대】는 말이다, 인간이 듣기 쉽게 말하자면 계약과도 같은 것인 게다. 아주 오래 전, 이 내가 군림하던 시절인 까마득한 옛날로부터 전해져 오는 간단한 술식이니라. 지금이야 대여신놈이 종교를 거의 독식하고 있다지만, 그때는 신 나부랭이들이 발에 채이듯 많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신자와 신 사이의 신앙을 확인 할 필요가 있었던 게지.
원리는 간단한 게야. 인간은 특별한 의식을 행함으로써 신과의 【유대】를 맺어 신앙을 바칠 것을 맹세하고, 신은 인간에게 그와 상응하는 기적을 내린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인간의 운명이 신에게 약간이나마 묶이게 되는 것이니라. 그렇게 유대가 깊어지면 깊어 질 수록, 그 신과 가까워지게 되고 하사 받을 수 있는 기적이나 부장품도 많아지는 게지.
그러나 그때는 이걸 악용하는 악신도 많았다고? ...거기서 【유대】의 댓가이니라!
이 유대의 댓가를 발휘하면 나같은 경우엔, 네놈을 나의 '검'으로서 만들고 부릴 수 있는 게다. 신의 검이 된 그대에게는 이 나를 위해 칼을 쥐게 하고, 싸우게 만들고, 칼을 만들게 하는 것이 가능하지. 그리고 그대는 신의 검이 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전장에서 죽는 게야.
이건 단순히 비유같은게 아니라고? 네놈을 '검' 그 자체로 인식을 개변하여, 그대의 영혼을 밀어내고 이 내가 몸을 취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한 게지. 마치 그대의 손에 들려있는 【키즈나타치】처럼 말이다―
―만, 그대에게 내가 그런 짓을 할 이유따윈 없느니라. 그런 건 너무 극단적인 방식인데다... 당시에도 그런 댓가를 취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던 게야. 그때 나의 마음은 그저, 인간놈들이 좀 더 마음 편히 칼을 휘두를 수 있는 형편을 만들어 내는 데에만 온종일 팔려있었기 때문이었겠지...
흠흠, 그리고 나의 신자라는 녀석들이 하나같이 올곧고 강한 녀석들이라 운이 좋았었던 것도 있구나. 헌데, 그런 그대에게 【유대】와 같은 구식 술식을 맺은 것은 단지, 두 가지 이유-"

거기서 신은 손가락을 펼친다...만, 어째서인지 펼쳐진 것은 새끼 손가락인 소지.
여기서는 보통 검지가 아니던가? 물론 신은 그런 것, 신경쓰는 일 없이 마저 설명을 늘어놓아갔다.

"먼저 첫 번째.
...내가 애써 살려놓은 인간이 하필 신도 몰라뵈는 바보천치 도둑놈이었어서 신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하물며 나의 소중한 【키즈나타치】까지 뺏어 들고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이니라! 그런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녀석은 찾아가서 떽― 해버리는 게다!"

말하자면 분실을 방지하는 장치였던 것일테다. 방금의 조금 섬뜩할지도 모르는 이야기로 미루어보자면, 신자의 위치를 알아내거나 그 장소에 바로 나타나는 것은 신에게는 일도 아닐테니.
그리고 곧 다음으로는 소지 바로 옆의 약지가 펼쳐진다. 그 희연 손에 있는 가장 작은 손가락 둘이 이렇게 나란히 펼쳐지니, 어쩐지 토끼와 같은 소동물의 솟은 귀를 연상시키는 것은... 단지 기분탓일까. 신은 계속해서 말한다.

"그리고 두 번째. 뭐, 어찌보면 이게 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만...
간단한 게다. 【그 녀석】이 들러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니라. 그대가 끝내 시체가 되지는 않았기에 아마 문제는 없을 게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유대】를 통해 운명을 조금이라도 묶어서 만약에라도 찾아 오는 걸 방지하고 싶었던 게다. 이런 건 확실한 편이 좋은 게야. ...그대는 아직 인간이지 않느냐. 숨이 붙어있는 동안엔 그런 것과 엮이지 않는 편이 좋느니라."

의미심장한 한 마디. 그리고 동시에 그 얼굴은, 정말 조금이었지만 진중한 얼굴이었던 것도 같다. 다만, 신이 그런 얼굴을 할때면, 진중함과는 별개로 새침스런 분위기가 따라오는 것 또한 사실. 그렇기에 전해져오는 말과는 달리, 흐르는 분위기는 그다지 무거움이 없는 것이다.

"이상이, 그대에게 맺혀져있는 【유대】의 개요이니라. 헌데 【유대】와는 하등 관계없을 그대의 그런 마음에 대해서는...
...뭐~ 네녀석도 역경을 극복하고나니 이제 이 인철신의 위대함과, 칼날의 고마움을 다시 알아봤다는 것 아니겠느냐? 훗후후~ 이번 만큼은 솔직하게 말해도 좋느니라! 그럼 특별히 몸소 쓰다듬어줄 수도 있다고~?"

과거에는 얼마나 뛰어났던 신인지는 몰라도, 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시 으스대면서 당신에게 자신의 명성에 대해 뻐겨오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또 약간은 능구렁이같기도 하다. 다른 신도 이런 모습이었던 걸까... 한 편으론 그런 의문이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새인가 풀 소리는 멎고- 드넓게 펼쳐진 평지와 강, 그리고 교역로가 보인다.
그것은 좋은 의미였다. 교역로가 있다는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 즉, 마을의 인간들- 혹은 마을이 근처에 있다는 신호였을테니 말이다. 게다가 둘이 향하고 있는 【엠버그루】 마을은, 최근 분주하게 지어져서 제대로 도니 상권을 잡기 시작했다는 모양이니. 이 사실에 대해서는 상인인 당신이 더욱 잘 알고있을 터였다. 그러니 좋은 신호다.
당신에 비해서는 짧은 다리 덕인지 걸음이 다소 늦는 신은 조금 뒤늦게 합류해서 당신의 곁에 선다. 신의 시야에도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그런 풍경이 단번에 들이닥쳤다.
깊은 저녁. '새벽'이라고 겨우 표현해야 할 만큼 무서운 어둠이 내린 밤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마치 땅에서부터 거꾸로 솟은 것처럼, 강에 반사되는 달과 별은 아주 선명토록 비춰지고 있었다.

"...그래. 이 내가 베어내는것 만큼이나 예리함이 없는 이상, 그렇게 사람의 마음이 쉽게 스러지는 일은 없는 게야."

신은 그 옆에서 그런 식으로 당신에게 화답한다.

218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03:41:48

신님의 입을 빌려 설명하다보니... 길어졌다...!
으음~ ㅋㅋㅋㅋ 만약 이해 안 간다면 대충 읽고 토코주에게 직접 물어봐도 되는 거야! 아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219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03:54:21

데박... 엄청 몰입해서 읽었어요! 아민주는 상황극 한정으로 답레 쓰면서 이전 레스를 열 번은 넘게 되읽거든요. 이번에도 역시 엄청나다! 새끼 약지 펼쳐서 토끼 만드는 신님... 으으으윽 아민주는 심장이 아파버리는 거예요~ 다채로운 배경 묘사도 일품이었다~
헉 그러고 보니 벌써 네시가 다 되어가요~ 결국 오늘도 토코주를 늦게 재워버리는구나... 저는 죄 많은 참치... 답레는 자고 일어나서 가져올게요~ 토코주도 얼른 주무셔야죠! 어제도 오늘도 일하는데 피곤할 것 같은데... 토닥토닥 자장가라도 불러줘야 잠드는 건가요~

220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04:07:09

후후후~ 이번에도 마음에 들었어? 토코주 은근 타율 높을지도...? ㅋㅋㅋㅋ 후후~
그리고 아민주 그렇게나 되읽는구나... 대단해~ 토코주도 가끔 생각날때 다시 지나간 레스들 읽어보긴 하지만, 그정도는 아니거든! 역시 아민주는 나이스~ 쓰담쓰담~
앗, 자장가 불러주는 거야~? 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 애어른은 아니니까 사양할래! 그렇잖아도 이번 레스만 쓰고 자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마음먹으면 5시까지도 가능이지만... 그러면 내일이 버겁긴 하네! 응!

221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04:14:13

답레를 매끄럽게 쓰기 위해서가 명분이긴 하지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으니까, 숙제 느낌이나 의무감 같은 게 들지 않아서 즐거운 거예요~
아민주는 슬슬 정신이 몽몽해집니다... 토코주도 얼른 주무시는 거예요~ 꿈에서도 쓰담담 해주시는 겁니다... 빠빠시~~

222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04:19:10

헤헤~ 재밌게 읽어준다면 그것만으로 무척 다행인거야~ 아민주가 재밌어해주면 토코주도 기뻐!
ㅋㅋㅋ 그래~ 취해서 몽몽해진 아민주도 빠빠시~ 내일 답레 기다리고 있을게~!

223 토코주 (YWKARZiFb.)

2023-11-30 (거의 끝나감) 12:51:40

응! 갱신할게~ 아민주는 아직 자고 있는 중이려나? 일어나서 밥도 제대로 챙겨먹는 거야~

224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13:02:55

토코주 안녕하세요~ 좀아까 일어나서 면접 갈 준비를 하고있었지요~ 밥은 다녀와서 먹을 거예요! 토코주는 늦게 자고 출근 괜찮은가요? 늘 걱정이네요~ 오늘도 힘내세요!

225 토코주 (YWKARZiFb.)

2023-11-30 (거의 끝나감) 13:13:18

핫...! 아민주 일어나 있었구나~ 면접가는 거야? 가는길 오는길 조심하구! 최선을 다하고 팍팍 돌아오는거야!
토코주도 그정도에 큰일날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안해줘두 돼 후후~

226 아민 - 토코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18:17:29

유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나요. 역시 토코시에 님은 귀여운 외모로 사람을 홀리는 악신이었던 겁니다- 소년은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소녀를 내려본다. 어두운 밤에도 선명한, 달빛이 내린 새하얀 머리카락이 유난히 곱다. 본질은 신이라지만 이토록 작고 가녀린 소녀의 품에 안겨 응석이나 부리고 있었다니, 아까의 일을 떠올리며 귀가 뜨거워져오는 것을 느끼는 소년이다.
'이 내가 베어내는 것만큼이나 예리함이 없는 이상, 그렇게 사람의 마음이 쉽게 스러지는 일은 없는 게야-' 이보다 더 안심이 되는 말은 세상 다시없겠지. 소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보다 환한 미소는 눈앞의 신이 부끄러워 달그림자 뒤에 숨어버렸지만.
소년은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 평지를 이루던 숲의 끝자락에 발을 딛고서 가파른 언덕 아래를 살핀다. 경사가 심하지만 바위 등의 장애물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쪼그려앉아서 자라난 풀과 흙을 손으로 만져본다. 언덕 아래의 강가 근처에까지 균일하게 분포한 풀은 어디에서나 자라나는 볏과의 잡풀이고, 낮 동안 햇볕에 잘 마른 흙은 알갱이가 고와 쉽게 바스러진다.
소년은 언덕을 한번 내려보고, 고개를 돌려 소녀의 발을 바라본다. 그냥 걷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나막신을 신고서 험하다면 험한 숲길을 잘도 따라온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지친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는 소녀. 겉모습은 마냥 여리게만 보여도 신은 신이라 이건가요-

"잠깐 이리 와보십쇼."

소년은 배낭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어 언덕의 시작점, 경사진 곳에 펄럭-하고 돗자리를 펴듯 깔아놓으며 소녀를 부른다. 사람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너비로 고르게 펼쳐진 것은 야영이나 할 때에 쓰이는 두껍고 빳빳한 천. 소년은 그 위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리며 소녀에게 여기 앉아보라 말한다.
잠시 쉬었다 가자는 건가- 이 새벽에 피크닉이나 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닐 테지. 소녀가 그런 의구심을 품고서도 소년이 시키는 대로 자리에 앉아주면 언덕 아래 드넓게 펼쳐진 평야와 그 한 귀퉁이를 가로지르는 넓고 고요한 강물이 한눈에 다가와, 달아래 너른 평원은 해밝은 낮의 풍경과는 색다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잠시 그 고독하리만치 평화로운 풍경을 눈에 담고 있노라면, 어느샌가 등 뒤로 다가온 소년이, 소녀의 작은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고는 툭-
소녀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소녀가 올라앉은 천 쪼가리가 마치 썰매처럼 가파른 언덕을 빠르게 미끄러져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귓가를 연신 스쳐가는 풀 소리, 얼굴에 부딪히는 시린 밤공기. 신에게도 심장이 있다면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잠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하지는 않았을까-
순식간에 강변에 다다른 소녀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자면, 뒤이어 우당탕탕- 소리와 함께 소년이 데굴데굴 굴러온다. 소녀의 뒤를 따라 두 다리로 버티며 미끄러지듯 언덕을 내려오던 소년이 중간에 중심을 잃고 시원하게 넘어져 버린 탓이다. 그럼에도 소년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몸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며 소녀를 바라보고 이가 보이도록 시익- 웃어 보인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운이 좋았네요."

소년은 물 위에 떠있는 주인 없는 나룻배를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소녀를 일으켜 세워 물가로 이끌어가고서는 주저 없이 훌쩍 뛰어서 배 위에 올라타는 것이다. 짐이나 날아 시르던 작달만한 나무 배는 물 위에서 이리저리 넘실거린다. 행여나 소녀가 배에 오르기 어려울까 배의 한 귀퉁이에서 소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손을 내밀어 보이는 소년이다.
소녀마저 배에 올라타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소년은 목적지를 등지고서 찬찬히 노를 저어가기 시작하겠지. 참방- 참방- 소리가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잔잔하게 퍼져간다. 한동안은 이렇게 마주 보고 있어야겠지-
웃음기를 거두고 마주 앉은 소녀의 어깨너머, 강 건너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묵묵히 노를 젓는 소년이다. 입을 다물고 한곳을 바라보는 소년의 표정은 세상을 달관하기라도 한 양 평온하기만 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 치 앞을 모르는 여로에서, 주저 없이 앞길을 나아가는 소년의 모습은 신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달이 바라본 소년의 얼굴은 아직 애티를 벗지 못했지만.

"토코시에. 【그 녀석】은 무얼 말하는 거죠? 숨을 거둬가는 사신이라도 되는 겁니까?"

얼마간의 침묵을 깨고 소년이 묻는다. 소년은 눈동자만 데굴- 굴려서 소녀의 눈을 바라본다. 소녀가 아까 그렇게 성을 내었건만, 소년은 끝내 '님'자를 붙여주지 않는다. 떽떽거리는 모습이 그리도 귀엽게 보였던가-

227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19:49:16

핫ㅋㅋㅋ 피곤했는지 깜빡 잠들었네요~ 덕분에 면접은 잘 보고 돌아왔어요! 만약 채용되면 다음주 주말부터 출근이니까... 아직 당분간은 토코주와 많이 놀 수 있어요!

228 토코 - 아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19:50:09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바라보면 시선이 느껴지는 모양인지, 신은 그런 당신이 의문스럽게 느껴지는 까닭에 고개를 기울였다.

"...? 무엇이느냐. 아까부터 그렇게 보고... 할 말이 있다면 하는 것이 좋은 게야."

신이라고 하더라도 한 길 사람 속을 알리라는 법은 없는지, 당신이 속으로만 품고있는 그런 발칙한 생각을 알아채는 일 없이 그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어둠과 잿빛 머릿칼에 가려진 당신의 달아오른 귀도, 마찬가지로 알아채는 일은 없었다. 날붙이 신은 여전히 반뜬눈을 하고 당신을 의문스레 바라보며 곁을 걸었다.

"호요? 무슨 일인 게로고?"

그러는 한편, 신자가 부르는 말에는 바로 반응하여 바로 당신에게 의심없이 다가갔다. 이러니 저러니 하더라도, 당신은 하나뿐인 신자였으니 말이다. 무려 그 신 자신이 직접 선택한 -달리 수가 없었다곤 하더라도- 이 시대의 첫 번째 신자. 그것이 당신이었다.
그러나 그런 걸 당신이 전혀 자각하고 있을 리는 없다. 만에하나 그런 자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평상시의 언행이 그렇게 간단히 바뀔리는 없는 것이다. 상대가 신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호욧...!?"

아무 의심 없이 당신이 말하는 대로 천 위에 다리를 틀어 정자세로 앉은 신을, 당신은 주저도없이 경사에서 밀어낸다.
그렇지만 의외였을까, 신은 내려가는 순간에만 그런 짤막한 소리를 낼뿐, 비명따위는 내는 일없이 돗자리에 탄 채로 아주 간단하게 경사를 미끌어지며 내려간다. 그리고 부딪히는 바람은 신의 긴 머리칼을 마치 궤적의 형태로 늘어트린다. 그렇지만 그런 태도가 '의연'과는 다른 것 같다.
엄연히 따지자면 그것은,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굳었다'...라고 하는 것에 조금 더 가까운 것이겠지. 신은 그렇게 침묵된 채로, 빳빳하게 경직된 몸으로 아래 끝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얼었던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무, 뭐어. 조금 정도는...? 탈 만했던 것 같구나. 흐음흐음. ...가 아니라! 이런 걸 할 때는 미리 말이라도 해주는 게다! 하마터면 놀라서 키즈나타치로 도로 돌아갈 뻔했지 않느냐~!! ...콜록!"

그렇지만 역시- 과정이 어땠느냐와는 별개로 말도 없이 신을 밀치고 장난스레 웃어보이는 신자놈이 괘씸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 그러나 마지막에 와서는 그것조차 채 잇지 못하고서는 기침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마도 큰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힘에 부치는 것이겠지. 신은 손등을 가져가 입가를 조숙하게 훔치며 당신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말이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장난을 치라는 말이다. 그러다 크게 다쳐도 난 모르는 게야!"

그러더니 이번엔 흙먼지가 된 당신을 손으로 팡팡 털어주는 것이다. 걱정과 원망이 반반씩 섞인 것이, 작은 손이지만 꽤나 매섭다. ...우스운 일이지만 순간 이런 손으로 이런 정도의 박력이라면, 제대로 맞으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무사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됐을지도 모른다.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촐랑대며 저먼저 배 위에 올라 탄 당신을 따라가서는, 손을 잡고 올라타 "흥." 하고 콧방귀 할 뿐이었다.
그렇게 배는 유유자적하게 수면 위를 미끌어져 나아갔다. 방금 아민이 꽤한 간이 어트랙션과는 상당히도 다른 상황이다. 신은 별들이 반사되는 작은 강을, 신자가 모는 나룻배로 건너고 있는 이 상황이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는지- 당신과 마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의 모퉁이를 손으로 붙잡고서는 이따금씩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님'을 붙이는 게다! 그대 앞에 있는 것은 네놈의 신 되는 자라고 막 알려준 참이지 않느냐, 이 바보 신자 녀석!
...파하- 네 녀석은 정말이지, 섬세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게로구먼... 어쩌다 이런 놈이랑 엮이게 되었는지 내 팔자도 원..."

그러나 그런 것도 아주 잠시였을 뿐이고, 끝끝내 자신의 가르침을 따라주지 않는 신자놈과,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신생(神生)마저 원통스럽게 느껴지는지 실망스런 눈이 되어 고개를 젓는 것도 당신의 앞에 있는 신. 인철신(刃鐵神)이었다.
그런 신은, 이런 이야기는 조금 꺼려지는 듯이 역시 머뭇거리는 눈치였지만. 어차피 당신이 먼저 화두를 던진 것이고, 이대로 두어도 딱히 수가 없다고 느꼈는지 이내 입을 다시 때며 곧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말대로이니라.
―'사신'. 정확히는 【죽음과 되풀이의 신】이니라. 그런 주제에, 네 녀석 인간들은 너무 그 이름을 너무 가볍게 올리는 경향이 있는 모양인 게지만... 설령 신 나부랭이들조차 두려워하며 피하는 게 바로 【그 녀석】이다. 주의하는게 그대의 남은 운명을 위해서라도 좋은 게다. 뭐, 말은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그대가 평생 놈을 마주칠 수 있는 기회는 말 그대로, '죽었을 때' 정도뿐일테지만 말이다."

229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19:52:26

아민주 잘 잤어? 겨울에 하는 낮잠만큼 단 것도 별로 없긴하지~ ㅋㅋㅋ 응, 잘 다녀왔구나! 수고 한 거야~ 쓰담쓰담~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다~ 확실히 아민주가 다시 출근 할 때까지 남은 시간 동안 실컷 놀아두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후후.

230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20:08:52

음음~ 잔잔한 느낌 너무 좋아요...
답레는 좀 이따 가져올게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 토코주~

231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20:33:05

응~ 다녀와서 보자!

232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22:40:08

토코주~ 정말 죄송한데 약속이 길어지게 되어서,,, 답레는 내일 가져와도 될까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힝잉.....

233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22:48:03

괜찮은거야~ 여유 있게 놀다오라구 아민주~

234 아민주 (UpezTrGegs)

2023-11-30 (거의 끝나감) 22:57:37

그럼 놀다 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아니 왜? 어째서 허락을 받고 있나요 저 잡혀사는 참치도 아닌데! 와중에도 토코주가 레스를 올리지 않을까 살피고 있었다고요? 흠흠 토코주가 뭔가 아민주에게 주술?을 걸어놓은 게 아닌가?! 아민주는 토코주에게 홀려버린 건가요!! 라기보단 기다리게 해서 마음이 쓰이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럼... 오늘은 아민주 다녀오겠습니다! 토코주 좋은 밤 되시구 이따가 이쁜 꿈 꾸세요~ 항상 고마워요

235 토코주 (WSPEVeIvGk)

2023-11-30 (거의 끝나감) 23:24:51

ㅋㅋㅋㅋㅋ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민주를 휘어잡고 있었다...?! (주술 준비)
응응, 아민주도 재밌게 놀다 오는 거야~ 다녀와서 푹 쉬구 다시 놀아주기~!

236 토코주 (frOd4oPaTs)

2023-12-01 (불탄다..!) 12:53:57

갱신인거야~ 아민주는 잘 다녀왔으려나? 일어나면 오늘도 맛있는 거 챙겨 먹는거야!

237 아민주 (vk91fHkYLw)

2023-12-01 (불탄다..!) 13:20:34

좋은 오후예요 토코주~ 잘 다녀왔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아민주는 뭘 먹을지 고민이네요~ 답레 쓰다 보니까 시간 훌쩍 가버리고...
그럼 남은 하루도 힘내세요~ 답레 올려둘게요~!

238 아민 - 토코 (vk91fHkYLw)

2023-12-01 (불탄다..!) 15:04:16

소년이 노를 저으며 뚱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뿐인 신자를 그렇게 바보 취급 해도 되는 겁니까?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는 건 너무 부담스럽단 말이에요. 마음속으로 붙여줄 테니까 묵음이라고 생각해 주면 안 됩니까? 토코시에."
'님.'
"어때요. 들렸나요?"

소년은 【죽음과 되풀이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도 표정의 변화가 없다. 오히려 뭐 대수로운 일이냐는 듯이 대꾸하는 것이다.

"원래였다면 그런 거 안 믿는다고 했겠지만. 눈앞에 버젓이 신 님이 있으니까 믿을 수밖에 없겠네요. 죽었을 때에나 그 녀석인지 뭔지를 마주치는 거라면 걱정할 거 없잖습니까? 안 죽으면 되잖아요."
"사람은 언젠가 죽습니다. 당장 내일 죽는다는 것이 운명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받아들여야겠죠. 그런 걸 신경 쓰고 두려워하기엔 저희 같은 인간들은 당장 먹고사는 게 더 바쁘다고요."

소년은 노 젓는 것을 멈추고 물가에 배를 대기 위해 뒤를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한마디 덧붙인다.

"그리고, 죽는 것보단 아픈 게 더 무섭습니다."

어느새 강 건너편에 도착한 배가 서서히 멈춰 서고, 소년은 이번에도 저 먼저 풀쩍 뛰어내려선 자연스레 소녀에게 손을 뻗는다. 소년은 배에서 뛰어내리는 소녀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아마도 오래도록 잊을 수 없겠지.
두 사람의 앞엔 최근까지도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이 있는 교역로가 길게 뻗어있다. 굽이진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목적지인 엠버그루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테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네요. 빨리 여관에 가서 자고싶다...."

장도를 품에서 고쳐안은 소년은 하품을 하며 느린 발걸음을 떼어놓는다. 하늘의 한구석이 쪽빛으로 물들어오고 있었다.

239 토코 - 아민 (pFYNvBSq8I)

2023-12-01 (불탄다..!) 17:33:44

"들릴 리가 없지 않느냐! 이 장사치 놈~! 제대로 말로 하라는 게야!"

당연하지만, 당신이 모시기로 한 것은 칼의 신. 딱히 독심의 신같은 것은 아닌 것이다. 격식이라도 차리며 기도했다면 모를까, 노를 저으며 마냥 적당히 하는 생각이 닿을리는 만에 하나라도 없는 것이다.
[신조차 모르는God Unknows 것]은 있다. 이 세상의 일은 그렇게 형편 좋게 꾸며져 있지 않다는 것이겠지. 신은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력하게 배 위에 털썩 앉아버린다. 그러더니 별로 두려운 기색도 없는 당신의 말에 이렇게 대꾸한다.

"하여간, 방금 아픈 꼴을 넘어 죽는 꼴 당할 뻔한 녀석이 말은 잘 하는게로구나. 그렇지만 그건 네가 방금 죽음의 운명에서 가까스로 건져졌기 때문에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니라.
주제에 당찬 대답은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만, 네놈은 오해하고 있구나. 확실히 그대의 말처럼 인간이 막연한 죽음보다 두려워 해야할 것은 많겠지... 그러나 내가 지금 이야기 하는 것은 조금 다른 예외의 경우."

"만약, 아직 죽을 운명도 아닌 자에게 【그 녀석】이 들러 붙어온다는 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혹시 있었을지도 모르는 만약의 경우.
당신이 동굴에서 쓰러졌을 때, 만약에 이미 강을 건넌 뒤였다면, 숨 하나 차이를 놓쳐버리고 말았다면, 그리고 토코시에 신이 그것을 강제로 되돌렸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자'라고 해야 좋을까, '죽은 자'라고 해야 좋을까?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운명이라고 한다면, 그건 대체 어디로 어떻게 향하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건, 자신이 스스로 정하고 받아들인 운명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말 없이 당신을 바라보는 눈은, 한 밤 중의 강 위에서도 여전히 올바른 붉음이었다.

"놈은 끈덕지다고? 죽음이라고 하는 녀석은 모시는 신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 '님' 자도 안 붙여주는 건방진 신자를 봐주는 나 만큼 융통성이 있지 않다는 게다. 그러니 감사하는 게야! 아민."

고집스럽게도 마지막까지 그것을 일갈로 함으로써 당신에게 붙인 뒤, 배에서 뛰어내려 다시 지면을 밟는다. 워낙에 작은 몸에 땅과는 단차가 조금 있었기에, 폴짝하고 뛰어야했다.
엠버그루 마을까지는 앞으로 금방이었다. 길을 따라 마냥 걷기만 하면 그만이니, 출입구까지 도달하는 것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둘이 엠버그루의 마을에 다 다르자, 그 앞에 있는 갑옷을 입은 남자 둘이 창으로 당신과 신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커져가는 마을이다. 이미 경비대가 배치 된 것 같았다.

"이 새벽 중에 누구냐. 모험가인가?"
"멍청한 놈! 팔에 두른 저걸 잘 보라고. 저건 상인의 증표잖냐."
"과연, 조합의 떠돌이 상인인가..."

무쇠 헬름의 안쪽으로 눈동자가 굴러가더니 팔에 찬 완장으로 시선이 향하는 것을 당신은 느낀다. 그 경비대원은 이내 창을 치우는 싶더니, 현재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눈에 띌 만한 것을 두 가지 물어왔다.

"그런데, 그 '아이'와 '막대기'는 뭐지? 무기인가?"

그때였다.
정작 흐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그러나 이미 매우 익숙한- 따가운 공기가 당신의 옆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은. 이런 찌르는 듯한 기백을, 이런 대목에서 내뿜을 수 있는 존재는 여기서 하나 밖에 없었다.
당신 곁에 있는 신은 순식간에 퍽이나 심기가 안 좋아졌는지 흐린 낯빛 위에 이미 칼날처럼 매서워진 눈매를 하고서는, 그 안의 붉은 눈동자도 마치 불꽃이라도 지펴진듯이 일렁거리고 있다.
그 시선이 향하고 있는 끝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경비대원이 서 있었다, 라는 것은... 말할 필요 조차도 없으리.
일촉즉발이라는 상황이라는게 바로 이런 것일테다. 긴장이 감도는 공기 속에 뭔가 일어나기 전에, 당신이 어떻게든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여관은 둘째치고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정도면 다행이고, 구속을 면할 수 없게 될 것 같으니.

240 토코주 (pFYNvBSq8I)

2023-12-01 (불탄다..!) 17:37:29

응, 아민주 어서와! 나도 답레 써서 올려뒀다구~ ㅋㅋㅋ 놀다 와서 피곤 하진 않으려나? 괜찮아? 그것도 그렇고 점심을 지나 벌써 곧 저녁시간이네...
이번 답레는 엠버그루 마을까지 조금이고 해서, 내가 앞까지 이어봤어! 이 편이 조금 더 빠르지 않으려나~ 싶어서 말이야. 괜찮았으려나!?

241 아민 - 토코 (eYVvB.YXI.)

2023-12-01 (불탄다..!) 19:13:03

소년은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도 옆으로 슬쩍 비켜서며 소녀와 경비대원 사이를 반쯤 가로막듯 하고는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살갑게 말을 붙이는 것이다.

"아하하. 새벽부터 고생이 많으심다. 이건. '막대기'는 아니고- 일종의 예물인데, 위험한 물건은 아님다. 이것 보십쇼. 이렇게 긴 칼을 누가 제대로 뽑기라도 할 수 있겠슴까? 너무 길어서 배낭엔 들어가지도 않고. 상당히 값진 물건이라 이렇게 소중히 안고 다니고 있었슴다. 그리고 이 '아이'는- "

키즈나타치는 분명 두 사람을 가로막은 경비대원이 보기에도 자신의 키만큼 커 보였기에 간단히 의심을 거둘 수 있었을까- 품에 안은 장도를 가볍게 고쳐안으며 위험한 물건이 아님을 확인시킨 소년은 뒤에 있는 소녀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이미 몇 번이고 혼나보았지만 이 정도로 매서운 눈빛은 소년에게도 처음이었다. 소년은 짧은 시간동안 머리를 파팍 굴리기 시작했다. 이 이상 신 님을 자극하는 것도, 경비대원의 의심을 사는 것도 곤란하지. 대체 뭐라고 둘러대면 좋을까- 여동생? 모험가? 여동생? 모험가? 여동생-?

"...아이가 아니라 모험가님임다. 엠버그루로 오던 중에 야인 무리에게 습격당한 저를 구해주신 아주 감사한 분이시죠. 그리고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동행을 해주신검다. 그보다 중간 교역로에까지 마물이 출몰할 정도면 영역이 상당히 넓어진 것 같던데 마을은 별일 없었슴까? 토벌군은 대체 뭘 하는건지- 외진 곳이라고 대우가 너무 소홀한 거 같슴다. 우리같은 장사꾼은 어떻게 살라고- "

들으라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쉰 소년은 장도를 끌어안은 채로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쯧쯧 혀를 찼다. 자연스레 화제를 돌리기는 했지만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러고는 배낭을 뒤져 돈주머니를 꺼내더니 동화를 몇 닢 꺼내어 경비대원들의 손에 척척 쥐여주려 하며 능청스레 덧붙이는 것이다. 주점에서 에일 두어 잔은 마실 수 있는 돈일까.

"하아아- 밤새 걸어왔더니 너무 피곤함다. 혹시 근처에 괜찮은 여관 없슴까?"

242 아민주 (eYVvB.YXI.)

2023-12-01 (불탄다..!) 19:16:08

토코주 안녕하세요~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이제 주말이네!
완전 좋아용 경비대원이 막아서는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굿귯!
대화하면서 이동하니까 벌써 엠버그루까지 슉슉 와버렸네요~ 진짜 여행하는 거 같다!

243 아민주 (eYVvB.YXI.)

2023-12-01 (불탄다..!) 19:18:19

앗 중간에 말 빠졌다 잠깐만요 토코주!

244 아민주 (eYVvB.YXI.)

2023-12-01 (불탄다..!) 19:23:47

>>241
"...아이가 아니라 모험가님임다. 엠버그루로 오던 중에 야인 무리에게 습격당한 저를 구해주신 아주 감사한 분이시죠. 그리고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동행을 해주신검다. 그 왜 가끔 엄청 동안인 사람들 있잖슴까. 이래 보여도 나이가 엄청 많으시다고- "
"...흠흠. 그보다 중간 교역로에까지 마물이 출몰할 정도면 영역이 상당히 넓어진 것 같던데 마을은 별일 없었슴까? 토벌군은 대체 뭘 하는건지- 외진 곳이라고 대우가 너무 소홀한 거 같슴다. 우리같은 장사꾼은 어떻게 살라고- "

245 토코 - 아민 (pFYNvBSq8I)

2023-12-01 (불탄다..!) 20:17:26

당신은 마치 위험물을 취급하듯 신의 앞을 가로막으며 이내 변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물론 그 말 100 퍼센트 모든 것이 진실은 아니었기에, 적당히 둘러대는 것은 맞았다. 그러나 이러지 않는다면 어느쪽이든 피곤한 선택지 밖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었기에, 이쪽이 훨씬 수지맞는 선택이었다.

"모험가, 라고...?"

당신의 말을 들은 경비대원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나름대로 납득은 한 눈치지만, 아직 걸리는 것이 남아, 의심이 모두 떨어져나가지 않은 눈이었다.
하지만 믿기는 어려워도, 혹시라는 것이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다는 말에는 트집잡기 어려운 모양인지 "실례했군." 하고 말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둔다. 거기서 당신이 동화를 꺼내어 앞의 경비원 둘의 손에 쥐어주려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역효과였다.

"...미안하지만, 뇌물은 받지 않고 있―"
"하하하, 이 친구가 왜 이래?!"

정확히는 그렇게 될 뻔했던 것이지만. 옆에서 보고 있던 다른 경비대원이 동료에게 거칠게 어깨동무를 해오며 말을 가로채갔다.

"은화도 아니고 동화야, 동화! 이정도는 뇌물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양이라고! 아니면 자네 눈에는 이 장사꾼과 모험가님께서 이런 작은 마을에서 무슨 큰 문제라도 일으킬 것처럼 보이나?"

당신을 가로막던 경비대원은 다시 당신 둘에게 눈을 돌린다. 돈은 그러다 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소년과 소녀...처럼 보이는 인물들일뿐이다. 장사꾼과 모험가는, 그다지 드문 것도 아니기도 하다. 그제서야 그, 경비대원은 침묵했고 그 사이에 동료보다는 좀 더 말라보이는 경비대원이 대신 살갑게 길을 터주었다.

"이거 원, 오래 붙잡아 두고 있어서 미안하군! 어서 지나가라고. 그리고, 여관은 아무래도 【스왈로테일】을 추천하지. 뭐, 새 그림이 있는 간판만 찾으면 금방이니까 여기서 동서쪽으로 가다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작은 소동이 있던 출입구를 등 뒤로 하며 당신은 나아간다. 신도 물론 그 곁을 나란히 걷는다.

"흥, 겁쟁이 녀석."

...그렇지만 뾰루퉁한 얼굴을 보면, 아직도 방금의 무례에 기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 괜한 불똥은 당신에게 튀었다.

"그냥 말해버리면 되는 것 아니더냐! 네 녀석이 모시는 '신'이라고 말이다."

246 토코주 (pFYNvBSq8I)

2023-12-01 (불탄다..!) 20:18:58

후후 굿굿이면 다행이네! 아민주도 이번주 고생 많았어~ 주말에는 더 열심히 주고받아볼까~!
ㅋㅋㅋㅋ 그러게~ 그래도 아직 시작한 참이지만, 진짜 모험감성 물씬이라서 좋은 거야!

247 아민 - 토코 (dng7vk3RP2)

2023-12-01 (불탄다..!) 23:35:28

살갑게 길을 터주며 여관이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경비대원에게 감삼다- 고생하십쇼 하고 싹싹하게 인사까지 하고서는 사람 좋은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소년이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뾰로통한 소녀만큼이나 소년의 얼굴도 썩 좋지는 못해 보인다. 사람을 상대할 때의 생글생글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세상 피곤하다는 얼굴이다.

"나라고 그러고 싶어 그랬습니까. 작금의 세상이 어떤지 신 님도 잘 알잖습니까. 신 님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여신교가 지금 대륙 종교의 주축이란 말입니다. 그 앞에서 함부로 '신'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간 사이비(似而非) 취급이나 당하면 다행이지 자칫하면 이단(異端)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고요."
"신 님이 동굴에 얼마나 잠들어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지금 당신들이 두렵다 말하는 '그 녀석'보다 무서운 게 '이단 심문관'입니다. 잘못 걸리면 곱게 죽진 못할 테죠. 괜한 오해를 살 바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체하는 게 상책입니다."
"...바보같은 겁쟁이 신자라서 미안합니다- "

안전지대에 도착해서 긴장이 풀린 탓일까- 그렇게 떽떽거려도 주눅들지 않던 소년의 목소리가 어쩐지 시무룩하다.
소년은, 소녀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그렇게 거리를 걷다 보면 아까 경비대원이 일러준 것처럼 새가 그려진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스왈로테일'이라고 했던가-

"여긴가 봐요. ...조금 쉬고 싶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여관 문을 밀고 들어가는 소년이었다.

248 아민주 (dng7vk3RP2)

2023-12-01 (불탄다..!) 23:37:18

늦어서 미안해요~ 음음 아민주도 열심히 힘내볼게요!

249 토코 - 아민 (fsOOcxDS.w)

2023-12-02 (파란날) 02:23:16

당신은 조금 힘이 빠진 기색으로 중얼거린다. 짧은 시간 안에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지친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 배를 젓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을 테고, 한참을 걸어서 경비대원을 설득해야 했다. 무엇보다 당신은, 죽음에서 간신히 되살아났다. 그리고 당신에게 순식간에 생겨버린 새로운 동료. 당신이 원했든 그러지 않았든간에― 그 옆에 따라 걷고 있는 것은 명백한 당신의 주신(主神).

"모르는 게다, 작금의 세상 같은 건."

그런 신은, 퍽 뻔뻔한 얼굴을 하고서 당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뻔뻔하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것 말고는 여기서는 달리 해줄 대답이 없다는 듯이 보인다.

"나는 그대가 오기 전까지는 잠들어 있던 몸이라고? 그리고, 앞으로도 잠들어 있을 예정이었던 게다. 사이비니 이단이니 알 리가 없지 않느냐.
그렇지만... 일그러진 신앙이 생기는 것은 어느 때, 어느 시간이라도 똑같은 모양이구나. 흐음.
...뭐, 그대의 사정을 완전히 모르겠는 것도 아니니, 이번은 용서해주겠느니라."

그렇게 둘은 경비대원이 알려준 방향으로 계속해서 말 없이 걸었다. 당신도 지친기색에 딱히 소녀에게 말을 거는 일은 없었고, 소녀의 모습을 한 신은 이 근방 엠버그루의 거리가 꽤나 새롭게 다가오는지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걷는 것이었다. 그런식으로 막힘없이 계속해서 걸어나아갔기에, 【스왈로테일】은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끼익―

"어서옵쇼- 상인님, 그리고... 특이한 모험가님-"

나무문이 마찰하는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당신과 신은 문의 안 쪽으로 들어섰다. 막 들어왔을 뿐인데도 훈훈한 열기가 당신을 콧등부터 감싸안아, 제대로 찾아 왔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당신들을 맞아주는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이었다. 그는 나른한 눈과 말투로 당신, -특히 당신 곁의 신- 을 번갈아 보더니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일반 방은 하나에 은으로 여덟- 고급 방은 금으로 하나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관 주인이 내놓은 금액은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이다. 물론, 구태여 '좋은 방'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면 말이다.

"아민!"

그런 그때에 당신의 이름이 불려진다. 또한 동시에 당신은 묘한 감각도 들고있지 않았을까.
아닌게 아니라, 감각의 정체를 알기 위해 고개를 돌려보면 신이 당신의 옷자락을 손 끝으로 꾹꾹 잡아당기며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계속해서 말 없이 지이이- 보내오는 묘한 시선. 그렇게나 끈질긴 시선.
그 '시선'이 의미하는 바는, 여기서는 한 가지 밖에 없을 것이라고... 당신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테였다.

250 토코주 (fsOOcxDS.w)

2023-12-02 (파란날) 02:25:09

늦은 건 괜찮은 거야~ 토코주도 엄청 늦었으니까 ㅋㅋㅋㅋ ㅜㅜ...
지금은 자고 있으려나~? 만약 그렇다면 좋은 꿈꾸고, 내일 또 보자~!

251 토코주 (cfGFJPQk0s)

2023-12-02 (파란날) 13:51:37

갱신 하는 거야~ 아민주 오늘도 주말이니까 맛있는거 먹구~ 좋은 하루 보내자!

252 아민 - 토코 (K5dJWWYNlg)

2023-12-02 (파란날) 15:33:30

1층에 식당을 겸하고 있는 여관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제법 넓은 면적의 홀에 말끔한 목제 테이블이 듬성듬성 놓여있고, 카운터 뒤편으로 자리한 주방에서는 화구의 따듯한 열기와 함께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가 풍겨 나온다. 개중에는 벌써부터 아침식사를 하는 객들이 몇몇 테이블에 앉아있기도 하다.
주인장의 눈에는 이 아이가 적당히 모험가로 보이는 건가요- 여관에서의 혼숙이야 흔한 일이라지만, 역시 너무나도 어려 보이는 신 님의 외모가 마음에 걸리는 탓에, 저와 소녀를 번갈아 바라보는 주인장의 시선이 영 탐탁잖게 느껴지는 소년이었다.
괜한 오해는 하지 말아 달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주화를 헤아리는데, 소녀가 옷자락을 꾹꾹 잡아당기며 묘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이다. 여관 카운터에서 어린애가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스탠스로 올려다보지 말라고요- 저 사람 분명히 오해하고 있을 거라고. 밥 먹던 사람들도 힐끔힐끔 쳐다보잖아.

"알겠다고요..."

소년의 눈빛이 점점 흐려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의중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어려운 끈질긴 눈빛에, 하느작거리며 주인장을 올려보던 소년은 주섬주섬 금화 한 닢을 꺼내어 카운터 테이블에 올려놓고서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것이다.

"아하하. 고급 방으로 하나 주시죠."

호기심에 두 사람을 흘끔거리는 시선 외에도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눈이 하나 더 있었으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가려져 소년이 눈치채는 일은 없었던가-

253 아민주 (K5dJWWYNlg)

2023-12-02 (파란날) 15:34:34

토코주 안녕하세요~ 객실 들어가는 부분까진 써보려고 했는데 잠깐 외출할 일이 있어서요~ 금방 돌아올게요! 토코주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254 토코주 (fsOOcxDS.w)

2023-12-02 (파란날) 15:55:19

아민주 잘 잤어? 쓰담쓰담~ 응, 답레 쓰고 있을 테니까 팍팍 다녀와!

255 토코 - 아민 (fsOOcxDS.w)

2023-12-02 (파란날) 16:50:52

당신은 마치 포기한듯이 알았다고 말하며 순순히 여관 주인에게 금화 하나를 내민다.

"훗후후~"

그 모습에 화답하듯, 신은 만족스러운 눈치로 눈웃음 짓는다. 주변의 시선이나 수근거림 같은 것은 아랑곳도 하지 않은채 원하는 것을 얻어내어 마냥 기분이 좋은 것이겠다. 금화를 받아든 여관 주인은, 그런 당신과 신을 바라보던 눈을 지그시 감고서는, "편히 쉬십시오-" 하는 속을 알기 어려운 말과 함께 열쇠를 건넬뿐이었다.

.
.
.

"여기가 인간 놈들이 머무는 방인 게로구나!"

방을 연 것은 당신이지만, 방 안으로 먼저 발을 들인 것은 동행하는 신이었다. 옆에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자 당신이 무어라 할 새도 없이 쏜살같이 들어가버렸다.

"어디어디...~ 흐음흐음."

그런 신이 곧장 직진한 것은 침대쪽이었다. 단순히 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위에 배를 깔고 올라타서는, 좌로 우로 한 번씩 뒹굴거려 보기도 하고, 괜스레 양 주먹과 양 발을 서로 번갈아가며 움직여 시트를 가볍게 통통 두들겨 보기도 하는 것이었다.

"호요~! 훗후후후. 아민, 이 침대 녀석은 마음에 드는구나! 폭신폭신한 것이 잠이 잘 올 것 같은 게다!
헌데, 고급 방이라는 것치고는 꽤나 다른 운치는 평범한 것이 아니더냐? 이 침대라는 것도 결국 하나 밖에 없고 말이다. 어차피 금 하나 정도의 값이라는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금 하나라곤 해도,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있어서 절대 작은 돈은 아닐 것인데. 게다가 이 방도 객관적인 시선으론 그렇게 후미진 편은 아니었다. 아무튼간에 신의 경제관념은 영 이상하다.
아무래도 그 신은 칼과 제철의 신일 뿐으로- 돈과 경제의 신은 아니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설사 그런 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똑같이 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신은 돌연 엎어져있던 몸을 일으키더니, 침대에 다소곳이 걸터 앉은 몸을 하고서는, 넓게 펼친 손으로 자신의 옆을 가볍게 팡팡 두 번 내려치는 것이었다.

"아민이여. 여기 앉아 보거라."

그 시선은 다른게 아니라 당신을 향하고 있었을 것이다.

256 아민주 (K5dJWWYNlg)

2023-12-02 (파란날) 18:54:13

아앆 신님 너무 귀여운거 아니냐고요 ㅋㅋㅋㅋㅋ
참 하나 정하구싶은 게 있는데요~ 금전가치도 살짝 정해두면 좋겠지 싶어서요~
보통은 편의상 1금화 = 10은화 = 100동화 정도로 책정하던데
옛 로마에서는 1금화 = 25은화 = 100(or200)동화 였다고 하더라구요.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저는 아래쪽이 맘에 드는데~ 지금 일반 방이랑 고급 방도
8은화짜리 일반방이랑 1금화짜리 고급방이니까 약 3배정도 차이이고~ 현대식으로 하면 호텔과 모텔의 차이쯤 나겠다 싶은데~ 어떨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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