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돌이 장사꾼의 대단하신 짐】 『가장 어두운 때라도 검의 끝이 항상 올바른 곳으로 향하도록 이끌고, 차가운 바위와 모래가 이윽고 뜨거운 날의 형태로 이 땅 위에 솟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인간들에게 배푸는 것. 그것이 칼과 제련의 신, 가장 오래 된 도구의 신이다. 인철신, 혹은 날붙이 신이라는 이름으로도 사람들의 입에서는 드물게 오르내리고 있다.』
>>2 【칼과 제련의 신을 모시는 모험가】 『본업은 물건을 싼값에 구매하고 비싼 값에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방랑상인. 현재는 파를 상인조합 소속이다. 은연중에는 돈을 벌기 위한 여정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는 자유로운 모험을 꿈꾸고 있다. 불행했던 과거를 원망하기보다는 그저 세상에 순응하며 무던히 살아갈 뿐이다. 원래 이런 세상이니까. 그러나, 순응은 하지만 이 세상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열쇠를 받아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주인장이 일러준 객실로 들어서면- 제법 너른 공간에 새것으로 보이는 침대와 수납장, 큼지막한 거울이 올라간 화장대가 자리해있다. 고급 방이라기엔 휑-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구들도 비교적 새것이고 확실히 잠만 자라고 해놓은 것처럼 낡아빠진 침대와 퀴퀴한 냄새가 나는 허름한 객실보다야 고급이라면 고급이겠지. 방문이 열림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도도도- 방 안으로 달려들어가선 냅다 침대에 뛰어드는 신. 침대 위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이리저리 뒹굴고 손발을 까닥이며 시트를 통통 두드려대는 모습은 영락없이 순수한 어린 소녀의 것이었다.
"그리도 좋으십니까- "
소년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일반 방으로 잡았다면 신이 어떤 반응을 했을까를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한숨이 폭- 나온다. 주인장에게 미리 물어봤어야 하나. 침대가 하나뿐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장도와 배낭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어서 한쪽에 걸어둔 소년은 제 어깨를 더듬으며 상태를 살폈다. 상의의 어깨 부분은 분명히 크게 찢어져있는데 그 사이로 비치는 살갗은 흉터 하나 없이 멀쩡하다. 팔을 이리저리 돌리고 어깨를 움직여봐도 전혀 거북한 느낌이 없다. 신이 자신을 치유해 주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역시 현실감이 들지 않는 것이다.
"?"
소녀의 부름에, 그 앞에 선 소년은 고개를 갸웃하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제아무리 사심이 없다고 해도 별안간 침대 옆자리에 앉아보라고 하면 소년도 긴장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평소답지 않게 다소곳이 앉아있기까지 해서는- 굳이 침대에 앉아야 하나를 고민하던 소년은, 그러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를 빤히 알고 있었기에 머뭇거리며 소녀의 옆자리에, 조금 떨어져서 걸터앉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신의 부름에 응하여 침대위에 똑같이 걸터앉는다. 다만, 거리는 조금 멀찍하다. 대략으로 해서 팔 하나 차이였을까.
"...아민, 이 거리는 무엇인 게냐. 죽음도 무섭지 않다는 놈이 내가 그렇게나 무서운 게냐?"
신은 영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금세 또 얇아진 눈매로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야 그럴 것이다. 소녀는 날붙이의 신이었다. 무언가를 꿰뚫고 자르는 것만이 그녀의 존재 의의. 힘이 만약 강했었다고 한다면, 정말 눈빛만으로 뚫릴지도 모른다- 고, 당신은 무심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신은 이내 숱많은 눈꺼풀을 닫아, 폭 포개며 큰 숨을 짧게 내쉬었다.
"나는 네놈이 앞으로 모실 주신이니라. 헌데 사내 놈이 그리 무서워해서야 쓰겠느냐. 자, 빨리 이리로 가까이 오도록 하는 게야. 아니면, 그대는 그대의 신을 움직이게 하고 싶은고?"
신은 다시 아까처럼 자신의 옆자리를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이미 그것은 선택지같은 것이 아닌 명령에 가까운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역시 다음엔 소녀가 직접해서 움직일 것이 뻔한 그림이다. 무슨 의도인지 모를 침착스런 무표정을 하고서, 신은 당신이 곁으로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맞은편에 큼지막한 거울이 걸려있어 보고 싶지 않아도 고개를 들면 침대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게나 꾸중하고 떽떽거리던 사람이 침대에 다소곳이 앉아서 조용히 이름을 불러오면 괜스레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누구나가 비슷한 것이겠지만. 너무 변덕스러운 거 아니냐고요- 사람 무섭게.
"... 무서워서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소녀 쪽에서 먼저 다가올 것이 뻔했기에, 더 큰 화를 당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자- 싶었던 소년은 마지못해 시트를 짚고 옆으로 조금 옮겨앉는다. 정좌를 하듯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서 두 손은 무릎 위에 다소곳이 놓고서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서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이다.
당신은 신의 명령에 어쩔 수 없는 기색으로 좀 더 거리를 당겨 앉는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신은 작게 한숨을 푹 내쉬고서는, 이내는 침대 위에 걸터 앉았던 몸을 내려 바닥을 딛었다. 먼저 오라고 해놓고서는 침대에서 내려가다니. 숫기라곤 전혀 없는 당신의 답답한 행동에 화가 난 것일까.
"아민이여."
그런 신은, 그렇잖아도 잔뜩 경직되어 답지않게 올곧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당신의 앞으로 바로 걸어왔다. 엎어지면 코는 커녕 흐르는 숨결마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그 인철신이 지금, 당신의 머리 위로 높게 팔을 들어올리더니―
"오늘 하루는 힘내주었구나."
당신의 정수리에 손을 얹어 머리칼을 쓸어주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럼에도 신은 제대로 행여 닿지 않을까 까치발까지 들어서 쓰다듬, 쓰다듬.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부활했다고는 하나, 피곤한 몸으로 여기까지 오는 건 큰 힘이 들었을테지. 도중엔 나의 몇몇 억지를 받아준 것도 알고있는 게다. 하지만 그대는 잘 해주었느니라."
누그러진 목소리. 그러나, 동시에 심지가 느껴지는 목소리이기도 했다. 이 순간에 당신은 눈을 뜨고 있었으려나. 그렇다고 한다면 당신의 눈 앞에는 희미하게- 또한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는 신이 거기에 있는 것을, 당신은 확실히 볼 수 있을터였다. 온화했던 웃음은, 금방 또 무언가가 미안하기라도 한 듯한 기색으로 변하여 당신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본래 신자의 믿음에 부응하여 응당한 기적을 내리는 것이 신의 도리이거늘. 떳떳하지 못하게도 나는 이 몸을 유지하기도 벅찬 사정이니 말이다... 그러니 나의 신자 아민이여. 지금은, 이것으로 봐주지 않겠느냐?"
>>268 당신의 정수리에 손을 얹어 머리칼을 쓸어주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팔이 거기까지 닿지않아- 거의 손은 앞머리에 걸쳐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은 제대로 행여 닿지 않을까 까치발까지 들어서 쓰다듬, 쓰다듬.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소년은 침대에서 내려와 선뜻 다가오는 소녀의 행동에 지레 겁먹고서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이내 머리를 쓸어주는 부드러운 손길에, 질끈 감았던 눈에 힘을 풀고 살며시 떠올리면- 세상에 본 적 없던 따듯하고 온화한 미소가 고운 얼굴에 한가득이다. 봄볕처럼 포근한 위로를 받으면서, 소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갑자기 뭡니까⋯."
물기 어린 목소리- 이슬 내린 풀잎처럼 소년의 고개가 뚝 떨어진다. 소년은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가슴을 저미듯 한 느낌에, 목이 메어서 이를 악물었다.
"반칙입니다. 아까까지는 그렇게 애처럼 굴고 떽떽거리기만 했으면서. 갑자기 이렇게 다정하게 굴면."
그저 얼어있을 뿐이었던가- 소년은 덧없이 녹아내린 마음이 야속하다. 여태 참고 있었는데.
"... 토코시에 님. 당신은 왜 내게 잘해줍니까? 당신을 깨웠을 때에도, 나를 살려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잖아요."
"애라니, 여전히 실례인 말버릇이구나. 이래봬도 이몸은 그대보다 천 년은 더 이르게 살고 있는 몸인 것인데 말이야!"
이번에도 신은 당신의 괜한 심술이 섞인 말에 그렇게 태클로 받아쳤지만. 지금은 그저 천진스럽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신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오히려 그대에게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인 게로구나."
당신에게 유감을 표하는 듯 그렇게 말하는 신의 한 마디는, 조금은 쓸쓸한듯한 말투를 하고 있었다. 예전만큼 힘이 없어서, 칼에 대한 신앙이 없어서 쓸쓸한 것이 아니다. 장사꾼이기 이전에 사람일뿐인, 그런 '한 소년'조차 이제 제대로 보살필 줄 수 없는 지금의 현실. 설령, 그런 날이 올 거라고는 날붙이 신 자신조차도 생각하기 못했기 때문에- 신은 그저 그러한 사실만이 애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대를 살리기로 한 것은... ―뭐! 아무래도 신당에 인간의 시체가 생기면 재수도 없고 일이 귀찮게 되어버리지 않느냐! 훗후후~"
당신을 살리기로 한 이유라고 한다면 그것이 전부라고 말하는 것일까. 어떻게 되어먹은 수지 관계일까. 상인을 하고있던 당신의 머리로는 잘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신은, 전과 마찬가지로 살갑고 의기양양한 웃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거둘 뿐이었다. 대신 이번엔 손의 위치를 조금 내려서, 이번에는 당신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쥐어 어루만져주었다. 당신의 그런 마음도 모른채.
"그리고 아무리 나라도 믿고 따라주기로 한 신자가 그렇게 풀죽어 있으면 마음 쓰이는 게라고? 그대는 이 인철신의 훌륭한 신자다. 그러니 그런 얼굴은 하지 않는 게야. 떽― 인 게야."
>>272 그렇게 작다기 보다는~ 음~ 이 경우에는 침대랑 아민이 더 높은 게 아닐까나? 하는 생각으로 적었으니까 ㅋㅋㅋㅋ 물론 신님, 그래도 여전히 작은 건 맞지만... 숫자로 말하자면 150 초중반정도 오는 키가 아닐까? 그치만 이쪽으로 비교해봐도 역시 아민쪽이 훨씬 크다...!
좋은아침이에요 토코주~ 음음 아민의 반응이 조금 생뚱맞게 보일 수 있겠다 싶어서 본문에는 적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해요. 일단... 토코가 신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귀여운 소녀에게 위로받는 걸 보고 듣고 느끼는 건 또 다른 거니까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물론 만난지 채 하루도 안 됐지만, 겉모습만 보면 누구나의 이상에 가까운 예쁜 소녀인데 사실 신적인 존재이고 하는 행동들이 귀엽게도 보였다가 때로는 따듯한 온정을 느끼기도 하고... 계속해서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신님이 뺨을 부드러이 어루만져줄 때,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며 손길을 받아들이거나, 그 손을 맞잡고 더욱 굳은 신앙을 맹세하거나, 혹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털고 일어서거나... 같은 선택지도 있었지만, 역시 도망치듯 숨어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쪽이 되어버렸죠. 저는 이게 가장 아민다운 반응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머리 쓰다듬으로 이미 한차례 마음이 풀어졌는데, 이어서 뺨을 어루만져지니까 아마 혼란의 역치를 살짝 넘어선 게 아닐까- 신님에게 단순한 호감이나 연심이 있다? 그건 아니에요! 주저리가 조금 길었는데~ 아무튼. 일어나면 점심 잘 챙겨드시고 이따봐요~
당신은 웅크린 몸을 이불 안쪽으로 파묻는다. 그리고 파묻으면, 더욱 안쪽으로 파묻는다. 마치 지금으로부터 도망치는 것 같다. 실제로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홀로 남겨진 신은 그 모습을 보며 가볍게 콧숨을 내쉬었다. 그때의 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숨어버린 당신이 아는 일은 없었다. 그런 당신의 등 뒤로 신은 이렇게 한 마디를 흘릴뿐이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 해두는게 좋을 것 같구나. 그대나 나에게나,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잠이 부족한 모양이니 말이다."
"방해해서 미안하구나. 그러면, 나도..."
그 말을 끝으로 방 안에는 일순 눈부실 정도의 섬광이 일더니, 거기에 소녀의 모습과 인기척은 더 이상 없게 되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끝으로 소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살며시 이불을 끌어당겨 고개만 빠끔 내밀고서 방 안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소년은 부드러운 손길이 닿았던 제 뺨을 손으로 감쌌다. 그게 어떤 감촉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제가 신에게 뱉어내었던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잠시 숨도 쉬지 않고 가만히 굳어있더니. 별안간 주먹으로 침대를 팡팡 내리치고 이불 속에서 허공에 마구 발길질을 해대는 것이었다. 자책하듯 긴 한숨을 내쉰 소년은 어딘가에 무언가를 놓고 온 개운하지 못한 기분을 느끼며 공허하리만치 적막한 공기 속에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쉽사리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자꾸만 아까 그 생각이 나서. 잠을 자야 또 움직이는데.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놓아 이게 잠이 든 건지 깨어있는 건지가 모호하게 느껴질 때쯤. 서서히 몸이 아래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더니. 온 세상이 깜깜해지고. 무언가에 놀라 눈이 퍼뜩 뜨인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심장이 쿵쾅댄다. 소년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것은 겨우 정오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 걸터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바닥에 놓인 배낭과 걸어놓은 옷가지 그리고 머리맡에 놓인 기다란 장도뿐 소녀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소년은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을을 가볍게 둘러볼 요량으로 간단한 짐만 챙겨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러면서 침대에 다소곳이 놓인 장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제아무리 낯짝이 두꺼운 소년이라도 막상 토코시에 님- 하고 제 신을 부를 용기는 나지 않는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소년은 장도를 품에 안아들고 객실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서면 점심을 먹으러 들른 객들로 실내가 제법 소란스럽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질여 배가 곯는 소리를 내었지만 소년은 소녀와 함께 식사를 할 생각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주인장에게 잠시 외출을 할 것이라 일러놓고서는 왜 혼자 나오냐는 시선을 털어내고 거리로 향했다.
이제 막 상권을 잡아가기 시작한 마을은 볼거리가 많다. 새로 지어진 건물과 거리에 북적이는 사람들. 떠돌이 장사꾼인 소년이 보기에도 이 시기에 자리를 잡아 놓으면 상당히 목이 좋겠다 싶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겨놓던 소년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원단 상점이다. 소년은 금화 두 닢을 지불하고 꽤 품질이 좋아 보이는 회갈색 비단을 열 마씩이나 구매했다. 그것으로 장도를 감싸들고 다닐 생각이었다. 이어서 소년은 옷가게를 찾는다. 아무래도 눈에 띄는 소녀의 차림새가 신경이 쓰였기에 여벌의 옷이 필요하다 싶었다. 감사의 인사이자 사과의 선물로 마음을 표하고 싶었기도 했고. 거리 곳곳에 옷가게는 많았지만 살면서 여자의 옷을 직접 고를 일이 없었던 소년은 어느 옷가게 앞에서 한참 동안이나 고민하며 서있었다. 역시 이런 건 입는 사람이 직접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정해주면 좋지 싶은데-
당신은 기나긴 장도, 태도를 들고 일찍이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워있어봤자 잠을 설치기밖에 더 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주인장의 속모를 시선을 벗어나, 여러 상점과 상인들의 사이를 해쳐 나아갔다. 과연 막 모습을 잡아가기 시작한 상권 특유의 활기를 엿볼 수 있는 거리였다. 그곳에서 당신이 제일 먼저 향한 것은 원단 상점이었다. 아무래도 키즈나타치를 가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긴 검은 의심이나 위협을 쉽게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고하더라도 워낙에 고급진 물건이다. 구태여 과시하며 다닐 이유는 당신에게 없었다. 신이 과연 그것을 마음에 들어할지는, 둘째치고서 말이다. 그 뒤로는 계속해서 망설이는 시간의 계속이었을 것이다. 숙소에서 있었던 순간들과, 바로 코 앞에 있는데도 도저히 입장할 염두를 내지 못하겠는 옷가게. 이 두 가지 문제가 겹쳐서 당신은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곤란함에 빠져있는 당신의 눈 앞에서는 이윽고 은은한 섬광이 일더니만 이내 어느 한 형태를 천천히 잡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당연하지만, 당신에게는 이제 익숙해질만도 한 모습의 신. 토코시에라는 이름의 소녀였다. 모습을 드러낸 신은 별안간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올리더니 나른한 기색으로 주먹으로 제 반대쪽 어깨를 퉁퉁 두드린다. 그것이 퍽 갓 일어난 노인네같은 노련한 기색이었다. 그러한 모습으로 미루어보자면, 아마도 방금까지도 잠을 취하고 있었던 것일까.
"옷걸이가 되어 줬으면 하는 게냐?"
그런 신은 당신에게 묻는다. 순식간에 들이밀어지는 검객의 칼날처럼, 역시나 빙빙돌리는 것 따위 없이 요지를 찔러오는 직설적인 물음이었다. 눈꺼풀 아래 가려진 붉음을 드러내는 눈매는, 평소처럼 날카로운 형태의 것이었다.
제 키를 훌쩍 넘어서는 기다란 장도와 그것을 충분히 감싸고도 남을 만큼 폭이 넓은 회갈빛 원단 말이를 나란히 품에 안아들은 소년은 은은한 빛을 내며 제 앞에 나타난 소녀를 보고 눈이 동그래져서는 당장에 소녀에게로 성큼 다가가 제 외투를 펼쳐 그 품에 자그마한 몸을 안을 듯이 가려내고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로 조용조용 다그치듯 속삭이는 것이다.
"밖에서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 겁니까? 누가 보면 어쩌려고요. ... 그보다 옷걸이치고는 너무 작습니다."
다행히도 주변을 지나는 행인들의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정말 놀라서 저도 모르게 몸이 먼저 나가버린 소년의 쿵쿵거리는 심장소리는 신에게도 선명히 들렸을까. 소녀의 얼굴을 눈에 담음과 동시에 비 많이 내린 여름날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마냥 설렘이 차오르는 와중에도 굳이 짓궂은 소리가 따라나서는 것은 얄궂게도 변함이 없다.
"새 옷이나 하나 사드리려니까 맘에 드는 거 있으면 골라보십쇼."
소녀에게 너무 가까이 붙은 것을 의식했는지 화들짝 놀라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뒷짐을 지고 애먼 흙바닥만 발끝으로 툭툭 걷어차던 소년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 소녀의 눈을 피하면서 부러 퉁명스러운 투로 대꾸할 뿐이었다.
당신이 거의 감싸안듯이 가까이 밀착해오자, 신은 그 거리감에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당신을 바라보며 괜한 호들갑이라는 듯이 말한다.
"괜찮느니라. 어차피 이 마을의 녀석들은 옛 신을 알아볼만큼 대단한 식견도 없는 모양이고, 본다 하더라도 어차피 무슨 마법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곤 하더라도 만약의 만약이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이 신은 영 조심성이 없다. 실제로 폴리모프 계열 마법은 드래곤이나 구사할 수준의 상급 마법이고, 공간 전이마법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 아이라도 쉽게 사용 할 수 있는 수준의 범용성을 지닌 스크롤이라고 한다면 둘러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경우는 고위 마법사에게는 금방 들켜버리고 말 테였다. 그렇지만 이런 건 모두 일어나지 않은 만약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결국은, 신의 말대로 당신의 행동은 호들갑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신이 말하는 대로- 라는 것일까. 과연 그럴리는 없겠지만은. 이내야 갑작스러운 당신의 태도가 사그러들자 조금 새침스러운 움직임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신은, 당신의 말에 돌아보며 그 눈을 두어번 정도 깜빡였다. 부러 피하는 듯한 당신의 어투와 행동. 그것이, 신의 눈을 능청스러움을 담은 얇은 눈매로 변하게 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흐흥. 무엇이냐, 공물로 환심이라도 사보려는 게냐?"
의중이라도 꿰뚫어본듯이 능실대면서, 당신을 놀리듯이 말해온다. 정확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큰 대목에서 본다면 별로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도 당신은 생각했을까. 물론 신이 그것까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 앞에 서있는 신은 그런 자질구래한 것은 아무래도 좋은 모양인지,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받도록 하겠느니라. 하지만 옷이라는 것이 본디 혼자 입어도 재미 없고, 봐줄 눈이 필요하겠구나... 흐음."
신은 조금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이내 눈동자가 쌜룩대며 당신을 향한다. 그러니 일행이라곤 당신과 그 소녀밖에 없는 지금, 그것은 어차피 기정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결정이다.
"따라오는 게야, 아민."
신은 당신의 손- 혹은, 늘어진 옷자락을 손으로 꾹 쥐어서는 당신을 이끌고 옷가게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서려 하는 것이었다.
이히히... 신님 돌아왔다~ 몬가몬가 가볍게 다투고서는 어색해져서 말도 안 하다가 막상 만나니까 서로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대하는 커플 같아요 ㅋㅋㅋㅋㅋ 토코주~ 저가 요즘 컨디션이 오락가락해서 오늘 푹 자고 내일 토코주 퇴근하기 전까지 답레 가져오도록 할게요! 남은 일요일 편히 쉬시고 이따가 이쁜 꿈 꾸세요~ 월요일도 힘내시기!
ㅋㅋㅋㅋㅋ 안심하는 아민주 귀여워~ 후후. 신님 어디 멀리 가지 않는다구~ 그리고 벌써 신님이랑 아민이가 그 정도의 관계성을...?! 응응, 아프면 푹 쉬는 거야~ 요 며칠사이에 신나게 나갔다 돌아와서 면역이라도 약해진 걸까? 감기 항상 조심하기! 좋은 꿈 꾸고 내일 또 보자~ 빠빠시~
물론, 그것도 한참이나 어른...일 것이지만. 그렇지만 역시 젊은 직원은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주는 일 없이 그저 귀엽다는 양 "후후" 웃음소리를 내며 둘에게 자리를 비켜준다. 완벽한 아이 취급이었다.
"므으으읏...!"
당연히 신은 영 탐탁찮다는 표정으로 있었다. 신에게 신력이 조금이라도 더 있었다면, 마을 전체를 먹구름으로 덮어버렸을 것만같은- 그런 기세였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신이 지금 걷고 있는 것은 물론, '아동복'의 진열코너였다. 실제의 위상과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와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것은 역시 별개의 문제였던 것이다.
"무례한 게라고...? 요즈음의 인간놈들은 이놈이나 저놈이나 신을 알아서 모시지는 못할 망정, 아이취급이나 하고 있고 말이다...!"
투덜투덜거리는 한 편, 그러는 와중에도 거친 손짓으로 매장에 걸린 옷들을 한 장 한 장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이것 역시도 별개의 문제다.
"아민, 네 녀석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러면서 불똥은 다시 아민에게 튀었다. 신은 문득 갑자기 걸음을 멈춰세우고 당신을 바라보며 외치는 것이었다.
"...? 어떻게 생각하긴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면 누구든 아이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토코시에 님이 엄청난 동안이라는 말이니까. 생각보다 엄청 대단한 거라고요?"
새어나는 웃음을 참는 것처럼 소년의 눈꼬리가 실룩거린다. 점원에게 아이 취급을 받아서 잔뜩 화가 난 소녀가 마냥 귀엽게만 보이기도 하고. 또 기분은 맞춰줘야겠기에 살랑살랑 말을 돌려버리는 것이다.
"으음. 음. 잠시만요."
나란히 나란히 진열된 옷들을 가만히 둘러보던 소년은 잠시 고민하다 성큼성큼 몇 걸음 걸어가서 수많은 옷들 중에 옷걸이에 걸린 흰 원피스를 하나 집어 들고 돌아온다. 위쪽은 조금 타이트하지만 허리 아래로는 발목까지 하늘하늘한 새하얀 민소매 원피스다. 허리께에 둘러진 굵다란 리본이 포인트.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해바라기 밭에 서있는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면 헤실헤실 웃음이 나온다.
"이건 어떻슴까?"
한 손에는 장도와 원단 말이를 아기 안듯이 기대어 들고서 옷걸이에 걸린 원피스를 소녀의 몸에 가까이 가져다 대어 보려는 소년이었다.
"그, 그런 게냐? 으음... 동안이 그런 의미라면. 과연,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 ...을 리가 없잖느냐! 이 바보 신자 놈~!"
그런 당신의 알랑거림은 이미 진즉 간파되어, 필요 없다는 듯이 소리치면서 높게 치켜든 주먹으로 번갈아가며 당신의 몸을 연신 통통통 두드렸다. 아마 당신을 날려버리려고 마음먹는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그럴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는지 지금은 그것이 당신에 대한 응징인 모양이었다.
"호요? 어디어디-"
당신이 걸음을 옮기는 것을 쫄쫄 따라간다. 이내, 그 많은 옷 중에서 당신이 집어든 것은 깔끔하고 하늘하늘한 원피스 드레스. 그야말로 소녀스러움이 흘러나오는 옷...이라고 할 수 있었건만, 신은 어째서인지 가라앉은 눈으로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별 말은 않고있었지만. 이미 그 눈으로는 마치, '너까지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이냐'-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신은 한숨을 몰아서 입술 사이로 푹 내쉬더니.
"...잠깐 기다려 보는 게야."
하고 말하고서는 옷을 들고 어디엔가로 스르륵 걸음을 옮겨간다 ...그리고 곧 사라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꼬마가 아닌 게다!!" 하고 누군가에게 호통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주 노골적으로 알기 쉬운 술렁임이 아민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약 5분이 지나고.
"아민이여."
뒤에서부터는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 거기에는 방금의 원피스 드레스로 갈아 입은 신의 모습이 있었을테다.
"어떻느냐? 어울리느냐?"
그렇게 말하는 신은 자신도 스스로 입은 옷을 살펴보듯, 혹은 당신에게 열심히 보여주듯, 발꿈치를 들어올린 채 허리를 틀어가며 보일리 없는 자신의 등 뒤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살랑거리는 옷자락이 움직임을 따라 발목을 간지럽히듯 흩어진다. 때묻음 없는 옷감이 마치 피어나는 구름처럼 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포인트인 리본은 귀엽다. 원래 입고 있었던 옛 옷과 비교하자면 고풍스러운 우아함은 없지만, 보다 주변 배경에 함께 동화되는 분위기의 옷이다. 그러면서도 본래 순백빛을 띄고 있던 신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그 샛붉은 눈마저도 자연스럽게 돋보이고 있었다.
소녀가 원피스를 받아들고 어디론가 스르륵 걸어가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호통소리가 들려온다. 소년은 알기 쉬운 그 상황이 머릿속에 빤히 그려져 쿡쿡 웃음이 새어난다. 그러면서 캐주얼한 차림에 어울릴 만한 신발을 구경하는데. 신 님의 발 사이즈가 어느 정도였더라- 아무든 작아 보이긴 했는데 말이지. 굽이 낮은 구두도 예쁘고 발목을 끈으로 묶게끔 되어있는 샌들도 잘 어울릴 것 같아. 아무래도 지금 신고 있는 나막신을 계속 신고 다니게 할 수는 없으니까. 사는 김에. 가격표를 보면 여자의 옷은 의외로 비싸구나- 놀라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당장의 경비가 빠듯한 것도 아니고 아깝다는 생각보단 더 좋은 걸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게 쪼그려앉아서 신발을 구경하는데 등 뒤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려보면- 새하얀 원피스 차림의 소녀가.
"역시 잘 어울리잖슴까. 정말 예뻐요."
발꿈치를 들어 올린 채 허리를 틀어가며 자신의 등 뒤쪽으로 시선을 향하는 소녀의 모습이 순수하게 귀여워서 소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에 들어요? 흠... 밑단은 조금 짧아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금방 수선할 수 있으니까. 움직이기에 불편하지 않으시면 상관없지만요."
그러면서 방금까지 눈에 두고 있던 구두와 샌들을 한 짝씩 집어 들어 소녀의 발 옆에 대어 보고서는.
"이 끈 샌들 어때요? 가벼워 보이는데. 아. 그렇게만 입으면 조금 허전하니까. 외투도 한번 골라보세요."
음음~ 그렇게 바로 정해도 괜찮아요?! 권유하긴 했지만 ㅋㅋㅋㅋ 마음에 들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요~ 몸이 아픈 것 보단 기운이 조금 떨어졌었는데 약먹고 푹 자서 괜찮아요~ 약이 나쁜 게 정신을 헤롱헤롱 해놔서 머리가 둔해지는 게 문제지만~ 아. 그리고 일정이 조금 밀려서 본격적으로 일 나가는 건 다음주나 될 것 같네요~ 아직 토코주랑 붙어있을 수 있다~ 갱신 늦어서 미안하고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토코주~
방금 당신을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던 시선은 어디가고. 미소짓는 당신이 칭찬하자 금세 신도 들뜬 기분이 되어서는 그 자리에서 가벼운 움직임으로 한 바퀴 돌아보인다. 비단같은 옷과 머리칼이 바람을 타고 넓게 펼쳐졌다. 그리고나서 신은 당신의 물음에 뭘 당연한 것 묻냐는 듯이 이렇게 답한다.
"몇 백년만의 신자가 바치는 공물인 게다. 마음에 들지 않을 이유가 있겠느냐? 그리고... 옷은 이대로 가져가도 괜찮은 게야. 기장따위는 내가 따로 손봐도 되느니라."
그러고보면, 신은 날붙이 신이다. 확실히 무언가를 자르고 붙이는 것에 있어서는 능통한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신에게 당신은 무언가를 가져와 대어본다. 지금의 나막신을 대체 할 신발들이었다. 신은 그 구두와 샌들을 한 번씩 이리저리 번갈아 신어보고서는 이렇게 평한다.
"흐음흐음. 내가 신던 것과는 조금 너무 가벼워서 진정되지 않는 기분이 든다만, 그래도 끈이 제 몫을하며 발을 잘 붙들어주는 것 같아 괜찮을 것 같구나."
결국 승자는 원형이었던 나막신에 가까운 샌들이었다. 소녀는 샌들의 크기를 가늠하듯 발가락을 두어번 정도 꼼지락거리더니 그것을 신은 채 땅을 딛고 섰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이번엔 외투를 고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의외로 신은 고민하지 않고 어딘가로 도도도 뜀 걸음해서 다가갔다.
"나는 이녀석이 마음에 드는구나!"
그리고 신이 골라온 것은 지금까지와의 아이템과는 다르게 꽤나 와일드한 녀석으로- 기장이 두껍고 긴, 야상 스타일의 케이프 코트였다. 후드의 끝단과 안감이 털로 부분 트림이 되어 있어서. 착용감이 좋고, 무엇보다 이것은 파를에서 세련된 방식의 마감이었다. 이러한 스타일은 원래 추운 북부지방의 전사들이 입던 옷에서 의상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어, 그것을 고급스러운 패션 아이템으로 개량한 것이었다. 칼이라는 것도 따지자면 전사의 물건이니, 신은 아마 그런 부분에서 통했던 걸지도 모른다. 다만... 그런만큼 가격은 배로 비싸다.
"어떻느냐? 이거라면 추운 곳에서도 푹신푹신하고 좋을 것 같구나~ 훗후후~"
그때, 신은 벌써 외투를 후드까지 뒤집어 쓴 채로 당신에게 붙어온다. 그 안쪽에서 은은히 빛나는 붉은 눈이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민주도 오늘 고생 많았어! 원래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 이런 건 팍팍 정하는게 좋은 거야~ ㅋㅋㅋ 그리고 토코주 역시도 마음에 들구~ 으음! 확실히 약 먹으면 빨리 좋아져서 좋긴 하지만 나른한 기분 들지~ 토코주도 저번에 감기때문에 업무보느라 졸려서 죽을뻔했다는 거야... 후후. 헉 그런 거야? 으음~ 여기서는 솔직하게 좋아해도... 되는 부분일까나?! ㅋㅋㅋㅋㅋ 아민주랑 다음주까지 붙어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