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보니 저도 그게 좀...묘하긴 하네요. 아무리 해당 구역이 UHN과 UGN이 공동으로 보호하는 구역이라지만...이건 UHN에서 묘소가 파괴되는 걸 방관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군요."
강산이 게일의 말을 가만히 듣더니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한다.
"특별반 구성원들의 평균 능력치가 높은 편이긴 해도 UHN에서 당시의 테러범이 특별반 인원 한 명이 상대하기 어려운 강자일 것을 미리 알고 퇴각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도 이상한 일이고요. 그들을 완전히 의지하거나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습니다만, 어쩌면 우리의 적 또한 뒷배가 만만치않은 존재일 수도 있겠군요."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순간 강산의 의념이 가진 기세가 누군가를 향해 불타듯이 치솟다가 다시 내려앉는다. 아마도 강산의 호승심에 반응한 것이리라. 눈 앞의 상대가 너무 놀라지 않도록 다시 갈무리하긴 했지만.
"앞으로 큰 싸움에 대비해 더욱 정진해야겠습니다. 그것 말고도 강해져야 할 다른 이유도 있지만요. 아...그러고보니 게일 씨도 대비가 필요하실지도 모르겠군요."
강산이 게일에게 무언가를 꺼내 보여준다. 1만 GP 칩이다.
"여기 특별반에 있다보면 어째 가만히 있기만 해도 이런저런 일이 많이 생기거든요. 큰 돈은 아니지만 소모품 값에라도 보탬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보통은, 공동으로 경비한다는 명제는 문제의 책임 또한 공동으로 진다는 의미요. 그러나 의심을 품고 이를 뒤집어 본다면 이렇게도 바꿔 해석할 수 있소. 문제의 책임을 공동으로 진다는 것은 결국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조차 책임을 반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오."
흔하디 흔한 음모론 같은 내용이었으나, 그 말을 뱉는 게일의 눈동자는 더할 나위없이 진중했고 또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언급한 인물에 대해 극단적으로 말하는 데 대하여 미리 사과하겠소. 허나 내 추측대로라면, 그 상황에 정상적인 UHN이라면 오히려 그렇기에, 이런 명령을 내렸어야 하오."
그리고 게일은 목소리를 깔며 기계를 흉내내듯 말한다.
"[목숨을 걸고 테러 현장에 돌입하여 해당 테러범의 신변을 확보하거나 혹은 사살하라.]"
"UGN 또한 근처에서 '공동' 경비를 서고 있을테니 가디언의 지원이 늦어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오. 즉 특별반의 해당 인물이 돌입하는 것을 막을 이유가 내 모자란 상식으론 하등 존재하지 않소. 오히려 권장했다면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UHN은 그것을 정치적으로 귀신처럼 써먹었을 것이오. 성공했다면 특별반의 업적. 실패했어도 헨리 파웰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도외시한 특별반의 영웅 후보. 이런 식으로 말이오. 그러나 UHN은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소. 심지어 그 무덤이 헌터에게 있어 어떤 의미인지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고 있을 조직이 말이오. 헨리 파웰의 것이오. 일개 헌터 나부랭이가 아닌 그 헨리 파웰의 것이란 말이오. 그 묘역이 유린당했는데 헌터라면 피가 끓어오르는 것이 당연지사란 말이지. 그걸 막았다는 건 그에 중하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오히려 암시하는 것 밖에 되지 않소."
치솟는 호승심을 담은 의념을 마주하지만 오히려 담담하다. 치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혹은 자신마저 그 열기에 빠져들지 않으려 마치 일부러 거리를 두는 것 같다.
"숲과 게이트의 식물들이 내 친구이자 벗이오. 미력하지만 스스로의 앞가림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오. 도와주려는 마음은 고맙네만, 넣어두시오. 내게 줄 몫까지 차라리 더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주는 것은 어떻소?"
//사실 답레가 늦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게일을 하오체 쓰도록 설정해놓고 제가 하오체에 익숙하지 않아 말 어미를 계속 변경해가며 대사를 때려맞추고 있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냥 평범 말투캐로 설정할 걸...
게일의 말은 그냥 개인적인 생각 정리를 뭉뜽그려 내뱉은 겁니다. 설정오류가 있다면 지적하신 분 말이 무조건 맞습니다.
애초에 타시기가 거기서 머뭇거린걸로 독박쓴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우린 딱히 확실한 무고증명이나 신분증명이 되있진 않음. 하물며 최근 실적상 실력도 의심받는 상태였지. 헨리 파웰 테러급의 중요 사건에 그런 인원을 현장 근처라고 믿고 파견시키라는건 오히려 그 쪽이 더 무모해.
사실 산이 발언도 좀 애매한게, 그 헨리파웰의 무덤이니 방호는 있을건데 이미 파괴 행위가 발생해서 긴급 결계까지 전개한 시점이잖아. 그것만 해도 최소한의 견적은 나올거 같은데? 특히 자현이가 지적했듯 당시 타시기나 특별반은 30레벨대였잖아. '그럭저럭 실력은 있는' 급이 껴서 뭘 할 스케일이 아니라는 판단은 뭐. 합리적인거 같은데.
붙잡을 기회를 방치한게 아니라 잡으려고 애썼는데 상대가 다 뚫고 돌파해버린거고, 뚫린 입장에서 저 놈 뭐야!!! 하고 빡쳐서 조사 들어갔더니 퇴각명령 무시하고, 또 압도적인 파워차이가 있는데 조우하고 죽지도 않은 타시기한테 '너 한패지 이새끼!! 아는거 다 불어!!! 특별반 소속? 니네도 뭐 얽힌거 있는거 아냐!?' 하고 독박 다쓴 느낌
자현이가 지적한게 메이비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함.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했기 때문에 딱 그렇게 끝났고. 1세대 어르신들은 지금 탈출한 놈을 찢어죽이고 싶으신데, 걔가 행방이 묘연하니까 출처가 뚜렷한 우리들이 다음 타겟팅이 되서, 가만히는 못 있겠다 니네라도 조져볼까? 하고 슬렁슬렁 오신거겠지..
시키는걸 어겼으면 결과를 내던가, 아니면 그게 불합리한 명령이었다고 주변에 설득해서 공감이라도 얻던가 했어야 했는데. 시키는 말은 안들었고, 주변의 이해는 못 얻었고, 그렇다고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으니. 솔직하게 말해서 평판이 박살나거나 꼬투리를 잡히는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음.
"사실 그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는 듣지 못했기에 정말 그런 것인지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어쩌면 정말 그 상대가 뒷배고 뭐고 단순히 기존 경비인력들을 먼저 다 쓸어버리고도 남을 만큼 무지막지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빌런이었을 수도 있었겠죠. 그 사건이 끝나고 몸을 회복하신 후부터 태식 형님이 서울을 한동안 떠나 계셨고 저도 다른 의뢰로 바빠 더 자세히 들을 기회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잡히는 걸 피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긴 합니다만..."
조금 난감한 듯 답하였지만 이내 다시 웃어보인다.
"그래도 기회가 있으시면 태식 형님을 만나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생긴 분이십니다. 아, 가능하다면 저희 단톡방이 있는데, 그쪽도 초대해드리죠. 파티 인원을 구하거나 뭔가 정보공유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겁니다."
강산은 나노머신으로 화상을 띄워 태식의 사진(특이하게도 긴 머리를 리본 머리끈으로 묶고 태도를 든, 그러나 표정은 진지한 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게일의 헌팅네트워크 칩에 자신의 연락처를 전송한다. 보통 상황이라면 초면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마는, 어쨌든 그는 게일에게 흥미가 생긴 듯 하다.
"그나저나, 그래요? 이 정도면 그렇게 많은 돈도 아닌데...그래도 세상 일 어찌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가 드리는 복귀 환영 선물이라 치고 받아주시지요."
그래서 게일에게 1만 GP를 다시 쥐어주려 하는 것이다.
"저는 얼마 전에 크게 한 탕 해먹어서 아직 돈이 넉넉합니다."
//13번째. 강산이도 말투 설정이 약간씩 바뀌어왔는데 제가 귀찮아져서 비교적 평범한 말투에 가까워진 감이 있다고 합니다...😅 말투 부분은 (게이트가 중세 판타지풍인 듯 했으니) 게이트에 적응하느라 잠시 바뀌었던 것이라고 하시거나...혹은 초면이거나 안친한 상대에게 하오체 쓰고 친해지면 말을 편하게 한다거나...해도 좋지 않을까요? +1만 GP...큰돈 같지만 헌터들에겐 장비를 좋은 걸로 새로 살 정도의 엄청 큰돈은 아니고 이동비로 쓰거나 소모템을 살 정도...딱 그정도의 돈이긴 함다...
>>956 음...그런가요...🤔 저도 답레 쓰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지만 강산이도 상황을 자세하게 아는 건 아니라서(...) 그냥 사실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는 식으로 마무리지었는데, 처음부터 진작 미리내고 접근 어렵다는 사실만 제공하고 이러는 게 나았을까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