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의 틈바구니에서 어찌어찌 힘내봤다(불끈) 갑분머리풀기라 어떨지 모르겠네:3c 근데 저 반응 말고는 떠오르는게 없었어(옆눈) 가주의 심문은 어떤식일지 궁금해져~☆ 연이와 가주 사이의 분위기가 냉랭할지 팽팽할지도 기대된다X9 그나저나 그 후궁씨는 이제 아들만 낳으면 탄탄대로일까?<:▷ 아니면 아들을 낳아도 산 넘어 산일까?<:9 사이드스토리도 흥미진진해 히히(팝콜) 그래도 무리는 하지말고 연주 컨디션 챙겨가며 이어주기야~~★☆(붕붕)
목정 가의 종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하급 귀족들에겐 중앙 정계로 진출할 수 있는 실낱 같은 기회를 잡은 것이고 평민들에겐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이는 비단 목정 가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다른 3가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의 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귀한 기회를 잡은만큼 어떻게든 가문 사람들의 눈에 띄어보려고 노력했고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엄격한 규칙 속에서도 꿋꿋이 일하고 있었다.
" 그들의 입장에선 극한의 노력이겠지만 그것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지 ... "
저주를 받고나서 점점 예민해지는 통에 그런 과도한 관심까지 받으려니 미쳐버리는 것 같았다. 그 이전에 저주를 몸에 담고 있었던 당숙께서 자신이 머물고 있는 저택으로 옮겨갔는지 알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본가에 올때마다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이 거대한 저택의 내부가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 생각보다 더 머리가 길었구나. "
유화가 머리를 풀어내리자 연은 놀랐는지 눈을 살짝 크게 떴지만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약간 곱슬거리는 느낌이 있는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은 연의 하얀색 머리와 대비를 이루어서인지 더욱 까맣게 보였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질수도 있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연은 손을 뻗어서 천천히 화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얘기했다.
" 형님들은 첫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이고 나와 여동생은 두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이지. "
한동안 돌았던 전염병으로 가주는 첫째 부인과 사별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번째 부인을 맞이했지만 한동안 자식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 태어난 것이 연이었고 곧이어 태어난 것이 그의 여동생이었다. 그렇기에 형님들과는 나이 터울이 많이 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여동생과 더욱 친하게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여동생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는 일이 잦았고 나중엔 불안한 일이 있을때마다 습관처럼 만지곤 했었다.
" 여동생의 머리를 이렇게 만지곤 했었지. 지금은 둘 다 장성한 어른이 되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
머리카락을 만지는 손길은 정말 소중한 것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 그가 지금의 유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손놀림이었지만 정작 그것을 연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연이 들어오라하자 아까 그 시종이 무언가를 그들이 앉아있는 탁상에 놓아주고선 빠르게 방을 빠져나갔다. 연이 고급스럽게 포장 되어있어 딱보아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상자를 열자 안에선 짙은 갈색빛을 띄는 네모난 것이 몇개 자리를 잡고 있었다.
" 저 멀리 서역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들 말로는 초코릿? 이라고 하던 것 같은데. 구하기 상당히 어려운 것이라 나도 몇번 먹어보지 못한 것인데 ... 마침 상인들이 돌아왔다기에 미리 기별을 넣어 구한 것이다. "
으윽 연휴의 끝이라니 나는 너무 슬퍼 ... (광광) 유화주는 연휴 잘 보냈을까? 나는 심한 일교차를 견디지 못하고 감기에 걸려버렸어 .. (골골) 그래도 주말 푹 쉬니까 괜찮긴했는데 오늘 출근이라도 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
연이가 준비한 것은 초콜릿! 작중 시점이 근대로 막 넘어오는 시기이기도 하고 제국의 영토가 상당히 넓은만큼 아예 다른 지역과의 교류도 분명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연이가 어릴적부터 구할 수 있던건데 상인들이 오고 가는 거리가 상당히 길어서 가져오는 양도 적고 모든게 다 황제의 진상품으로 올라가는거라 연이도 몇개 못구한다는 뒷설정이 있어 :3 유화가 먹고 맘에 들어했으면 좋겠다!!
그가 흘린 말은 본가가 '숨이 막히는' 곳인 까닭인 듯했다. 그러나 유화는 그 설명을 즉각 이해하진 못했다. 아랫사람이 정성을 다해 일거수일투족을 보필하는데 나쁠 게 무엇인지? 희가 태어나기까지 가세가 기울어서 사용인 없이 지낸 나날이 더 긴 유화로서는 난해한 것이었다.
그러다 완벽한 섬김을 지향할수록 윗전을 시시각각 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치고서야, 그가 이해될 것도 같아졌다. 출세의 수단으로 여겨져서건, 자칫했다간 불호령이 떨어져서건 어디로 가도 매순간 사용인의 눈이 있다. 어쩌면 감시 아닌 감시를 받는 기분일지도. 그나마 그의 저택이라면 물러가라 명하기도 하겠으나, 이곳에선 그런 명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언젠가 이름 모를 옛 서적에서 주군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면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너무 소원해서도 안 된다는 말을 봤는데, 그에게도 그 말이 들어맞는 듯하다. 나는 과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럴 필요라곤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풀어헤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뒤늦게 조금 떨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손을 뻗어 왔을 땐 저도 모르게 흠칫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의 손은 정말로 유화의 머리칼에만 닿았다. 그것도 닿고 있다는 감각이 착각은 아닌지 의심스러워질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등골이 찌르르 저리다 풀어지는 듯했다. 긴장감으로 참았던 숨을 소리 죽여 내쉬었다. 긴 머리를 쓸어내리는 것이 그에게 일종의 안정감을 주는 것일지? 거기까진 알 수 없으나 고비를 넘긴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듣게 된 그의 가족 관계. 형들은 이복異腹이라는 것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서먹한 사이인 듯하다. 아들이 있는데도 사별 후에 재혼한 것은 명문가의 가주로서 다른 가문과의 결속을 다져야 했기 때문일지? 거기까지는 모를 일이나, 아무튼 그는 동복同腹인 누이와 어지간히 각별했던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누이의 머리칼을 만졌던 시절을 그리워하듯 이러고 있을 리 없으니. 누이동생의 대역인 셈인가. 희熙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 무렵부터 예쁘다며 머리칼을 쓰다듬던 게 떠올라 묘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소인도 동생에겐 그리하곤 했사옵니다. 열살 터울이라 그 아이는 아직 어리옵니다만."
그랬기에 이 낯설고 추운 땅으로는 도저히 보낼 수 없어 공녀가 되길 자청했노라는 지난 사연까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죽지 않고 살기로 한 이상, 지난날을 곱씹어 무엇하랴? 그저 가벼운 가족 얘기에 장단 맞추는, 마찬가지로 가벼운 가족 얘기면 족하리라.
그러던 중 문을 두드리는 기척에 고개가 돌아갔다. 좀 전에 그의 지시를 받은 사용인이었다. 풀어헤친 머리가 새삼 면구스러웠다. 이 모습 역시 가주의 귀에 들어가겠구나. 이 또한 그가 앞서 이른 선수 치기일지?
어쨌거나 사용인은 한눈에도 정성 들인 진상품이라는 티가 나는, 손바닥만 한 상자를 탁상에 올려 놓고 뒷걸음질로 물러갔다. 기분 탓인지 상자에서 뭔가 낯설고도 달콤한 향이 나는 것도 같았다. 상자에서 나는 향일까? 유화의 눈이 호기심과 의아함으로 커지는 사이 그는 상자를 열었다. 나무 줄기와 색이 흡사한데 네모반듯한 조각이 들어 있었다. 달콤한 향은 상자가 아니라 그 조각에서 나는 것이었다. 서역에서 구해 온 초코릿이라는 음식이란다. 이국, 그것도 머나먼 서역의 산물이면 그의 말마따나 진귀한 먹거리겠다. 그런데...
".. .?"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힘들게 구한 걸, 본인도 몇 번 먹어 보지 못했다는 걸, 공녀에게 권하다니? 혹시 검식을 바라고? 아니다. 여기 들어온 음식들은 이미 검식을 마쳤다 했다. 그럼 이 역시 그가 말한 선수 치기인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하지 않은가? 이걸 받아먹는 게 과연 온당한 처신인가? 상식적으론 말도 안 되는 짓이다. 무엄한 아랫것이라고 당장 치도곤을 당한대도 하소연할 길 없으리라. 허나 자신이 그의 지시를 거스를 수 있는 입장인가 하면 그 또한 아니다. 이런 경우엔 어찌해야 하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간단하다. 감히 받들 수 없는 명이라 무릎 꿇고 조아리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 유화는 조금 전 그와의 겸상을 회피했다가 후회했던 것을 곱씹었다. 그러자 이게 머나먼 서역의 음식이 아니라 머루나 산딸기처럼 산에 나는 과일이었다 해도, 그는 나누고 싶어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저 가진 걸 나누어먹는 시간이 고픈 거라고. 각별했던 누이의 나날들이 그리워진 거라고. 결국 유화는 초코릿이라는 것을 두 손으로 감싸듯 받아들며 미소를 띠었다.
"황감하옵니다."
그러고 입을 가리며 조심스레 한 입 베어 물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실로 신기한 식감이었다. 입에 넣자마자 눈처럼 사르르 녹는데, 씁쓸한 듯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 안을 진하게 감돈다. 먹었는데도 먹은 거 같지가 같은데, 맛만은 강렬하다. 세상에 이런 음식도 있었구나. 유화는 순식간에 비어 버린 제 손을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신기루 같은 음식이라 목정 가에서도 쉽게 구하지는 못할 만큼 귀한 걸까?
그러고보면 유화는 자신의 동생에 대한 얘기를 좀 더 자주 하는 것 같았다. 연의 누이가 그에게 갖는 의미처럼 화에게도 동생은 각별하다고 느끼는 것일테다. 공녀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화는 추운 북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따뜻하고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그렇다고 연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제도를 만든 것은 자신도 아니고, 결국 화가 여기에 왔기 때문에 자신이 그녀를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구나. "
그래도 너무 달다고 느껴져서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이를테면 그의 아버지나 큰형님 같은 사람들. 물론 그 음식을 처음 먹어본 사람의 대부분은 좋아했기에 가져오라고 시킨 것이었지만 혹시라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일까 조금 노심초사했던 그였다. 공녀 출신에 자신의 전속 시녀일뿐인 화에게 이렇게나 마음 쓸 필요가 없음에도 연은 그녀를 의식하고 있었다. 뭔가 반대가 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연은 화의 반응에 안심했다는듯 웃으면서 말했다.
"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라는 과일로 만들었다고 하니 제국에선 평생 못먹어볼 음식인 것이지. "
듣기로는 아예 겨울이 없이 사시사철 덥고 비가 왕창 내리는 시기와 거의 오지 않는 시기가 구분 되어있다고 들었다. 제국의 그 어떤 땅도 그런 기후를 가진 곳이 없으니 제국 전체보다 더 남쪽에 위치해있는 것이다. 처음엔 그런 곳까지 상인이 가는구나 싶었고 그들의 말을 들으니 한번에 많은 양을 갖고 오지 못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상단 전체가 그곳까지 가서 가져올 수 있는 초콜릿은 20상자 정도였는데 상자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음에도 20상자 뿐이라는 것은 그 말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 너무 오래 생각을 했더니 머리가 살짝 아프구나. "
연은 앉아있던 탁상에서 일어나 침대로 향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이어지는 고민은 마차에서도 같았고 도착해서 방에 들어와있을때도 같았으니 더 이상 생각할 여력이 없음은 확실했다. 그것이 두통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그의 타고난 체질인터라 개선하기 어려웠지만 어쨌든 그만둘 타이밍을 알려주는 것이니 썩 나쁘다고 하기도 그랬다. 침대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은 그는 화를 바라보고선 웃으면서 말했다.
" 이젠 가서 쉬어도 좋다. 아니면 여기에 있어도 좋고. "
연의 침대는 워낙에 넓어서 그가 혼자 앉아있음에도 주변에 몇명은 더 누워도 될 정도였다. 그러니 화가 가서 옆에 앉는다고해도 그 누구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었지만, 출발할때도 꽤나 분주했고 여기 와서는 바라보는 시선이 한참은 더 많아 피곤할 것이라 생각해 이만 쉴 수 있게 배려해주는 것이었다.
만족한 듯 따스한 눈길이 와닿았다. 곤한 기색이 엿보이지만 부드러운 미소도. 누이를 떠올리고 있을까. 장성했다는 누이는 아직 이 저택에 머물고 있을까? 그랬다면 그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찾아왔을 법도 한데, 아직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다른 가문으로 출가한 뒤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면으로는 우스운 일이다.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가 댁 도련님이나 속국에서 끌려온 공녀나 가족과 단절되기는 마찬가지라니. 그게 착잡해 그의 누이라면 어떤 질문을 했을지 상상해 본다.
"도련님께선 아니 드시옵니까?"
자신이 이런 식으로 군다고 누이와 함께인 기분이 들지는 모르겠다만. 좀은 헛헛한 기분이 들 뻔했을 때, 그가 초코릿의 재료는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라는 과일이라고 알려 주었다.
"따뜻한 곳에서 자란다면, 아라에서 재배할 수는 없사옵니까?"
목정 가에서도 구하기 어려울 만큼 귀하디 귀한 음식의 원료라니, 그걸 재배할 수 있다면 농민들의 살림살이가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는데. 제국에서 수탈을 계속한다면 뭘 재배하든 소용없겠지만.
그러나 괜한 질문이었던 것 같다. 그가 이내 머리가 아프다며 침상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무리도 아니다. 그렇잖아도 쇠약한 사람이 줄곧 고민에 잠겨 있었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기침해서 본인이 갑갑해하는 예 이르렀으니, 심신이 지쳤을 만도 하다. 물러가도 좋다며 웃는 모습이 어쩌면 저리 사라져 버릴 듯 위태위태한지. 그게 안타까워 유화는 물러가는 대신 그가 앉은 자리로 다가섰다.
"허락해 주시오면 지압을 해 보겠사옵니다."
그가 허락했다면 유화는 침상에 올라서는 손끝으로 원을 그리듯 그의 관자놀이를 누르다 그의 정수리를 엄지로 지그시 누르기를 되풀이했을 것이고, 사양했다면 실내의 불을 꺼도 좋을지 물은 다음 그의 머리맡을 지켰으리라.
끄아앙 어제도 출근을 했단 말이지 ... (쓰러짐) 유화와 유화주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 (엄지척) 아마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면 내가 여러 사람 대사를 써야해서 좀 헷갈릴수도 있을 것 같긴하네 ... 그래도 열심히 해보께!! 현생이 중요하지만 너무 기다리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사실 연도 초콜릿을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저주를 계승하기도 전의 어린 나이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처음 먹어본 그 맛이 강렬하여 잊지 않았기에 마침 구할 수 있을때 화에게도 먹을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었다. 상자에 담겨있던 초콜릿은 딱 2개였기에 하나는 화를 먼저 주고나서 남은 하나는 자신의 입에 넣었다. 예전에 먹은 것과 살짝 다른 맛이었지만 그 달콤한 맛만큼은 여전했다. 평소엔 보기 힘든 만족스런 미소를 자신도 모르게 지어버린 연은 금세 녹아버린 초콜릿에 살짝 아쉬워하며 말했다.
" 아라보다 더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것이니까 힘들것 같구나. "
여기서 멀리 떨어진 서역에서의 열매이니만큼 정보가 별로 없어서 이렇다 할 얘기는 해줄 것이 없었다. 당장 이웃나라도 못가보는 그가 서역에 대해서 알려면 얼마나 알겠는가. 물론 알려고하면 정보를 구할 곳이야 많으니 알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흥미가 생기는 주제는 또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집사가 예전에 말해둔 것을 기억해둔 것뿐이었다.
그리고선 그는 자신의 침상으로 향했다. 평소보다 오랜 시간 깨어있었던데다 깨어있는 내내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기에 머리가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누워있으면 조금이라도 괜찮아질까싶어 침상에 걸터앉은 연은 자신과 비슷하게 깨어있는 화에게 쉬어도 좋다고 얘기한 뒤에 침상에 누우려했다. 허나 화의 목소리가 들려와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 괜찮다면 무릎을 좀 빌리고싶은데. "
물론 불편하지 않게 잠깐이면 괜찮을것 같았다. 그리고 화의 손길에 머리를 맡기고 있으니 조금씩 잠이 오는 것 같아 그는 옅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아주 잠깐 잠에 들 수 있었다. 자신이 잠에 들면 방에 가서 쉬라는 분부도 잊지 않은채 말이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밝았지만 연이 머물고 있는 방엔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햇빛을 쬐게 되면 심한 화상을 입게 되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저택에 있는 연의 방과 다른 점은 상당히 밝은 등이 천장에서 빛이 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 일어났는지 다른 시종들의 도움으로 격식을 갖춘 차림으로 변한 연은 주변에 서있던 시종들에게 말했다.
" 화도 어느정도 꾸며주거라. 하급 귀족의 여식 정도로. "
시종의 신분이라곤 하나 가주의 앞에 나서는 것이니 보다 신경 써야할듯 싶어 내린 명령이었다. 본가에 오래 있기 싫었던 연은 본래 오후였던 약속 시간도 오전으로 당겨놓은 상태였다. 화의 준비가 끝나는대로 가족들이 모여있는 응접실로 향해 자신들을 부른 아버지의 저의를 들어볼 생각이었다.
준비가 끝났다는 하녀장의 말에 그는 천천히 문을 향해 나아갔다. 그가 문에 가까이 다가가자 자연스럽게 문이 열렸다. 물론 응접실로 향하는 길에 있는 모든 문들은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자연스럽게 열렸기에 그렇게 신기할 일은 아닌듯했다. 단지 연이 머무는 저택에선 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곳의 시종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연의 방에서 응접실은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문 몇개를 지나자 금세 응접실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의 문이 열리자 먼저 앉아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중앙에 앉아있는 굳은 인상의 중년 남성. 그가 현재 목정 가를 이끄는 가주, 목정 강(木楨 强)이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군살 하나 없어보이는 몸은 그가 평생을 무인으로 살아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중년의 여성은 연의 어머니인 유 화란(流 花蘭)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분위기 자체가 놀랍도록 유 화와 닮아있었다. 이제 막 중년의 나이에 들어섰기에 외모는 조금 빛이 바랜듯 했지만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상당한 미모를 자랑할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그의 큰형인 목정 윤(木楨 胤)이었다. 가주보다 더욱 큰 체격을 자랑하는 그는 옷을 입고 있음에도 근육질의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다부진 몸을 가진 사내였다. 그는 아버지보다 더더욱 굳은 얼굴로 막 응접실에 들어온 연과 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윤의 건너편에는 반대로 조금 늘씬한 몸을 가진 사내가 앉아있었다. 그의 이름은 목정 안(木楨 安)으로 가주의 자리를 이을 큰 형과는 다르게 목정 가문의 모든 생산품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물론 그도 총괄의 위치에 있기 이전엔 무인이었기에 옷으로 가려진 몸은 분명 군살 하나 없이 근육이 보이는 몸일 것이 분명했다.
그의 여동생은 다른 가문에 시집을 가있는 상태라서 이곳엔 오지 않았기에 연의 아버지와 어머니, 큰 형과 작은 형 그리고 연과 화라는 6명의 인원이 이제부터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작은 형인 안은 연을 불쌍하게 여겨 어릴적부터 잘 챙겨주는 편이었고 지금도 굳은 표정의 두 사람과는 다르게 옅은 미소를 지은채로 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연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었는데, 다른 두 사람의 표정과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른듯 했다.
" 목정 가의 삼남, 목정 연이 아버님을 뵙니다. "
연은 들어가자마자 허리를 깊이 숙이며 자신의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선 자연스럽게 자신의 앞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자신을 이곳까지 부른 이유가 무엇일지 아직까지도 생각하는지 그의 눈동자는 자신의 아버지와 큰 형을 빠르게 왕복하고 있었다. 연이 자리에 앉자 그의 아버지는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오랜만이구나. " " 저는 밤에 깨어있으니까 아무래도 자주 뵈러오긴 힘이 듭니다. " " 그렇겠지. 그러라고 널 그렇게 만들었으니. "
자신의 자식에게 그런 몹쓸 저주를 계승하게 만들어놓고선 그의 아버지는 표정 하나 바뀌는 것 없이 말을 내뱉었다. 물론 그 말을 들은 연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듯 했으나 옆에 있던 그의 어머니의 표정은 살짝 더 굳어가고 있었다.
푸하! 쓰다보니 좀 길어졌다... 원래 아래쪽으로 내용을 좀 더 쓸까했는데 너무 길어질까봐 일단 잘랐어! 유화랑은 대화가 안이어질것 같긴하니까 개인적인 생각을 쓰게 되려나 ... 응접실 들어올땐 유화도 인사를 해야하니까 그 부분에서 대사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마 다음부턴 조금씩 대화가 될 것 같으니까 ... 흑흑 미안해 너무 과몰입했나봐!! 그래도 맘에 들었으면 좋겠당 ... (쭈글)
갱신이야. ..(너덜너덜) 주말인데 내 자유는 어디갔을까.. .X□ 답레 찌고싶은데~~~~ 짬짬이 가족모임 레스 읽으면서 액정이나 핥고있어...8ㅁ8) 글고 궁금한게 가주나 형님이 그 자리에서 유화가 앉는 것도 있을까?(갸웃) 아님 유화는 연이 뒤에 시립해 있거나 하는 게 신분상 어울릴까?:3c
액정을 핥는다니 ㅋㅋㅋㅋ 주말인데 자유가 어디로 가버린거야!! 8ㅁ8) 그리고 유화 앉는 것도 생각해둔게 있지! 유화가 스스로 앉으면 불호령이 떨어질거고 그걸 연이가 방어하거나 혹은 유화가 앉지 않으면 연이가 자리에 앉으라고하고 거기서 또 불호령이 떨어질테니 그럴로 또 갈등을 일으키고! 시나리오 생각해둔게 있었어~~
초코릿은 실로 주술 같은 음식이었다.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희미한 미소가 고작이던 그가 그걸 먹자 그늘진 데 없이 환한 미소를 머금었으니, 행복의 음식이라고 해도 좋을 거 같다. 아라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면 좋았으련만. 그럼 그가 웃을 일이 늘어났을지도 모르는데. 부모님이 드시거나 희가 먹을 기회를 얻었을 수도 있고.
그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은 평온한 것이었다. 지압을 해도 되겠냐 청하자 그가 무릎베개를 하고자 해서 더더욱. 너무 높거나 낮진 않도록, 무릎뼈에 배기지 않도록 주의하며 지압을 하는 동안 그는 몽롱해진 듯 선잠이 들었다 깨길 반복하더니, 이윽고 조금은 편안한 얼굴로 잠들었다. 워낙 푹 자지 못하는 사람이라 오래지는 않았으나, 고통도 시름도 잊은 듯 무방비한 표정과 고른 숨결은 폭풍 전야 같은 시간의 빛깔을 바꾸어 주기엔 충분했다. 아마 이 시간이 유화에겐 목정가 종가宗家에서 벌어질 일을 견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그 이후에는 정신없는 시간들이었다. 햇빛을 철저히 차단한 게 무색하게 천장에 대낮의 해 같은 불이 켜져 있으니, 시간이 짐작도 안 가는 가운데 멍했다. 종가의 사람들은 그와는 달리 낮밤이 바뀌지 않았을 테니 낮이리라고 짐작할 뿐. 어쩌면 낮에 쉬고 밤에 일하는 생활에 그새 익숙해져 더 정신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건강한 자신도 이럴 정도니 몸이 약한 그는 더 힘들 텐데, 그는 시종들이 의관을 차려 입히고 단장하는 내내 피곤한 내색이라곤 없었다. 어쩌면 태연스럽고 심상하게 보여야만 한다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는지도. 신경 쓰이지 않도록 알아서 소세하고 적당한 차림새를 갖추려 했으나, 뜻밖에도 그가 유화를 하급 귀족 가문의 사람처럼 꾸미라는 명을 사용인들에게 전했다. 이 역시 그가 말한 '선수 치기'일까. 그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가 느껴지는 것 같아 예나 표할 수밖에 없었다.
"황감하옵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그를 따르려니, 닫혀 있던 문들은 그가 가까워지기 무섭게 열렸다. 처음엔 저절로 열리는 문으로 착각해 깜짝 놀랐으나, 슬쩍 곁눈질해 보니 사용인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그의 기척이 가까워 오면 여는 눈치였다. 얼마나 문 너머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면 이런 대처를 다 할까. 완벽한 섬김의 대상이 되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던 그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가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그와 유화는, 목정 가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응접실에 이르렀다. 정면을 보면 시종답지 않다는 말을 들을세라 내내 눈을 내리깐 채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석에 앉아 있는 건장한 체격에 엄격하게 굳은 얼굴의 중년 남성은 단연 눈에 띄었다. 만난 지 오래지 않았을 무렵의 그와 닮은 인상인 듯도 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더 무감정해 보였다. 표정만 봐서는 동상이라고 해도 반쯤은 믿길 것 같다. 반면에 그 옆에 앉은 여성은, 차분한 표정이면서도 남성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연륜이 느껴지는 동시에 품위 있고 고운 외모였지만, 무감정보다는 우수에 젖어 있는 인상이었다. 한편, 그의 이복 형들로 추정되는 남성들은 얼굴까지는 정확히 보지 못했으나, 내리깐 시야로도 둘 다 건장하고 균형 잡힌 체격이라는 점은 확연히 느껴졌다. 그 4명이 모인 자리의 공기는 숨소리 하나 새는 것도 꺼려지게 무거웠다. 책 잡힐 언행은 일절 안 해야 한다는 본능이 곤두섰다. 하여 상전을 뵌 하인의 예대로 양손을 허리춤에 모아 쥐고 무릎을 굽히며 쪼그려 앉았다.
" 가주와 부인과 도련님들을 뵙사옵니다. "
가주가 일어서도 좋노라 허락하기 전까지는 유화는 그 자세를 유지했을 것이다. 허락이 떨어져도 감사하다는 답부터 하고 일어서서는 그가 자리 잡고 앉은 근처에 시립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그에게도 결코 달가울 수 없는 공간임은 역력히 느껴졌다. 상대가 아들인데도 다분히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인사도 놀랍지만, 대놓고 널 그렇게 만들었노라 말하면서도 태연스럽기만 하니 경악스럽다. 저게 가문의 나머지 일원을 위해 희생시킨 아들에게 보일 태도인가? 그는 무엇을 위해 피의 저주를 짊어진 거지? 피의 저주가 유柳가의 주술이라는 점과 해주법을 감추고 있는 주제에도 비감이 솟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응응!! 문제없어 좋아좋아(꾸닥꾸닥) 지금 상황에 유화가 입대면 오히려 그림이 이상해지는걸~:3c 분위기 맛보기엔 충분해X9 유화는 유화대로 분위기 잘 보고있고 나도 팝(콘에)콜(라) 뇸뇸하면서 어제 액정 즐겁게 핥았다구~~☆★(붕붕) 게다가 네카 이미지 완전 귀엽다구!!! 특히 연이 표정이~~~ 유화를 예뻐해서 어쩔줄 모르는거 같으면서도 순둥하니 말 잘듣는 동생미 뿜뿜하는게X) 완전 사랑스러운걸~♥(콧김뿜뿜) 이렇게 힘내줬으니 유화가 입었을 법한 옷차림이라도 짤로 올려볼게!!!(콧노래)
제국이 생기기 전부터 영지에 여러 광산과 숲을 가지고 있던 목정 가문은 황가에 충성을 맹세한 뒤 그의 군대에 각종 무기를 공급하고 우수한 무관들을 양성하여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목정 가문 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강을 영지 한가운데에 끼고 있는 양천 가문과 현재 제국의 남쪽에 위치하여 광활한 평야를 이용해 식량을 담당했던 천야 가문은 제국이 건국 되고나서 개국공신으로 인정 받아 황가 다음의 권력을 갖게 되었다. 제국을 받치는 3개의 기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각각의 분야에서 대부분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세 가문은 제국의 활발했던 정복 전쟁이 끝나고선 자신들 간의 물 밑 암투로 그 노선을 바꾸었다. 대부분의 제국 시민들은 그들의 사이가 원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던 것이다.
" 가문의 내정이라면 제가 알아서 다 처리하고 있으니 그것 때문에 절 부르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
무미건조한 가주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연 또한 무표정하게 가족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피의 저주라는 것이 개인이 감당하기엔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터인데도 잔인하리만치 관심이 없는듯한 아버지의 모습에도 연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가주의 모습은 연이 밤새서 고민을 한 이유를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는듯 했다. 저주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막내 아들에게 이런 태도를 가지는 사람이 어째서 그를 본가로 호출했는가, 그것은 단순히 안부나 묻자고 그러는것은 아닌듯 했다.
" 안본 사이에 상당히 건방져졌구나. " " 지금은 제가 자고 있을 시간입니다 형님. 형님도 자야할 시간에 깨어있다면 비슷하지 않으실런지요. "
가주의 오른쪽에 있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가주보다 좀 더 젊어보이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연의 큰 형인 윤이었다. 연이 방으로 들어올때부터 무언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고 아버지에게 하는 태도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처음부터 지적으로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허나 연도 그런 반응이 익숙한지 아버지를 대할때처럼 무표정을 유지한채 시선만 돌려서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마 본가에 머무는 사용인들중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본다면 미묘하면서도 강렬한 신경전에 식은 땀을 흘리면서 못본척 지나갔을 것이다.
" 내 옆에 앉거라. "
연은 가족들에게 향하던 시선을 화에게 돌려서 말했다. 화가 인사를 하였음에도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기에 보다못한 그의 어머니가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를 받아주었지만 그 이후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듯이 그녀를 무시하는 것 같았기에 일부러 그녀를 자신의 옆에 앉게하려는 것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정면에서 불호령이 날아왔다.
" 어딜 아랫것이 건방지게 주인과 나란히 앉으려드느냐!! "
가주는 무가를 이끄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건물이 무너질 것처럼 큰소리를 내질렀다. 바로 옆에 있는 그의 어머니의 귀가 걱정될 정도로 큰소리였으나 부인은 아무 일도 아닌것처럼 얌전하게 앉아있을뿐이었다. 부인이 익숙한 것처럼 앉아있듯이 그의 아들들인 윤, 안, 연 3형제도 조금의 미동도 없이 앉아있을뿐이었다. 단지 그 불호령의 당사자인 연은 아버지의 외침에 어이가 없다는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이 자는 제 시종입니다. 아버지도 형님들도 주인이 아니지요. 그러하니 제가 그리하라고하면 따라야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
그렇게 말하며 연은 화의 손을 끌어당겼다. 스스럼없이 손을 잡는 모습에 모두의 눈이 튀어나올듯이 커졌고 가주와 큰형은 마치 못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잔뜩 화난 표정을 지은채 연을 노려보았다. 화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옆에 앉히려한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다시금 시선을 가족들에게 향했다. 일부러 이런 행동까지 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나올 얘기에 대해서 미리 선전포고를 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가주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 네가 아라에서 온 공녀와 정을 나눈다는 얘기가 돌더구나. "
분명 방금의 행동이 자신을 도발하는 것임을 잘 알고있음에도 가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이 말했다. 애초에 정계에 몸 담다보면 이 정도의 말은 도발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연도 잘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가주의 말에 이어서 그의 큰형이 잠시 화에게 시선을 주었다가 눈쌀을 찌푸리며 연을 바라보고선 말했다.
" 우리는 지체높은 목정 가문의 일원이다. 그것도 방계가 아니라 직계. 너의 그런 행동이 가문의 명성에 먹칠을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느냐? "
큰형의 지적은 가문의 관점에선 지극히 옳았다. 3가문이 암투를 벌이며 서로의 약점을 알아내고 그것을 이용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 이런 연의 행동은 그 균형에 영향을 주는 행동이었다. 피의 저주라는 것이 이미 가문의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사실이 다른 가문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목정 가문은 다른 가문들에게 조금씩 밀려날 것이 뻔했다. 허나 지극히 옳은 말이라는 것은 예측하기 쉽다는 말이기도 했다.
" 저 대신 독을 먹고 죽다 살아난 사람입니다. 이 자가 없었더라면 제 나약한 몸은 해독제가 오는 것을 버티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
저주로 인해서 잠도 제대로 못자는데다 온 몸이 약해져있는 연이 화 대신 그 독을 먹었다간 그 자리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거란 사실은 자명했다. 그랬기에 화의 행동은 가문 전체로 봤을때는 치하 받아야 마땅한 일이었음에도 이런 자리까지 오게 했다는 사실에 연은 속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 오히려 제 저택으로 독이 반입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은 이곳의 사람들 아닙니까? 저는 그녀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
연은 나지막히 말하며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의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붉게 빛나는듯 했다. 마치 화와 처음 만났을때의 그 눈빛. 그가 말투와 다르게 상당히 화가 났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말을 마친 연은 한숨을 작게 내쉬고선 화쪽을 바라보았다. 무섭게 노려보는듯한 눈빛은 어디가고 평소 화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돌아온 그는 그녀만 들릴 수 있게 작게 속삭였다.
" 걱정하지말거라. 내가 지켜줄터이니. "
그리고서 다시금 가족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결연했다. 여기서 모든 것을 담판 짓고 갈 각오가 가득하게도 말이다.
후아 이번 것도 너무 길어졌다 ... 쓰면서도 계속 걱정이 되는게 너무 연이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거 아닌가 싶네 ... 너무 화가 주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네. 연이도 화도 둘 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말이야 ... 혹시 불편하면 꼭 말해줘! 이번 에피소드는 내가 나중에 독백으로 묶어서 올리는 방식으로 가도 되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화가 입고 있는 옷 되게 이쁘다! 연이가 말만 안했지 되게 흡족하게 바라봤을 것 같아. 분명 고향에선 화도 귀한 자식이었을테니 이런걸 입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말이야. 최근에 소설을 좀 보고 있는데 여행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더라고! 연이가 몸만 정상이었어도 여행을 다녔을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연이의 요양이라는 목적으로 좀 멀리 가볼까 하는데 어때?! 괜찮을까?
아무리 아랫사람이라도 상전을 보고 예를 갖추어 인사하면 으레 일어서도 좋다는 허락 정도는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 안에서는 그런 의례적인 격식도, 아니, 유화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조차 무시되는 것 같았다. 부인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으나, 나머지는 그와 신경전을 벌이기 바빴다. 공자들이야 이복형이니 그럴 수도 있다 쳐도, 가주란 자는 가문의 모두를 위하느라 희생양이 되어 버린 친자식에게 어찌 저런 태도인지? 우리 가족과는 전혀 딴판이다. 우리 가족은 살림이 기울어 어려웠을지언정 서로의 존재를 희망 삼으며 좋은 게 있으면 나누고 힘든 일은 덜어 주고자 했는데. 서로가 굳이 시간 내어 마주할 사이냐는 듯 냉담한 그가 이해되고도 남았다.
그런데 돌연 그가 유화에게 눈길을 두더니, 스스럼없이 옆에 앉을 것을 권했다. 당혹해할 찰나 그야말로 벽력같은 대갈일성이 내실을 뒤흔들었다. 저들이 일어서도 좋다는 대꾸조차 않은 것은 사실이나, 법도를 따지고 들면 가주의 불호령에 틀린 점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 치의 동요도 없이 유화는 제 시종이라고 차게 대꾸했고, 손수 유화의 손을 잡아끌기까지 했다. 그 손길에서 느껴졌다. 창칼이나 주먹을 맞대지 않았을 뿐, 그는 지금 전투 태세다.
그 짧은 순간 온갖 생각이 들끓었다. 이대로 그가 이끄는 대로 앉아도 좋을 것인가? 그의 의도는 그러할 것이나, 시종이 상전과 나란히 앉는 것은 법도에 맞지 않다. 그가 법도에 어긋난 행동을 하게 두는 것이 과연 그에게 도움이 되는가? 그렇다고 법도에 따라 이대로 꿇어 있으면? 그걸로 그의 면을 세울 수 있는가? 역으로 상전의 명을 보란듯이 거스르며 제 뜻을 관철하려 든다는 혐의가 생기진 않는가? 그렇게 복잡하여 그에게
"황감하옵니다."
하고 일어서면서도 앉는 대신 그의 옆에 시립하며 멈추었다. 표정 변화가 드러나면 큰일이라 고개 숙이고 눈을 내리깐 채 평정을 가장했다.
그러자 그가 전날 미리 언질해 주었던, 가주의 진짜 용건이 내실을 울렸다. 유화는 속입술을 잘근 물었다. 이래서 그가 여기에서는 그 소문을 기정사실화하고자 한 것이겠지. 해코지해도 되는 그저 아랫것이 아니라고 못박을 심산으로. 그의 변호를 들을수록 가슴이 아렸다. 이 정도로 험악해질 걸 각오하고서 벌인 일 아닌가. 그토록 결연한 마음으로 몇날 며칠을 고민했을 그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아니, 그렇기에, 자신을 신뢰한다고 단호히 말하는 그를, 지켜 주겠노라 속삭이는 그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가장 본질적인 고통을, 원인과 벗어날 방법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다. 그런 나를 위하느라 그가 가족들과 척지는 건 두고 보지 못하겠다. 겉보기엔 남보다 못한 가족 같을지라도, 남은 생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한 존재들 아닌가.
하여 유화는 희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꿇어 머리를 조아렸다.
"아랫것이 말씀 도중 끼어드는 것은 죽을 죄이나 감히 아뢰겠사옵니다. 도련님께선 아랫것까지 너그러이 살펴주셨기에 소인 역시 아랫것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했을 뿐, 다른 일은 없사옵니다. 부디 깊이 상량하시어 침소봉대에 흔들리지 말아 주시옵고, 주인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소인이 받들어야 할 분부가 있다면 내려 주시옵소서!"
가주와 공자들의 태도로 보아 이 발언이 기껍게 받아들여지기는 아마 힘들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이 자리에서 자진하라는 명이 떨어질지도. 그럴지라도.. . 각오는 되었다. 손이 떨리는 듯해 바닥을 힘주어 짚었다. 이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므로
아유 아냐아냐!!(절레절레) 전에도 말했던거같지만 제국에서, 연이네 저택에서, 목정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연이 이야기가 많이 비춰지는게 당연한걸:3c 그러거나 말거나 유화는 상황에 맞춰 반응할수있으니까 걱정ㄴㄴ야(부둥부둥) 당장 지금도 유화가 멋대로 나서버렸잖아:> 오히려 연이가 애쓰는걸 훼방놔버린건 아닌지 걱정이야(먼눈) 글고 의상이 맘에 들었다니 기분좋당X) 저 드라마 착장이 디자인은 안 화려해도 은은하게 이쁘더라고~ (히죽) 요양하기 위해 기후가 온화한 지역으로 가는거 좋다좋다!!:▷ 옛날에 요양하면 온천이었던거 같으니 기왕 가는거 온천여행 어때?(설레발) 이동이며 활동은 한밤중에만 가능하겠지만.. .:( 암튼 월요일 새벽부터 장문으로 이어주느라 고생많았어!!X9 답레내용 그대로 가는게 곤란하면 편하게 말해줘~☆★(붕붕)
그가 저주를 받기 전, 그러니까 어릴적엔 분위기가 이렇지만은 않았다. 비록 형들과 나이차이가 꽤 나고 있었지만 연이 형들을 꽤나 잘 따랐고 어머니의 유한 성격을 물려받아 밝은 성격이었던 그는 여동생을 아끼며 큰 형을 위해 가문을 지탱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허나 당숙의 건강이 나날이 안좋아지고 있었기에 결국 누군가는 그 짐을 짊어져야한다는 사실을 그가 좀 더 자랐을때 알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깨달아버렸다. 형님들은 가문을 이끌어야하고 여동생은 그 저주를 견디기엔 갸날프고 소중하니 결국 그것을 감내해야하는 것은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가문의 이해관계과 맞아떨어져 그가 저주를 짊어지게 된 것이었다.
" 애초에 네가 사는 저택이다. 우리가 병사를 파견해준다는 제안을 거절한 것은 네가 아니냐. " " 목적부터가 절 경호하기 위해 파견하시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
아니, 반쯤은 그 목적이 맞을터였다. 하지만 나머지 반이 연을 감시하려는 목적이었기에 그가 거절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저주를 받아내는 핵심인 그가 본가에서 나와있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오히려 본가 깊숙한 곳에 꽁꽁 숨긴채로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더욱 맞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연은 저택의 그 숨막히는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았다. 저주를 받아내기 전에도 어렴풋이 느끼던 것을 저주를 받고서 햇빛을 보지 못하게 되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저택을 나왔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로 가족들과 언쟁을 벌였고 그것을 종식시켜준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가족들 앞에서 눈물로 호소한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본가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통제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 어찌됐던 저택은 제 관할이고 제가 곁에 둘 이는 신경 쓰실 일이 아닙.. "
연은 이곳에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다. 어젯밤에 도착한 것도 약속시간이 오전이었기 때문이었을뿐. 만약 밤에 만나자는 약속이었다면 그는 그냥 해질녘즈음 출발하여 본가에 갔을 것이었다. 지금 이 자리도 그에게는 거북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애초에 여기까지 자신을 불렀다는 것은 이미 자신들의 의견은 정해두고 통보만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을 정해 그냥 끊어내고 대화를 마칠 생각이었다. 허나 그 생각은 옆에서 들려온 화의 목소리에 산산히 깨져버렸다. 분부가 있으면 내려달라는 말. 그 말을 듣고서 자신의 가족들이 어떤 말을 할지는 너무나도 뻔했기에 그는 재빠르게 먼저 말을 꺼내려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먼저 나온 가주의 말에 단단히 막혀버렸다.
" 재밌구나. 그럼 자진해라. "
가주는 품 속에서 단검을 화의 앞에 던졌다. 단검치곤 큰 크기였지만 목정 가의 가주라는 신분에 있는 사람이 들고 다닐만한 종류의 무장은 아니었다. 애초에 장식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무채색인 것을 보면 군납품 중에 하나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자리의 목적은 가주가 던진 단검 하나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 날카롭게 벼린 것이다. 검집에서 뽑으면 독까지 발릴 수 있는 최신품이지. 아무 곳이나 찔러도 확실하게 죽을 것이다. "
결국 저주에 걸렸더라도 목정 가문의 정통성을 잇는 직계였기에 조금의 오점이라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가주의 생각이었다. 모든 것을 통제하에 두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흘러가게 한다. 그것에 능했기에 가주가 되었고 피의 저주라는 큰 약점을 가지고도 가문간의 삼파전에서 절대 밀리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화가 연에게 어떤 의미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기도 했던 것이다.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미모의 여식들을 몇번이고 보냈음에도 내쳤던게 연이었다. 그러하니 이번에도 그저 변덕에 불과하다고, 금방 식어버릴 애정이라고 생각했다.
답레가 너무 늦어버렸다!! 평일에 너무 바빴는데 어제도 출근한다고 시간이 없었다 ... (운다) 너무 많이 기다린게 아닐까싶네 ... 그래도 이번엔 갈등이 좀 고조되게 해봤어! 자진하라는 말을 하긴 했는데 어떻게든 연이가 막을테니까 반응은 자유롭게 주면 될 것 같아! ><
온천 좋다!! 밤에만 이동하는 것도 꽤나 고된 일이겠지만 ... 막상 도착하면 되게 잘 놀 것 같으니까! 유화도 온천에서 즐기면 좋을 것 같고~ 같이 목욕을 ... 하게 될련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온천 말고도 주변의 유명한 요리 같은 것도 먹으러 다니면 되게 재밌을 것 같네! 이번엔 좀 무거운 분위기니까 다음 일상은 밝게밝게 그렇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일어나라는 말이었어도 그보다 더 예사스럽지는 않았을 것 같은 명. 바닥에 단단한 것이 부딪는 소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바닥에 머리를 박아 보이는 게 없어도, 떨어진 것이 무엇인지는 짐작할 만했기에. 하물며 목정 가의 가주가 던진 물건에 대해 친절히도 설명까지 덧붙였음에랴.
파르르 떨리는 손을 옥쥐었다. 이 자리에서 죽으라. 제 아들, 아니, 가문의 일원에 대한 뒷말이 나돌게 하느니 사용인을 죽이겠다. 편리한 발상이다. 허나 어리석은 발상이기도 하다. 그의 눈앞에서 이런 짓을 감행하면 그의 마음이 어떨지는 생각해 봤을지? 그가 사별을 끔찍하게 두려워한다는 점을 알고는 있는지?
이를 악물다 깨달았다. 이 상황에 이른 건, 가주가 그의 눈앞에서 일을 벌여서 좋을 게 없다는 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내가 여기 있는 내내 그를 따라다녀서일지도. 그렇다면, 그가 저에게서 떨어지지 말라 신신당부한 까닭 역시 쥐도 새도 모르게 불려가 죽을까 저어해서겠다. 최선을 다한 탓에 최악의 결과를 맞은 셈이다.
씁쓸해져 몸을 일으켰다. 칙칙한 색상에 장식 하나 없는 단검이 바로 앞에 팽개쳐져 있었다. 순간 누군가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조소가 올라왔다. 이 칼을 뽑아서 가주를 찌르려 들거나, 가주에게 던져 버린다면, 저 자들이 훨씬 수월해지리라. 그와의 사이가 악화되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겠지. 그가 남은 생을 포기하면서까지 가족들을 지키고자 했음을 생각하면, 또 되든 안 되든 우리 가문의 원한을 갚으려는 시도조차 해 보고자 한다면, 그 편이 옳겠으나ㅡ
떨리는 손으로 칼을 쥐었다. 그렇게까진 못하겠다. 그런 명분을 내어 줬다간 필경 내 가족에게까지 화가 미칠 것이니.
한편으론.. . 미소가 머금어졌다. 이 자리에서 목숨을 끊는 것이, 어쩌면 목정 가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인지도 모른다. 피의 저주의 해주법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못 하는 눈치이니, 그만큼 해주법이 유출될 위험도 줄지 않겠는가. 하여 칼을 뽑았다. 가능한 한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싶었다.
"대외적으로는 도련님 대신 독을 먹은 후유증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처리해 주시옵소서. 도련님께 추문이 일까 자진시킨 것보다는 그 편이 나을 것이옵니다."
충분히 덤덤한 목소리였는지? 거기까진 모르겠다. 그가 어쩌고 있을지도 보지 않고자 칼날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도 날 아니 보길, 그의 아픔을 덜어 줄 방도를 택하진 않을 것이니. 그렇게 칼을 제 가슴에 겨누고는, 이 악물고 찌르려 했다. 숨 막히도록 몸을 찢는 격통과 아뜩해지는 정신은 착각일지 현실일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피곤하면 쉬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말라구~~ 근데 너무 일상만 이어가면 심심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잡담도 좀 할까 싶어! 내가 예전에 다리를 심하게 다친적이 있어서 그게 계속 말썽인거야 ... 그니까 유화주는 꼭 건강해야해!!!
처음에 저주를 받을땐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거지! 형님들은 가문을 이끌어가야하고 여동생에게 저주를 넘겨주기엔 싫었으니까 결국 자기가 해야한다고. 그렇게 저주를 받았는데 어린 나이엔 감당하기 힘들고 본가에선 과보호와 감시를 하고 있으니 더더욱 지쳐갔던거지. 그래서 자신을 별장으로 쓰던 저택으로 보내달라! 했던거고 거기서 가족들과도 엄청 싸웠다가 어머니와 작은형의 도움으로 겨우 독립하게 된거야 :3 그래서 가족들을 소중히 하지만 지금은 너무 지쳐있는 상태고 ... 본가에 오라는 말을 들었을때의 반응도 그때의 연장선!
헉 깜깜해진 주변에서 들리는건 물이 흐르는 소리 뿐인데 갑자기 불꽃놀이가 시작되면서 둘 다 처음 보는 광경에 넋이 나가는걸까 :3 너무 좋아~~ 거기서 슬쩍 손이라도 잡으면~~~ 이거거든~~
으에에에:P 나도 절찬리에 갈리고있어 어엉(대성통곡) 어젠 잘 쉬었나 모르겠다 잡담도 좋지 일상 이을때 깜박하고 못넣은 부분을 나중에 채울수도 있고!!X9 난 일상이든 잡담이든 편할때 이으면 된다파니까 내키는대로 해줘(붕붕) 근데 얼마나 심하게 다쳤으면 후유증이 그렇게 오래가8ㅁ8) 조심조심 다녀야겠다.. .
요약하면 '인생은 실전이야 연아'일까?(먼눈) 각오했지만 각오보다 더 빡셌구나. ..:( 작은형은 그렇다쳐도 어머니는 얼마나 맴찢이었을까(울망) 유화와 목정가가 화해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연이는 가족들이랑 화해하면 좋겠다!!:3c
꺄꺄XD 달달한 분위기에 그림 완전 이쁘겠다!!! 불꽃에 넋 나가있다가 손 잡혀서 정신차리면서부터는 불꽃이 눈에 안들어오고 두근거리다가 결국 마주잡는식~~☆★(설레발) 클리셰라도 좋아X3 나 여기 묻힐래~~~(굴파기)
묵직한 것이 바닥에 떨어져 쓸려가는 소리. 그와 동시에 가문의 가주 자리에 앉아있는 그의 아버지가 어떤 말을 했는지 연은 똑똑히 들어버렸다. 그저 자신이 더욱 아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진하라는 것인가? 연은 지금 저들의 행동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 저주를 받은지 십수년이 지난 마당에 이제야 좀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상대를 찾았을지도 몰랐다. 물론 화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으니 그것은 확신이 될 수는 없었다. 그야 화와 자신은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 차이를 남이 이용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가족일지라도.
"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말거라! "
연은 화의 말에 그녀의 손에 있던 칼을 힘껏 낚아채면서 말했다. 말투는 화에게 하는 것이었지만 그 방향성이 어디인지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모를리 없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저주로 쇠약해진 몸임에도 그의 움직임엔 군더더기 하나 없었다. 다만 너무 급하게 움직인 모양인지 일어나면서 발을 삐끗한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화에게서 뺏어든 단검을 손에 쥔 연은 중앙에 서서 가족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 아버지는 항상 그런식이었습니다. "
목정 가문을 이끌어가야한다는 부담감, 사명감 같은 것은 잘 몰랐다. 그야 그는 어쨌든 두번째 부인의 소생이고 삼남일녀 중에 삼남이었다. 거기에 지금의 가주는 쓸데없는 분란을 막기 위해서 이미 큰아들을 후계로 점찍어두고 다른 자식들에겐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가주의 자리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고 큰형님들 곁에서 잘 보좌해야겠다는 생각만 들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의 큰 형은 차기 가주 자리에 어울릴만큼 카리스마 있고 무력도 강한 사람이었다.
" 가문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이루어진 모든 일들이 정녕 옳다고 생각하시는겁니까? " " 네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도 목정 가문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 이런 빌어먹을 저주까지 포함해서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요? "
연이 분노 섞인 목소리로 울부짖자 그의 아버지는 대꾸 없이 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의 아버지는 이런식으로 상대방을 노려보면서 제압하려고 했었다. 타고난 무인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가주의 자리에서 갈고 닦은 것을 정면으로 바라보았을때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예전에는 연 또한 그렇게 바라보던 눈빛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리를 피하거나 아버지의 요구를 수락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눈빛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 분노를 오롯이 뱉어내고 있었다.
" 고작 공녀일뿐이다. 저것보다 더 차고 넘치는 사람은 많다. "
저주에 시달리고 있을뿐 연은 목정 가의 삼남이었다. 그러니 혼담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주는 가문의 치부와도 같은 것, 건강상의 이유로 모든 혼담을 거절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정 가를 모시는 입장인 가문들은 엄청나게 많았고 그 중에선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미녀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하니 그들 중에 하나를 연의 옆에 붙이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었다. 허나 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더욱 분노하며 말했다.
" 없습니다. 그 어떤 사람을 데려와도 절대 불가능합니다. " " 그만해라! 이미 다 큰줄 알았더니 아직도 어린애처럼 징징대는구나. " " 아직도 어린 아이의 징징거림으로 보이시나 봅니다. "
연은 아버지의 말에 헛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앞에 있던 탁상에 손을 올려두고선 들고 있던 단검으로 올려놓은 손을 찍어내렸다. 어찌나 강한 힘이었는지 손을 관통하고 탁상에 어느 정도 박혀들어간 단검을 보며 연은 비릿한 웃음과 함께 말했다.
" 독이 묻어있다 하셨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전 죽겠네요. 절 살리려고 하셔도 안됩니다. 저는 어떻게든 죽을테니까요. 그럼 다음 저주는 누가 받으실꺼죠? 큰형님? 작은형님? 아니면 월아? 그것도 아니라면 형님들의 자식들? "
화를 해코지하려 했으니 당신들도 한번 비슷한 느낌을 받아보란 의도였다. 자신이 죽으면 저주는 필시 다른 이들에게 옮겨갈테고 그렇다면 저주를 묶어둘 사람이 또 하나 필요할테니까. 저주는 필시 직계만이 이어받을 수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었다. 묻어있는 독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으나 군용품에 발려있는 독이라면 그렇게 강한 독은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깊숙히 박힌 단검 때문에 독이 전신에 퍼지는 시간은 정말 빠를터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 그의 작은 형은 재빠르게 어딘가에 지시를 내리고선 자신의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 연아, 어머니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아버님도 형님도 그만하시지요. "
지금까지 잠자코 듣기만 하고 있던 그의 작은 형은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중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음 저주를 받아야하는 것이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일까 아니면 연에 대한 연민 때문일까. 그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말에 경직되어있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풀리는 느낌이었다. 본래의 성격일까 아니면 의도된 것일까. 어릴적부터 연을 잘 챙겨주었다니 본인의 성격에 좀 더 가까울지도 몰랐다. 그의 작은 형, 목정 안은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은 것을 확인하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이번에는 아무래도 연이를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군요. 우리가 쥐고 있는 카드부터가 너무 적습니다 아버님. " " 너는 가문의 명예가 실추 되어도 상관 없다는 얘기냐? " " 저주 자체가 가문의 약점이나 다를바 없고 그것을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연이입니다. 오롯이 저주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가문에 헌신하는 것이 많습니다. 지금 정도는 허락해주셔도 무방하지 않으실런지요? " " 그것은 휘도 하던 일이다. 그런 것으로 무언가를 요구하기엔 부족 ... " " 연이는 당숙이 아닙니다. 거기에 당숙께서 후회에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가셨단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
거기서 대화가 멈췄다. 그의 아버지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작은 아들과 막내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금의 상황이 자신의 맘에 전혀 들지 않는 것이겠지. 허나 그것과는 별개로 안의 말 또한 틀린 것은 없었기에 갈등하고 있는 것이었다.
헉 이번에도 엄청 길어졌다! 슬슬 상황이 끝나갈 것 같아~~ 아마 유화주 답레를 받고나서 그 다음 것으로 지금 이 논쟁은 끝나지 않을까? 손등을 칼로 관통시키는건 쓰면서 너무한가 싶었지만 이 정도 임팩트는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했고 ... 그래도 왼손이니까 일상 생활엔 지장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아무래도 연이가 가족들이랑 화해하기엔 너무 힘들지 않을까 ... 화에게 자진하라는 말까지 한데다 정이라곤 거의 주질 않았으니까. 그래도 나~중에 화랑 더 가까워지고 화가 좀 더 권하거나 그러면 화해하는 척 정도는 할지도 모르지! 절대 당신들이 좋아서 그러는게 아니라 화가 하라고 해서 하는거니까요, 같은 느낌?
원래 손 마주잡았다가 바로 입맞춤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뱃놀이 할때쯤엔 그런 관계까진 안갔을테니까 손만 잡아도 너무 두근포카할 것 같아!! 하 정말 유화 최고다 ... 내 지친 삶을 견인하는건 역시 유화랑 유화주라니까 ... 안그랬으면 너무 힘들었을꺼야
이리 끝날 줄 알았다면 공녀로 바쳐지기 전에 자진할걸. 그를 모른 채 죽었더라면, 그를 평생 갉아먹는 저주의 존재를 몰랐더라면, 그가 사별을 극도로 두려워한다는 사실도 몰랐더라면, 지금보단 후련하게 끝났을 텐데. 터무니없는 후회이다. 공녀로 바쳐지기 전에 자진했다면 꼼짝없이 희가 볼모로 잡혔을 것이고 부모님께도 화가 미쳤을 테니. 이렇게 흘러올 수밖에 없었던 게지. 그래도 그 질척한 흐름도 이제는 끝임을 위안 삼으며 고통이 짧기나 기원했다.
그 순간, 손아귀가 허전해졌다. 벌어져 버린 손이 욱신하고 저렸다. 노여움 가득한 고함. 어느새 칼은 그에게 들려 있었다. 얼이 나간 사이 그가 목정가의 가주이자 본인의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맞섰다. 피의 저주를 홀로 떠안으며 쌓여 왔던 울분을 터뜨리면서. 이 상황에 날 감싸고자 가족과 맞서면 어찌하는가. 내가 자진하려던 까닭엔 당신에게 해주법을 알리지 않겠다는 흑심도 있건만. 가슴이 아리고 답답한데도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가 분노를 쏟아붓는 동안, 목정가의 가주는 차갑고 위압적인 시선으로 이쪽을 쏘아볼 뿐이었다. 격정과 침묵이 지나가고서야 목정가의 가주는 무미건조하게 내뱉었다.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을 만큼 정확한 말이었다. 그리 긴 인연도 아니었으니. 그러나 그의 노여움은 더욱 불타올랐다. 이럴 가치가 있는 일인가? 죽는 데 꼭 흉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당장 바닥에 머리를 짓찧어서라도.. ..
그때 소름끼치는 기척이 났다. 다음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도련님!!!!"
독 묻은 칼로 제 손을 찌르다니. 이 무슨 짓인가! 그도 모자라 그는 저가 죽으면 저주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가족들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정말로 목숨을 버리려는지? 황급히 일어서 그를 만류했다.
"고정하시옵소서. 이러시면 아니되시옵니다."
섬뜩하게 박히다시피 한 칼. 관통당한 상처 둘레로 핏물이 발갛게 비친다. 이대로 뽑으면 출혈이 심할 것이다. 독도 문제다. 유화는 다시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의원을 불러 주시옵소서! 속히 조치하셔야 하옵니다!"
일이 어쩌다 이 지경이 돼 버렸는지. 숨이 막히고 몸이 벌벌 떨렸다. 어서 조치하지 않으면.. .!!
그런 유화에게 다행인 일은, 연의 작은형이 아랫사람에게 지시를 내리고 상황을 중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리라. 연이 진정 죽기를 각오했고 그가 사망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피의 저주가 돌아가는 한, 목정가의 가주가 연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을 것이다. 연의 작은형도 그런 상황임을 파악했기에 구색 맞추기로나마 '가주의 허락'을 이끌어 내 상황을 풀어 가려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연의 작은형이 협상을 시도하는 사이에도 시시각각 독은 퍼져 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유화의 속도 바짝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랑 여동생이랑 작은형 정도말고는 정이 없구나8ㅁ8) 냉랭한거 같아도 사실은 일가친척에게 애정이든 애증이든 있어서 저주를 떠안은줄 알았지 뭐야?(훌찌럭) 정이 있지만 티를 못내는거면 모를까 아예 질색하는 사이면 유화도 화해하라고 권하지못할거야X6 그런사이를 억지로 좁히라는것도 상대를 괴롭히는거일수 있으니까 말야(절레절레)
현생에 시달리다 너무 늦게 이어버렸다.. .(떨썩)(통곡) 많이 기다렸지? 미안X□ 이제 슬슬 상황이 수습될까?(초롱) 근데 연이가 손을 심하게다쳐서 괜찮을지 모르겠다>:( 관통상이라니 상상만 해도 내가 다 아파. ..(바들바들) 돌아갈땐 평화롭자~~X(
원래는 자신이 큰형은 가주고 작은 형은 큰 형을 보필해야하니까 저주는 내가 맡아야지! 하는 사명감이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의 대우에도 짜증나고 그래서 점점 멀어지게 된거지. 그나마 잘 챙겨주는 작은 형이나 친하게 지냈던 여동생이 있으니까 가문을 버릴수가 없는거고 ... 거기에 또 자기 조카들은 엄청 아끼거든.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말이야.
나도 늦으면 일주일씩 걸려서 답레 가져오는데 뭐! 현생이 중요한거지 이건 느긋하게 해도 되는거니까~ 이제 슬슬 수습할 예정이야! 너무 딥다크하게 들어갔더니 나도 같이 멘탈이 갈리는 느낌이기도 하고 해서 ... 생각보다 몰입이 잘되더라고. 돌아갈땐 손이 좀 아프겠지만~~ 그나마 왼손이라 일할땐 지장 없다는게 다행이려나. 밥 먹기엔 좀 힘들테니 유화가 먹여주는건가! (기대)
사명감만으로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일 같다...8ㅁ8) 햇빛보면 살타지 흡혈욕구 생기지 잠못자지...(울망)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삶이잖아X( 근데 가족들이 챙겨주지도 않으면 서럽겠다!!(버럭) 조카바보 연이 귀엽다:D 조카들이랑 어울려노는것도 기대되는데(활짝) 연이네 아버진 일부러 연이한테 정을 안줬던걸까?>:3 저주를 받을 예정인 자식한테 정 쏟으면 마음이 아파서?(긁적)
맞아맞아!!:6 시리어스다크도 나름 맛있지만 그런점땜에 오래하긴 기빨려(피오오오) 밥 먹여주는거 좋다!!XD 풋풋하고 귀엽고 따수운 분위기일거 같애(설레발) 그거말고도 양손 다 써야할 일은 유화가 도울수있으면 좋겠다~☆★ ;)
시야가 흐릿하다. 깊숙하게 박혔기 때문일까 단검에 발려있던 독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몸에서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숨을 쉬는 것도 강하게 의식해야지만 간신히 할 수 있었다. 이대로 죽어버리는 것일까. 연은 언제나 이 빌어먹을 저주에서 해방되는 것을 꿈꾸고 있었기에 고통 속에서도 작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흐려져가는 시야 속에서 보이는 것은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유화의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외치는 목소리. 분명 연은 화에게 지켜주겠노라 말했다. 분명 이 자리에서 그녀를 지키는 것은 성공했다. 하지만 이 다음은? 그가 죽고나서 그녀가 살아있을 수 있는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가혹하게 질 것이 분명했다. 지켜주겠노라 했는데 결국 자신만이 해방되고 그녀를 지킬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 ... ㅇㅏㄴ.. 돼 ... "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손을 어떻게든 그녀를 향해 뻗었다. 여기서 이렇게 죽으면 안됐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선 언제나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엄청난 후회가 그의 마음을 어지럽혀놓는다. 뒤늦게 단검을 뽑아내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 몸이 단단하게 박힌 것을 뽑아낼 수 있을리 만무했다.
" 해독제 가져왔습니다! "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여러 인원이 순식간에 들어와 연의 몸을 감쌌다. 해독제는 가루 같은 형태와 액상 형태 2가지가 있었는데 가루 형태는 단검이 박혀있는 손에 뿌리고 액상 형태는 힘이 다 빠진 연의 목 안으로 강제로 넘겼다. 그리고선 단검을 조심스럽게 뽑아내는데 손에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이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한 뒤에 단검이 박힌 부분만 잘라내어 손에 단검이 박힌채로 들것에 실었다.
" 최대한 서둘러야한다. "
안은 들어온 부하들에게 그리 일러두고선 자신의 아버지와 대화를 계속했다.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연의 편에 서주기로 한 것 같았다. 그의 큰 형은 연이 단검을 손에 박아내린 시점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만 감은채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연이 들것에 실려나가고 연의 어미니인 화란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에게 다가갔다. 갑작스런 행동에 대화를 나누던 가주와 안도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 당신이 ... 우리 연이 옆에 있어주세요. "
작지만 확실한 목소리로 얘기한 그녀는 엎드려있던 화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고선 연이 실려나간 문쪽으로 손수 바래다주었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맞잡은 손엔 무수히 많은 감정이 실려있는듯 했다. 그렇게 문 앞까지 화를 데려다준 화란은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단 것처럼 조용히 앉아있기 시작했다.
드디어 상황 끝! 아마 다음이나 다다음으로 막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연이는 수술을 받게 될테고 ... 아마 왼손은 후유증이 남을지도 몰라! 이번에 죽음에 대한 후회를 처음으로 느껴본 연이니까 태도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고~~ 연이 아버지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서 ... 두번째 결혼도 완전 정치적인 이유니까 말이야. 아마 연이부턴 딱히 정이 없을꺼야.
목욕 시중은 들어주는 사람들 있으니까 아마 화는 안할것 같고 글을 읽고 쓸줄 아니까 서류 작업을 도와준다던가 하는 것도 가능하겠네! 앞으로는 옷도 시종 옷이 아니라 다른거 입으라고 할지도 모르고 ... 그랬을때 유화 반응이 궁금하긴하다!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린 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러는 동안에도 그의 몸에 독이 퍼지고 있을 터라 촌각이 급하건만 누가 드나드는 기척은 안 난다. 그가 지나가려고만 해도 알아서 문을 열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던 사용인들은 어쩌고 이토록 지체되는지?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것 같다.
그러던 중 신음에 가깝게 흐릿한 말소리에 고개가 들렸다. 그새 푸르스름해진 낯빛으로 그가 팔을 뻗으려 애쓰고 있었다.
"도련님!!"
반사적으로 일어서 그 머리나마 품에 받치고자 했다. 그러나 이대론 치료는커녕 고통이 덜어지지도 않는다. 대체 의원은 왜 이리도 더딜까!
그때 해독제를 가져왔다는 보고와 함께 여러 명이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방해가 될세라 화급히 물러섰다. 사람들에 가려 어떤 조치가 이루어지는지까지 제대로 보진 못했으나, 오래지 않아 그가 들것에 실렸다. 그의 손이 단검과 함께 박혀 버린 탁자의 일부분이 함께 실렸고, 상처 부위엔 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독이 퍼지는 걸 해독제로 늦추고 단검을 뽑는 건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의원에서 하려는 것 같다. 부디 늦지 않길.
기원은 하나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저 바라보던 중 그의 작은형이 부하들을 재촉하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허락 없이 일어서 버린 격. 다시 꿇어 엎드렸으나 체념이 번졌다. 바로 전에 자진을 명했던 자들에게 빌미를 제대로 제공해 버렸으니, 살아남기는 어려울 성싶다. 쓴웃음이 머금어졌다. 죽음은 면할 수 없다 해도 그의 경과는 확인할 수 있었으면.
그런데 죽으라는 명 대신 치맛자락이 가볍게 스치는 듯한 기척이 다가왔다. 뒤이어 여태 들리지 않았던, 부인의 조심스럽고도 단호한 목소리가 울렸다. 심지어 경어로.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사이 부인이 유화를 일으키려는 듯 손을 잡으며 위로 당겼다. 그리고 유화가 일어나자 그가 실려간 문으로 이끌었다. 더는 말하지 않고 앞만 보는 모습에서 기품과 결연함이 느껴졌다. 지극히 침착하고 차분한 태도였으나, 애끊는 감정과 눈물을 애써 삭이고 있는 것도 같다. 그의 경과를 확인할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하고프면서도 심란했다. 그토록 애달픈 아들이면, 본인이 가고도 싶을 텐데, 나를 대신 보내려는구나. 나를 그의 곁에 있을 만한 사람으로 보는구나. 내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생각하면 실로 터무니없는 신뢰 아닌지. 그랬기에 문을 나서기 전, 부인에게 무릎 굽혀 예를 올리면서는
"송구하옵니다."
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그를 옮기는 사람들을 따라잡기 위해, 그가 옮겨진 곳으로 가기 위해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유화가 죽을고비에서 연이 생각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거처럼 연이도 유화 생각하며 살려는 의지를 품었구나!!(초롱) 이렇게 조각이 맞춰지네XD 연주 굉장해!!(야광봉) 후유증 가라앉을때까지 유화가 서류작업이든 식사든 잘 챙겨야겠다!!<:3 근데 암만 정략결혼이라도 자식인데 정이 없다니 목정가 가주 너무 비정하다!!!(버럭) 연이가 다른옷 입으랄때의 반응은 그때 풀어볼게~~:9
처치는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들것은 빠르게 의원들이 대기중인 장소로 옮겨졌고 해독제는 애초에 그들이 개발한 독이었으니 작용도 빨라서 창백했던 낯빛은 원래의 색깔로 돌아오고 있었다. 연은 그때까지도 의식이 있었지만 몸을 꼼짝할 수가 없어서 그저 멍하니 누워있기만 할 수 있었다. 아니, 고통이 몰려와서 그것을 참아내는 것만으로도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의원들은 연에게 무언가를 먹이고선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연은 자신의 의식이 조금씩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잠에 들 정도는 아니지만 뭔가 붕 떠있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리고선 잠시 뒤에 자신의 왼손에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 윽 ... 으윽 ... "
정신이 화들짝 들어 움직일 수 있을 법도 한데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고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고 손을 무언가가 둘둘 감싸는 것만 다시금 느껴졌다. 그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생각하다가 자신이 박아넣은 단검이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왼손은 평생 제대로 쓰지 못하는걸까. 그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이윽고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본가에 왔을때 사용하는 그 방에 누워있었다. 살짝 두통이 몰려와 머리를 만지기 위해 손을 들었을때 손부터 팔까지 붕대에 동동매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침대 옆에는 처치에 필요한 많은 의료기기들이 놓여있었는데 여기서도 계속해서 치료를 하고 있었던것 같았다. 이렇게 깨어났다는 것은 몸이 조금은 회복했다는 것일까.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으나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해독은 꽤 빠르게 되었지만 그동안 몸이 영향을 받은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몸이 약해져버린 것이다.
" 영 꼴이 말이 아니구나. "
작게 기침을 하며 중얼거린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를 찾는 것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되고나서 화는 어떻게 됐을까. 문득 의식을 잃기 전에 화의 모습을 본 것만 같기도 했다. 자신이 그렇게까지 했으니 가문에선 화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잘못 됐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눈 앞에 보이지 않으니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 화야, 거기 있느냐? "
자신의 방 옆에 딸려있는 작은 방에서 그녀를 머물도록 했었다. 그리고 이곳에선 자신의 옆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했으니 있다면 거기에 있을거란 생각에 작은 목소리로 불러본 것이다.
주말이 끝나버렸다 ... 난 어제 하루종일 출근해서 주말이 하루 같아 (운다) 유화주는 잘 보냈을까? 하 진짜 너무 바빠서 혐생이라니까 ... 일어났을때 유화가 바로 옆에 있을것 같긴했는데 딱 옆에 없는 사이에 일어나면 좀 극적일 것 같아서 그렇게 해봤어! 일어나자마자 유화를 찾는 유화 바라기 연이 ...
그렇게 서로가 소중함을 느끼면서 관계가 한단계 더 발전하는거라고 생각해! 화가 도와주면 연이랑 붙어있는 시간도 엄청 길어지겠네. 일거수일투족을 다 도와줘야하니까. 그럼 또 그런데서 감정 교류가 생기는거고! >:3 좋아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