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08066> [1:1] 업(業) 그리고 연(緣) :: 1 :: 455

◆3By7wUTVhU

2023-11-14 12:06:25 - 2024-06-23 18:04:56

0 ◆3By7wUTVhU (44T92l9tu6)

2023-11-14 (FIRE!) 12:06:25

>>1 목정 연(木楨 妍)
>>2 유화(柳花)

99 연주 ◆mQxq8Q4Uu2 (ec0ZAYg9zg)

2023-11-21 (FIRE!) 11:05:27

의외로 안뜰이나 후원 같은 곳은 곧잘 돌아다니니까 말이야~ 몸이 안좋다곤해도 계속 누워있거나 앉아있으면 좀이 쑤시기도 하고! 연이가 화한테 축제 나간다고 시종들 시켜서 화장이랑 옷 같은거 입히고 나가면 되겠다! 연이도 화가 평민은 아니라는걸 알았으니까 말이야 :3

죽여서 먹는다니 사형수를 기절시켜서 데려온 다음에 살아있는 상태로 먹는거라구! 물론 저항의 우려가 있어서 거의 가사 상태로 만들어버리지

100 유화주 ◆3By7wUTVhU (p2mhc52lUo)

2023-11-21 (FIRE!) 14:26:36

좋은 점심~! 점심시간은 왜 밥만 먹으면 후루룩 가버릴까?(무룩)

연이가 정원산책은 종종 한다면 정원이 평소에도 말끔히 정돈되어있겠구나~ 난 연이가 방밖으로 나가는걸 기피해서 정원도 황량해졌을줄만 알았지뭐야?(민망) 으아~ 꽃단장도 해준다니 유화는 당황할지 어쩔지몰라도 나는 들뜬다아아아~ 연이나 유화나 설정상 미인들이라 고울거야 고울거야(김칫국)

앗! 처형된 직후에 먹는게 아니었구나~ 그럼 혈액을 다 제공한 사형수는 어떻게됐을까?(착석) 살아남았다면 목숨을 부지하게 해주는대신 지속적으로 혈액을 제공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풀어주면 사형수가 처벌을 모면하는건 둘째치고 연이에 대해 떠벌리고다닐 위험이 있어서 곤란했을거같고.. .(곰곰)

101 연주 ◆mQxq8Q4Uu2 (80rVRt7ryo)

2023-11-21 (FIRE!) 16:23:11

바빠서 그렇지 여가 같은 것도 곧잘 즐기곤 하니까~ 다만 외모가 외모인지라 연회 같은건 못하고 그런 소소한 것만 즐기는중이야 :3 꽃단장 해줘야지~~ 그래도 남의 집 고귀한 딸내미인데!

그 이후에 바로 사망이지! 사형수에게 자비는 없는 법이야! 어차피 한달에 한번 돌아오니까 굳이 남겨둘 필요도 없고~

102 유화주 ◆3By7wUTVhU (TGmke6xQrs)

2023-11-21 (FIRE!) 17:01:37

좋네좋네~(박수) 그래도 연회는 못한다니 꼬꼬마시절에 첫사랑 소꿉친구라도 있었으면 무지 슬퍼졌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어!(주먹울음) 아라가 자주독립국이었다면 나름 귀한댁 자제였겠지만 제국입장에선 역적노무 shake it여서...(먼눈)

어차피 사형수라 방식이 어떤의미로는 안락사겠지만 연이입장에선 여러모로 께름칙하겠다!(울망) 한달에 한번이라 한번만 먹고보내지만 돌발변수로 사형수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난감)

그럼 이번에는 유화가 여느때처럼 연이네처소에 가면 연이가 산책을 나가려고하는걸까? 이번엔 내가 선레쓸테니까~ 시점은 얼마나 지났다고 해볼까?(곰곰)

103 연주 ◆mQxq8Q4Uu2 (8D/VZ38vYg)

2023-11-21 (FIRE!) 17:21:46

첫사랑 소꿉친구는 없었으니까 안심하라구~ 만약 자주독립국이었으면 서로 연회 같은 곳에서 만났겠는데?

그러면 이제 아무고토 날 막지모태 상태가 되는거지 :3 물론 조금 나중에 생길 일이지만~~ 유화가 찾아오면 산책을 나갈테니 준비하라 하고선 나갈채비를 착착 하겠지!

104 유화주 ◆3By7wUTVhU (4N1Qif5IjA)

2023-11-21 (FIRE!) 19:18:12

아~ 첫사랑 소꿉친구 있었으면 저주받기전엔 잘어울리다가 그이후론 못보게 됐을거같아서 연이가 슬펐겠다는거였지만:) 없었다니 오히려 좋은데~☆ 유화네는 서출이라 하위귀족이었을테니 목정가처럼 빵빵한 가문 자제들이 오가는 연회는 못갔을듯해~(긁적)

아무고토 날 막지모태 상태ㅋㅋㅋ 그럼 역시나 한 일주일쯤뒤에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꿀차랑 옷가지 챙겨가는 정도로 해볼까나~?

105 연주 ◆mQxq8Q4Uu2 (7J8K53OCBI)

2023-11-21 (FIRE!) 20:17:38

목정가는 명문가니까 애기때부터 철저하거든(?) 그래서 딱히 접점이 안생길거라 ... (먼산) 연이가 아라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그렇게 되면 하급귀족들도 참여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3

응응 그렇게 하자~ 외출이라니 신나는 일이야 :3

106 유 화 - 목정 연 (T5pxIHvKzM)

2023-11-21 (FIRE!) 22:59:50

하늘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잿빛 땅거미가 어둑하게 깔렸다. 달도 기와지붕위에 큼지막하게 걸터앉았다. 여기 올 무렵엔 분명 손톱끝같은 초승달이었을텐데 그새 동글동글 차오른 달. 저 달이 하늘로 치솟지않고 게으름피우고 싶어하는듯한건 내 심정이 그래서일까. 홀로 볕을 쬐고파 잠을 줄인다고 줄여도 아침이슬보다 빠르게 스러져버리는 낮시간을 아까워하며 유화는 요 며칠 그래왔던대로 목정 가 삼남이 마실 차와 입을 옷가지를 챙기러 움직였다.

이리된 연유는 모르겠다. 목정 가 삼남이 흡사 무슨 둔갑이라도 한것마냥 사람처럼 굴었던, 알고보니 이 저택의 사용인 다수가 목정가의 본가에 다녀왔다는 그날이후 목정가 삼남이 기침할시간에 맞추어 시중을 드는건 유화의 당연한 역할처럼 되어버렸다. 사용인을 총괄하는 노집사가 두말않는건 그러라는 암묵의 지시인지? 혼란스럽지만 군소리가 나오지않는건 그럴주제가 못되어서인지 어느새 이저택에 적응해서인지?

그렇게 심란하고 미묘해도 주방에 들어서면 감탄부터 나온다. 목정 가는 목정 가라는건지 집기부터 식재료까지 하나같이 최고급이고 뜨끈한물과 얼음도 언제든 준비되어있다. 이번에도 따뜻한 물에 꿀 한숟갈을 섞은다음 샛노랗게 말린 감국을 몇송이 담갔다. 감국 특유의 은은하고 싱그러운 향과 뜨끈한 김이 어우러져 훈훈하다. 의욕없이 손질했는지 꽃잎이 온전한 송이가 드물긴하지만 감국 자체는 누가봐도 최상품이다. 이토록 부유한 저택이라 사용인들의 처우도 의식주수준만 따지면 본가에서보다 호사스럽다. 배곯을 일도 숯불이 꺼질까 조마조마할 일도 없다. 사용인 하나하나가 숯을 채운 손난로를 들고다닐수 있을 정도니 할수만 있다면 내가 쓰는걸 가족들에게도 보내고플 지경이다.

그러나 감탄은 이내 한탄으로 돌아온다. 제국의 번영이 그러하듯 목정 가의 부(富) 역시 우리 유 가를 비롯한 수많은 목숨을 거름삼아 거둔 열매니까. 그걸 알면서도 볕에 바짝 말린 옷가지를 옷방에서 꺼내자마자 손난로로 데우고있으니 실로 우스운 노릇이지않은가? 내 나라와 내 선조들을 해하고 나 역시 시녀로 전락시킨 원흉에게. 그러다 또 오락가락한다.

너도 마찬가지겠구나.

그때만은 그가 인간같았다. 나와 다를바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어느쪽이 진짜모습일까? 수많은 가문을 멸족시킨 내력마저 어제 먹은 음식과 다름없게 취급하는 인면수심? 일가붙이를 위해 스스로를 저주의 제물로 바치고 감내하는 희생양? 우스워졌다. 사람이 한가지 마음만 갖는것도 아니고. 이건 흡사 폭풍우치는 날씨와 맑게 갠 날씨 중 어느쪽이 진짜 날씨인지 따지는격이다. 제 가족에겐 끔찍한 자가 아랫것을 비롯한 타인에게는 다른의미로 끔찍해지지 말란법 있는가? 그걸 속속들이 안들 무슨 소용인가? 그래봤자 그자는 목정 가 삼남이고 언제든 날 가지고놀수있는 자이거늘. 그래도 다들 무사만 하다면... 그 일념을 곱씹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눈앞이 부얘진 탓일까? 부모님도 희도 얼굴이 흐릿하다. 목소리도 가물가물하다. 또렷한거라곤 꿀물을 받친 쟁반과 옷바구니의 감촉뿐이다. 습관이란건 며칠 안되어도 지독한것인지 그러고도 목정 가 삼남의 처소에는 이르렀다.

한심하지만 어쩌겠는가. 눈을 꾹 감고 숨을 골랐다. 지금은 밤이다. 목정 가 삼남 말고도 보는눈이 많은 시각. 가족 생각한답시고 요란떨어봤자 협박당할 빌미나 제공할따름. 나는 물건이다. 이를 악물고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차와 옷가지를 대령했사옵니다."

107 유화주 ◆3By7wUTVhU (T5pxIHvKzM)

2023-11-21 (FIRE!) 23:04:22

>>105 아라가 제국에 병합되지않아서 목정가에 저주가 안내렸다면 가능성있다!(박수) 이거 if나 au로 좋을지도~?(초롱)

그나저나 외출앞두고도 유화는 음울음울해서링. . 연이한테 미안하다(먼눈)

108 연주 ◆mQxq8Q4Uu2 (df3TThbYNQ)

2023-11-22 (水) 08:25:21

후후 나도 그걸 염두에 두고 말한거니까! 연이는 삼남이라서 가문의 실권이랑도 거리가 머니까 혼인하는데 간섭도 많이 안당할거라 정식으로 만나서 교제했어도 괜찮았을지도 몰라~

유화는 음울할 수 밖에 없지! 나중엔 바뀔거라구 생각해 :3

109 유화주 ◆3By7wUTVhU (zT5SCe4B76)

2023-11-22 (水) 09:32:03

오늘도 좋은 아침~! 이불밖으로 나오기 점점 힘들어지는데 고생이 많아! 주말까지 앞으로 3일!!(학수고대)

그러게 그렇게 만났다면 지금과 양상이 꽤 달랐을텐데 말야~ 저주 안 받았으면 연이 머리칼이랑 눈색깔도 지금과는 달랐을테고~ 무인집안이니 무예도 익혔을거고 황궁도 종종 드나들었을텐데(초롱) 명문대가에 다정다감한 꽃미남 공자라니 인기폭발이었겠다~☆ 근데 뜻밖에도 외국의 한미한집안 여식인 유화랑 얽혔으면 여러모로 센세이널했겠어!(팝콘)

예쁘게 말해줘서 고마워!(붕붕) 나중에 바뀌어도 캐붕처럼 보이진말라고 점진적으로 변하고있는 묘사를 하고픈데(긁적) 바라는대로 되고있는거면 좋겠당~(먼눈) 일단은 꿀꽃차와 데운옷이 우리 아깽이연이한테 잠깐이나마 리프레시를 주길 바랄따름이야~

110 연주 ◆mQxq8Q4Uu2 (df3TThbYNQ)

2023-11-22 (水) 11:06:07

으윽 주말이 아직도 너무 멀게 느껴져 ...

심지어 저주가 없는 멀티버스에선 연이는 황실 근위대장 신분이니까 말이야! 인기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할 수 있지 ... 그런데 유화한테 한눈에 반하는 전개로!! (따봉)

후후 어떻게 바뀌든 난 좋아~ 갑자기 바뀌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연이도 막 성격이 붕붕하고 계속 바뀌잖아 :3

111 유화주 ◆3By7wUTVhU (VhVK/glROc)

2023-11-22 (水) 13:01:41

맞아맞아! 주말은 실종되긴 순식간인데 되찾기는 너무 멀어~(오열)

황실 근위대장 연이라니 대박인데?!(두근) 무예실력이 제국에서 손꼽히면서도 성품은 다정다감한 꽃미남이라니! 이건 판타지다 판타지야!!(눈돌아감) 근데 첫눈에 서로 반해서 티키타카하면 완전 설레잖아~♥(침쥘쥘) 나 연이시트의 네카로 근위대장 연이 찌고 막 그래버렸어~~~(주책)

앗! 연주 관대해(감격) 연이는 순하고 다정다감한 천성이 저주에 마모되고있다보니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이는거지~ 가여운아깽이.. .(부둥부둥) 유화도 지금 막 부정하고있기는해도 연이가 스스로는 어쩌지도못하는 현실에 짓눌린 존재라는걸 인지하기시작했으니까~ 달라질거야!(불끈)

112 연주 ◆mQxq8Q4Uu2 (aHDMVJ9pYQ)

2023-11-22 (水) 22:07:59

헤헤 네카 예쁘다 정말 고마워! 내가 몸이 아파서 답레는 내일 줄 수 있을 것 같아 ... 오후부터 몸살기운이 좀 있네 :3

그래서 근위대장 썰에 곁가지를 좀 추가해보자면 사실 황실 근위대장이니까 황궁을 떠나는게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근위대원들 + 부대장 + 황제(!) 까지 가서 좋은 상대 만나라고 휴가를 왕창 써줘서 어쩔 수 없이 연회에 어게 된거야

113 유화주 ◆3By7wUTVhU (RbQFQwOQt.)

2023-11-22 (水) 22:29:43

아앗! 몸살기운이라니 괜찮은거야? 쉬어쉬어~(토닥) 아플땐 다른생각 말고 편히 쉬어야해! 많이 안좋으면 병원도 가보구!! 출근도 아예 제껴버릴수 있으면 좋을텐데(울망)

연주가 고른 네카에 다행히 제복분위기 나는 옷도 있더라구~ 근데 세상에~! 근위대장 커플만들기에 완전 진심인 근위대와 황제폐하인데~☆? 유화는 유화대로 혼처를 구해야할 나이라서(먼눈) 상대적으로 한미하고 재력이 부족한 가문인데도 있는힘껏 단장하고 참석한거겠다~(긁적) 아라랑 제국 양쪽에서 지체높은 가문의 자제들이 참석한 자리일테니 차림새는 수수한편이었을거 같네~ 역설적으로 그래서 연이 눈에 띄었으려나?(곰곰) 어쨌거나 건강한 연이라면 그런자리에서도 이목을 집중시켰을거 같은데~(헤벌쭉) 유화도 연이를 보고서 고아하게 빛나는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받지않았을까?

상상할수록 사심가득 히죽거리게 되는데~ 그래도 연주 오늘은 푹 자둬!(다독)

114 유화주 ◆3By7wUTVhU (u79yNL7neg)

2023-11-23 (거의 끝나감) 18:24:24

갱신이야! 몸은 좀 어때~? 몸살이면 푹쉬고 잘먹는게 답인데 그럴수있었나 모르겠네(울망) 혹시라도 못쉬고 출근했었다면 퇴근후엔 절대안정! 또 안정이야!!

연이일러 만든 네카에 파츠가 많길래 거기 그림체로 au유화도 만들어봤어~ 연회에 참석했다면 이런느낌이지 않았을까 하구☆

115 목정 연 - 유 화 (KsuDIk1R1k)

2023-11-23 (거의 끝나감) 19:10:11

어젯밤에 연은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가 질때쯤에 기상해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낮동안 도착한 문서들을 하나씩 꼼꼼히 읽고선 가부를 결정해준뒤에 가볍게 목욕을 하고서 잠에 들었다. 남들과 다르게 밤에 활동하는 그는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가끔 있는 일이라 하루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곤 했다. 이렇게 산지도 꽤 되었으니 그의 입장에선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 내일은 가볍게 외출이라도 하시는게 어떻겠습니까. "

해가 다시 뜰 시간이 되어 잠에 들 준비를 하는 연의 옆에서 노집사가 한 얘기였다. 연이 대문을 나서지 않은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바깥 공기라도 쐴 겸 넌지시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다른 시종이 얘기했다면 자신의 몸이 어떤지 알고 그런 말을 하냐면서 노발대발 했겠지만 하필 그 말을 꺼낸 것이 노집사였다. 아무리 막무가내로 나가는 연이라고 하더라도 노집사에겐 함부로 하기 힘들었다. 물론 그러지 않는건 아니라서 화와 처음 만났을때는 집사고 뭐고 그런거 없이 막 해대기는 했지만 말이다.

" 노야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

다른 사람들 앞에선 집사라고 부르지만 둘이 있을때는 이렇게 집사를 높여 불러주곤 했다. 어쨌든 자신이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본가에서 일하던 사람이고 지금은 별채에 와있지만 본가의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간만에 나가는 외출이지만 밤 시간이라 딱히 구경할 것은 없어서 잠깐 산보라도 하고 올까, 생각하며 그는 잠에 들었다.

중간에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드는 것을 반복하던 그는 어느새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주란 이런 몹쓸 증상을 동반하고 있었다. 잠을 쉽사리 들 수 없게 한다던지 이유 없이 몸을 아프게 한다던지. 이는 피를 먹으면 한동안은 해결이 되었지만 그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피만 섭취하고 있었으니 만성적인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앉은 그는 금방 밖에서 들린 목소리에 답했다.

" 들어오거라. "

유 화, 아라 지역에서 공물과 함께 바쳐진 공녀였다. 아버지의 특별한 요청으로 황궁에 가기 전에 받아오게된 이 공녀는 분명 자신이 살던 곳에서는 양갓집의 규수임에 분명했다. 다른 시종들과는 다르게 고귀한 기품 같은 것이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 와서는 다를바 없는 시녀이니 별로 신경쓰지 않으려했지만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신경 쓰이고 있었다. 처음엔 어머니와 이름이 비슷해서 그런가 싶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조금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 오늘은 외출을 할 것이니 준비하거라. "

화가 가져온 차를 한모금 마신 그는 화에게 말했다. 평소 외출할땐 노집사와 함께 가곤 했지만 오늘은 자신을 모시는 시녀가 있으니 같이 나갈까했다. 그런데 화에게 외출할때 입을 옷이 있을리 없었기에 그는 종을 울려서 다른 시종을 불러냈다. 저번 악몽을 꾸고나서 마련한 작은 종은 다른 사용인들을 부르는데 사용되었다. 그의 부름에 금세 다른 사용인이 고개를 조아리며 방으로 들어왔고 연은 들어온 자를 흘끗 바라보며 얘기했다.

" 외출할터이니 화에게 외출복을 입혀주고 가볍게 꾸며주어라. "

밤이라 할지라도 목정 가 삼남의 외출이었다. 같이 다니는 사람들도 어느정도 수준은 갖춰야하는게 맞다 생각했기에 한 말이었다.

116 연주 ◆mQxq8Q4Uu2 (KsuDIk1R1k)

2023-11-23 (거의 끝나감) 19:21:22

좋은밤!! 오늘은 출근 안하고 병원 갔다와서 푹 쉬었다~ 유화주도 오늘 하루 잘 보냈을까!? 네카는 잘 봣어! 유화 네카도 엄청 예뿌다 ... 연이가 한 눈에 반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외모야 (엄지척)

117 유 화 - 목정 연 (MQz3gf5U7E)

2023-11-24 (불탄다..!) 00:21:46

별다를것 없는 하루이리라 예상했다. 목정 가 삼남에게 차와 옷을 전하는대로 물러나와 문앞에서 대기하다 이따금 가벼운 다과를 들이거나 지시사항을 이행하고 노집사를 비롯한 사용인이 찾아오거나 전갈을 보내면 알리고 새벽녘이 다가오면 목욕물을 데우는 반복적인 일상. 요 일주일간은 목정 가 삼남이 변덕을 부리지도 광기를 드러내지도 않아 평이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였다. 하여 방심해선 안된다고 스스로를 잡도리하면서도 오늘도 으레 그렇겠거니 풀어졌었나 보다.

하지만 차와 옷을 두고 뒷걸음질로 물러나려니 목정 가 삼남이 외출준비를 하란다. 옷시중을 하란 소린가? 상황이 얼른 파악되지않아 오도카니 있는데 그가 종을 흔들었다. 얼빠져있었다고 경이라도 치려는지? 긴장을 놓았다는 후회와 어째야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뒤섞였을때 다른 시녀가 지극히 공순한자세로 오도록 아무 대처를 못했다.

그런데 목정 가 삼남의 반응은 상상밖이었다. 시녀도 당황했는지 고개숙인채 굳었다가 내처 꾸벅이고는 유화를 잡아끌었다. 지체했다간 피차 좋을거없다고 닦달하는듯한 완력이었다. 그렇게 끌려나오기 무섭게 시녀에 의해 별채로 이끌렸다. 뒤이어 시녀는 유화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치수를 바로 파악한것처럼 옥색 창옷[氅衣]은 물론 노란꽃으로 장식된 연둣빛 옷섶이 돋보이는 담황빛 감견(坎肩, 조끼), 대나무 무늬가 수놓인 붉은 연봉의(莲蓬衣, 망토)를 차례대로 유화의 발치에 던졌다. 저고리와 바지위에 껴입으면 된다면서. 그제야 상황파악이 될것같았다.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의 도련님께서 출타하시는걸 뫼시려면 행색이 말쑥해야한다는 의미로군. 군소리않고 차려입자 이번엔 의자에 강제로 앉히다시피하더니 주먹만 한 꽃장식을 머리에 달면서 비녀를 꽂고는 귀에 귀걸이도 걸었다. 거기에 더해 눈을 감으라더니 화장까지 아주 거침없다. 혼이 쏙 빠진것만 같은데 눈을 감은 탓인지 목정 가 삼남에게 불린 이름이 귓전에 맴돈다.

화(花)

무미건조하기는 여느때와 마찬가지였는데도 어쩌면 이리도 골을 울리는지. 그가 어머니의 함자 운운했던 탓일까? 목정 가 안주인의 이름은 모르겠고 알고싶지도 않다만 목정 가 삼남이 이름으로만 부르는건 안심되기도한다. 성과 이름을 합친 버들꽃이라는 의미의 호칭은 부모님과 이웃들에게 불렸던것이기에. 목정 가 안주인의 이름은 아마 화보다는 유화와 더 비슷한 모양이니 목정 가 삼남이 어머니의 함자를 입에 담을정도로 막나가는 자는 아님에 감사해야할까? 그리 느끼면서도 외자 이름은 어쩐지 묘한 울림을..

그때 별안간 등을 떠밀려 엎어질뻔했다. 여태 꾸며주던 시녀가 냉큼가라고 재촉이다. 윗전의 노여움을 사는게 어지간히도 무섭나보다. 주춤주춤 일어나 목정 가 삼남의 처소로 돌아가는데 집안이 너무나도 고요하다. 유화가 온뒤로 늘상 처소에만 박혀있던 그였다. 그런 그가 출타한다면 분명코 중요한 용무가 있어서일진대 어이해 채비하는 움직임이 없는지? 마차에 행차를 알리는 하인에 또 그의 성미를 생각하면 시중들 시녀도 나만으론 부족할텐데. 무엇보다 호위무사는 불렀을까? 저택에서야 누구도 허튼짓을 못하게끔 경비가 삼엄할터이나 밖은 그럴리 만무하다. 제국의 내부정세는 모르나 제국에 착취당하는 여러나라에서 무력시위로 목정 가의 자제를 노린대도 이상할것 없다. 당장 나부터가 저자를 죽이고 달아나... 비웃음이 구역질처럼 비집고올라왔다. 그런식으로 탈주해봤자 범인이 나인게 들통나면 제국에서 우리가족을 내버려둘리 만무하지않은가. 나와 전혀 무관한 이가 습격한대도 내게 죄를 뒤집어씌워 보복하지나않으면 다행이지. 어느덧 지붕을 뛰어넘은 둥근달이 어서 서편으로 떨어지길 바라며 유화는 목정 가 삼남의 방문을 두드렸다.

"채비하였사옵니다."

그러고 그쳐도 됐으련만 군소리를 덧붙이고 말았다.

"더 대동할 인원이 없사옵니까? 신변을 위하옵자면 호위는 필요하리라 사료되옵니다."

아무래도 께름칙했다. 저자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생긴다는게. 그랬다간 내가 뒤집어써서 우리가족이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게. 그래, 이건 저 자를 염려하는게 아니다. 목정 가의 일원이 어찌되든 알바아니다. 단지 내 가족을 위해서, 그뿐이다.

118 유화주 ◆3By7wUTVhU (MQz3gf5U7E)

2023-11-24 (불탄다..!) 00:22:46

끼야아아~ 늦어도 너무늦어버렸다! 미안해 연주!!(도게자) 손이 느려서 슬픈짐승이여 나는. ..(눈물) 이렇게나 늦어질줄 알았으면 답레고맙단 인사라도 먼저할걸 그랬어! 아픈와중에도 정성껏 이어줬는데(쭈글) 그래도 출근안하고 병원다녀왔다니 다행이야~ 오늘도 꿀잠 거듭제곱으로 자서 가뿐해지길!!(얍얍) 히히~ 연이의 꽃미모에도 가려지지않아야 하니까 힘줘야지~☆ 암암! 그래도 다시보니 얼굴을 홍당무로 만들지않은게 아쉬워진다(쩝) 빈혈이 있다는걸 반영했긴하지만 연이랑 처음 눈이 마주치면 수줍은 토마토가 되어야 마땅한데말야~!

119 유화주 ◆3By7wUTVhU (9m7ECxsJmI)

2023-11-24 (불탄다..!) 07:26:20

으갸악~ 내정신 좀 보게! 유화가 입었을거라고 상상했던 옷 열심히 찾아놓고 링크를 안했어!!(바보)

https://foggy.tistory.com/entry/%EB%B3%B4%EB%B3%B4%EA%B2%BD%EC%8B%AC-24%ED%9A%8C-%EC%95%BD%ED%9D%AC%EB%A5%BC-%EC%B0%BE%EC%95%84%EC%98%A8-14%ED%99%A9%EC%9E%90-%EB%8B%A4%EA%B0%80%EC%98%A4%EB%8A%94-%EC%9A%B4%EB%AA%85%EC%9D%98-%EB%82%A0#gsc.tab=0

https://m.blog.naver.com/wowelly/220957800475

https://chinareview.tistory.com/8

첫번째링크의 여자들이 입은옷은 저택에서의 하인옷
두번째링크의 교혜라는 몸종의 복식은 창옷이랑 감견이랑 머리장식이랑 귀걸이
세번째링크의 빨간망토는 연봉의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주면 될거같아~☆(히죽히죽)

120 목정 연 - 유 화 (RHrl.AzMos)

2023-11-25 (파란날) 01:25:26

화를 꾸미라는 소리를 듣자 연의 앞에 서있던 두 시녀는 잠시 멈칫했다가 다른 시녀가 화를 끌고 나가다싶이했다. 우물쭈물거리다간 자신의 불호령이 떨어질테니 그런 것이겠지. 그런 반응에 잠시 씁쓸한 웃음을 지은 그는 다시금 종을 울려서 다른 시녀들을 불렀다. 이미 자신이 외출한다는 사실을 집사에게 들었을터라 그녀들은 양손에 한가득 옷가지와 소쿠리를 들고왔다. 아무리 저주로 비루해진 몸일지라도 그는 이 저택의 주인. 그러니 외출할때는 고급스러운 소재의 옷을 입고 흐트러진 머리를 깔끔하게 묶어내고선 초췌해진 얼굴을 약간의 화장으로 가리는 일을 해주는 것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엄청난 불호령이 떨어지겠지만..

" 이만하면 됐다. "

평소 실내에서 입던 바지 저고리와는 다른 것으로 갈아입은 그는 시녀들이 들고있던 학창의를 몸에 걸쳤다. 흰색의 바지 저고리와는 다른 검은색의 학창의는 흔히 보기 힘든 색이었다. 그 위에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갖옷을 걸친 그는 몸이 무거워지는게 싫은지라 추위에 대비해 이것저것 더 입히려던 시녀들을 제지했다. 그 사이에 머리는 말끔이 빗어져 꽁지로 묶였고 수척하던 얼굴은 가까이서 보지만 않는다면 말끔해져 있었다. 시녀들을 보낸 그는 금방 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방 밖으로 나갔다.

" 꾸며놓으니까 썩 보기 좋구나. "

그런 말을 하는 것치고는 시선을 아주 잠깐 둔 것 같았지만 말이다. 간만에 입은 외출복이 익숙치 않은지 이리저리 돌아보며 옷매무새를 다듬던 그는 화의 말에 답했다.

" 여긴 제국의 수도이자 이 나라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도시 중에 하나다. 거기다 노릴거면 형님들을 노리지 구태여 날 노리진 않을 것이다. "

그러니까 호위는 딱히 필요 없다는 소리였다. 아무리 제국의 적이 많다고는 하나 수도까지 올 정도로 간이 큰 적들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리고 수도에 잠입한다고 하더라도 이곳은 다른 지역들보다 위병이 수배는 더 많이 배치 되어있는 곳이라 기회를 노리기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어쩌다 기회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그 기회를 자기 같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람에게 쓰진 않을테니 결국 호위는 필요 없다는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일이 될지도 몰랐다.

" 가보자꾸나. "

그는 저택의 대문으로 향했다. 평소에 실내에서 생활을 주로 하는 사람의 발걸음 답지 않게 그 보폭이 꽤나 큰 편이었다. 시원시원하게 내딛는 그의 다리는 지금만 봐서는 시내를 순찰하는 위병들의 발걸음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덕분에 대문과 그의 방 사이의 거리가 멈에도 불구하고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언질을 받은 것인지 문지기들의 신호와 함께 대문이 열렸고, 그는 화쪽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 어디 가고싶은 곳이 있느냐? "

원하는 곳이 있다면 자기가 안내해주겠단 뜻일테다. 그야 화는 저택 바깥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테니 말이다.

121 연주 ◆mQxq8Q4Uu2 (RHrl.AzMos)

2023-11-25 (파란날) 01:25:57

후 퇴근하고 계속 자다가 일어났더니 이 시간이네 ... 답레 늦어서 미안!! 8ㅁ8) 낼 보는거야!!

122 유 화 - 목정 연 (l1j2ftUM.s)

2023-11-25 (파란날) 17:42:21

대기하는동안 한 시녀가 도련님을 뫼실때 챙겨가라며 바구니를 둘 가져와 건넸다. 한쪽에는 볼록한 가운데부분을 비단헝겊으로 감싼 법랑손난로 여럿과 토시가, 다른 하나는에는 계화떡과 물병이 담겨있었다. 물병은 차를 담아둔듯 뜨끈뜨끈했다. 추위나 허기나 갈증으로 인해 윗전의 심기가 뒤틀릴까봐 준비한 모양이다..만 이런걸 탈것에 싣지않고 유화에게 들리는 까닭은? 무슨말을 꺼내려도 준 사람이 가버렸으니 알도리가 없다.

그것말고도 오늘은 예기치못한 상황의 연속이다. 문을 열고 나온 목정 가 삼남은 실로 상상밖의 모습이었다. 그가 외출할때 어떤모습일지 딱히 상상한적은없다만 무엇을 상상했든 지금 목도한 모습엔 못미쳤으리라. 검은머리라곤 한올도 없이 새하얘 이질적이면서도 속세와 동떨어진 분위기이던 단발머리는 말끔히 묶여서 얼굴이 훤히 드러났다. 그런데 핼쑥한채 광기어린 작태를 보일때마저 수려하기는 수려하던 얼굴이라선지 화색이 돌고 눈밑의 거뭇한 그림자도 가시니 감탄하지않을수가 없었다. 게다가 결이 가지런하고 보송한 털에 윤기가 자르르한 흑색 갖옷이 머리칼과 흑백대조를 이루니 한폭의 신선도(神仙圖)에서 나온이 같기도하다.

목정가 인간더러 신선이라? 자조하는 바람에 생트집이라도 잡힐세라 고개를 숙였다가 떨떠름한지 얼떨떨한지 모를 기분이 되었다. 보기좋다? 꼬투릴잡아 노발대발하지않는건 다행이나 저런소릴 굳이하는 연유가 무엇일지? 내기분이 좋으라고 띄워주거나 제게 좌지우지되는 존재라는 모멸감을 재확인시키려는건 아닐테고, 저를 모시고 다닐만한 행색으로 꾸며낸 시녀의 치장솜씨를 치하한건가? 무시해도 좋을 소릴 일일이 의식해버리는 스스로가 성가스럽다.

그때 어느일에나 그렇듯 무심하고 건조한 투의 답변. 호위가 불필요한 이유를 밝힌것뿐이건만 기분이 이상했다. 어쩐지 가슴이 저렸던것같은 착각도 들었다. 정말로 수도는 경계가 삼엄하고 자신을 노릴자라곤 없노라고 철썩같이 믿는걸까? 아니면...

당숙께선 죽어서 이 굴레를 벗어나셨지.

누군가 죽여주길 바라기라도 한다는건가?

짐을 든데다 목정 가 삼남의 걸음이 뜻밖으로 어지간히 건장한 장정 이상으로 거침없어 뒤따르기만도 급급한데 그 생각이 떠나질않았다. 시원한듯하면서 찜찜하고 가여운듯하면서 분했다. 목정가에 저주가 내린것은 인과응보일지나 가주가 아닌 일원에게만 저주가 내린건 뭔가 잘못된것같고 차라리 죽길바라도록 고통스러워하는건 누가됐든 가여운일이나 목정가의 일원에게 이런 마음이 드는게 환멸났다. 그런와중에 똑똑히 의식되는 하나

........ 싶다.
.....ㄹ고 싶다.
.....살리고 싶다!

살았으면 한다, 목정가 삼남이. 저자에게 죽음은 탈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 오래오래 저주와 함께 살아야지않겠는가. 그러니 진심전력으로 시중들며 지켜보겠다. 정말 만에하나 습격같은걸 당하더라도 죽기를 무릅쓰고 막아볼테다. 내가 죽으면서 저자가 목숨이 연명되면 우리가족에게 화가 미치지는 않으면서 저주는 연장되리니 그거야말로 뒤탈걱정없이 망국과 멸문의 한을 만분지일이나마 푸는길 아니겠는가! 저자가 측은하거나 저자에게 잘해주고파서가 아니라 저자가 목정가의 업보를 받은자이니 살려야겠다.

- 그러나 유화가 거듭 새기는 결심은 실상 모순되는 감정과 자기기만으로 점철된 것. 목정가 삼남이 고통을 내비칠때마다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밀려든다는 진실을 막으려는 부질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

어쨌거나 대문이 열린 시점에 유화는 또다시 놀랄수밖에 없었다. 목정 가 삼남의 외출인데 탈것이라곤 없다. 애초에 탈것을 탈 생각도 없었다는듯 태연스럽게 나선다. 더구나 당연히 중요한 용무가 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행선지를 정한것도 아닌듯하다. 순간순간 날카롭게 스치는 시린 밤공기가 황당함을 더하나 토를 달아 무엇하랴? 유화는 먹거리가 담긴 바구니를 손목으로 옮기고는 방한용품 바구니에서 손난로를 꺼내 목정 가 삼남에게 내밀었다.

"밤공기가 차옵니다."

하문한 말에 답할 궁리도 아니할수가 없었다. 아니 가고싶은 곳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고향집부터 떠올랐다. 그러나 그곳은 이제 죽어서도 가기힘들 꿈. 홀로있을때 고향방향을 바라보는걸로 족해야만 하리라.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목정 가 삼남의 몸에 무리가 가지않고 그가 수틀려서 사나워지더라도 속히 돌아올수있는 정도로만 나가는게 속편할거다. 그렇다면....

"어디로 행차하시든 소임을 다할뿐이옵니다만... 가능하다면 신문물을 구경하고 싶사옵니다."

제국의 수도에 관한 소문은 아라 전역에 퍼져있었다. 불을 붙이지않아도 몇달은 너끈히 주위를 밝힌다는 등불, 사람을 싣고 저절로 움직인다는 쇳덩어리, 먼데 떨어져있는 사람에게도 목소리를 바로바로 전한다는 상자 등등 제국의 수도는 귀신이 조화를 부린 물건이 도처에 깔려있다고. 그러한 술수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제국이 오늘날의 입지를 차지한건지 내눈으로 직접 봐두는것도 무의미하지만은 않을성 싶었다.

123 유화주 ◆3By7wUTVhU (l1j2ftUM.s)

2023-11-25 (파란날) 17:47:16

새벽 1시반에 자다깨서 답레라니(깜놀) 연주 잠은 푹잔거야? 몸은 좀 어때?(버엉)

나야말로 눈깜박하니 주말 반을 홀랑 넘겨버렸네.. (무룩) 늦어서 미안해!(꾸벅) 유화가 너무 냉랭한게 걱정돼서(한숨) 제4의벽을 넘은 서술을 덧붙여봤다!(뻔뻔) 데이트코스(김칫국)는 아이디어가 빈곤해서 근대화의 ㄱ자도 모르는 촌뜨기티를 팍팍내봤는데~ 마땅치않으면 알려줘 다른제안으로 바꿀게!(붕붕)

124 목정 연 - 유 화 (qpYyRNTNh2)

2023-11-26 (내일 월요일) 03:14:12

날이 쌀쌀한 요즘엔 몸이 좋지 않은 삼남을 위해서 저택은 항상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집안에서 계속 머무는데다 나간다고 해봤자 저택의 후원이나 안뜰 정도를 도는 정도였기에 그는 대문을 나서자마자 파고드는 한기에 생각보다 더욱 추운 날씨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녀들이 계속해서 옷을 입히려는 것을 무겁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그만두게 했던 연은 그냥 입히게 놔둘껄, 하는 후회를 하면서 화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침 화가 자신에게 손난로를 내밀었고 냉큼 받아들었다. 자칫하면 몇날며칠은 앓아누울수도 있었고 이는 괜히 일이 밀려서 나중에 더 큰 고통을 초래하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었다.

" 신문물이라 ... 늦은 시간이라 보여줄만한건 별로 없겠지만 말이다. "

우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를 정복했던 제국은 전쟁이 끝나고 군사 기술을 모두 일상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급격하게 늘어난 영토를 쉽게 통치하고 기술력을 제공하여 정복한 지역의 민심을 잡기 위함이었다. 허나 모든 기술을 제공해주진 않았기에 제국의 본토였던 곳과 정복한 영토의 기술력 차이는 꽤나 심하게 나는 편이었다. 아라에서 온 화가 궁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는 담벼락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마침 오늘 등불탑이 시험 가동을 하는 날이니 그걸 보러 가면 될 것 같구나. "

제국은 이제 막 전기를 발견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물을 끓여서 생기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면 전기가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은 제국의 과학자들은 터빈에서 나온 전기로 거리를 비추고 있던 기존의 가로등들을 교체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일정 시간이 되면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불을 붙여주어야했고 비라도 오는 날엔 전부 꺼져버려 길거리가 너무 어두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런 불편한 점도 분명 없어질터이니 제국의 과학 역량은 모두 전기에 쏟아부어지고 있었다.

" 내 여동생이 말하기론 내 키의 2배는 될법한 탑에 등이 잔뜩 켜져있다고 하더구나. 불도 안붙이고 말이다. "

그의 여동생은 이미 시집을 간 상태였지만 종종 그의 저택에 놀러와서 시간을 보내고 가곤 했다. 위의 두 형이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것처럼 그와 그의 여동생도 두살 터울인지라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었다. 저주를 받아들이고나서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진 나머지 여동생에게 심한 말을 퍼부은 적도 있어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잘 지내고 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좀 더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네가 살던 지역은 어떤게 유명하느냐? 태어나서 수도 바깥으로 나가본적이 단 한번도 없어 그런 부분은 잘 알지 못하니 말이다. "

적어도 제국의 영토는 증기 기관차가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돌아다니기 비교적 수월했지만 몸이 약한데다 낮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연은 그런 혜택을 전부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문서에서 보이는 것들로만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뿐.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손님이 오면 이런 얘기는 꼭 듣는 편이었다.

125 연주 ◆mQxq8Q4Uu2 (qpYyRNTNh2)

2023-11-26 (내일 월요일) 03:15:45

으윽 밤낮이 바뀌어버렸따 .. 내일은 꼭 낮에 안자야겠어! 유화가 냉랭한건 정말 괜찮아! 아직 목정 가문에 대한 분노가 남아있을 시기니까 말이야. 고향에 가고 싶기도 할테고. 데이트 코스는 나중에 연이가 제대로 데려가 준대~~ 이번엔 집사가 나가라고해서 마지못해 나온거에 가까우니까 말이야! 후후 그땐 잔뜩 보여주러 다녀야지.

126 유화주 ◆3By7wUTVhU (Z9pzvM7i.k)

2023-11-26 (내일 월요일) 10:11:51

세상에 새벽3시라니!(경악) 몸이 안좋아서 낮에 자다보니 정작 밤이 못 자는 패턴의 반복인가 보구나(토닥) 낮에 자더라도 밤에도 자러고해봐~ 안되면 눈이라도 감고있고!

냉랭해도 괜찮다니 연주 천사야?(감격)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거도 그거지만 제국의 기술문명 세세하게 써준거~ 감탄했어☆! 저런거 읽기는 쉬워도 설정해서 쓰기는 힘든데 정성쏟아준게 고맙구!(엄지척) 등불탑 멋질거 같다~♥ 덕분에 안심하고 유화의 촌뜨기티를 팍팍 낼수있겠어:3

답레는 오후중에 써볼게~(붕붕)

127 연주 ◆mQxq8Q4Uu2 (qpYyRNTNh2)

2023-11-26 (내일 월요일) 11:14:34

유화주 좋은 아침! (방방)

나중에 냉랭한 태도에서 벗어났을때가 더 기대되는 법이니까 말이야! >< 제국은 딱 산업혁명 시절의 영국 정도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거기서 가감이 되는거니까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도 좋아~~ 답레는 천천히 써줘!

128 유화주 ◆3By7wUTVhU (TAahbbYSpo)

2023-11-26 (내일 월요일) 17:22:37

으아으아.. 오후에는 답레를 올리려고했는데 늦어버렸다!(철푸덕)

연이 추워하는게 짠한데(울망) 답레에서 유화가 팔을 잡거나 더 껴입히거나 해도될까?

129 연주 ◆mQxq8Q4Uu2 (qpYyRNTNh2)

2023-11-26 (내일 월요일) 17:41:55

헉 어서와!! 일요일은 잘 보냈어?

물론 맘대로 해도 괜찮아! 팔을 잡는게 더 좋을지도~

130 유화주 ◆3By7wUTVhU (yE.raaG86o)

2023-11-26 (내일 월요일) 18:05:41

덕분에 잘보냈어!(빵긋) 연주 몸은 좀 어때? 몸살이 얼씬도 못하도록 잘먹고 잘쉬었어야 하는데(물끄럼)

암튼 고마워!♥(붕붕) 서둘러 이어올게~☆

131 연주 ◆mQxq8Q4Uu2 (qpYyRNTNh2)

2023-11-26 (내일 월요일) 18:43:27

잘 지냈다니 다행이야! (쓰다다담) 나는 감기몸살이 잘 안떨어져서 좀 고민이네 ... 내일 출근도 해야하는데 (사망) 분명 잘먹고 잘 쉬었는데 어째서! 8ㅁ8)

132 유 화 - 목정 연 (pbYRzspsIo)

2023-11-26 (내일 월요일) 19:20:12

어두운탓에 잘못봤는지도 모르나 손난로를 받아드는 목정 가 삼남의 손끝이 푸르스름하게 변해있었다. 털옷을 걸쳤다고는 해도 바깥날씨가 그의 거처와는 딴판으로 쌀쌀하고 찬바람은 날카롭게까지 느껴지니 추위를 아니 타기는 어려우리라.

"잠시 기다려주시옵소서."

양손의 바구니를 내려놓으면서 우선 털토시를 꺼내들었다. 그런다음 손난로를 털토시 한가운데에 밀어넣고는 그의 손을 털토시 양쪽구멍에 하나씩 넣었다. 난로가 천천히 식도록하는 동시에 온기가 오롯이 그의 손에 전해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리하면 손이 덜 시리실 것이옵니다."

그렇다해도 온몸에 부딪는 바람까지 막기는 역부족이다. 유화는 제 연봉의를 벗어 목정 가 삼남에게 두르고는 매듭지었다. 체격차이가 차이인지라 그에게는 작다만 토시만으로는 가려지지않는 부분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망토자락이 막아주길 바라며. 등골과 팔을 따라 오스스 소름이 돋는것 같았으나 목정 가 삼남이 탈나게 두느니 좀 춥고마는게 속편하다. 단둘이 나온 길인데 이 자에게 문제라도 생겼다간 후환이 두렵거니와 일이 어떻게돌아가든 이 자는 살아야하니까.

"갑갑하시더라도 참아주시옵소서."

망토자락을 한껏 당겨 여미고는 바구니를 도로 챙기자마자 어리벙벙해졌다. 그가 가는대로 따라가면서도 상황파악이 안됐다. 행선지를 아니정하고 나온것도 놀라운데 이토록 순순한 반응이라니? 이 자가 진정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않고 심기에 거슬리면 앞뒤 안가리고 악부터 쓰던 목정 가 삼남이 맞나? 이 정도면 예측할수 없기가 날씨보다도 더한것아닌가? 날씨도 동짓달에 삼복더위가 찾아오지는 않는법인데.

경악스러우면서도 등불탑이라는 것에는 호기심이 동했다. 그토록 큰탑에 잔뜩 단 등이 불을 안붙여도 켜진다니? 불씨없이도 한밤중에 빛나는것이라곤 달빛이나 별빛말고는 상상이 안되는데. 달과 은하수를 몰아넣기라도 한것같은 탑이든 진짜로 등불같은 불빛으로 촘촘한 탑이든 실재하리라고 믿기란 쉽지않다. 도깨비가 조화라도 부렸다면 또 모를까. 그도 직접 본건 아니라고 소문이란 전해지면서 과장되거나 와전되기도 하는법이니 실제로는 전혀 다른 물건일수도 있지않을까? 하지만 정말로 그가 말한대로의 탑이라면 제국의 강성함은 천지조화도 마음대로 할 정도라는것 아닐지? 호기심과 의심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가운데 해소되지않은 문제도 마음에 걸렸다. 벌써부터 추워하는 그가 그 탑까지 다녀와도 무탈할것인가?

"납시온다면 따르겠사옵니다만 존체를 먼저 돌보아주시옵소서."

목정 가 삼남의 몸뚱아리를 존체라 일컫는 스스로가 한심해 순간 추위도 잊히는듯했다. 그러나 감수해야한다, 저 자가 오래오래 살도록 진심전력을 다하자면. 그의 호흡이 거칠어지지는않는지 입김에 주목하여 가늠하던 찰나 고향의 신문물에 관해 그가 물어왔다. 되짚어보니 대다수는 풍문으로만 들은것들이라 이렇다저렇다 말하기 어려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문물은 확실히 있었다.

"사람이나 짐승이 전혀 끌지않아도 수십수백명을 태우고 먼길을 오간다는 신이한 쇳덩어리나 사람이 하는 말을 전혀 엉뚱한곳까지 전할수있는 소리상자에 관해 들은적이 있사옵니다만... 제게 가장 신이했던 물건은 머리만 문질러도 불이 피어오르는 요술막대기였사옵니다."

그 자그마한 나무가 세상 어떤 부싯돌보다도 쉽고 빠르게 불을 피우는걸 직접 봤을때 어찌나 놀랐는지. 실수로 부엌의 불씨를 꺼뜨리더라도 그것만 있으면 끄떡없으니 탐나기 그지없었으나 그만큼 귀한물건이라 한번 구경한것도 운좋은 일이었다. 그랬기에 목정 가에서 그 귀한 막대기를 아무렇지않게 쓰고 사용인들의 손난로에도 숯을 채우는걸 처음봤을때는 그야말로 기겁을 했었다. 저렇게 흥청망청 써도 끄떡없을만큼 제국이 혹은 목정 가가 강성하다면.. 암담한 일이다.

133 유화주 ◆3By7wUTVhU (pbYRzspsIo)

2023-11-26 (내일 월요일) 19:26:58

서둘러도 서둘러도 유화주는 왜 곰손인가 그것이 알고싶다(철푸덕) 그보다.. .

>>131 세상에 여전히 몸살이야?(경악) 어떡해 너무 힘들겠다8ㅁ8 아픈와중에 월요일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찍한데!!(서럽) 병원에선 단순몸살이래? 만에하나 코로나라거나 독감이면 출근 안해야돼! 특히 코로나는 진짜 끔찍하게 아프대(눈물)

134 목정 연 - 유 화 (qpYyRNTNh2)

2023-11-26 (내일 월요일) 20:02:05

연은 화가 하는 행동을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했다. 분명 다른 이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어딜 자신의 몸에 손을 대냐며 경을 쳤겠지만 화가 하는 행동에는 아무런 기분도 들지 않았다. 털토시에 손이 끼워지고 느껴지는 온기가 시렸던 손끝을 조금씩 뎁혀주는 것을 느끼며 그는 자신의 이러한 태도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어째 이 여자 앞에만 서면 이렇게 자신이 유해지는가.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서 일일이 성질을 내기 귀찮아서 그런 것이라 결론을 지어버린 그는 어느새 자신에게 둘러져있는 연봉의를 보고선 손난로를 내려놓고 연봉의를 풀며 말했다.

" 내가 이렇게 두르고 있어봤자 네가 고뿔이라도 걸리면 나한테도 옮는건 시간 문제다. "

등불탑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갈만하긴 했지만 이런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 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비록 손난로를 들고 있다곤 하나 그것은 손과 그 주변에 한정될뿐 바람을 막아주지는 못하니 한기가 몸 곳곳에 파고드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렇기에 그는 풀어낸 연봉의를 화에게 직접 둘러주고서는 손난로를 다시 집어들고선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 이런 몸뚱아리에 존체라니. 어울리지도 않는 말은 별로 듣고싶지 않구나. "

저주의 부작용으로 약해질대로 약해진 몸은 항상 그를 좀먹고 있었다. 뭐라도 하려고 하면 아파오고 잠에 제대로 들지 못하게 하는 이 몸은 그에겐 족쇄나 마찬가지였다. 마지못해 산다는 것이 지금의 그를 표현하기에 딱 걸맞은 수식어가 아닐까. 손난로가 있으니 처음 대문을 나섰을때보단 훨씬 추위를 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질문에 화가 조금 엉뚱한 것을 답하자 그는 살짝 웃어보였지만 딱히 지적은 하지 않고 고분고분하게 얘기해주었다.

" 이곳에 올땐 배와 마차를 이용했다고 했었지. 아라쪽으론 아직 철길이 깔리지 않아서 그랬던 모양이로군. 기관차라고 하는 것이 네가 말한대로 수십 수백명을 태우고 질주하지. 마차는 비교도 못할 속도로 말이다. "

그가 기거하고 있는 저택은 역과도 거리가 멀었고 주변에 철길도 없는 지역이었다. 기관차의 소음은 상당한 편이라 높으신 분들이 사는 지역 주변에는 철길이던 역이던 절대 깔리지 않았기에 평소엔 기관차가 달리는 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조용한 밤엔 기적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야 하겠지만 그것이 기관차를 모른다면 그것이 기적의 소리라는 것도 알지 못할테니 말이다.

" 또한 네가 말한 상자는 저택에도 있다. 집사의 방에만 있어서 보지 못했겠지만. "

자신은 본가의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얘기를 나누지 않으니 그런 것들은 집사가 사용하는 방에 설치 되어있었다. 연은 저택의 이름뿐인 주인일뿐 실질적으로 저택을 관리하고 본가와 조율하는 것은 집사가 다 하고 있었기에 처음 그것이 설치될때 집사의 방에 설치했던 것이다.

" 다만 내가 질문한 것과는 좀 거리가 있는 답이구나. 나는 너가 살던 곳이 어떤 것으로 유명한지 물었는데. "

그래도 딱히 심기를 건드린건 아닌지 말투는 꽤나 온후했다. 누군가와 이렇게 오래 대화하는 일은 그에게 있어선 드문 일이라 그럴지도 몰랐다.

135 연주 ◆mQxq8Q4Uu2 (qpYyRNTNh2)

2023-11-26 (내일 월요일) 20:02:44

후후 빠른 답레!!

>>133 약 먹으면 괜찮아지고 약 안먹으면 헤롱헤롱한 상태를 반복하고 있지! 주말 지나면 나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 (울망) 내일까진 어떻게든 나아보는걸로 해야지 ..

136 유화주 ◆3By7wUTVhU (xZLnSuhX4c)

2023-11-26 (내일 월요일) 21:43:30

으왓!! 오늘 달릴줄 몰랐는데 ..o.O 뒷내용을 빨리 이어주니 난 즐겁지만 쉬어야하는데 무리한거 아냐?(물끄럼) 그거도 그거지만 곰손도 모자라 내 난독이 유화의 동문서답을 초래해버렸네 답레 보고서야 깨달았다.. . 쥐구멍 어딨지?(두리번)

근데 약효 떨어지면 바로 아파지는 상태라니 괜찮은거야 그거? 역시 주말은 더 기이이이일어야해(오열) 암튼 오늘밤에는 일찍자서 수면시간부터 확보해야해! 푹 쉬어~

137 유 화 - 목정 연 (56fUxzXd4M)

2023-11-27 (모두 수고..) 00:43:37

언제 날뛸지 모르는 목정가 삼남의 성미를 생각하면 멋대로 손댄건 무모한 짓이었다. 어처구니없게 트집을 잡아가며 뻗댈지도 모른다 각오도 했었다. 그러나 유화의 무모함은 영문모를 결과로 돌아왔다. 손난로를 내려놓고 연봉의의 매듭을 푼것까지야 앞뒤없는 어깃장이려니 할수있으나 그뒤가 문제였다. 지금 이게 무슨상황인지 파악이 안됐다.

'?'

찬바람의 기세가 약해졌음을 의식하고서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덕분에 메마르게 닿는 소리의 의미도 늦게나마 더듬어냈으나 그결과는 있는그대로 받아들여지지않는 것이었다. 말투는 무심해도 그내용과 그의 행동에 담긴것은 걱정, 더 나아가서는 배려라고밖에는 결론지을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목정 가의 인간이 저가 추운데도 아랫것이 고뿔걸릴 것부터 염려하고있다? 성치도 않은 몸이면서? 아니다. 이건 있을수없는 일이다. 숱한 목숨을 앗아간 선조들에게 아무 거리낌도 갖지아니하는 자가 가족도 일가친척도 아닌 아랫것을 더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손난로와 토시를 다시 착용하는 목정 가 삼남을 도로 연봉의로 싸맸다.

"소인이 고뿔에 걸려봤자 다른 소임을 맡으면 그만이오나 도..련님께오서 편찮으시오면 윗전을 잘못모신 소인은 물론이옵고 모두가 힘들어지옵니다. 부디 상량해 주시옵소서."

오기로 지껄인 소리였고 굴욕적인느낌 때문에 피하고팠던 도련님이란 존칭이 입에 턱 걸리기도했으나 뱉을수록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 옷가지로 감싸주는것 따위 돌발행동에 불과하다. 그래봤자 아랫것은 더욱 경을 칠 따름아닌가. 배려라 착각한건 내가 이만한 추위조차 못배기게 나약해서일뿐이다. 백번 양보해 배려라 치더라도 애초에 내가 아랫것으로 전락한게 저더러 '도련님'이라는 존칭을 써야만하는 처지가 된게 어째서인가? 배려랍시고 베푸는건 병주고 약주는 우롱으로 보는편이 옳으리라.

하마터면 혼란스러워질뻔한 사고를 가다듬었으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자조적인 대꾸. 아랫것이기에 고를수밖에 없었던 높임표현이 해묵고 치유할길없는 상처를 자극해버린 모양이었다. 목정 가 삼남이 저주와 함께 오래오래 사는걸 지켜보기로 다짐한만큼 시원해야 마땅하건만 어찌 이리도 답답한지? 그도 모자라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진 것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결국 뭔가에 떠밀리기라도 한것처럼 머리를 조아렸다.

"송구하옵니다."

다른소릴 할수가 없었다. 건강이 나쁠수록 더 보중해야한다고도, 건강과는 별개로 일가를 책임져야할 입장이라고도. 언젠간 나아지시리라는 입에 발린 말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저주에 좀먹힐대로 좀먹힌 그는 희망을 바랄 기력조차 없어보였으므로. 또한 허투루라도 나아지고말고를 운운했다간 해주법을 곱씹게 될것만 같았으므로.

그나마 화제가 신문물로 바뀐것은 다행이었다. 더욱이 들을수록 신기하고도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도 저절로 움직이는 쇳덩어리가 진짜로 존재하다니? 그것도 마차와 비교도 안되게 빠르다고? 쇳덩어리를 달리게해주는 철길이란것에 어떤 도술이라도 걸려있는걸까? 말소리를 멀리 전하는 상자도 목정가의 저택에 있다고? 그상자를 쓰면 내 말도 고향에 전해질까?

아니품으니만 못한 헛되고헛된 희망을 흩어버리려 애쓰는데 뒤이어 나온말이 겸연쩍었다. 고향에서 이름난 신문물을 물은게 아니었구나. 엉뚱하게 이해한게 어이없는 나머지 한순간 부드러운 감정마저 일었으나 그도 잠시. 고향을 생각할수록 그립고 쓰린 마음이 들끓었다. 그자체로도 문제였지만 어찌 답해야할지도 고민이었다. 자칫 가족얘기를 입에 담았다간 무슨 뒤탈이 생길지 두려웠기에.

"...흔하디흔한 산골마을이옵니다. 더러는 약초를 캐고 더러는 화전(火田)을 일구고 더러는 행상(行商)을 상대로 이런저런 거래를 하는. 그나마 차를 우리기좋은 꽃이나 약초가 흔하옵니다만 그쯤이야 여느산에나 널리고널린 것이옵니다."

이만하면 거짓말은 아니다. 뺀거라곤 미골이라는 마을이름과 증조부께서 유랑민으로 전락한 십여명을 규합한끝에 일군 마을이라 유 가(柳 家) 마을로 알려졌다는것뿐. 그런 이력이 희를 볼모삼으려는 움직임에 일조한셈이라 마음만 먹으면 내 가족을 얼마든지 해칠수있는 자에게는 가능한한 감추고싶었다. 진즉에 유 가임을 꽁꽁 숨기고살았더라면. 이제와선 부질없는 공상이 속을 할퀴어댄다.

138 유화주 ◆3By7wUTVhU (.0dfPAzoo6)

2023-11-27 (모두 수고..) 07:35:22

안녕~ 연주! 잠은 충분히 잘 잤을까? 몸도 안좋은채로 월요일이 와버려서 힘들겠다(울망) 몸 챙겨가며 잘 넘겨!(붕붕)

지난레스에 연이가 실은 상냥하고 따스한 심성을 간직한 사람이라는점을 유화가 자각했지만 부정하려는중임을 반영해보려고했는데(긁적) 자고보니 부정이 너무 씨게나온거 같네..o.O 내몸 아파죽겠고 내가 추워죽겠을때 아랫사람 추울거부터 생각하는건 절대 쉬운일이 아닌것도 알고!(엄지척) 유화가 어떤상황이고 내가 무슨의도였는지 밝혀두고파서 tmi 남겨봐~(먼눈)

139 연주 ◆mQxq8Q4Uu2 (.GOnppDJj2)

2023-11-27 (모두 수고..) 09:18:05

좋은 아침!! (붕붕) 어제 푹 자서 그런가 많이 괜찮아졌다!

연봉의 돌려줬는데 다시 돌아와버렸다 ... 또 주면 연봉의 티카타카가 되는건가(?) 전화기로 연락하고 싶어하는거 마음이 찡하네 ... 설치된 장소끼리만 연락할 수 있다는걸 알게 되면 슬퍼하려나 ... 그래도 연이가 뭔가 해줄거니까 그걸로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

140 유화주 ◆3By7wUTVhU (MeFZEXqdVU)

2023-11-27 (모두 수고..) 13:06:50

나아졌다니 다행이야!(만세) 여세를 몰아 오늘도 식사 잘하고 일찍 자기야~(토닥)

ㅋ. ㅋㅋ .. 연봉의 주고받다 밤지새버리면 곤란하지않을까(먼눈) 와와~ 잠깐 지나가듯 서술한건데 주목해줄줄이야(깜놀) 고마워! 엄청 꼼꼼히 읽어주는구나~☆(감동) 게다가 연이가 뭔가 해준다니 벌써 설렌다XD 알고보면 순둥달달한 아깽이야~♥

141 목정 연 - 유 화 (INqdTm4FfU)

2023-11-27 (모두 수고..) 22:37:49

기껏 연봉의를 다시 둘러주었더니 손난로를 집어드는 사이에 다시금 그의 목에 연봉의가 둘러졌다. 아무래도 화의 입장에서는 그가 자신과 함께 나갔다가 감기라도 걸려서 돌아온다면 다른 시종들이 경을 칠테니 그는 별 수 없이 연봉의를 잠자코 둘러맸다. 자신이 아플때마다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잘 알고 있으니 시종들이 그런 반응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래도 파고드는 한기가 더욱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선 내일의 몸 상태는 꽤 괜찮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 됐다. 딱히 송구하라고 한 말은 아니니. "

이 역시 그녀의 입장에선 연에게 극존대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니 딱히 트집은 잡지 않고 넘어갔다. 사실 그가 예민해지는 부분은 극히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하는 것이 많았고 오히려 이런 상황에선 별 상관없다는듯이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예전 집사의 손자가 저택으로 놀러왔다가 연을 마주치고선 괴물이라며 소스라치게 놀라고선 도망가버린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연은 집사에게 아이가 한 일이니 괘념치말라는 말을 남기고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던적도 있으니 말이다.

" 그래, 그렇단 말이지. "

화의 말에 그는 잠깐 생각에 잠긴듯 턱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그가 집중을 할때면 곧잘 나오는 이 행동은 턱에서 손이 떨어지면 그때서야 생각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만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선 턱을 만지고 있는 손이 금방 시려울테니 그의 생각 또한 금방 끝났다. 하지만 그가 생각에 잠겨 걷는동안 등불탑에 거의 도착했는지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한낮처럼 빛이 나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들 사이에 가려져 제대로된 모양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화의 손을 잡아 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

" 등불탑이라는 것은 오래 켜두긴 힘드니까 말이지. 금방 가지 않으면 꺼질수도 있다. "

말 그대로 시험 가동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정해두긴 하지만 안전을 이유로 그것보다 더 빨리 꺼질 수도 있는지라 최대한 빨리 가서 보는게 중요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연 또한 등불탑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걸음을 빨리하는 것도 있었다. 등불탑에 가까이 갈수록 많아지는 인파 사이를 지나서 그들은 이윽고 등불탑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처음 보는 것이라, 그 위용이 대단하긴 하구나. "

뼈대는 철골로 되어있는데다 가운데가 숭숭 비어있어 낮에 보면 분명 흉물처럼 보이겠지만 야밤에 등불을 모조리 켜둔 이 탑의 위용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었다. 수도에선 일부러 이것을 보려고 밤을 설치는 이도 있다했는데 그 이야기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려주듯 주변에서 그것을 보고 있는 이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똑같았다.

// 등불탑은 에펠탑의 축소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142 연주 ◆mQxq8Q4Uu2 (INqdTm4FfU)

2023-11-27 (모두 수고..) 22:39:34

야호 월요일이 지나갔어! (찡긋)

연봉의는 그래서 얌전히 가지고 있기로 했다! 후후 답레는 항상 꼼꼼히 읽어야지~ 유화주가 열심히 써준 답레니까 말이야. 연이가 화의 손을 확 잡아버렸는데 혹시 불편하면 말해줘! 그 부분은 수정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3 항상 아깽이라고 불러주니까 정말 연이가 아깽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143 유화주 ◆3By7wUTVhU (a7gWHl4poo)

2023-11-28 (FIRE!) 08:22:31

연주 긍정적이야! 좋은아침~(붕붕) 어쩜 말도 그렇게 예쁘게 해줘? 짱이다~☆(감동) 몸은 많이 나아졌어? 난 일요일에 좀 늦게잤다고 어젠 뻗어버렸지 뭐야~ 이런 저질체력 .. (눈물)

연이 손잡는거 뭔데 설레??(히죽히죽) 괴물소리 듣고 속상했겠다(울망) 그래도 화 안내고 넘기다니 역시 연이는 순둥아깽이가 맞다!!(밀어붙임) 유화의 마을얘기 듣고 무슨생각했을지도 궁금해진다~(초롱) 에펠탑 축소버전이라니까 에펠탑이 처음엔 흉물스러운 건축물로 여겨졌다는 말을 들은거 같아서 묘했어! 유화한테야 신령들이나 지었을법한 건물같겠지만 말야~

144 유 화 - 목정 연 (gw31FIgzx2)

2023-11-28 (FIRE!) 22:19:42

목정 가 삼남의 반응은 이래저래 의외였다. 하찮은 아랫것을 이토록이나 생각해줬건만 고마운줄도 모르고 감히 어디서 훈계냐며 윽박질러도 이상할것 없다 여겼고 아픈곳을 자극당한이상 어느가문의 뉘시냐 물었던 첫날처럼 막무가내로 난리칠만도 하다고 각오했었다. 그러나 그는 연봉의를 도로 매듭짓고 여미기까지 마냥 순순했고 유화의 애매모호한 사과도 대수롭지않게 넘겼다. 송구하단 소릴 들으려던게 아니라는 건 저주받은 자신에 대한 새삼스러운 체념일지? 혼란스러웠다. 추위에 머리가 굳기라도했는지 뾰족한 답이 안나왔다. 그런끝에 마을얘기도 무던히넘기고는 제턱을 쓸며 앞장서가는 목정가 삼남을 뒤따르면서는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이자는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선의를 지니고있다. 매사 체념적이고 패악질도 부리지만 타인의 입장도 헤아려보고자 시도할의향은 확실히 지니고있다. ... 저주만 아니었다면 썩 바람직한 인품의 소유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목정 가의 일원에 대해 이런결론을 내리다니, 현실의 치욕을 버티게해준 원동력이 무너지는듯했다. 그의 저주를 풀수있을지도 모르는 입장이기에 더더욱.

무력감. 향할곳없는 원망. 밤보다 더 어두운 감정에 잠겨가던중 저멀리서 해가 뜨기시작한게 보였다. 아직 한밤중인줄 알았는데! 목정가 삼남은 햇빛을 받으면 안되지않나?! 놀라서 앞질러막으려다 그만 굳고말았다.

'?!'

해가 뜨는걸 아는지모르는지 그는 태연하기만하다. 이럴때가 아니라고 말릴새도 없이 그의 걸음이 해에 더 가까워지기라도 하려는것처럼 빨라졌다. 그런채 이어지는말에야 유화는 가까스로 상황을 파악했다. 저너머의 빛이 해가 아니라 등불탑이라는 모양이다. 그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나아갈수록 사람들이 몰려드는게 역력했다.

한숨돌린셈이나 긴장감은 엉뚱한데로 커져갔다. 그에게 잡힌 손. 이런 어색한상황이라니? 철들면서부터는 희랑 함께 다닐때말고는 누구 손을 잡은적이 없으니 더 어색했다. 희의 손은 암만해도 내손아귀에 쏙 들어왔는데 그의 손은 .. 정반대다. 내손을 다 감싸고도 오히려 품이 남는것같다. 이와중에 따스한 기분이 드는건 대관절 어떻게 된건지? 추위에 너무 오래 노출돼서 정신이 나가기라도 했나? 그렇다기엔 지금은 사람들이 몰려있어 찬공기도 덜 들고 체온들도 전해져오는데.

얼빠진채 휘적휘적 따라갈수록 해같은것은 점점 가까워왔다. 아니 해와는 다르다. 해는 제빛을 은은한 주홍빛으로 퍼트리거나 너무 눈부셔 쳐다보기힘든 광채를 내는데 저 빛줄기는 해처럼 환할지언정 눈이 부시지는않다. 어쨌거나 그 진면목이 보이는 위치에 이르러서는 눈을 뗄수가 없었다. 아무리 해와는 다르다해도 이정도면 땅위에 해를 여럿 꽂았다해도 과언이 아닐것같다. 보면서도 못믿을 탑이고 세상 어떤 도술로도 구현못할것같은 탑이라 제국이 더욱 두려워졌다. 저런걸 만들수있다면 세상에 못할짓이 없을테니 내 조국의 미래는 어찌될까?

그때 평소의 무미건조한 태도는 간데없는 탄성이 들려왔다. 핏물처럼만 보이던 목정 가 삼남의 붉은눈동자에 빛의 탑이 환하고 따스한빛을 퍼트리고 있었다. 부지불식간에 닥친 부드럽고 안온한 기분에 유화는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고맙사옵니다."

수도에 살면서도 이탑을 보는게 처음일만큼 외출을 삼가온 자가 이 추위에 나왔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신문물을 보고싶다고 했기때문에. 아무리 내 처지가 싫고 제국의 강성함이 암담해도 그점에는 감사하는게 도리이리라고 그렇게 생각하고싶었다.

그렇게 안일해졌다가 아차싶었다. 외출이라곤 않던 자가 한참을 걸었으니 갈증이든 허기든 생겼을법하다. 유화는 남은손으로 차가 담긴 물병을 꺼냈다. 차가 식지않았는지 물병엔 아직 온기가 어려있었다.

"갈하실터인데 목이라도 축이시옵소서. 시장하시오면 앉아서 요기할만한 곳을 찾아보겠사옵니다."

날씨와 그의 몸을 고려하면 최대한 빨리 돌아가는편이 상책일듯하나 혹여라도 시장기가 심하면 돌아가는내내 참느니 챙겨온 계화떡부터 들게하는것도 방법이리라.

145 연주 ◆mQxq8Q4Uu2 (Dq7l3aYfV.)

2023-11-28 (FIRE!) 22:23:07

끄앙 집에 와서 씻었더니 답레가 있잖아!! 유화주도 오늘 하루 수고했어!! (붕붕) 후후 드디어 연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조금씩 이루어지는건가 (엄지척) 물론 연이가 중간중간 이상한걸로 짜증내는 경우가 분명 생기겠지만 ...

146 유화주 ◆3By7wUTVhU (gw31FIgzx2)

2023-11-28 (FIRE!) 22:28:20

너무 춥다 .. .8ㅁ8 (얼음) 집인데도 손가락이 뻣뻣해! 내일은 더춥다는데(끔찍) 연이랑 유화가 있는 밖은 여기보단 따수웠으면 좋겠어(훌쩍) 야간에 인파가 몰리는 명소인데 야간카페같은거 없으려나?(김칫국)

암튼 날이 이래서 연주 컨디션은 어떨지 모르겠어... 아프니까 절대안정이야!! 나도 이불속으로 잠수할게!(꼬르륵)

147 연주 ◆mQxq8Q4Uu2 (Dq7l3aYfV.)

2023-11-28 (FIRE!) 22:30:09

헉 집인데도 춥다니 그러면 안돼 8ㅁ8) 맞아 이번주까지 엄청 춥다고 했어 ... 연이랑 유화가 있는 곳도 우리랑 비슷하게 춥지 않을까? 그래도 사람들이 모이니까 노점상 같은 것도 있을테고 그럼 따뜻한걸 파는 곳도 분명 있겠지! 후후 다음 장면에 그런걸 넣어볼까.

나는 아팠던거 많이 나아져서 괜찮아! 잔기침만 조금할뿐이고 ... 유화주야말로 이런 날씨에 감기 안걸리게 조심해 8ㅁ8) (이불 꼭 덮어주기)

148 유화주 ◆3By7wUTVhU (gw31FIgzx2)

2023-11-28 (FIRE!) 22:33:51

>>145 어? 동접이었네~ 오늘 추웠지? 고생많았어(토닥닥) 이제 푹 쉬자~~

유화의 인식변화가 보였다니 대만족이야~☆ 추워서 내정신으로 썼는지 헷갈렸는데 다행이지뭐야?(뻔뻔) 유화도 유화대로 부정기 거치면서 삽질할테니 아마 쌤쌤일거야~(먼눈) 걱정 붙들어매도 된다!

149 목정 연 - 유 화 (Dq7l3aYfV.)

2023-11-28 (FIRE!) 23:09:09

다행히도 연은 탑의 가동이 끝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등불탑의 주변은 마치 한낮이라도 된 것 마냥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서 가까이에선 정면으로 바라보기도 힘들것 같았다. 거기에 밝기만 한게 아니라 나름 예술이라도 추구했는지 등의 배치가 어느정도 의도적인 것 같았기에 멀리서 볼수록 더욱 아름다웠다. 허나 처음 보는 것엔 호기심이 동하는지 구경하던 많은 사람들은 조금씩 탑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물론 뜨거워서 위험하다는 위병의 말에 그 전진도 멈추었지만 말이다.

연도 처음 보는 등불탑의 불빛은 낮의 그 따스한 햇빛만큼은 되지 못하지만 비스무리하게나마 그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듯 했다. 한낮의 햇빛을 만끽해보지 못한 것이 어찌나 오래 되었는지 이런 빛조차 그는 감격스러운지 자신도 모르게 팔을 뻗었다. 허나 결국 햇빛의 따사로움엔 미치지 못했기에 아쉬움만 가득히 남게 된다.

" 감사 인사는 됐다. 어려운 일도 아니니. "

옆에서 화의 감사 인사가 들려오자 그는 흘끗 쳐다보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여기에 데리고 올 수 있는 일이었다. 집사에게 말을 해서 데려가게 할 수도 있을테고 시종들과 미리 날을 맞추어서 같이 구경 왔을수도 있는 일이니 굳이 자신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단지 지금 같이 외출을 했고 화가 보고 싶다고 했으니 마침 자신이 데려간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과연 다른 시종들이 이런 말을 했을때 연이 들어주었을까, 에 대한 대답은 분명 미지수였다.

" 여기까지 나왔는데 평소에도 먹는 그런 음식은 됐다. "

등불탑의 시험 가동은 사람들에게도 행사로 통했는지 주변에 노점상이 군데군데 보였다. 그 중에선 화로를 두고 길거리 음식을 파는 사람들도 보였고 마침 그것들에 눈이 가있던 연은 화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답하고선 고민이 되는지 턱을 만지작거리다 허리춤에 매여있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화에게 쥐어주며 말했다.

" 저기 앉아있을테니 네가 먹고싶은걸로 사오거라. "

멀지 않은 곳에 긴 탁상이 군데군데 놓여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그곳에 앉아서 쉬고 있었기에 얘기한 것이었다. 추운 날씨에 밖에 나와있는건 그에게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기왕 나왔으니 즐길건 즐기자는 주의였다. 일이 많은 요즘엔 밖에 나올 기회도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옛날엔 이렇게 길거리에서 무언가를 사먹는다는건 불가능했다던데 시간의 흐름이란 정말 무섭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봐놓았던 탁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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