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글로만 보다가 저주의 실체를 직접 목도하면 나도 동공지진 일어날 것 같아 ... 헛 흡혈 당할때는 엄청난 황홀감을 느낀다는 오피셜이 있어! 그러니까 조심해야한다구 :3 화의 노력이 빛을 발하겠는걸 ... 연이도 조금씩 신경 쓰지 않을까? 연이는 해줄 수 있는게 많이 없어서 뭘 해줘야할지 고민이네 ...
완전 자극적인 광경인데 또 좋을지도 ...? 그때는 연이가 유화 끌어안고 의원을 데려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모먼트가!!
흐음 역시 그런 감정선이 재밌는 법이지! 나중엔 열심히 유화를 꼬셔볼께~~ 결국 해주를 위해선 연이의 노력이 중요한 법이니까!
유화를 데려온 목적은 연이 전용 시녀 같은 느낌이니까 다른 집안일은 잘 안시키고 연이 방을 청소한다던가 낮에 잘때 수면을 도와준다던가 ... 식사 준비는 따로 사용인이 있을텐데 연이가 직접 준비해주는 날이 있을수도 있고! 세수 같은건 자기가 직접 할테니까 ㅋㅋㅋ 주로 하는 일은 연이의 일을 도와준다던가 움직일때 옆에서 같이 다닌다던가 하는거 아닐까?
사실 잘못은 선대가 다 했는데 왜 내가 독박을? 하는 분위기이긴 하지 ... 지금의 가주는 꽤나 온후해서 예전이랑 다른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대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그니까 왜 나쁜 짓을 해서!!
처음엔 딱히 신경 안쓰다가 나중엔 자기 잘때 불러서 옆에 있어달라고 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연이한테는 항상 햇볕내가 날 것 같기도 하니까. 후후 후원 관리라니 벌써부터 안주인이 될 준비를 하는 (아님) 목욕 시중은 물 온도 같은 것 때문이라도 시종들이 욕을 많이 먹으니 유화는 안된다~~
핫 선레라니 이번엔 내가 쓸 차례인데 내가 직장이라 선레는 좀 늦어질 것 같은데 ... 괜찮다면 내가 써올께!
정작 본인은 이런걸 댓가로 호의호식하라 그러면 시궁창에 구르는 삶이 훨씬 나을거라고 말하겠지만. 온후한 편이지만 그런걸 하면 가문의 명예에 대한 먹칠이 될테니까 말이야. 안그래도 가문들끼리 견제가 심한 편이니까.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제국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해본게 있는데 알려줄까?
살육일변도였던건 그냥 그 당시에 가주가 반쯤 미치광이라 그랬던거였지 ... 본보기였으면 황제도 말리지는 않았을거야. 실제로 다른 방면으로 진출한 부대는 그런 문제가 없던 곳도 있었다고 하니까.
헉 그거 좋다! 연이는 악몽을 달고 사니까 ... 나중엔 무릎베개까지 해달라는걸 목표로 해야겠어~ 오히려 알몸을 노출하는건 그저 그렇다고 생각할껄? 어릴적부터 시중을 받았을테니까 말이야.
해는 이미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고 반대편에서 달이 올라오는 시간이 되었다. 시계가 정각을 울리는 소리를 내자 그 소리에 맞추어 연은 서서히 눈을 떴다. 잠을 자고 일어났으니 조금은 피곤하다고 느낄지언정 상쾌함도 같이 느껴야 정상이겠지만 연의 표정은 불쾌함만이 한가득이었다. 제대로 된 잠을 자본적이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이 저택에서 살게 된 이후로는 잠은 잠 같지 않았고 몸은 자기 몸 같지 않았다. 그래도 피를 먹고나서 아주 잠깐은 활기가 돌긴 했지만 인간이 되어서 인간의 피를 마신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 거기 누구 없느냐. "
잠에서 방금 깨서 잔뜩 갈라지는 목소리로 문 밖의 누군가를 불렀다. 저택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있다곤 하나 엄연히 이 저택의 주인의 방이므로 방문 앞에는 누군가가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니 연의 부름에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할터인데 묵묵부답이었다. 혹시 목소리가 작아 들리지 않았나 싶어 몇번이고 불렀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
마지막으로 크게 외쳤지만 여전히 문 바깥은 인기척 하나 없이 고요했다. 그는 탁상을 손으로 짚고선 몸을 일으켰다. 휘청, 하고 몸이 쓰러질뻔했지만 벽을 짚어 균형을 잡은 그는 천천히 문쪽으로 향하였다. 두개의 미닫이 문을 거칠게 열고서 복도로 나간 그는 다시 한번 크게 소리질렀다. 아무도 없느냐고. 허나 여전히 대답이 없었기에 그는 직접 대문으로 향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한발자국 내딛자 그의 뒤쪽에서 스슥, 하며 인기척이 났고 곧바로 뒤를 돌아봤을때 그의 시선엔 온 몸에 피칠갑을 한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또 하나의 자신이 있었다.
[ 목 말 라 ] " 헛소리하지마라! 어찌 인간이 되어 인간의 피를 ... " [ 목 말 라 ] " 닥쳐! 닥치라고 했다! "
연은 그렇게 있는 힘껏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그것은 자신의 바로 앞으로 와서 그 섬뜩한 눈빛을 향한채 크게 소리 쳤다.
[ 목 마르다고!!!!! ] " 으악!! "
그는 소스라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은 익숙한 본인의 방, 시간도 이제 막 해가 저물어갈때쯤인 것 같았다. 자면서 식은땀을 흘렸는지 얼굴이고 몸이고 땀범벅인데다 평소의 컨디션까지 합쳐져 그는 더더욱 기력이 없었다. 악몽을 꾼 것일까. 허나 이 꿈을 꾼다는 것은 곧 그때가 온다는 것이었다. 그는 소매로 대충 얼굴의 땀을 닦아낸 뒤에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거기 밖에 누구 없느냐 ... "
평소보단 작은 목소리였지만 방 밖에 누군가가 있다면 분명 들을 수 있을 법한 소리였기에 그는 이번만큼은 악몽이 아니길 바라며 다시 한번 말했다.
유화가 든 종이봉투를 가리키며 호기심에 차 올려다본다. 유화는 웃으며 게서 큼직한 땅콩엿을 꺼냈다.
- 짜잔!
- 와아~
희는 자그만 손으로 엿을 꽉 잡고는 한입 물어 우물거리다 유화를 바라본다.
- 누이는 안 먹어?
슬몃 웃음이 샜다. 첫 삯바느질로 산 간식. 그러나 처음이었기에 희와 부모님 몫을 사는게 고작이었다.
- 누이는 벌써 먹었지~
- 에이~ 뭐야? 누이만?
아직은 유화의 가슴팍에 닿을듯말듯 자그마한 희. 언젠간 이 아이가 나보다 훌쩍 크겠지. 유화는 희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 맛없는거 사면 안되니까 먹어봤지. 맛있어?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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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찔 일어나려는 순간 현기증이 밀려왔다. 머리를 짚고 눈을 감았다. 사라진 꿈이 서러워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밖은 이미 어스레해진뒤, 감상에 젖을때가 아니건만 한없이 무기력했다.
이곳에 온지 이제 고작 일주일. 그러나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노집사가 목정 가의 삼남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부터가 충격이었다. 햇빛을 쬐어선 안되고 사람의 피를 주기적으로 마셔야한다니. 그런존재가 사람이라고 할수있냐는 의문보다 앞서 떠오른건 피의 저주. 대대로 피를 갈구하며 밝은세상을 보지못하게 만든다는 그 저주인가 싶어지는게 단순히 기분탓일지? 설마, 아니겠지. 맞을지라도 알게 무어란 말인가? 조상과 친척의 원수이자 조국의 원수인 가문을 위해 해주(解呪)라도 할까? 그 가문의 시녀로 전락하는 치욕도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주제에?
그러면서도 목정 가의 삼남과 마주치면 피가 마르는듯했다. 다과를 내거나 옷가지 따위를 전달할때면 오가는사람이 자신임을 그가 모르기만 빌었다. 그가 잠시나마 방을 비웠을때 환기하고 먼지를 닦아내는 일도 그가 돌아올까봐 전전긍긍했다. 첫날 이후로는 누가 오가든 그가 거들떠도 보지않는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런나날이 갑갑해 저택의 활동이 멈춘 낮시간에 처소 앞 잡초가 무성한 자리를 손봐서 들국화와 몇가지 약초를 심었다. 그 작은 텃밭을 가꾸며 햇볕을 쬐는 동안만은 숨통이 트이는것 같았다. 마냥 햇볕만 쬔다면 트집잡힐세라 그의 옷가지를 볕에 말리기도 했다.
그러느라 잠을 줄인게 문제였을까. 그렇잖아도 자다 일어나는게 느린데 오늘은 영 힘에 부친다. 유화는 부스스 몸을 일으키고는 양 관자놀이를 꾹 눌러가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지체하여 목정 가 삼남의 부름에 늦기라도했다간 그야말로 경을 칠것이다. 불안감이 무겁디무거운 몸을 움직였다.
숨이 턱에 닿도록 서둘렀으나 벌써 늦고만걸까? 목정 가 삼남이 부릴 사람을 찾고있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여느때같으면 냉큼들 달려오고도 남았을 사용인들이 안보였다. 그의 음성도 신경질적인 소리나 노성이 아니라 가냘프다못해 앓아누워 보채는 어린아이처럼 맥없는 소리였다. 영문모를 일이었으나 유화는 늦었다는 사실을 감추고자 가쁜숨부터 가다듬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런다음 문을 열지는 않은채 대꾸했다.
아라의 공녀가 자신의 시녀로 들어오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은 눈길 한번 준 적이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아라에서 온 공녀라는 것이 조금 특별할 뿐이지 지금까지 자신을 모셨던 자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예민한 성격과 신경질을 죄다 버티지 못하고 금방 나가버렸기에 이 공녀도 다를바 없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종종 처음 만났을때의 그 눈빛이 생각나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다과를 내고 돌아갈때 그 뒷모습을 가끔 곁눈질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애타게 누군가를 찾았을때 화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자 그는 조금은 껄끄럽기도 하였다. 그렇게까지 핍박을 했는데 막상 지금의 자신은 정말 약한 모습이니까. 하지만 그런걸 따지기엔 지금 자신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문 건너편에서의 목소리에 힘주어 대답했다.
" ... 물을 좀 가져다주거라. "
땀을 너무 많이 흘렸기 때문일까, 목이 말랐다. 거기에 온 몸이 축축하게 젖어서 식어가기 시작하자 추위마저 몰려들었다. 안그대로 잔병치레를 하는데 이러다간 감기에라도 걸릴까 유화가 물을 가지러 가기 전에 급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 갈아입을 옷도 같이 부탁하마. "
그나저나 다른 사용인들은 어디 갔길래 자신의 부름에 답도 하지 않는 것일까. 사실 이게 꿈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유화의 목소리를 하고 있는 그 괴물이 다시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너무 생생한 꿈에 현실과 구분을 하기 힘들어하던 그는 문득 오늘 본가에 교육이 있어 저택의 사용인들은 최소 인원만 남기고 본가에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돌아올 시간이 아니라서 저택도 조용했던 것일까. 남몰래 한숨을 내쉰 그는 유화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반사적으로 움직였으나 혼란스러웠다. 아랫것의 기분은커녕 존재조차 알바아닌듯하던 이제까지와 달리 목정 가 삼남의 말씨는 고압적이지도 냉랭하지도 무미건조하지도 않았다. 부탁한다는 말은 애원에 가깝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원수 집안의 사람, 지난날의 만행에 일고의 가책조차 느끼지않는 저주받아도 싼 자이건만 그처럼 무방비한모습이 통쾌하지가않았다. 특유의 오만하고 소름끼치는 태도로 늦장부렸다고 신경질이라도 부렸더라면 독기라도 다잡아지련마는.
마음이 어지러운 탓인지 주방에 이르자마자 공연한 짓들을 벌여버렸다. 찬물 한잔이면 될것을 굳이 화로에 따뜻이 데워진 주전자물을 준비하지않나 거기에 꿀도 한숟갈 타질않나. 따끈한 꿀물이 원기회복에 좋고 몸도 따뜻이 해준다지만 시키지도않은걸 준비할 까닭이 뭐란말인가? 그새 목정 가 삼남이 표독스러운 성미를 드러내어 또다시 가족을 들먹이기라도 하면 어쩌자고? 거기 생각이 미치자 꿀물에 찻잎을 우릴 의욕이 싹 사라졌다. 대신 찬물을 한잔 더 준비했다. 더운 꿀물을 마시든 찬물을 마시든 내키는대로 하겠지.
그러나 그의 옷만 모아둔 방에서도 쓸데없이 의욕이 뻗쳤다. 세탁된 옷이면 충분할것이고 개중 볕에 널어뒀던 옷가지는 햇살을 머금은 옷 특유의 포근한 내음도 어려있었으나 밤공기탓인지 선뜩해진 촉감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바구니에 옷가지를 포개넣으며 그사이에 자신의 손난로를 넣었다. 이러면 윗전의 옷가지와 아랫것의 손난로를 한바구니에 뒀다고 트집이려나? 모르겠다. 허나 밤은 낮보다 추운법. 써느런 옷가지보다는 어떤식으로든 데워진 옷가지가 입기편하지 않겠는가. 여차하면 옷을 건네면서 손난로는 감추어도 될테고. 공녀로 왔다는 사실조차 잊힐만큼 눈에 띄지않아야 하는 주제에 이런저런 일을 벌이고있는 스스로가 가소로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고 싶었다. 그가 기운을 되찾고 목정 가의 일원스럽게 막돼먹은 언행을 해야지만 적이고 원수라는 경각심이 돌아올테니.
옷바구니와 꿀물과 찬물을 함께얹은 쟁반을 챙겨서 딴에는 서두른다고 서둘렀으나 시간이 얼마나 지체되었을지는 모른다. 꿀물이 담긴 잔에 여전히 허연 김이 오르고있으니 많이 늦진않았기를 바랄따름이었다. 유화는 목정 가 삼남의 방문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소음을 내지않도록 주의하며 열었다. 이어 침대 옆의 협탁에 쟁반부터 놓은다음 옷가지를 꺼내들었다. 처음 챙겼을때에 비하면 한결 온기가 밴 옷, 그가 갈아입고자 한다면 그옷부터 건넬것이다.
자신의 말을 듣고서 부엌으로 향했는지 화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그는 침상에 다시금 몸을 뉘었다. 시간을 보아하니 아직까지 해가 지려면 시간이 좀 남았기에 밖으로 나가는 것도 어려웠기에 본격적으로 해가 지기 전에 좀 더 쉬어두기 위함이었다. 가문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직함이기는 했으나 엄연히 가문 전반의 내정을 담당하고 있는 그였기에 몸상태를 핑계로 쉬는 것은 힘들었다. 그렇게 누워있으니 화가 문을 두드리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 ... 고맙다. "
화가 가져온 물을 마시려던 그는 따뜻한 물과 찬 물이 있는 것을 보고선 한번 화를 바라보았다가, 따뜻한 것을 집어들었다. 은은한 꿀향이 풍기는 것을 보아하니 꿀물인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한모금 마신 그는 땀이 식으면서 느껴지던 오한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애초에 단 것을 좋아하니 은은한 단 맛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금방 꿀물을 다 마셔버린 그는 가져온 옷가지를 보고선 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 옷을 주고 뒤돌아있거라. "
평소엔 옷을 입혀주는 시녀가 따로 있지만 그 시녀도 본가로 가있을테니 자신이 직접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외출할때 입는 옷이 아니었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입을 수 있었다. 시대가 지나면서 실내복은 점점 간소화 되고 있었고 이는 외출복에도 점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화에게 받아든 옷은 온기가 느껴졌는데 평소에 입던 옷들과는 좀 느낌이 달라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축축히 젖은 옷을 먼저 갈아입기 시작했다. 갈아입는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젖은 옷들을 다시 바구니에 넣은 그는 화에게 말했다.
" 그래 일주일 동안 지내본 소감이 어떻느냐. "
보통의 공녀였다면 황궁으로 바로 가서 황제에게 한번 보여진 이후에 바로 유력 귀족들의 만찬회에 끌려가 경매처럼 팔려가선 거기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황궁의 궁녀가 되기도 했지만 보통 공녀 출신의 궁녀는 취급이 박했기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연은 차라리 황궁으로 가는 것보단 여기에 바로 오게된 화의 처지가 다른 공녀들보단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번엔 그런 난리를 치던 사람이 이런 모습이라 우습지 않느냐? "
패악질을 부리던 그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약하고 지쳐버린 사람만이 똑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러니 그 당사자였던 화에게는 이만큼 우스운 일이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으아아~ 답이 늦었네 미안!(꾸벅) 추운날은 옷이 살갗에 닿을때도 오싹할수있으니까 연이가 좀 따수워졌으면 했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기뻐! 유화는 약한사람한텐 물러지니까 보호본능자극은 실패할수가없겠는데? 연주 예리해~(감탄) 오~! 흥미진진하다!! 그럼 그공녀는 후궁의 투기나 음모를 돌파해가며 점차 지위가 높아지는거야?(착석)
옷을 든채 시립한 순간 유화는 귀를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고맙다? 목정 가의 삼남이 일개 아랫것에게 저런 소리도 다 한단말인가? 이 저택 사람들에 따르면 그가 온화하게 구는건 결코 좋은징조가 아니라던데 뭔가 심사가 뒤틀리기라도 한건가? 꿀물과 찬물을 보자마자 이쪽으로 향하는 눈길에 입안이 마르고 위가 찌르르 저려오는듯했다. 긴장한 티를 어떻게든 감춰보고자 고개를 숙이고 숨죽였다. 다행히 목정 가의 삼남은 더 말하지않고 꿀물만 비웠다. 찬물보다는 따뜻한물을 선호하나보다. 단것도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어지는 지시에는 잘됐다싶었다. 두말없이 옷을 건네며 손난로는 소매속에 감추었다. 이제는 미지근하다기도 애매하게 식었지만 그건 손난로가 제몫을 다했다는 의미이리라. 그러고있자니 옷 스치는 소리가 은근히 분주하다. 옷시중을 드는 시녀가 없는데 대신 거들어야하나? 그러나 돌아볼 엄두는 나지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옷가지의 기척이 앞서에 비해 묵직하다. 그새 다 갈아입은걸까? 희가 혼자 입을수 있다며 옷가지와 씨름하던 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아주 어릴적엔 저고리에 발을 넣으려고도 하고 더 크고는 바지에 발을 제대로 넣고도 발을 빼는 구멍을 찾지못하던, 그러면서도 옆에서 도와주마고 나서면 한사코 거부하던.
싱그레 미소가 지어지는데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물음이 떨어졌다. 일주일. 그말엔 많은것이 내포되어있었다. 목정 가의 삼남은 내가 아라의 공녀임을 기억하고 있다! 그건 언제든 심사가 뒤틀리면 내 가족을 걸고넘어질 위험이 있다는 신호나 다름없었다. 불과 일주일만에 잊히길 기대하진않았지만. 맞잡은 손에 땀이 눅진히 배었다. 워낙 타인은 안중에도 없는 자라 새 장난감에 이내 시들해지는 어린아이처럼 나 몰라라 할지도 모른다 여겼는데. 유화는 그에게서 한걸음 물러서며 머리를 조아렸다.
"소임을 다할뿐 잡념은 품지않고자 하고있사옵니다."
딴에는 시녀에게 요구되는 덕목일법한 내용으로 고르고고른 대답이었다. 목정 가의 삼남 역시 공녀에게서 솔직한 심경을 듣고픈것은 아니리라. 설령 맞다한들 무어라 말하겠는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것 같지않은 곳이라고? 어느새 그대에게 예사로이 허리를 숙이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든다고? 그러다 이어지는 질문에 신경이 곤두섰다. 대관절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지? 우스워하길 바라기라도 하나? 그럴리가!
"폭풍우가 몰아친 다음날이 화창하다하여 웃는 사람은 드무옵니다. 날씨란 맑은날이 있으면 궂은날도 있기 때문이옵니다. 사람의 변화무쌍함이 어찌 날씨의 변화만 못하겠사옵니까?"
날씨가 오락가락하는걸 이치에 어긋난다고 꾸짖겠는가 불공평하다고 꾸짖겠는가? 그런다고 원하는날씨가 오지도않는데. 마찬가지로 목정가 삼남의 변덕도 뭐라 탓하든 소용없다. 이는 스스로를 다잡는 말이기도 했다. 이 자가 지금 평범한 사람처럼 유순한 모습을 보이고있다해서 착각해선 안된다는. 저런 모습은 날씨의 변화만큼이나 일시적인 변덕에 불과하다는. 목정 가의 인간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야차나 다름없을수록 제국과 목정 가는 적이라는 분별력이 오기로든 독기로든 유지될것이므로
잡념을 품지 않는다라. 고향에서 강제로 제국까지 오게 된 공녀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도읍의 중심에 있는 자신의 본가에서 나와서 이 저택에 왔을때도 한동안 심란했는데 자신보다 몇십배는 먼거리를 오게 된 화는 당연히 아무렇지 않을 수 없겠지. 하지만 일개 시녀에게 지나친 관심을 주는 것은 좋지 않았다. 다른 시녀들의 눈도 있으니까 말이다.
" 고작 일주일 됐는데 잡념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이겠지. "
사실 그는 저번 화와의 첫만남에서 가족을 들먹인 것을 꽤나 후회하고 있었다. 그의 집안은 장남과 차남이 두살 터울이고 차남과 삼남이 여덟살, 다시 삼남과 장녀가 두살 터울이라 위의 2명과 아래의 2명이 서로서로 친하게 지내곤 했다. 거기에 결국 가문은 장남이 이끌어갈 것이고 차남은 장남의 옆에서 보좌를 하게 될테니 삼남과 장녀는 그런 면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그랬기에 상당히 무뚝뚝한 장남과 그보단 덜하지만 자상하다곤 하기 힘든 차남과 달리 삼남과 장녀는 성품이 좀 더 온화했고 활기찬 편이었다. 비록 지금은 오랜 세월 저주에 의해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서 어릴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날이 많았다.
" 그런걸로 탓할 생각은 없다. 시종의 생각까지 내 뜻대로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꿀물로 몸을 덥히니 생각보다 몸 상태가 괜찮은듯 싶었다. 하지만 자면서 몸이 지나치게 긴장했던 탓일까 오른팔이 상당히 저려왔기에 그는 화를 바라보고선 오른팔을 걷어붙인채 내밀었다.
" 팔이 상당히 저려와서 업무를 보기 힘드니 팔을 좀 주물러주면 좋겠구나. "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그가 이렇게 유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심신이 지친 상태라는 것이었다. 예민함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해진 심신일때는 그의 어릴적 모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랬기에 저택의 집사가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남아있는 것이었다. 삼남은 원하지 않았던 고통이었으니까.
" 말하는 것을 보니 양갓집의 규수였나보구나. "
연의 물음에 답한 화의 단어 선택에 그는 작게 감탄하며 말했다. 물론 제국의 핵심 귀족 중의 한명인 목정 가의 시녀들은 힘없는 귀족들의 딸들이 들어와서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라도 중앙 정계에 줄을 서고 싶어했고, 혹여 눈에라도 띄어 첩실이라도 된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시녀들은 본가에만 있었고 그 수도 많지 않았기에 절반 이상은 평민 출신의 시녀들이 많았다. 그리고 연이 머물고있는 저택의 시녀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평민 출신의 시녀들만 있었기에 화의 대답은 그의 입장에선 흥미로운 것이었다.
" 하지만 폭풍우 다음의 화창함은 나에겐 맞지 않는 표현이지. 그저 폭풍의 눈에 들어와있을뿐이다. 내 인생은 화창한적이 없었으니. "
굳이 꼽자면 어린 시절이 화창한 시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에겐 이미 흐릿해지는 기억일뿐이었다. 떠올렸을때 간신히 희미한 미소만 지을 수 있는 그런 기억.
유화의 속내를 간파라도 한듯 목정 가 삼남은 덤덤히 대꾸했다. 부드럽다기엔 맥없는 음성이 어쩐지 체념적으로 느껴졌다. 동요한 티를 감추기어려워 고개나 더욱 숙였다. 가슴이 뭉근히 저려왔다. 잡념을 탓하지 않겠다는 것은, 속마음까지는 제약하진 않겠다는 배려일까 네깟것들의 마음이 어떻든 뭘 할수있겠냐는 오만일까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여유일까 아니면, 시종이 제게 호의를 가질리없다는 자포자기일까. 일순 뻗친 공상을 맞잡은 손을 비틀어 몰아냈다. 어느쪽이든 알게 뭐란 말인가? 설령 저 자가 시종과 가까워지길 바란들 그게 대수랴? 선대의 만행에 무감각하니 저주도 자업자득, 하루가 멀다하고 호통에 신경질이니 시종들의 반감도 자업자득 아니겠는가. 그저 이순간이 심상하게 지나가기만 바랄따름이다. 여느때처럼 서류더미 말고는 무엇하나 거들떠도 보지않게 되면 옷바구니를 챙겨서 물러나올 심산이었다.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졌다면 운좋은 일이었겠으나, 목정 가의 삼남은 몸이 영 편치않은지 다음지시를 내렸다. 양손에 밴 땀을 소매안쪽에 얼른 닦고 손난로가 거치적거리지않도록 옷바구니로 옮겨놓았다. 그러고 그의 어깻죽지를 주무르기 시작한순간 저도 모르게 머뭇거려졌다. 기묘한 감각. 부모님이 나이드신뒤 안마를 하면서 느낀것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어릴적엔 두손을 다 펼쳐도 거머쥐기어렵던 쥐도새도 모르게 가늘고 약해진 팔뚝에 울컥했던. 아무리 머리가 하얗게 다 샜다해도 아직 청년이거니와 왜소한체격도 아니건만 팔은 어쩌면 이리 여리여리한지? 손끝도 손아귀도 야물게해야 근육이 풀어진다는걸 아는데도 선뜻 힘이 안 들어갔다. 원수에게 그렇게라도 고통을 가하면 통쾌하지않은가 스스로에게 반문하면서도 그러했다.
"편치않으시오면 일러주시옵소서."
목정 가 삼남의 오른팔을 어깻죽지부터 손목까지 되풀이해 안마하는데 집중하고자했으나 그의 반응에는 이를 앙다물지 않을수 없었다. 양갓집. 맞는말이다. 희가 제국의 볼모로 전락할뻔하고 자신이 공녀로 바쳐진것도 한갓 서출(庶出)로부터 이어져내려온 우리 일가조차 아라의 반제국세력을 규합할 위험분자로 간주될만큼 유 가(柳 家)의 명망이 드높았던 탓이니.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통에 억지로 멈추었다가 다시 그의 팔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순간 억세져버린 악력이 화근을 만들지않았길 바라면서.
간신히 다잡은 마음이 착잡해진것은 목정 가 삼남의 비유 때문이었다. 화창한적 없었다는건 혹 저주때문일까? 생전 햇빛 한번 쬐지못하고 수시로 사람의 피를 마셔야한다면 누구라도 제정신을 유지하긴 버거울게다. 허나 어쩌겠는가? 설령 그 저주가 피의 저주라한들 가문이 절딴나기까지의 원념(怨念)이 그 주범을 향하는것은 당연지사 아닌가? 선조들의 피맺힌 한에 내가 개입할 자격은 없다. 유 가의 도술비방서 내용이야 기억하고있다만 내게 도술능력은 전무하다. 기적적으로 도술능력이 생길지라도 해주(解呪)의 조건중 하나는 저주받은 이와의 혼인. 안될일이다. 오히려 그런 비방의 존재가 알려지면 큰일이다. 저주를 풀랍시고 우리 가족을 인질삼아 협박할게 뻔하니. 어지러운 속을 누르고 되는대로 지껄였다.
"길고긴 장마도 끝이 있사옵고 폭풍우도 언젠가는 그치는것이 자연의 이치이옵니다. 사람의 삶도 비슷하지않겠사옵니까."
폭풍우를 피할수없다면 끝나기를 기다리는수밖에. 그건 일종의 기원이었다. 목정 가의 시녀로 전락한이상 일평생 좋은날을 바랄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견디다보면 끝이 있으리라고, 하다못해 생이 다해서라도 끝은 나리라고, 이 저택에서 소리소문없이 명을 다하더라도 가족이 무탈하다면 그것이 곧 희망일거라고,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이었다.
자신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보며 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종들에게 함부로 대하고 난 뒤엔 항상 후회하곤 했지만 화에겐 그것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다른 시종들과 다른 점이라곤 아라에서 온 공녀라는 것뿐인데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지는 그도 잘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이런 감정은 지금뿐이고 내일이 되면 또 사소한 것에도 짜증내는 괴팍한 목정 가의 삼남이 되어있겠지만 말이다.
화가 안마를 시작하고 연은 그저 말없이 팔을 내어주고 있을뿐이었다. 무를 숭상하는 집안이니 기본적인 근골은 좀 있는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야위었다는 인상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였다. 두 형들은 어릴적부터 무술을 수련하여 탄탄한 몸을 갖고 있었으나 그는 무술을 배울 나이쯤에 저주를 몸에 심게 되었다. 그러니 미치지 않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가 저주를 받아내기 전에 있던 사람은 금세 미쳐서 방에 감금되어 평생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 당숙께선 죽어서 이 굴레를 벗어나셨지. "
결국 폭풍우가 그치는 것은 자신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허나 쉽사리 죽지도 못하는 몸. 그저 점점 마모되어 가는 정신이 자신이 죽을때까지만 버티길 바라는 수 밖엔 없었다. 피의 갈증이 불러일으키는 스트레스는 사람을 금세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리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한달에 한번 있는 사형수들의 사형 집행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른팔이 어느정도 풀렸다고 느껴지자 그는 오른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됐다는듯 손을 두어번 흔들었다.
" 너도 마찬가지겠구나. "
그래, 그가 화에게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것은 바로 자신과 처지가 비슷했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다. 죽어야지만 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신과 죽어야지만 제국에 바쳐진 공녀라는 신분을 벗어던질 수 있는 그녀. 서로 겪는 것은 분명 달랐지만 그 끝에 도달하는 법은 똑같았기에 그랬던게 아닐까 싶었다. 애매한 동질감이라는게 이렇게 무섭나. 그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와버린 연은 남아있던 찬물을 마시고나선 말했다.
" 이제 나가봐도 좋다. 곧 다른 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니 집사를 보면 내 방으로 곧장 오라고 알려주거라. "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으니 본격적인 활동 시간이다. 아마 본가에 갔던 시종들이 이것저것 많이 가져왔을테니 나름대로 음식을 만들어먹기도 할 것이었다. 그 자리에 화도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그의 자그마한 배려이기도 했다. 한쪽에 정리되어있던 문서를 하나 꺼내든 그는 말없이 서류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82 아마 황위의 자리는 불가능하겠지만 황후의 자리엔 충분히 가능하겠지! 그럼 아라 사람들에 대한 대우도 더 좋아질테고 ... 연이는 입장상 목정 가의 삼남이니까 형들보단 파워가 약할지언정 다른 귀족들보단 충분히 강하다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화에게 좀 더 관심을 쏟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쪽의 소식도 받으면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려고 하겠지!
간담이 서늘했다. 폭풍우가 멈추리라는걸 힘든시기가 언젠가 끝나리라는걸 나와 똑같이 죽음과 연관지을줄이야. 악담이라고 노발대발 역정을 퍼붓고도 남을 거리이건만 목정 가 삼남은 괴이쩍으리만치 차분했다. 심지어 유화의 손길이 명백히 억세어지고 어색해진 것도 개의치않는다는듯 귀족스럽게 고상한 태도로 팔을 거두었을뿐이다. 무슨 저의인지? 작고했다는 당숙이 부럽기라도 한가? 그럴리없다. 그래선 안된다. 제 조상의 만행은 아무렇지않고 가문의 위세를 못부리는것에만 혈안인 철면피가? 단순한 변덕이 고맙게도 날 상대하기조차 귀찮아하는 쪽으로 발현된거겠지.
그러길 빌고빌던 찰나 기가 콱 막혔다. 온몸이 얼어붙는데 속은 불살라지는듯했다. 마찬가지라니? 시야가 또렷한데도 어쩐지 어질어질한 느낌이었다. 저자가 지금 내게 공감한건가? 유 가의 멸문 따위 안중에도 없는 저자가? 노집사의 한탄이 하나둘 떠올랐다. 원래부터 저러지는 않으셨노라. 앞서 저주의 표적이 되셨던 어른께서 돌아가신뒤 저주를 뒤집어쓰신 탓이노라. 그런데도 당신이 잘못되면 저주를 옮겨받을 일가붙이를 더 안타까워하실정도로 실은 따스한분이노라. 헛소리! 유화는 손을 거두며 포개듯 바르쥐었다. 당장이라도 속량시킬수 있는 입장이면서 죽어야만 벗어날수 있겠다고 선심쓰듯 한마디하는게 무슨 공감인가? 오히려 지독한 조롱이리라.
그렇게 치를 떨어야 마땅하나 반문부터 떠오르고말았다. 그러면 나는? 해주법(解呪法)을 알고있으면서도 수수방관하기는 저자와 마찬가지 아닌가? 목정 가의 업보라고 제국과 목정 가로 인해 물건이나 다름없는 공녀로 전락한 마당에 그게 대수냐고 넘기고팠으나 억눌러도 억눌러도 의문이 새어나왔다. 저주는 어째서 목정 가 전원이 아니라 한 명에게만 돌고도는가? 가문의 계승권자에게 이어진다면 가주에게 대물림한 저주로 알겠다만 방계인 당숙 다음이 삼남? 게다가 목정 가 삼남이 잘못되면 목정 가의 다른이에게 저주가 넘어간다? 뭔가 이상하다. 마치 도마뱀의 꼬리자르기처럼... 그러다 목정 가 삼남에게서 웃음이 스치는걸 본 순간 경악스러운 전율에 휩싸였다. 그가 고통과 회한에 짓눌린 인간으로 보여서. 그가 나머지 일가를 위해 감당한다는 저주와 내가 우리가족을 위해 살아내야만하는 공녀로서의 삶과 겹쳐보여서.
이러면 안되는데. 저자는 원수이고 적인데. 지금은 잠잠해도 아무때고 또 행패를 부릴텐데. 정신을 바짝 차리려도 엉망진창이라 나가란 말도 순간 못 알아듣고 버벅거렸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도 옷바구니만 수습해 허둥지둥 나오는게 고작이었다. 문 여닫는 기척만은 어찌어찌 죽인듯도 하나 그의 방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연이가 정원산책은 종종 한다면 정원이 평소에도 말끔히 정돈되어있겠구나~ 난 연이가 방밖으로 나가는걸 기피해서 정원도 황량해졌을줄만 알았지뭐야?(민망) 으아~ 꽃단장도 해준다니 유화는 당황할지 어쩔지몰라도 나는 들뜬다아아아~ 연이나 유화나 설정상 미인들이라 고울거야 고울거야(김칫국)
앗! 처형된 직후에 먹는게 아니었구나~ 그럼 혈액을 다 제공한 사형수는 어떻게됐을까?(착석) 살아남았다면 목숨을 부지하게 해주는대신 지속적으로 혈액을 제공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풀어주면 사형수가 처벌을 모면하는건 둘째치고 연이에 대해 떠벌리고다닐 위험이 있어서 곤란했을거같고.. .(곰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