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스피릿 「캡틴 정말 괜찮은 걸까?」 홈리스 야도카리 「뭐, 원래도 몸이 만신창이였으니까 고작 주사 맞는다고 아파하진 않겠지.」
【가을 피리어드】 1턴: 10/30 ~ 11/12
첫 서리가 내리고 츠나지의 하늘은 깊어지며, 밤하늘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별이 빛을 발하는 머나먼 심연 저편의 다른 우주까지 거리를 헤아릴 수도 있을 만큼... ▶ 주요 레이스: 일반 레이스(11/4), 산마캔(11/11)
【다랑어자리 유성군】 10/30 ~ 11/10 (situplay>1596993074>1)
「캠핑 시즌」의 듣기 좋은 변명일 수는 있지만, 츠나지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랑어자리 유성군이 곧 시작됩니다. 별빛에 많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우마무스메라면 텐트와 망원경을 들고 한적한 공터로 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유성우 진행: 11/4 ~ 11/5 【링크】
"그. 아무리 아는 분이라고 해도, 혈연도 아니고 성별이 다른 이를 집에 막 들이는 건 곤란합니다." 있는데 없다고 한거야? 라는 듯한 표정에 변명하듯 말하려 합니다. 히다이의 옷 중 겉옷을 세탁기에 돌리려 합니다. 그러나 드레스룸에서 그나마 입을 만한 옷을 찾는 것을 세탁기 소음 때문에.. 듣지 못했습니다...
"....." 피리카가 들고있던 옷을 툭 떨어뜨리는 게 보이는군요. 떨어진 옷은 피리카 집에서 젤 크게 나온 여름 남방류와 오빠가 왔다가 안들고간 바지였습니다. 그 민소매는 못 입어서 세탁 후 기부하려던 옷이었는데 말이지요. 피리카의 키를 생각해보면 피리카도 히다이가 입은 그 원피스는 롱 뷔스티에(이미지) 같은 느낌으로 안에 긴소매를 입고 입었을 것 같은데 https://postimg.cc/3Wp7HGxW
"음.. 히다이 트레이너 님?" 옷을 주울 생각은 못하고 조금 굳은 듯이 바라봅니다. 하지만 주우려고 고개를 숙이면 되게 미묘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폰을 꺼내서 찰칵을 시도하는 건 역시
아, 그렇구나. 이 옷을 입으라고 줄 리 없지. 아, 나도 머리를 너무 맞아서 바보가 돼버렸나~~~!!!!!!!!!!! 아~~~~~~~~~~~~!!!!!!!!!!!!!!!!!!!!!!!!!!!!!!! 내적인 소용돌이를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얼굴이 새빨개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젠, 젠장... 하........ 빌어먹을..............................................................................................
"...주세요... 갈아입고 올게요......"
아, 얼굴이 경련해서 아프다... 하... 내가..살다살다이런실수를...그래...아...아!!!!!!!!!!!!!!!!!! 태연한 척 허리를 숙여서 떨어진 옷을 주워들면, 옷자락이 살짝 내려가 골이 은근히 보인다. 아니, 이런 수요 제공해주고 싶지 않거든, 생각하며 다소곳하게 가슴팍을 가리고 줍게 된다 나도 모르게...
아... 시상식에서 가슴가리고 인사하는 거, 그냥 하는 일이 아니었구나 깨닫게 되는 하루다... 왜 이렇게 어질어질하냐 인생이...
나는 터덜터덜 옷을 들고 돌아가, 내 체격에 겨우내 맞춰주고 있던 원피스를 벗고 다시 갈아입고 왔다. 웃옷은 좀 춥고 바지는 약간 짧은 감이 들지만 발목까지는 제대로 오고... 괜찮은 듯 하다. 애초에 얻어입는 입장에서 뭐라 할 처지는 안 되지.
그래도 원피스는 좀 뭐라 할 걸 제기랄!!!!!!!!!!!!!!!!!!!!!
나는 심란하게 원피스를 바라보다가 화장실문을 닫고 나왔다. 이 일은 평생 기억속에 묻어놔야지 생각하며.
"...아무튼 고맙습니다. 그, 옷도... 하... 세탁을 해서 돌려드릴 테니깐요."
".......그리고 부디 아까의 실수는 좀, 그, 모른 척 좀 해주십쇼..........."
저 사람이 시선을 피하는 건 처음 본다. 하지만... 나라도 건장한 남성이 꽉 낑기는 원피스(그것도 깜찍한 리본이 달려있는)입은 거 보면 눈을 피할 것 같다. 지금까지 봐준 것만 해도 다행일지도 모른다. 안 그랬으면 히로카미쌤의 홋카이도킥이 들어갔을지도.
나도 그냥 이 일은 잊기로 했다. 이 모델하우스에서 있었던 해프닝은 모두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리라... 난 그렇게 생각하며, 아까 분명히 들렸던 찰칵 소리마저 뇌■■의 제물로 바쳐버렸다.
이 사진이 어디에 쓰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유에 꿀을요? 설탕을요? 우와 신기하네... 괜찮습니다, 저 단 건 별로라... 대신 배만 좀 채우고 갈게요."
남의 집에 흙발로 들어와 샤워하고 좋은 냄새 풍기고 세탁 신세까지 지면서 ■■■입고 정신적인 타격을 준데다가 냉장고까지 털어가는 쓰레기가 있다니. 심지어 그게 나라니.
츠나지에도 빈대가 출현하다니... 나라는 동료의 고혈을 빨아먹는 왕빈대가 출현하다니... 조금 자괴감 생기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녁을 못 먹어서 배가 좀 고팠으므로. 나는 먹다 남은 파운드 케익의 신세를 지기로 했다. 와구와구. 냠냠. 하하... 맛있네요.
...배까지 채우고 갈증도 달래고 씻고 따듯한 집에서 몸까지 지지고 나니까 이제 좀... 생각이 든다. 히로카미쌤이 엄청난 은혜를 베풀어줬단 걸. 냉해보이지만 행동으로 말하는 타입의 사람인가보다. 혹은 어차피 돈도 많은 거 아무거나 내어줘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지금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
히로카미쌤의 홋카이도 킥이 문제가 아냐! 당신이 입고 있는 그 바지의 주인과 혈연인 분들이 총을 입에 물릴수도 있었어(농담)
"단 건 별로인가요. 알았습니다. 파운드케이크에 우유면 괜찮겠다고 생각합니다." "...계란에 베이컨 좋아하십니까?" 와구와구 먹는 걸 보니까 하울정식 같은 거 해주면 잘먹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 피리카입니다. 어쩐지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갈취할 게 있냐는 질문을 하는 히다이를 봅니다.
"갈취요..?"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 합니다.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람간의 마음이나 관계란 무엇일까요?" 뜬구름잡는 듯한 말을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합니다.
아 뭐지. 뭔가 오한이... 누가 내 뒷통수에 총을 겨누고 있는 기분인데.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ㅎㅎ그치! 그냥 기분 탓이겠지! 나는 다시 우궁우궁 냠냠 먹기 시작하다가... 히로카미 쌤의 질문에 갸우뚱했다. 아니 진짜, 사차원이라니까?
"사람 간의 마음이나 관계요?"
그걸 물어도 전직 히키코모리에게 묻다니... 그래도 기껏 물어봐주셨고, 대답을 갈취하고 싶으시다니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볼까.
내 중학교 시절의 인연들이나, 여기 와서 얽혀버린 것들. 그런 걸 떠올려본다. 달리기 라이벌이었던 와카바야시. 늘 2착을 하던 녀석이었는데... 그 외... 미호라던가. 걘... 됐다. 결혼해서 잘 살고 있을듯. 그리고 가족들이나, 메이사라던가, 트레이너 동료들이라던가.
하나씩 짚어가다보면 표정이 스스로도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하나같이 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접시에 비치는 내 엉망인 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끌어올려 히로카미 쌤을 바라봤다.
"뜻대로 안 되는 거요."
"뭔가 잘 해보고 싶은데... 잘 하려고 할 때마다 망치게 되고, 맞춰주려고 할 때마다 엇나가게만 되는... 그런 거랄까."
도망치듯 옥상에서 내려와, 그대로 학교를 뛰쳐나왔다. 사실, 어디로 갈지 이 뒤에 어떻게 할지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그냥 달린 것에 가까웠다. 그 말이, 외면하고 싶은 '진상'이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서. 그렇게 도망치듯 달린 끝에 발이 멈춰선 곳은 해변가였다. ...그렇게 달려서 온 곳이 고작 여기다. 바보같아. 이런 좁은 동네에서 어디 갈 곳이 있다고, 도망칠 곳이 있다고.
"하하... 하...."
거친 숨과 울음이 섞여 나오는 그것은 한숨같기도, 웃음같기도 한 소리였다.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대충 소매로 문지르며 터벅터벅 걸어간다. 로퍼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모래도, 눈물을 닦기는커녕 이리저리 흩뿌리기만 하는 가디건의 소매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걸어가다 우뚝 멈춰서서 그대로 자리에 털썩 앉았다. 발끝 가까이 파도가 다가오고 물러나는 지점. 멍하니 파도에 쓸려가는 모래를 본다. 분명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파도소리가 크게 들려야 할텐데.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건 파도소리가 아니라 옥상에서 들은 그 말이어서. 내가 그냥 짐짝에 불과했다는 그 말들이어서. 그런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계약 연장까지 요구했냐는, 그의 목소리인지 나의 상상인지 모를 비아냥이어서. 그 소리들이 모래를 밟는, 누구인지 모를 발소리조차 가려버린 탓에. 멈추지 않는 눈물을 감출 새도 없고, 걸어오는 누군가를 눈치챌 새도 없었다.
그렇게 바닷물과 조금 다른 농도의 짠물이 볼을 타고내려와 밀려오는 파도에 섞이고, 먼 곳으로 밀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