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여느 때와 같이 연구소에 갔더니 가자마자 왠 체육복을 받았다. 곧장 그걸로 갈아입고 오라길래 아, 오늘은 옷에 뭔가 많이 튀는 실습을 할 예정인가 했다. 원래도 실습을 하고 나면 백의 위에 모조 혈액이 제법 튀곤 했으니까.
그러나 이럴 줄은 몰랐다.
"자! 속도 유지 하고! 앞으로 한 바퀴 더!"
그 연구소는 건물 뒤에 작은 운동장이 있었다. 능력의 특성상 외부 장소가 필요할 때 사용되는 장소였다. 물론 내 능력은 장소가 아닌 생물적 대상이 필요한 능력이니 쓸 일은 없었다.
없었어야 했다...
"헉... 헉..." "얌마! 허리 자꾸 처진다! 자세 똑바로 하고!"
영영 쓸 일 없을 줄 알았던 운동장을 지금 나는 체육복 차림으로 돌고 있었다.
대체 왜? 내가 왜?
이유는 명확했다. 능력이 성장함에 따라 장시간 혹은 광범위한 능력 전개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상의 체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저지먼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체력은 문제 없을 줄 알았지만, 사실 동기에 비하면 매우 나약했다. 그리고 나는 능력에 의지해 몸을 함부로 쓰는 경향도 있었다. 아마도 그 부분이 가장 주된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케이! 거기까지! 휴식!" "허억! 후, 후, 후..." "고생했다. 저기 그늘 가서 이거 마시고 있어. 능력 전개하는 거 잊지 말고."
줄기차게 호루라기를 불어대던 선임 연구원, 유준이 주는 이온음료를 받고 미리 설치한 간이천막 아래로 향했다. 전신이 쿵쾅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천막 아래 대 자로 눕자 그나마 좀 살 것 같았다. 그러나 누워서도 쉴 수 없었다. 혹사 당한 전신의 근육들을 능력으로 회복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우연히 찾아 들어오기도, 일부러 찾아 들어오기도 애매한 장소. 우연히 들어왔다면 운이 없는 것이고, 일부러 찾아왔다면 뭔가 바라는 게 있거나 뒤가 구린 게 대부분인 이 장소는 의외로 평화롭다. 바깥에 비하면 무법지대가 맞지만, 안에도 나름 규칙이 있고... 결국 사람 사는 곳인 건 마찬가지기에 매일 시끄러운 건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장소에서도 유난히 조용한 곳, 다 낡은 학교의 별관, 사실 본관을 점거해도 괜찮았지만 본관이라고 하는 큰 건물이 여기저기 허물어져 있는 데다가 이미 점거한 녀석들도 있어서, 일일히 쫓아내기는 귀찮았던 탓에 적당한 크기라 관리하기도 좋고, 생각보다 상태가 좋은 이 곳을 거처로 삼은 것이다. 별관이라는 특징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소동에서 떨어져 있기도 하고.
잘만 쓰면 꽤 큰 저택처럼 쓸 수 있는 게 이런 건물이다, 수고가 좀 들긴 하겠지만. 아무튼, 별관 내의 널찍한 공간에 있는, 침대 겸용의 커다란 소파에 누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자면 잠이 솔솔 온다. 별관 전체 난방을 하기에는 전력 소모가 심하니까 작은 난로 정도만 쓰고 있긴 해도, 공간을 잘만 쓰면 충분히 따뜻하게 지낼 수 있으니... 그렇게 눈을 감은 채 캄캄한 세상을 헤엄치고 있자니 뇌리에 스치는 이미지가 하나 있었다.
"!"
평소라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겠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벌떡 일어나게 된다. 이유는 간단한 게, 떠오른 이미지가 자신이 누워 있는 별관의 외부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생기는 거지 하고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창문 쪽으로 다가가 보면, 아직은 아무것도 없다. 여기에 무슨 일이 생기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랑은 글러브를 손에 끼기 시작했다. 벨크로가 찌익, 하고 떨어졌다가 달라붙는다. 그렇게 약간의 준비를 마치고 창 밖을 볼 때에, 뭔가 빠르게 곤두박질치는 게 눈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부딪히는 소리와 작은 비명이 섞여 들려 재빠르게 별관의 문을 열어젖혔다.
"...뭐지?"
대체 뭐냐는 말 밖에 생각나질 않는다, 뭔가 날아오긴 한 거 같은데. 별관의 외벽과 부딪히진 않은 것 같고... 무거운 사물이라면 파열음이 났겠지만 그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비명소리? 이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상하긴 한데, 그럼 누가 얻어맞았나 싶어 서둘러 소리가 난 쪽을 살펴본다.
죄송합니다. 취향인 줄 알았어요. 차마 그렇게 말할 수 없던 이레는 어색하게 눈을 돌려 허공을 바라보았다. 거짓말은 나쁘다. 하지만 때로는 말을 해서 상황이 더 어색해질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지금은 모르는 척하는 게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렇게 이레는 자기합리화를 하였다.
"혼자 있고 싶으신데 방해했다면 죄송해요. 음... 그러면... 그러면 저는 돌아가는 게 낫겠죠."
벌써 두 번째인 사과를 입에 올리며 이레는 슬그머니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듣자니 일부러 숨어있던 것 같은데, 괜히 제가 끼어들어 보이게 된 거면 미안하다. 말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뒤를 돈다. 온통 벚꽃나무와 길로 이루어진 비슷한 풍경이 시야에 가득하다. 그 순간 이레는 깨닫는다. 이곳까지 올 때 한참 동안 생각에 빠진 채 발길이 가는 대로 향했다는 것을. 즉 왔던 방향이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거다.
"...저, 저기. 그... 길을 모르겠어서... 혹시, 혹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시면... 가르쳐 주시면..."
이레는 다시 이경을 향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동시에 흘러나온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간다. 혼자 있게 해주겠다고 말을 내뱉은지 겨우 5초 만에 뒤집으려니 민망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간 오늘도 놀라울 만큼 쓸모가 없다.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로 종잇장처럼 새하얀 빗자루가 바닥을 구른다. 헝클어진 흰 머리카락은 누에고치처럼 몸을 휘감았다. 그림자 드리운 곳, 랑이 단번에 이 황당한 상황의 전후사정과 정체불명의 흰 덩어리가 무엇인지 파악하기에는 어려울 만 한 조건이었으나 이윽고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흘리며 꿈틀거리는 걸 봤다면 적어도 이게 어떤 괴짜의 과학기술이 낳은 거대 고치가 아니라 산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고, 이윽고 그게 고개를 든다면 얼굴이 꽤 낯익다는 사실 또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끄응... 아아아아아, 머리, 머리..."
아파... 혹 날 거 같아...! 리라는 뇌를 뎅뎅 울리는 것 같은 충격에 한동안 푹 엎어져 있다가 머리를 감싸쥐고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심하게 다치진 않은 것 같지만 아무리 낮은 높이였더라도 추락은 추락, 자다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도 아픈 게 사람인데 하물며 공중에 둥둥 뜬 빗자루에서 땅바닥으로 처박힌 후유증은 상당했다. 머리가 울린다. 엉망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넘기고, 바로 옆의 창틀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킨 후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려보면 딱딱한 바닥에 긁혀서 무릎이 양쪽 다 깨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머리나 코가 깨진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한편으로는 하필 무릎이 깨진 걸 보니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되살아나서 리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주변의 기척을 조금 늦게 발견하고 만다. 탈출해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지갑들을 에코백에 다시 주워담던 중, 리라는 한발짝 늦게 시선을 느낀다. 동시에 스쳐가듯 귓가에 남았던 목소리. 뭐지? 하는.
"누구..."
설마 아까 소리 한 번 질렀다고 바로 걸렸나?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 머잖아 제대로 눈이 마주친다. 밤하늘 같은 눈동자와 머리카락. 짙은 피부. 큰 키. 익숙한 실루엣이다.
"랑 언니?"
아는 얼굴이 나타나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걱정이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빈 자리를 물음표가 채웠다. 리라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눈을 깜빡인다.
"언니가 왜 여기...? 응?"
거기까지 말하고 나니 지금 본인 상태가 어떤지에 대한 자각이 생겨서 리라는 말꼬리를 흐린다. 품속의 지갑들, 엉망진창인 매무새... 이래서야 완전 빈집 털다 걸린 좀도둑 같잖아.
이이이이익! 이놈! 칭찬을 하자마자 존댓말을 그만두다니! 혜승은 야차가 되어서는 손날치기로 예은의 어깨를 연신 치기 시작한다. ㅡ아프진 않지만 상당히 박력있는 얼굴이라 아픈 것처럼 느껴질 지경이다ㅡ
"존댓말! 존댓말! 존댓말!"
무슨 아침 5분 단위로 설정된 알람마냥 앵앵거리며 경고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까지 극성맞아서야 나중에는 예은이 선배에게 반말하는 족족 찾아와 경고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로 예은이 부장이나 부부장님 허락 없이 반말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혜승이 뒤에서 서슬퍼런 눈빛으로 노려볼터였으니 아주 허황된 걱정은 아니다.
"반말을 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네 태도와 마음가짐은 훌륭하다. 반말을 하는 것만 빼면 아주 괜찮은 후배가 맞지. 반말을 하지만."
뭐냐, 이자식. 꼰대답게 존댓말에 무진장 집착한다. 이쯤되면 이쪽도 징하다. 다행인 점은 뒤가 구리지 않은지라 뒤에서 험담을 할 일은 없다는 것인데... 그것말고는 선배로 두기 싫다는 것이 전체적인 인상이다.
"...그렇지! 단백질 공급은 중요하지.
보통 올바른 선배라면 '그러지 말라.'라든가 '그렇게까진 해줄 필요가 없다.'라고 대답하는 게 맞다. 사실 혜승도 한 3초 고민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을 위해 이렇게 힘써준다는데 거절할 필요가 있나 싶다. 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기 더 달라는 학생한테 무급 봉사를 시킬정도로 여기 어른들이 양심이 없을 것 같지도 않다. ...아마도.
"어우 고맙다, 야. 그럼 부탁 좀 하마."
어른들의 속사정이 어떻든 간에 뚜렷하게 윤곽이 잡히는 것 하나, 혜승은 양심이 없다. 저 뻔뻔한 미소를 봐라. 오늘 아침 메뉴 뭐더라, 분명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