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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는 거예요. 그걸로 화내는 것도 아니고. 하아. 죄송해요. 근데 화낸 것은 아니에요."
뭔가 이 선배에겐 정말로 장난을 치면 안되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세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와 동시에 나중에 누군가에게 골탕을 먹거나, 안 좋은 이의 말에 살짝 넘어가는 느낌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그녀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자신보다 1년 선배이고, 저지먼트에서도 백색...뭐였지? 그런 이명이 있는 것 같았으니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곧 그 표정을 지웠다.
"여동생으로서 좋은 말을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할지, 그런 거 아니라고 해야할지 참 고민이 되는데... 이번엔 그냥 넘어갈게요."
물론 제 오빠가 좋은 말을 들어서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여동생이어서 그런 것일까. 정면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참 기분이 묘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좋은 사람? 그 오빠가? 아니. 나쁜 것은 아닌데... 좋은 사람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의문을 가졌다. 그러다가 저지먼트 부원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말에 세은은 아무런 말 없이 가만히 청윤을 바라봤다.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정색한 듯한 목소리. 그리고 정말로 무게감이 있는 목소리로 분몀히 고했다.
"선배가 머리를 맞은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오빠에게 말할 필요는 없고, 선배도 그 사실을 잊으세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처럼. 아무래도 좋은 것처럼. ...설사 가족이고, 그 말에 대해서 뭔가가 있고 제가 그것을 알고 있다고 가정해도... 제가 그 의미를 이야기 할 리가 없잖아요?"
그것은 명백한 선이었다. 그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작은 경고. 어째서 스킬아웃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둘째치더라도 눈앞의 그녀가 그 사실에 깊게 들어와서 좋을 것은 없다는 것이 세은의 판단이었다.
"...그러니까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말고,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마세요. 만약에 그런 것이 있다고 친다면... 그걸 잊는 것이 선배를 위한 길이기도 하니까."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행위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확실하게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 것이 그녀는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경우에 따라선 '최대다수의 절대행복' 이라는 이유로 파고들 것 같았기에.
그는 어째서 자신을 당연하다는 듯 도구로써 삼는 것일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반응하는 것일까. 장난스런 거짓말쟁이의 건너편에는 둔해진 흉터가 있었다. 흰 소년은 눈물마저 고요하게 흘렀으므로 얼굴을 보지 않고서야 그가 운다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었다. 이경은 그가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참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부탁들 듣고 손을 들어올린 소년이 느리게 제 눈가를 닦았다. 방울진 눈물은 사라지지 않고 늘상 붉던 얼굴에는 옅은 홍조가 생겼으나, 그래도 흐르지는 않았다.
"....그래."
적어도 그와 나는 친구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고, 그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그나마의 위로다.
"여로."
하아- 하. 깊게 들이마신 숨을 내뱉었다. 남은 눈물방울을 손등으로 지운 소년이 희게.. 빛나는 눈으로 성여로를 직시했다. 제 주머니 안 쪽을 만지작거렸다.
그런 네 장난스러운 웃음에 후배는 당황스럽다는 기색을 내비친다. 정말, 그런 장난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고. 진심으로 싫어한 것이 아니라는 건 다행이다만. 류화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의 널 말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아니에요. 너무 잘 설명해 주셨는걸요."
박쥐, 초음파라. 당연히도 방향정위일 것이라. 네게 달려있는 방울이 울리면 그 소리가 부딪치고 돌아오는 것을 읽으며, 보이지 않는 곳의 것도 훤히 볼 수 있을 거라는 능력이겠다 이해할 수 있던 것이었다. 짧은 불꽃이 사라지면 탄 자국만 남고, 박수 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류화는 살짝 깜짝 놀라며 널 바라본다. 멋지다는 말에 부끄러운 듯 웃어 보이나, 노력했겠지 하는 그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니. 양심을 찌르고 파고드는 그 말에 잠깐 류화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졌다가, 어슴푸레한 미소로 다시 떠오른다.
"노력..... 응. 그렇죠. 멋지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가장 무서운 것은 양심일까.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짧게 숨을 뱉고서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며 멎어있던 입가에 짐짓, 가느다란 미소를 지어 보이고서 류화는 당신을 바라보며 묻는다.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기특하지만, 그게 근무표에 많이 들어갈 이유는 못 돼. 근무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한 모두 공평하게 돌아가고 있어. 누구를 많이 넣고 누구를 적게 넣고. 그건 편파이고 차별이야.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근무표를 관리하는 것은 한양이니까 그 부분은 한양이와 얘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한양이도 나와 비슷하게 말할 것 같지만."
의지가 강한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일반 부원이 아닌가. 그런 부원에게 무수히 많은 부담을 줄 필요는 없었고 개인적으로는 이 일에서 부원들은 슬슬 손을 때게 하고 가볍게 샹그릴라 단속만 시키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기에 방금 노트북에서도 쓰지 않았던가. '저지먼트가 아니라 에어버스터가 이 일을 맡겠다'라고.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
그런 말을 꺼내놓고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손톱을 톡톡 마주하는 모습에 은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방금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라는 그 말에 은우는 빤히 아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야기했다.
"네가 그걸로 좋다면 상관없지만... 꼭 해야 하는 말이라면 하는 것이 어떨까? 보아하니 나에게 있어서 그리 좋은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건의 사항이야? 아니면 내 방침에 문제가 있어? 그것도 아니면... 개인적인 고민거리라도 있어? 아. 참고로 난 연애 경험은 없어서 연애 쪽이나 그런 쪽은 잘 못하니까 가능하면 다른 쪽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평상시에는 싫으면 싫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그냥.. 공리주의로 접근하면 급격히 약해지는 것이 문제지.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청윤의 약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 아니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세은의 말에 청윤은 짧게 웃었다. 역시 남매는 남매인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모습이었다. 청윤은 여기서 괜히 은우 선배가 자신을 도와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알겠어. 알려고 하지도 않고, 관심도 가지지 않을태니까."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세은의 반응은 뭔가 이상했다. 인첨공이 워낙 뒤가 구린 곳이라 경고하려는 뜻으로 볼려고 해도 세은의 반응은 마치 진짜로 누군가 약점 같은 걸 건드리면 은우 선배까지 같이 쓰러트릴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았다. 하지만, 세은의 말이 저렇다면 일단 건들지도 않는게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묻어두기로 했다. 지금은. 무언가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그것이 더욱 생각나듯 청윤의 마음 한구석에 생긴 의심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