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조심스러운 손길 두 번으로는... 아쉽다! 평소처럼 북북북 쓰다듬어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나중에 좀 더 쓰다듬어 달라고 하자. 응. 하고 생각한 것은, 비밀일지도.
“씹는 재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일까...? 참고할게.”
감자는 다 익히지 말고 약간 설익히자. 갓 만든 것을 먹을땐, 약간 단단한 식감을 느낄 수 있게, 데워먹어도 너무 익어서 부스러지는 일이 없도록. 고기는 조금 큼지막하게 썰까...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니까, 이런건 조금 나중으로 미뤄둬도 괜찮을 텐데, 하고 멈춘건, 당신의 웃음 때문이겠지.
조심스럽게 네게 팔짱을 끼려 하며, 신난듯 저 멀리서 터지는 불꽃놀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고요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함께, 너와 나 뿐인. 밝게 빛난 뒤 사라지는 불꽃놀이가 정말 예뻐서. 나는 한참 그것을 바라보다가.
"나냐쨩."
조심스럽게 한 걸음 물러서서는, 쭈뼛거리며 망설이다가.. 소매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었다. 보랏빛 천으로 마감되어, 부드럽게 빛나는 상자를 들고. 불꽃놀이의 색깔로, 바다가 물들듯이, 얼굴을 천천히 붉게 물들이며.
"정말, 사랑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해줬으면 해서..."
"선물, 열심히 준비했는데."
"받아, 줄.. 래?"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예쁘게 빛나고 있는 한 쌍의 반지가 있었다. 은빛으로 깔끔하게 링 부분이 마감처리 되었고, 중앙에서는 작은 오팔이 형형색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렇게 값진 물품은 아니라서. 마음 같아서는 더 좋은 것으로. 네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내 사랑을 다 담을 순 없겠지만, 소중한 마음의 일부분을 조각해, 네게 건네고 싶었지만. 지금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그러면서도, 네게 부담이 되지 않을만한 것으로. 커플링을 준비했다.
"커플링,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반짝거리고, 빛나는... 널 생각 하다보니까.. 비슷한 보석을, 준비.. 해봤는데..."
많이 긴장한듯, 눈을 몇번이고 깜빡거리면서. 떨리는 목소리와,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천천히, 네게 가까이 내밀었다.
히히 이전부터 사실 커플링 하나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전에 보석 여쭤봤을때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커플링 선물을 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사실 커플링과 함께 컴션 선물도 드리고 십엇는데..... 터..텅장이...(눈물) 조조조조만간 주준비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음껏 머리를 헝클여뜨려가면서 쓰다듬는 게 느낌이 훨씬 좋긴 했지만, 그러자고 열심히 공들인 머리를 망칠 수는 없는 법.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나중으로 잠시 미뤄두자.
"응, 그렇지, 잘 부탁할게."
씹는 느낌을 좋아한다는 걸 캐치한 듯한 모습에 나하고 다르게 눈치가 빠르구나, 하던 다이고는 곁에 바짝 붙은 레이니가 하는 말에 고갤 끄덕인다. 이제 가자.
"응, 가자." 야시장을 지나, 신님이 다니도록 정리된 길을 넘어, 어느새 신사 앞까지 온 두 사람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눈에 담았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어스름한 시간의 분위기는 꽤 달콤해서, 굳이 신사 뒤편으로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축제의 시끌시끌한 분위기도 그대로 있었으니.
"조금 있으면 시작할 모양이야, 이제 슬슬 뒤쪽으로 가자."
불꽃놀이를 준비하는 모습이 저만치서 보이기 시작하자, 다이고는 축제의 모습을 환한 쪽에서 내려다볼 수 있던 신사 앞에서 레이니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여긴 깜깜하네."
상대적으로 등이 매달리지 않기도 했고, 바로 뒤편은 매우 밝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깜깜한 느낌이었으나. 아까 전 바라보던 언덕 아래의 풍경은 그 덕분에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462 코우의 이야기를 듣고 미즈호는 그런 게, 가능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 가능할까? 모든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도쿄에서의 모든 기억을 내려놓고? 아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내려놓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니시카타 미즈호가, 정말로 다이애나 포그린의 환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전히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미즈호는 다이애나의 그림자를 본다. 온전히 담당만을 바라본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는다. 앞에 나서지 않는다…..그게 지금까지의 니시카타 미즈호 자신이었다.
「 트레이너랑 우마무스메는 이인삼각 같은 관계라고 누가 그러더라. 」 「 일심동체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신뢰와 이해는 있어야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관계니까. 」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나아갈 수 없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당장 지금 옆에 있는 마사바와 유키무라를 위해서라도, 니시카타 미즈호는 담당과 나란히 나아가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인삼각을 하고, 때로는 앞서나가 [ 지도 ]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전에 메이사가 말한 적 있던 말처럼, 신뢰와 이해를 주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떨쳐내야만 한다. 하지만….그게 하루 이틀만으로 가능할까? 주니어 시즌부터 시니어 시즌까지, 자그만치 3년 가까이를 다이애나와 함께 했었다. 거의 2년 6개월치의 그림자는 쉽게 해소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나 마음이 그렇다 해서 정체되어 있을 수는 없다.
「 그 아이도 자신을 누군가의 닮은꼴이 아닌, 한 명의 평범한 우마무스메로 봐주길 원할 겁니다. 」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던 당신을 위해서라도. 나를 믿어주고 있는 당신을 위해서라도. 나아가야만 한다. 떨쳐내야만 한다.
“…….兄ちゃんやぁ、” “ほんまに、さいならができると思うかぁ?”
손을 놓으려 하는 코우를, 이번에는 미즈호가 붙잡으려 한다. 애써 미소지으며,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전혀 긍정적인 뜻이 아니다.
단순히 트레이닝을 하는 것에서 한정된 것이 아니다. 마사바 씨의 식단을 짜는 것에서도, 트레이닝 연습장을 보는 와중에도, 담당 아이들이 뛰는 것을 지켜보는 와중에도, 전광판을 지켜보는 와중에도, 정말로 모든 곳에서 다이애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 첫 담당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많은 기억을 함께한 존재. 그것이 추억이든 트라우마 이든간에 말 그대로 모든 걸 함께한 존재. 니시카타 미즈호는 말 그대로 그림자에 잠식되어 있다……
“努力はしてみるけど、一人だけじゃできへんで。” ”ほんまに「さいなら」するためには……”
그럼에도 벗어나기를 시도하기 위해, 미즈호는 코우의 손을 꼭 붙잡는다.
”……兄ちゃんやぁ、手伝い、してくれよし?” ”ほんまに、とても重くて、一人だけじゃ無理なの…”
트로피만이 무거워서 무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마음을 버리기 위해선,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것을 오롯이 자신 스스로 하기 위해서는 [ 계기 ] 가 필요하다. 완전히 떨쳐내기 위한 [ 계기 ] 가. 나아가기 위한 딱 하나의 계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