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 붉은 바다를 위해 > 어장의 2기격 커뮤 입니다. ※ 본 어장은 [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기반으로, 해당 작품을 감상하지 않았을 시 러닝이 불가능합니다. ※ 본 어장은 러닝 중 / 엔딩 이후 연공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있습니다. ※ 당신의 캐릭터가 진행 도중 사망 및 부상당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 내부 책상의 수는, 확실히 요우의 복원연구실만큼 많지도 않았고, 많은 게 있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컴퓨터들이 하나같이 불이 들어와 있지도 않고, 누군가가 쓴 흔적도 보이지도 않아서, 이곳의 자리들이 하나같이 빈 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상도, 어느 한 부분도 삭막하기 그지 없는 곳입니다. ....어찌보면 재미없는 곳에 들어왔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짧은 머리의 특별채용직으로 보이는 여성은 조용히 스메라기와 아유미, 요우 일행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빈자리 아무데나 앉게 했다. 어차피 주인이 있는 자리로 보이지도 않았으니, 이 조그마한 녀석들이 잠깐 엉덩이를 붙인다 해서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우도 개중 한 의자에 앉았다. 구경해도 좋다 허락받았지만, 자신의 관할도 아닌 곳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닐 수는 없었으므로.
"⋯⋯."
그렇게 한참의 침묵이었다. 스메라기는 정적을 지루해할지도 몰라도, 요우에겐 적막이 익숙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뭐라도 챙겨 줘야 할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탕비실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스즈키'라 불린 여성의 시선이 따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105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서로 좌우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등, 아직까지는 상황을 파악하려는 모습인 듯 합니다.
요우는 탕비실로 들어갑니다!
TIP. 각 직군에 따라 탕비실 모습이 제각기입니다. 행정직 / 연구직 / 특별채용직 별로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탕비실 내부는 연구직들이 이용하는 탕비실에 비해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요우가 속한 복원연구실을 비롯한 연구직들이 이용하는 탕비실에는 캡슐 커피 머신이라던가, 에너지 드링크 라던가, 각종 뜯어먹을 만한 과자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데. 이곳은 딱히 그 정도로 시설이 잘 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역시 연구소인 만큼 행정직이나 특별채용직의 경우, 연구직 만큼 지원을 많이 받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 그래도 눈에 띄는 것은 발견할 수 있네요.
[ UOO 커피 ]
저 수상할 정도로 많아보이는 저 박스..... 저거.....자판기 커피 그거 아닙니까? 자판기에 있어야 할 그게 왜 박스째로 여기 쌓여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114 대체 왜 수갑이 여기 있는 건지 수갑을 내버려두고, 요우는 미팅룸으로 이동합니다.....
미팅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보입니다. 둥글고 긴 테이블에, 여기저기 서류들이 쌓이다시피 올려져 있고, 펜 역시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습니다. 추측컨대 방금 전까지 '스즈키 씨' 와 '감사위원 님' 이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서류들은 대부분 펼쳐져 있거나, 반쯤 펼쳐져 있거나, 아예 [ TOP SECRET ] 이란 도장이 표지에 찍혀 있는 서류도 더러 보입니다. 소장실에나 있을 법한 서류들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서류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서류들이 어디에서 나온 건지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dice 1 100. = 68 3의 배수 가 나오지만 않는다면,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채로 편히 주변을 탐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팅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시겠습니까?
>>116 서류를 가볍게 정리하려 하며 요우는 [ TOP SECRET ] 도장이 찍힌 서류의 내용을 가볍게 흝어보려 하였습니다. 중앙에 찍혀 있는 인장으로 보이는 로고가 붙어 있는 게 인상적인 표지의 서류입니다. 붉은 원 안에 세 개의 이파리 도장. 그리고 원을 둘러싼 영어.....
Cabinet Intelligence and Research Office? 뭔가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데요. 아니. 애초에 이 이름이 왜 여기서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이게 일반 연구소에서 나올 이름이 맞습니까?
[ 제 00차 정기 보고 ] [ 작성자 : 미야미즈 코우키 ]
ー 철컥,
요우가 페이지를 넘겨보려 하기도 전에 무언가를 장전하는 소리가 뒤에서 나는 것을 요우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소리가 상당히 가깝습니다. 무엇을 장전했는지는 돌아보지 않아도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겨눠지고 있는지도요.
"그 이상 넘겨보지 않는 게 좋을 걸? 신입 친구. "
미야미즈와 비슷하게 밝으나 그보다 좀 더 높은 톤의,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서류들을 본 시점에서 어쩔 순 없이 해야 하지만~ " "뭐어, 신입도 [ 휘말린 ] 입장이니까, 이번은 봐줄게? "
만약에 요우가 그 말을 듣고 돌아본다면, 무언가를 도로 재킷 속에 집어넣고 있는 특별채용직 정복 차림의 '스즈키 씨'를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 스즈키 미이코 ] 이름이 적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 그녀는, 밝게 웃으며 이렇게 묻습니다...
"원한다면 일반 서류 정도는 보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여기까지 온 김에 궁금한 건 다 대답해 줄게.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
철컥, 등 뒤에서 안전장치가 풀리는 금속성 소리가 나자 그대로 손이 굳는다. 서류에서 손 떼고 양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뒤돌았을 때, 스즈키 씨는 재킷 안에 무언가를 넣고 있었다. 아마 총이었겠지.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봤다. 그건 '내각정보조사실' 도장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관계자가 저렇게 반응한다는 것은, 위험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뜻일 터였다. 묻고 싶은 건 당연히 많았다. 하지만 방금까지 목숨이 날아갈 뻔한 입장에서 당장 내각부 명칭을 입에 담기란 위험한 행위였다. 간 보는 것이었을까, 정말 궁금했던 것일까. 한참 뜸 들인 끝에 요우의 입 밖으로 흘러나온 건⋯⋯.
둘러본 내부에 대해 받은 감상과는 달리, 나름대로 체계는 있는 모양이었다. 감사위원이자 특무기관 첩보부장, 동시에 CIRO에 정기 보고를 올리는 사람. 미야미즈 감사위원님이라면 어떤 질문에 대한 해답도 전부 알고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를 테면 해양 연구 기관은 UN과 무슨 관계인지, 특수생물보관실에 육상 동물이 보존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비밀이 많아 보이는 장소에 더 머물어 스즈키 씨를 곤란하게 하고 싶진 않았더. 요우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하고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보안팀장님께 아이들 인계하고, 감사위원님께 '침입자'에 대해 물어봅니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자, 자. 주목! 이제부터 돌아가는 길은 내가 안내하도록 할거야. " "꼬마 친구들, 자. 코후쿠 연구원님께 [ 안녕~ ] 하고 작별 인사 해야지? "
스즈키 미이코는 그렇게 말하며 스메라기와 아유미의 어깨를 톡, 톡 쳐 보입니다. 미이코와 요우를 번갈아 바라보던 아유미는,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요우에게 인사를 합니다. 스메라기는 태평하다는 듯 벽에 걸린 그림을 바라보다가, 아유미를 따라 요우에게 꾸벅 인사하였습니다.
다소 어색하게 들려질수도 있을 발음의 감사했습니다. 그 인사를 마치고,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요우에게 손을 흔들며 문 바깥으로 사라집니다....
ー 키이이 ....
이제, 정말로 윤리감사실 사무실에는 요우와 미야미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침입자' 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때가 되었습니다.
'침입자' 에 대한 질문을 들은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미묘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하......자네도 [ 공공과학연구회 ] 의 활약이 궁금한 모양이지? "
천장, 상 하 좌 우 모서리, 문 뒤쪽과 창문 너머를 차례로 돌아보던 감사위원은, "이곳에선 할 이야기가 아니네. " 라 덧붙이며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까딱이려 하였습니다.
"[ 후지와라 박사 ] 는 교토대학 출신의 전 기술부 차장이자, 이곳 해양 연구소에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야. " "하지만, 자네의 가족이 특무기관에 연관되어 있다거나.......그런 게 아니라면, 크게 관심을 가질 인물은 아니지. " "그녀는 특무기관 네르프에서만 많은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니까. "
ー 달칵 - !
가볍게 실장실의 문고리를 열어제끼며, 감사위원은 요우를 돌아보곤 이렇게 말을 꺼내보였습니다...
"그 이상의 기밀을 알고 싶다면, 자네도 나에게 무언가 [ 비밀 ] 을 알려줘야 할 거야. " "기브 앤 테이크. 알고 있지? 천재소년 요우 군. "
두 아이를 향해 손 흔들어 주었다. '다시 만난다면 스메라기의 이름도 들어 둘 수 있길⋯⋯.' 같은 무의미한 생각을 하면서. 이어 감사위원실 내부를 샅샅이 살피는 감사위원을 응시하며 '이 사람⋯⋯ 역시 평범하지 않다. 무엇이든 쉽지 않았겠구나.' 라고, 목적어 없이 생각했다. 한편으론 그만큼 위험한 정보를 캐물은 것인가 싶기도 했다.
쨍쨍한 여름. 행정동 창문에 비스듬하게 비쳐 드는 햇빛이 두 개의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요우는 평소보다 말이 길었다.
"⋯⋯ 미디어가 멋대로 씌운 이미지일 뿐입니다⋯⋯." "정말 천재라면 수상한 해양 연구 기관과 엮이는 대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쳐 일상을 영위하는 쪽을 선택했을 테니까요."
실장실 앞에서 멈춰 섰다. 상대가 먼저 들어가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감사위원님과 달리 제겐 숨기는 게 없으니 비밀도 없습니다." "⋯⋯ 다만 아버지께서 특무기관에서 근무하셨었습니다. 푸른 반다나를 매신 뒤로 소식이 끊겼지만."
푸른 반다나. 의 언급에서 멈칫 하던 미야미즈는, 순간 복잡한 눈길로 요우를 바라보다 말았습니다. 무언가 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걸까요?
".... 들어가지. "
실장실의 가장 큰 특징으로 말하자면 생각보다 비행기 모형이 많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이 자주 쓰는 곳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업무 중이라기엔 지나치게 깔끔하다는 점입니다.
"후지와라 치사토는 교토대학 출신 박사로, 특무기관의 기밀 계획중 하나에 관여되어 있는 사람이다. " "보안이 있기 때문에 무슨 기밀 계획인지에 대해선 자세히는 알려줄 순 없어. 하지만..... 자네는 연구직이기도 하고, 연관인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위치이기도 하니. 이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
"[ 공공과학연구회 ] 는 과학은 인류를 위해 쓰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믿고 연구활동을 지속해온 조직이다. 특무기관 역시 과거에는 연구소였으니, 그런 사내 조직이 활동해도 이상하지 않지. " ".....그래, 인류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특무기관은 존재하고 있으니.... "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으나, 두루뭉실하게 말하고 있는 그의 발언은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합니다. [ 더 나은 생활 ] . 이 부분을 강조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반대의 의미로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
"후지와라 박사는 그 공공과학연구회의 실질적인 수장이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어. " "그래서 이 곳으로 도망치게 도왔지. 가장 안전한 곳으로. 궁금한 점이 있나? "
이야기를 들으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실장실 내부를 천천히 걸었다. 비행기 모형들 중 불현듯 눈에 들어온 건 T-37. 미 공군 훈련기였다. 바다 건너 외갓집에 같은 모형이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모형이 쓰러지거나 손자국이 남지 않게 조심히, 날개 부분을 만져 보았다.
"후지와라 박사님⋯⋯. 동문이시네요. 제가 학사 졸업을 교토에서 했으니."
들어본 적 있다. 과학은 인간의 도구라고 여기는 학자들. 하지만 [ 공공과학위원회 ] 란 명칭은 처음이었다. 잠자코 있던 요우가 반쯤 몸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132 "하나의 종을 복원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저버리는 건 마땅치 않다....... "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그렇게 말하며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리고는 이렇게 물어보이려 하였습니다.
"그것은 자네의 스승에게서 배운 가치관인가? 아니면 자네의 아버님? "
이 질문은 지극히 사적인 질문이니, 넘어가고 싶다면 넘어가도 좋을 겁니다.
"글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도 요즘 고민하고 있어. 내가 알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 정확히는 내가 믿어왔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해. " "..... 아닌 건 아닌 거야. 자네의 생각과 같아. "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 말을 덧붙이는 미야미즈 감사위원의 낯빛은, 다소 복잡해 보이는 감정이 드러나 보이는 모습입니다. 아마 요우보다 많은 것을 봐 온 만큼,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자네가 입사하고 한참 적응기간에 있던 동안, 특무기관에서는 대규모 파업 사건이 있었다. 공공과학위원회는 뒤에서 이를 주도했던 조직이고. 파업에 참여한 이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주도했던 이들은 좀 더 기밀 정보에 접근하기 쉬웠으니 알고 있는 게 좀 더 많았지. 지나칠 정도로 알고 있는게 많았어. 그렇기에 어떻게든 입막음을 시도하려는 것이지. 진실을 모두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
"자네의 부친이 특무기관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었지.... " 라 덧붙이며 잠시 고민하던 감사위원은, 요우에게 이렇게 물어보이려 하였습니다.
>>134 "뭐, 자네도 엄밀히 말하자면 [ 관계자 ] 이니 알려줘도 괜찮겠지..... " "자네의 아버지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
특무기관은 무슨 일을 하냐는 요우의 질문에,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다시금 천장 모서리를 좌우로 살펴보고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곤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세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막는 일, 이라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알고 있어. " "자네의 부친 역시, 그렇게 알고 일하고 있었을 테지. 푸른 반다나를 메기 전까지는. "
미야미즈 감사위원의 표현은, 어째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아마 자네의 입사 이전부터 이겠지만, 최근 들어, 많은 대피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나? 특무기관은 그것과 관련되어 있어.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는 적들을 막아내고 저지하는 일. 자네가 오늘 인솔한 아이들은 그 일을 수행하는 [ 파일럿 ] 이다. 쉽게 말해 준 군인이라 봐도 무방해. "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심지어 현장에 나서는 파일럿 아이들조차도, 전혀 모르고 있는 한 가지가 있지. "
경찰 손에 이끌려 대피소에 구금되고, 영문도 모른 채 다시 풀려나길 반복했던 나날들. 해양 연구 기관에 적응하기 바빠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사건이었다.
"⋯⋯." "하나의 종을 만들기 위해⋯⋯ 내쳐지는 것입니까."
특무기관과 공공과학연구회는 대립 관계였을 터였다. 그러니 정리하자면 이렇게 되었다. '특무기관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알려지지 않은 적과 싸우며, 하나의 종을 만든다.' '공공과학연구회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연구회의 수장인 후지와라 박사는 도망자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요우는 그 위에 한 가지 스택을 더 쌓아 올렸다. '스메라기와 아유미는 군인과 유사하다.' 군인이란 지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전사한 어머니 역시 군인이었으니. 도청기가 깔려 있지 않단 이야기를 듣고도 한참 침묵했다. 주어진 정보들의 교집합을 곱씹다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지금, 성경에 나오는 그 존재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 맞는 건가요? 말도 안되는 말을 내뱉고도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태연합니다. 마치 당연한 것을 말하는 것처럼, 감사위원은 고개를 까딱이었습니다.
"뭐, 믿기지 않을 이야기이지만, 내가 실제로 보고 확인한 바는 그랬네. " "정말로 징그러운 사도더군. 징그러울 정도로 닮아있었어. 유전자를 포함해서 모든 것이... 겉모습은 그렇지 않았지만. " "마치, 인간이 진화한다면 저런 형태가 될수도 있겠다 싶은 모습이었지. "
누군가에게 이미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인지, 미야미즈는 어쩔 줄 모르는 듯 머리를 넘겼습니다. 그렇지요.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어떠한 [ 목적 ] 이 있어서가 맞습니다. CIRO에 소속된 자로써, 특무기관에서도 활동중인 그가, 해양 연구소에서 왜 감사위원을 하고 있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이쪽이 [ 정식 소속 ] 이기 때문이다. 라고 해두면 되나? "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피곤해. 몸이 두개가 아니라 세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야. 실제로도 이미 그래야 할 것 같지만. " ".....나도 어떻게 보면 위에서 발령난 입장이라고. 들이꽂은 거야. "
[ 발령 ] 이란 부분에 힘을 주어 말해보이는 것이, 그의 위치를 어림잡아 짐작케 합니다. 요우를 가만히 바라보던 미야미즈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이렇게 말을 꺼내보였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자네가 한 가지 알아보면 좋을 정보가 있는데... 어떤가.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인가? "
// 괜찮습니다. 요우주도 몸조리 잘 하시고 무리하게 이으시지 않으시지 말고 편히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해양 연구소 전체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속칭 [ O계획 ] 이라고도 하지. Ocean Project. 이건 이시가메 수석이 있는 해양성분안정화연구실을 중심으로 해서 현재 연구 진행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니, 자네가 속한 부서도 엄밀히 말하자면 O계획 중 하나를 진행중인 셈이야. "
뭔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입니다만, 복원연구실 역시 O계획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맡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될 법한 이야기였습니다. 붉은 바다를 푸르게 만드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Ocean Project라 이름지은걸까요, 참 직관적인 이름이군요. 정말로 그 의미만 있는 이름일까요? "이 O계획을 중심으로 알아나가다 보면, 자네에게 구미가 당길 정보에 다다를지도 모르네. "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이 연구소를 돌아다니며 자네 스스로 알아내 보도록. "
시간이 되었다는 듯, 짝 하고 박수를 딱 쳐보이며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손목시계를 슬쩍 내려다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인솔 업무도 끝났고, 정보는 충분히 주어졌습니다.
.....지금부터는, 요우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내야만 합니다.
"...자, 그럼 슬슬 이제 난 나대로 옷을 갈아입어도 괜찮겠지? "
이만 가보아도 좋다는 듯, 미야미즈 감사위원은 요우를 향해 가볍게 손을 내저였습니다. 볼 것도 없습니다. 명백한 축객령입니다.
[ O 계획 ] 은 낯선 단어였다. 아직까지 아는 것보다도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방증이었다. 묵묵히 설명을 새겨듣던 요우는 축객령이 떨어지자 감사위원의 얼굴을 응시했다. 한없이 유쾌해 보이는 남자. 그러나 그 이면엔 타인에게 쉽게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그것의 무게가 가늠되지 않아서, 그는 신중히 인사말을 골랐다.
"⋯⋯ 그럼 다시 뵙겠습니다."
⋯⋯. 실장실 밖.
요우는 감사위원이 그러했듯 괜스레 천장 사각을 올려다보았다. 육안으로 관찰되는 카메라는 없었다. 그럼에도 천장에서 눈을 떼진 않았다. 올라간 고개를 따라 검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어쩐지 품속에 넣어 둔 밀크 캔커피가 무거운 쇳덩이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제아무리 천재적인 두뇌를 타고났다 한들, 지금으로선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터.
'⋯⋯ 우선은 돌아가자.'
느린 발걸음이 행정동 복도를 가로질렀다. 올 땐 두 개였던 그림자가 하나로 줄었다. 태어난 이래 줄곧 사로잡혀 있던 사념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내딛는 첫 걸음. 비록 그는 자각하진 못했지만. 코후쿠 요우의 기묘한 해양 연구소 생활은⋯⋯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요시다 박사님이라. 여기저기서 많이 들은 이름이지만, 업무와 관련해 대면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지.' 친절한 분이시라고 정평이 나 있으니 면담 요청에 부정적이진 않으시리라 막연히 추측하며, 인솔 때문에 미뤄 둔 잔업을 처리하기로 했다.
>>151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고 잠시 생각에 잠기던 요우는, 다시 잔업을 마저 처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에, 철컥 소리에, 뭔 일이 참 많았습니다만 그것들이 다 지난 일인 것처럼, 지금과는 꽤나 먼 옛날의 일 같습니다. CIRO의 일도, 특무기관의 일도, 복원연구실의 연구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는 지금 요우의 일과는 까마득히 먼 일. 그러나 지금의 요우에게는 한 가지 모르는 일이 있었습니다.
선배로부터의 부탁이, 결코 요우에게 잔잔한 일상을 안겨주지 못할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 先輩からのお頼み ] 에피소드 진행 마침.
다음 레스 진행부터 [ また、地下の所へ ] 진행으로 넘어갑니다. 시점 변경은 [ 先輩からのお頼み ] 에피소드로부터 1주 뒤, 9월 4째주입니다.
대피소에서의 하루에 대해 설명하자면 지겹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깊은 곳에 한 곳에 모여서 하염없이 나갈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정말 지겨운 일입니다. 저 위에서 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두고 온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 이건 끝내고 왔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또다른 누군가는 이걸 하고 왔었나 하며 되새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모두 다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고, 전파도 터지지 않는 곳에서 시간을 죽치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저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말입니다. 뭐, 그것도 일시적인 일이었고, 다 지난 일입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자면 다 옛날 이야기이지요. 사태는 진정되었고, 돌아갈 날만이 남았습니다.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
이제 돌아가도 된다며 모두를 대피소 출구로 안내하는 안내요원을 향해, 한 직원이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물었습니다.
”형씨, 내 한 가지만 묻겠수다. " "네? " "우리는 교토고, 일이 터지는 건 도쿄잖수. 한참 멀리 떨어져 있잖아. 근데 도쿄와 오사카 급으로 떨어져 있는 우리가 이렇게 피난을 나와야 하는 이유가 있나? 전혀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
모두가 바삐 밖으로 나가고 있는 사이, 순간이지만, 안내요원의 몸이 굳었습니다. 안내요원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천장을 잠시 올려다 보더니, 전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내젓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 말입니다. " "그러니까! 사태가 터지고 있는건 도쿄고 우린 교토에 있는데, 대체 우리가 피난을 나와야 하는 이유가 있냐고! " "죄송하지만, 저도 위에서 명령을 받은 지라 뭔 일인지는 잘…”
정말로 위에서 시킨 명령만을 받아 잘 모르는지, 고개를 젓는 안내요원을 보고 화가 난 듯한 직원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캔을 차며 크게 소리쳤습니다.
"에잇, 참! 쓸모없는 질문을 했구만. 난 가오. "
영문을 모른채 화만 쏟아지고 사라지는 직원의 뒤로, 직원 여러무리가 뒤이어 또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화를 낸 직원이 완전히 나가는 걸 보고서야,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뒤에서 쑥덕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사람 왜 저런 말을 하는거야? 우리 그냥 대피훈련 나온 거 아니야? " "말도 마, 저 사람 이번에 특무기관에서 이직한......." "아~ 그 사도인지 뭔지 상대한다는 거기? " "어. 거기. 좀 말도 안되는 기밀 관련 일 한다는 데. " "거 사도란 거 진짜로 있긴 해? 다 헛소리 아니야? " "글쎄다......"
헛소리......라기엔 실제로 우리 모두 겪어온 것이 있었고, 암암리에 전해져 오는 정보들도 있었기에 마냥 괴담이라 취급할 수도 없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들 중 하나를 꼽자면 일본 지역 전역에 이유없는 정전이 났었는데, 세간에서는 그게 다 무슨 초대형 반물질 기계를 움직이는데 쓰기 위한 일이었다 어쩌고 라던가. 모두가 헛소리 취급을 하지만 특무기관에서 일했다 온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거 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사실이라고. 특무기관 네르프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이미 국제적인 단체인 IPEA가 설립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요, 실제로 국가별로 특무기관 관련 예산을 따로 편성하고 있단 사실이 최근 들어 뉴스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푸른 물결 시위' 때 유럽 지역 노동자들이 특무기관 네르프의 로고가 박힌 깃발을 들고 시위에 나선 것은 이미 여러 방송국의 뉴스를 탄 지 오래였죠. 좋든 싫든 모두가 특무기관의 존재 자체에 대해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