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바쁘지 않다면의 이야기. 시간이 될 때면의 이야기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떻게 상황이 항상 똑같을 수 있겠는가. 지금만 해도, 자신은 어디까지나 시간이 될 때 한정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뭘 못할까. 시간이 항상 문제였지.
"그 헤엄칠 수 있는 단계가 어려운건데 말이야."
아예 수영을 못하는 단계에서 그래도 헤엄은 칠 수 있는 단계로 가려면 일단 마스터 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당장 숨을 참는 것부터 시작해서, 팔동작, 발동작도 다 익혀야 하지 않는가.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야만 헤엄을 칠 수 있는 단계에 들어갈 수 있는 법이었다. 과연 그녀가 그것을 할 수 있을지... 일단 그는 이것부터 확실하게 확인을 하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일단 묻는건데...물 공포증은 없지?"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물 공포증이 있으면 수영은 하다가 패닉에 빠져서 빠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는 강력하게 막을 생각이었다.
물론 자신이 전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그건 공포증이라기보단 조금 다른 쪽으로 구분되지 않나 싶어 가을은 고개를 괜히 갸웃했다. 정확하게는 자신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조금 더 고민을 해보지만 그래도 역시 잘 모르겠는지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맥주병이라서 무서운 것은 단순한 생존본능 아닐까?"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이어 잠시 수첩을 꺼내서 뭔가를 확인하는 듯 하더니,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다음에 시간이 될 때 얘기해줘. 나도 시간을 맞춰볼테니까.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볼까?"
아니면 관련으로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거 있어? 상의하고 싶은 것이라던가. 그렇게 물어보며 그는 도림을 가만히 바라봤다. 요청할 것이 있으면 요청해도 좋다는 듯이.
그 날은 아마도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일단 어떻게든 사태가 정리되어가는 중이었고 가을은 겨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주말을 앞둔 그 날. 학생들은 각각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고, 저지먼트는 일을 하거나 혹은 일이 없어서 집에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가을은 모처럼 집에 와서 침대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공부를 할까 했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겠는가.
한편 제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들어온 톡을 확인했다. 그 내용은 내일 주말인데 시간이 되냐는 물음으로 시작된 같이 수영을 하러 가지 않겠냐는 물음이었다. 가만히 말없이, 문자를 읽다가 슬그머니 얼굴을 내미는 이모티콘의 모습에 가을은 피식 웃었다. 이어 그는 핸드폰을 톡톡 치며 톡을 전송했다.
[딱히 상관없는데. 일정 없거든.] [하지만 이런 것은 전날이 아니라 적어도 2일전에는 얘기해줘.] [아무튼 별 문제 없으니까 갈게.]
그렇게 톡을 빠르게 보낸 후,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하지만 침대에서 떨어지진 않고, 누운 자세에서 앉은 자세로 몸을 바꾸면서 다음 메시지를 보냈다.
당장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에도 수영장이 얼마나 많던가. 그 중에서 한 곳을 오라고 해도 가을로서는 어느 수영장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에게 알려달라고 톡을 보냈다. 이어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후에, 수영복이 있을지를 확인했다. 바다나 워터파크 같은 곳으로 가면, 레쉬가드를 입으면 되지만, 동네 수영장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입는 트랭크스형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 않겠는가.
간만에 수영을 제대로 해볼....까? 아무래도 도림에게 들은 것을 떠올리면 그건 힘들지 않을까 싶었기에 그는 우선 톡으로 온 링크를 확인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가을도 알고 있었다. 자신도 몇 번 간 적이 있긴 했으니까.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
그 와중에 갑자기 수영복 가방을 보여주는 행동에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대체 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귀엽다고 해주면 되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톡을 보냈다.
[귀엽네.] [아무튼 오후 2시면... 1시 30분쯤에는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말 그대로 2시에 바로 시작하자는 의미로 이야기 한 것이었다. 2시쯤에 간다고 했으니, 일단은 그렇게. 하지만 정확한 시간은 그녀의 스케쥴에 맞추겠다는 듯, 그는 다시 톡을 보냈다.
[아니면 원하는 시간이 있으면 얘기해줘.]
/나도 답레를 올릴게! 주말이다! 음. 가을이는 이모티콘을 잘 안 쓰지! ㅋㅋㅋㅋㅋ 가끔 쓸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쓰지는 않을거야. 도림이는 동물 이모티콘 자주 쓰는구나! 귀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