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분에 대해서는 순순히 인정하며 가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 인정을 안 할 수 있을까? 한낱 주사위 안에서 DNA가 나왔다는데. 그때의 놀란 심정을 가라앉히려고 하면서 그는 그녀를 바라봤다. 뭘 마실건지 물어보는 그 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율무차. 오늘은 단 것보다는 조금 무게가 있는 것이 먹고 싶어."
물론 달콤한 것이 마냥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영 내키지 않는 탓이었다. 이어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자신이 마실 핫초코를 타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붓고 스틱을 가볍게 따서 내용물을 부었다. 달달한 초콜릿 특유의 향이 나기 시작했다. 도림은 왠지 안정감을 느꼈다. 막 탄 핫초코를 옆으로 슬금슬금 치워둔 도림은 다시 손을 휘저었다. 가을의 리퀘스트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율무차? 오케이~"
도림이 율무차 스틱을 찾아서 입술로 가볍게 물었다. 차를 내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가을의 말에 알겠다는 듯 "으응~" 하는 소리로 대답한 그녀는 따뜻한 물을 종이컵에 부었다. 조용히 스틱을 뜯은 도림이 내용물을 종이컵 안에 넣고 휘휘 저었다. 고소한 곡물 특유의 냄새가 난다.
"네 능력 진짜 부러운 거 알지."
얼음을 만들 수 있는 이 부러운 엘사 녀석! 도림이 장난스럽게 부러워하며 막 탄 율무차를 가을에게로 건넸다.
사람마다 다른 거겠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율무차를 받았다. 이어 그는 자신의 능력을 써서 얼음을 만든 후에, 율무차에 살며시 담았다. 차갑게 마시는 차도 그리 나쁘지 않은 법이었다. 이어 그 율무차를 입에 담으며 그는 그 특유의 향과 맛을 조용히 즐겼다. 그렇게 잠시 차를 마시던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네 능력은 네 능력대로 좋잖아. 겨울의 추위를 충분히 없앨 수도 있을테고."
내 능력은 여름이 아니면 별 쓸모도 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이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일단 쉬고 있어. 난 밖에 나가서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와달라고 할테니까."
설득은 그 이후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곧 나가려고 했다. 도림이 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대로 나갔을 것이다.
/아이고...몸이 아프면 무리하지 말자! 도림주!! 8ㅁ8 어쨌건 다음으로 막레를 해도 괜찮고 이걸로 막레를 해도 돼!
일단 부장에게 허락을 받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일사천리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겠는가. 여러모로 준비가 필요한 것을. 스킬아웃도 섭외를 해야하고, 작전도 짜야 했다. 만약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작전 자체가 실패할 경우, 다시는 영영 못 찾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을은 일단 신중하게 가기로 마음 먹으면서 숨을 가다듬었다.
부실. 오늘도 어김없이 서류 업무를 중점적으로 보던 그는 마침내 앞에 놓여있는 서류 정리를 끝냈다. 이후, 이 서류를 한번에 부장에게 보내면 알아서 처리해줄 거라고 믿으며, 그는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기로 했다.
물론 오늘은 비번이 아니었기에 멀리 나갈 수는 없었다. 이렇게 조금 더 있다가 순찰을 가야 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순찰을 가기까지 시간이 있었기에 그는 지금은 이 휴식을 즐기기로 했다.
"늘 궁금했는데, 저기에 드러누우면 편한가?"
도림이 자주 눕던 소파를 바라보던 가을은 호기심이 들었는지 살며시 그 소파에 자리를 잡고 드러누웠다. 푹신하기도 하고, 만약 베개도 있으면 잠도 솔솔 쏟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소리를 냈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그는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이미 도림의 눈에는 들어온 것일까. 휘둥그래진 표정으로 소파의 멋짐에 빠져들었냐는 물음에 가을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냐! 아냐! 아냐! 어디까지나 늘 여기에 누워있길래 대체 무슨 느낌인가 싶어서 잠깐 누워본 것 뿐이야! 담요를 가지고 오던지 말던지 상관없는데 몰래 가지고 올 거라면 나는 끼우지 마!"
큰일 날 소리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괜히 고개를 강하게 휘저으며 몇번이나, 몇번이나 부정을 한 후 그는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자리에 앉았다. 지금 당장은 도림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듯 그는 살며시 얼굴을 책상에 묻었다.
"...쿠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살며시 눈만 빼꼼 올렸다. 그리고 침묵을 조용히 지키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정하는 것은 뭔가 지는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는 필사적으로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한편, 딸기맛이라고 하자 가을은 살며시 고개를 들어올렸고 관심을 보였다. 그 와중에 가을이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 답은 머지 않아 나왔다. 다람쥐, 토끼, 밤, 단풍. 그야말로 울긋불긋한 쿠키들이 한가득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하필 가을이라는 테마에 맞추는 건지. 뭔가 묘한 기분이 들어 가을은 도림을 빤히 바라봤다.
"안 먹는다고는 안했어."
어서 주라는 듯이 그는 살며시 포장이 뜯긴 쿠키를 살며시 자신 쪽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 중 단풍 모양을 입에 담았다. 천천히 씹어먹으니 느껴지는 것은 그야말로 붉은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울긋불긋한 맛. 그렇게밖에 표현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번엔 모양은 잘 만들어진 것 같았기에 그는 작게 감탄하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괜찮네. 모양 연습이라도 했어? 전의 그것보다는 확실히 모양이 좋은 것 같은데."
그렇게 말을 하며 그는 이번엔 밤 모양의 쿠키를 입에 담았다. 정말로 맛이 좋은지 그는 절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하진 않으면서 가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딸기는 기본적으로 맛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딱히 부정할 이유가 없었다. 인정한다고 해서 크게 부끄러운 것도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그는 쿠키의 모양을 가만히 바라보며, 도림의 설명을 들었다. 틀이 있지만 밤은 직접 모양이라. 퀄러티가 좋은데 생각보다 실력이 좋은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으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잘 먹을게. 맛 괜찮네. 그래."
인정할 것은 순순히 인정하며 가을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쿠키를 하나 더 먹으면서 막 들려오는 물음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커피로 부탁할게. 그보다... 늘 네가 끓여주는 것 같네. 뭔가 미안한걸."
굳이 자신의 것은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다음부터는 그냥 네가 마실 것만 마시라는 듯. 그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어떻게 할지는 도림의 자유였지만.
좋아하는 것은 보기 좋으나, 그렇다고 너무 까불락거리는 것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기에 가을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칭찬할 것은 칭찬하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일단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한편, 그녀는 자신의 것을 마시는 김에 타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은 고맙다고 해야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다음엔 자신이 확실하게 타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핫초코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커피 타는 것처럼 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나 혹시 모르니 나중에 한번 자신이 타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신중하게 해서 나쁠 것은 없었으니까.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연습은 하겠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 그래도 마시게는 타볼게."
피식 웃으면서 그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녀가 주는 커피를 받아들였다. 이어 가볍게 한 모금 마신 후 그는 잔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이어 들려오는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평소에는 달달한 거 안 먹는 것처럼 이야기하긴. 아무튼 모양은 비밀이라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내 얼굴을 모델로 하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는 하지 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다가 그는 도림에게 살며시 물었다.
그녀가 그럴 일은 사실상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미리 그렇게 살짝 선을 그으면서 그는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물론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세상사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며 굳이 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악마의 쿠키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애초에 내 얼굴을 모델로 하라고 말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
내가 내 얼굴을 굳이 먹어야 하는 이유가 뭐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얼굴을 쿠키로 먹으면... 유쾌하기보다는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이어 눈사람이라는 말. 그는 생각도 못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뭐, 만들어달라면 만들어줄 수는 있는데...굳이 이 시기에? 나중에 겨울이 되면 자연히 만들 수 있잖아."
애초에 먹을 것을 말한 거였는데 이런 것을 요구할 것은 생각도 못했는지 그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먹을 것을 말한 거였어. 그런 것은 없는거야? 눈사람은 못 먹잖아. 먹어봐야 배만 아플 뿐이고."
애초에 움직이는 눈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눈사람에게는 생명이 존재하지 않았다. 생명을 부여하는 능력자라면 또 모를까. 하지만 그는 그런 능력자를 아직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괜히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는 자신은 못한다는 듯이 확고하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언제 한번 서비스로 정말로 작게, 비슷하게 얼음으로 만들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제 손바닥 위에 살며시 하얀 눈꽃을 피웠다가 이내 사르르 녹게 만들었다.
"...이것도 저것도 내가 만들기 힘든 것 뿐인걸. 특히 빵은... 더욱 더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조만간에 맛있는 곳을 찾아서 사줄게."
정말로 가벼운 샌드위치라면 모를까. 전문적인 빵은 어림도 없었다. 과일 빙수는... 애초에 자신의 얼음으로 만든다고 한들 맛이 있을지도 알 수 없었고. 어쨌건 전체적으로 상당히 달콤한 것에 치우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에 자신의 능력은 녹이는 것이 아니라 얼리거나 언 것을 풀어버리는 것이었으니 움직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 않을까하고 가을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림이 바라는 그런 모습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와중에 레벨을 올리는 방법 운운하는 것에는 그는 작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레벨을 올리는 것과는 관계가 멀어보이는데. 단지, 네가 보고 싶은 것 뿐 아니야?"
내키면 생각 정도는 해볼게. 딱 그 정도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정말로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정도로 고도한 컨트로를 하려면 꽤나 체력이 많이 쓰이기에 더더욱. 물론 그렇게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집중하게 되면 좋건 싫건 체력이 소모되기 마련이었다.
"능력을 쓴다고 단 것이 끌린다는 말은 못 들었어. ...그저 네가 단 것이 좋은 것 뿐이잖아."
뭐, 상관없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팔짱을 낀 후에 숨을 조용히 내뱉다가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저렇게까지 추천을 하면서 꼭 먹어야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당분간 계속 먹어봤냐고 물을 것 같았기에 가을은 귀찮은 것을 피하기 위한 신중한 루트로 조만간에 먹는다를 선택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시간이 나야 가능한 것이었지만. 애초에 어디서 파는지도 알 수 없는 지금, 명확하게 약속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어 자신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그녀의 입에서 돌아왔다. 늦은 시간대에 학원에서 배우고 있다는 말. 늦은 시간이라는 그 말에 그는 음. 소리를 내면서 팔짱을 꼈다.
"아무래도 좋은데, 너도 갑자기 행방불명되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아직 행방불명 사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위험하지 않게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일단 그 정도로 대답하며 천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순간 멈칫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초콜릿 넣은 쿠키는 고맙긴 한데... 그보다 그냥 주말 오전 같을 때에 다니는 그런 것이 낫지 않아? 근무는 그냥 말해서 오후 시간으로 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혹은 어느 정도 배려를 받거나 말이야."
그 정도 배려는 부장도 해줄 것 같은데? 그렇게 이야기하며 가을은 일단 도림의 답을 기다렸다.
고작 이런 것을 말했다고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가을은 살짝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 정도는 누구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조금은 쑥스러운지 살며시 시선도 회피하면서. 괜히 얼굴을 부채질하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시 도림을 바라봤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오버잖아. 지혜주머니라니. 그 정도는 아니거든?!"
어쨌든 도움이 된 것 같았기에 다행이라고 느끼지만, 아무리 그래도 조금 오버하는 감은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는 두 손을 펼친 후에 가볍게 휘저었다. 절대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듯이.
"아. 이제 됐어. 나중에 잘 이야기해보고 알아서 잘 조율해. 괜히 피곤하게 다니지 말고."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이, 가을은 괜히 발끈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딴 일로 부끄러워하다니. 물론 쑥스러운 것은 있었지만 순순히 그 사실을 인정할 생각은 없다는 듯, 그는 고개를 강하게 도리도리 저었다. 뭐 어떤가. 이 정도 부정을 한다고 해서 천벌을 받는 것도 아닌데. 자신도 때로는 이렇게 잡아때도 상관없지 않겠는가.
괜히 끄응...소리를 내면서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 저놈의 지혜 주머니. 절대로 인정 못한다는 듯, 그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홱, 홱. 마치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근방에 울리는 것처럼...
"적어도 난 늦게 돌아다녀도 어두운 곳에 가진 않아. 사람들이 많은 밝은 곳에 갔으면 갔지."
그 부분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그리고 침묵을 지키다가 뭔가를 떠올린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운동은 확실히 하는 거지? 너?"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보는 그녀는 대체로 빈둥빈둥거릴 때가 많았던만큼 자연히 운동을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달콤한 것을 많이 먹고 있는 만큼 특히나 그의 시선이 조금 걱정스러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확실히 수영은 운동 효과가 뛰어난 운동 중 하나였다. 칼로리 소비도 크고, 열심히 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신도 나름대로 좋아하는 편이기도 했고. 어쩌면 자신이 물과 관련된 능력자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 모습에 가을은 납득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고 있다면 됐어. 안 그래도 달콤한 것을 많이 먹는데 운동조차도 안하면 큰일이잖아. 만약 안하면 내기 사긴을 내서 같이 해줄까... 라고 생각한 것 뿐이야."
어차피 자신은 조금씩 시간을 내서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 도림을 데리고 가면 되는 거니까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수영에 요리 학원까지 다닌다고 한다면 바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일단 같이 데려가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 와중에 시선을 슬쩍 피하며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도림의 모습에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면 하는 거지. 왜 그렇게 굳이 시선까지 피하면서 강조하는건데. 너."
그러니까 괜히 더 수상해. 그런 말을 하며 가을은 뚫어져라, 도림의 눈을 바라보려고 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자신은 불꽃만 보면 몸이 굳어버리겠는가. 그냥 단순히 수영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벽에 매달려만 있다고 온다면, 그건 정말로 운동이 맞는지에 대해서 가을은 잠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그런 눈빛을 보이면서 가을은 숨을 후우 내쉬었다.
"몇 시에 가는데?"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 그 말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그녀는 몇 시에, 그것도 언제 수영을 하는지의 여부가 중요했다. 신중하게 스케쥴을 짤 필요가 있었기에, 그는 무작정 같이 가겠다고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괜히 성급하게 간다고 했다가 못 가는 시간이 많아지면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그야말로 말을 안하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 될테니까.
"상황이 상황이어도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배우면 되잖아. 너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이 가을은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어쨌건 자유 수영이라고 한다면, 시간에는 그다지 쫓기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역시 직접적으로 배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한편,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피식 웃어보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일정이 있는 이까지 갑자기 호출하진 않을 것 같은데. 우리가 저지먼트 내에서 주요 간부직도 아니고... 일개 부원일 뿐이잖아. 부장님이라면 또 모를까."
정말로 위. 말 그대로 톱이라면 모를까. 설마 자신들에게까지? 가을은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이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일개 부원들까지 다 소집할 정도면 그건 절대로 작은 일이 아닐테니까. 그런 일이 개인적으로 그는 생기지 않길 바랬으니까.
"혹시 모르지. 시도할지도. ...하지만, 당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잖아."
침착하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이어, 후우 숨을 내뱉더니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제안했다.
"수영. 가르쳐줄까? 진짜로?"
운동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배우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물으며 답을 기다렸다. 거절한다면, 그 또한 상관없는 일이었다.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하면 다행이야! 앗. 여기는 이제 강풍이 그쳤어! 어제까지는 꽤 불었지만 말이야! 대신 날씨가 추워졌다! 8ㅁ8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배울 의지였다. 배울 의지가 없으면 백날 가르치려고 해도 어디 배울 수 있겠는가. 적어도 지금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배울 의지는 충분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맥주병이라고 한다면... 조금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잠시 생각했다.
하루이틀로 배울 수 있는 일이 아닐테고... 그렇다면 조금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을까.
"맥주병도 경우에 따라선 나아질 수도 있어. 일단 기본적으로 물에 대한 공포부터 없애야 하지만 말이야."
일단 자신이 아는 것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가을은 천천히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의지를 확인하려는 듯, 가을은 도림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디까지나 바쁘지 않다면의 이야기. 시간이 될 때면의 이야기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떻게 상황이 항상 똑같을 수 있겠는가. 지금만 해도, 자신은 어디까지나 시간이 될 때 한정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중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뭘 못할까. 시간이 항상 문제였지.
"그 헤엄칠 수 있는 단계가 어려운건데 말이야."
아예 수영을 못하는 단계에서 그래도 헤엄은 칠 수 있는 단계로 가려면 일단 마스터 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당장 숨을 참는 것부터 시작해서, 팔동작, 발동작도 다 익혀야 하지 않는가.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야만 헤엄을 칠 수 있는 단계에 들어갈 수 있는 법이었다. 과연 그녀가 그것을 할 수 있을지... 일단 그는 이것부터 확실하게 확인을 하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일단 묻는건데...물 공포증은 없지?"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물 공포증이 있으면 수영은 하다가 패닉에 빠져서 빠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는 강력하게 막을 생각이었다.
물론 자신이 전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그건 공포증이라기보단 조금 다른 쪽으로 구분되지 않나 싶어 가을은 고개를 괜히 갸웃했다. 정확하게는 자신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조금 더 고민을 해보지만 그래도 역시 잘 모르겠는지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맥주병이라서 무서운 것은 단순한 생존본능 아닐까?"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이어 잠시 수첩을 꺼내서 뭔가를 확인하는 듯 하더니,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다음에 시간이 될 때 얘기해줘. 나도 시간을 맞춰볼테니까.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볼까?"
아니면 관련으로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거 있어? 상의하고 싶은 것이라던가. 그렇게 물어보며 그는 도림을 가만히 바라봤다. 요청할 것이 있으면 요청해도 좋다는 듯이.
그 날은 아마도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일단 어떻게든 사태가 정리되어가는 중이었고 가을은 겨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주말을 앞둔 그 날. 학생들은 각각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고, 저지먼트는 일을 하거나 혹은 일이 없어서 집에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가을은 모처럼 집에 와서 침대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공부를 할까 했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겠는가.
한편 제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들어온 톡을 확인했다. 그 내용은 내일 주말인데 시간이 되냐는 물음으로 시작된 같이 수영을 하러 가지 않겠냐는 물음이었다. 가만히 말없이, 문자를 읽다가 슬그머니 얼굴을 내미는 이모티콘의 모습에 가을은 피식 웃었다. 이어 그는 핸드폰을 톡톡 치며 톡을 전송했다.
[딱히 상관없는데. 일정 없거든.] [하지만 이런 것은 전날이 아니라 적어도 2일전에는 얘기해줘.] [아무튼 별 문제 없으니까 갈게.]
그렇게 톡을 빠르게 보낸 후,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하지만 침대에서 떨어지진 않고, 누운 자세에서 앉은 자세로 몸을 바꾸면서 다음 메시지를 보냈다.
당장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에도 수영장이 얼마나 많던가. 그 중에서 한 곳을 오라고 해도 가을로서는 어느 수영장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에게 알려달라고 톡을 보냈다. 이어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후에, 수영복이 있을지를 확인했다. 바다나 워터파크 같은 곳으로 가면, 레쉬가드를 입으면 되지만, 동네 수영장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입는 트랭크스형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 않겠는가.
간만에 수영을 제대로 해볼....까? 아무래도 도림에게 들은 것을 떠올리면 그건 힘들지 않을까 싶었기에 그는 우선 톡으로 온 링크를 확인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가을도 알고 있었다. 자신도 몇 번 간 적이 있긴 했으니까.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
그 와중에 갑자기 수영복 가방을 보여주는 행동에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대체 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귀엽다고 해주면 되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톡을 보냈다.
[귀엽네.] [아무튼 오후 2시면... 1시 30분쯤에는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말 그대로 2시에 바로 시작하자는 의미로 이야기 한 것이었다. 2시쯤에 간다고 했으니, 일단은 그렇게. 하지만 정확한 시간은 그녀의 스케쥴에 맞추겠다는 듯, 그는 다시 톡을 보냈다.
[아니면 원하는 시간이 있으면 얘기해줘.]
/나도 답레를 올릴게! 주말이다! 음. 가을이는 이모티콘을 잘 안 쓰지! ㅋㅋㅋㅋㅋ 가끔 쓸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쓰지는 않을거야. 도림이는 동물 이모티콘 자주 쓰는구나! 귀여울 것 같다!
그다지 이모티콘을 쓰지 않는 자신과는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고 느끼면서 그는 괜히 피식 웃었다. 조금 귀엽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가만히 핸드폰을 바라봤다. 이내 지각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지각한 사람이라니. 자신이 지각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걸까.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텐데.
[늦는 사람을 잘못 말한 것은 아니지?] [난 지각할 일 없으니까 매점에서 라면 사는 일은 없게 너도 늦지 마.]
물론 그녀라고 해서 늦는다는 법은 없었지만, 그래도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었다. 사람은 경우에 따라선 방심하다가 늦을 수도 있지 않는겠는가. 물론 자신이라고 예외는 아니긴 했지만.
[참고로 언제까지...할거다 같은 예상 시간은 있어?]
물론 시간을 정하고 수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그래도 대충 예상하는 시간이 있을 순 있었기에 그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에게 그렇게 톡을 보냈다.
장미꽃을 놓고 간다는 내용의 글귀와 함께 빛나는 이모티콘이 화면에 뜨자 가을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자신도 조금은 사용해볼까 싶었지만, 뭔가 모르게 어색한 기분이 있었다 .물론 자신도 한 청춘하는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익숙치 않은 것은 거부감이 있었고, 그렇다보니 안 쓰게 되니, 아마 지금 하는 생각이 얼마나 갈진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안 늦겠다는 말에 가을은 혼잣말로 두고보면 알겠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늦지 않는 쪽이 두 사람에게 있어서 더 좋은 일이었기에 그는 깊은 생각을 하진 않았다. 시간 로스가 생겨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제 시간에, 혹은 제 시간보다 빠르게 시작하면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플러스면 플러스지. 절대로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별로 상관은 없어.] [딱히 약속도 없고.]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물어본 것이었기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렇게 톡을 보냈다. 이어 그는 제 수영복을 찾기 위해서 천천히 옷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지막 칸을 천천히 열다가 다시 톡을 보냈다.
[그러면 체력이 다 될때까지 하는 걸로 하자.] [그 정도로는 해야 운동도 되고 수영 실력도 늘어.]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이모티콘을 쓸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는지 가을은 그렇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나중에 정말로 한번 생각 정도는 해볼 수도 있겠지만, 생각을 해본다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그 정도로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 톡을 가만히 바라봤다.
[정말로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그 정도로 열심히 하라는 의미야.]
아무리 그래도 체력이 다 떨어져서 걷기도 힘들 정도까지 하면 여러모로 다음날 일에 지장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옷장을 뒤적거렸다. 내일 입을 옷도 미리 챙겨두려는 것일까.
그런 와중 다시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살며시 톡을 확인했다. 거기에 담겨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마들렌 사진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절로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조금은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만날 위치를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집은 아닐테고... 중간의 어딘가겠지. 딱 그 정도로 그는 일단 파단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건물 주소 링크를 올리고 자신의 집이라고 소개하는 것에 가을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하는 것일까. 아니, 못 갈 것은 없었다. 위치도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굳이?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보아하니 심심한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야기했다.
[알았어. 갈게. 어차피 가는 길이야 알고 있으니 말이야. 전에 가본 적 있었고.]
물론 가는 명확한 길이 확실하게 생각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주소가 있는 이상 길찾기를 이용하면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그래봐야 학원도시. 결국 같은 지역이 아니겠는가. 쭈욱 기지개를 켜며 그는 우선 그 링크에 적혀있는 주소를 저장했다.
[하지만 맨손으로 가는 것은 좀 그런데 뭐 원하는 거 있어? 먹고 싶은 것이건, 마시고 싶은 것이건.]
그래도 일단 집으로 불러주는건데, 맨손으로 가기는 조금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외출준비를 하며 그녀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카라멜 마끼아또를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역시 편의점보다는 카페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톡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완전히 외출준비를 마친 후에, 그는 이것 또한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듯이 그녀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뜨거운 거? 차가운 거?]
보통은 아이스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혹시 또 모를 일 아니겠는가.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면, 따뜻한 것을 사는 것이 좋겠지. 일단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부터 간 후에, 카페에 들려서 테이크아웃을 하고 나온다면 대충 1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천천히 가면 되겠지. 느긋하게 기다리라고 말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자신에게 톡이 또 날아왔다. 이번엔 퀴즈라더니 가장 좋아하는 색이 뭔지를 묻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카운트다운까지...
"갑자기 또 뭐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화면을 바라보던 그는 우선 답을 하려는 듯, 다시 메세지를 전송했다.
[하얀색] [그런데 이건 왜?]
물론 정말로 하얀색을 제일 좋아하는지는 자신도 알 길이 없었다. 그냥 제일 먼저 떠오른 색을 이야기한 것이었으니까. 이어 그녀에게 [그러는 너는 어떤 색이 좋은데?]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며 그는 온전히 집 밖으로 나섰다.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확실히 달게 먹는다면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것이 잘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능력을 써서 좀 더 많이 차갑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제 손을 봤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이 너무 차갑게 했다가 시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겠는가. 딱히 얼어붙진 않겠지만, 아이스 커피는 말 그대로 적당히 시원해야 제 맛인 법이었다.
[오페라?]
뭐야. 그건? 그런 색이 있었어? 가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중에 한번 검색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집 밖으로 나선 후,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면서도 핸드폰은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색도 있고 먹을 것도 있는 거야? 일단 알았어. 기억해둘게.]
디저트 오페라는 또 뭐야. 역시 디저트를 만드는 이라서 뭔가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는걸까? 조금 도림이 다르게 보인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어 톡을 다시 보냈다.
[어쨌든 나 출발했어. 1시간 정도 뒤에 보자.]
일단 최대한 빨리 가려고 할게. 그렇게 톡을 보낸 후에, 그는 일단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앞으로 걸어가면서 톡을 보면 전봇대나 다른 사람과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니까.
분홍색 아닌가? 그게 가을의 첫 인상이었다. 이런 것을 굳이 오페라색으로 칭한다고? 역시 색에는 별별 종류가 다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기억은 해둘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막 들어온 사진을 따로 저장했다.
[알겠어. 느긋하게 기다려.]
일단 그렇게 톡을 보낸 후, 그는 다시 온전히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아할 차례였다. 어쨌든 거리가 조금 있고, 중간에 카페도 있으니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렇게 그는 제 기억을 떠올리며 일단 버스에 탑승했다. 걸어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테니까.
중간 중간, 핸드폰을 이용해 네비게이션을 확인하기도 하고, 근처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기도 하며 그는 버스에서 내린 후에, 카페에 들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테이크아웃이죠? 그렇게 묻는 것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며시 몸을 치웠다.
조금 기다리자, 포장된 카라멜 마끼아또가 나왔고 그는 그것을 집어든 후에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조금 더 차갑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가는 도중에 얼음이 녹거나 하진 않겠지. 그렇게 계산하며 그는 다시 길거리를 천천히 걸었고,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도 분명히 이렇게 갔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어느 순간, 일직선으로 쭉 가기만 하면 되는 길목에 들어섰다.
[거의 다 왔어. 10분 내로 도착해]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며 가을은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그녀에게 줄 마끼아또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무의식 중에 손에 힘을 주며.
/1월 1일까지는 겨울 휴가를 만끽하는 가을주의 등장이야! 도림주도 오늘 하루 좋은 하루 되길 바라!
적어도 건물 앞으로 마중을 나올 생각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건물에 도착하면 얘기를 하라는 것인지. 일단은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한번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며, 이내 그는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톡을 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숨을 후우 내뱉었다.
[도착했어. 내려와. 아니면 내가 올라가?]
일단은 멋대로 집으로 가기보다는 여기서 멈춰서서 허락을 구하고, 의사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가 이번에 내놓은 '신중한 답'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떤 경우에도 대처가 가능했으니까.
손에 쥔 컵의 냉기를 살며시 조절하며 그는 슬슬 자신의 능력을 해제했다. 언제까지나 차갑게 해두면 먹을때 정말로 이가 시릴테니까. 얼음이 녹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가만히 핸드폰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끼아또 사왔어. 얼음 안 녹게 내 능력으로 차가운 기운을 보존시켰으니까 아마 시원할거야]
잠시 조용히 기다리면서 그는 주변 풍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한적한 것이 나름대로 살기는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절로 고개를 위아래로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는 와중, 문이 열리고 도림이 내려오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는 살며시 오른손을 들고 천천히 그녀를 향해 흔들었다.
"아니. 방금 왔어. 어쨌든 여기."
이어 그는 부탁받았던 마끼아또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아마 잡으면 상당히 시원함이 아직 컵에 남아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능력으로 얼음이 녹지도 않았기 때문에, 얼음이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자신에게 주는 쇼핑백을 바라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이래서 좋아하는 색을 물었던 것일까. 그 내용물을 확인하며, 특히 하얀색 상자와 하얀색 리본을 확인하며 그는 못말린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할 것은 없었는데. 아무튼 고마워. 잘 먹을게. 응. 고마워."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이건 집에 가서 먹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럼 맛있게 잘 먹어. ...아마 금방 녹진 않을거야. 능력으로 시원하게 해뒀으니까. 너무 차가우면 네 능력으로 조금 뜨겁게 해서 먹어."
맙소사. 돌아오니까 이게 무슨 픽크루?! 귀여운 두 캐릭터로구나!! (야광봉) 만든다고 고생했어! 도림주!! 앗...도림이는 알프스쪽인가! 확실히 거기 만년설은 예쁘지!! 필란드도 눈 내리면 되게 예쁘다는데! 그래서 가을이는 가고 싶은건데 도림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가을이 수영장에 도착한 것은 약속시간 딱 10분 전이었다. 묘하게 덥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두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었다. 별 건 아니었고, 그냥 여기로 오는 길에 보인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너무나 맛있어보여서 두 개를 산 것이었다. 하나는 자신이, 하나는 도림에게 줄 생각이었다.
두 아이스크림은 모두 새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일단 도착하기 전에 녹지 않도록,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아이스크림이 조금도 녹지 않고 냉기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수영장. 역시나 사람이 꽤 많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도림을 찾으려는 순간, 그늘에서 눈이 죽어있는 도림의 모습이 들어왔다.
"...안녕. 그런데 괜찮아?"
이유는 모르겠으나, 엄청나게 지쳐있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가을은 살짝 당황하며 조심스럽게 도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오른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살며시 내밀었다.
달려들듯 아이스크림을 드는 그녀의 모습에 가을은 빠르게 아이스크림을 전해주면서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저렇게 달려들듯 잡는 것을 보니 상당히 더웠던 것이 아닐까라고 가을은 이어 생각했다. 하긴, 절대로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수영을 하거나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물로 뛰어들기 충분한 온도인만큼 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야 뭐,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녹으면 안되잖아. 그래서 능력을 쓴 것 뿐이야."
별 거 아니라는 듯, 그는 태연하게 이야기를 하며 제 몫의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먹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 특유의 찬맛이 돌자 그는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주변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있기 때문에 딱히 더위를 크게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이 별로 맛이 없게 느껴지거나,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만큼 그는 저도 모르게 아이스크림을 괜히 한 입 데 베어먹었고 천천히 녹인 후에 목구멍 속으로 넘겼다.
"당연히 다 먹고 들어가야지.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수영할 순 없으니 말이야."
무슨 당연한 소릴 하냐는 듯이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수영장이 있는 곳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일단 확인을 해볼겸, 가을은 도림에게 이어 질문했다.
"안에 사람 많이 들어갔어? 수영을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으면 수영 연습은 힘들 수도 있으니 말이야."
적당히 있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르쳐줄 수 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물 반, 사람 반 수준이 되면 아무래도 수영을 오래 가르쳐주긴 힘들 수도 있기에 그는 확인차, 일단 그녀에게 그렇게 질문했다.
/갱신이야!! 으아..벌써 일요일 밤이네! ㅋㅋㅋㅋㅋㅋ 도림아....ㅋㅋㅋㅋ 아이스크림 많이 먹고 싶었구나...
엘사라는 말이 나오자 가을의 눈빛이 도끼눈으로 바뀌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불리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물론 자신의 능력이 그렇게 불리기 좋다는 것은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유쾌하지는 않았는지 그는 이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문 상태에서 그는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머금었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바로 쫓겨나지 않을까. 우리. 아무튼 자유 수영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별 문제는 없겠네."
일단 어느 정도 공간은 존재한다는 것이니, 그 공간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와중 도림의 목소리가 들리자 가을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도림을 바라보면서 빤히 바라봤다. 이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이스크림 가게만으로 돈 벌기는 힘들어. 애초에 아이스크림을 내가 만드는 것도 아니잖아. 나는 그저 차갑게만 만드는 것이 고작이니 말이야. 뭐... 냉동식품 운반이라던가 그런 것은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가을은 아이스크림을 마저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주변을 서늘하게 만든 후에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다 먹으면 얘기해. 바로 들어갈테니까. 아... 그리고..."
이어 그는 잠시 말을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리고 지나간 듯, 조금은 무심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괜히 급하게 먹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시간은 한정되어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시간에 쫓길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가을은 천천히 먹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편 제 말에 그녀가 눈을 빛내면서 대답하자 가을은 도림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하면서 살며시 되물었다.
"나랑 가게라도 하나 차리려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봐야겠다는 듯, 확실하게 답을 더 하진 않으며 그는 아이스크림을 다 먹자 도림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일단 표를 끊은 후에, 표를 제출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확실히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넘쳐나는 수준은 아니었으니, 어느 정도 수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탈의실까지 걸어갔다.
"알았어. 그럼 조금 있다가 봐."
도림을 여성 탈의실로 보내고 가을은 남성 탈의실로 향했다. 입고 있는 옷을 벗은 후에, 남색 반바지 모양의 수영복을 입고, 물안경까지 머리에 낀 가을은 이내 샤워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샤워가 필수인만큼, 그는 꼼꼼하게 제 몸을 씻었다. 이어 계단을 올라 풀장 안으로 진입한 그는 도림이 있는지 그 모습을 천천히 찾아봤다.
그 목소리에 녹아있던 것은 미묘한 장난끼였다. 사실 그녀를 겨냥한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순순히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약간의 짓궂음도 녹아있었다. 어쨌든 탈의실 안으로 들어선 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가을은 도림을 찾았고, 이내 곧 찾을 수 있었다. 풀장으로 다가가서 자신은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가을은 빤히 바라봤다.
"...괜찮은 거 맞아?"
생각보다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내 물장구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녀에게 역으로 물었다.
"물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물장구를 치는 것이 가능해? 뭐, 일단 천천히 들어와. 네가 편한대로."
너무 무서우면 얘기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천천히 자신의 몸을 풀장의 물에 집어넣었다. 시원하게 들어오는 물기운에 그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가볍게 잠수를 했다가 다시 얼굴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어떻게 보면 능력과 연관이 있어서일까. 그는 물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이 시원한 감촉. 너무나 익숙한 느낌.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기에 그는 행복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마 도림이 없었다면 혼자서 벌써부터 수영에 집중하지 않았을까. 그는 절로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한번 물 속에 제 몸을 온전히 다 담그며, 잠시 잠수를 했다가 다시 빠르게 빠져나왔다. 혼자가 아닌 이상, 너무 혼자서 즐길 순 없는 법이었다.
이어 물 속으로 들어오는 도림을, 정확히는 아직 벽을 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가을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뭐부터 하면 되냐는 물음에 오른손으로 그녀의 손을 가리켰다.
"일단 그 손부터 떨어뜨리는 것이 먼저 아닐까?"
뭘 가르쳐주고 싶어도 벽을 잡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또한 그와 동시에 그녀가 정말로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물이 무서우면 애초에 수영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으며, 하지 않는 것이 좋을테니까.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일단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무섭다고 한다면 지금 이야기해."
/안녕! 도림주! 감기...약이라니... 감기..걸린거야? (흐릿) 하루 빨리 낫길 바랄게!
아무리 생각해도 물을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도끼눈으로 도림을 가만히 바라봤다. 지금만 해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줄을 잡아서 힘들어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는 우려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일단 많은 것을 바라진 않을게. 그 줄을 놓고 저기서 저기까지 한번 걸어봐. 수영하지 말고...그냥 단순하게 걸어가봐. 멈추지 않고. 쭉."
무섭지 않다고 말을 하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은 물을 무서워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빠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이었기에, 객관적으로 그녀의 상태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약 50m 정도의 거리를 제시했다. 그야말로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였다. 하지만 혼자 보낼 생각은 없다는 듯, 그는 천천히 자신 역시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옆에서 같이 갈테니까 빠진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수영을 할거면 일단 뭘 잡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것이 기본 조건이야."
그게 안되면 일단 이야기를 할수조차 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답레를 남겨놓을게! 이렇게 답레를 남기지만 내 개인사정상 오늘은 이후에 접속하기 힘들 것 같네! 주말 잘 보내! 도림주!
혼자 따로따로 왔으면 또 모를까. 같이 왔는데 어떻게 눈앞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데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비록 능력은 차갑지만 성격마저 그렇게 차갑지 않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하며 가을은 도림의 옆에서 천천히 걸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상태를 그는 살폈다. 일단 걸어가면서 무서워하거나 물에 공포를 느끼는 것 같진 않았으니 결국 미끄러지는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가 멈추는 그 순간까지 그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끝까지 걸어가며 자신감 있게 말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합격점이었다. 다만...
"수영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물에 빠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없어야하는데... 그건 괜찮겠어?"
결국 물에 빠지지 않으면 수영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살며시 풀장 난간을 두 손으로 잡은 후에 아주 가볍게 제 몸을 띄웠다.
정말로 가볍고 기초라면 기초인 것인데 괜찮다가 아니라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가을은 조금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기초 중의 기초부터 가르쳐줘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기에 그는 도림에게서 좀처럼 눈을 떼어내지 못했다. 난간을 꽉 잡고 몸을 뜨게 하는 것을 바라보며 가을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만약 그것조차도 힘들다고 한다면... 조금 더 고민을 해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높게 떠오르진 못하고 낮게 떠오르는 그런 느낌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일단 몸에 힘을 빼. 몸에 힘을 주면 가라앉으니까. 완전히 몸을 물에 뜨게 한다고 생각해. 수영의 가장 기초는 물에 뜨는 것에서 시작되거든. 그리고 사람은 기본적으로 물에 뜨게 되어있어."
몸에 힘을 주고 허우적거리지만 않으면 어지간하면 뜬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도림에게 격려하듯 이야기했다.
수영이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는 물에서 힘을 온전히 빼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상당히 어려운 일에 해당했다. 물에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공포감이 있을테니까. 그렇기에 가을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면 결국 수영은 쉽게 할 수 없었다.
"겁내지 말고 두려워하지 마. 옆에 있으니까."
빠질 것 같으면 자신이 구해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가을은 도림을 다시 한 번 격려했다. 그러는 와중 그녀의 몸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는 오...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빠르게 익히네? 하하하. 앞으로 수영을 할 땐 계속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돼. 여기서 좀 더 심화로 들어가자면... 난간을 잡지 않고 그냥 떠오르는 건데...그건 아직은 좀 무서우려나?"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와아아! 도림이가 성공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익혀가는구나! 그리고 도림주도 안녕! 좋은 밤이야!
아직은 무섭다고 한다면 무리하게 괜히 레벨을 올릴 필요는 없었다. 급하게 수영을 가르쳐야할 것도 없었고, 천천히... 정말로 천천히 나아가도 전혀 문제가 없었으니까. 철렁이는 물과 철썩이는 물장구 소리를 귀에 담으며 가을은 그녀의 물음에 잠시 생각했다. 수영에 대한 팁. 그런 것이 뭐가 있을까. 요령은 어디에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노력하는 것 뿐이니까.
"팁이라고 하면 좋을까. 역시 자주하면서 계속 물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지. 그렇게 하면서 물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벗어낼 수밖에는. 꾸준히 연습하고 꾸준히 실력을 키우면 언젠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물이야. 일단 물에 빠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지 말아야 해."
결국 수영은 물 속에서 하는 것이었으니, 물에 빠지지 않으면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만큼 그에 대한 무서움이 우선 없어야한다고 생각하며 그는 곧 들려오는 제안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어 가을은 물 속으로 몸을 집어넣었고, 정말로 능숙하게 자유형을 보였다. 팔 움직임도, 발의 움직임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꽤나 능숙하게... 빠르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인들보다는 조금 나은 속도로 저편까지 갔다가 벽을 찍고 그는 다시 도림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고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가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괜히 기분이 좋아서 그는 입꼬리를 살며시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저렇게까지 격양될 일이던가. 자신도 그렇게 엄청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평범한 이들보다는 조금 더 잘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문 선수급은 아니지 않는가. 조금 부끄러운지 그는 살며시 시선을 돌리며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그, 그 정도는 아니야. 나보다 더 잘하는 이들도 얼마나 많은데."
자신의 팔을 주무르는 도림의 모습을 살짝 눈에 담던 가을은 이내 얼굴을 붉히면서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다가 괜히 제 몸과 얼굴을 물에 완전히 담가서 잠수를 하다가, 다시 끄집어내면서 얼굴의 열기를 식혔다. 이어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두 팔을 물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허공에서 팔장구를 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수영에 지름길은 없어. 꾸준히 물을 무서워하지 말고 자주 접해야 가능한 법이야. 일단 이게 가장 기본적인 자세야. 물에 몸을 띄우면서 이렇게 팔을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거야. 물 속에서 하진 말고 일단 물 밖에서 천천히 해보자. 하나. 둘. 하나. 둘."
이어 그는 시범을 보이듯이, 하나 둘 구령과 함께 팔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도림에게 따라해보라는 듯, 그녀를 슬쩍 바라봤다.
자신은 전문가에는 절대로 비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내 띄워주는 말들에는 괜히 부끄러운지 입을 꾹 다물었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좋긴 했는지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표정 관리를 위해 그는 괜히 자신의 얼굴에 물을 약하게 뿌렸다. 시원한 감촉이 제 얼굴에 스며드는 것을 느끼면서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하나, 둘. 하나, 둘. 신호에 맞춰서 제대로 팔을 움직이는 도림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가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게 하면 된다는 듯이 그는 이어 그녀를 격려했다.
"잘하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다만 실전에서는 물 속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힘들수도 있지만... 이것도 열심히 하다보면 익혀져. 물론 사람마다 또 방식이 다르기에 약간씩 변경될 수도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이어 가을은 물 속으로 점수했다. 그리고 물 밖으로 얼굴을 내지 않고 물 속에서 두 팔을 움직이면서 다리를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었다.말 그대로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 물 속에서의 수영. 잠영이었다. 그렇게 해서 잠시 저편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만 그는 숨을 쉴 때 잠깐 얼굴을 빼는 것 이외에는 물 밖으로 몸을 조금도 끄집어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온 후에야 얼굴을 끄집어냈다.
"그러니까 말했다시피 계속 연습해서 익숙해질 수밖에 없어. 운동도 다른 것도 모두 요령은 없으니 말이야."
자신도 수영을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던만큼, 그녀라고 해서 특별히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간 잘하게 되지 않을까. 딱 그 정도로 생각하며 그는 일단 말을 아꼈다. 어쨌든 잠영을 마친 후에 그는 제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털어내면서 숨을 약하게 후우 내뱉었다. 시원한 물기가 상당히 좋았기에 그는 괜히 두 손으로 물을 담아 제 얼굴에 뿌렸고 얼굴을 살며시 흔들어 물기를 다시 털어냈다.
"....?"
한편, 도림이 갑자기 딸꾹질을 하는 모습에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왜 딸꾹질이야? 자신이 물에서 나올 때 너무 놀랐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도림을 빤히 바라봤다. 허나 듣지 마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듣지 말라고 해도... 바로 눈앞에서 그러면... 일단 이리 와 봐."
여기로 오라는 듯, 가을은 손짓을 하면서 괜히 자신쪽에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려고 했다. 딸꾹질을 멈추는데는 왕도가 없었으나 어느 정도 진정을 시키는 것이 좋을테니까.
"일단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정도로. 그리고 그 상태에서 숨을 꾸욱 참고 가만히 있어봐. 그러면 조금 진정 될 수도 있으니까."
물론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리해서 어떻게 하려는 수준이 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법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게 도림이 알아서 잘 조절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이후를 두고봐야 알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굳이 더 코맨트를 붙이진 않았다.
"뭐.. 확실히 그렇게 해서 목숨을 건지면 좋긴 하니까. 대체로 수영은 생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고. 좋아. 마음가짐이 좋네!"
합격! 그렇게 괜히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다음 달부터 제대로 끊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나름의 의지가 있었고, 그 의지가 가득한 이상 뭐라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와중 이어지는 도림의 말에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약간이라고 해야할까. 방금 그 팔동작을 물에 뜬 상태에서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아직 약간이라고 하긴 힘들지 않을까. 그래도...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좋아. 말 나온 김에...물로 들어와봐. 그리고 다시 한번 물에 떠봐."
일단 그것부터 시작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도림에게 그렇게 요구했다. 자신이 옆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것이라는 듯이 가을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물론 그녀가 열심히 했고, 나름대로 마음가짐이 좋으니까 합격점을 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합격점이 될 순 없는 법이었다.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하며 가을은 아니냐는 그 물음에 실력면은 아직 불합격이라고 하며 그 부분 역시 분명하게 했다.
버리고 가면 안된다는 우려를 표하는 도림의 모습에 가을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가 수영하는 모습을 바라봤지만 안타깝게도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그녀가 더 빠지지 않게 뒤에서 잡아서 제대로 서게 하면서 가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좀 더 노력해야겠네. 일단 이것이 수영의 기본이거든. 물에 얼굴을 넣지 않아도 되는 배영조차도 물에 떠서 팔을 움직여야하니 말이야."
좀 더 열심히 노력하면 잘 될거라고 이어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도림을 격려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향해 가볍게 물을 손에 담아 뿌렸다.
물을 먹었다는 것은 물 속에서 숨을 쉬었다는 이야기였다. 수영을 처음 하는 이들의 가장 큰 실수가 아니겠는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나, 그럼에도 그 이유를 공감하기에 그는 괜히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켁켁거리는 도림을 바라보며 가을은 그 등을 가볍게 토닥토닥 치면서 도움을 주려고 했다.
"어? 어? 복수하겠다 이거지?"
이어 가을은 다시 한 번 두 손으로 물을 가득 떠서 도림에게 뿌렸다. 찰싹찰싹. 물과 물이 서로 날아가며 상대의 몸에 부딪히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으아. 시원해. 절로 그렇게 말하며 가을은 젖은 제 몸을 가볍게 손으로 탈탈 털어냈다. 어차피 물 속이라서 별 효과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얼굴에 묻은 물은 털어낼 수 있었다.
"수영을 잘하게 된 이유? 별 거 없어. 그냥 쭉 연습했어. 진짜 그것 이외에는 없거든. 그냥...내가 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시간이 날 때 연습한 것 뿐이야. 내 능력이 물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고."
정확히는 물 그 자체는 아니지만 어쨌든 분자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니 물과 관련이 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겠는가. 이어 가을은 살며시 물 위에 떠서... 정확히는 배영 자세로 떠서 천장을 바라보며 도림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능력이 불이라고 무서워하지 마. 물은 이렇게 힘만 빼면... 살며시 띄워주니 말이야."
/마찬가지로 설 잘 보내! 도림주! 나도 내일 퇴근 후에 바로 출발한다! 일요일까진 못 와!
그녀가 항복을 외치자 가을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공격을 중지했다. 물론 그저 가벼운 물싸움이었으니 공격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그녀가 항복을 외쳤으니 굳이 계속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한편 자신에게 하는 말. 물이 거의 집 같은 것이라는 그 말에 그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는 듯이 살며시 자세를 풀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너는 불이 집이야?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물론 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물이 집 같은 것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물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마음만 먹으면 이 수영장을 빙판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물이 집이라니. 생각도 못한 발상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편, 그녀가 몸에서 힘을 빼서 물에 떠오르자 그는 오.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잘했다는 듯이 박수를 쳤다.
"대단하네. 바로 물에 뜨는구나. 이제 그 상태에서 팔을 천천히 아까 가르쳐준대로 움직여봐. 그게 수영의 기본이야."
그녀가 잘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까진 힘드려나.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가만히 그녀의 움직임을 바라보려고 했다.
/안녕! 도림주!! 명절...그럭저럭 보낸 것 같아. 이런저런 일도 많긴 했지만... 아무튼...ㅋㅋㅋㅋㅋ 뭔가 맛있을 것 같은걸? 휘낭시에...나도 좋아하는데! 아무튼 퇴근이라는 것을 보면 일 나갔구나. 잘 다녀와!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모습이 시원시원하진 않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수영을 시도한 이 치고는 이 정도면 합격점이라고 생각하며 가을은 엄지를 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 그 자체였다. 여기서 조금 더 연습을 하고 나아가면 필시 수영을 조금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수고했어. 잘하네."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가을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벽을 잡은 후에 숨을 돌리는 도림을 바라보며 가을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려고 했따.
"정말로 잘했어. 이제 그 움직임을 계속 반복하면 돼. 물론 숨을 쉬는 법도 있는데... 그건 지금 다 한번에 익히기엔 힘드니까 일단은 그 기본적인 움직임을 익힌다고 생각해."
우선 기본부터 단련을 해야 그 이상의 것도 할 수 있는 법이었다. 적어도 가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만큼 도림에게 일단 이 정도만 확실하게 익히라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이해력이 빠른거야. 자. 그럼...이제 그 움직임을 제대로 익혀보기 위해서... 10번만 팔을 움직여보자. 할 수 있어. 화이팅."
팔을 크게 움직이며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지만 역시 아직은 무리인것일까. 이내 물을 마시면서 켁켁거리는 모습에 가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천릿길도 한 걸음씩. 이런 말이 순간 떠올랐고, 그녀에게 너무 무리를 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어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그는 그녀의 몸을 잡아주려고 하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너무 무리했어. 조금만 쉬자."
앞으로 헤엄치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이상 무리하게 해봐야 오히려 물에 대한 공포나 자책감만이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판단하에 나온 행동이었다. 물론 그녀가 그럼에도 계속해서 헤엄을 치려고 한다면 그는 굳이 말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눈으로 쫓았다.
"단시간에 수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일단 이 정도로 해두고... 남은 시간은 물이라도 가볍게 뿌리면서 노는 것이 좋지 않겠어?"
아니면 당장 수영을 해야 하는 이유라도 있어? 그렇게 물어보며 가을은 가만히 팔짱을 끼면서 도림을 빤히 바라봤다.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뭐가 되었건 일단 들어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그는 판단했따.
"그렇게 해. 너무 무리하게 해서 괜히 물을 먹으면 물에 대한 공포증만 늘어나니 말이야."
몇 번이나 이야기하지만 무리하게 수영을 할 필요는 없었다. 당장 수영을 잘해야 할 이유는 없었으며, 조금 느긋하고 편하게 한다고 해서 큰일날 것 또한 없었다. 어느 것이건 한걸음부터 천천히 나아가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그녀가 수긍하고 물을 뿌리고 놀겠다는 말에 가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가 조금 더 넓었다면 더 신나게 놀 수도 있겠지만 여긴 워터파크가 아니라 수영장이었다. 즉, 수영을 하기 위한 장소. 그렇기에 둘이서 신나게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면서 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체력을 기른다라. 확실히..."
그녀의 말에 조용히 수긍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두 손으로 물을 뜬 후에 그는 도림을 향해서 가볍게 뿌렸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진 않았다. 능력을 사용하면 너무 차가울테니까.
"그렇다면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얍! 얍!"
그렇게 몇 번 물을 뿌리던 그는 숨을 꾸욱 참더니 물 속으로 잠수했다. 그녀에게 위치가 발각되지 않으려는 듯, 그는 그 상태에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물 속에 있었던 가을에게는 당연히 밖의 소리가 전달되지 않았다. 물론 아예 안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큰 소리가 아니고서야 물 속까지 전달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일단 숨을 최대한 참으며 가을은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거품이 올라오면 제 위치를 그대로 알려주는 꼴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꾸욱 참고 가만히 그녀의 다리를 바라봤다.
지금 이 상태에서 그녀의 다리를 잡고 가볍게 흔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못 찾는 것 같은데, 여기서 장난을 조금 쳐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짓궂은 표정을 물 속에서 지었다.
살며시 팔을 움직여서 물 속에서 천천히 나아간 후, 가을은 도림의 다리를 약하게 잡았다. 그리고 마치, 물귀신이 잡고 흔드는 것처럼 아주 가볍게 흔들었다. 그녀의 표정이 보이진 않았으나, 어느 정도 추측과 상상은 할 수 있었다.
"......"
침묵 속에서 그는 그녀의 다른 다리도 붙잡았다. 그리고 가볍게 흔들면서 애써 웃음을 참았다. 조금이라도 숨이 튀어나오는 순간, 자신의 위치가 들킬 것이 뻔했기에.
물 속에 있었기에 그녀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은 그에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흠칫 놀란 것은 다리를 잡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 물 속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써 웃음을 참으려고 하며 그는 살며시 물속에서 몸을 작게 움직이며 거리를 두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물 속으로 그녀가 들어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볼을 불룩하게 하면서, 과장되게 빠진 얼굴을 하는 그 모습에 눈에 들어오자 가을은 두 눈을 깜빡이며 살며시 못 본 척 하면서 뒤로 돌려고 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물 속을 나아가려고 했다. 도림에게도 한번 보여준 적이 있었던 잠영 전법으로 살며시 거리를 두려고 한 것이었을까. 허나 빠르게 가진 않았기에 잡으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속도였다.
"......"
어쩌면 가을은 지금 이 순간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잡을지, 아니면 그냥 둘지는 오로지 도림의 선택이었다. 적어도 가을은 먼저 물 밖으로 나올 생각은 없어보였다.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에 가을은 살며시 자신의 몸을 뒤로 빼냈다. 당연하지만 물속에서는 쉽게 잡힐 생각이 그에겐 없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는 도림의 손길을 피할 수 있었다. 왜 자신을 잡으려고 했는진 모르겠지만 잡혀서 좋을 것은 없을테니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슬슬 산소가 부족해진 탓에 가을은 답답함을 느꼈다.
"......"
보글... 보글... 보글...
물거품이 규칙적으로 올라왔다. 슬슬 숨이 막히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그렇기에 가을은 도림의 팔을 뿌리치지 못했고 그대로 잡혔다. 풀어보려고 나름대로 팔을 움직여봤지만 꽉 잡힌 팔, 그리고 호흡이 부족해서 제대로 나오지 않는 힘. 그 모든 요소로 인해 가을은 그녀를 뿌리치지 못하고 잡힌채로 물밖으로 튀어나왔다.
"쿨럭. 쿨럭. 아.... 잡혔네. 생각보다 제법인데? 도림이."
꽉 잡힌 제 팔을 바라보며 가을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면서 조용히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이가 갑자기 다리를 덥썩 잡는 일은 잘 없지 않겠는가. 물론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극히 드문 편이 아니었을까. 특히나 이런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지금은 화가 좀 풀린 것 같아보였기에 그는 다시 입꼬리를 올려 호를 그렸다. 특유의 미소였다.
"아니. 괜찮아. 괜찮아. 자업자득인걸. 그리고 물 먹은 것은 아니니까."
오랫동안 물 속에 있어서 그런 것 뿐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딱히 그녀의 잘못은 없었다. 애초에 물 속에 오랫동안 잠수하고 있었던 그의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지. 그렇기에 그는 괜찮다는 듯이 태연하게 웃어보였다.
"조금만 더 이렇게 물 속에 있다가 슬슬 나갈까? 너무 오래 수영을 해도 지치기 마련이니까."
이 정도면 일단은 어느 정도 수영을 가르쳐준 것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도림을 바라봤다.
/계속 졸리면...병원에 한번 갔다오는 것을 추천할게! 계속 졸린다는 것 자체가 몸이 안 좋은 것일수도 있으니 말이야. 8ㅁ8
안녕! 도림주! 마찬가지로 일상 수고했어! 음. 그리고 도림주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일수도 있지만 이 일댈을 여기까지만 해도 괜찮을까? 도림이라는 캐릭터가 싫은 것은 아니고 이 일댈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처음 이 일댈을 구했을때 내가 가지고 있었던 흥미보다는 조금 떨어지기도 했고... 뭔가 내 속에서 축 늘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이쯤에서 끊는 것이 아무래도 서로 재밌게 즐겼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이번 수영 일상이 끝나면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막레를 쓰고 며칠 조금 더 고민을 해보고 1년 정도 놀았던만큼 조금 더 해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조금 쳐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어서 정말로 미안함을 무릎쓰고 이렇게 레스를 남길게! 8ㅁ8
그래도 도림주와 느긋하게 일상 돌리면서 재밌게 즐겼어! 도림이와 가을이의 티키타카도 재밌었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