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아마도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일단 어떻게든 사태가 정리되어가는 중이었고 가을은 겨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주말을 앞둔 그 날. 학생들은 각각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고, 저지먼트는 일을 하거나 혹은 일이 없어서 집에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가을은 모처럼 집에 와서 침대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공부를 할까 했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겠는가.
한편 제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들어온 톡을 확인했다. 그 내용은 내일 주말인데 시간이 되냐는 물음으로 시작된 같이 수영을 하러 가지 않겠냐는 물음이었다. 가만히 말없이, 문자를 읽다가 슬그머니 얼굴을 내미는 이모티콘의 모습에 가을은 피식 웃었다. 이어 그는 핸드폰을 톡톡 치며 톡을 전송했다.
[딱히 상관없는데. 일정 없거든.] [하지만 이런 것은 전날이 아니라 적어도 2일전에는 얘기해줘.] [아무튼 별 문제 없으니까 갈게.]
그렇게 톡을 빠르게 보낸 후,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하지만 침대에서 떨어지진 않고, 누운 자세에서 앉은 자세로 몸을 바꾸면서 다음 메시지를 보냈다.
당장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에도 수영장이 얼마나 많던가. 그 중에서 한 곳을 오라고 해도 가을로서는 어느 수영장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에게 알려달라고 톡을 보냈다. 이어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후에, 수영복이 있을지를 확인했다. 바다나 워터파크 같은 곳으로 가면, 레쉬가드를 입으면 되지만, 동네 수영장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입는 트랭크스형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 않겠는가.
간만에 수영을 제대로 해볼....까? 아무래도 도림에게 들은 것을 떠올리면 그건 힘들지 않을까 싶었기에 그는 우선 톡으로 온 링크를 확인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가을도 알고 있었다. 자신도 몇 번 간 적이 있긴 했으니까.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
그 와중에 갑자기 수영복 가방을 보여주는 행동에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대체 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귀엽다고 해주면 되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톡을 보냈다.
[귀엽네.] [아무튼 오후 2시면... 1시 30분쯤에는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말 그대로 2시에 바로 시작하자는 의미로 이야기 한 것이었다. 2시쯤에 간다고 했으니, 일단은 그렇게. 하지만 정확한 시간은 그녀의 스케쥴에 맞추겠다는 듯, 그는 다시 톡을 보냈다.
[아니면 원하는 시간이 있으면 얘기해줘.]
/나도 답레를 올릴게! 주말이다! 음. 가을이는 이모티콘을 잘 안 쓰지! ㅋㅋㅋㅋㅋ 가끔 쓸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쓰지는 않을거야. 도림이는 동물 이모티콘 자주 쓰는구나! 귀여울 것 같다!
그다지 이모티콘을 쓰지 않는 자신과는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고 느끼면서 그는 괜히 피식 웃었다. 조금 귀엽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가만히 핸드폰을 바라봤다. 이내 지각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지각한 사람이라니. 자신이 지각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걸까.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텐데.
[늦는 사람을 잘못 말한 것은 아니지?] [난 지각할 일 없으니까 매점에서 라면 사는 일은 없게 너도 늦지 마.]
물론 그녀라고 해서 늦는다는 법은 없었지만, 그래도 굳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었다. 사람은 경우에 따라선 방심하다가 늦을 수도 있지 않는겠는가. 물론 자신이라고 예외는 아니긴 했지만.
[참고로 언제까지...할거다 같은 예상 시간은 있어?]
물론 시간을 정하고 수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 그래도 대충 예상하는 시간이 있을 순 있었기에 그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에게 그렇게 톡을 보냈다.
장미꽃을 놓고 간다는 내용의 글귀와 함께 빛나는 이모티콘이 화면에 뜨자 가을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자신도 조금은 사용해볼까 싶었지만, 뭔가 모르게 어색한 기분이 있었다 .물론 자신도 한 청춘하는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익숙치 않은 것은 거부감이 있었고, 그렇다보니 안 쓰게 되니, 아마 지금 하는 생각이 얼마나 갈진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안 늦겠다는 말에 가을은 혼잣말로 두고보면 알겠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늦지 않는 쪽이 두 사람에게 있어서 더 좋은 일이었기에 그는 깊은 생각을 하진 않았다. 시간 로스가 생겨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는가. 제 시간에, 혹은 제 시간보다 빠르게 시작하면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플러스면 플러스지. 절대로 마이너스는 아니었다.
[별로 상관은 없어.] [딱히 약속도 없고.]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물어본 것이었기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렇게 톡을 보냈다. 이어 그는 제 수영복을 찾기 위해서 천천히 옷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지막 칸을 천천히 열다가 다시 톡을 보냈다.
[그러면 체력이 다 될때까지 하는 걸로 하자.] [그 정도로는 해야 운동도 되고 수영 실력도 늘어.]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이모티콘을 쓸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는지 가을은 그렇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나중에 정말로 한번 생각 정도는 해볼 수도 있겠지만, 생각을 해본다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그 정도로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 톡을 가만히 바라봤다.
[정말로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그 정도로 열심히 하라는 의미야.]
아무리 그래도 체력이 다 떨어져서 걷기도 힘들 정도까지 하면 여러모로 다음날 일에 지장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조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옷장을 뒤적거렸다. 내일 입을 옷도 미리 챙겨두려는 것일까.
그런 와중 다시 핸드폰이 울리자 그는 살며시 톡을 확인했다. 거기에 담겨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마들렌 사진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절로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조금은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만날 위치를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집은 아닐테고... 중간의 어딘가겠지. 딱 그 정도로 그는 일단 파단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건물 주소 링크를 올리고 자신의 집이라고 소개하는 것에 가을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니까, 지금 자신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하는 것일까. 아니, 못 갈 것은 없었다. 위치도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굳이?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보아하니 심심한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야기했다.
[알았어. 갈게. 어차피 가는 길이야 알고 있으니 말이야. 전에 가본 적 있었고.]
물론 가는 명확한 길이 확실하게 생각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주소가 있는 이상 길찾기를 이용하면 길을 잃을 일은 없었다. 그래봐야 학원도시. 결국 같은 지역이 아니겠는가. 쭈욱 기지개를 켜며 그는 우선 그 링크에 적혀있는 주소를 저장했다.
[하지만 맨손으로 가는 것은 좀 그런데 뭐 원하는 거 있어? 먹고 싶은 것이건, 마시고 싶은 것이건.]
그래도 일단 집으로 불러주는건데, 맨손으로 가기는 조금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외출준비를 하며 그녀의 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카라멜 마끼아또를 먹어본 적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역시 편의점보다는 카페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톡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완전히 외출준비를 마친 후에, 그는 이것 또한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듯이 그녀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뜨거운 거? 차가운 거?]
보통은 아이스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혹시 또 모를 일 아니겠는가.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면, 따뜻한 것을 사는 것이 좋겠지. 일단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부터 간 후에, 카페에 들려서 테이크아웃을 하고 나온다면 대충 1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천천히 가면 되겠지. 느긋하게 기다리라고 말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자신에게 톡이 또 날아왔다. 이번엔 퀴즈라더니 가장 좋아하는 색이 뭔지를 묻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카운트다운까지...
"갑자기 또 뭐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화면을 바라보던 그는 우선 답을 하려는 듯, 다시 메세지를 전송했다.
[하얀색] [그런데 이건 왜?]
물론 정말로 하얀색을 제일 좋아하는지는 자신도 알 길이 없었다. 그냥 제일 먼저 떠오른 색을 이야기한 것이었으니까. 이어 그녀에게 [그러는 너는 어떤 색이 좋은데?]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며 그는 온전히 집 밖으로 나섰다.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확실히 달게 먹는다면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것이 잘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능력을 써서 좀 더 많이 차갑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제 손을 봤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이 너무 차갑게 했다가 시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겠는가. 딱히 얼어붙진 않겠지만, 아이스 커피는 말 그대로 적당히 시원해야 제 맛인 법이었다.
[오페라?]
뭐야. 그건? 그런 색이 있었어? 가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중에 한번 검색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집 밖으로 나선 후,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면서도 핸드폰은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색도 있고 먹을 것도 있는 거야? 일단 알았어. 기억해둘게.]
디저트 오페라는 또 뭐야. 역시 디저트를 만드는 이라서 뭔가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는걸까? 조금 도림이 다르게 보인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어 톡을 다시 보냈다.
[어쨌든 나 출발했어. 1시간 정도 뒤에 보자.]
일단 최대한 빨리 가려고 할게. 그렇게 톡을 보낸 후에, 그는 일단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앞으로 걸어가면서 톡을 보면 전봇대나 다른 사람과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니까.
분홍색 아닌가? 그게 가을의 첫 인상이었다. 이런 것을 굳이 오페라색으로 칭한다고? 역시 색에는 별별 종류가 다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기억은 해둘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막 들어온 사진을 따로 저장했다.
[알겠어. 느긋하게 기다려.]
일단 그렇게 톡을 보낸 후, 그는 다시 온전히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아할 차례였다. 어쨌든 거리가 조금 있고, 중간에 카페도 있으니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렇게 그는 제 기억을 떠올리며 일단 버스에 탑승했다. 걸어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테니까.
중간 중간, 핸드폰을 이용해 네비게이션을 확인하기도 하고, 근처에 뭐가 있는지 파악하기도 하며 그는 버스에서 내린 후에, 카페에 들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테이크아웃이죠? 그렇게 묻는 것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며시 몸을 치웠다.
조금 기다리자, 포장된 카라멜 마끼아또가 나왔고 그는 그것을 집어든 후에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조금 더 차갑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가는 도중에 얼음이 녹거나 하진 않겠지. 그렇게 계산하며 그는 다시 길거리를 천천히 걸었고,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도 분명히 이렇게 갔던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어느 순간, 일직선으로 쭉 가기만 하면 되는 길목에 들어섰다.
[거의 다 왔어. 10분 내로 도착해]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며 가을은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그녀에게 줄 마끼아또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무의식 중에 손에 힘을 주며.
/1월 1일까지는 겨울 휴가를 만끽하는 가을주의 등장이야! 도림주도 오늘 하루 좋은 하루 되길 바라!
적어도 건물 앞으로 마중을 나올 생각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건물에 도착하면 얘기를 하라는 것인지. 일단은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한번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며, 이내 그는 건물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톡을 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괜히 숨을 후우 내뱉었다.
[도착했어. 내려와. 아니면 내가 올라가?]
일단은 멋대로 집으로 가기보다는 여기서 멈춰서서 허락을 구하고, 의사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가 이번에 내놓은 '신중한 답'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떤 경우에도 대처가 가능했으니까.
손에 쥔 컵의 냉기를 살며시 조절하며 그는 슬슬 자신의 능력을 해제했다. 언제까지나 차갑게 해두면 먹을때 정말로 이가 시릴테니까. 얼음이 녹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가만히 핸드폰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끼아또 사왔어. 얼음 안 녹게 내 능력으로 차가운 기운을 보존시켰으니까 아마 시원할거야]
잠시 조용히 기다리면서 그는 주변 풍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한적한 것이 나름대로 살기는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절로 고개를 위아래로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는 와중, 문이 열리고 도림이 내려오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는 살며시 오른손을 들고 천천히 그녀를 향해 흔들었다.
"아니. 방금 왔어. 어쨌든 여기."
이어 그는 부탁받았던 마끼아또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아마 잡으면 상당히 시원함이 아직 컵에 남아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능력으로 얼음이 녹지도 않았기 때문에, 얼음이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자신에게 주는 쇼핑백을 바라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이래서 좋아하는 색을 물었던 것일까. 그 내용물을 확인하며, 특히 하얀색 상자와 하얀색 리본을 확인하며 그는 못말린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할 것은 없었는데. 아무튼 고마워. 잘 먹을게. 응. 고마워."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이건 집에 가서 먹으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럼 맛있게 잘 먹어. ...아마 금방 녹진 않을거야. 능력으로 시원하게 해뒀으니까. 너무 차가우면 네 능력으로 조금 뜨겁게 해서 먹어."
맙소사. 돌아오니까 이게 무슨 픽크루?! 귀여운 두 캐릭터로구나!! (야광봉) 만든다고 고생했어! 도림주!! 앗...도림이는 알프스쪽인가! 확실히 거기 만년설은 예쁘지!! 필란드도 눈 내리면 되게 예쁘다는데! 그래서 가을이는 가고 싶은건데 도림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