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타격도 안 오던 메이사의 매도에 오늘만큼은 한마디 한마디 타격을 입는다. 정말 장을 뒤흔드는 대량 매도가 아닐 수 없다. 녀석, 많은 일을 거치더니 공격력만 늘어났구나...
[불쌍하니까 메이사가 죽을 때까지 키워줄게~❤️] "진짜?!"
나도 모르게 솔깃했으나, 혼활누적대미지를 거둬내고 보면... 뭐랄까, 응...
"아... 미안, 프로키온 너는 좀 못미덥달까. 내 인생을 죽을 때까지 저당잡히기엔 뭐랄까, 내 인생 전당포에 맡길 거 같고. 좀 무서운데."
라고 역으로 오스가키 매도를 날려버렸다. 아, 근데 약간은 진심이다. 내 인생을 전당포에 맡겨버릴 거 같단 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당장은 이렇게나 신뢰가 부족한 게, 임시담당이라는 건가.
그런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어느새 도쿄. 동경의 도시 도쿄구나. 묘하게 그리운 느낌과 함께 열차에서 내리면, 승강장 저 멀리로 뚜렷이 보이는 어느 큰 건물부지가 있다.
"저게 중앙이구나..."
사진으로는 봤어도 실제로 보니 또 크기가 상당하달까. 거리를 감안해도 이거 얼마나 큰 거냐. 구글맵을 켜면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세레브의 부지가 드러난다. ...그렇게 약간은 헤매고, 약간은 걷고, 그러고 난 후. 우리는 거대한 중앙의 교문에 도착해서, <가족견학단> 명찰을 목에 건 채로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었다.
"진짜일리가 없잖아~❤️ 학생이 키워준다는 말에 바로 혹하는거 개웃겨❤️" "그보다 뒤에 그 말은 뭐야! 애초에 전당포에서 받아주지도 않을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런 말이나 하니까 매번 혼활 실패하지!"
아니 잘 놀리다가 왜 또 여기서 삐끗하는거지!? 내가 함부로 남의 인생을 전당포에 맡기겠냐고! 애초에 맡길 수 있는거냐고?? 마음같아선 진심 데코핀이라도 먹이고 싶지만, 오늘은 도시락의 은혜가 있으니 참아주지... 대신 볼을 가득 부풀리고 도시락통을 정리했다. 도시락 통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좀 크다고? 착각이겠지.
아무튼,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도쿄에 도착했다. 누가 봐도 '저 도쿄 처음 와 봐요'하는 느낌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열차에서 내린다. 와, 우와. 여기가 도쿄, 여기가 중앙...
"굉장해- 엄청나다!!"
중간에 좀 헤매는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중앙 트레센에 도착했다. 굉장해. 부지 엄청 넓어. 츠나센은 비교도 안 되잖아...
"—트랙!! 나 트랙부터 보고 싶어!!"
어디부터 볼래?라는 물음에 바로 튀어나온 답은 트랙이었다. 중앙의 우마무스메들이 뛰는 거, 보고 싶기도 하고. 아- 그나저나 지금은 누가 봐도 견학와서 들뜬 꼬맹이로 보이겠네. 뭐 어때. 실제로 들뜬 거 맞으니까.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닌가. 저쪽에서 손을 내밀었어도 내가 쳐냈다면 지금의 관계는 없었을테니까. ...아니, 뭔가... 서로 의미하는 말이 다른 느낌이 드는데. 니시카타 트레이너가 아니라 몬다이를 골라서 다행이란 뜻인가? ...과대해석일지도 모르는 말은 지금은 꺼내고 싶지 않았다. 뭐랄까- 착각하고 있는거라면 좀 부끄럽기도 하고.
"오케~ 둘한테는 내가 전해둘게. 후히히, 이왕 이렇게 된 거 각자 간식도 하나씩 챙겨오기로 할까." "밤에 먹으면 몸엔 안 좋겠지만, 별을 보면서 먹는 건 또 각별한 맛이 있으니까."
희미한 미소가 걸린 레이니의 얼굴을 본다. 으음, 이건 얼른 돌아가서 찬물로 세수하지 않으면 내일 엄청나게 부어버리는 녀석인데...
"호오, 트레이너까지 끌어들여서... 하긴, 우리끼리 나갔다가 걸리는 것보다 한 명이라도 어른이 있으면 좀 나을까. 농담치고 꽤 괜찮은 아이디어인데. 포섭할 사람은 있어? 혹시 우마그린~? 아, 아니면 몬다이도 괜찮을라나? 조용히 동참한단 이미지로는 히로카미 트레이너도 괜찮을지도."
거기까지 말하고서는 슬쩍 몸을 일으켰다. 그래, 어느 정도는 정해졌으니 이제 레이니가 얼굴을 씻으러 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는게 좋겠지.
"그럼 자세한건 우마톡으로 얘기할까. 이제 슬슬 달리러 갈까 하고. 레이니는? 더 있을래?"
렛츠 고 유레카를 필두로 한 몇 명의 갸루무스메들이 달라붙어해 준, 옅은 화장. 화려한 꽃무늬가 수놓아진, 하늘색의 기모노. 그와 대비되는 어두운 표정. 레이니・왈츠는, 이미 해가 져 어둑한 츠나센의 정문 앞에서, 다이고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은, 다이고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 정말로 두려웠다. 다이고라면, 당연히 알겠다는 답장을 보내고, 데리러 와 줄 테니까. 그럴, 가치조차 없는 우마무스메에게. 어쩌면, 기뻐하면서까지. ...지금이라도 502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레이니는 불안함에 꼬리를 좌우로 계속해서 흔든다. 그 움직임은, 다이고가 도착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멈출 것이다.
우왓, 역시 작아도 우마무스메라고 트랙부터 찾는구나. 그럼 일단 실내트랙부터 가볼까... 그렇게, 적당히 내 편의대로 먼저 이끌었다. "여기가 제일 가까운 트랙이래" 하면서. 그치만 실외는 가장 마지막에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이 낮이니까 여기 저기 구석구석 둘러보고 나면... 딱 좋은 느낌이 될 것 같았거든.
일단 실내 트랙. 잘 관리된 보송보송한 잔디는 우마무스메들이 몸싸움을 하다 뒹굴어도 괜찮을만큼 부드럽고, 그 위에서 바쁘게 오며가며 순발력 훈련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보인다. 훈련 중심의 공간인지 여러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들이 바쁘게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그리고 여기는 우마무스메 전용 짐이라는데."
츠나센도 우마무스메에겐 돈을 아끼지 않기에 큰 차이는 없지만, 자세히보면 조금 더 편리하게 되어있고, 갯수가 몇 개 더 많은 짐. 누군가는 승부복 초안을 걸치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다. 훅 훅, 300kg 짜리 덤벨을 들어올리는 무스메들은 몸싸움으로 어디 가서 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여긴 스태미나 훈련용 수영장. 저쪽으로 나뉜 풀은 자유롭게 쓰는 곳인가봐."
"그리고 여기는 사이버지식정보방...이라고 되어있는데. 역대 우마무스메 경주 기록을 열람... 뭐 그런 데래."
"여긴 도서관이고 히또미미 책들도 다수 보유하여 문무를 겸비한 우무무스메를..."
"여긴 카페테리아고 커피가 무제한 리필, 무려 히또미미에게도...?! 최고구만!"
"여긴 별관..." "여긴 ..." "..."
그리고 대망의 실외트랙. 건물 안을 휘저어가며 통로에 통로에 통로를 거듭해 다니다, 정문으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큰 더트 운동장과 출발선에서 몸을 푸는 우마무스메들. 훈련 경기라도 하는 모양인지 상당히 본격적이다.
그리고 출발. 건강하게 땅을 박차는 무스메와 치열하게 눈으로 좇는 트레이너. 다음은 자기 차례라는 듯 몸을 풀기 시작하는 녀석과 저 멀리에서 들리는 기합소리. 오렌지빛으로 물든 하늘과, 강렬한 노을처럼 전심전력을 태우는 중앙의 우마무스메들.
"...중앙은 이런 곳이래."
"그리고 난 네가 츠나센에서 달릴 때도, 여길 떠올리면서 달렸으면 했어." "내가 처음 도쿄의 경기장에 왔을 때 뭐랄까, 충격을 받았었거든. 개안이라고 해야 하나. 그 때 이후로 좀 더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하게 됐던 때가 있었어." "그래서 메이사... 너도 좀 더 넓은 곳을 보면 느낌이 달라지지 않을까 했지."
"오늘 노점상은 꽤.." 그러니까. 혼자서 축제를 돌아보는 것은 불편하지 않다. 노점상에서 몇가지 달각달각거리는 것을 들어봅니다. 이건 재질이.... 라고 생각하다가. 잠깐 텀블러에 들어있는 물을 홀짝입니다. 그러다가 저스트 러브 미를 발견한 듯 눈가를 움찔거립니다. 그러고보니 축제날인데도 할당된 트레이닝을 하고 헤어졌었지.
마츠리에 같이 갈 사람이 없어도 괜찮다! 그야, 저스트 러브 미는 씩씩하니까. 옅은 분홍색 유카타에, 머리는 반묶음 해서 나름 기분을 내봤다. 딸기 시럽이 뿌려진 카키고오리는 그의 오른손에 들려있었다. 트레이닝 후 개운하게 씻고 내려온 축제는, 꽤 즐거워보였다. 그래서인지 씩씩할 것만 같은 기분도 조금은 누그러져서,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쯤에,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스치는 것이었다.
"ー아, 트레이너 씨다!"
사람 많은 곳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보면 괜히 반갑다. 손을 흔들며 당신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늘도 마츠리는 열리지만, 과연 갈 만한 이유가 있을까. 그냥 집에서 푹 쉴까? 먹을 거 정도만 사 오고 누워 있을까.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아 화면이 새카맣게 꺼져 있는 휴대폰을 쳐다보던 다이고는 1인용 소파에 기대서 천장을 쳐다보았다. 아니, 사실은 아무것도 안 보고 있다, 멍하니 앉아서, 오늘도 연락이 없으면 내 쪽에서 먼저 해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휴대폰의 진동소리가 들리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휴대폰을 낚아챘다.
[ 물론이지 ] [ 바로 갈게 ]
어두워진 길을 달린다. 바이크를 아직 못 고치기도 했고, 차려입고 타기에도 불편했기에 근처에서 스쿠터를 빌려 탄 채로 골목을 빠져나간다. 그렇기 얼마간 달리다 보니 츠나센의 정문 가까이 도착했고, 그 자리에 서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늘색 바탕에 화려한 꽃무늬가 수놓아진 기모노를 입은, 옥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 다이고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도 되는 거리까지 와서야 속도를 줄이며 마침내 멈춰 섰다.
"많이 기다렸어? 바로 준비한다고 하긴 했는데..."
헬멧을 벗어 앞에 걸어두고는 스쿠터에서 내려, 이 때를 준비하며 고민했을 소녀를 위해 활짝 웃어 본다.
"나도 의외였다고 생각해." "그래도 그거 반은 맞았어. 사실 나도 몬다이한테 부탁해보려고 하긴 했었거든. 뭐... 그래도 좀 느긋하게 할 생각이긴 했지만."
뭐 좀 정리가 되면 그때 하려고 했지만, 어쩌다보니 예상보다 빠르게 되었다고 할까. 아무튼 어깨를 으쓱하다가 간식 이야기에 잠시 고민했다. 으음, 어쩔까나...
"뭐, 겹치면 겹치는대로 재밌을거고. 일단 블라인드로 하자. 윽, 어쩐지 사-미가 생각나는 말인걸... 둘이 의외로 잘 맞을지도." "음~ 하긴 우마그린 의외로 그런 면이 있지. 몬다이는... 확실히 마-사바랑 붙으면 소란스러울거고. 맞아. 팀 시노비였나? 그럼 러브 쨩도 초대하자! 후후, 인원이 많아지니 기대되네."
우와, 점점 인원도 많아지고 계획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여름의 추억으로 남을 걸 생각하면, 조금 북적이고 스케일이 큰 쪽이 좋을지도 모르지.
"그래. 너무 늦게 들어가진 말고. 그럼 나중에 보자~"
바이바이-! 하고 크게 손을 흔들고 천천히 속도를 올려 뛰어간다. 점점 벤치에서, 레이니에게서 멀어지며 문득 생각했다. .....결국 물어보진 못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잘 해결되면 좋을텐데.
/홀홀 막레입니다~ 어쩌다보니 여름합숙? 천체관측?모임 계획이 생겼다! 너무 기대되는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레이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