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다이라고 부르는 걸 윤허한다는 말에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에~ 알았다고는 했지만 몬다이라고 부르겠다고 약속은 안 했는데~? 그나저나, 스펙이 넉넉하다라... 하지만 나니와 강적이고, 스트라토랑 사미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인데... 초조해하는 마음을 꿰뚫기라도 하듯 여행을 즐기라는 말이 들려온다. 하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뭐, 어쩔 수 없나.
"응? 아~ 아침을 안 먹으면 더 잘 수 있는데 왜 아침을 먹어야하지? 농담이고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나서 안 먹었어. 평소에는 간단하게 먹기는 하는데."
아침에 좀 더 자고 밤에는 좀 더 놀고싶은 타입이라. 아침은 사실 최대한 간단하게. 오늘처럼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잔 날엔 그냥 거르기도 한다. 창가에 턱을 괴고 창밖으로 시선을 주고 있지만, 사실은 창에 비치고 있는-짐을 열심히 뒤지고 있는 몬다이를 보고 있었다. 뭘 하는 걸까, 두고 온 물건이라도 있나?
하긴, 요리대회때도 아저씨가 만든 밥은 맛있었지. 경쟁자도 물론 많았지만? 아무튼 그때랑은 다르게 이번에는 브런치라고 할지, 양식에 가까운 메뉴들이다. 어쨌든 맛있어 보인다. 우와아아...
"후헤헤, 잘 먹을게 몬다이!! 에~ 많이 뺏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카페테리아에서 배 채운 다음에 정말 쪼금만 맛보기로 몇 개만 달라고 할 생각이었는걸."
이건 진짜야! 진짜로 배고플때 뺏으면 우마그린도 몬다이도 그 날 도시락을 전부 약탈당하고 말테니까(...). 미리 배를 좀 채우고 정말 맛만 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뭐, 이렇게 따로 준다면 한번 정도는 더 생각해보는 걸로 하겠어. 무지성으로 베이컨 야채말이로 돌격하려던 손을 애써서 샐러드 쪽으로 돌린다. 샐러드부터 먼저 먹는 편이 좋다고 했던가. 아, 이거 사과드레싱이다. 과일도 있어... 맛있다.
"요리대회에서도 아저씨 엄청 요리 잘하더니, 진짜 실력이었구나... 이런 실력이 있는데 왜 매번 혼활 실패하는거야?"
순수한 의문을 표하면서 이번엔 베이컨 야채말이를 한 입. 아~ 이 베이컨 딱 좋게 구워졌군. 맛있다...
아, 물론 나는 제대로 된 에키벤 시킬 거니까 (웃음) 하며, 전성기 때는 식단 때문에 엄두도 못 냈던 에키벤을 옆에서 냠냠 뇸뇸 먹는다. 그러다보면 예민한 질문이 옆구리를 찔러온다. 나는 누가 봐도 '아, 저 그거 크리티컬 약점이니까요. 때리면 데미지 2배 들어갑니다.' 하는 것처럼 크게 움찔해버렸다.
이, 이 갸루무스메녀석들 얼마나 남의 혼활에 대해서 떠들고 다니는 거야아악...!!!!!! 아, 진짜! 사람 쪽팔리게 진짜! 야! 너네! 담당한테 혼활지적듣는게얼마나쪽팔린지 알아!!
".........................그, 크흠, 어흠, 크허험! 그, 그그 그건 말이다. 나의 숨겨진 매력을 다들 몰라줘서 그런, 뭐, 하... 그런 게 아닐까. 희망을 품고는 있는데... 몰라. 누나 말로는 내가 싸가지가 좀 없대."
물론 나도 납득하는 패인은 있었다. 상대편의 코털이 빠져나온 게 너무 신경쓰여서 "아, 코털가위 필요하신가요?" 했다가 밥이 나오기도 전에 퇴짜를 맞은 거라던가. 그거야 그렇지만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이거다...
취미에다가 우마무스메 분석노트 정리를 말하면 안된다는 것도 이젠 대충 알겠는데, 그래서 어느 포인트가 크리티컬하게 비호감인지.
"...메이사아..." "나 그렇게 늙었냐................"
아, 오랜만에 삽질하게 된다... 혼활이라는 금지된 화두를 꺼내지고 나니까 좀 머리가 아프다. 사바캔 끝나고는 다시 선자리도 나가야할텐데 진짜 ㄹㅇ 개 막 막 합니다.
어라, 크리티컬이었나. 엄청 크게 움찔한 몬다이를 보고 오리로스구이를 먹는다. 오오, 맛있다. 그보다 에키벤 언제 산 거야?
"에~ 혼활 나가서 대체 무슨 말을 하길래 그런 평가가 나오는거야❤️ 허접❤️"
하긴. 나야 뭐 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아는데, 그걸 알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는게 문제지. 내 때도 그랬잖아. 머리에 발차기 넣고 병문안가는 일이 없었으면 그냥 노숙자 희망 술냄새 담배냄새 나는 아저씨로 끝났을걸.
하지만? 어째선지 꺼내면 안 되는 화제를 꺼내버린 느낌이 들기 시작해서. 그리고 까딱하면 이 도시락 전부 압수당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서(?) 적당히 하고(아예 안 하지는 않는다) 조용히 도시락을 비워가다가 몬다이의 질문에 잠시 멈췄다. 으음.... 늙은 건 맞지.. 아저씨 우마그린보다 늙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