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벌써 날이 어둡다, 오늘이 지나더라도 마츠리가 끝나는 건 아니니 그게 아쉽지는 않지만. 결국 대부분을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운 밤이다. 이대로 밤을 샐 수도 있겠지만 점포들도 내일을 위해 문을 닫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기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혼자서는 더욱.
물론 정말 외롭게 혼자 있느냐면 그건 아니다. 츠나지의 아이들에게 다이고는 꽤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얼마 전에 츠나지에서 시연했던 특촬 연극을 좋아하는 아이들인 모양, 조잡하긴 하지만 구색은 갖춘 라이더 가면을 들고 있거나 쓰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서 인사도 해 주고, 겸사겸사 그 역시 가면을 하나 사 머리에 걸쳐 뒀다. 장을 보러 다니느라 얼굴을 익힌 아주머니들께서 인사를 해 오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던 차에, 덤으로 받은 타코야키를 든 채 걸어다니던 다이고는 히토미미 사이에 있는 우마무스메 한 명을 발견했다.
단순히 우마무스메 한 명이라면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았겠으나, 저 우마무스메는 덩치가 상당해서. 순간적으로 얼마 전에 본 경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 때 분명히 위압감을 내뿜던 우마무스메... 기억하기로는 햐쿠모 트레이너의 담당이다.
가볍게 산책 겸 달리려고 찾은 와타노하라 국립공원이지만, 일단 뛰기보단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아니이~ 워밍업이라고 할까, 매일 학교 집 학교 집 가끔 해변 이렇게만 다니다가 오랜만에 공원을 찾으니 감회가 새로워서 그렇다고 할까. 새롭다고 해봐야 어차피 근처니까 새로울 것도 없지만. 아직 하늘은 어둡지도 않은데,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슬슬 여름, 밝은 별들이 많이 떠오를 시기다. 봄의 밤하늘도 좋지만 여름과 겨울처럼 별을 보기 좋은 계절도 없지.
"흐음~ 나도 캠핑의자를 사두는 게 좋을까..."
해변에서 유키무라가 썼던 접이식 의자라던가, 좋아보였는데 말이지. 돗자리 펴서 앉는 것보다 그쪽이 별을 보기 더 편할 것 같고. 지금은 일단 접이식 의자 대신 벤치에라도 잠시 앉을까. 조금 걷다가 적당한 벤치를 찾아 앉는다.
"....어라, 레이니?"
잠시 시선을 허공에 두면서 이런저런-캠핑장은 집 근처에 있으면 의외로 안 가게 된단 말이지 같은 쓸데없는-생각을 하다가 문득 시야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시선을 돌렸겠지만, 옥색 머리카락을 한 그 아이는 절대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쪽인가 하면, 가까운듯 먼듯한, 그래도 '아는 사람'이자 같은 팀원이었던 아이.
"산책하러 왔어? 아, 옆에 앉을래?"
그러니 밖에서 마주쳐도 말 정도는 걸 수 있는 사이겠지. 옆에 앉는 걸 권해도 될 상대고. 레이니가 앉기 편하게 살짝, 옆으로 자리를 비켜준다. 안 앉는다면 뭐... 그래도 상관없고.
다이고의 집에서 도망쳐나와 가까스로 츠나센의 기숙사로 도착한 레이니는, 곧바로 502호로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조금 정정하자. 502호로 차마 들어갈 수 없었다. 차가운 문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서있는거 밖에는 할 수 없었으니까. 얼굴이 엉망이라는 것 정도는,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서, 레이니는 한동안 그렇게 방문을 여는 것을 망설이다... 결국, 기숙사를 다시 나와, 자신만의 아늑한 안식처로 향하는 것을 선택했다. 기숙사를 나가려고 하자, 어째서인진 알 수 없는 사감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대꾸조차 하지 못한채로, 그녀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재촉해, 와타노하라 공원으로 향했다.
그래서 온 와타노하라 공원에는, 예상치 못한 손님이 먼저 와 있었다. 비척비척, 산책길을 걸어가던 레이니・왈츠는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
메이사양. 아는 사람에게 엉망이 된 얼굴을 보이기가 어쩐지 그래서, 황급히 옥색의 머리카락을 잡아 볼을 감싼다. ...그렇다고 달라지는건 없어서, 곧 그만뒀지만.
“응. 산책. 산책하러, 왔어.”
상대가 이미 말을 걸었는데, 돌아갈 수도 없는지라, 레이니는 어쩔 수 없이 메이사가 앉은 벤치로 다가가 옆자리를 차지한다.
“...담당, 바뀌었다면서. 미스 니시카타에게, 들었어. 이제 같은 팀이 아니네... 그래도, 같이 별은 보러 가는거지? 팀이랑은, 상관 없으니까...”
어떤 말이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리다 그렇게 두서없는 이야기가 던져진다.
방금 먹은 철판 구이는 엄청 맛있기는 했지만 말이야. 챌린지라는 점에서 오히려 돈은 벌고 오기도 했고. 타코야끼인가... 최근에 안먹었었지... 오사카 사람들은 집에 기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던데 언그레이 데이즈같은 녀석도 그런건가? 다음에 재료값주고 부탁이나 한 번 해봐야겠다.
"멋있기는, 어지간한 좌판이 나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잖아."
"거기서 형광등같은게 비추면 어떻겠어."
그래, 역광때문이다. 안그래도 커다란 사람이 있는것도 무서운데 웃는다고 웃어도 빛때문에 아무래도 어두워보이는 인상이 된 모양이었다. 몇 명정도는 목마해달라고 달려들기도 해서 좀 괜찮기는 했지만 말이야. 그냥 지나가는 것 만으로 애들을 울리는 기분은 아무도 모를걸
"...혹시나 하는건데 나 학생이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은데 그쪽인건가 싶어서 일단 그대로 커트해두었다. 모르는 사람한테 갑자기 말을 거는 사람은 그런 쪽이 많다고 어딘가의 만화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단 말이다.
...얼굴, 어쩐지 엉망이던데.. 무슨 일이 있던거지? 괜히 말을 걸었나? 혼자 있게 둬야했나?? 살짝 걱정이 됐지만 그래도, 옆자리에 와서 앉아주는 걸 보니 그건 또 아닌가. 아까까진 쓸데없는 생각으로 가득찼던 머리가 이제는 걱정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렇구나~ 여기 산책로 잘 되어있으니까." "응? 아... 맞다.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두서없는 이야기에 또 다시 자신의 실수를 통감한다. 큭, 우마그린한테는 늦게라도 말했지만, 레이니한테 말하는 건 또 잊고 있었네. 우마톡으로라도 연락했어야 했는데.
"별은 당연히 같이 보러 가야지. 약속했었잖아. 그리고 그건 팀이랑은 상관없으니까."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보러 갈 수 있는 걸. 참, 별 보러 갈때 쓸 접이식 의자를 살까 생각중인데, 혹시 아는 브랜드라던가 있어? 아니면 이런 걸로 사면 좋겠다던가."
상대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니까, 굳이 머리카락으로 가릴 정도의 얼굴이라던가, 무슨 일이 있었냐던가 하는 건 묻지 않았다. 대신이라고 할 건 아니지만, 불안해보이니까..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게 좋겠지 싶어서. 접이식 의자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꺼내본다. 하는 김에 별도.
"레이니도 같이 쓸테니까, 의견은 언제든 환영이야. 참, 겨울 되기 전에도 가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 줘. 여름도 별은 잘 보이니까. 대삼각형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