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95 혹시나 해서 연노랑빛 유카타에 분홍색 오비로 갈아입고 왔는데, 아니나다를까 역시 갈아입고 오기 잘 한 것 같다. 오늘의 미즈호와 코우는 거의 시밀러룩 수준으로 맞춰입고 온 것이나 다름 없다. 베시시 웃으며 코우에게 아메링고를 건네며 미즈호는 그대로 품에 안기려 하였다.
"어서오세요, 코우 씨.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
많이 기다리지는 않은 듯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미즈호는 자연스레 손을 잡으려 하며 코우에게 어디로 갈 건지 물으려 하였다....
"자아, 코우 씨. 슬슬 헤가 져 갈 무렵이기도 한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가판대부터 둘러보러 가보시겠어요? "
>>0 마츠리의 밤은 유난히 길다. 방금 막 저스트 러브 미의 트레이너와 헤어지고 난 뒤에도 묘하게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아 거닐기를 한시간. 해는 완전히 저물었지만 마을의 사람들은 더욱 활기를 띄고 있었다. 뭐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아니 사실 기분은 좀 나쁘다. 길 잃은 어린애 부모를 찾아줬더니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지를 않나 정당하게 승부해서 받은 돈이 그대로 마치 거품처럼 사라지지않나... 마츠리라는 것은 어쩌면 그런 억까에도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닐까.
"후우..."
사람이 많아서인지 걸어다니는 것 뿐이었는데도 금방 지쳐버렸다. ...애 겁 안준다고 산 이 싸구려 라이더 가면때문인가. 아무튼. 벤치에 앉아 미리 사둔 아게모찌를 맛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124 벌써 날이 어둡다, 오늘이 지나더라도 마츠리가 끝나는 건 아니니 그게 아쉽지는 않지만. 결국 대부분을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운 밤이다. 이대로 밤을 샐 수도 있겠지만 점포들도 내일을 위해 문을 닫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기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혼자서는 더욱.
물론 정말 외롭게 혼자 있느냐면 그건 아니다. 츠나지의 아이들에게 다이고는 꽤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얼마 전에 츠나지에서 시연했던 특촬 연극을 좋아하는 아이들인 모양, 조잡하긴 하지만 구색은 갖춘 라이더 가면을 들고 있거나 쓰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서 인사도 해 주고, 겸사겸사 그 역시 가면을 하나 사 머리에 걸쳐 뒀다. 장을 보러 다니느라 얼굴을 익힌 아주머니들께서 인사를 해 오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던 차에, 덤으로 받은 타코야키를 든 채 걸어다니던 다이고는 히토미미 사이에 있는 우마무스메 한 명을 발견했다.
단순히 우마무스메 한 명이라면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았겠으나, 저 우마무스메는 덩치가 상당해서. 순간적으로 얼마 전에 본 경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 때 분명히 위압감을 내뿜던 우마무스메... 기억하기로는 햐쿠모 트레이너의 담당이다.
가볍게 산책 겸 달리려고 찾은 와타노하라 국립공원이지만, 일단 뛰기보단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아니이~ 워밍업이라고 할까, 매일 학교 집 학교 집 가끔 해변 이렇게만 다니다가 오랜만에 공원을 찾으니 감회가 새로워서 그렇다고 할까. 새롭다고 해봐야 어차피 근처니까 새로울 것도 없지만. 아직 하늘은 어둡지도 않은데,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슬슬 여름, 밝은 별들이 많이 떠오를 시기다. 봄의 밤하늘도 좋지만 여름과 겨울처럼 별을 보기 좋은 계절도 없지.
"흐음~ 나도 캠핑의자를 사두는 게 좋을까..."
해변에서 유키무라가 썼던 접이식 의자라던가, 좋아보였는데 말이지. 돗자리 펴서 앉는 것보다 그쪽이 별을 보기 더 편할 것 같고. 지금은 일단 접이식 의자 대신 벤치에라도 잠시 앉을까. 조금 걷다가 적당한 벤치를 찾아 앉는다.
"....어라, 레이니?"
잠시 시선을 허공에 두면서 이런저런-캠핑장은 집 근처에 있으면 의외로 안 가게 된단 말이지 같은 쓸데없는-생각을 하다가 문득 시야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시선을 돌렸겠지만, 옥색 머리카락을 한 그 아이는 절대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쪽인가 하면, 가까운듯 먼듯한, 그래도 '아는 사람'이자 같은 팀원이었던 아이.
"산책하러 왔어? 아, 옆에 앉을래?"
그러니 밖에서 마주쳐도 말 정도는 걸 수 있는 사이겠지. 옆에 앉는 걸 권해도 될 상대고. 레이니가 앉기 편하게 살짝, 옆으로 자리를 비켜준다. 안 앉는다면 뭐... 그래도 상관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