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안고 간 걸 생각하면... 뭔가 이유가 있긴 하겠거니 하고 넘긴다. 레이니가 의도한 게 뭔지는 정확히 몰랐으니까.
"그랬구나, 힘냈는데 결과가 그래서 아쉬웠겠네." "인형 말이지, 응, 잘 받았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두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집에 가면 보게 될 걸. 열쇠를 받아들고 문을 연 레이니가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간다. 다이고는 그 뒤를 따라 현관으로 발을 내딛다가 자신을 돌아보는 레이니와 눈을 마주치곤, 그 입모양을 따라 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어... 음." "응, 다녀왔어."
차마 호칭은 못 붙이겠다. 입을 가리고 있다가 천천히 떼며, 레이니에게 맞춰 다녀왔다고 이야기한 다이고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레이니의 등을 슬슬 밀었다. 얼른 들어가.
자 그럼 일단은 간단하게라도 적어볼게요, 재미로 봐주십쇼 만약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파국이라면 히다이가 있을 경우 메이사가 화내기 전에 히다이가 화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히다이 본인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되다 만 어른이지만 최근 니시카타를 보면서 과거 자신의 치기어린 시절을 보는 느낌이 있었더랬죠 그 때는 간신히 화를 내려는 걸 참았지만 이번에는 아마 못 참지 않을까 이것도 참으면 히다이는 열반에 들 것
그리고 저는 긴상이 평소에 글러먹은 것처럼 지내다가 가끔 진지해지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런 모습 때문에 긴상 팬 하지 즉 히다이의 진심모드를 잠깐이지만 볼 수 있을지도 몰?루요 그저 지나가는 길 중 하나라지만 막상 그냥 지나치면 편안할 때에 지나치지 못하는 그 모습을 지금은 임시로 묶여있긴 하지만, 그리고 책임감이 무거워지는걸 싫어하는 히다이라지만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고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또 충실한 편인 것 같아서... 미즈호의 말로 인해 메이사가 타격을 입는다고 생각하면 아마 화를 많이 내겠죠, 여러 이유로.
그러니까, 사바캔 이후 메이사의 대기실(대기실에서 만난다면)에는 어른 한 명과 아이 둘이 있는 셈이 됩니다. 여기서 어른이 누군지는 말하지 않겠어요 왜냐면 미즈호와 히다이 둘 다 감정이 폭발할 때 오히려 메이사는 침착해질 것 같거든 메이사는 예상치 못한 일에 쉽게 패닉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임계 내에서지, 임계점을 넘어선 상황에서는 이성적으로 변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니까 멘탈이 깨지면 굉장히 이성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사실 가장 두려운 점은 이 상황에서도 미즈호는 자신의 내면에서 오는 감정적 변화를 '이성적 판단'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본 모습은 그렇네요.
그러니까 사바캔 이후 미팅은 메이사에게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트레이너들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정신적으로 몰릴 수도 있는 위기 히다이에게는 여전히 미숙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든 하고 말겠다는 책임감의 강화 혹은 포기와 탈출의 기로 미즈호에게는 쌓아온 내면의 비틀림이 풀리기 시작하는 계기 혹은 더욱 단단하게 꼬여 뒤틀릴 것이라는 선고
일지도 모른다 이겁니다 막상 써놓고 보니 그다지 대단한 내용은 아니네요 생각난 대로 쓴 아무말이고
위치는 어디일까, 일단 트레이너실에는 두지 않았다... 라기보다는 계속 위치가 바뀐다. 이유는 아마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밀고 있지만 여전히 느릿한 움직임으로 안으로 들어간 레이니가 손을 씻으러 간 사이, 다이고는 부엌 쪽으로 가 자신도 손을 씻었다. 잠시 덮어 뒀던 새우튀김, 다행히 아직 식지는 않았다. 기름 쪽도 멀쩡해서, 가스불을 켜두고 새우를 덮었던 키친타올을 치우는 등 다이고가 준비를 하는 동안 레이니가 살펴본 자취방은 평범했다.
방은 화장실을 제외하고 2개, 침실과 거실, 부엌은 미닫이문으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방이라고 하기 민망할 크기다. 베란다는 따로 없고, 1층이기 때문에 거실의 큰 창 바깥으로 바로 마당이 있다. 전반적으로 일반 가정집을 1인용으로 축소해 놓은 듯하다. 침실로 보이는 방문은 닫혀 있다. 잠겨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실에는 아마 식사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할 수 있게 마련된 테이블이 하나, 의자는 두 개 뿐이다. 하나는 손님용, 나머지 하나는 다이고가 주로 앉는 의자인 것 같다. 레이니가 앉은 의자가 다이고의 의자라면 조금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테이블 자체는 깔끔하게 아무 것도 없다, 테이블 너머로 보이는 건 TV와 TV를 올려둔 선반. 다만 항상 켜놓고 지내는 건 아닌지 리모콘은 TV옆에 놓여 있다. TV를 켜려면 TV까지 가야 한다. 큰 창 쪽에는 1인용 소파가 하나, 일부러 뒀다기보다는 둘 만한 자리가 거기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창 밖을 볼 수 있는 위치라서 노린 것 같은 느낌. 소파 위에는 다이고가 항상 들고 다니는 조금 낡은 가방이 올라가 있다. 가만... 자세히 보니 가방 쪽에...
"자, 일단 이거 먼저 먹고 있어. 좀 더 튀겨올게."
레이니가 방 안을 살펴보는 동안 미리 튀겨놓은 새우튀김 접시를 젓가락과 함께 가져온 다이고는, 접시를 내려놓고 레이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면 부엌에서는 기름에 튀김이 튀겨지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