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의 말에 무어라 답해야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주변 환경의 정보를 천천히 '분석'하려 하며, 답해본다.
"가상 네트워크 세계 어딘가의 통로 같습니다. 게이트 혼란기 이전에 이렇게, 전산 네트워크 속에 현실의 사람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는 설정의 작품들이 나왔었죠. 그런데 여긴 상당히 어두을 뿐더러...이 곳을 지나가는 존재들은 여기서 뭔가 한다기보단 지나가는 통로로 쓰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면서도 통로를 지나가는 불빛들이 어느 방향으로 주로 향하는지 보려 한다. 그것이 지적인 존재이든 아니면 그저 전송되는 데이터에 불과할 뿐이든 간에.
"메타버슨가 뭔가 하는 그런 느낌 안 나나? 하기야, 옛날부터 사이버 세상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네. 사이버 세상에 자꾸 빠져 살믄 글러먹은 인간 된디."
어라? 어째서..? 데미지를..? 입는 것 같지? 아무튼 토고는 강산의 말에 수긍하며 돌아다녀보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대략적으로 초록색 빛줄기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발을 뗀다. 여전히 방향감각이 이상해질 것 같이 허공에 뚝뚝 발을 내딛는 느낌이지만... 땅으로 쑤욱 꺼지거나 하진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수록 땅이 단단해지는 듯한, 지반이 안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마, 점점 더 안정적인 공간으로 향한다는 뜻 같았다.
"그런데 좀 덥지 않나?"
걷는 것도 걷는 거지만... 나아갈 수록 뭔가 후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진다. 사이버 세상이라고 열기또한 못 느끼는 건 아니다. 우리 몸이 변해버렸지만, 그 실체는 진짜 우리의 몸인 것처럼 감각 또한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시열개정복이 특정 가디언들의 호의를 끌어낸다...는 효과가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딱히 노린 건 아닙니다. 장비 문제가 제일 급하다고 판단했을 뿐... 마침 마주친 가디언이 청월고 출신인 것도 조금 신기했는데 심지어 공짜로 수리해주겠다!고까지 할줄은 정말 몰랐어요.
불. 불은 어디에나 있다. 현실에는 열망자라는 존재들이 있다지만, 사이버 세상에는 오히려 악한 것을 막고 불태워버리는 보안이라는 벽으로 불은 존재한다. 그렇다. 토고와 강산이 멈춘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어둠 속이 점점 밝아진다. 주홍빛으로 타오르는 그 빛은 점점 가까워지고 피붕베 느껴지는 열기 또한 가까워진다. 그렇다. 그것은 파이어 월. 다른 이름으론 방화벽이다.
"...우리는 허가 받은... 존재 맞제?"
게이트가 전뇌세계라고 한다면, 게이트 바깥의 존재인 우리는.. 불순물인가? 점점 다가오는 벽에 토고는 강산을 데리고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한다. 방화벽에 걸리면 단순히 타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하다못해 원래의 신체라면 저항이라도 하겠지만, 지금 우리의 신체는 게이트의 법칙에 맞춰 데이터화 된 상태. 즉, 데이터 특공에 취약하다!!
"니니 뭐라도 해봐레이! 내 총탄은 다 타버린다!"
토고는 도망치며 뭐라도 해보라고 말을 해본다. 데이터 세계라고 하더라도 의념이란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의념을 이용해 어떠한 현상을 일으키는 마도는 이곳에서 데이터를 변질시키거나 변화시키는 형태로써 발동할 것이 분명했다.
강산이 불안한 듯 답하다가 방화벽이 다가오자 일단 토고를 따라 반대편으로 달아나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진짜 뭐라도 합니다!?"
달아나던 강산이 마도를 시전하기 시작한다.
"저 이거 쓰는동안 다른 마도 못 쓰니까 망한 것 같으면 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전하려는 마도가 엘 데모르라서 하는 말이다. 강산은 신속과 영성을 끌어올리며 되는대로 주변의 공간을 지배해, 방화벽을 가로막을 다른 벽이나 그 밑으로 피해서 들어갈 공간 같은 것들을 만드려 시도한다.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어쩌면 일시적으로나마 주변 공간의 지배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방화벽을 안전하게 통과하거나 무효화시킬 수 있을지도....?
강산이 엘 데모르를 쓰자 주변 영역의 색이 바뀌어진다. 그 영역은 강산의 것이라는 듯. 퍼져나가는 엘 데모르의 영역과 점점 다가오는 방화벽이 맞닿기 시작한다. 조금 방화벽이 밀리나 싶었더니만 활활 타오르는 방화벽은 다시금 이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제 꼼짝없이 타죽나? 싶었지만, 방화벽의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방화벽은 그대로 우리들을 뚫고 저 반대편으로 지나가버린 것이다.
"이게.. 뭐고?"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자면... 주변 공간을 지배하는 엘 데모르의 효과가 이미 누군가 소유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소유권을 탈취하는 일종의.. 바이러스 감염이나 데이터 변조와 같은 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이 방화벽에도 적용되어 불순물인 우리들이 불순물이 아니게 되어 방화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설정.. 설정.. 설정... 게이트. 이유는 자유로워. 게이트의 법칙이나 현상, 종류 같은 것이 많고 자유로우니 일상할 때도 편하고 이벤트할 때도 편하고. 물론 그것에는 캡틴이 OK해준다는 것이 존재하여 진행때는 보기가 힘들지만, 진행에서도, 공식에서도 기묘한 게이트는 많이 있으니까.
1. '마도'라는 기술군의 정의. 아무래도 마법사라는 게 메이저하면서도 또 매체마다 설정이나 이미지가 많이 갈리는 편인데요... 마도를...뭐라고 해야하지...메타 이능적인 요소? 이능으로 일으키는 초상현상 자체를 파고 들어가서 활용하는 그런 느낌?으로 설정한 점이 꽤 재미있다고 느껴졌어요. 이해하기까진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요!
2. 아이템 관련 설정. 하나하나 집어 설명하기엔 애매한데 저 영서 시리즈 아이템 설명 보는 거 좋아해요 정말로. 아이템 설명에서 이 세계 각성자들의 생활상 같은 자잘한 설정을 엿볼 수 있기도 하고... 가끔 뭔가 소소하게 빵터지는 내용이라든가....이 아이템과 관련해서 무슨 일이 있었을지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을법한 설명도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음....일상 돌리던 중이라 마음이 급해져서 그런가 지금 생각나는 건 이 두가지 정도네요! 설정을 보는 것도 재밌지만 몇몇 설정은 그 설정이 드러나거나 활용되는 방식도 뭔가 현실적이고 실감이 나서 재밌는 것 같습니다. 가령 아이템의 효과가 저번 진행처럼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영향을 준다든지 하는 그런 것들이요!
강산은 멈추지 않고 방화벽을 보고 당황하며 바닥에 엎드려 급소를 보호하지만, 한참동안 열기가 느껴지지 않자 천천히 눈을 뜨고 다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오오....이게...되네요."
강산이 엘 데모르로 지배한 영역은 어느 새 옅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강산 본인도 될 줄은 몰랐다는 듯 말하고는, 일어나서 자신들을 통과시켜 준 방화벽을 향해 고개를 숙여 목례한다.
"음, 좋습니다! 방화벽이 또 오기 전에 얼른 가죠."
엘 데모르의 시전을 빠르게 해제하며 나아간다. 게이트의 환경에 조금 익숙해지니 어색하던 걸음걸이에 속도가 붙는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 보이는 것은... 아까보다 훨씬 밝고 드넓은, 광장 혹은 공원과 같은 장소였다. 놀이터를 크게 확대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녹색 불빛의 형태로 강산과 토고가 지나간 공간을 거쳐갔을 존재들이 이 곳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좀 더 살아있는 같으면서도 각양각색의 형상을 띄고 돌아다니거나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이런저런 활동을 같이 하고 있었다. 화려한 외양을 한 존재들도 많아서 강산과 토고는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였다.
"...교복?"
잘 보니 일정한 복식을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걸친 '아바타'들이 곳곳에 보이기에, 강산이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린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 밝은 빛이 전해지는 곳으로 가보니 도착한 곳은 일종의 광장 커뮤니케이션 센터.. 같은 느낌이었다. 광장과도 같이 보인 공간에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브랜드의 가게가 양 옆으로 들어서 있기도 했고, 사람... 아마도 게이트의 존재처럼 보이는 존재들이 동전 같은 것을 서로 거래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의 모습이 변화한다는 점인데, 동물 모양 탈을 쓴 캐릭터에서 미용실에 다녀오더니만 길쭉한 오브젝트 헤드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교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글쎄다. 어쩌면, 점마들의 신분을 나타내는 거고... 여기는 모임 장소 중 한 곳이 아닐까?"
우리가 흔히들 온라인에서 링크 줄테니까 여기로 와. 하는 식으로 모이는 것처럼 말이다.
"야야, 강산아. 점마 봐라."
토고는 손가락으로 양뿔이 솟아난 캐릭터를 가리켰다. 얼굴은 양이 아니라 생선이지만, 캐리커처화된 얼굴이 꽤 귀엽다. 대충 생선양뿔이라고 부르자. 생선양뿔은 가게에 가기 위해 뽀작거리는 걸음으로 걷다가 갑자기 앞에 솟아난 광고창에 의해 넘어져서 마구 화를 내다가 그것을 누르고 말았다. 그러자 광고창 문이 생기더니 거기서 검은 손 같은 것이 튀어나와 그 생선양뿔을 잡아 끌고 가버렸다.
사실 다른 세계관의 '마나'와 대응하는 설정이지만 여기서 독창성을 더하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해보니까 그게 쉽지는 않더라고. 그래도 이것저것 나만의 속성을 추가하고 싶어서 개인의 뜻意과 생각念에 따라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부분을 추가했던 게 가장 좋아하는 설정 중 하나가 된 듯.
2. 단순하지 않은 NPC들
영웅서가를 짜면서 가장 고민했던 거는, 지나가는 캐릭터들이라도 각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묘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음. 유나라는 캐릭터가 단순히 특별반을 좋아해주는 NPC가 아니라, 특별반이라는 인원들이 능력이 뛰어난. 하지만 자신들과 다르지 않은 헌터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또 자신도 특별반에 도움이 될 법한 실력이 있단 점에서 서로를 동등히 생각했다는 것처럼. 각 캐릭터마다 약간이라도 설정을 부여한 편. 이게 드러나는 게 진행 초기에 라임이가 만났던 무기점 아저씨는 '의념 억제제'를 섭취하며 일반인처럼 살아가지만, 자신과 다르게 의념 각성자로 살아가는 라임이를 응원해준다던지 하는 부분을 넣은 게 되게 맘에 드는 부분 중 하나임.
3. 모든 영웅들의 이야기
사실 이건 내 개인적인 거지만... 각자의 에피소드는 내가 일부러 공개할 생각이 없음. 왜냐면 지금도 각자 진행에서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만들고 있으리라고 생각함. 원래는 이걸 길게 짜서 각자만의 에피소드처럼 만들려고 했는데 그것보단 각자가 쌓아가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에피소드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중. 그래서 내가 영웅서가가 모든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담은 것도 그런 이유야. 너희들은 모두 영웅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부딪히고, 깎여나가고, 다치더라도. 우리는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될 거라고 믿으니만큼. 다들 나아가고 있잖아?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너희를 지키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