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 그럼 진압 완료인 걸까나아-" 누가 테러리스트고 누가 진압부대인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저 유키무라의 말에 반응하는 것 뿐인 모양인지라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째릿하고 바라보는 시선 끝에는 평소처럼 늘어진 표정 뿐이겠지만...
"후후... 우마무스메가 아니었다면 알레샤 투모로우는 존재할 수 없었겠지이, 나도 그렇게 생각해애-" 아닌 게 아니라, 알레샤는 그리 큰 몸집이 아니었음에도 부상으로 고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튼튼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이라고나 할까요. 단단한 느낌보다는 온 몸이 탄력적이라고 해야 할까, 다쳐야 할 것 같은데 다치지 않는 느낌입니다.
"사탕 무슨 맛인데에?" 설마. 유키무라의 속도 모르고 누군가 주는 사탕이 무슨 맛인지를 물어보는 알레샤, 이건...
"아- 하아압-?" 그러는 와중 크게 벌리고 있는 입 안으로 유키무라가 새우튀김을 마구 입 안에 집어넣자 입 안의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30개 가량 되는 새우튀김을 물고 양 손으로 입을 막았습니다. 양 볼이 마치 식량을 저장해 둔 햄스터 마냥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알레샤는, 우웅 하는 소리를 내며 새우튀김을 우물우물 씹고 있습니다.
"우웅-" 무어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입을 벌리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는 불명, 유키무라의 시도는 입을 막는 방법으로 아주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수분을 보충하자마자 기운을 차렸다는듯이 메이사는 장난스레 농담을 던졌지만 마리야는 그런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런 말을 건네고 만다. 오히려, 상대방이 무안해지는 답변.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게되면 곤란하다, 트레이너로서도, 자신의 인생에서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마는 것이다.
"평소에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마리야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은 아니기에 평상시엔 우마무스메에게 방해가 되지않게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지켜보는 것이 디폴트였다. 오늘은 단지, 메이사에게 질문이 있었기 때문일뿐.
직접 들었다고. 니시카타 트레이너가 직접 얘기한 건가. 싹수 노란 녀석아, 하는 소리에 나는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그렇죠. 제가 나쁜 녀석이랍니다.
"—이야기를 나누면 뭐가 달라져?" "아저씨는 모르겠지만, 난 니시카타 트레이너한테 실망한게 이번이 두번째거든." "그때 내가 그랬거든. 어쩌면 시니어 시즌이 지날때까지도, 어쩌면 평생 당신을 의심할지도 모른다고. 니시카타 트레이너도 그때는 신뢰할 수 있게 시간을 주겠다고, 그러더니...."
결국 돌아온 건 이와시캔에서의 조용한 대기실과 다른 아이를 담당으로 두고 있는 트레이너의 방문이었지.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흘려보내듯, 조금 먼 곳으로 시선을 두었다. 아- 오늘도 츠나지의 하늘은 맑구나.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니까, 사바캔 전까지는 그냥 있으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어. 팀 분위기는 트레이너인 당신이 다잡을 일이지, 내 일이 아니라고." "그랬더니 울면서, 못했던 말 다 하라고 하길래... ...그냥 나왔어. 우는 사람한테 뭘 어떻게 더 말해. ...솔직하게 말하니까, 최악의 결과가 나왔는데..."
...지나가듯 던진 이 말도, 솔직한 본심이니 또 뭔가가 망가지겠군. 망했네. 머리 속에서 울리는 이 말을 애써 무시하면서 뒤돌았다. 썩 좋은 표정은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해 입꼬리를 올려본다.
"그러니까 그냥, 내가 악당인 쪽으로 남지 뭐." "착한 니시카타 트레이너를 울린 나쁜 우마무스메가 되는 거야. 하는 김에 사카나 삼관도 저지해서 빌런으로 이름도 남겨볼까? 이거 꽤 괜찮은 생각이지 않아?"
반은 농담이었는데 이렇게 진지한 반응이 돌아오면... 호오, 재밌는데? 이 트레이너 놀리면 재밌을 타입이다. 하지만 너무 놀렸다간 진지해서 재미가 없으니 적당히 치고 빠지면 되겠군. 순식간에 놀림 리스트(?)에 햐쿠모 트레이너를 올려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천천히 들려온 질문에 잠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오늘은, 말이지... 뭐...
"....좀 답답해서. 그냥 뛰고 싶어서 마구잡이로 뛴거라." "이거 트레이닝도 아니고, 자주 트레이닝도 아니니까요. 그냥 달린 거지."
아, 그냥 달리기 주제에 학교 트랙을 차지하지 마라 같은 소리를 들으면, 뭐 다음엔 공원가서 하는 걸로. 살짝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답답하면 뭔가 걷어차고 싶어지는데 요즘은 참는 중이라, 그래서 해소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고 할까..."
말에 맞춰서 꼬리를 살랑인다. 꼬리에 붙은 붉은색 리본, 트레이너라면 알고 있을 기초상식이겠지 이거.
꼬리에 묶인 빨간 리본에 대해서 애기하자니, 중앙에는 의도적으로 트레이너를 걷어차거나 울타리를 발로 걷어차는 우마무스메도 존재했었다. 중앙의 트레이너는 그러한 것들을 견디기에 중앙인걸까...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체력이 빠질때까지 그저 달리기를 했다라. 몸에 부담이 될지도 모르는 건 단순한 달리기라도 조심해야된다고...말했겠다만. 자신은 그녀의 트레이너가 아니다. 이미 니시카타의 트레이닝 방식을 흡수한 메이사에게 자신의 조언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또 메이사의 예상대로 그냥 달리기를 할꺼라면 다른데서 하라고 애기했겠지만. 역시나 마리야는 말을 아꼈다. 앞서 말했듯이 어딘가 고민이 있어보이는 학생에게 조언을 던져봤자 훈수밖에 안되니까.
"...이적 건때문에?" //마리야가 말하는 이적은 스트라토의 이적인거심...메이사나 유키무라가 아니야ㅋㅋㅋㅋㅋㅋ
붕어빵처럼 된 메이사를 본다. 내 표정도 별로 좋지 않을 건 안다. 그야, 내가 하려고 했었던 일이고, 이 기분이 거지같은 건 알고있기 때문에. 그걸 입밖으로 내는 것도 좋은 마음이 아닐 건 뻔하잖아.
"그냥 싫다고 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메이사의 표정은 안 좋은데 붕어빵이 된 얼굴이 웃겨서 웃음이 난다.
"에휴, 이 바보야. 너 그러면, 발목잡은 녀석들이랑 사이 안 좋아질 각오는 있고? 있겠지, 하지만 그거 별로 좋은 일은 아니거든. 최악이야, 나도 해봤어."
볼을 놔주고는 코를 꼬집었다. 메이사 괴롭히기 자유이용권을 끊었을 때 마음껏 해야 하니까. 뭔가 볼만으로는 심심했거든.
"너 하고 싶은 말 다 한 것도 아니잖아."
메이사의 코는 작고 말랑말랑하다.
"울고 있어서, 마음이 물러져서 그냥 나온 거잖아. 그치? 그러니까 울지 않을 때 할 말 다 하러 가자는 거야. 그럼 후련해지겠지. 사바캔 때가 적당하지 않겠어?"
'맡긴다'의 복수인 거다. 별개로, 너도 마음이 상한 지금 둘이 만나서 좋을 게 없으니까. 그러니까 사바캔 때가 적당하다. 인형을 전달해주기로 한 날짜, 서로 바쁜 일에 몰두하느라 잠깐 거리를 두고 나면 마음도 괜찮아질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할 수 있겠지.
근본부터 팍 찔러오네. 만만치 않은 트레이너군...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가, 목이 타서 물병이 텅 빌때까지 들이켰다. 아- 금방 사라져버렸네. 결국 텅 빈 물병을 들고서 한숨은 채 되지 못한, 긴 숨을 내뱉는 것이었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네요."
차라리 말하지 말 걸 그랬나, 그래도 나름대로 신경써서 했던건데. 온갖 생각이 떠오르다가도 결국 생각에 지쳐서 '내가 나쁘다'로 결론을 내고, 그게 또 답답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것저것 걷어차고 싶은데 그러면 또 안 되니 스트레스는 쌓이고... 결국 택한 것이 이 달리기. 그러니까- 이적이 원인이냐 물어본다면 정답에 가까운 거겠지. 아니 그냥 정답으로 쳐줘도 되겠고.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해서. 그나저나 벌써 소식이 다 퍼졌나보네요. 진짜 좁은 동네라니까."
츠나지 네트워크의 끈끈함이 이럴 땐 좀 싫어지는걸. 평소엔 나도 열심히 소문을 퍼트리는 쪽이긴 했지만, 역시 좀 자제하는 편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