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에 뵙겠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다이고는 성큼성큼 미즈호의 저택에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노크하라고 말하긴 했지만, 초인종이나 노크나 마찬가지겠지. 여전히 미즈호가 어떤 상태인지는 몰랐기에 조심스럽긴 했으나, 초인종을 살살 누른다고 초인종 소리가 살살 나지는 않는 법이다.
미즈호라던가 밋쨩이라고도 안 하네, 이 녀석... 뭔 소리를 주고 받고 나온 거냐. ... 내가 상관할 부분은 아니긴 해, 난 이 녀석 담당도 아니니까. 추천서도 내 손으로 파쇄했고.
"니시카타 엄청 울던데, 하하... 너 괜찮은 거냐? 선생님 그렇게 울려도. 이 싹수 노란 녀석아."
추천받았다고는 하지 말자. 글쎄, 어느쪽이든 메이사의 갈피를 흔들 이야긴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그래도 일단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고, 인형을 전달받았으니까. 그리고 추천장... 파쇄하기 전 봤었지만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였어서. 나는 고민하다가 입을 뗐다.
"...니시카타는 널 덤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래. 내가 보기엔, 상성이 안 좋았던 거야. 니시카타는 뭐랄까 솔직하지 못하고, 너도 내가 보기엔 좀... 그런 편이라. 누가 먼저 공격을 할까 재기만 하다가 시합이 끝난, 그런 거야."
"...그리고 난 생판 남이니까 그걸 들을 수 있었던 거지. 그... 그런 거야, 더 안 볼 사람이랑은 뭔 얘기든 할 수 있는, 그런 거."
네 키가 작아서 표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니시카타만 두둔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맞아, 네가 울렸어. 그리고 네가 잘못 느끼고 있던 거야. 너 덤 아니었대. 하는 소리만 들어봤자 기분이 좋겠냐. 그리고 이게 내 진심이기도 하지. 난 말했다.
"그래도 잘못은 잘못이야. 니시카타는 널 트레이닝하는 데에 실패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상성이 안 좋아도 트레이너 대 우마무스메는 그걸 맞춰야 하니까. 트레이너 쪽에서."
"헤헤, 그럼 진압 완료인 걸까나아-" 누가 테러리스트고 누가 진압부대인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저 유키무라의 말에 반응하는 것 뿐인 모양인지라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째릿하고 바라보는 시선 끝에는 평소처럼 늘어진 표정 뿐이겠지만...
"후후... 우마무스메가 아니었다면 알레샤 투모로우는 존재할 수 없었겠지이, 나도 그렇게 생각해애-" 아닌 게 아니라, 알레샤는 그리 큰 몸집이 아니었음에도 부상으로 고생한 적이 없었습니다, 튼튼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이라고나 할까요. 단단한 느낌보다는 온 몸이 탄력적이라고 해야 할까, 다쳐야 할 것 같은데 다치지 않는 느낌입니다.
"사탕 무슨 맛인데에?" 설마. 유키무라의 속도 모르고 누군가 주는 사탕이 무슨 맛인지를 물어보는 알레샤, 이건...
"아- 하아압-?" 그러는 와중 크게 벌리고 있는 입 안으로 유키무라가 새우튀김을 마구 입 안에 집어넣자 입 안의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30개 가량 되는 새우튀김을 물고 양 손으로 입을 막았습니다. 양 볼이 마치 식량을 저장해 둔 햄스터 마냥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알레샤는, 우웅 하는 소리를 내며 새우튀김을 우물우물 씹고 있습니다.
"우웅-" 무어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입을 벌리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는 불명, 유키무라의 시도는 입을 막는 방법으로 아주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수분을 보충하자마자 기운을 차렸다는듯이 메이사는 장난스레 농담을 던졌지만 마리야는 그런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런 말을 건네고 만다. 오히려, 상대방이 무안해지는 답변.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게되면 곤란하다, 트레이너로서도, 자신의 인생에서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마는 것이다.
"평소에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마리야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은 아니기에 평상시엔 우마무스메에게 방해가 되지않게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지켜보는 것이 디폴트였다. 오늘은 단지, 메이사에게 질문이 있었기 때문일뿐.
직접 들었다고. 니시카타 트레이너가 직접 얘기한 건가. 싹수 노란 녀석아, 하는 소리에 나는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그렇죠. 제가 나쁜 녀석이랍니다.
"—이야기를 나누면 뭐가 달라져?" "아저씨는 모르겠지만, 난 니시카타 트레이너한테 실망한게 이번이 두번째거든." "그때 내가 그랬거든. 어쩌면 시니어 시즌이 지날때까지도, 어쩌면 평생 당신을 의심할지도 모른다고. 니시카타 트레이너도 그때는 신뢰할 수 있게 시간을 주겠다고, 그러더니...."
결국 돌아온 건 이와시캔에서의 조용한 대기실과 다른 아이를 담당으로 두고 있는 트레이너의 방문이었지.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흘려보내듯, 조금 먼 곳으로 시선을 두었다. 아- 오늘도 츠나지의 하늘은 맑구나.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니까, 사바캔 전까지는 그냥 있으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했어. 팀 분위기는 트레이너인 당신이 다잡을 일이지, 내 일이 아니라고." "그랬더니 울면서, 못했던 말 다 하라고 하길래... ...그냥 나왔어. 우는 사람한테 뭘 어떻게 더 말해. ...솔직하게 말하니까, 최악의 결과가 나왔는데..."
...지나가듯 던진 이 말도, 솔직한 본심이니 또 뭔가가 망가지겠군. 망했네. 머리 속에서 울리는 이 말을 애써 무시하면서 뒤돌았다. 썩 좋은 표정은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해 입꼬리를 올려본다.
"그러니까 그냥, 내가 악당인 쪽으로 남지 뭐." "착한 니시카타 트레이너를 울린 나쁜 우마무스메가 되는 거야. 하는 김에 사카나 삼관도 저지해서 빌런으로 이름도 남겨볼까? 이거 꽤 괜찮은 생각이지 않아?"
반은 농담이었는데 이렇게 진지한 반응이 돌아오면... 호오, 재밌는데? 이 트레이너 놀리면 재밌을 타입이다. 하지만 너무 놀렸다간 진지해서 재미가 없으니 적당히 치고 빠지면 되겠군. 순식간에 놀림 리스트(?)에 햐쿠모 트레이너를 올려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천천히 들려온 질문에 잠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오늘은, 말이지... 뭐...
"....좀 답답해서. 그냥 뛰고 싶어서 마구잡이로 뛴거라." "이거 트레이닝도 아니고, 자주 트레이닝도 아니니까요. 그냥 달린 거지."
아, 그냥 달리기 주제에 학교 트랙을 차지하지 마라 같은 소리를 들으면, 뭐 다음엔 공원가서 하는 걸로. 살짝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답답하면 뭔가 걷어차고 싶어지는데 요즘은 참는 중이라, 그래서 해소할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다고 할까..."
말에 맞춰서 꼬리를 살랑인다. 꼬리에 붙은 붉은색 리본, 트레이너라면 알고 있을 기초상식이겠지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