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은 흐트러진지 오래, 폐도 가슴도 다리도 발도 불타는 듯이 뜨겁고 아팠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트랙을 달리고 있었다. 좋은 말로도 트레이닝이라 칭하지 못할, 그냥 마구잡이로 감정을 발산하듯 달리는 중이었다.
니시카타 트레이너는 그 이후로, 하야나미에 오는 발길을 끊었다. 평일이면 매일같이 오던 단골이 갑자기 오지 않게 되자 파파는 '무슨 일이라도 있나?'하며 걱정을 했고, 마마는 어쩐지 짐작이 간다는 얼굴로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했더라.
이적 생각이 있다고 전할 때, 걱정했던 것은 사실 마-사바 쪽이었다. 하지만 마-사바는 생각 외로, 그래, 정말로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성장해서, 정말로 내가 없어도 될 정도가 되어서... 나를 흔쾌히 보내줬다. 라멘 값으로 좀 많이 뜯겨서 한동안 용돈없이 살겠지만 그래도 뭐, 나름대로 잘 마무리했지. 문제가 된 것은 예상도 못하던 쪽이다. 아- 그래. 뒷맛이 찜찜하게 남아 평생 응어리로 남아버릴 듯하게 되어버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나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게 되잖아. 삼키게 되잖아. 말을 꺼낸 순간부터 문을 나가는 그 순간까지 나를 한번도 보지 않은 주제에. 어른이면서, 학생인 나한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그렇게, 울면서. 솔직하게 말하니까 이런 결과가 따라온 거야. 역시 본심은 보이지 않는 게 좋은 거야. 아- 그래! 결국 내가 말하지 않으면 됐던거잖아! 그래! 결국 전부 내 탓이니까! 이제 됐어. 전부 엉망진창이다. 머리 속에서 맴도는 말이, 삼켰지만 삼켜지지 않는 말들이 어지럽게 머리를 휘저어서 아파, 뭐라도 좋으니까 걷어차버리고 싶다. 하지만, 차면 안 되잖아? 어라? 이렇게 답답한데도 왜 차면 안 됐지? 사람이 다치니까? 폭력은 나쁘지?
솔직하게 말하면 사태가 악화되니까 안돼. 답답해도 걷어차면 안돼. 아- 결국 달리기밖에 없잖아. 나는, 달릴 수밖에 없는 거야.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토해내면서 잠시 멈춰섰다. 날씨는 맑지만 비라도 온 것처럼 머리카락도 체육복도 흠뻑 젖어서,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이 여기저기로 흘러내려 더트를 적신다. 다시 고개를 든 순간, 어째선지 시야가 확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다시 밝아진 순간엔 어째서인지 트랙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 그런가. 수분 보충이라던가... 깜빡해버렸지...
".....아, 그때 곱배기 실패한 사람."
엉망진창인 달리기가 끝나고서야, 이쪽을 보는 사람을 눈치챘다. 맞-다. 저번에 곱배기 실패한 사람이네. 뭐 성공한 쪽이 드물지만서도.
"앗 그건 안돼에-" 이건 강렬한 승부수! 유키모모라고 부르고 싶은 욕망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유키무라가 학원에 더 이상 안 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결국 알레샤는 두려움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유키모모쨩은 영영 사라진 것이 아니니 언젠가 돌아올 것입니다...
"무사착륙이네에~" 게다가 직접 먹게 만들기까지! 작전은 대성공입니다. 애초에 노리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유키무라가 스스로 젓가락을 꺼내들게 만든 알레샤는 기어코 새우튀김을 하나 더 먹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집념의 우마무스메!
"헤헤, 맞아 맞아-" 요리하기에는 느긋한 성격인지라, 너무 급한 것도 안 좋겠지만 어쨌든 너무 느려서 정확한 타이밍에 꺼낸다든가 하는 임기응변이 필요한 상황은 잘 해결하지 못하는 편일지도. 어디까지나 보기에는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앙-" 그리곤 JK 필독서에서 나오는 명장면과 명대사를 시도하는 유키무라가 내미는 소스 찍힌 새우튀김을, 알레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덥썩 받아 입에 넣었습니다. 우물우물 하고 움직이는 입, 꿀꺽 삼킨 뒤에야 느릿하게 연 입술 사이로 나오는 목소리는...
"맛있다아- 유키쨩이 주니까 더 맛있는 것 같네에, 또 해줘어?" 아-앙, 하고 또 해달라는 듯 자신의 입 쪽을 검지로 가리키던 알레샤, 불가항력으로 수염에는 타르타르 소스가 묻고 말았습니다만 본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입을 다시 벌리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입니다... 유키무라의 시도는 좌절된 것일지도...
휴, 다행이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로 그 부끄러운 이름들로 불리지 않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로 강하게 나가지 않는다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니... 네 마이페이스는 정말, 가끔은 부러우면서도, 어쩐지 딱밤을 콩, 하고 때려주고 싶기도 하다니까. 뭐, 정말로 싫은건 아니지만... 응. 너는 무사착륙이라고 말하면서 헤실거린다.
"..하이재킹이 아닐까 싶지만.."
이건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 당장 터널을 열어라!!!! 그렇지 않다면 더욱 수치스러운 일들을 겪게 해주겠다!!!!' 하고 선전포고하는거나 다를바가 없잖아?! 무사착륙이라니! 내가 어떤 심정으로 부끄러움을 참아내고 입을 벌렸는데.......... 으으, 하면서 조금은 째릿, 하고 널 바라보다가.
"하아, 정말. 알레샤 양이 우마무스메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연약한 인간이었다면 분명 크게 다치는 일도 많았을거라고?"
정말이지. 기름 온도가 너무 높아졌는데 물기가 잔뜩 묻은 튀김을 넣어서 아와와 아와와 하다가 집을 다 태워버렸을지도 몰라. 특유의 그 느긋한 성격 탓에 길을 걷다가 넘어지는 일도 잔뜩일지도. 어디 치이고 부러지고 하는 일이 안 일어나면 다행이지.
"...알레샤 양."
"누가 사탕 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되니까?"
조금 진지하게 걱정된다는듯 네게 말했다. 그야, 정말로 너. 사탕 준다고 하면 우와아, 사탕이다아, 하면서 따라갈것같다구...
"...."
너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덥썩, 내가 내민 새우튀김을 받아 입에 넣었다.
"..........."
네가 입 쪽을 검지로 가리킨다. 수염에는 타르타르 소스가 묻었고. 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뺨에 바람을 잔뜩 넣고, 우우, 하는 소리를 내다가. 새우튀김 30개정도를 한 젓가락에 집어서, 네 입에 마구마구 쑤셔넣으려고 했다!!! 킷사마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