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을 치는 거라는 건 알겠지만, 막상 재확인이 되니 조금 심각해졌다, 그러고 보면 메이사에게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던 거 같은데. 크윽, 당당하게 나가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어떻게...? 당시 상황을 전부 매번 설명할 수도 없고, 어쨌든 객관적으로 (일부 생략되긴 했지만) 레이니를 울린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소문이 퍼져버리면 위험하다! 순간적으로 당황해 입가를 가린 다이고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물론 앞에 있는 귀여운 생물 덕에 금방 평정을 되찾았지만.
"크흠... 매일 연락하는 건 좋은 거지."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다는 느낌을 전달해드리는 것도 목표로 삼아야겠네."
물론 떨어져 있는 아이는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담당으로서의 일이겠지. 좋아, 힘내자!
"음, 확실히 그 때가 시간이 좀 남겠네, 그 때 아니면 이것저것 바쁘고..."
레이니가 고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이고 역시 언제쯤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자신의 말에 뺫!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란 듯 표정을 지었다. 레이니가 낸 소리인가?
"...이게 아니었구나."
이번에도 틀렸다, 아직 갈 길이 멀구나... 파들파들 떨리는 귀와, 양 손으로 가려진 레이니의 얼굴을 보며 조금 멍한 표정을 짓던 다이고는 이어진 레이니의 목소리에 입을 꾹 다물었다가 천천히 열었다.
"예쁘고 귀여워, 레이니."
아직 아무도 안 와서 다행이다 싶은 순간이었다. 이제 딱 하나 남은 주먹밥, 다이고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주먹밥을 집어들고는 레이니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지방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좁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마리야가 최근에 그것을 느낀 것은 학원에서 마주쳤던 학생이나 교직원들을 거리에서 보게될 때였다.
예를 들자면...저기 지나가는 이마의 하얀 다이아몬드 무늬를 가진 우마무스메라던가. 본래라면 그다지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이 없는 마리야지만 메이사는 식당에서 자신에게 곱빼기를 선사해주었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지금은 딱히 그녀와 접점이 있을 이유가 없지만...최근, 스트라토라는 학생이 이적과 관련해서 면담을 신청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않아서 니시카타는 트레이너는 병가를 냈기에 타이밍이 마치, 그녀의 팀에 무언가 불화라도 일어난 것같다고 애기하는 듯 했다. 원체 사람에게는 필요이상의 관심을 두지않는 마리야가 이상함을 감지했을 정도다. 다른 트레이너들은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라고. 물증은 없어도 심증만은 있었겠지.
"..."
유키무라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마리야는 말없이 트레이닝을 하고있는 메이사를 바라본다. 식당에서 만났을 땐 활기찬 미소를 보였던 우마무스메가, 지금은 어떤 기분으로 코스를 돌고 있는 걸까.
...마리야로선 심히 걱정이 되었다. //오늘도 우마무스메를 바라보는 마리야여따... 왠지 시선을 느낀 쪽을 바라보니 곱빼기 완식 못했던 토레나!가튼 느낌으로 말을 걸어주셔도 좋을 것 가타요.
호흡은 흐트러진지 오래, 폐도 가슴도 다리도 발도 불타는 듯이 뜨겁고 아팠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트랙을 달리고 있었다. 좋은 말로도 트레이닝이라 칭하지 못할, 그냥 마구잡이로 감정을 발산하듯 달리는 중이었다.
니시카타 트레이너는 그 이후로, 하야나미에 오는 발길을 끊었다. 평일이면 매일같이 오던 단골이 갑자기 오지 않게 되자 파파는 '무슨 일이라도 있나?'하며 걱정을 했고, 마마는 어쩐지 짐작이 간다는 얼굴로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했더라.
이적 생각이 있다고 전할 때, 걱정했던 것은 사실 마-사바 쪽이었다. 하지만 마-사바는 생각 외로, 그래, 정말로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성장해서, 정말로 내가 없어도 될 정도가 되어서... 나를 흔쾌히 보내줬다. 라멘 값으로 좀 많이 뜯겨서 한동안 용돈없이 살겠지만 그래도 뭐, 나름대로 잘 마무리했지. 문제가 된 것은 예상도 못하던 쪽이다. 아- 그래. 뒷맛이 찜찜하게 남아 평생 응어리로 남아버릴 듯하게 되어버렸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나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게 되잖아. 삼키게 되잖아. 말을 꺼낸 순간부터 문을 나가는 그 순간까지 나를 한번도 보지 않은 주제에. 어른이면서, 학생인 나한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그렇게, 울면서. 솔직하게 말하니까 이런 결과가 따라온 거야. 역시 본심은 보이지 않는 게 좋은 거야. 아- 그래! 결국 내가 말하지 않으면 됐던거잖아! 그래! 결국 전부 내 탓이니까! 이제 됐어. 전부 엉망진창이다. 머리 속에서 맴도는 말이, 삼켰지만 삼켜지지 않는 말들이 어지럽게 머리를 휘저어서 아파, 뭐라도 좋으니까 걷어차버리고 싶다. 하지만, 차면 안 되잖아? 어라? 이렇게 답답한데도 왜 차면 안 됐지? 사람이 다치니까? 폭력은 나쁘지?
솔직하게 말하면 사태가 악화되니까 안돼. 답답해도 걷어차면 안돼. 아- 결국 달리기밖에 없잖아. 나는, 달릴 수밖에 없는 거야.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토해내면서 잠시 멈춰섰다. 날씨는 맑지만 비라도 온 것처럼 머리카락도 체육복도 흠뻑 젖어서,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이 여기저기로 흘러내려 더트를 적신다. 다시 고개를 든 순간, 어째선지 시야가 확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다시 밝아진 순간엔 어째서인지 트랙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 그런가. 수분 보충이라던가... 깜빡해버렸지...
".....아, 그때 곱배기 실패한 사람."
엉망진창인 달리기가 끝나고서야, 이쪽을 보는 사람을 눈치챘다. 맞-다. 저번에 곱배기 실패한 사람이네. 뭐 성공한 쪽이 드물지만서도.
"앗 그건 안돼에-" 이건 강렬한 승부수! 유키모모라고 부르고 싶은 욕망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유키무라가 학원에 더 이상 안 나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결국 알레샤는 두려움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유키모모쨩은 영영 사라진 것이 아니니 언젠가 돌아올 것입니다...
"무사착륙이네에~" 게다가 직접 먹게 만들기까지! 작전은 대성공입니다. 애초에 노리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유키무라가 스스로 젓가락을 꺼내들게 만든 알레샤는 기어코 새우튀김을 하나 더 먹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집념의 우마무스메!
"헤헤, 맞아 맞아-" 요리하기에는 느긋한 성격인지라, 너무 급한 것도 안 좋겠지만 어쨌든 너무 느려서 정확한 타이밍에 꺼낸다든가 하는 임기응변이 필요한 상황은 잘 해결하지 못하는 편일지도. 어디까지나 보기에는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앙-" 그리곤 JK 필독서에서 나오는 명장면과 명대사를 시도하는 유키무라가 내미는 소스 찍힌 새우튀김을, 알레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덥썩 받아 입에 넣었습니다. 우물우물 하고 움직이는 입, 꿀꺽 삼킨 뒤에야 느릿하게 연 입술 사이로 나오는 목소리는...
"맛있다아- 유키쨩이 주니까 더 맛있는 것 같네에, 또 해줘어?" 아-앙, 하고 또 해달라는 듯 자신의 입 쪽을 검지로 가리키던 알레샤, 불가항력으로 수염에는 타르타르 소스가 묻고 말았습니다만 본인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입을 다시 벌리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새입니다... 유키무라의 시도는 좌절된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