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4 ".......죄송해요. 너무 늦었지요? 그날 이후 계속 고민을 해왔답니다. " "히다이 트레이너님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해드릴까 해서....."
니시카타 미즈호는 애써 무언가를 참으려는 듯 입술을 깨물고는, 종이 봉투 손잡이를 꽉 잡고 이야기했다.
"히다이 트레이너님은, 제가 그 날 왜 울고 있었는지 모르고 계시지요? " "저는 그 날, 가장 소중한 아이로부터 [ 팀을 나갈 예정이다 ] 라는 말을 들었어요. "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보통 마음을 먹고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모든 일의 전말을 설명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아픈 과정이다. 말 하나하나를 꺼내는 것이 심장을 찔러오는 것 같아 아프다. 무척 아프다. 눈물이 날 만큼 아프다.
"저는 말이지요, 이 츠나지에서 온 이래 제가 준 모든 선물이 작별 선물이 되어왔답니다? 스트라토 씨에게 드린 새해 선물도, 유키무라 씨에게 드린 축하 선물도 모두 작별 선물이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이제 사바캔에 나갈 메이사 양에게 드릴 선물도 작별 선물이 되어버릴 거랍니다. 이적하는 메이사 양에게 마지막으로 드리게 될 선물. ...이 선물만은 말이지요. [ 작별 선물 ] 로 주고 싶지 않았어요. 몇 착을 하든간에!!!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면서 축하 선물로써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하지만............ ............ "
고조되어 가는 감정은 결국 울음으로 터져나온다. 명백한 슬픔의 감정이다.
"히다이 트레이너님은, 작별 선물을 줄 사람 같지 않았답니다. 당신은 스스로 자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안좋은 소문을 무마하시려 하는 좋으신 분이니까요. 다소 당황스러울 소리이시겠지요? 하지만 제 눈에는 그래 보였답니다...... " "그리고 그 아이를, 외롭게 해 주지도 않을 것 같았어요. "
애써 더 이상 울음을 터트리지 않으려 하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히다이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울음을 터트리지 않으려 한다 해서 목소리가 커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소중하기에 맡길 수 있는 것이랍니다? 그 아이의 옆에 필요한 것은 그 아이 '만' 을 봐 줄 트레이너이니까요. 왜 이걸 이제서야 깨달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다정하게 대해도, 상냥하게 대해주어도 그 아이는 자신을 담당의 친구로써만 본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담당인 아이에게 집중해 달라고, 그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한 거에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정말로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
깊게 울음을 삼키듯 숨을 내쉬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종이봉투를 히다이를 향해 내밀어 보였다.....
오래 기다렸냐는 말에 살래살래 고개를 젓는다. 제 쪽이 조금 이르게 도착했을 뿐 메이사도 약속에 늦는 성격은 아니니.
"그럼 잘됐다. 오늘 이렇게 부른 건 말이지……."
소리 나지 않도록 가볍게 손뼉을 한 번 치며 천진한 표정을 짓던 것도 잠시, 말을 고르는 동안 점점 표정이 비장해진다.
"메이도 알겠지만 도넛 먹기 대회를 앞두고 최대한 트레이닝을 해 둔 다음, 끝내고 나서 먹은 만큼 빼야 해. 마츠리 다음에는 사바캔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메이는 지금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면 근육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
연비가 나쁜 우마무스메에게 있어 감량과 증량은 최고의 난제. 게다가 비교적 평범한 행실에 밀려 티가 나지 않을 뿐 사미다레 역시 식스팩을 보유한 헬스-우마무스메다. 스스로 기름에 튀긴 고열량 디저트에 도전한다는 것은 즉 전장에 뛰어드는 것과도 같다……! 절로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음, 어느 쪽이든…… 일단 준비운동부터 해야겠지만……."
그치만 시작도 하기 전부터 너무 진지해진 것 같아서 조금 머쓱하기도. 사미다레는 볼을 긁적이다가 저 역시 트레이닝실로 따라 들어갔다. 아니, 준비운동보다도 우선은 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곳곳의 창문부터 연 후 짐을 한쪽 구석에 놓아둔다. 거슬리는 머리카락도 올려 묶고, 천천히 발목을 풀고…… 시작할 준비부터 하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시니어로 가지 않고 트레이너 시험 쪽으로 빠지는 녀석들이 제법 있었던가. 듣자하니 작년도 까지는 뛰다가 이제는 트레이너를 하는 선배도 있는 모양이니까. 이 녀석도 그런 거라면 아마도 싸울 수 있는 건 이번 년도가 마지막인가.
"...시니어는 갈거지? 아니 가라. 나랑 영원히 싸우자고."
중앙의 트레이너 면허는 T대에 합격한 녀석들도 떨어지거나 아예 합격자가 없는 년도도 있을 정도니까. 지방이니 그것보다야 형편은 낫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레이너 시험을 준비하면서 본인의 커리어까지 신경쓴다는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일거다.
"음!!! 당연하지. 그렇게나 강한 녀석이 오지 않으면 오히려 흥이 안날거 아냐."
"녀석은 무조건 올거야. 계기만 있다면 말이지."
아쉽게도 나랑 그 녀석은 그냥 레이스에서 맞부딪히던 사이지 따로 아는 건 아니니까. 뭐 찾아서 이래저래 말한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당장 다음 계획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마구로 기념의 출주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우회하는 것도 있었지만... 역시 정면승부가 나한테는 더 어울리겠지.
"지금 시점에서 가장 가깝잖냐. 어제 네 경기 영상도 보고 왔다고."
3마신 차의 승리. 물론 다른 주의할만한 녀석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잖아. 지금 이 마을에서 가장 강한 녀석과 같은 주법으로 정면에서 붙는다. 그것만큼 달아오르는 일이 있을까보냐.
"아, 그거 말이지. 고민중이야. 마음만 같아서는 모조리 뛰고 싶은데 내 주법이 몸에 무리가 여간이 아니라서."
장난스레 말하면서, 나도 돌아다니며 창문을 연다. 그나저나 사-미는 진지하네. 나는 그냥 '와! 도넛이다~'하고 아무 대책없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어? 체중감량??? 아직 살찐 기미 아니니까 괜찮지 않나??하고 생각하면서도 슬쩍, 손을 내려서 배를 더듬게 된다. .....아, 아직 세이프.. 하지만 뭐, 사-미 말대로 미리 운동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에- 아니면 그, 도넛 먹기 대회를 카보로딩이라고 생각하면 어떨라나~"
운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운동 전, 아니면 중간에, 혹은 끝난 후에 탄수화물을 왕창 충전하는 거였던가. 미리 근육에 글리코겐을 충전해두면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에서 탈진을 방지할 수 있다던가 뭐라던가.
물론 우리의 레이스는 1시간도 안 가는 짧은 운동(?)이니까 그닥 효과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핑계로 삼기엔 좋지 않?나??
미인이 울고 있었다. 울면서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왜냐면, 듣는 내내 머리에서 핏기가 가셨기 때문이다. 그거 아냐? 너무 빡치면 머리에서 피가 빠지는 소리가 나. 그리고 뚝, 하는 거지.
어느샌가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있었다.
난 코치가 싫다. 비록 십몇년 전의 인물이지만, 그래도 싫다. 덕분에 내 무릎은 완전히 망가지고 공부라고는 전혀 모르는 채로 고등학교에 들어가, 좌절의 나날을 보냈으니까. 그래서. 트레이너 일을 하면서 나는 내가 코치가 되지 않도록 애썼다. 강압으로 찍어누르지 않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짓궂은 장난도 받아주고, 머리를 걷어차였어도 그냥 넘겨준 거다. 나라고 때려칠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내 앞에 코치가 있었다. 울고 있다.
난, 아니, 15살, 무릎 수술로 완전히 병신이 되어버린 내가 묻는다.
"...맡긴다고?"
"물건이냐? 맡기게?"
난 라포를 쌓지도 못할 뿐더러 쌓을 마음도 없는 선생이다. 베풀 수는 있으나 보답받고 싶지는 않다. 요구하고 싶지도 않다. 담당이 있는 녀석을 내심 부러워할지언정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언제 코치가 될 지 모르니까.
"넌 네 얘기만 해. 그래서 떠난 거야."
내 십몇년간의 울분이 뱃속에서부터 끌려나온다. 이건 극명한... 혐오였다.
"나랑 이야기할 때도 자기가 울고 있던 정황부터 설명하니까, 작별선물만 보내와서 슬펐다고 하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하니까. 축하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변명만 하니까!"
"어, 토레나 시험. 일다는 지방은 먼저 따보고, 쉽다거나 느껴지므는 지방하믄서 중앙 자격증 노리는 토레나도 있응게..."
사실, 언그레이 데이즈라는 이 작은 우마무스메에게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그나마 가장 자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짱구를 굴리는 것 정도라고 답할 것이다. 중앙에 가면 그저 미승리전만 전전하다가 은퇴할 법한 우마무스메라고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것도 정말 그 어릴적에 비하면 정말 감지덕지한 일이였다. 지방에서 뛰어도 이길까 말까한 컨디션. 아니, 완주는 할 수 있을까, 하는 컨디션이 자신의 어릴 적 다리 상태였으니. 자신의 크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 일단, 봐야제. 클래식은 뛰어보고, 그 후에 시니어 한번 뛸지, 아이므는 바로 토레나로 전향할지는... 랄까, 영원히 싸우는 거는 니도 토레나로 오지 않는 한 무리 아인교. 내는 니만치 체력이 많지 않어야..."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한다. 사실 먹는 것 자체가 다르지 않은가. 당신이야말로 우마무스메에 걸맞게 자라서 하고 있는 것이고. 그에 비해서 자신은.
"... 원더 다운 말이구마. 그려... 그 아는 일어날끼라."
힘들지만, 힘들겠지만... 응, 할게 생겼네.
"...음... 원더, 가장 가까븐거는 우니상이데이?"
우니상이 가장 가깝고, 여름이 되어서야 사바캔이 올 것이다. 어째서 사바캔이 우니상보다 먼저라 생각한거야.
"...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가장 강한거는... 마사바 콩코드. 저스트 러브 미. 글고 레이니 왈츠구마."
진지하게 눈이 바뀐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보기에 진실이였다. 포텐셜로 본다면 전부 포텐셜이 높고, 유키무라 모모카도 스타트가 늦을 뿐 한번 터지면 쭉 올라올 상이다.
"글고 그중 하나는 트리플 반다나 한다고 말이 나왔으이 말이제. 실은 내도 함 뛰보고는 싶었지마는... 둘다 잡을라다, 하나도 몬 잡으므는 그마이 꼴 사나븐기 없잔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