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제 쪽에서 물어볼 질문이었던지라. 마미레는 고개를 선선히 내저으며 그리 답한다. 마치 정해진 제 자리 마냥 무릎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 주인이거나, 고양이와 친한 이겠구나 싶었는데. 그 애교를 독점하고 있을 당신을 부럽다는 시선으로 보다가, 만져보겠냐는 물음에 마미레는 귀를 쫑긋인다. 그래도 괜찮으려나, 갑자기 도망가지 않을까 하지만. 당신에게 보인 애교를 보면 쉽게 그러진 않을 것 같아서. 당신에게 다가와-그러나 땀을 많이 흘렸으니 조금은 거리를 두고서- 무릎을 살짝 굽혀 조심스런 손길로 고양이를 쓰다듬으니, 그 고양이가 고롱고롱 울면 마미레 행복한 듯 풀린 미소를 짓는다. 그러던중 당신이 이름을 밝힐 적에 마미레는 그 이름을 알고 있음에 살짝 시선을 들어 당신을 물끄레 바라보고, 모자에 가려져 몰랐던 당신의 얼굴을 알아 보고서 아, 하는 소리를 낸다.
"최근 경기에 나왔었지."
너였구나. 당신과 직접 대면하여 만난 것은 아니었으나. 그 레이스를 보았으니 마미레는 당신의 얼굴이 내적으론 익숙한 것일까. 그리고 당신과는 첫 만남이라, 모르는 것이 당연하여 미안할 것도 없는데. 당신을 보고선 마미레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포근한 미소로 당신을 대한다. 잠깐 대화하며 쓰다듬는 손길을 멈춘 것이 불만이었는지, 고양이가 손가락을 깨물자 마미레는 다시 고양이의 턱을 긁어주기 시작하며 당신의 물음에 답한다.
ww미즈호=공 어제 정주행때부터 느낀건데 말씀이 좀 거시친것같은ww 나니와주에게도 레이니주에게도 아무리 사실이라도 그렇게 딱 딱 끊어서 말씀하시면 상대방 기분이 별로 안좋을것같은ww 면접도 보셨다니까 프로젝트 관련 일이 늦어져서 급하게 전화하면서 화냈더니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화낸다고 프로젝트가 갑자기 완성되는건 아닌게 사실이잖아요?" 같은 말을 들으면 미즈호=공도 기분이 별로 안좋으실것같은ww 아무리 사실이라도 조금 둥글게 말씀하시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게 좋을것같은ww 나니와주도 레이니주도 메이사주도 좀 눈치보고 기분 안좋으실것같은데 와따시도 보는 입장에서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은ww
저는 유키무라주의 야사시이한 걱정과는 달리 별 생각 없었긴 한데 그... 다른 분들은 당황하신거 확실히 느껴져서 저번에도 말했지만 미즈호주 입장에서는 미즈호의 현상황을 담담하게 말씀하시는거여도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기도 하고 상판은 텍스트로만 전해지기만 하고... 좀만 쿠션넣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 다
학원장님은 아직 뵌 적이 없었기에, 나는 가볍게 뺨을 긁적였다. 으음, 재정 관련해서 압박을 받는다던지. 이래저래 힘들다면, 아무래도 그런 것 까지 전부 지원해주기는 어렵겠지. 자신은 고작, 어부 아저씨들의 이야기나, 만화에서만 사회생활의 어려움, 그리고 리더로써의 어려움을 보아왔기에, 얼마나 어려운것인지 감히 짐작할수는 없지만. 사람 위에 선다는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것같았다. 선생님이라던지, 트레이너라던지... 그런 일들이라도, 결코 작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 사람을 관리하고, 믿음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건. 그것이 언니나 오빠같은, 그런 일이라도. 나는 너와 맞잡은 손에 힘을 조금 준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웃었다. 나 혼자서 밝은 미래로 가는건 의미가 없어. 이전엔 중앙으로, 한시라도 빨리 도착해서 가는것만을 목표로 삼았지만... 소중한 친구들과, 다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할수 있게 되었으니까.
쓰다듬지 말라는 너의 말에, 대답 없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조금 더 쓰다듬다가, 천천히 손을 떼었다.
"괜찮아. 언제든 힘든게 있으면... 부담없이 이야기해줘."
"언그레이 양이 내게 그랬듯이, 나도 언그레이 양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으니까."
진지한 얼굴로 네게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최선일거야. 그것만큼 마음에 와닿는것도 없을테니까, 말이야."
"언그레이 양이 내게 그렇게 해준다면, 분명 엄청 감사할것같은데."
부드럽게 웃었고.
"당연하지!"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손동작부터 시작해서 안무를 부담없이 추기 시작했다. 발랄한 얼굴로, 손 끝에서 걸어가듯 검지를 움직이다가, 츄, 해보이고는 손을 모아, 부끄럽게 웃으면서, 너와 카메라를 번갈아 보면서 웃었다.
"하긴, 대뜸 이렇게 무릎 위에 앉혀놓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그렇게 보일 법 하지."
나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선선히 고개를 내젓는 네게 그리 대답했다. 확실히, 주인이 없는 고양이라기에는... 좀 자유분방하기는 하지만, 사람도 잘 따르고. 어딘가의 가게에서 예쁨이라도 받는 아이일까? 어쩌면 평범하게, 주인이 있는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잠시 집을 몰래 빠져나와, 느긋하게 일탈이라도 즐기는거겠지. 간식도 얻어먹고 말이야. 나는 고양이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부드럽게 헤실이며 웃었다. 한번 더 고양이를 쓰다듬다가, 네가 날 부럽다는 시선으로 보는것을 느꼈다. 만져보겠냐는 말에도 귀를 쫑긋거렸고. 잘 제안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고양이에겐 당해낼 수 없지.
"고양이, 좋아하는구나."
나는 네게 그렇게, 느릿하게 말했고. 너는 천천히 내게 다가와, 무릎을 살짝 굽혀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하핫, 하고, 네 풀린 미소를 보며 작게 웃었고.
"모를 줄 알았는데, 신기하네."
정말 놀란듯, 눈을 크게 뜬 채로 몇번 깜빡이면서, 네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운 패배였잖아. 그렇지 않아?"
이제와서 1착이 아니면 다 의미가 없다느니, 남을 비난하면서 우울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부끄럽다, 그렇게 생각하는것은 진심이라서. 더이상 달리는것이 즐겁지 않기에. 나는 느릿하게 숨을 뱉으면서, 모자를 조금 더 눌러썼다. 얼굴을 알아본다는거는, 좀 부끄러운 일이구나. 몰랐던 사실이라고 생각하다가, 네 포근한 미소에 조금 시선을 돌렸다.
온천여행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온천여행권을 손에 넣기 위해 츠나지 지붕 하이 점프에 참여한 레이니는... 시작부터 두 개의 화분을 만나게 된다.
“...창문 값. 물어내야겠지... 아니, 운동회 참여 때문이니까 이사장님이 물어주려나...”
떨어지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시원하게 화분을 발로 차(고의는 아니었다!) 건물 창문을 두 개나 깨뜨려버린 레이니는, 다음 건물은 고심해서 안테나가 있는 곳을 골랐다. 좀 낡긴 했지만, 우마무스메의 무게를 버틸 순 있는 그것을 밟고 올라가, 6층 건물로 안전하게 착지하고선... ... ......
3층에서 6층으로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6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리라니 진짜로 무리!!!! 죽는다고!!! 안전장치가 되어있다지만 솔직히 너무 무서워!!! 거기다 진로에 화분도 있고! 아아아! 무리!!! 하지만 무리라고 안 내려갔다간 오늘 밤을 이 6층 지붕에서 지내야겠지. 그건... 더 무리..
"우우... 으랏샤!!!"
결국 화분을 걷어차서 저 멀리 날려버리고 말았다. 사실, 일부러 좀 힘을 담아서 찼다는 건 비밀이다. 아- 조금 후련해지기도 했고? 이제 다음 지붕으로 가볼... 아니... 왜 1층으로 내려왔더니 또 6층이냐.... 게다가 안테나도 있잖아? ......누구야...? 이런 배치 생각해낸 사람...?
마지막은 배려라도 해주는 것마냥 5층이 연달아 있고, 장애물도 딱히 없었지만.. 이미 앞선 장애물들 때문에 너덜너덜해진채로 골인했다. 아... 힘들어.... 힘든데 점수도 별로 없잖아...
트레이너실의 빈 자리.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 진위 여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소문보다는, 눈 앞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기에. 정말로 아픈 건지, 무엇이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인지 몰라도, 자신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퇴근길, 코우는 곧장 그녀의 맨션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고민했다. 그래봤자, 결론은 「벨을 누른다」였지만.
>>198 문이 열리기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무엇에 의해 오래 걸렸을 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잔뜩 흐트려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벨을 누르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문이 열리고, 보랏빛 파자마를 입고 있는 니시카타 미즈호가 머리를 빼꼼 하며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낯빛은 확실히.......눈가도 그렇고 좋지가 않다. 어딘가 창백한 듯한 낯빛으로, 애써 괜찮다는 듯 미즈호는 웃어 보이려 하였다.
"어서오세요, 코우 씨. 좋은 오후랍니다. " "조금 많이 흐트러졌지요?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답니다..... 자아, 자. 안으로 들어오시도록 하세요. "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활짝 열어보이려 하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려 하였다. 문을 닫기 전까지는 미즈호는 그렇게 태연하려는 모습으로 계속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말이다.
그 니시카타 미즈호가 트리플 반다나의 첫번째 관문, 우니상을 코 앞에 두고 병가를 냈다. 츠나센은 규모에 비해 활기찬 트레이닝 학원이긴 하지만 결국 시골의 자그마한 건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중앙에서 내려온 명문가 트레이너 아가씨가 병가를 냈다는 속보는, 벌써 비밀 네트워크를 타고 한 바퀴 돌아, 알 사람은 다 아는 정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레이니・왈츠는, 점심시간이 시작되자 마자 트레이너실의 문을 열어재꼈다.
“...정말로 없네.”
자주 오지는 않지만, 미스 니시카타의 자리가 어디인지는 알고 있다. 부자연스럽게 텅 비어있는 미즈호의 자리에 시선을 잠시 고정했다가, 곧 목적지를 향해 고개룰 돌리고선, 다가간다.
“미스터 시라기. 시간 있으신가요.”
다이고라면, 적당히 옆에 앉으라고 할테지. 지금 니시카타가 없는건, 오히려 행운일지도 모른다...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 따윈 주지 않겠다는 당당한 표정으로, 다이고의 자리로 다가간것이다.
>>218 "괜찮답니다. 되려 중요한 시기에 이렇게 되어 마사바 씨에게 죄송할 뿐이에요. " "가장 중요한 대상경주 시기인 만큼 철저히 케어해 드려야 하는데...... " 왜 나는 중요한 감정 관리도 못해서 폐를 끼치는 걸까요? 많이 아프냐는 코우의 물음에는 미즈호는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며 맞잡은 손을 꼬옥 잡아보이려 하였다. 너무 이런 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저 이런저런 일이 많이 겹쳤을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문이 닫히자마자 코우를 꼬옥 끌어안으려 하며 미즈호는 나직이 말하려 하였다.
"......저도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코우 씨. "
생각보다 많이 보고 싶었던 것인지, 껴안은 팔에는 약간 힘이 들어가있다.... 그렇다고 해서 코우가 못 떨쳐낼 정도는 아니다. 지금의 니시카타 미즈호는 이런저런 일로 인해 약해진 상태이므로 얼마든지 코우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날 수 있다.
미즈호가 병가를 냈다. 이유는... 직접 듣지 않아서 잘은 모른다. 개인 사정으로 병가를 낸 사람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그래도 한 번 쯤 병가 중에 방문이라도 해서 간식거리라도 사다 줄까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됐지만 바로 나섰던 다른 때와는 달리, 다이고는 가만히 멍 때리며 앉아 있다가, 점심시간과 함께 열린 문 너머로 들어온 레이니의 목소리에 사색에서 깨어났다.
"으음, 아, 레이니구나. 점심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괜찮을 것 같네."
점심을 먹을 시간이긴 하지만 점심시간 시작되자 마자 온 것 같고, 간단하게 먹는다든가 하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지는 않다. 이야기가 길어진다든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은 채로, 당당하게 다가오는 레이니를 보면서 무슨 일일까 생각해본다.
컨디션 관리를 못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담당하는 우마무스메보다, 혹은 그 이상으로, 자신의 컨디션 관리에 철저하다면 모를까. 이쯤되면, 니시카타 미즈호에 대해서 이상한 경계심을 품고 있는 레이니・왈츠조차도, 큰 일이 났나 걱정이 될 지경이나, 뒤이어지는 말이 워낙 어이가 없어서... 말이다.
“우와... 미스터 몬다이의 피눈물이 담긴 도시락을 말인가요. 당신, 정말 최악이야.”
옥상에서 다이고가 몬다이의 도시락을 삥뜯는다. 이런 자극적인 소식을 레이니의 친구이자 갸루무스메의 대장, 렛츠 고 유레카가 모를 리가 없었다.
>>244 뭔가 도와줄 게 없냐는 코우의 물음에 미즈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기엔, 많이 복잡해서....." "잠시, 생각이 필요해서 딱 하루만 병가를 낸 것이니.....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출근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실 것이야 없답니다. "
담당 관련 일은 역시 혼자 추스리는 것이 낫잖아요? 라는 말은 차마 말하지 못하고, 미즈호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어른이 고작 담당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연속으로 나가겠단 말을 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주저앉아 있을 수야 없다. 트리플 반다나의 가장 중요한 서막인 우니상이 코앞에 있다. 마사바를 위해서라도 트레이닝까지 내려놓고 병가를 내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야겠지, 연락 정도는 해볼 생각이긴 한데... 찾아간다든가 하는 건 좀 고민 중이야."
연인도 있고, 그 쪽에서 케어를 해주는 게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을 해 보면... 또, 주변에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주변 설명 없이 바로 병가를 낸 걸 테니 괜한 오지랖으로 문제를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이지, 얼마 전에는 직접 요리하는 것도 봤었어."
에비후라이 튀기는 걸 보고 배웠었지, 취기가 돌아서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피식, 웃던 다이고는. 턱을 괸 채 책상을 내려다보던 레이니에게서 지난 번에 물어보려다 만 걸 물어보려고 한다는 말이 들려오자 기억을 더듬었다. 아, 확실히 그 때 뭔가 말하려고 했었지. 그렇게 무슨 말일까 싶어 잠시 기다리던 다이고의 귀에, 레이니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생각하냐니..."
질문이 조금 두루뭉술해서, 장점을 하나씩 나열해 볼까 생각했지만 어쩐지 그렇게 말이 길어지는 걸 원하는 것 같지는 않고... 턱을 괸 채 잠시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던 다이고는 다시 레이니 쪽으로 고갤 돌려 말을 이어갔다.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냥, 볼 때마다 느껴졌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좋아한다. 라고.
걱정하지 말라 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열정적이던 그녀가 잔뜩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
"...다행이다." "언제든지 옆에 있어줄테니까." 네 옆에 있는 건 오직 나여야만 해. 기대오는 느낌이 역시 나쁘지 않아서, 살짝 웃음이 나와버린다. 끌어안은 팔은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근심 가득했던 낯빛이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나를 더 필요로 해줘. "물이면 충분해."
소파에 가있으라는 듯 코우에게 손짓하려 하고는, 팔을 껴안은 것을 풀고 니시카타 미즈호는 종종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하려 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미즈호가 나무 트레이에 두 개의 컵과 쿠키가 들은 접시를 들고 소파로 금방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볍게 얼음이 흔들리는 소리. 이거... 얼음물이다.
"자아, 이렇게 오신 거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다 말해드리도록 하겠답니다. " "손님에게 그냥 돌아가게 해드려선 안되니까요. "
자연스레 코우의 오른편에 앉으려 하며 미즈호가 베시시 웃어보이려 하였다. 자아, 무엇부터 물어볼 생각인가?
소파로 가 앉은 코우는, 미즈호가 물과 쿠키를 내오는 걸 얌전히 바라본다. 얼음물이 담긴 컵을 몇 모금 들이키고, 옆에 앉은 그녀를 바라본다. 궁금한 거라면... 코우는 곧바로 소문의 존재를 떠올린다. 히다이 트레이너가 그녀에게 사귀어달라며 고백했다는 얘기. 그가 사과하겠다며 먼저 찾아왔고, 실제로도 별 충돌 없이 원만하게 끝난 화해니만큼, 그 사람에게 다른 뜻이 있었을 거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어쩌면,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걸수도 있고.
아무리 같은 팀의 동료관계라고 해도, 좀 애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레이니 또한 같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을 마무리짓는다. -
하아... 하고 입에서 한숨이 세어나온다... 레이니・왈츠는 아직 남아있는 두 명의 트레이너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명예와 다이고의 다리를 위해 앞으로 나가려는 자신의 다리를 막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건... 저번에도 말 했잖아.” “그게 아니라... 그...” “다른 트레이너와는 다르게, 미스 니시카타는 이런 말을 두 번 한 적이 있거든. 내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우마무스메’라고.” “하지만, 내가 미스 니시카타의 담당 우마무스메였다면 다른 말을 했을수도 있었다고.” “다이고는, 내 담당이잖아. 다이고의 시점에선 어떤지, 그걸 묻고 싶었어.”
하지만, 말을 다 끝내고선 다이고를 향해 입을 벙긋거리며 ‘바보’라고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야!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는 입장으로써, 이번 일도 잘 해결될 거라고 믿는 다이고였다.
"이게 아니었군..."
그게 아니라는 말과 함께 다소 길게 이어지는 설명,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우마무스메'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과, 담당이라면 달랐을 거라는 말. 그렇게 생긴 어쩌면 당연한 의문인 '그렇다면, 담당인 당신이 보기에 나는 어떤가?' 라는 질문. 마지막에는 입모양으로 분명히 '바보'라고 마무리.
"그런 얘기였어? 흐음...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혼자서도 잘 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지."
알아서 자신이 마음 놓고 뛸 장소를 찾았고, 실제로 어떤 트레이너의 도움 없이도 조건전에서 1착을 했으니, 트레이너들에게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동시에, 당신들의 도움 없이도 나는 이만큼 해낼 수 있으니 필요 없다. 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을 정도였다. 애초에 자신도 그런 아이가 누군가를 필요로 할 거라는 생각을 거의 못 하기도 했고.
"그런데 담당이 된 지금은... 그렇지, 혼자서 하지 않으면 안 됐으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구나 싶어."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도 있었으나 그 뒤에 벌어질 일이 두려워서, 과거에 있던 일들이 누군가와 갈라지는 것에 대한 공포를 심어준 게 아닐까 싶었다. 아닌 척 하면서도 한없이 연약해서, 누군가에게 실망을 안기기보다는 혼자 어디론가 사라지는 쪽을 택할 아이.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식당으로 왔다. 지난 미승리전에서 2착을 하고, 팀을 나간 뒤. 벌써 며칠째일까? 수업에도 나가지 않고, 달리지도 않은 날이 계속된건. 뭐, 딱히 상관 없지만... 아무래도 조금, 어딘가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으니. 식욕이 있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젠 일과가 된 옥상에서 구름을 쳐다보며, 시간을 때우는 행동을 하다가. 점심시간 즈음까지도 낮잠을 자고 있었더니, 선생님에게 걸려버렸다. 아아, 별로 지금은 잔소리 듣고 싶은 기분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데, 선생님은 별로 화내지도 않았고.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라면서, 천엔이나 줬다. 받기 싫었지만 억지로 쥐어주는 통에, 순간적으로 유키무라 1식을 써버릴뻔 했지만... 결국 내가 질수밖에 없었지. 이 천엔은 아껴뒀다가 나중에 만나면 돌려주고, 우선 지금은... 카페테리아에서 밥이나 좀 먹을까.
뭘 먹어야 할지. 전부 맛있어 보이긴 하다만, 별로 먹고싶진 않아서. 괜히 당근 주스나 하나 받아들고는, 테이블에 털썩 엎어지듯이 머리를 기대었다. 왼쪽 뺨을 기댄채로, 빨대를 길게 늘어뜨려 쭙, 쭙 하고 천천히 당근주스를 마시다가.
유키무라가 엎드린 채로 당근 주스를 마시고 있던 그 때! 붉은 기가 도는 포니테일 포함 2개의 꼬리를 살랑이며 카페테리아에 들어온 우마무스메가 있었으니, 연습복 차림에 굵고 짧뚱한 단무지 눈썹, 그리고...콧수염! 느긋하게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은 마치 걷는 우마무스메에게 동력을 공급하는 것인 듯, 그 속도에 맞춰 느릿느릿 카페테리아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인사를 나눈 알레샤는, 오늘 카페테리아에서 준비한 음식들 대신 원가 담긴 찬합을 보자기에 싸서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어라아?"
카페테리아 내에서 찬합에 있는 것들을 먹을 모양일까요? 그렇다기엔 아무 자리에나 앉는 게 아니라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말이지요. 네, 바로 당신! 테이블에 엎어진 채 쥬스를 마시고 있는 당신 말입니다!
"벌써 다 먹었어어?" 알레샤는 찬합을 든 채로 몸을 바짝 기울여서 유키무라의 얼굴 쪽으로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속도가 느릿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는 않을...지도요.
미간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레이니의 검지를 보곤 웃으면서 그리 이야기하다가, 레이니의 모습에 대한 답이 정확하다는 말이 들리자 정답이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이런 면을 보면 스스로를 잘 보고 있다고 해야 하나.
"으응?" "무슨 소리야, 레이니의 '좋아'랑 다르다니."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트레이너실,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화제에 다이고는 턱을 괴던 손을 내렸다.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말을 끝내기 전에, 대답을 확실히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닌 것처럼 도시락을 꺼내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서, 다이고는 말을 끝내는 대신 도시락을 가방에서 꺼냈다. 히다이에게 제대로 배운 요리는 에비후라이 하나뿐인데, 오늘 이렇게 같이 먹을 거라곤 생각을 못 해서 에비후라이는 준비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습하는 셈 치고 매번 할걸!
나는... 지금 이 타이밍에 만난다면, 가장 최악인 상대 넘버 원의 영광을 당당히 차지하는, 너를 만났다. 알레샤. 너는 꼬리를 살랑이면서, 연습복 차림인채로. 어느샌가, 네 트레이드 마크가 된 특유의 콧수염을 붙이고. 제발, 모른 척 하고 그냥 가줘. 라는 생각을 해도 소용 없겠지. 눈이 마주치면 넌 그대로 내게 인사를 건넬거고. 숨어도 도망쳐도 소용없나. 애초에 그럴 기력도 없지만...
너는 누군가를 찾기라도 하는 양,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아. 눈이 맞았다.
".....하아... 안녕... 알레샤 양.."
나는 느릿하게, 얼굴을 들이미는 네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는, 길게 한숨 쉰 뒤에 인사를 건내었다. 응, 그래, 그렇겠지. 이렇게 말 걸지 않을리가 없다는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뭘 먹을 기운이 없어서. ...근데, 그건 뭐야? 알레샤 양의 도시락? 아니면, 담당 아이에게 전해주려고? 벌써 담당 아이가 생겼어?"
"안뇽~ 유키모모쨩★" 알레샤를 보며 한숨을 쉬긴 했지만 인사를 건네오는 유키무라에게 대체 언제 저렇게 부르기로 합의가 된 건지(안 됐습니다) 애칭을 부르는 알레샤. 유키무라의 반응을 신경쓰기보다는 이어지는 질문, 찬합이 뭐냐고 묻는 말에 몸을 세우곤 테이블 위에 찬합보따리를 올려놓습니다.
"그건 아니고오, 일단 한 번 볼래에?" 그렇게 이야기하며 보따리를 푸니, 보통의 찬합보다도 몇 층은 더 올라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알레샤가 들고 있을 때도 아슬아슬하게 땅에 닿을까 말까 한 정도였지요. 한 번 보겠냐는 질문에 대한 답도 듣기 전에, 찬합을 여는 알레샤. 그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에비후라이들이 아주 예쁘게 잘 담겨 있습니다, 뛰거나 했다면 마구 뒤섞였겠지만... 있는 그대로 운반하는 데에는 이보다 적임자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쨔쟌~☆" 그저 찬합을 열었을 뿐인데 뭔가 마술이라도 한 것 마냥 자세를 잡고 손을 흔드는 알레샤입니다.
나를 유키모모쨩이라고 부르면서, 발랄하게 인사를 건네오는 너. 나는 귀를 조금 쫑긋거리며 움직이고, 뺨을 조금 붉게 물들이면서... 손가락으로 뺨을 긁적였다.
"알레샤 양...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고 했던것같은데에.."
나는 눈을 깜빡이면서, 조금 시선을 돌린 채로 당근 주스를 쭙, 쭙 마셨다. 여기, 이렇게 사람도 많은데 그렇게 부르면... 창피하잖아. 그러다 네가 몸을 세우고, 테이블 위에 찬합보따리를 올려놓자... 나는 시선을 돌려 그것을 바라보았다. 에, 뭐야?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나는 도저히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너와 찬합은 번갈아 바라보다가.
"에..."
"자, 자자잠깐만 잠깐마안.. 이건 너무 많잖아..."
보통 많은 도시락이 아니었다. 뭐야, 이게. 새우튀김이 잔뜩 담겨진 도시락이잖아. 이건...
"에에 어째서어-" 귀여운데에~ 유키모모쨩~ 보통이라면 성이나 이름, 이름의 일부에만 쨩이나 군을 붙이고 말겠지만 알레샤에게 있어서 유키무라는 조금 더 친밀한 관계(어디까지나 본인 입장에서)인 만큼, 색다른 호칭을 부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매번 약하게나마 거부당하긴 하지만 설령 강한 거부라 해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 법...
"우응-? 헤에 어떻게 알았어어?" 마마가 그 때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해 준 건 아니었지만, 유키모모쨩이 에비후라이를 많이 못 먹고 돌아갔다고 들어서, 큰맘 먹고 준비해달라고 했는데에. 그 사실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건가아? 같은 말이 안 되는 생각을 하던 알레샤는 귀를 느리게 쫑긋거렸습니다.
"에비후라이 자안~뜩 준비해 왔으니까 같이 먹자아~☆" 이 타이밍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가에 브이를 하면서 이 멋진 에비후라이를 보라! 는 느낌으로 유키무라 앞에 찬합을 하나씩 내려놓는 알레샤입니다.
열어보려던 고양이 상자를, 다시 닫는다. 레이니・왈츠는 입을 꾹 다물고, 다이고가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 내용물을 보여줄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뭐야. 이러니까 미스터 몬다이가 도시락을 싸주지.”
그리고, 내용물을 보고, 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아, 안에 뭐가 들은지도 모르는 주먹밥을 보면서 뭘 먹을래라고 하면, 소용이 없잖아. 다이고.
“으음. 모르겠는데, 다이고는 다 알아? 내용물.”
레이니는 가장 가운데에 있는 주먹밥을 들어, 자연스럽게 다이고의 입가로 가져다댄다. 이제는 다이고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조용히 해달라는 무언의 신호이기도 하다.
“다이고, 나 말이지. 다이고가 내 옆에 있어주는것 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이고의 옆에 있고 싶어.” “레이스와 관련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닌, 소소한 일도 공유하고 싶고, 실컷 바보같은 짓도 함께 해보고 싶고, 꽃구경은 늦었지만, 여름 축제를 같이 보내고, 단풍이 든 산책길을 손 잡고 걷고, 눈이 내려서 새햐얘진 풍경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 “...그리고, 다이고가 날 안아줬으면, 나에게 입맞춰주면 좋겠다고, 도.” “...내 정말 좋아는, 그런 의미야.”
수명물 만화 보고있는데 이런저런 종족의 차이점이 와따시의 오딱구 하트에 불을 붙이는ww 우마무스메도 real 코 앞의 물체는 보지 못해서 우마무스메 전용 수저가 따로 있다던지 했으면 모에했을것같은wwwww 콧수염에 소스를 덕지덕지 묻히고 밥먹는 알레샤라던지... 쵸 모에한wwwwwwwwww
아주 잠깐, 코우의 눈썹이 꿈틀댄다. 역시 소문대로였었나. 히다이 트레이너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말마따나 진지한 고백은 아니었을 거다. 먼저 사과까지 해왔는데, 괜히 이쪽 화를 돋굴 일을 만들겠냐고. 뭔 수가 있으니만큼 그런 악수를 둔 거겠지. 가령, 고백하고 차였다는 소문을 낼 생각이었다던가.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해야 했을까?
"하하하..."
실소같은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웃겨서? 아니,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 사람이 진지하게 나왔다면, 어떻게 했을 건데? 짓궂은 생각이다. 진심일리 없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얼굴에 기필코 주먹을 꽂아줄 거지만. 절대 뺏기지 않을 거니까, "...별 일 아니었네." 너도 다른 녀석들한테 눈 돌리지 마. 어색한 웃음을 지우고서, 코우는 미즈호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 턱을 잡아당겨 입술을 포개어오려 한다. 입맞춤은, 오래도록 이어졌을지도.
그래도 히다이 형 앞에서 먹었던 도시락보다는 훨씬 낫다고 보는데! 레이니가 자연스럽게 히다이를 몬다이로 부른 것에 대해, 지극히 자연스러워서 자연스럽게 그 역시 넘어가 버린 다이고는 웃음을 터트리는 레이니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만다.
"뭐 뭐 넣었는지는 아는데, 지금 보니까 겉만 봐선 모르겠네..."
만들때는 신나서 재료를 집어넣었으나, 막상 만들고 나서 뭐가 뭔지 구별할 방법 따위는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복불복 주먹밥 같은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입가로 다가온 주먹밥에 말을 잇는 대신 한 입 베어문다. 우물우물, 주먹밥을 씹으면서, 그 틈에 이어지는 레이니의 목소리에 다이고는 귀를 기울였다.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지금 레이니의 입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
씹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가 싶더니, 꿀꺽 하고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버릇처럼, 아니, 버릇 대로 손이 입가를 가리고, 시선은 레이니가 아닌 다른 쪽으로 향했다. 올 것이 왔구나... 같은 감상은 아니었다. 그야, 이미 몇 번이고 대답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뜸 들였구나." "둘만 있을 때 이야기하려고."
입가를 가린 손 때문에 소리는 한 꺼풀 덮인 채로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있잖아, 레이니."
크흠,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입가를 가리던 손은 내려가고, 시선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와 레이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내리든, 눈이 오든, 티 없이 맑든, 흐리든 간에." "해가 뜬 한 낮이든, 달이 뜨는 한 밤이든간에,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냥...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게 내 행복일지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긍정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현재 두 사람의 상황을 생각하면 무턱대고 모든 걸 OK라고 해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거절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해두고 싶어서, 네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나 역시도 용기를 내 본다. 어차피 여긴 둘 밖에 없잖아.
"나도 정말 좋아해, 진심이야."
『정말로 좋아해』
그렇게 이야기하곤 웃으며 제 입가에 레이니가 가져다 댔던 주먹밥을 잡아 레이니의 입가에 내밀었다. 주먹밥 안에 담긴 건, 이미 한 번 베어물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안에 담긴 건. 참치가 맞아.
"히잉..." 창피하니 제발 부르지 말라는 말에 귀와 꼬리, 눈썹, 심지어는 수염까지(착각입니다) 축 늘어집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알겠어어, 둘이 있을 때만 그렇게 부를게에 같은 말은 하지 않는 걸 보면 어지간한 고집쟁이입니다...
"에에 우는 거야아? 울지 마~ 착한 아이는 우는 거 아니에요오~?" 어느새 상황을 대강 파악한 유키무라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눈물을 똑똑 흘리기 시작하자, 알레샤는 당황한 듯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10cm 이상 차이가 나는 유키무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긋나긋하게 달래보려고 합니다. 이미 쿵 하고 소리를 낼 정도로 엎어진 유키무라인만큼 키 차이가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군요, 다행(?)입니다.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에, 칼싸움 같은 거 했어어?" 칼을 겨누며 싸웠다는 말을, 장난감 칼 싸움 같은 걸로 이해한 건지 나긋하게 물어오는 알레샤, 미안하다는 말에는 괜찮아아~ 유키모모... 모모카는 착한 아이네에~ 하며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나데나데~☆
"그렇구나아~ 충전은 필요하지이-" 그러니까 얼른 먹자아? 전혀 의미가 전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충전을 위해서는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듯, 이미 찬합을 다 늘어놓곤, 젓가락으로 에비후라이 하나를 집어 타르타르 소스까지 찍어가지고는... 유키무라의 앞에 내밀고 있습니다. 고소한 기름 향이...
>>411 코우가 어째서 웃는지에 대해서 니시카타 미즈호가 파악할 길은 없다.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코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별 일 아니었다는 말은 어떤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까. 좋은 방향으로 거절했다고 보면 괜찮을까? 뺏을 테면 뺏어보라는 말은 절대로 뺏겨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으면 되는 말과 동일했다. 보랏빛 눈동자에 비춰질 색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다른 색이 비춰질 일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미즈호는 가볍게 코우의 목을 껴안아오려 하였다. 그가 입술을 겹쳐오는 타이밍에 맞춰서. 글쎄, 만약에 장난이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별 일 아니었지요? “ 그렇다 해도 뺏겨질 일은 없답니다.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듯,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미즈호는 눈꼬리를 휘어보였다.
“후후, 별 거 아닌 일로 쉬는 건 아니니 안심하시길. “ “그냥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이에요. 요새 일이 많았으니까요. “
츠나센의 게시판은 하루가 멀다 하고 늘 흥미진진한 소재로 가득하다. 어느 날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을 때도 있고, 어는 날은 중요한 공지사항, 또 어느 날은 학생들의 소소한 도움 요청, 인기 투표, 그 외에도 동아리 홍보라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 사미다레는 늘 이곳을 지나다니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 붙은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교, 교사가, 학생한테 부적절한 행위를……? 사미다레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한참동안 경악을 하다가, 주섬주섬 가방을 뒤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스킹테이프를 쭉 당겨서 대.꾸(대자보 꾸미기)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우월주의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히토미미가 우마무스메에 비해 열등한 종임에도 생존을 허락받은 사실은 우마무스메의 호의가 있었기 때문임을 기억하십시오. 또한,」부분은 깜찍한 토끼 패턴 마스킹테이프로 검열되었으리라.
레이스에 나가지 않는 우마무스메와 트레이너, 그리고 담당이라는 관계성. 질문을 던진 것 자체는 간단한 답변이라도 들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만, 언그레이 데이즈는 생각보다 더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오히려 트레이너인 자신보다도 더 자세하게, 서류 절차 같은 것까지 포함해서... 역시 어른스럽기도 하고, 생각이 많달까. 조금은 걱정도 덜 하고, 가볍게 생각해도 될 텐데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흠, 고마워, 성실하게 대답해 줘서. 역시 언그레이 데이즈는 성실하네~"
나쁘게 말한다면 오지랖이 넓다, 겠지만. 힘들고 지칠 때 넓은 오지랖으로 다가와 주는 사람은 나쁘지 않다. 호들갑을 떠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해주는데... 선생님이 된다면 굉장히 아이들을 잘 케어해 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지지대는 전부 튼튼하고, 이불도 제대로 있다. 안테나의 날카로운 부분은 잘 감아 뒀고, 고양이들도 언그레이 데이즈의 노력 덕에 위험하지는 않다. 화분은... 음..
"어느새 다 돌았네, 나중에 또 와서 직전에 한번 더 봐야 하긴 하지만... 지금은 끝! 수고했어, 언그레이."
"조금 어렵게 말하기는 했어요." 그런 식으로 회피하거나. 그런 식으로 은근히 밀어내는 일도 잦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을까?
"결단과 전진...이라는 뜻을 말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토파즈로 넘어가게 될까? 같은 생각을 하고는 다시 내려놓습니다. 애매모호한 것은.. 조금 고민했으나,
"창은 본질적으로 격리하는 것이니까요. 닿지 않는다에 가깝겠네요." 어느 쪽이라 해도요. 라고 덧붙입니다. 대부분의 일들을 흘러가듯이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흘러가는 것 또한 피리카에게는 영향이 없다는 듯한 해석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창에 손을 맞대면 따뜻해지지 않던가?
"다만.. 요즘 들어서는..." 한숨을 내쉬고는 물을 한모금 홀짝입니다. 찬물이 미지근해진 것 같다는 감각이 듭니다. 그게..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담당이 생겨서 균열이 생긴 것처럼 바람이 불면 덜컹거리는 것 같네요." 원래대로라면 담당 없이 그냥 프리랜서에 가까웠을 거라는 느낌이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쳐 하는 말이기에, 조금은 밀어낸다는 의미였을터다. 다만 결단과 전진이라는 뜻을 듣고는 역시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한 끝을 맺을 준비를 마쳐본다.
"저스트 러브 미씨 입니까. 담당이라면."
접점은 없는 사람이었다. 대회에서는 본적이 있었던가. 대화를 나눠본적이 없다.
"..."
지금 듣고 있는 이야기들을 종합해서 재해석 해보자니, 대충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조금 알것만 같았다. 이 사람은 우리라는 울타리가 견고한 사람이구나. 그것을 그녀는 창이라고 불렀다. 머나먼치 보기만 할 뿐이었는데 담당이 생김으로서 창과 창밖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같았다.
"창보다는 울타리 같네요. 울타리 바깥의 풍경은 그저 풍경일 뿐이었는데, 울타리 밖에서 안으로 한명이 들어옴으로서 울타리 허물기 시작했다 라고 말하시는 것같습니다."
드디어 갈림길에서 나는 하나의 선택을 택한다. 일전에 트레이너 야나기하라와 했던 이야기의 연장선상으로서 나는 최후의 선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번째 달이 기울어졌습니다. 달무리의 끝에 하나는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궁금했기에 달아보았고."
그것은 야나기하라 코우를 뜻했다. 이성적으로 그가 내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에 대해 물어봄으로서 무게를 더한다.
"반대 쪽 끝에는 하나, 본능적으로 이 사람에게는 수많은 질문을 하고 싶을 정도로 가만히 둘 수 없구나라고 달아보았습니다."
그것은 히로카미 피리카를 말했다. 흘러가듯이 바라봄에도 그녀는 창밖에 있는 나에게 어떤 결단을 내리고 전진할 것인지 궁금하다는 인지를 함으로서 무게를 더한다.
이성은 야나기하라 코우를 따라가고 싶어했다. 본능은 히로카미 피리카를 택했다.
"세상은 의문 뿐입니다. 그럼 달이 기울어진 방향은 본능을 택하겠습니다."
푸른 호안석을 건내받고는 말했다.
"제 트레이너가 되어주시겠습니까?"
내가 성층권을 찾으려는 것도 의문 뿐이고, 그녀가 흘러가듯이 보는 것을 가만히 둘 수 없는 것도 의문 뿐이다. 의문은 그렇게 존재하고 풀어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다. 풀지 않는 것은 영원히 신경쓰일지도 모르니까. 어느 쪽이건 의문을 풀어가는 것이 내가 달려가 전진할 길이었다.
조건전, 종료. 1년하고도 몇개월의 공백기를 깨고 드디어 데뷔 다운 데뷔를 마친 퍼펙트 원더는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즐거워보이는 듯한 표정이다. 수업중에도 답을 모르면서 풀수 있다고 나서지를 않나 영어지문조차도 완전히 다른 발음을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은... 뭔가 오히려 이상해진것이 아닐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어이 언그레이 데이즈."
그리고 그 날 일이 터져버렸다. 몸이 순조롭게 회복되는 것 때문일까. 원더의 자신감은 이루 말할데가 없을 만큼 올라가있었다. 그 탓일까. 그녀가 생각하기에 '현 시점에서 가장 강한 우마무스메'에게 곧바로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어쩌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을만한 것이었다.
병가를 낸 지 정확히 하루 뒤, 니시카타 미즈호는 트레이너실에 다시 출근했다. 평소와 달리 커다란 무언가가 들어있는 종이 봉투를 들고온 채.
병가를 내고 있던 지난 하루동안 니시카타 미즈호가 줄곧 생각해 오던 것이 있었다. 트레이너실에서 [ 그 이야기 ] 를 들은 이후로부터 아주 심려깊게 고민해온 사실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해온 끝에 니시카타 미즈호는 결국 그것을 가져왔고, 출근하자마자 다음과 같은 메모지를 작성해 누군가의 책상에 붙였다.
[ 출근하시자마자 바로 화단으로 와주세요 ] [ 드릴 말씀이 있답니다 ]
니시카타 미즈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어떤 소문이 나돌아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정말로 상관없다는 마음이었기에 히다이 트레이너의 책상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붙인 것이다.
남들 앞에선 못할 이야기이라는건, 동의한다. 그게 학교의 트레이너들 앞에서라면, 더더욱. 하지만, 고의적으로 뜸을 들였다거나 하는건 정말로 아니여서, 고개를 가로젓고 말았다. 미스 니시카타가 걱정되는건 사실이다. 비록 그녀를 무서워하더라도. 다이고의 눈에, 어떤 우마무스메로 보이는지 궁금했던것도, 사실이다. ...귀여운 아이라는 말은 말고.
고양이 상자 속의 고양이는, 아직 살아있다. 자기 몸에 딱 맞는 상자에, 기분좋은 그릉그릉 소리를 내면서까지. 레이니・왈츠는 붉어진 얼굴을 감출 생각을 하지 못한채로, 대답 대신 다이고가 내민 주먹밥을, 덥썩하고 입에 집어넣는다. 음, 그래도, 아주 맛없진 않네... 한참을 우물우물하다가, 삼키고 나서야 겨우 꺼낸 건.
사실 가장 강한 우마무스메라는 이름에는 정말 큰 모순이 있다. 일단 1. 그 이름은 지방, 그 중 츠나지시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 2. 그리고 현 시점에서 클래식급이라는 것에 한정해야 할 이야기이다. 강하다 해도 3마신. 그것은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다. 나리타 브라이언이 될 수 없는 우마무스메, 밤색머리의 우마무스메는 정말 철저한 작전으로 우위를 점한 것이였기에.
그리고 다음은 사바캔. 물론 사츠키-일본더비-국화상으로 가는 클래식 삼관보다야 뛰는 사람의 수준도, 거리도 큰 차이가 나지만, 그 룰을 적용한다면 가장 빠른것은 자신. 가장 운이 좋은 우마무스메가 사바캔. 그리고... 산마캔은 가장 강한 우마무스메. 그렇기에, 조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없잖아 있었다. 그 기대가, 말해오는 것이.
"... 무슨 일인교, 원더씨?"
그렇기에, 그것에 열중하고, 트리플 반다나에서 출주한 사람들까지 살펴보고 있던지라. 그리고 사실 시험도 끝나버려 조금 사람들의 정신이 팔려있을 때라 당신이 무슨 말을 할지 예측을 할 수 없던 밤색머리의 우마무스메였다.
전전야 체육제는 츠나센 학생들의 대부분이 참가하는 나름의 중대 이벤트다. 하지만 이벤트라고 해도 순전히 흥미와 재미 위주일 뿐 레이스에 도움 되는 것 하나 없지 않냐 따진다면 반박할 수는 없다. 레이스를 앞두고 이런저런 경기에 참여하다 부상이라도 입으면 큰일이고, 음식을 먹어봤자 살만 찔 뿐이다. 그래서 참여는 하되 설렁설렁 시늉만 하고 끝내는 학생들도 종종 있는 편이다. 실질적인 효율과 즐거움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사미다레 역시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역시 레이스도 포기할 수 없고, 지역 행사의 즐거움도 놓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 뭔가. 그래서 사미다레는…… 비장의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적어도 두 번째 종목의 문제만은 근성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런 연유로, 사미다레는 현재 트레이닝실의 문 앞에서 메이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뜬금없이 메이사는 왜 끼웠느냐고? 그야 메이사도 도넛 먹기 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다. 혼자 트레이닝 하기엔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메이사는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라이벌을 살찌게 둘 수는 없지. 뺀다면 함께 빼야 하는 거다! 그런데 포동포동한 메이사라니, 생각해보니까 좀 귀여울 것 같기도……. 아니, 이게 아니지.
여하간 잡아둔 약속에 맞춰 트레이닝실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으려니 저 멀리에 보이는 노란 멘코가 눈에 들어온다. 사미다레는 한손을 낮게 들고 살살 흔들어 보였다.
"메이, 왔어? 컨디션은 괜찮지? 혹시라도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다면…… 무리해서 같이 안 해도 돼."
수상할정도로 높은 내적 친밀감. 아마도 그 한순간의 고통때문인지 원더에게 있어 언그레이 데이즈는 제법 가까이 느껴지는 상대중의 하나였다. 대놓고 친구부터라고 시작한 이상 학원 안에 몇 없는 친한 우마무스메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아마도 자신의 이상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친구 사이에 이유가 있어야만 말을 거는건 아니잖냐."
주인이 나간건지 비어있는 의자를 끌어와 앉으며 즐거운 듯이 웃어보였다. 평소의 배는 즐거워보이는 것 같은 얼굴로.
"이번에 조건전을 이겼거든. 가능하면 내가 아는 녀석이랑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말이다!!!!"
화단으로 나온 히다이의 눈앞에는 커다란 종이 봉투를 들고 있는 채 벽에 기대 서 있는 니시카타 미즈호가 있을 것이다. 히다이가 무슨 용건이냐며 말을 걸어온다면, 미즈호는 부드러이 웃으며 종이 봉투를 두 손에 꼬옥 들고 히다이의 앞에 서 보인다.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고..... 말을 꺼내기 시작하는 목소리는 떨려 오고 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소문을 퍼트리시는 것에 '어울려 드리겠다' 라는 답변을 드리려고 왔어요. " "이제서야 이런 답변을 드리는 것은, 너무 늦은 답변인가요? "
미즈호는 그렇게 말하며 히다이를 조심스레 빤히 올려다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려 하였다. 지금부터 꺼낼 이야기는, 보통 심정으로 꺼낼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냥 어울려 드리는 건 아니랍니다. 조건이 있어요. " "저의 가장 소중한 것 을 맡길테니. 그 조건으로 어울려 주시는 건 어떠신가요? "
그런 언질을 들은 적 있다. 동업자들끼리 강경하게 비판할 수도 없으니 적당히 맞장구 치고 넘어갔었던 것들. 유키무라 모모카가 팀을 나왔다는 선언을 해온 것, 그리고 메이사 프로키온의 속내를 의도치 않게 들었던 것. 나는 불길한 예감에 봉투에 손을 뻗지 않고 말을 이었다.
"늦었지, 한참 늦었어."
...그래도, 일단은 필요해.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이야기를 계속 들었다. 그리고 미간을 꾹 누를 수밖에 없었다. 골이 땡겨와서. 별 골때리는 여자가 다 있어...
"소중한 건 필요 없어. 자기 소중한 거 아무데나 맡기고 다니지 말라고..."
하지만 맡아두는 것 정도라면야. 신발장 위에다 놓고 잊어버려도 될 일이고. 아니라면 옷장 안에 넣어두면 그만.
>>694 ".......죄송해요. 너무 늦었지요? 그날 이후 계속 고민을 해왔답니다. " "히다이 트레이너님에 대한 대답을 어떻게 해드릴까 해서....."
니시카타 미즈호는 애써 무언가를 참으려는 듯 입술을 깨물고는, 종이 봉투 손잡이를 꽉 잡고 이야기했다.
"히다이 트레이너님은, 제가 그 날 왜 울고 있었는지 모르고 계시지요? " "저는 그 날, 가장 소중한 아이로부터 [ 팀을 나갈 예정이다 ] 라는 말을 들었어요. "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절대로 보통 마음을 먹고 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모든 일의 전말을 설명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아픈 과정이다. 말 하나하나를 꺼내는 것이 심장을 찔러오는 것 같아 아프다. 무척 아프다. 눈물이 날 만큼 아프다.
"저는 말이지요, 이 츠나지에서 온 이래 제가 준 모든 선물이 작별 선물이 되어왔답니다? 스트라토 씨에게 드린 새해 선물도, 유키무라 씨에게 드린 축하 선물도 모두 작별 선물이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이제 사바캔에 나갈 메이사 양에게 드릴 선물도 작별 선물이 되어버릴 거랍니다. 이적하는 메이사 양에게 마지막으로 드리게 될 선물. ...이 선물만은 말이지요. [ 작별 선물 ] 로 주고 싶지 않았어요. 몇 착을 하든간에!!!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면서 축하 선물로써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하지만............ ............ "
고조되어 가는 감정은 결국 울음으로 터져나온다. 명백한 슬픔의 감정이다.
"히다이 트레이너님은, 작별 선물을 줄 사람 같지 않았답니다. 당신은 스스로 자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안좋은 소문을 무마하시려 하는 좋으신 분이니까요. 다소 당황스러울 소리이시겠지요? 하지만 제 눈에는 그래 보였답니다...... " "그리고 그 아이를, 외롭게 해 주지도 않을 것 같았어요. "
애써 더 이상 울음을 터트리지 않으려 하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히다이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울음을 터트리지 않으려 한다 해서 목소리가 커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소중하기에 맡길 수 있는 것이랍니다? 그 아이의 옆에 필요한 것은 그 아이 '만' 을 봐 줄 트레이너이니까요. 왜 이걸 이제서야 깨달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다정하게 대해도, 상냥하게 대해주어도 그 아이는 자신을 담당의 친구로써만 본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담당인 아이에게 집중해 달라고, 그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한 거에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정말로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
깊게 울음을 삼키듯 숨을 내쉬며, 니시카타 미즈호는 종이봉투를 히다이를 향해 내밀어 보였다.....
오래 기다렸냐는 말에 살래살래 고개를 젓는다. 제 쪽이 조금 이르게 도착했을 뿐 메이사도 약속에 늦는 성격은 아니니.
"그럼 잘됐다. 오늘 이렇게 부른 건 말이지……."
소리 나지 않도록 가볍게 손뼉을 한 번 치며 천진한 표정을 짓던 것도 잠시, 말을 고르는 동안 점점 표정이 비장해진다.
"메이도 알겠지만 도넛 먹기 대회를 앞두고 최대한 트레이닝을 해 둔 다음, 끝내고 나서 먹은 만큼 빼야 해. 마츠리 다음에는 사바캔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메이는 지금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면 근육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
연비가 나쁜 우마무스메에게 있어 감량과 증량은 최고의 난제. 게다가 비교적 평범한 행실에 밀려 티가 나지 않을 뿐 사미다레 역시 식스팩을 보유한 헬스-우마무스메다. 스스로 기름에 튀긴 고열량 디저트에 도전한다는 것은 즉 전장에 뛰어드는 것과도 같다……! 절로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음, 어느 쪽이든…… 일단 준비운동부터 해야겠지만……."
그치만 시작도 하기 전부터 너무 진지해진 것 같아서 조금 머쓱하기도. 사미다레는 볼을 긁적이다가 저 역시 트레이닝실로 따라 들어갔다. 아니, 준비운동보다도 우선은 환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곳곳의 창문부터 연 후 짐을 한쪽 구석에 놓아둔다. 거슬리는 머리카락도 올려 묶고, 천천히 발목을 풀고…… 시작할 준비부터 하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시니어로 가지 않고 트레이너 시험 쪽으로 빠지는 녀석들이 제법 있었던가. 듣자하니 작년도 까지는 뛰다가 이제는 트레이너를 하는 선배도 있는 모양이니까. 이 녀석도 그런 거라면 아마도 싸울 수 있는 건 이번 년도가 마지막인가.
"...시니어는 갈거지? 아니 가라. 나랑 영원히 싸우자고."
중앙의 트레이너 면허는 T대에 합격한 녀석들도 떨어지거나 아예 합격자가 없는 년도도 있을 정도니까. 지방이니 그것보다야 형편은 낫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레이너 시험을 준비하면서 본인의 커리어까지 신경쓴다는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일거다.
"음!!! 당연하지. 그렇게나 강한 녀석이 오지 않으면 오히려 흥이 안날거 아냐."
"녀석은 무조건 올거야. 계기만 있다면 말이지."
아쉽게도 나랑 그 녀석은 그냥 레이스에서 맞부딪히던 사이지 따로 아는 건 아니니까. 뭐 찾아서 이래저래 말한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당장 다음 계획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마구로 기념의 출주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우회하는 것도 있었지만... 역시 정면승부가 나한테는 더 어울리겠지.
"지금 시점에서 가장 가깝잖냐. 어제 네 경기 영상도 보고 왔다고."
3마신 차의 승리. 물론 다른 주의할만한 녀석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잖아. 지금 이 마을에서 가장 강한 녀석과 같은 주법으로 정면에서 붙는다. 그것만큼 달아오르는 일이 있을까보냐.
"아, 그거 말이지. 고민중이야. 마음만 같아서는 모조리 뛰고 싶은데 내 주법이 몸에 무리가 여간이 아니라서."
장난스레 말하면서, 나도 돌아다니며 창문을 연다. 그나저나 사-미는 진지하네. 나는 그냥 '와! 도넛이다~'하고 아무 대책없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어? 체중감량??? 아직 살찐 기미 아니니까 괜찮지 않나??하고 생각하면서도 슬쩍, 손을 내려서 배를 더듬게 된다. .....아, 아직 세이프.. 하지만 뭐, 사-미 말대로 미리 운동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에- 아니면 그, 도넛 먹기 대회를 카보로딩이라고 생각하면 어떨라나~"
운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운동 전, 아니면 중간에, 혹은 끝난 후에 탄수화물을 왕창 충전하는 거였던가. 미리 근육에 글리코겐을 충전해두면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에서 탈진을 방지할 수 있다던가 뭐라던가.
물론 우리의 레이스는 1시간도 안 가는 짧은 운동(?)이니까 그닥 효과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핑계로 삼기엔 좋지 않?나??
미인이 울고 있었다. 울면서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왜냐면, 듣는 내내 머리에서 핏기가 가셨기 때문이다. 그거 아냐? 너무 빡치면 머리에서 피가 빠지는 소리가 나. 그리고 뚝, 하는 거지.
어느샌가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있었다.
난 코치가 싫다. 비록 십몇년 전의 인물이지만, 그래도 싫다. 덕분에 내 무릎은 완전히 망가지고 공부라고는 전혀 모르는 채로 고등학교에 들어가, 좌절의 나날을 보냈으니까. 그래서. 트레이너 일을 하면서 나는 내가 코치가 되지 않도록 애썼다. 강압으로 찍어누르지 않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짓궂은 장난도 받아주고, 머리를 걷어차였어도 그냥 넘겨준 거다. 나라고 때려칠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내 앞에 코치가 있었다. 울고 있다.
난, 아니, 15살, 무릎 수술로 완전히 병신이 되어버린 내가 묻는다.
"...맡긴다고?"
"물건이냐? 맡기게?"
난 라포를 쌓지도 못할 뿐더러 쌓을 마음도 없는 선생이다. 베풀 수는 있으나 보답받고 싶지는 않다. 요구하고 싶지도 않다. 담당이 있는 녀석을 내심 부러워할지언정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언제 코치가 될 지 모르니까.
"넌 네 얘기만 해. 그래서 떠난 거야."
내 십몇년간의 울분이 뱃속에서부터 끌려나온다. 이건 극명한... 혐오였다.
"나랑 이야기할 때도 자기가 울고 있던 정황부터 설명하니까, 작별선물만 보내와서 슬펐다고 하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하니까. 축하선물을 주고 싶었다고 변명만 하니까!"
"어, 토레나 시험. 일다는 지방은 먼저 따보고, 쉽다거나 느껴지므는 지방하믄서 중앙 자격증 노리는 토레나도 있응게..."
사실, 언그레이 데이즈라는 이 작은 우마무스메에게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그나마 가장 자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짱구를 굴리는 것 정도라고 답할 것이다. 중앙에 가면 그저 미승리전만 전전하다가 은퇴할 법한 우마무스메라고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것도 정말 그 어릴적에 비하면 정말 감지덕지한 일이였다. 지방에서 뛰어도 이길까 말까한 컨디션. 아니, 완주는 할 수 있을까, 하는 컨디션이 자신의 어릴 적 다리 상태였으니. 자신의 크기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을까.
"... 일단, 봐야제. 클래식은 뛰어보고, 그 후에 시니어 한번 뛸지, 아이므는 바로 토레나로 전향할지는... 랄까, 영원히 싸우는 거는 니도 토레나로 오지 않는 한 무리 아인교. 내는 니만치 체력이 많지 않어야..."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한다. 사실 먹는 것 자체가 다르지 않은가. 당신이야말로 우마무스메에 걸맞게 자라서 하고 있는 것이고. 그에 비해서 자신은.
"... 원더 다운 말이구마. 그려... 그 아는 일어날끼라."
힘들지만, 힘들겠지만... 응, 할게 생겼네.
"...음... 원더, 가장 가까븐거는 우니상이데이?"
우니상이 가장 가깝고, 여름이 되어서야 사바캔이 올 것이다. 어째서 사바캔이 우니상보다 먼저라 생각한거야.
"...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가장 강한거는... 마사바 콩코드. 저스트 러브 미. 글고 레이니 왈츠구마."
진지하게 눈이 바뀐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보기에 진실이였다. 포텐셜로 본다면 전부 포텐셜이 높고, 유키무라 모모카도 스타트가 늦을 뿐 한번 터지면 쭉 올라올 상이다.
"글고 그중 하나는 트리플 반다나 한다고 말이 나왔으이 말이제. 실은 내도 함 뛰보고는 싶었지마는... 둘다 잡을라다, 하나도 몬 잡으므는 그마이 꼴 사나븐기 없잔여."
일단 마사바와 저스트 러브 미가 op전때 보여준 압도적 리드덕에 그 생각을 갖게 되었네요 일단 이와시캔에서 나니와쟝은 어쨌건 3마신차로 들어온 사람이 3명이나 있었는데, 마사바와 쟈라미는 다른 우마무스메들과 대차를 냈고, 레이니 왈츠도 이번 op전에서 대차를 펼쳤으니깐요.
마미레는 고개를 들어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서 가만히 웃어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당신의 말, 모자를 눌러쓰며, 시선을 피하는 것을, 마미레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 묻는 당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서. 감춘 얼굴에 미세하게 드러나는 표정을 읽으려는 것 마냥 면밀히,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쉽게 알 수 없는 것이라. 마미레는 그런 당신의 물음에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한다. 그런 말을 하는 심정은, 당신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한 실망만을 안겨다 줄 수 있었기에. 입을 달싹이던 마미레는, 무미하나, 한편으로는 따뜻할지도 모른 답을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강함이었지."
예정된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달리는 걸 멈추지 않은 모습을. 마미레는 당신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선, 옆에 놓여있을 의자를 끌어내고선 자리에 앉았을까. 바쁜 것도 아니니 시간이야 많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렇게 물어본 이유가 무엇인지 여전히 신경 쓰였으니. 당신을 바라보며 미미한 미소를 짓는다.
"막 끝나고 돌아가던 참이니깐. 시간이야 충분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려두고선 웃으며 당신과 눈을 마주치려 한다.
>>749 "......아이가 [ 직접 ] 이야기를 [ 해 주지 않으면 ] 들을 수 없어요. 물어보아도 진심을 알려주지 않아요. " "변명인가요?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그녀가 결코 덤이 아니었다는 걸 이해시켜줄 수 있나요? 아무리 당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해와도, 믿지 않는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전해야 하나요? " "저는, 저는 모르겠어요......중앙에서도 그랬지만, 항상 말을 듣는 데에만, 들어주는 데에만 익숙해져 왔는데도 이런 걸요......."
중앙에서의 다이애나 포그린은 언제나 요구만을 해왔고, 미즈호는 그걸 들어주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누군가에게 [ 자신의 이야기 ] 만 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맞지 않는 소리다. 하지만 다른 우마무스메들에게는 어떠했을까? 메이사 프로키온에게는, 어떠했을까. 흐느끼는 목소리는 이제 명백히 울음소리로 바뀌고 있다. 아. 이 흘러 내리는 눈물. 그 때와 마찬가지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 추천장 ] . [ 추천장 ] 이에요. 그 아이 스스로 새로운 담당을 찾아 나서려고 나갈 때 히다이 트레이너님께 드릴 추천장을 써드릴 생각이었어요. 물론 추천장을 받고도 그 아이는 히다이 트레이너님에게 찾아가지 않을 수 있어요. 어디까지나 선택은 우마무스메의 몫이니까요. 하지만 그 이전에, 히다이 트레이너님께 사전에 말씀을 드리러 온 것이에요. 메이사 프로키온 양을 담당으로 받아주실 수 있으신지. "
아파, 아파. 너무 아프다. 심장이 아파. 소리를 질러 오는 것에 몸이 떨려 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즈호는 고개만은 제대로 들고 있는 채 말한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역시 이것은, 지나친 말이었지요.....? "
개인적으로는 미즈농의 첫 담당이 다이애나 포그린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아리마기념의 그 사고를 제외하면 계속해서 상승세였고 팀이 아닌 1:1 전담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배우거나 경험하면서 성장할 기회가 비교적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읍니다.. 자잘한 실패없이 쭉 안정적이다가 크게 한 방 먹고 넘어져서 지방으로 내려왔는데, 이것도 성장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도피성 선택에 가깝고(라고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라 공식설정과 다를 수 있?음) 그러니까.. 뛰어난 말딸과 만나서 뛰어난 커리어를 쌓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그 커리어에 걸맞는? 경력에 맞는 경험 같은 건 적은 편?이지 않을까 물론 26살 응애인것도 감안해야하고요...
>>760 언그레이 데이즈 "트레이너인가. 한번도 생각 안했거든! 목표는 언제나 개선문이고. 그 끝에는 너도 레이니 왈츠도 유키무라 모모카도 저스트 러브 미, 마사바 콩코드 녀석도. 모두가 다 있는 풍경이야."
"아직 이름을 모르는 녀석도 있지만? 뭐 아무래도 좋지. 여기 녀석들의 의지는 중앙만큼이나 강해. 그러니까 할 수 있다. 꿈은 공짜잖냐."
가본적은 없지만! 말을 덧붙이면서 놀리듯이 눈을 크게 뜬다. 그런가. ...뭐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포기하는 녀석의 눈은 아니다. 분명 이 녀석도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내린 결론이겠지. 내가 알 빠는 아니지만. 욕망은 연료다. 트레이너는 세공사이며 우마무스메는 원석. 나처럼 애초에 불가능한 벽을 상대하는 바보와는 달리 이녀석은 언제든 찬란하게 빛날 가능성을 숨기고 있었다. 그 증거가 바로 이전의 그 승리. 누가 그러나. 3마신이 짧은 차이라고.
"뭐 나도 목숨걸고 달리는거야 임마. 어릴때부터 톤단위 썰매끌기를 했는데 그럼 몸이 멀쩡하겠냐. 체력이야 많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몸이 제어가 안돼. 자칫 잘못하면 선수생명도 그날로 끝이란거지."
"근데 그 따위 이유로 포기하기엔 내 꿈이 너무 크거든. 너도 달리고싶을거 아니냐. [개선문 상]."
"그 녀석도 너도 세계최강이 되고싶지는 않냐? 그러면 이루어야지."
나는 그렇다고 웃으면서 대꾸했다. 강하다. 강한녀석이었다. 순식간에 눈 앞이서 사라지는 스퍼트. 나랑은 애초에 차원이 다르다. 억지로 경주 우마무스메의 흉내를 내는 막무가내 폭주와는 달리 미려하게 완성을 향해서 가는 움직임이 나는 너무나 부럽다. 그래서 이 녀석이 나랑 같은 곳에 있었으면 한다.
"뭐 그야 알고 있는데? 얼마전에 마사바 콩코드랑 만나서 얘기했거든. 녀석도 마구로에 온다더라. 그래서 생각한거지."
"만전의 상태의 너희를 쓰러뜨리면 이곳에선 내가 제일 쎈놈이잖냐."
"마지막 한번씩. 두번. 너희들이 가장 물이 올랐을때 목을 가지러 갈거야."
예시로 든 싯중 둘은 중앙출신, 하나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포스에서 느껴지기는 했기에 조사해본걸로는 아직까지 크게 눈에 띄는 기록이 없었으니까. 뭔가 다른 것을 느끼고 있는건가...
"우리가 스테이어긴 하지만, 마라토너는 아니니까……. 으음, 그렇지만…… 나도 트레이닝에 관해서 잘 아는 건 아니네. 전문가 의견은 다를지도……. 트레이너님한테 여쭤 볼까?"
메이사의 배 더듬을 못 봤기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것이 핑계의 일종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창문을 열자 어느덧 여름을 앞두고 물씬 달아오른 늦봄 바람이 불었다. 사미다레는 잠시 넋 놓고 멍하니 서 있다가…… 아. 트레이닝 해야지. 정신을 차리고 트레이닝실 가운데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그 쪽으로 가자. 사실, 나도 그 편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
준비운동의 과정은 츠나센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모두 다 알 테니 과정 묘사는 생략하겠다. 준비운동 다음에는 우선 코어 운동부터 하면서 몸을 풀어 보는 걸로. 사미다레는 한쪽에 깔린 매트 위를 톡톡 두드리며 메이사에게 말했다.
"그럼 시작은 가볍게, 벤트니 푸시 크런치랑 레그레이즈- 플러터 킥- 트위스트 크런치- 원 레그 브릿지……부터, 10분 간 해 보는 걸로. 자, 눕자."
“바보여서, 좋아하는거야.” “... 중앙에서 말이야, 내 공주님 이야길 아는, 담당 트레이너 둘이 있었는데, 똑똑하신 분들이라, 내 상처같은건, 세상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거라고 했어. 응.” “그에 비해서 ‘날 보고 달려줘’ 라니, 정말 바보같은 말이지만, 따뜻하잖아.”
영원히, 반복될지도 모른다. 레이니・왈츠는 이미 세 명의 트레이너와, 제대로 된 신뢰관계를 구축할 시간조차 없는 채로, 파국을 맞이하였다. 신뢰라는 것을 똑바로 쌓아 본 적이 없는, 아이가 노력해보아도, 그것은, 한 없이 서툴거나 잘못된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마련이기에.
“우마무스메의 식성을 무시하지 마. 주먹밥에, 단 걸 넣었을 리도 없고.” “그리고, 미스터 몬다이한테 다이고가 학교에 끔찍한 도시락 주먹밥 같은거 못 싸오게 도시락 당번 번갈아가면서 하죠? 하고, 물어볼거야.”
보란듯이 주먹밥을 하나더 들어, 먹는다. 내용물은 연어알이다. 세이프.
“...안 예뻐.”
도시락 이야기 하면서, 겨우 부끄러움을 이겨낼 수 있었는데. 다시 몰려온 부끄러움에, 눈을 질끈 감는다.
아무리 우마무스메라지만…… 지붕 위를 어쌔신처럼 달리는 건 우마무스메적으로 무리다! 그러잖아도 겁이 많은 사미다레는 시작부터 까마득하게만 보이는 지붕 밑을 내려다 보다…… 내려다보다……. 차마 뛰어내리지 못하고 울면서 2층까지 기어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는 훌쩍 높이 솟은 5층, 그리고 1층, 그리고 그 다음엔 6층이라는 가혹한 코스가 펼쳐져 있었다.
결국 사미다레는 처음엔 겁을 먹어 달달 떨던 것도 잠시, 뒤로 갈수록 억까로 인한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건물을 지나다닐 수밖에 없었다.
>>805 모든 던져지는 칼날을 고스란히 그대로 받아들인다. 가만히 붙들린 채로 히다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당연히 실망했을 것이다. 실망했을 수밖에 없다. 중앙에 있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간의 찬사는 [ 실체 ] 를 안 순간 반대로 뒤집힌다. 간신히 시선을 맞추고 있는 상태로 말을 꺼낸다. 밝게 빛나던 보랏빛은 더이상 없다. 탁한 보랏빛만이 갈색 눈을 마주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상처라. 그 자체로는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말은 더 큰 상처로 다가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상처, 그러나 그 상처는 전부 다르다. 모양도, 깊이도. 얼핏 보았을 때 비슷하게 생긴 상처더라도, 상처 입은 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비슷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완벽히 같은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러니 당연히 완전한 공감도 없다.
"그래도 그 분들이 없었다면 나는 레이니를 못 봤겠네."
이건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너에게 힘들고 슬펐던 일들이, 나와의 만남으로 감사로 화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 시련과 고통이, 지금의 나와 만나기 위한 길이었음을. 이 자리에 오기 위한 노력이었음을.
"단무지가 들어간 게 있긴 한데, 확실히 생각하던 단 것과는 좀 다르지, 암." "그 정도야...? 그래도 자신있는 요리(?)인데, 나름..."
도시락을 싸준다니 기쁘긴 하지만, 그렇게 별로인가 싶어서 가만히 주먹밥을 내려다 본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레이니가 주먹밥을 또 하나 들어 먹는 걸 보곤 진심으로 별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지만.
"으음... 큰일이네."
이쪽은 보고 있는 대로 얘기하는 건데, 역시 좀 무리인가... 다이고는 눈을 질끈 감은 레이니의 머리에 손을 올려서 부드럽게 쓰다듬으려고 했다.
>>0 오늘은 또 어떤 가십거리가 있길래 그럴까. 모여있는 다른 아이들 뒤로 다가와 게시판을 보면, 붙어 있는 규탄문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읽는다. 사랑 이야기는 그 시작이나 끝이 아름답고, 애틋하고, 슬프기도 한 각자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교사와 학생이라니. 이 얼마나 위험한 이야기인지. 중간에 토끼 패턴 마스킹 테이프가 붙어 있어 그 뒤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나, 뜯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깨만 으쓱인다. 그렇게 여기에 적힌 교사와 학생이 누구일지 궁금해하며 마미레는 서로 추측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대화를 재밌다는 듯이 듣는다.
하지만, 이루기는 어려운 꿈이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는다. 그야... 개선문 상이다. 파리 롱샹에서 열리는, 세계의 최강들이 달리는 곳. 간다 하더라도, 한명 정도가 최대겠지.
"... 의지는 강하제. 그거는 맞어야. 하지마는... 하하..."
씁쓸하게 밖을 본다. 한계를 정한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다. 그저, 이것이 전략 게임이라면, 자신의 실력에 맞는, 최선의 수를 두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렇게 보였을 뿐이지, 백조가 떠 있는 물 속의 발은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였다.
"... 썰매끌기를... 어릴적부터..."
"... 북쪽 출신인가벼...?"
꿈에 대한 이야기는 이만 그만둔다. 자신에게도 꿈이 있었지만... 사실, 그런 꿈을 꾸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했을 뿐, 그 뿐인 이야기일 뿐이다. 중앙에 가지도 못한 주제에 클래식에서 삼관 비스무르한 것을 따겠다고 사카나 삼관을 노리고 있었을 뿐인, 그저 그런 이야기. 세계최강이 되고야 싶지. 하지만, 지금도 자신에게는 충분히 기적인것을.
"... 역시, 니는 대단하구마. 내는 꿈도 못꿀 이야기들이여."
"그것만 혀도, 이미 강한기라. 그 전에도 니는 이미 강적 안에 들어가 있었고 말이제."
"글고... 정면서 힘겨루기를 하므는 내 여기 있는 전부한테 질끼 분명헌디. 아마 토레나 중 몇명헌티도 지지 안하겄나."
"... 내가 그나마 괘안아 하는거는... 철저히 분석해가꼬... 약점을 찌르는 거. 그정도 뿐이라."
"... 그러이... 이 자리서 기다리고 있으께, 니가 오는 날을."
..이와시캔에서 승리를 했을때부터, 그 자리에 앉아야 하는 운명에 처해진 것이였다. 그렇기에, 그 자리에 맞게 웃어보인다.
진심이라는 말에 사미다레는 배시시 볼 붉히며 웃는다. 운동뇌가 켜져서 자꾸만 비장해지려고 하니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다. 지시하는 내용만 아니었다면 평소처럼 수줍게만 보일 얼굴이었을 텐데. 메이사가 앓는 소리를 내니 금세 마음이 약해졌다가도, 싫은 소리 하면서도 순순히 매트로 가는 모습에 얼굴이 활짝 편다.
"복근이 있어야 몸의 균형이 잡히고, 다리를 움직일 힘도 생기니까?"
그걸 물은 게 아닌데도 원론적인 답변이 나왔다. 사미다레의 성격상 놀리려는 게 아니고 진심으로 한 말이었으리라. 그리고 어째, 운동 시작하니까 평소보다도 더 쌩쌩하고 생기 있어 보이기도 하고. 사미다레는 메이사가 마지막 동작을 멈추는 타이밍에 맞추어 스톱워치를 켰다.
"응, 수고했어. 휴식시간 50초. 이 다음은 케틀벨 들고 슬라이드 사이드 런지."
그러니까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를 조지는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사미다레는 메이사에게 그리 말하곤 저 역시 앉아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한편 있는 우마무스메용 케틀벨을 가리키며 눈을 빛내는데, 유감이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사미다레의 머리에는 그저 친구와 트레이닝을 해서 즐겁다는 생각밖에 없는 듯했다.
>>842 "......사바 캔이 끝난 이후에, " "그 아이에게, 안에 있는 인형을 꼭 전해주세요. " "그것만 해주신다면, 뭐든 어울려 드릴 테니까........ "
그래, 울고 있어 보았자 해결되는 것은 없다. 우니상이 코앞에 있고, 가장 중요한 아이들의 첫 발짝이 이제 시작되려고 한다. 비록 봉투 안의 [ 추천장 ] 과 [ 이적 처리서 ] 는 파쇄되겠지만, 이것만큼은 꼭 전해주고 싶었다..... 떠나는 히다이를 향해 니시카타 미즈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려 하였다.
"....폐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히다이 트레이너님...... "
최악의 기분인 것은 한 쪽만이 아니었다. 처참한 기분인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가라앉혀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앞에 놓여진 아이들을 위한 자세다.
첫 번째 지붕은 꽤나 낮은 편. 좋~아, 승리의 여신은 나를 따라주는구나! 망설임 없이 올라간 다음 보이는 것은 드리워지는 그림자. 아, 높다. 많이 높다.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역시 뭔가를 잡고 올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호기롭게 폴짝 뛰어 지붕 끝을 잡아보려 하지만…! 아야!! 벽에 무릎을 부딪히고 말았다! 우마무스메에게 다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얼마나 중요한데!!
"ー정~ 말, 너무해라!"
욱신거리는 무릎을 붙잡곤 다음 지붕을 보면, 그래도 높이가 같다. 다행이야. 슬쩍 건너갔다 보자면, 다시 꽤 높이가 있는 건물. 어라라, 어째서!? 이번엔 내려가야 하는데. 눈 꾹 감고 뛰어내렸다!
냐아아아아앜!!!!????
"냐아아아아앜…?"
그리고 뛰어내린 곳에서 들은건, 커다란 고양이의 비명소리. 발목도 아픈데, 이녀석… 할퀴려 든다! 아팟, 아파 아파 아프다구요~!! 아직 제대로 크게 할퀴어진 것도 아닌데, 피한다며 다시 높은 지붕에 대롱대롱 메달려있다가, 겨우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하아아아…."
힘들다. 이리저리 찍힌 다리가 달리고 난 피로보다 더 힘든 것 같다. 한숨을 작게 쉬더니 다음 지붕을 바라본다. 이건 가볍게 내려올 수 있을지도.
거대한 오븐이 짐승의 눈동자처럼 붉은 잔상을 내뿜으며 열기를 토해내고, 식은 도넛은 차례차례 색을 입힌 설탕 아이싱에 들어가 키즈나 워크스에서 제공한 도안대로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으로 완성되어 간다.
크림 베이커, 제과제빵 동아리 부장. 빈 밀가루 포대를 수도 없이 발밑에 쌓아 온 그녀조차도,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도넛을 구워 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회고한다. 동아리의 몇 안 되는 부원을 전부 차출해서 꼬박 3일 밤을 새며 준비한 결실이 마침내 쟁반에 올라갔다. 바로 전전야 체육제를 위해 준비한 「인연 도넛」이다.
근데, 체육제라면서 왜 배 터지게 먹는 걸로 승부하는 거지? 알 수는 없다... 단지 글루텐이 잔뜩 함유된 도넛들이, 반들거리는 아이싱과 꽉 찬 필링으로 도전자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
비슷한 시각, 대회 취재를 위해 회장에 대기하고 있던 뉴 매거진스의 어깨를 누군가가 톡톡 두드렸다. 인연 도넛들의 모든 도안을 직접 그린, 키즈나 워크스의 수석재단사 미스레드 코멧이었다. 코멧은 엄청나게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 친구의 얼굴을 먹게 하는 건 좀 끔찍한 발상이었나?" "뭐야, 그걸 이제 알았어?" 뉴 매거진스는 카메라 셔터 버튼에 손을 올렸다.
뚜우─하고 사이렌 소리가 짧게 울렸다. 대결의 시작이다!
● 도넛 분배
언그레이 데이즈 | 사미다레 스와브를 닮은 도넛 스트라토 엑세서 | 사미다레 스와브를 닮은 도넛 마사바 콩코드 | 스트라토 엑세서를 닮은 도넛 레이니 욀츠 | 도로마미레 퀸을 닮은 도넛 메이사 프로키온 | 사미다레 스와브를 닮은 폰데링 도로마미레 퀸 | 레이니 왈츠를 닮은 도넛 사미다레 스와브 | 메이사 프로키온을 닮은 도넛
10분을 했는데 왜 50초밖에 못 쉬냐! 너무하다! 라고 해도 사실 교과서나 교본이나 뭐 그런데서도 다 그렇게 나와있으니까... 자세히는 몰라도 석박사천재들이 머리 맞대고 낸 결론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하아. 그 인간들도 잡아다 1시간 뛰게하고 1분 쉬게하고를 일주일은 시켜봐야할텐데 말이야(?).
"....사-미, 엄청 즐거워보이네..."
친구가 고통받는게 그리 즐거운게냐!라고 하기엔 사-미도 함께 하고 있으니까... 그냥 운동하다보면 아~ 어쩐지 괴롭지도 않고 기분이 좋아 헤헤하는 약간 위험한 구간(?)에 접어드는 일이 있는데 그게 좀 빨리 왔나? 나도 차라리 그게 빨리 찾아오면 좋겠다.
"하아.. 휴식 끝. 다시 시작인가.. 우우.. 케틀벨 무-거-워-"
적당한 중량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해도 힘든 동작을 중량까지 더해서 하니까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나저나, 불현듯 떠오르는게 있네..
"참, 누가 우마무스메 전용 아령을 들었다는 소문 있잖아. 대자보까지 붙은거. 그거 사실이라더라. 몬다이가 봤대."
반짝거리던 눈이 한순간 아련해졌다. 위험한 구간에 접어든 사미다레라고 해도 역시 그 구간에 접어들기까지의 고통 그 자체를 즐기는 건 아니라. 사실 메이사가 고통받는 게 즐겁냐는 추측이 그렇게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 그야 힘들다고 말은 하지만 잘 따라하는 걸 봐선 조금 엄살 섞인 투정일 테고, 진지하게 고통스러워 하는 게 아니니까 귀여워 보이는 것뿐이고! 조금 못된 심보라 솔직하게 말하진 못하지만 말이다……. 사미다레는 즐거워보인단 말에 생긋 웃더니 슬그머니 얼굴을 피했다. 땀도 삐질삐질 흐르기 시작하는데, 지금이 운동 중이라 다행이다…….
이번에도 짧은 휴식을 가지고, 그 다음부터는 이름만 해도 유명한 온갖 웨이트 트레이닝이 기다리고 있을 예정이다. 사미다레는 호흡을 고르며 동작을 이어가다 메이사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한다.
중앙 정문으로 다닐 때마다 올려다보게 되는 테라스, 쥬다이-히다이-와 자신만 알고 있는 비밀 공간. 최근에는 들릴 일이 없었는데. 과연 제 부탁대로 신장에 맞는 의자를 준비해뒀을까. 아니면 기존에 있던 의자도 치우고 다른 장소로 옮겼을까. 요즘 들어 훈련에 빠지지 않던 것이었는데. 오늘만큼은 너무나도 몸이 피로해 회복할 시간을 가지려 했던 것이니. 마미레는 테라스로 넘어가는 창문으로 향한다. 그러고 보면 요즘 들어 얼굴을 못 봤는데. 또 짱박혀서 땡땡이치고 있는 건 아닌지. 선생이 되고서 문제지 정말. 혀를 가볍게 쯧 차고선 마미레는 2층으로 향하니, 창문을 넘어가기 전 밖에 쥬라이-히다이-가 있는지 살핀다.
사-미 자세히 보니 땀 엄청 흘리고 있잖아. 운동할 땐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온도도 적당해야 운동하기 편하니까. 창문만 열어놓는 걸로는 부족했나 싶어 에어컨을 켜자는 제안을 해본다. 그리고 어떻게든 설렁설렁하겠다고 꺼내본 대자보와 소문 이야기는 훌륭하게 블로킹 당했다. 큭.
"에.. 에우....."
평소에는 나랑 마-사바가 먼저 이끌고, 사-미는 약간 끌려온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럴 때의 사-미는 사실 나랑 마-사바 모두를 끌고 갈 정도로 강하단 말이지... 어쩔 수 없이 자세를 바로잡자 근육이 더 삐걱거린다. 크아악! 대체 뭐냐! 이런 고문같은 자세를 생각해낸건 어디의 누구냐!!
"으으.. 아이고... 아니 그, 우마무스메용 아령을 히또미미 트레이너가 번쩍 들었다는거." "그거... 사실 니시카타 트레이너래. 몬다이가 눈 앞에서 봤다더라."
>>0 몸을 쓰며 달리는 경주도 아니라 도넛 먹기 대결인데, 자리에서 몸을 풀며 마미레는 도넛을 기다린다. 처음에는 재미있어 보여 참가했던 것이 도전욕을 자극하는지라. 오늘을 위해서 어제부터 굶어 공복 상태이니 못해도 오십 개 이상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달콤한 설탕의 향기가 코 끝을 스치면 마미레는 생글생글 웃으며 눈앞에 놓인 도넛을 살피다 하나 집어 든다. 앙칼진 인상의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 도넛은 깨물어 먹기에 너무 귀여운 모습이라. 한참을 바라보다가, 먹기 시작하는 다른 아이들을 보고선 마미레 크게 한 입 베어 문다. 달콤한 맛이 입 안에 가득하자 만족한 듯 웃어보이고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하나하나 먹어치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