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히다이의 부상이 아주 운 좋게 끝난 케이스 였음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쿠소닝겐은, 밋쭁이 만들어준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네가 가져가면 다시 멱살 잡힐게 뻔하지. 사미레짱이나 그레짱의 인형을 선물해도 저주인형이라 여겨질지도 몰라. 이 모든 문제는 네 사회성이 애벌레급이라 일어난 일. 대면으로 이야기를 하면 같은 분위기에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 뻔하지."
그 많은 양의 참치를 다 먹은 마사바는 그릇을 차곡차곡 쌓는다. 단 한 점의 참치나 반찬도 몬다이에게 주지 않았다.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아도 괜찮아. 흥미가 사라지더라도 괜찮아. 악명을 떨치게 되더라도, 내 이름을 알릴수만 있다면.."
"아무리 무거운 기대라도,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나를 욕하더라도."
"날 제대로 봐주는 친구가, 라이벌이, 이렇게 눈 앞에 있으니까."
부드럽게 웃으면서, 천천히 손가락을 뻗어 네 코끝을 콕 찔러보려고 했다. 선수라는건 그런거잖아. 내가 일착을 하고 싶듯,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의 일착을 바라겠지. 그러다 보면 누군가가 싫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날 응원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이상에 걸맞지 않은 우마무스메라는걸 알게 된다면, 기꺼이 등을 돌리고 떠나겠지.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우마돌이라는건. 우마무스메라는건, 그런 각오를 하고 이 무대 위에서 달리는거잖아. 나는 준비가 되어 있어. 네가 그런 관심들을 부담스러워 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욕심을 부리게 되는 걸.
"이제 그럴 일 없을거야."
단호하게 말했다. 확신에 찬 눈빛으로, 가만히 너를 바라보며.
"삼관 경쟁 해야지, 라이벌."
조금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상처를 받아도 괜찮다. 내가 곁에 없더라도, 너는 좋은 아이니까- 주변에 반드시 사람이 있을거야. 널 믿어주고, 널 응원하는 사람들이. 눈 밖에 나는 일도, 부상으로 더이상 달리지 못하게 된다는 최악의 결말도 일어나지 않을거야. 우리 곁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우릴 믿어줄테니까.
내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너는-
"그럼 실력으로 증명할수밖에 없겠네."
"실력으로 증명해서,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게 해주지, 뭐. 모두 나한테 반해버리는 달리기를 하는거야. 절대 잊을 수 없게끔."
"언그레이 양은 정말, 대단해. 포기하지 않으니까."
말을 마치고, 조금 천장을 바라보다가.. 벌떡, 하고 일어나서는 씩 웃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볼까. 그동안 노력해온 우리를 믿어보자고. 아, 공부 마치니까 배가 고파졌어~ 밥이라도 먹지 않을래?"
이 우마무스메, 공부는 커녕 실컷 언그레이와 잡담만 해놓고서는 뻔뻔하게 배고픔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도 그런것을 아는지, 철 없는 어린 아이처럼 꺄르륵 웃었다.
아, 닭살이야 정말... 밋쨩~이 만들어준 음식을 좋아하는구나. 암암. 그러시겠지. 아!!!!!!!! 골때리네!!!!!! 다이고가 기껏 조언해준 방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애초에 니시카타 트레이너에게 부탁을 해서 함께 요리를 한들 '어이 하등시민... 밋쨩이 보지 않는 새에 하등시민다운 터치를 넣었군.' 이라고 할 것 같다.
니시카타 트레이너도 '미안해요 히다이 씨. 저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라...' 라며 거절할 것 같고... 아!!!! 닭살이야 진짜!!!!
썩은 얼굴을 하고 듣고 있으려니 마사바의 조언이.
"우, 우엑..."
아 진짜로 토할 뻔했다. 위기일발이었다. 미친, 내가 사내놈한테 진심을 담은 편지를...
"펴, 편지..." "그것이 저주편지로 여겨질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아? 면대면으로 대화하는 게 그렇게 무리해보이나? 마사바 쨩이 보기엔."
녀석은 곧, 내밀어진 손을 보고선 양 발로 툭툭 건드려보기 시작한다. 그다지 힘도 실려있지 않고, 발톱도 나와있지 않은. 이윽고 미즈호가 해오는 입속말에, 코우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이렇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데, 대체 무슨 생각인가 하면... 「귀여운거+귀여운거=못참는다」라는 기적의 논리로 계산된 결과인 것이다. 저 광경을 눈 앞에 두고 어떻게 일에 집중하냐고!!
"귀엽네."
뭐가 귀엽냐고? 코우는 피식 웃으며 짧게 중얼였다가, 손을 뻗어 미즈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한다.
"응. 완전 무리. 가서 '히히 나는 밋쭁이랑 허그했지롱 이런걸로 부들거리다니 레전드급 하남자♥' 같은 맥락의 소리 하지 않으면 다행인걸."
마사바쨩이라니, 우리 벌써 그렇게 친한가? 같은 생각을 했지만 하여튼 넘어가기로 했다.
"일단 쿠소닝겐은 기본적으로 이성적인 성격이라 편지에 대놓고 저주한다 야나기하라 같은게 써있지 않은 이상 읽기는 할거야. 편지 말미에 '혹 필부에게 하고프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연락해주시길 바라옵나이다.' 같은거 넣어두면 연락 할걸? 물론 이런 말투로 쓰면 안 돼. 예시라서 재밌으라고 한 말이지 정중하고 일반적인 말투로 써야 장난치냐는 반응이 없을 듯."
자신의 명 판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계산서를 몬다이 쪽으로 쭉 내밀었다. 깜짝 놀랄 만한 가격이 적혀있다. 사미레 용돈 받을지도.
"너 은근슬쩍 콩이라고 섞어서 부르는거 같은데, 또 걸리면 무릎 아래를 삭제할테니까 처신 잘 해."
그나저나 팔짱끼고 웅대한 계획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하더니 결국 그냥 우마그린의 빵셔틀(반찬셔틀)을 자처했다는거잖아. 기백은 훌륭하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가 반찬셔틀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이사장... 이 트레이너 이상해..... 고용할 때 면접을 어떻게 본거야....
"이상 '화장실에서 먹는 밥 엄 청 좋아 남에게 부려먹히는 거 너무너무좋아하는 변태에 담배냄새 술냄새 아저씨냄새나고 구제불능인데다 학생한테 진심항복발언까지 꺼낸 한심 오브 더 이어 트레이너 선생님'의 발언이었습니다." "하아, 일단 잘~ 알겠어. 아저씨가 진짜 이상한 사람이라는거... 하긴 술냄새 풍기면서 '안아서 학교까지 데려다줘~' 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살짝 날조가 섞였다고? 에이. 별로 크게 틀리지도 않은데 뭐. 그보다 나중에 이사장한테 가서 '학교에 이상한 사람이 트레이너인 척 하고 있는 거 같다'고 말해볼까? 아니, 일단 우마그린한테 가서 '이런 사람한테서 반찬 받는 건 그만두는게 좋을 거 같아'라고 말해볼까. 어느 쪽이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 학교도, 우마그린도 위험해질거 같으니까 빨리 해야겠어. 아니다. 아예 여기서 신고를 해버리면? 학교도 우마그린도 모두 안전해지지 않?을까??? 역시 난 카시코이해.
"그러니까... 머리가 이상한 사람을 신고하려면 경찰? 병원? 어느 쪽으로 해야할까~??"
핸드폰을 꺼내 당장이라도 신고하려는 듯한 동작을 취한다. 아~ 근데 진짜 이럴 땐 어느 쪽이지? 일단 경?찰?
>>639 한참 제노사이드 커터와 손을 잡고 놀아주고 있는 미즈호는, 양 손을 모두 제노사이드 커터에게 잡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코우가 다가와 쓰다듬으려 하는 것에도 손을 움직이지 못하였다. 오히려 뺨이 붉어진 채로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지기만 하였다. 아, 뭐가 귀여운지 잘 알겠다. 이 사람, 고양이와 놀아주고 있는 미즈호 자신이 귀여워서 일을 못하고 결국 오고만 것이다.....!
"저, 정말이지. 이제 일에 집중하셔도 된다니까요....... "
고개를 푸욱 떨구며 미즈호는 제노사이드 커터와 악수를 나누려 하였다. 그....제노사이드 커터 씨. 이제 그만 손을 빼주시겠어요? 제가 지금 이 분을 다시 일터(책상)로 돌려보내야 해서요.....
그래..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은 좀 더 부르기 쉬운 애?칭이었던것이다 [화장실에서 먹는 밥 엄 청 좋아 남에게 부려먹히는 거 너무너무좋아하는 변태에 담배냄새 술냄새 아저씨냄새나고 구제불능인데다 학생한테 진심항복발언까지 꺼낸 한심 오브 더 이어 트레이너 선생님]은 너무 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