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진다. 뒤처진다……! 이대로 앞서나가려 안간힘을 써도 격차가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잇새로 분통에 찬 신음 흐르고, 감지 않은 눈이 바람에 시려오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안간힘을 쓰며 최선을 다했다. 골인선을 넘자 내달리던 걸음 서서히 느려진다. 사미다레는 무릎을 짚고 앞으로 몸 숙여 참았던 거친 숨 모두 토해내었다. 흘러내린 머리칼 너머 가려진 얼굴은, 질끈 눈 감은 채 울렁이는 격정 참아내는 채다.
후회 없는 레이스를 했으면 좋겠다고, 누군가는 바랐더랬지. 하지만 그러지 못하겠다. 미치도록 후회가 된다. 레이스에 대한 걱정, 자신이 이 길에 맞는지 고민하게끔 하던 두려움. 그동안 해 왔던 온갖 사소한 걱정이나 고민 같은 것 모두 조금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놓쳐버린 자리가 너무도 아쉬워서.
……그렇게 숨 고르길 잠시. 사미다레는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후회는 하더라도 당장은 일어서야 한다. 일어서서, 오늘은 일단 쉬어야지. 이런 일로는 낙담하지 않는다. 저마다 다할 수 있는 최선을 보인 것은 모두가 같다. 내 최선이 조금 미진했을 뿐. 뒤돌아 나아가는 걸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140 내기에서 니시카타 미즈호는 명백히 졌다. 언그레이 데이즈의 1착, 이어진 메이사 프로키온의 2착. 스트라토 엑세서는 3착에 들어서지 못했다. 5착을 간신히 유지해 들어온 것을 두 눈으로 명백히 확인하였다. 관중석에서 내려와 니시카타 미즈호는, 나아가지 못하고 서 있는 스트라토 엑세서를 향해 조용히 다가가려 하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나직이 말을 걸려 하였다.
"...........스트라토 씨, "
원래대로라면 2착을 한 메이사를 먼저 찾아가는 게 맞겠지만, 눈시울에 물방울이 맺혀가고 있는 그녀를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었다.
"미안해요. 패배를 인정하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최선을 다해 잘 달려주었어요. 그것만은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
1착을 한 그 아이는 너무나도 착해서, 같이 뛴 우마무스메들 전원에게 좋은 승부였다는 이야기를 하고 들어갔다. 서로 노력한 결과. 공정한 레이스의 결과. 그래서 고생했다, 좋은 승부였다는 말은 해도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나만의 고집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미안할 건 없다. 사과하면, 그건 그거대로 실례니까.
하지만, 나처럼 도망치고 있는 녀석이 2착을 해도 되는 걸까. 1착은 아니지만, 이 자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아이도 있었을텐데. 뭐 그런 생각도 좀 들고. 그런 주제에 놓친 1착이 아쉬워서, 분명 트랙에서 털어냈을 감정이 아직도 눅진하게 붙어있기도 하고. 이래저래 복잡하구나, 레이스 직후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머리속이 너무 복잡해서 어지럽다.
"....."
그래도 밖에 비해서 대기실은 좀 조용하니, 다행이다. 시끄럽기까지 했다면 머리가 더 아팠을거야.
헬리키포텔라가 의자 위에 서서 옆을 내려다보았다. 씨익 웃고 있는 헬리키포텔라의 눈동자에는 얼떨떨하게 웃고 있는 포 이그잼플이 비친다. 헬리키포텔라는 포 이그잼플의 손에 테이프와 가위를 넘겨주고,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서 두 우마무스메는 함께 벽에 붙여 놓은 벽보를 바라본다.
〔 OP 레이스 인기투표 사후조사(改) 〕 멋진 레이스를 보여준 우마무스메에게 투표하세요! 1착 | 저스트 러브 미 2착 | 마사바 콩코드 ● 3착 | 리걸리 아시게 4착 | 치카노 하나코 5착 | 포 이그잼플 6착 | 헬리키포텔라 7착 | 언더커버 8착 | 텐 스트로크스
"에헤헤. 고마워, 헬리키포텔라 쨩...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닐 텐데도 직접 나서서 도와 줘서."
포 이그잼플은, '판정 오류로 결과가 번복되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와 준 헬리키포텔라에게 여간 고마워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자기 이름이 벽에 붙어 있는 것은 얼떨떨해서인지 얼굴이 붉다.
"고맙긴! 어찌됐건 결과는 결과지. 음──근데 있잖아. 마사바 옆에 있는 저 스티커는 네가 붙인 거냐?"
"아, 응." 포 이그잼플이 멋쩍게 웃었다. "전에 내가 하나 장난을 친 게 있어서... 그걸 갚으려고."
"착해빠졌다니까, 하여튼. 가리비버터구이나 먹으러 가자."
헬리키포텔라는 멋있게 웃고, 자기 이름 옆에 파란 스티커●를 하나 붙이더니 여유 있는 걸음으로 돌아서서 떠나갔다. 포 이그잼플도 스티커 뭉치를 게시판의 선반에 두고 헬리키포텔라를 따라서 자리를 떴다. "아, 나는 코끼리조개 수관 숙회 먹을래!"
바깥은 미처 가시지 않은 레이스의 열기로 소란스럽다. 로컬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충분히 이목이 집중되는, 아이들의 진심이 부딪히는 레이스가 벌어진 장소인 만큼 그 열기가 가라앉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레이스에 출주한 아이들 전부 알고 있는 얼굴이지만 그가 메이사를 찾아온 건 다른 아이들에게 향할 트레이너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미다레와 언그레이에게는 코우가 있고, 스트라토는 미즈호와 매듭지어야 할 일이 있었다.
"들어간다~"
두어 번, 똑똑. 하고 노크한 뒤에 들어오라는 말이 들린다면 바로, 그렇지 않다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문을 열었을 것이다.
볼을 살짝 긁적인다. 사실, 전이였다면 다리에 더 무리가 갔을 것이다. 전이였다면 이정도의 속력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당신에게 감사를 전한다.
"... 말할 시간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제이."
바로 스와브의 대기실을 향해 방을 나선다. 의외로 행동파였기에, 그리고... 스와브의 마음도 이해가 가기에. 먼저 들어가서 꼭 안아줄 것이다. 사실 끝나고 나서 안아오고 싶었지만, 그걸 트랙 위에서 하기에는 좀 눈치보이잖아? 그리고, 그 10명의 시선안에 스와브의 시선도 느껴졌기에.
생각에 잠겨있다고 할까, 어쩌면 멍하니 있었을지도 모를 상태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다. 바, 방심상태였으니까! 놀라는게 당연하겠지!?
"크흠, 드, 들어와도 돼-"
누구인지 목소리도 제대로 못 들은 상태라, 그냥 마-사바나 또레나가 왔겠거니 싶었는데. 눈에 비치는 것은 예상 외의 사람-이라고 하긴 또 좀 그런가? 담당은 아니어도 같은 팀 소속인 트레이너니까...
"아, 우마그린... 레이스 봤어? 니히히~"
2착이지롱~ 손가락을 두 개 펴서 승리의 브이 같기도 하고, 2를 표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완벽한 승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상 전자라고 해둘까. 복잡한 생각은 잠시 밀어둔다. 그야... 눅진하게 달라붙은 그 감정이라던가, 이런저런거. 남에게 그닥 보일만한 건 아니잖아? 지금은 2착을 해서 기쁜 심정만 보이면 될거야. 아마.
>>145 있어요! 위닝 라이브의 안무와 포지션을 연습하는 것도 엄연히 우마무스메의 트레이닝의 일환이니까요. 물론, 중앙처럼 지정곡을 제공해 줄 만큼 사정이 좋은 건 아니라서... 대상경주 급이 아니고서야 Make Debut!을 우려먹거나 할 때가 많아요.
그리고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으음──. 여러분도 잘 아시는 예시를 들어 볼까요. 이겨 놓고도 춤을 따로 연습한 적이 없어서 가만히만 서 있는다거나... 봉오도리를 춘다거나... ... 위의 사례들 전부 시골 우마무스메잖아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현실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