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종일 자고싶기만 하고 몸은 침대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아회는 오늘도 이불 속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최근 있었던 일련의 사건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아회의 체력을 착실하게 갉아먹기 시작했고, 결정타가 된 것은 스스로를 찌른 날이었다. 육체도, 정신도 한계에 도달해 돌아오기가 무섭게 쓰러지듯 잠든 것이다.
"하여, 오늘도 이러한 의뢰가 있음을 아룁니다." "관심 없다." "……외람되오나 주군."
무영은 최근 제 주군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잠든 뒤 도통 일어나지를 않으니 목화를 놀아준 것도 모두 그의 몫이었고, 구해온 식사도 싸늘히 식어버리면 그걸 처리하는 것도, 주군이 가끔 깨어나 두어시간 정도 하루를 보내고 다시금 잠들기 전 명령을 하면 행하는 것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신수께서는 관심을 가진 듯싶습니다."
이대로면 제 주군이 불귀하겠구나. 잠들다 영영 꿈에서 못 깰 정도로 잠을 많이 자니, 이렇게라도 말을 해서 깨워야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채비할 터이니 도울 필요는 없다." 오늘도 머리를 붓으로 쪽지고, 피풍의는 입지 않는다. 간만에 보는 멀끔한 모습이요 평상시 무아회라 불리는 학우의 모습이니 지팡이를 손에 쥔 것까지 완벽했다.
"그런데, 어찌 신수를 깨우지 않고……." "북부는 추우니까." "예?" "그리고 돌아갈 마음의 준비도 하게 두어야 하니."
아회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귀인님 뭐해? 같이 자, 같이 자! 하고 삑삑거리다 어느새 도롱도롱, 곁에서 잠든 목화에게 조심스레 담요를 덮어준 아회는 그 보드라운 털을 손가락으로 쓸어주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곡옥. 곡옥이라. 류 가는 어째서인지 곡옥과는 연이 멀었다. 일부러 거리를 두는 감도 있었다. 어릴 때는 왜 그럴까 궁금했지만. 좀 크고 보니 알 것도 같았다. 위험한게지. 창제신에 가까운 것은. 거리를 두는게 능사는 아니지만 만에 하나를 피해서 나쁠 것 없지. 그런 곳에 제 발로 설렁설렁 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은.
"음?"
아무튼 곡옥에 가니 왠 남자가 있다. 저- 저 뭐라 하더라. 물담배? 피우는 모양새가 의뢰를 보낸 천선이려니 싶지만. 확인하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거리를 둔 채로 우뚝 멈춰 서서 씨익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신수의 정 받은 인간이올시다. 적룡인 줄은 어떻게 알았디야. 눈도 그리 감고서."
낄낄. 경망스레 웃고. 일단은 확인부터 해본다.
"알아보는 것 뵈니 그런가 싶은데. 댁이 학당에 도와달라 한 이가 맞소? 내 헛수고는 하기 싫어서 말이오."
게시판의 쪽지에서 바다 내음이 나는 것 같다. 령도로 가야 하나, 아회는 자신의 속내를 곱씹었다. 령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렇게 달갑지 않은 곳이다. 유일한 장점은 어머니의 고향이란 것이고, 단점이 모든 것을 차지했다. 한때 큰 동경을 품고 희망이라고 생각하던 곳이지만 발 들이지도 못하고 산산이 조각이 났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홀로 발 들인 이후에도 좋은 추억이라곤 없거니와 괜히 그때의 일이 반복될 것만 같다는 영 달갑지 않은 감이 몸을 스멀스멀 기어 오른다.
"……."
그렇다고 여기에서 기다렸다가 괜한 소란이 생기는 것도 싫다. 그렇게 잠을 자놓고 여전히 잠이 부족했다. 피로는 예민한 신경을 뾰족하게 건드리는 것 같았고, 이런 상황에서 학우와 불필요한 마찰이 생겨 싸우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학우를 넘어 아예 사람과 부대끼는 것이 꺼려진다. 자고싶다. 하물며 오늘은 이미 무엇을 할지 결정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일이 조금만 틀어져도 받을 심리적 타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어서 끝내고 돌아가서 목화를 다시 데려다주고 쉬고 싶었다.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지당한 삶이자 이치이기 때문이다.
부적 불타고 발을 내디딜 적, 몸이 안개처럼 흩어지다 사라진다. 발끝이 밟는 것은 더 이상 학당이 아니었다. 바다의 소금기 가득한 바람이 코를 간지럽히는 것 같다.
당신은 령도로 향했습니다. 파도 소리, 새 소리, 바다 내음, 짠 냄새.. 모든 것이 당신을 휘감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비단으로 가린 여성이 연신 안절부절 못하는 게 보입니다. 키가 굉장히 작습니다. 많아봐야, 150정도로 보이는 작은 키인 여성은 주변을 살피듯 비단을 살짝 걷었다가 다시 화들짝 놀래며 비단으로 쏙 숨어버렸습니다.
' ! '
아. 여성이 당신을 발견했는지 한달음에 뛰어왔습니다.
' 저, 저기...!! 겨울탑까지만.. 같이, 가줄래요...!? '
울먹이는 목소리가 벅차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말 그대로 울먹이는 중이라서 뭉개지는 것도 같은 이상한 목소리로 당신에게 간절하게 외치듯 말합니다.
' 그, 그..!! 이상한 사람은.. 아니구요...!! 히익! '
당신에게 말하던 여성은 이내, 겁에 질린 듯 비단을 두 손으로 눌러버렸습니다. 아. 귀찮아질지도 모릅니다.
[>일단 달랜다] [>기다린다] [>이상한 사람이다. 버리고 가자] [>자유]
>>74 온화
당신은 려를 바짝 뒤쫓아갑니다. 그는 발소리도 내지 않은 채, 조용히 앞서서 갈 뿐입니다.
' .... 원래, 이 쯤에서 안개가 짙어지는데 학생은 운이 좋네. '
무서운 말을 남기긴 했습니다.
' 영약을 만드는 데 쓰지. 신선들은 그게 필요해. ' ' 학당의 학생이기만 하면 된다. 그게 조건이야. '
소금기 가득한 바람이 끈끈한 느낌이라기엔 바람에 실린 미세한 소금 결정이 폐부를 아릿하게 스치는 듯했다. 영 익숙하지 않은 느낌에 괜히 걸음을 재촉했다. 규칙적으로 지팡이를 짚는 소리도, 발걸음 소리도 희미하니 유령과 다를 바 없다. 그렇게 걸었던 것이 화근인 건지, 아니면 이 조그마한 의뢰인이 본디 그런 심성인지. 작달만한 의뢰인의 목소리가 품은 감정이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벌써부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
벅차오른 것이라면 겹치는 것 있고 우는 것이라면 곤란한 일이지 않겠는가. 지금 당장 겁에 질린 듯 비단으로 몸 숨긴 것만 보아도…… 아회는 누군가를 달래는 재주도 없었거니와, 달래줄 수도 없었다. 이상한 사람이 아닌 걸 믿습니다. 라고 하기엔 믿지 않는 주제에 겉치레의 말을 꺼내고 싶지 않다. 하여 아회는 가만히 감은 눈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저도 이유를 모르겠네요... 잠깐 졸다가 정신 차리자... 사람 사는 소리라도 듣자... 해서 tv를 켰는데 방송 신호가 안 잡힌대서 달각달각... 그러다가 인터넷으로 검색이라도 해보자 싶었더니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됐길래 뭐지~ 했더니... 인터넷이 연결이 안 됐다고 뜨고 공유기는 아예 깜빡이지도 않네요........ 내일 반차내고 서비스센터를 불러야 하나...?🫠 (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