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회는 당신의 확인에 역으로 묻기로 했다. 과연 하 사감이 아이를 잘 돌볼까? 아회의 머리에선 이미 용뉴를 돌보려다 용뉴가 울자 같이 울부짖으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상상이 되고 있었다. 죽일 수도 없다며 술을 열심히 마시는 건 아닐까. 그러다가 온화에게 딱 걸려 혼이 나든지…… 아회는 생각을 접었다. 어째서인지 모든 미래에서 온화가 하 사감을 이기는 것 같았다.
"……은혜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운 역시 나쁘지 않다, 책임지고 잘 돌보겠다. 아회는 한시름 놓자마자 들려오는 울먹이는 소리에 복실복실한 귀를 쫑긋 세웠다. 불길함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 달라붙다가 목청을 높이자 아회는 황급히 울음의 소리라도 줄여주고자 몸을 둥둥 띄웠다. 한 번도 아이를 안아보거나 그 비슷한 존재를 품에 안아본 적 없어 어색하기 그지없다.
"자, 자… 쉬잇, 용뉴, 뚝. 학당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다음번에 마주할 때는 양과자를 드리겠습니다. 약속."
다독여주며 동 사감에게 보내주려는 것이, 조그마한 여인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터울 심한 동생을 체감하는 듯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불길한 생각도 엄습한다.
……설마 형님도 날 이렇게 봤나? 아니, 난 어머니 돌아가신 날 빼고 이렇게 울지 않았는데...
운이 좋아 살았다니. 그것 만큼 저와 어울리지 않는 말도 없는 것 같다. 운이 좋다라. 어쩌면 근래 써야 할 운 다 여기에 써서 당분간 또 운 지지리 없는 나날일 지도 모르겠다. 혼자 한 생각에 피식 웃곤 영약 챙겨넣었다.
"참 별난 신선일세. 준다니 감사하게 가져가겠소만."
조그만 약 떨어질새라 품에 자라 넣고. 그들과 창제신에 대해 물으니 의외의 답 들을 수 있었다. 그 신을 보필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제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신에게서 무엇을 얻나 싶다. 뒤집혔다느니 재앙이니 불리는데. 얻을게 있긴 한가. 그것도 물으려다 참았다. 제 의견 둘째 치고 모시는 이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닐 테니. 그리 생각하며 제 앞으로 성큼 걸어온 려 빤히 보았다.
"이미 얻은 것으로 충분한 듯 한데. 점까지 봐주어? 거 배포가 후하시구만. 여느 신수들이랑은 다르게."
낄낄. 제가 더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도 무얼 봐달라 할지 잠시 고민한다. 앞날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으려 하다보니 막상 기회 생기면 고민 될 수 밖에 없다. 하물며 여러 사람과 엮인 지금은 오죽할까.
제 미래냐. 다른 누군가의 미래냐. 그것도 아니면-
잠깐의 고민 끝에 그리 대답했다.
"허면 가까운 시일에 무엇 있을지 혹은 무슨 일 생길지 봐주시게나. 요즘 학당이 뒤숭숭하여 영 불안한지라."
염치를 안다는 려의 말에 숨기지 않고 킥킥 웃었다. 또한 생각한다. 근본이 인간이라 그렇다는 것은 신선이 되든 무엇이 되든 인간과 신수의 차이는 명백하다는 의미일 테다. 흥미롭다. 동시에 쓴웃음도 난다. ...뭐. 현실이 다 그렇지만은.
가까운 시일 봐달라 하니 려는 뭔 생뚱맞은 소리 한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그냥 가만히 있자 려가 눈을 뜨고 저를 보는데. 아이고. 눈 시커먼 것 봐라. 다 시껌허니 눈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그 눈 마주하고 멀뚱히 있으니 한참 지나 눈 감고 본 것 말을 해주는데.
"이잉. 달갑지 않은 소리구만. 나는 검은 것보다 흰 것이 좋은디."
썩 반길 소리는 아니라 작게 투덜댔다. 검은 호랑이도 싫고 힘든 것도 싫다. 하지만 아마 피할 방법은 없겠지. 그냥 생각 만큼 힘들지나 말아달라 속으로 중얼거리곤 려 보았다.
"가긴 가야지. 헌데 그냥 가긴 아쉬우니 한 바퀴 구경이나 시켜주소. 흔치 않을 것 아뇨. 인간의 몸으로 여까지 오는 건."
무엇보다 제 생에 이런 경험 몇 번이나 할까 싶으니. 가기 전에 구경이나 시켜달라 하곤 품에서 담배 한 대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고.
둘 다 잘 놀아주었다, 라. 괜한 것을 물었다. 그리운 듯한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에 아회는 입을 다물었다. 다행스럽게도 불만스러운 표정 나타나기 전에 용뉴가 울어버렸으니, 차라리 달래는 것에 치중하자 싶어 아이를 둥둥 달래줄 적엔 능숙하단 얘기에 눈썹이 다시금 올라갔다.
"……그렇, 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군요."
다독이던 손길이 느려진다. 동생은 없다. 그렇다고 가족이라 할 수 있는 존재도 없다. 돌보던 것도 늘 어색하고 표현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능숙하다 할 수 있을까. 아회는 착한 호랑이라는 말을 들으며 내려주다, 잠시 멈췄다. 사감이 용뉴를 데려가기 전 손을 뻗어 어색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하고 허리를 펴며 몸을 돌렸다.
남은 의뢰가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빵이든, 지긋지긋한 천선이든, 제사장이든. 아회는 선물가게로 향하기 전, 방에 들어섰다. 조그맣게 솜 뭉쳐둔 것처럼 생긴 신수가 잘 자고 있는지, 아니면 깨어있는지. 잠들어 있다면 깨어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볍게 간지럽히듯 손가락으로 긁어주었을 테다. 깨어있어도 마찬가지다.
검은 호랑이는 가까이 하지 말라. 굳이 말 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지만 세상 사는 것이 어찌 제 마음대로 되던가. 가능한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로 고개 끄덕이곤 려의 뒤 따라나갔다.
"그냥 보는게지. 댁 말 대로 올 일 없는 곳이니."
황량한 곳이란 건 내려왔을 적 대강 보아서 알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려의 뒤를 따라 걸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인적- 이라고 할지. 기척이랄지. 아무튼 그런게 전혀 없는 듯 했다. 어디 불 때는 소리는 들리니 거 누가 있나 싶지만 눈에 보이는 건 없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며 걷다 앞서가는 려에게 물었다.
"신선 되면 거창한 곳에 살려나 싶더니. 뭐 이리 휑한 곳에 사나. 영약 말고는 필요한게 없나 보오?"
일정 경지에 이르면 세속의 욕망에서 벗어나 해탈한다느니. 그런 얘기 본 적도 있는 것 같아 이 천선들도 그런가 했다. 헌데 신선은 천선 뿐인가?
자캐가_명치를_존나_세게_맞으면 : 어... ㅋㅋㅋ... 존나 아프겠지요? 어떻게 이런 해시가 나오는 지는 모르겠지만요, 응. 일단 존나 세게 맞으면 존나 아파한답니다... 아마도 맞기가 무섭게 몸을 웅크리면서 숨도 못 쉬고 컥컥대다가 상황을 파악하려 들 거예요~ 지금 나 쳤어...? 왜...? 그렇게 생각하고는 적룡 스위치에 아회가 지금껏 눌렀던 성질머리까지 같이 터져서 개싸움을 벌이겠지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존재, 하물며 제사장 집안이라면 최악의 경우에는 호랑이로 변해서, 팔 하나 뜯을 때까지 공격할지도 몰라요...🤦♀️
자캐의_싸움_방식은_매너플레이_더티플레이 : 지극히!
더티플레이랍니다. 머리채도 잡고 흙도 뿌리고 얼굴에 피 섞인 침도 뱉어주고~ 그러면서 손가락 까딱거리면서 왜 안 덤비나? 하겠지요~
다시는 덤비지 않을 만큼 두려움과 불쾌함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지 체면이 중요하겠나요~ :D 주된 싸움관이 '내 생각만 해도 네 코뼈가 부러지던 장면이 떠오르길 바란다!' 라네요~
자캐의_과거_연애썰 : 이거 if로 예전에 끝장나는 썰 풀었던 적 있는 것 같은데 현실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