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 조건 하나 달리지 않은 봉사다. 마미레는 포스터의 내용을 읽어 보고서 그런 생각을 한다. 누군진 몰라도 정말 고마울까. 시간도 손도 많이 가는 훈제를 대신해준다니. 치즈, 연어, 햄 등등 여러 가지 훈제들을 생각하던 마미레는 연락처 아래 적힌 경고를 본다. 설마 바보같이 그런 장난을 치는 이가 있을까 싶지만. 있으니 이렇게 경고를 해뒀겠지.
헌데 맡긴다면 그 양이 얼마가 되던 다 받아 줄 것인지.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 양껏 훈제하여 이 포스터를 건 주인에게도 고마움의 답례로 나누면 좋을 것 같은데. 고민하던 마미레는 번호를 저장하고서 문자를 보낸다.
모두가 저마다 초콜릿을 만드느라 바쁘던 한때도 어느새 지나 버리고, 시끌벅적한 초콜릿의 열기도 어느덧 식어갈 무렵. 이와시 캔이 가까워지고 있다. 대상경주의 출전을 앞둔 이들은 매일매일이 저마다의 스케줄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미다레도 예외가 아니라 학원에서 종일 트레이닝만 하다 정신 차려 보면 밤이고, 또 그런 하루가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되었지 뭔가. 덕분에 언젠간 주어야지 마음먹었던 초콜릿은 타이밍을 놓쳐 주지도 못하고. 이와시 캔은 하루하루 다가오건만 기껏 심혈을 기울여 만든 초콜릿은 아직까지도 냉장고에 박혀 잠들어 있었다……. 늦은 밤, 냉장고를 열었다가 빛을 보지 못한 초콜릿과 이번에도 눈이 마주친 사미다레는 결심했다. 오늘 제대로 승부를 보겠다고……!
[있지, 메이.] [꼭 해야할 말이 있어.] [부둣가 근처로 나와줄래?]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문자 상으로는 온전히 전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다소 많은 생략해버렸다는 것까진 미처 생각지 못한 모양이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메이사가 순순히 그곳까지 나와 주었다면, 야밤에도 찬연한 가로등과 선등 불빛 닿지 않는 으슥한 자리에서 서성서리는 사미다레가 보였을 것이다. 두 손 가슴에 꼬옥 얹고 발꿈치 조마조마하게 들었다 내리는 옆모습이.
[ 라이벌 ] 의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코우는 이미 여러 번 팀을 맡아본 적이 있겠지만 미즈호는 이정도 규모의 팀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팀 단위 특훈에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틀 연속으로 훈련 시범을 선보였다면 더더욱 그렇다….. 코우를 따라 창가 자리로 들어서고는 니시카타 미즈호는 코우의 건너편에 자리잡아 앉았다. 회도 좋지만 회가 올라간 덮밥도 나쁘지 않다. 무얼 시키면 좋을까….
“연어요? 연어라면 당연히 괜찮답니다. 회가 좋으신가요, 덮밥이 좋으신가요? “
망설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것은 상대의 의사를 묻는 게 먼저다. 오랜만에 가게에서 먹 는 연어에 미즈호는 다소 신나 있는 상태였다.
그러고보니, 사-미에게만 주지 못했네. 초콜릿.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핸드폰이 울리는 것은 동시였다. 그리고 문자의 내용을 읽고 나니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마침 떠올리고 있던 상대에게서 온 문자였다. 근데 내용이 뭔가...
"하하하... ...뭐지? 나 뭐 했던가??"
꼭 해야할 말이라는게 '이제 더는 못참아. 넌 친구도 아니야!'같은 말이면 어쩌지? 새싹처럼 돋아난 상상은 무럭무럭 자라서 가지를 뻗기 시작했다. 어어어어쩌면 '지금까지 참다참다 이젠 무리다'하면서 바다로 민다던가, 아니면 어제 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본 영화처럼 컨테이너가 가득한 항만에서 총격전을... 아니 역시 이건 무리지.
방에서 고민만 해도 소용은 없겠지. 무엇보다- 시간을 너무 끌면 추운 바닷바람에 사-미가 오래 있다가 감기에 걸릴 수도 있고. 이와시캔에서 맞붙을 라이벌이기도 하니, 가능하면 컨디션은 만전이었으면 좋겠는걸. 좋아. 생각은 여기까지. 일단 겉옷과 아직 전해주지 못한 우정초코를 챙겨서 밖으로 나선다. 밤에 나가는 것 정도야 이미 익숙한 일이고.
"사-미~"
시골 거리의 밤을 밝히는 가로등도 선등도 미처 밝히지 못한 어두운 곳, 으슥한 자리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곧 그것의 정체가 사미라는 것을 눈치챘다. 왜, 왜 저렇게 어두운데 있는거야. 가로등 아래에 있지.
학원 내에 길고양이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 야생동물이니 문제될 것 없는 상황이지만, 그 고양이를 정식으로 데려와 실내에서 기르겠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한적한 오후의 어느 시간. 팀 블레이징 부실의 풍경은 이전에 비해 새로운 것들로 차 있었다. 예를 들어 부실 한구석에 임시 마련된 상자 안에서 잠든 고양이라든지, 그리고 그 고양이를 보며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맨 사미다레 같은 광경으로 말이다. ……그래, 사미다레도 결국은 츠나지 말썽쟁이 3인방의 멤버 중 하나. 모르는 사이 말썽쟁이 기질이 조금은 옮아버린 것이었다. 이름 공모까지 벌써 공개적으로 해 버렸지만, 트레이너님한테도 허락 받았지만! 역시 사고 쳤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불안스러운 마음도 세상모르고 늘어져 잠든 고양이를 보고 있으려니 보송보송하게 풀리는 것 같기도……. 핫, 이게 아니지. 사미다레가 잠든 고양이를 앞에 두고 저 혼자 머리를 싸매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제 뺨을 착 때리고, 앓는 소리 내며 갖은 원맨쇼를 하던 그때, 돌연 부실의 문이 울렸다.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려던 것 간신히 자제하며 뒤를 돌아본다. 엇, 어, 어, 어어어어어어떡하지. 평소였다면 곧장 문 열어줬을 테지만 지금은 찔리는 구석 있어선지 없는 척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불쑥 솟아난다. 하지만 그래봤자 고양이는 내일도 여기에 있을 거고, 모른척 하기만 해서는 언젠가는 닥칠 미래를 늦추기만 할 뿐이다. 역시 문 열어야겠지……. 사미다레는 고양이가 잠든 상자 위에 담요를 덮어 가린 후 소리나지 않도록 조심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듯 한 발짝 물러난다.
다이고는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저 혼자 삐질삐질 땀 흘리고 있다. 입도 과할 정도로 합 다물고 있고. 누가 봐도 수상해 보이는 낌새로, 사미다레는 꾸벅 인사를 했다.
>>590 이것은 매우 좋은 질문 메이사쟝의 목떡은 요런 느낌입니다.. 이미지랑 다르게 쪼금 성숙한 느낌도 있고?? 다른 곡이 더 나을라나?하고 요즘 살짝 마음 흔들리는중 https://www.youtube.com/watch?v=GjR9eBRJZsI
테마는.. 사실... 이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워요 가사처럼 제3자의 입장에서 본 메이사가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 하고 있는데 가사 번역돼서 붙은 게 없다...? 그래서 그냥 생각만 하고 있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tkXE7UUXxc
코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즈호는 바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직원을 불러 연어 덮밥 2인분을 주문하려 하였다.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기 때문에 연어 덮밥은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이, 두어 번 이야기를 하고 난 다음에 곧 완성되어 나올 것이다..... 주문하고 난 뒤에는 코우가 세팅하는 것을 돕다가, 얼마 전에 스트라토 엑세서가 찾아왔다는 코우의 말을 듣고는 눈을 밝혔다.
"아아, 스트라토 씨가 드디어 코우 씨의 부실에 찾아가셨군요! "
손을 딱 모으며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미즈호는 코우를 향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자아, 그래서 그 아이는 코우 씨에게 어떤 인상이었나요? " "[ 성층권 ] 에 대한 이야기를, 그 아이가 하지 않던가요? 어떤 하늘을 보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던가요? "
>>566 그렇게 자놓고 또 자? 방도 아니고 여기서 잔다고? 익숙하다면 익숙한 당신의 반응이라. 걱정을 담은 채 자신에게 향하는 당신의 시선 또한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말, 기구를 이렇게 차지하고 있으면 화를 내거나, 비키라며 눈치를 주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아니더래도 절 깨우는 것에 그치던 것에 당신은 매트까지 가져다준다고 하니 이 얼마나 친절한 것인지. 분명 자신에게 이렇게 대하는 만큼, 다른 이들에게도 동일할 것이라. 좋은 사람으로 다른 이들의 기억에 남았을 것이란 생각을 잠깐 한다.
"그치. 허리 아프면 달리기도 힘드니까."
말하고서 짧게 하품하며 기지개를 켜던 마미레는 비척비척 당신이 깔아놨다는 매트 쪽으로 좀비 처럼 걸어가고서 그대로 풀썩 쓰러져 눕는다. 매트라지만 아프지도 않은 것인지. 금세 다시 잠들 듯, 반쯤 뜬 눈을 깜빡이며 이집트의 파라오처럼 눕기도 하고, 옆으로 누워보기도 하다가 엎드린 자세로 눕는다. 그리고선 다시 자려나 싶지만, 졸린 눈을 떠내고서 마미레는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이 어떤 운동을 할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