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밀어내는 시늉 할 적에 온화도 키득키득 웃으며 밀리는 척- 하려다 정말로 슬쩍 그에게서 떨어지듯 몸을 기울였다. 허리에 둘렀던 팔도 거둬 제 다리에 올리며 동시에 다리를 꼬고. 한 손으로 턱을 받쳐 상체를 기댄 느긋한 자세를 취하며 그게 자연스러운 양 그랬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여전히 의중을 알기 어렵다. 그래도 확실한 건 온화의 평소 말과 행동은 대부분 무언가를 위한 빌드업이란 것이다. 아마 지금도.
"누가 내 애인 아니랄까봐. 응? 그렇지만 나는 어쩌다보니 할만 해서 하는 것 뿐인 걸- 이런 내가 훌륭하다면 진심으로 일하는 동기선배들한테 실례에요. 실례-"
그래도 그 말만은 진심에 가까웠다. 그에게 향하는 진심과는 별개의 것이다. 양심에 가깝다고 할까. 정말 어쩌다보니 적성이 잘 맞게 된 일일 뿐이고 언젠가 그만둘 것이 확실하기에 남들만큼 절박하게 임하지도 않는다. 그런 제가 훌륭하다니. 아무리 온화라도 그건 양심이 좀- 많이 아프다. 쥐콩만한 양심이라고 해도.
초빙 건과는 별개로 아랑에 대해서 물으니 그도 안다며 이것저것 얘기해주었다. 듣기 좋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술이란. 세상 어떤 미주 신주와도 견줄 수가 없지. 잔을 다시 채워 줄 땐 살짝 윙크를 하며 받곤 한 모금 가볍게 넘겼다. 술이 세긴 하지만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향과 맛은 늘 새롭다.
"흐음- 그렇구나- ...응?"
목이 얼얼하고 코가 화해지는 감에 긴 숨을 내쉬며 그가 해준 얘기를 곱씹어보던 중이었다. 그의 중얼거림이 들린 건. 한 손에 든 잔을 살랑살랑 흔들며 잠깐 생각에 빠졌다가 말이 들려 그를 봤는데.
세상에. 지금 입술 내민 거야? 삐진 거야? 같이 있는데 다른 사람 얘기했다고? 아. 아- 정말 미치겠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귀엽냐...
다시금 내숭이 무너지고 이성이 무너지고 아무튼 뭔가가 일어날 뻔 했으나- 극한의 인내심으로 참고 다시 위스키 한 모금 했다. 자. 잘 생각하자 류온화. 지금 저 모습도 귀엽지만 조금만 더 건드려보면 더 귀여워질 지도 모른다. 그러니 머리 잘 굴려보자. 지금 더 끌어내 볼 수 있는 주제가 뭐가 있더라-
"그렇지만- 자기가 초빙 얘기 하면서 후배들 하니까 생각난 걸요? 오늘 임무에 연관되어 있던 애라서 누군지 살짝 봤었거든요. 귀엽게 생긴 여자애던데- 아. 맞다. 혹시 여령이도 기억해요? 내 한살 아래에 머리카락이 엄청 예쁜 꽃잎색이던 남자애- 아마 청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응. 오늘 임무지에서 우연히 마주쳤지 뭐에요? 걔도 오러잖아요. 요즘 바빠서 사무국에서도 잘 못 봤는데 임무 나가서 마주치니 어찌나 반갑던지- 임무만 아니었으면 끝나고 같이 디저트가게 가자고 했을 텐데 말이에요. 걔도 나처럼 단 거 엄청 좋아하거든-"
금방이라도 토라질 듯한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실은 다 알면서 태연히 떠들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 얘기도 늘어놓았다. 마침 오늘 인상 깊게 마주쳤던 사람도 있고 말이다. 조잘조잘. 재미난 듯 얘기하다가 앗 참. 하며 말했다.
"내 임무 때문에 두고 왔었는데 복귀 잘 했나 모르겠네. 연락 한 번 보내봐야겠다."
꼬았던 다리를 풀고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한 행동이 바로 잡지 않으면 훌쩍 일어나 연락 보내러 가버릴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잠시 그를 안중에서 밀어낸 듯 말이다.
질투할 때는 언제고 그 부분 콕 찍으니 얼굴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것 보라. 미치겠다 정말. 온화가 물을 때 분명히 학생이라 했는데 그것도 잠시 까먹고 질투했다는 거 아닌가. 그래놓고 부끄러워해? 세상에 이렇게 귀엽고- 괴롭히는 보람 있는 애인이 또 어디 있을까... 아핫.
아랑이 얘기는 그저 서두에 불과했단 듯 연이어 다른 사람 얘기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까지 하니 아니나다를까 그의 팔이 막아선다. 그리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 등골이 오싹해지며 동시에 짜릿하기까지 한 감각에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누른다.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게- 뭐가 문제냐는 듯 그를 돌아보았다. 저 얼굴에 서린 감정은 단순한 불만일까. 혹은 끈적한 집착일까. 뭐가 됐든 그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건 오로지 저 뿐이다.
아. 정말이지. 사랑스러워 죽겠다. 저러면 자꾸 건드리고 싶어진다는 걸 알 텐데. 분명 알 것인데 말야.
"어머. 그렇게 나가버리면 아쉬울 사람이 누구일 줄 알구?"
우후훗! 간드러진 웃음 소리 뒤로 달각. 잔 내려놓는 소리 이어졌다. 양 손을 자유롭게 비운 온화가 그 손으로 무얼 했을까. 료하의 양 어깨에 올리고 일어나지 못 하게 누른다. 그러기만 했을까? 그와 동시에 매끄러운 실크 원피스에 감싸인 다리가 그의 허벅지 위를 슥 스치나 싶더니 사뿐 걸터앉는다. 자연스럽게 어깨에 걸친 손이 미끄러지며 말랑한 두 팔이 그의 목을 감싸안고. 은은한 꽃향기 두른 온화의 상체가 그의 품에 맞닿았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가장 가까워진 건 둘 간의 얼굴이다. 숨이 섞일 듯 가깝게 다가간 온화가 달리 들을 사람이 없는데도 소리 죽여 소곤거린다.
"내 사랑. 잘 알지 않나요? 내가 당신의 학생일 때부터 한 명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걸. 양 손에 쥐고도 더 가지려 하던 내가. 당신 만나고부터 줄곧 당신 뿐이었는데. 그걸론 부족할까. 응? 누굴 생각하고 누굴 보든 결국 내 곁엔 당신만 둘 건데-"
온화의 한 손이 어깨를 타고 넘어와 품을 길게 쓸어내린다. 허리 근처로 내려간 손이 살며시 허리를 쥐나 싶더니. 엄지로 간질간질한 부분을 살살 누르며 장난치듯 움직인다.
"내가 다른 사람 생각을 하는 것이- 잠깐 떠오른 그 순간조차 싫다면. 그럼 당신 생각만 하게 해주면 되잖아요. 안 그래?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다 알고 있으면서. 그런 아쉬운 소리는 하지 말구- 응?"
붉은 눈 곱게 접어 웃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란 듯 그에게 더 기울여 기댄다.
다른 이를 눈에 들인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온화가 모를 리가 없었다. 원래 다 알면서 부리는 능청이 더 얄밉고 그렇기에 더 애가 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옆구리를 자근자근 어루만질 적 그가 그만이라 해도 손길은 조금 더 끈덕지게 움직이다 멈춘다. 짙게 웃는 얼굴이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키득. 하고 잘게 소리를 흘렸다.
"나를 혼자 독차지 하는게 얼마나 큰 건데- 으응."
귓가로 숨이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다. 목소리가 들리는 것 만으로도 오싹오싹한데. 귓볼이 물리는 건 오죽할까. 물리는 순간. 입술을 깨문 채 움찔 떨며 작은 소리를 내버렸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 조금 더 저를 원해줬으면. 숨이 막힐 정도로 원하고 탐닉해주었으면.
온화는 허리를 어루만지던 손을 다시금 들며 옆구리를 길게 쓸어올렸다. 그대로 그의 목덜미로 손을 가져가 손끝으로 간지럽히듯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소감이라- 질투하는 료하도 엄청 귀엽구 사랑스럽다? 조금 더 질투하게 만들고 싶다- 라던가?"
우후후. 그저 즐거운 듯 웃곤 이번엔 제가 그를 살짝 깨문다. 합. 하고 목덜미를 물어 입술로만 잘근거리다 놓고 또 웃는다.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며 재잘거렸다.
"걱정 말아요- 내가 밖에서 누굴 보고 누굴 만나든. 돌아오는 곳은 항상 내 사랑 곁일 테니까. 오늘도 봐. 일 끝나자마자 집으로 왔잖아요? 내 의지로 내 사랑 배신할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요. 뭣하면 맹세해도 좋은데?"
할래요? 그렇게 말하곤 그의 손을 한 쪽 들어올려 손바닥을 맞대려 했겠지. 그러다 장난기가 돌았는지 그의 손가락 중지를 한마디 반 정도 물고 아프지 않게 잘근거리며 그를 향해 눈웃음을 살살 쳤을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잘 잘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지금 3일 연속 가위눌림과 함께 하는 중이라.. 😂😂😂😂 종교 음악 틀고 자고... 안 되면 그 뭐냐.. 그냥 밤 새는 걸로... 할게여!! 내일까지가 AU니까 가볍게 내일 막레 식으로 써오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좋을 TMI. 료하 교수는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집이요? 아무래도 형제가 많아서 가끔은 그냥 쉬고 싶다고 혼자 나와서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