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스레 손가락 끝을 무니 그도 먹을 거냐며 웃길래 대답 대신 물었던 손끝을 혀로 빙글 돌리곤 놓아주었다. 당연한건데 말이 필요하냐는 의미다. 잠깐이지만 눈을 가늘게 접어 웃으며 그를 바라보면서 침을 삼키는 모습 또한 의미심장했겠지. 뭐. 그도 어떤 의미로든 먹을 것이긴 하니까. 먹는 방법의 차이- 라고 할까? 후후. 막 이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있어도 아무 내색도 않은 채 그의 손길에 가볍게 머리를 부볐다. 으응- 하고 작게 목 울리는 소리도 내면서.
"음. 아무래도? 잘 모르겠네-"
휴가 맞추는 것에 일부러 무리일 듯한 대답을 해주니 방금까지 웃던 그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저 아쉬움 가득 담긴 얼굴... 힘 없어진 목소리... ㄱ...
귀여워어!!! 당장 달려들어 소파에 눕혀버리고 싶어! 끌어안고 마구 쓰다듬고 싶어!
료하 그는 그 자신을 아저씨니 뭐니 하지만 온화 눈에는 세상에 둘도 없이 사랑하는 연인이자 귀염둥이였다. 그깟 나이가 무슨 문제일까! 나이가 몇이든 이렇게나 귀여운데! 아.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고. 응.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내심을 붙잡으며 겉으론 태연함을 유지한 채로 재차 건네주는 빵을 받아먹었다. 침착하게 빵조각을 씹다가 그가 뜻밖의 얘기를 하길래 응? 하고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수업에 나를? 나 그렇게 성실한 오러도 아닌데. 후배들한테 좋은 경험이 될 지 어떨지도-"
제 스스로 오러로서의 실력은 자부하지만 후배들 앞에 나설 만한 인물이냐 하면 그건 좀 머뭇거려지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기껏 얘기해줬는데 고민은 해볼까 하려다가 문득 떠올랐다. 오늘 임무의 대상이었던 후배. 신 아랑이라는 신기한 후배가. 궁금한 건 못 참는 온화였으니 그의 질문에 대답도 전에 불쑥 그리 물었다.
"응. 응. 그런데 있잖아요? 신 아랑이라는 학생 알아요? 백궁에 5학년이구. 마법부 장관의 자녀라 그러던데. 혹시 뭐 들은 거 없어요?"
대답은 잊은 건지 미룬 건지. 그저 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빤히 보며 위스키 잔을 가져와 홀짝였다.
히든 루트는 사무국장, 마일로의 조언을 어기고 [과보호 하듯 아랑을 보호하지 않고 '신 아랑' 일 때, 공격 주문이 그에게로 들어간다]여야 열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랑아]는 무조건적으로 여러분을 '아랑의 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폭식VS랑아VS여령&온화 이렇게 삼파전이 되었을 거예요!
이 때의 랑아? 대화가 더 안 됩니다.
랑아 설정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랑아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데, 아마 폭식이 공격할 기미가 보이면 시트캐를 그 쪽으로 밀치거나(이번에 온화를 밀치려 했듯이 말이죠!) 폭식에게 리모컨을 집어 던진 것처럼 모두에게 골고루 물건들을 집어 던졌을 거랍니다.
'아랑'을 향한 폭력이 '랑아'를 깨우는 트리거 중 하나거든요. 아무튼, '아랑'일 때 폭력이 가해지지 않았기때문에 '랑아'는 그나마 말은 듣는 상태로 깨어났습니다. 그래서 히든루트?
그가 밀어내는 시늉 할 적에 온화도 키득키득 웃으며 밀리는 척- 하려다 정말로 슬쩍 그에게서 떨어지듯 몸을 기울였다. 허리에 둘렀던 팔도 거둬 제 다리에 올리며 동시에 다리를 꼬고. 한 손으로 턱을 받쳐 상체를 기댄 느긋한 자세를 취하며 그게 자연스러운 양 그랬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은 여전히 의중을 알기 어렵다. 그래도 확실한 건 온화의 평소 말과 행동은 대부분 무언가를 위한 빌드업이란 것이다. 아마 지금도.
"누가 내 애인 아니랄까봐. 응? 그렇지만 나는 어쩌다보니 할만 해서 하는 것 뿐인 걸- 이런 내가 훌륭하다면 진심으로 일하는 동기선배들한테 실례에요. 실례-"
그래도 그 말만은 진심에 가까웠다. 그에게 향하는 진심과는 별개의 것이다. 양심에 가깝다고 할까. 정말 어쩌다보니 적성이 잘 맞게 된 일일 뿐이고 언젠가 그만둘 것이 확실하기에 남들만큼 절박하게 임하지도 않는다. 그런 제가 훌륭하다니. 아무리 온화라도 그건 양심이 좀- 많이 아프다. 쥐콩만한 양심이라고 해도.
초빙 건과는 별개로 아랑에 대해서 물으니 그도 안다며 이것저것 얘기해주었다. 듣기 좋은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술이란. 세상 어떤 미주 신주와도 견줄 수가 없지. 잔을 다시 채워 줄 땐 살짝 윙크를 하며 받곤 한 모금 가볍게 넘겼다. 술이 세긴 하지만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향과 맛은 늘 새롭다.
"흐음- 그렇구나- ...응?"
목이 얼얼하고 코가 화해지는 감에 긴 숨을 내쉬며 그가 해준 얘기를 곱씹어보던 중이었다. 그의 중얼거림이 들린 건. 한 손에 든 잔을 살랑살랑 흔들며 잠깐 생각에 빠졌다가 말이 들려 그를 봤는데.
세상에. 지금 입술 내민 거야? 삐진 거야? 같이 있는데 다른 사람 얘기했다고? 아. 아- 정말 미치겠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귀엽냐...
다시금 내숭이 무너지고 이성이 무너지고 아무튼 뭔가가 일어날 뻔 했으나- 극한의 인내심으로 참고 다시 위스키 한 모금 했다. 자. 잘 생각하자 류온화. 지금 저 모습도 귀엽지만 조금만 더 건드려보면 더 귀여워질 지도 모른다. 그러니 머리 잘 굴려보자. 지금 더 끌어내 볼 수 있는 주제가 뭐가 있더라-
"그렇지만- 자기가 초빙 얘기 하면서 후배들 하니까 생각난 걸요? 오늘 임무에 연관되어 있던 애라서 누군지 살짝 봤었거든요. 귀엽게 생긴 여자애던데- 아. 맞다. 혹시 여령이도 기억해요? 내 한살 아래에 머리카락이 엄청 예쁜 꽃잎색이던 남자애- 아마 청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응. 오늘 임무지에서 우연히 마주쳤지 뭐에요? 걔도 오러잖아요. 요즘 바빠서 사무국에서도 잘 못 봤는데 임무 나가서 마주치니 어찌나 반갑던지- 임무만 아니었으면 끝나고 같이 디저트가게 가자고 했을 텐데 말이에요. 걔도 나처럼 단 거 엄청 좋아하거든-"
금방이라도 토라질 듯한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실은 다 알면서 태연히 떠들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 얘기도 늘어놓았다. 마침 오늘 인상 깊게 마주쳤던 사람도 있고 말이다. 조잘조잘. 재미난 듯 얘기하다가 앗 참. 하며 말했다.
"내 임무 때문에 두고 왔었는데 복귀 잘 했나 모르겠네. 연락 한 번 보내봐야겠다."
꼬았던 다리를 풀고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한 행동이 바로 잡지 않으면 훌쩍 일어나 연락 보내러 가버릴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잠시 그를 안중에서 밀어낸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