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https://www.neka.cc/composer/12943 키 175cm의 장신에 붉은 머리를 단정하고 길게 늘어뜨렸다. 부스스함 없이 일자로 곧게 내린 머리칼은 그 끝이 골반을 덮고 훌쩍 내려올 만큼 길다. 너무 가늘지도 굵지도 않은 머리카락이기에 주인의 움직임 따라 마치 천이 펄럭이듯 일제히 움직이곤 했다. 피부는 흠 하나 없이 곱고 희어 얼굴 또한 반지르르하니 백옥으로 빚은 듯 하다. 모나지 않고 갸름한 얼굴은 늘상 가벼이 웃는 얼굴에 연분홍 혈색 도는 입술 도톰하니 보기 좋고 적홍빛 선명한 눈동자는 늘 무한한 선의와 호의를 비추었다. 이목구비는 물론이요 신체는 성숙함과 비율 역시 훌륭하여 어느 모로 보나 성인 여성임이 확실했다. 이렇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존재 자체가 한 송이 붉은 꽃처럼 화사한 미모를 뽐내었다. 옷은 항상 붉은 색조가 베이스인 차림을 한다. 오프숄더, 옆트임, 백리스, 시스루 등등 다소 화려하고 노출이 있는 편. 겉옷을 입지 않고 어깨에 걸치곤 하는 버릇이 있다. 기본 7cm 가량의 구두를 신기에 실제보다 키가 커보인다. 장신구로는 검은 초커와 붉은 수정&테슬 귀걸이를 주로 착용한다. 초커는 얇고 검은 띠가 기본으로 여기에 별도의 장식을 달아서 옷에 맞춘다.
성격: 차분하면서 명랑쾌활하다. 낯가림이 없고 사교적이라 인맥도 넓다. 스킨십을 매우 좋아하고 상대를 안 가린다. 감정에 솔직하지만 숨길 때는 철저히 숨긴다.
지팡이: 느릅나무/불사조의 깃털/14인치/꽤 유연함 일직선의 곧은 지팡이. 위아래 구분이 없는 일정한 두께의 봉 형태인 것이 특징. 전체 표면을 살짝 불그스름하게 물들이고 섬세히 얕게 깎아 연꽃 문양을 다채롭게 새겨놓았다. 쥐고 손끝으로 문지르는 촉감이 매우 좋다고.
기타: 마법사 사회의 류 가문은 순혈지상주의 가문으로 붉은 머리가 그 특징이다. 순혈 사상이긴 하지만 강요적이진 않아서 원치 않는다면 영구히 성을 버리고 가문을 나가는 식으로 자유를 갖게 해준다. 가주를 포함한 직계들은 대부분 방탕한 심성을 갖고 있다. 현 가주인 류 온일 또한 정실 외의 첩을 넷이나 두어 온화의 배다른 남매만 다섯을 두었다.
류 씨는 초석부터 마법사 전용의 옷과 도구를 만드는 업으로 시작했다. 각종 마법을 부여한 옷감 등을 이용하여 마법사만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작은 공방을 운영했었다. 수재이기에 물량이 적어 알려지는 것이 느렸지만 꾸준히 활동한 결과 공방의 규모가 늘어났고 어느 재력가의 후원을 겸한 결혼으로 류 가의 공방 [유유자적]이 세워졌다. 수제인데다 꽤나 고품질의 물건을 뽑아내기에 어느 정도 재력이 있어야 구입이나 주문이 가능하다. 지금은 주문제작도 받고 장인도 키워내는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온화는 현 가주인 류 온일의 정실이 낳은 외동딸로 후계 서열 1위이다.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계단을 오르듯 자연스럽게 오러가 되었다. 아직은 온일이 가주 현역으로 있기 때문에 자신이 정식으로 가주에 오를 때까지만 오러 활동을 할 것이다. 일종의 기간 한정이다보니 임무에 임하는 태도가 살짝 불성실해 보이기도 한다. 몇몇 소문으로는 절대로 뒤에서 캥길 짓 할 거라는 말도 있다.
류 가의 가주 직계답게 음주가무 선호하며 어지간한 주당 이상의 주량을 갖고 있다. 식성 역시 좋아 보기보다 잘 먹으며 특히 단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교제 쪽에서도 상대 가리지 않고 방탕히 즐기는 면 있다. 들리는 말로는 꼬리가 한 아흔아홉개는 달렸을 거란다. 의외로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 호흡이 가빠지고 목소리를 망치기 때문이라나.
"보다 안락한 죽음, 제법 비참한 삶…… 그 사이의 미묘한 선을 걷는 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미물의 진정한 목적 아니겠어요? 이 여령은- 그리 생각한답니다."
이름: 요 여령 曜 璵鈴 성별: 남 나이: 22
외형: https://www.neka.cc/composer/12943 요 가문이라 하면 화려함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여성, 남성 개의치 않고 온통 화려하니 제각기 자연과 계절의 색 빼닮았노라 평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령 또한 자연 그 자체의 색조 닮았으니 이를테면 봄날이리라. 만개한 벚꽃잎과 같은 색의 머리는 곱게 늘어뜨리니 종아리까지 닿고, 한쪽으로 가지런히 쓸어두고 바람결에 쉬이 나풀대는 앞머리를 지나면 선명하니 화려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철쭉과도 같은 붉은 기조의 눈 화장 짙게 칠한 두 눈은 풍성한 속눈썹 아래에서도 호수처럼 새파란 색조 선명하며, 동공이 원두 속처럼 둥근 꼴이나 끝단 뾰족하였다. 밤길 나설 적 마주한 눈은 인간의 것 아닌 느낌 들기 때문에 자못 두렵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가인이었으나 눈은 고사하고 연지 바른 도톰한 입술마저 늘 작위적이게끔 휘어진 인상이기에 어딘가 의뭉스러운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자못 화려하다는 인상이 전체적인 외관으로 국한되지 않는 이유는 필히 저 치장 때문일 테니, 치렁치렁한 실반지요 귀걸이, 목걸이 고사하고 눈가의 화장, 연지 바른 입술, 간혹 이것저것 찍어 발라 눈 주변 반짝이기도 하고 속눈썹 색조 넣으며 장식하며, 분칠할 적도 있으니 정상적인 면구 보기 어려운 과히 치장된 자. 화장 지워내면 수수한 미인이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착각될 정도이리라. 화장은 제법 진보적이나 옷차림은 전통을 중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과감한 믹스매치인지 정장에 스틸레토 힐, 두루마기 차림이었다. 소매가 유달리 컸으며 어깨까지 온전히 걸치지 않고 소매만 꿰는 경우가 많았다. 때때로 상대에게 곤란한 말을 건넨 뒤 혼란에 빠뜨리곤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웃는 꼴이 그리도 얄미울 수가 없었다. 하물며 이 자, 키가 180에 가까우니 더욱이.
성격: "후후, 이 여령에게- 맡겨주시지요!" ─ 오로지 흥미본위, 자아도취, 머리 꽃밭, 뻔뻔하다 못해 세상의 흥취에 절어버린 자.
인간이기 때문에 미물에 불과하나, 세상을 자신의 것인 것처럼 살아갔다. 혼세의 미래를 걱정하느니 당장 오늘 먹을 간식이 중요하고, 죄악은 지금껏 한번도 만나본 적 없으니 내 일상에서 거리가 멀어 딱히 신경도 안 쓴다. 맘에 드는 자에겐 아양을 떨기 바쁘며 맘에 들지 않는 자는 영 미적지근하다. 사근사근 얘기하며 가끔 경박하게 웃었다마는 그 성질머리 좋게 말하면 사소로운 것에 마음 담지 않고 낙천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대가리 꽃밭이란 소리다. 채신머리 없는 피 대대로 이어받은 걸 티라도 내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채신머리 없는 피가 잘 벼려진 칼 같을 때도 있었으니 그때는 조용하다마는 이 성질머리 대단한 것이 말싸움에선 죽어도 안 지려 들어 그 장점 다 씹어먹는다. 종알종알 아, 그랬나요? 이 여령이라면 그런 것을 배울 시간에 밥 한술을 더 떴을 것 같군요? 하고 비꼬기도 하고, 간혹 얄밉게 종알종알 까고, 그래놓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 이 여령에게 맡길 일은 없지요? 그럼 이만 일하러 갈게요! 하고 상황 능히 돌리려 드니 평소에도 사랑'만' 받고 자란 티 모두 내고 다니는 것도, 나르시즘이 하늘 찌르는 것도 돌아버렸구나 싶은데 유치한 말빨 탓에 상대방 복장 뒤집어놓기 딱 좋은 성격이다. 퍽이나 오락가락하니 얌전히 웃다 난데없이 주먹질 하면 그 성격 꼬인 모습은 신을 저리가라 할 정도. 전형적인 쟤는 싸우지만 않으면 되는 성격인데다, 그 행동 과장스럽고 온갖 사치와 쾌락에 절어 가까이 했다간 정결한 삶 고사하기는 어려운 성격.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속내 알기 어려운 대가리 꽃밭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약이다.
구밀복검이란 말이 어찌하여 존재하겠는가?
지팡이: 개암나무/화이트 강 괴물의 등 뼈/13.5인치/놀라울 만큼 휙 소리가 남 손에서 쉬이 떨어지지 않게끔 레이피어를 연상케 하는 손잡이가 세공되어 있으며, 지팡이가 살짝 꺾여있어 겨눌 때 18세기 초 머스킷 권총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 흰색과 금색으로 도색도 되어있다.
기타: 《희곡 요 씨》 천하태평으로 소문난 '요' 가문 출신. 압도적인 머글친화 가문을 뛰어넘어 박애주의자 성향에 가까운 가문으로, 오죽했으면 요 씨 집안을 떠올린다면 지팡이 디자인을 비롯한 각종 예술에 정평이 났다는 장점 보다 '그 미친 인류애로 똘똘 뭉친 가문' 소리가 먼저 나올까.
선조는 이름 없는 예술가로, 세상을 떠돌다 우연찮게 흘러 들어간 머글 사회에서 그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기고, 돌아왔을 적 노래 한 수 지어 올린 것이 가문의 기원. 후대들은 선조의 뜻 이어 소리와 악, 춤, 연극, 그리고 지팡이에 새기는 문양 등등 각종 예술 분야에서 활약하고 대대손손 이어지고 있다. 또한 예술 아래에서는 머글과 혼혈, 나아가 스큅과 순혈 모두 평등하다는 사상도 지금까지 내려오니, 애초에 ~주의 같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류. 그렇다고 여타 머글친화 가문과 달리 순혈주의자와 마찰이 생기진 않는다. 대신 저 가문…… 내가 집필하는 예술작품의 모티브가 되면 어떨까……? 같은 맑은 광기만 있어 초상권 침해가 좀... 아니 많이... 아니 과도할 뿐이지...
제 감각에 몸 맡겨 물아일체되는 성향 지대하니 자신들의 예술적 재능을 몸소 바치고 혼란 속에서도 소신을 직접 주장한 탓이다. 어쩌고 보면 혼란스러움이 정상 되어버린 가문. 때문에 여간 독특한 사람이 제법 많다 전해지니, 그 제멋대로의 재능이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 어떤 자는 순혈주의자 앞에서 머글을 사랑하란 노래를 부르다 혀가 잘리고, 어떤 자는 머글과 순혈의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집필해 그 대본을 뿌리다 고소 당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청구받은 적도 있다.
당장 삼 대 독자 여령을 보아도 그러하지 아니한가?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도 알기 어려운, 베일에 싸였던 존재가 혜성처럼 신문에 약 4p 분량의 머글 찬미 시를 집필하며 마법사 사회에 성공적으로 나도 요 씨 집안 사람이라 데뷔한 것은 물론이요, 무서운 속도로 공채 합격을 하더니 오러 일을 뛰질 않나, 마법약 재능 살려 이젠 남몰래 마법약 부업까지 뛴다. 이름이 뭐더라, 모두의 안녕과 능률상승을 불러주는 마법의 가ㄹ…… ……이게 진짜 미쳤나?
《과거》 여령은 여러모로 대단한 녀석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독기 품고 살아온 자. 아는가? 유달리 마법약에 능한 것이 떠돌며 배운 것이라더라.
이는 한때 요 씨 집안을 시기하던 사용인 있으며 자신의 아이와 여령을 바꿔치기 하였던 탓으로, 핏덩이인 시절부터 가림빛에 버려진 여령은 자칫 그대로 목숨 버릴 뻔하였으나 정신 오락가락하는 마법사 손에 거두어져 자랐더란다. 이 덕분에 유년기 무사히 거칠 수 있었으나 마법사는 여령이 학교 입학할 적 지팡이만 사주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그렇게 홀로 남은 여령응 '요' 씨 이름으로 학교를 다닌 것이 아닌 무명 모에게 지어진 가명으로 지냈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뒷골목 생활 전전하며 가림빛에서의 사상과 원내 사상의 차이, 그리고 자신의 피에서 내려오는 예술적 감각과 박애주의적 사상이 서로 상충하는 내면적 혼란을 내심 품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혼란을 종식시키고 요 씨 집안이노라 자신의 정체성을 각인한 사건 있었으니, 개인적인 용무로 학원을 찾은 요 씨 집안의 방계가 우연히 청궁에서 뛰놀던 3학년의 여령을 마주한 일이었다. 여령이 가주를 똑 닮은 것과 더불어 돌아가신 마님께서 출산 후 아이를 위해 만들었던 목걸이를 차고 있었던 것이다. 가문에 여령이 나타나기가 무섭게 사용인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해 아즈카반에 수감되고, 여령의 자리를 꿰찼던 사용인의 아이도 그렇게 자리를 박탈 당하나 싶었으나 여령이 죄 없다 비호하며 아이는 자신이 호의호식하였노라 죄를 시인하였으니 출가외인으로 취급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아무리 귀한 집의 일원이 되었다 한들 여령은 한때 뒷골목 생활을 전전해왔고, 그 덕에 눈치와 위기 감지하는 직감은 대단하였다. 머리도 잘 돌아가는 편이긴 했으나 주도면밀하고 영리한 녀석은 아니었다. 자존심 버릴 줄 알지만 자존감은 지대하게 높았고, 험지 깊은 곳에서 굶주리던 과거를 기억하여 독하기는 또 독했다. 한때 빼앗긴 삶이 있다 보니 권력욕이 대단하여 더 위로 오르고 싶어했다. 정확히는 권력을 쥐는 순간의 과정을 즐겼다. 그 사이에서 콩고물 떨어져 영감 얻으면 된다는 모습에 요 씨 집안 가주가 그리도 총애하더라. 당연할 법도 하다! 잃어버린 아이인데다 필히 걸작을 쓸 녀석이니.
다만 여령은 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결론 도달했으니 사용인이 한 순혈주의자 가문의 사주를 받았음을 알았고, 그 가문을 찾아 잡기 전까지는 내 절대 이 화를 풀지 않으리라 다짐했더란다. 그리하여 오러 되었다. …기실 그것도 있다마는 오러 되면 사건사고 현장에서 영감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멍청한 일념 하나로 박봉 인권 최하위 길을 걷는 것 고사하는 것이겠지…….
- 자본주의자. 그 수준이 보통이 아니라, 돈 얘기만 들어도 일의 능률이 상승하니 심히 놀라울 정도다. - 무녀독남, 삼 대 독자라 했던가? 집안에서 예쁨 받으니 제멋대로인 성정에 사람들은 '쟤는 사랑 받고 자랐구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법한 성정이었다……. - 가족관계는 자신을 낳고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 자신 뿐이다. 피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연민은 이어진 아이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출가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아 생사불명. - 아! 단 음식. 너무나도 좋다. 사실 모든 음식이 다 좋은 것 같다. 따뜻한 국물류를 유달리 좋아해 더운 여름에도 땀 뻘뻘 흘리며 먹곤 하였다. - 마법약…… 포기할 수 없다... 자신의 이름 내걸면 큰일이 나니 가명을 쓰는데, 문제는 어릴적 지어진 이름 순서만 바꿨다……. - 혼혈인지 순혈인지 본인은 전혀 모른다……. 원체 족보 난잡한 나머지 조금 오래 셈해보고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단 외적으로는 순혈이다.
오늘도 몹시 좋은 날이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쾌청하고! 이런 날은 맛있는 간식 잔뜩 들고서 저 멀리 한적한 호숫가 같은 곳으로 피크닉이나 나가야 하는데-
"하지만 오러는 일 하러 가야 하지요- 아. 정말. 그냥 아버지 내려오라 하고 이 일 때려칠까 봐." "온화 너는 맨날 그 소리 하더라. 정작 하라면 안 할 거면서." "음. 그렇긴 해- 후후!"
명랑하게 투덜대는 온화에게 같이 스윗더미에서 나오던 동료가 무어라 하자. 냉큼 대답하며 개구지게 웃었다. 저 말처럼 정말로 가주의 자리를 꿰차러 갈 생각은 아직 없었다. 그야 시간 지나면 저절로 제 것 될 텐데. 뭐하러 귀찮은 일을 하나! 뒤엎는 짓 할 시간에 요령 좋게 땡땡이 칠 궁리 하는게 더 이득이지.
"그럼 나는 이대로 순찰 갈게. 나중에 보자." "응- 잘 다녀와. 자기-"
식사 겸하며 순찰 나가는 동료 보내고 온화 혼자 사무실로 돌아왔다. 건강한 식사 대신 달달하고 달달한 것 한 가득 든 봉투 제 자리에 내려놓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느긋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오러의 삶은 예상보다 더 개판이었다. 인권은 바닥을 뚫다 못해 맨틀에 처박혀 살살 녹고 있었고, 주변에서는 너 희곡 요 씨야? 그럼 글 잘 쓰겠네? 내 유서 좀 읽고 평가해주라. 같은 농담을 하질 않나, 어째 부업으로 버는 돈이 월급보다 더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여령은 모두 견딜 수 있었다. 여기에서도 인간들은 살아가고 있거니와 자신 또한 살아있으니.
"요지는 퇴근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렇다기엔 아직 출근하지도 않으신 것 같은데요?" "아웅-! 몰라, 몰라! 집에 나온 이후부터 퇴근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라구요!"
여령은 헤이즐넛 시럽을 네 번 넣은 커피와 소금빵을 계산하며 가게 종업원에게 앙탈을 부리곤 손을 덮어 얼굴을 가렸다. "사람들이 너무 아름다운 게 문제야…… 아니, 나보다 아름답진 않지만 심미적인 것 말고 예술적인 측면에서 말이에요. 이런 예술적 영감을 또 어디서 얻어……." 중얼거리니 종업원은 오만상을 쓰며 빨리 출근하라 재촉했다. 여령은 그 모습에 거스름돈을 지갑에 넣곤 터덜터덜 등을 돌렸다.
"종업원이 차암 매정해잉. 오후 타임 애는 안 그러던데."
그렇게 자리에 앉아 혀가 아릴 정도로 단 커피를 입에 대며 카페인이라도 보충할까 했던 순간.
"에이씨, 염병하네……."
일할 시간이 귀신같이 찾아오고 만다…. 여령은 한 모금 마신 커피와 냄새만 맡은 소금빵을 자리에 두고 일어섰다. 이래서 3D직종은 하지 말라고 하는구만……! 두루마기가 아닌 코트 걸치고 뚜벅뚜벅 어딘가로 향했다. 오늘 근무지가, 그러니까…….
옴뇸뇸뇸. 작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큰 초코 파운드 케이크를 통으로 들고 야무지게 먹고 있던 온화에게 불온한 그림자 드리웠다. 커다란 빵덩이 입에 문 온화 눈 깜빡 깜빡 하며 사무국장 바라보았다. 저 퀭한 얼굴의 사무국장이 웃고 있다. 상쾌하게 웃고 있어! 저럴 땐 꼭 귀찮은 일 가져왔다는 징조다. 온화는 얼른 옆자리에서 아무 서류나 집어 제 책상에 올려놓고 그것 팡팡 두드렸다. 그리고 입에서 빵 떼고 말도 했다.
"아잉데여 이 마능데여?(아닌데요 일 많은데요?)"
적어도 입에 든 건 삼키고 말하자... 아무튼 온화는 열심히 할 것 많음을 표하며 사무국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딱 봐도 일 있던 없던 시킬 생각 만만인 사무국장 향해 강력한 거절의 의사표명 해보지만. 양 볼 가득 빵 채우고 고개 도리도리 해봐야 씨알도 안 먹힐 앙탈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누구던가. 원하는 대로 굴어야 직성이 차는 류 온화 아니던가! 마시면 괜히 구실 줄까 봐 팥차 손도 안 대고 볼에 가득 채운 빵 열심히 씹어 삼킨다. 윽. 목 메여. 가슴팍 두어 번 툭툭 두드리곤 사무국장 향해 손가락 두 개 쫙 펼쳤다. 앙탈에 이어 되도 않는 딜 시도하는 것이다.
"포상 휴가 2주! 아니면 안 갈래요! 꼭 나 아니어도 되잖아요? 다른 오러 시켜주세요. 사무국장님♥"
아잉. 눈 한 쪽 찡긋하며 다시 파운드 케익 깨문다. 오물오물. 음- 역시 디저트는 스윗더미가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