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바 때문에? 라는 말을 듣자마자 생각하던게 들킨 것 같아서, 혹은 스스로도 모를 이유로 초조해져서, 우마그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덜컥 말을 내뱉었다.
"어릴 때부터 엄청 약했다구, 마사바. 그래서 학교도 자주 빠지고, 병원도 자주 가고. ..병원에 실려가면 다음에는 못 돌아오는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도 많았어, 정말로. 근데, 근데 최근들어서 갑자기 키도 크고, 건강해져서 트레이닝도 하고, 어제는 2착까지 해냈네."
친구와의 추억이야기? 칭찬? 무엇에 더 가까울지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내 표정은 어떨까. 웃고 있는 거겠지. 분명?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웃지 않으면 이상하니까...
"...그래, 분명... 친구가 성장한거니까.. 나도 들떠버린거야. 그런 게 분명해..."
시작은 우마그린에게 털어놓듯이, 하지만 그 끝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을 향햔 말이었다. 그렇게 약한 몸으로 중앙을 꿈꾸던 친구가, 이제 스타트라인에서 뛰기 시작했다. 오랜 친구로서 응원하는게 맞아. 작은 레이스의 입상으로도 들뜨는게 맞는거야. 친구가 입상해서, 들뜬 감정인게 분명해. 그래야만 해.
"—훗훗후~ 무르구나 우마그린! 왜 원한이냐니! 나 그때 진짜 열심히 머리까지 써가면서 달렸는데 졌다고! 원통하다고!"
아- 무거운 분위기는 싫거든~ 다시 템포를 끌어올린 목소리로 왜 원한이냐는 말에 대답한다. 아니, 그걸 원한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대체 뭐가 원한이란 말이지?
"뭐 우마그린 말대로 레이스에서 붙는 건 무리니까. 대신 이걸 가져왔지."
묵직한 봉투를 내민다. 내용물은 밀폐용기에 담긴 당근이 수상할 정도로 많이 들어간 메이사 특제 카레. 사실 학교에서 주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시간도, 타이밍도 맞지 않아 그대로 들고 하교한채로 지금까지 쭉 들고 다녔던 것. ...아니, 아직 날이 차니까 상하진 않았을거야.
마사바 콩코드는 경기 끝에 결국 2위를 했다. 저스트 러브 미라는 중앙의 벽에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지만, 바꿔 말하자면 중앙이란 벽에 근접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대로 조금만 더 그녀가 성장한다면 그녀가 원하는 중앙 진출은 정해진 미래일 터, 그런 의미에서 레이스가 끝난 오늘은 마사바 콩코드가 2위에 진입한 축하 파티를 안카자카시의 한 백화점의 무한리필 뷔페에서 즐기기로 했다. 직접 자동차로 마사바를 안카자카 시의 백화점으로 데려온 미즈호. 기쁜 낯빛으로 마사바가 있는 자리의 차문을 열어주려 하였다.
2착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메이사의 말마따나 건강이 문제인 다소 허약한 아이, 그렇지만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그런 과거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키도 컸고, 강도가 높은 트레이닝도 하고. 데뷔 이후 첫 레이스에서 2착을 하고.
"확실히 친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들뜨게 되지."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같은 길을 달리는 친구라면 친구인 동시에 라이벌이기도 해서, 앞서나가는 듯한 모습을 본다면 친구의 성장에 기쁘면서도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지곤 했다. 내 쪽이 아직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라면 더더욱. 표정은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다, 아마 메이사도 자신의 표정이 마냥 즐겁고 들뜬 표정이 아니라는 걸 아는 듯 제대로 보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건 네가!"
물론 지구력 싸움으로 일부러 끌어들인 건 맞지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면서 받아들인 건 메이사 쪽이지 않냐며 덧붙이려던 다이고는 일단 어떤 말을 하려는 건지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 오늘은 기분이 다소 들쭉날쭉한 것 같으니 최대한 맞춰 줘야지.
"응? 뭔데."
딱 봐도 묵직한 봉투를 일단 받아들고는 반사적으로 봉투 안의 내용물을 살폈다. 밀폐용기에 담긴... 카레? 아니, 당근? 아니지... 당근 카레? 카레 당근? 잉?
카레에 초콜릿을 넣으면 깊은 맛이 나니까. 이때는 밀크보다는 비터를 넣는 쪽이 어울리지. 진심 라이벌 초코치고 심심한데?싶은 인상이 있지만 이 카레라는거 사실, 엄청나게 위험하다. 카레 루에는 전분이, 거기에 감자까지 들어가고 나트륨과 당도 상상 이상으로 높다. 게다가 초콜릿도 더했고? 그리고 밥이나 면같은 탄수화물이랑 먹으니... 단순히 초콜릿을 먹는 것보다도 당수치가 훌쩍 뛰어오른다는 말씀이다. 칼로리도 그렇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주일은 먹을 수 있으니까, 귀찮을 때 꺼내서 데워먹으라구. 다음에 또 트레이닝에서 초장거리로 붙게 되면 그땐 절대 안 질거니까. 각오해라!"
어쩌다보니 이런 분위기에서 전해주게 됐지만, 뭐, 아무튼 난 제대로 줬다? 진심 초코. 아 맞다. 까먹었던 걸 이제야 기억해내고 급히 가방에서 초콜릿을 하나 더 꺼낸다. 우마그린도 같이 만들었던 그 초코다.
"맞다 이것도 가져가야지. 우마그린의 리퀘스트로 만든 다시마 들어간 초콜릿. 맛있게 먹어~"
장난스레 히죽거리는 얼굴 뒤로 몇 번이고 되뇌인다. 오늘 좀 불안정한건, 친구의 성장에 들떠서 그런거라고. 그래. 그러니까- 결국 아무것도 아닌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