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0 8죄종은 그대로 가요! 다만, 차이가 좀 생겨여!!!! 얘네랑 가족 설정 가능해졌고 얘네 포획 가능하다 정도?(????)
>>771 국장은 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여있고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왓어여 30후반~40초반이고.... 국장실에 없으면 100%머글사회로 갔단 뜻이에여. 어깨도 넓고 보통 단추 2, 3개 정도 푼 와이셔츠 입고 다닙니다. 순혈이냐, 혼혈이냐, 머글이냐를 따지자면.. 머글 출신이고 사별한 아내, 딸이 있어여:3
한때 아회는 평범한 삶을 간절히 바랄 때가 있었다. 비록 사무친 추위 속에서 살긴 했지만, 가끔 무 씨 집안과 교류를 하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이나 방계의 가족들을 보면 평범한 삶이 그토록 샘이 났다. 어머니의 품만이 아닌 아버님께도 안겨 안정을 얻고, 형님과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사용인들에게 유령이나 사생아 취급을 받는 게 아니라 담소를 나누며 그 사이에 섞이는 기분은 과연 어떨까?
그렇지만 주어진 운명은 아회에게 그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함을 탐낸 대가를 받아 갔다. 그렇게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여전히 자신과 거리가 있었으며, 형제는 궁기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전 집안을 뒤집어엎었고, 자신은 눈을 잃었으며, 사용인들은 그날을 기점으로 득달같이 몰려들어 자신을 탓했다. 수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며 원망을 쏟아내는 순간을, 자신이 품은 증오심을 기억한다.
삶을 부르짖은 덕분에 입지를 다져 가주의 권위를 등에 업은 이후로는 평범함을 추구할 수 있었다. 차라리 그 알량한 증오심보다 생존에 대한 욕구가 더 컸더라면, 그렇게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그 순간을 뼈저린 고통이라 합리화하고 내려놓은 뒤 새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지금과 같은 감정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회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자신이 평범한 삶을 탐내었을 때 내린 벌이 이미 마음 깊숙한 곳에 각인된 탓이었다.
평범한 삶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내포했다. 탐낸 죄로 다시금 피바람이 불 것 같아 두려운 것도 있었으나, 이번엔 피바람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어린 나이에도 아회는 알고 있었다. 차라리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자신이 품은 증오심은 아주 예전부터 시작되었거니와, 그 증오심은 삶의 원동력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또한 형제가 궁기의 이름을 가지게 된 이후로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은 어떠한 힘이 없는 범인凡人임을 상기했다. 자신은 운명을 뒤집을 수 없음을 일찍이 깨닫자, 증오심이 비틀려 평범을 추구할 일도 없었다. 바라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지 않을 터이니, 그렇게 새롭게 살게 된 삶은 비록 가시와 깨진 유리로 점철되었으나 마음만큼은 편하였다.
"……."
그렇게 몇 번이고, 몇 년이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며 살았다. 조금이라도 무른 생각을 하게 되면 평범의 대가를 떠올리며 범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상기했다. 채찍으로 고행을 하며 얼마나 걸었는가, 그 수를 셀 수 없고 익숙해졌다 생각하였거늘 단 한순간만에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이젠 더 채찍을 들 힘도 없거니와 칠 곳도 없었다. 등은 너덜너덜하다 못해 그 뼈를 드러내는 것 같았고, 다리는 짓무르고 파리가 끓는 것 같다. 삶의 원동력이 되었던 증오심은 자신이 원망하는 타인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자 산산이 무너져버렸다. 경가의 노를 젓지 못하고 그대로 엎어져 삶이 너울에 휩쓸리기만을 기다리듯, 벽난로마저 꺼버린 암실 속 침대에서 가만히 누워있던 아회는 생각했다.
이대로 포기하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평범한 삶을 원한 대가로 끔찍하게 죽는다 하더라도, 그 평범함의 편린 정도는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겐 이미 그럴 기회도, 자격도 충분했다. 황룡을 선택해 다른 세계로 넘어가 영영 고통에서 도망칠 수도 있을 것이고, 땅신령의 선택을 받아 지선이 되어 유유자적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삶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회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그러쥐었다. 몸은 덜덜 떨리고, 점차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눈도 감지 못했는데 깊은 곳에 각인된 공포는 무자비하게 눈에서 물을 떨궜으나 아회는 깊은 감정에 잠겨 그마저도 자각할 수 없었다.
아름다운 삶. 그 대가는 얼마나 클까.
이번엔 또 누가 어떻게 죽게 될까, 이번에도 학당의 무고한 학생이 죽을 뻔했다, 영이가 죽을 수도 있다. 화야나 현이가 죽을 수 있다. 싫다. 두렵다. 또 자신 때문에 누군가 죽는 건 이젠 싫다. 사람들은 자신을 탓할 것이다. 이젠 세울 입지도 없다. 자신은, 자신은……. 후들후들 떨리던 몸을 웅크리며 아회는 이불 속에 몸을 파묻었다. 그렇게 한참을 떨던 아회의 몸이 우뚝 멈췄다.
"……애초에 바란 적도 없었어."
바라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두려움은 충동을 낳는다. 하지만 두려운 것은 두려운 것이다. 싫은 것이 있다면, 때로는 희생해야 하는 법이다. 타인의 죽음이 두렵다면. 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된다. 정신을 차리고자 환부를 움켜쥔 손에 힘이 풀렸다. 복부를 감싼 붕대가 붉게 물들고, 아회는 그 상황에서 기묘한 안정감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을 적, 움켜쥐어 덧났던 환부는 누군가 붕대를 갈아주었는지 말끔하고, 하루의 시작을 위한 단장을 마칠 적엔 목화를 위한 별사탕까지 새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제 호위가 정성껏 준비한 것이 분명하고, 그의 충심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나 어째서 이렇게까지 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하여 면담이 준비되어 있으나 오늘 하루는 자유로이……."
잠든 사이 있었던 일을 보고하는 울림 좋은 목소리가 귀에 닿았지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어째서 이렇게 했지, 그것보다 이름이 뭐였지. 무릎을 꿇은 무영을 한참이고 바라보자 시선을 느낀 무영이 고개를 들었다.
"명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아니."
반사적으로 입을 뗀 아회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얼굴을 가릴 너울을 뒤집어 쓰고, 지팡이를 짚었다. 긴 옷깃이 나부꼈다.
"외출할 터이니 너는 따라오지 말거라." "목화 님은 어찌할까요?" "……쉬게 두어라. 지난번 일로 많이 놀라셨을 터이니 이번에도 비슷한 일을 겪게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숙사에 두실 겁니까?" "사감님께 데려다 주거라. 같은 신수이니 귀히 여길 터이며, 염치가 있다면 돌봐주겠지. 마침 너도 해야할 일이 있지 않더냐."
어련히 할 일이 있겠지. 대답은 듣지 않는다. 아회는 지팡이를 짚고 불길과 함께 사라졌다. 부적이 불타고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무영은 한숨을 쉬며 의복을 재정비했다. "용께서 목화님과 놀아주시겠다 하셨답니다. 가시지 않겠습니까. 별사탕도 있다 하더이다." 아회는 학당 밖으로 나서고자 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이대로 걸어 북부까지 가버릴까,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배꼽부터 끌려가는,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너울 속을 달구던 뜨겁던 볕의 기운도 싸늘한 공기에 식어버리고, 남은 온기마저 뺏고자 하던 한기는 몸을 더듬는다. 아회는 익숙한 추위에 눈을 떴다. 포트키를 받은 이후 써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방식으로 도달하는지 알지 못했건만, 이런 느낌이었구나. 새삼 신묘하다 속 좋게 생각하던 것도 어머니의 관 주변을 보자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발자국.
아회는 눈을 홉떴다. 자신의 것은 아니다. 호위의 것인가? 아니다. 자신에게 보고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주님의 것인가? 그 작자가 어머니를 신경 쓸 일이 어디 있겠는가. 형님? 아니다. 그 인간이 여기 올 일은 없다. 올 이유도 없다. 인간을 흉내 내는 요괴였다면 진즉 무 씨 집안의 도술에 걸렸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신수? 미쳤다고 영험한 존재가 북부에 발을 들이겠나? 사용인? 아니, 여기에 발 들이면 목 떨어짐을 알 텐데 모험을 즐긴다고?
"……."
그렇다면, 이 불청객은 누구지? 아니, 누군들 상관은 없다. 어차피 행할 일은 하나다! 발자국을 보자마자 스친 추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아회는 발걸음을 천천히 돌렸다. 차분한 존재, 그것을 넘어 잿더미에 가까운 아회라 할지언정 눈 돌아버리는 것에 망설이지 않는 일이 있었으니 제 비밀에 다가가는 것일 터다. 하물며 어미의 묘에는 자신이 지금껏 보낸 서신이 있었다. 그걸 읽기라도 하였더라면.
고통에 눈을 떴다.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어느 정도로 아픈 지는 모르겠지만. 아파서 눈을 떴다. 눈을 뜨는 것조차 아팠지만.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렸다.
"......"
흐릿한 시야가 제대로 상을 잡기 시작하며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산발로 펼쳐진 제 머리카락이었다. 곱게 빗질 했던 것이 거짓말처럼 산발이 된 채 흩뜨려져 있고. 그 아래는 침대였다. 익숙한 촉감의 침대보 위에 누워 있었다. 그 상태로 눈을 굴리자 반쯤 엉망이 된 방 안도 보였다. 망할 것들이 짓밟고 간 흔적이다. 찢어진 책이라거나. 부서진 소반이라거나. 발자국 투성이가 된 두루마기라거나.
아. 최악이다.
방이 엉망인 걸 보고 더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저는 달리 치워주는 사람도 없고. 도움 될 만한 사람을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 어떡하랴. 너덜너덜 넝마 같은 몸 질질 끌고 다니며 청소부터 했다. 타인의 흔적이 남은 것들 모조리 끌어모아 문 옆 구석에 쌓아놓고. 손수 빗질과 물걸레질로 쓸고 닦고 하니 좀 깨끗해졌다. 더분어 환기도 시켜서 조금 개운해지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깨끗해진 방과 달리 제 몸이 역으로 더러워졌기에 씻어야 했다. 이 방에서 가장 귀찮은 '청소'가 남은 것은 정말 한숨 밖에 안 나오는 일이었다.
그 뒤로 반 시진에 걸쳐 어찌저찌 씻고 나와서 또 반 시진 동안 수건으로 머리 둘둘 감고 너덜한 몸에 약이니 붕대니 부적이니 둘둘 휘감고- 겨우 끝내고 나니 다음은 배가 고파졌다. 망할 몸뚱이. 앞서 밝혔듯 제 혀는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라 공복을 느껴도 입맛은 없었다. 뭘 먹어도 게워낼 것 같고. 그러니 그나마 성하게 남아있던 방석 끌어와 침대 옆에 두고 털석 주저앉아 침대에 기댔다. 머리 마저 말리고 빗질도 해야 했지만. 만사가 귀찮았다. 수건만 풀어 대충 던져놓고 침대에 기대 눈 감았다. 오늘은 더이상 아무 생각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