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짤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철학은 늘 지성을 시험하지만 그만큼 흥미롭고 유익하죠! 아아니 그렇게 기습 칭찬하시면 제가 좋아할 줄 알고!!!!11 어케 아셨지!!!!🥰☺ 히히히 감동받은 만큼 유현이 운동 시키고 싶어질 정도로 좋아요(유현: 왜...?)
>>667 목화님을 위해 먹기 싫은 걸 먹어주다니.... 아회는 아버지구나......(?)
>>668 (실시간 능지이슈 무말랭이주) 흥미롭고 유익하며... 가끔 상반되는 주장을 볼 때마다 누구 철학이 옳은지 배틀하는 것 바라보는 게 즐겁지요~(?) 저는 기습 칭찬마랍니다!! >:3 이 어장 사람들을 갑자기 칭찬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유현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참에 유현이도 운동을 하는 거예요...😇
아회: 체력 단련은 어떠하니. < 나만 당할 수 없지 마인드
아버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엇이든지 드셔주는... 그거 냅둬 아빠 주게...의 아빠를 맡은 아회랍니다(?)
인간의 혼백(넋): 작은 배(경가) 운명 전체를 아우르는 것: 바다(거학) 노와 노질: 혼백을 이끌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자 하는 인간(운運) 너울: 신이 정한 운명으로 이끌고자 하는 성질(명命) 섬: 인간이 직접 종착할 수 있는 인생의 목적지(꿈, 장래희망, 미래의 개척 등) = 노질을 통해 경가를 이끌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희망적인 선택지 해저: 노질로는 선택할 수 없고 너울로만 선택되는 흐름 = 아회의 시점으로 설명할 경우 귀기 무 씨의 집안에서 태어나고, 그 죄를 짊어질 수밖에 없는 전체적인 삶.
>>680 (뒷북 썰 후루룩) 사람의 삶과 운명의 비유..... 사실 처음 읽었을 때부터 너무 아름다워서 입을 떡 벌리고 말았어요☺ 이렇게 써 두니까 문학지문 분석같기도 하고... 아회주의 글이 그만큼 유려하다는 뜻이겠죠?😏 이제 이거 캡쳐해 놓고 달달 암기해서 분석해야지~
>>686 꺄 아 악!!!!!!!!! 으아아악 귀여워!!!!!!!!!!!! 귀여워서 죽을래!!!!!!!!!!!! 이 아기고양이 누구죠??? 우쭈쭈 귀여워라~☺(그리고 궁기에게 끔살당하는데....) 우웃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해,,,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괴롭힐 수가 있지........ 무씨 사람들 너무하다....🥺🥺🥺
오....... 아회는..... 아회가 생각하는대로 정말 인생이 자기 게 아?니네요 오...............🤦♀️
그그그그리고... 사실은요, 처음엔 티베트 경전과 북부 태생의 영향을 받아서 설산으로 비유하려 했고 실제로 잠들기 전까지 쓴 글은 설산을 비유로 뒀는데 노트북 배경화면으로 본 바다와 조각배가 아름다운 나머지...👀 사람 운명이 망망대해란 말도 있기도 하고요~😏 ((진짜 쓸데없는 tmi))
"형님. 저희 류 가에서. 아니. 사실 이 땅 전체에 해당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류 가에서 가장 쉬운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가장 쉬운 것 말인가요? 글쎄요. 문서의 필사?" "아닙니다. 가장 쉬운 것은 바로 '죽음'이지요." "아. 아... 그런 의미였나요..." "하하. 예. 그럼 반대는 무엇인지 아십니까? 가장 어려운 것 말입니다." "반대라면. 죽음의 반대니까... 혹시." "...예. 적어도 저희 류 가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는 것'. 정확히는-
'삶을 허락 받는 것'입니다."
빌어먹을 인생. 빌어먹을 운명.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삶이여.
전화위복이란 말이 있다. 화가 온 다음엔 복이 온다는 의미를 가졌으나 복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정 반대의 의미도 가진 말이다. 그런 양면을 가진 격언이지만. 온화의 인생엔 항상 후자의 의미로만 쓰였다. 가장 찬란할 시기에 끌어내려져 바닥을 나뒹굴게 하는 일 반드시 생기곤 했으니까.
바로 오늘처럼.
하 사감의 방에서 하루를 보낸 다음 날. 제 방으로 돌아오니 문 밖에서부터 낌새가 좋지 않았다. 본능이 경고하는 무언가 있었다. 문을 열면 안 될 것 같았지만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가 제 방이고 그 안에 제 물건 다 있는데 들어가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문 앞에서 머뭇거렸으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전날의 오붓한 시간이 긴장 꽤나 늘어뜨려 준 덕일까. 설마 죽기야 하겠냐며 문 벌컥 열어제꼈다. 그러자 처참한 방 안 모습 한 눈에 들어왔다.
"...으."
방 안은 경면주사 갠 물 가득 넣은 주머니를 터뜨린 듯 사방이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군데군데 여즉 마르지 않아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소름 끼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역한 철냄새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꼴 밖에 내보일라 얼른 문 닫고 들어온 온화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 이걸 언제 다 치운담. 옷은 또 언제 다 빨고 이불은 언제 새 것 가져오나. 이것 빌미로 그의 방에 하루 더 머물러볼까. 애써 그런 생각 하며 맨발로 붉게 물든 바닥 밟았다. 그러자 그 순간. 온 방안의 붉은 물이 방 한 가운데 바닥에 모이며 거대한 글자 만들어냈다.
굵고 단호한 획의 단 한 글자.
- 歸 -
부탁도 권유도 아닌. 지극히 간단명료한 명령이었다. 그래. 명령. 일향 손에 서신 들려 보낸 후로 아무 말이 없길래 이것도 그냥 두는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아닌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당장 본가에 오라 다그치는 것 보면.
"아."
가기 싫어어어...
온화 학당 들어오고 처음으로 집에 가기 싫어졌다. 항상 하루라도 더 기숙사 밖에 있고 싶었는데. 이제는 정 반대가 되어버렸다. 가기 싫다. 가서 무슨 일이 있을지 예상이 되는 이상. 더더욱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러나- 거의 울상인 얼굴로 글자 바라보다 손으로 목 쓸어내렸다. 하얀 목 중간을 정확히 가로지르는 검은 띠. 살갗인 양 착 달라붙었으면서 만져보면 우둘투둘한 표면 선명한 그것. 제가 류 가의 사람 임을 매 순간 떠올리게 하는 그것 있는 한 이 부름에 응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쯧!
눈 감고 혀를 찼다. 희미하게 떨리는 손 내려 희게 질릴 정도로 강하게 주먹 쥐어 바닥의 글씨 향해 내리쳤다. 단단한 바닥에 뼈가 부딪힌 듯 둔탁한 소리 났지만 글씨는 그대로였다. 절절한 손 무시하며 눈을 떴다. 흠집조차 나지 않은 글씨 노려보았다. 그대로 있으니 저를 놀리듯 서서히 증발해 사라져가기 시작한 글씨 다 사라질 때까지 노려보다가 입고 있던 옷 찢듯 벗어 그 바닥에 내던졌다. 입술 뜯어낼 듯 깨물며 분 삭혔다. 손의 얼얼함 겨우 가셨을 쯤. 평소와 같은 옷 재차 걸치고서 거친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오후쯤 기숙사 나와 집에 도착했을 땐 저녁해가 한창 저물어가고 있었다. 때마침 저녁식사 시간인지 요란하게 대문을 넘어도 마당이나 마루에 사람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가. 마루에 올라가지 않고 마당 빙 돌아 안으로 들어갔다. 가주의- 아버지의 집무실로 곧장 이어지는 길이었다. 여미지 않은 두루마기 크게 펄럭이며 성큼성큼 걸어가 집무실 복도에 다다르자 거의 던지듯 댓돌에 신발 벗어던지고 복도에 올라섰다.
이럴 때는 큰 키도 긴 다리도 좋다. 한 걸음에 복도 가로지르고 한 걸음에 집무실 문 열어제껴 성큼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아버지! 거 계시ㄴ윽!"
경박함을 넘어 불경한 태도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와 같은 아버지의 농 섞인 말이 아니었다. 문턱 넘기 무섭게 안쪽으로부터 금줄 날아왔다. 불길하게 새빨간 금줄이 팔과 다리 감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니. 거의 자빠졌다. 우당탕 요란스럽게 넘어지고서야 뒤집혔던 눈 올바르게 돌아오는 듯 했다. 부딪혀 얼얼한 턱 들어 눈 크게 뜨니 그제야 집무실 안이 제대로 보였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경거망동 하느냐. 류 온화."
아버지 온일은 가주의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평소 잘 모이지 않는 어르신들- 제게 할아버님 되는 전대 가주와 연선화홍의 우두머리, 공방의 제 1 철장님을 비롯한 가문 내 각 분야의 머리 되는 분들이시겠다. '이런 일'이 생길 때에만 한 자리에 모이는 류 가의 윗선. 열 명 남짓 되는 그 분들은 마치 기다렸단 듯 자리에 앉아 바닥에 엎어진 저를 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제게 느긋한 타박을 한 사람은 할아버님이셨다. 환갑을 훌쩍 넘기고도 정정한 모습의 그 분은 무기질적인 눈으로 그에 버금하는 서늘한 시선을 주고 계셨다. 아니. 그 분 뿐일까. 그 자리에 앉은 전부가 그런 눈으로 저를 보았다. 아버지조차도.
"...저 하나 보겠다고 이리 모여 계신데. 그냥 들어오면 되겠습니까? 제 성미 잘 아시는 분들이 왜 그러실까." "하하! 녀석. 갈수록 입만 사는구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혹여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전혀 유쾌하지 않은 웃음 소리를 내며 말한 분은 연선화홍의 우두머리이자 큰아버지셨다. 그 분은 그렇게 말하고 부적 한 장을 제게 날렸다. 붉은 부적이 저를 옥죈 금줄에 착 달라붙자 손으로 당기는 시늉을 하여 그 분들 한 가운데로 끌어당겨졌다. 그대로 바닥을 긁으며 끌려왔기에 금줄 메인 몸 곳곳 쓸려나가는 감각 선명했다. 여린 살갗 벗겨지는 쓰라린 통증에 끌려오고도 자세를 취하지 못 하자 다시금 억지로 일으켜졌다. 뒤로 한 번. 옆으로 한 번. 가차없이 휘둘린 끝에 어찌어찌 앉는 꼴 취할 수 있었다. 과도한 처사에 아파하기보다 분으로 씨근대며 고개 치켜들자 매서운 시선들이 재차 제게 꽂혀들었다.
"류 온화."
그 속에서 아버지가- 가주님이 입을 여셨다.
"이리 부른 이유. 네가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글쎄올시다. 무슨 말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ㅈ"
짜악!
아버지. 그 단어 끝나기 전에 혀와 입술 씹히며 고개 팩 돌아갔다. 얻어맞은 뺨은 금새 벌겋게 물들며 부어오른다.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숨 추스르는 제 귀에 낮고 묵직한 목소리 들렸다.
"네 이런 자리 오랜만인지라 예의범절 죄 잊어먹은 모양이구나.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싶으냐." "...아닙니다. 가주님." "그래. 그럼 이제 말 해보거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였는지."
그런 짓. 그런 짓이던가. 제가 한 것은.
"제 나이 정도면 반려 맞이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제가 직접 반려감 찾아 맞아들였을 뿐입니다. 그것이 잘못입니까?"
온화 그 말 하며 다시 뺨 날아올 것 각오했다. 하지만 뺨 갈기는 감촉은 없었고. 더욱 냉랭해진 목소리 만이 들려왔다.
"네 나이면 충분히 혼인할 만 하지. 헌데 누가 너에게 그것을 허락했지?" "......" "누가. 너에게. 졸업 이후의 삶을 허락했느냔 말이다." "...아무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짜악!
한 번 갈겨졌던 뺨이 한층 더 붉어졌다. 두 번 씹힌 입술에선 피가 흘러 턱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쿨럭! 밭은 숨 기침으로 뱉어내니 붉은 침 튀어나왔다. 온 몸이 묶여 닦지도 못 하고 침이며 피며 질질 흘리는 제게 하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건만. 어찌 그런 불상사를 저질렀느냐." "불상사... 입니까? 계집으로 태어나. 마음에 품은 분의 반려 되는 것이?" "네가 그냥 계집아이였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지. 허나 너는 아니잖느냐." "......" "네 목에 걸린 것이 무엇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 "...아닙니ㄷ으큭!"
쿵!
금줄 앞으로 홱 당겨지며 바닥에 짓눌린다. 다시금 엎어진 제 위로 호탕한 큰아버지의 무거운 일갈 날아든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리 굴었다라! 그러면 아니되지. 온화야. 너는 지금 살려두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즉 쳐냈어야 할 목을 그 금주 하나로 붙여주고 있는 것이야. 헌데 그것 무시하고 이토록 방자하게 군다? 당장 그 목 떨어뜨려주랴?" "윽..." "그 날 그리 된 순간부터 너는 죄인된 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죄인이지! 네 나이 너무 어려 봐주었던 것이 화근이었구나. 더 미련 갖기 전에 이 자리에서 끝내주마. 본래 끝났어야 할 시기 고작 1년 당겨졌을 뿐이니. 너무 원망 말거라!"
한없는 일갈 하시며 큰아버지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붉은 장속 차림으로 아끼는 검 뽑아들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제 두 눈에 똑똑히 비쳤다. 아무도 막지 않는 것도. 아버지조차 싸늘한 눈으로 관망하시는 것도. 이윽고 바로 지척에 선 큰아버지가 검 치켜든 순간. 내려치기 직전. 간발의 차로 제 몸 뒤로 내빼었다. 꼴사납게 굴러야 했지만 지금 그런 추태 생각할 틈 따윈 없었다. 당장 여기를 벗어나 뛰쳐나가야 했다. 그러나 다시 금줄에 붙들렸다. 이번엔 벽으로 내던져지며 부딪힌 충격과 또다시 옷 위로 파고드는 금줄의 고통까지 느껴야 했다. 눈 앞이 핑 돌아 바닥에 널브러져 숨만 겨우 쉬고 있으니. 큰아버지 다가와 직접 제 멱살 쥐어 들어올리셨다. 그리고 다시 원래 자리로 던져지고. 재차 뱉어진 피가 바닥 적신다. 또 도망칠 여력은 없었기에 가까워지는 큰아버지의 검을 보고만 있어야 했지만. 아버지의 단호한 목소리가 그것을 멈추었다.
"그 쯤 하십시오. 상일. 오늘은 하문하는 자리이지 처형의 자리가 아닙니다."
그 한 마디에 큰아버지는 군말 없이 검을 거두고 자리로 돌아가 앉으셨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처음의 그 자세로 돌아가 처음의 그 눈빛으로 저를 보고 있었다. 큰아버지 뿐만 아니다. 이 방 안의 모두가 그랬다. 평소 얼마나 살가웠던. 다정했던. 친절했던. 그런 것 일절 없이. 그저 저를 일개 죄인으로 보는 시선 뿐이었다. 어쩐지 웃고 싶어졌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반항할 기력도 없이 숨만 쉬며 늘어져 있으니 아버지이자 가주님의 목소리가 말한다.
"류 온화 듣거라. 네 잊은 것 없고. 스스로 불상사 일으켰음 익히 잘 알고 있으니. 이후의 대처 또한 잘 하리라 여기겠다." "...대처... 무엇을...?" "불상사로 인해 생긴 연 끊는 것. 그리고 혈육을 제외한 주변인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제 낭군님도, 벗도, 지인도, 전부... 말입니까...?" "그래. 헛짓 할 생각은 말거라. 네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보고 받고 있으니." "...흐."
흐흐. 흐흐흐흐흐...
일방적인 명령에 그제야 웃음이 실실 새어나왔다.
그렇구나. 그마저도 모두 당신네들이 허락했기 때문에 용납되었던 것이구나. 저의 모든 말. 모든 행동. 모든 행보가. 스스로 일구어낸다 여겼건만 전부 당신네들 손바닥 위였기 때문에...
"...이럴 것이면 그 때 죽이지 그러셨습니까... 그 날. 그 때. 제 눈 돌아 미쳤을 적 쳐내셨으면 좋았지 않겠습니까... 어찌하여 저를 살려... 이토록 비참하게 만드시는 겁니까? 제가 이렇게 된 것... 원해서도 아닌데..." "실험이었느니라. 전대의 기록 중에도 너와 같은 사례는 없었으니. 필히 죽을 숨이라면 아깝지 않게 써야 하지 않겠느냐."
방금 말한 것 누구였던가. 할아버님? 아니면 다른 사람? 모르겠다. 제게 들린 말의 의미 만이 새삼스레 명치를 파고들었다. 견딜 수 없었다. 너무나도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졌다. 그래서 천천히 혀를 잇새에 물고 남은 힘 끌어모으려고 했다.
그러나 툭- 하고 뒷목 치는 감각과 함께 의식 잃었다. 흐려지는 시야 속 마지막은 제게서 고개 돌린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무슨 짓이냐. 일향."
실성하기 직전의 온화 기절시킨 인물은 일향이었다. 온화가 보지 못 했지만 일향과 그의 의형제는 처음부터 방 안에 있었다. 방 한 구석에 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있다가. 온화 혀 깨물려는 낌새 느껴지자마자 일향 달려가 기절시킨 것이다. 명령하지 않은 행동 저지른 가문원 향해 가주가 추궁하자 일향 주저없이 대답했다.
"하문하실 것 다 하셨고. 명하실 것도 다 하셨지 않습니까. 아니면 기어코 이 아이가 스스로 혀 깨물어 죽는 것을 보려고 하셨습니까?" "기진맥진하여 제대로 물기나 했겠느냐. 혀야 끊어지지만 않으면 될 것을." "만에 하나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가주님."
일향은 단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맞서며 기절한 온화를 챙겼다. 손수 금줄 풀어주고 목 꺾이지 않게 받치고서 가주를- 제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 온일은 일향의 행동 지켜보다 담담히 말했다.
"데려가거라. 얼굴만 성하게 해서 보내." "예."
허락 떨어지자마자 일향 일어나 그의 의형제와 함께 온화 데리고 가주의 집무실 나갔다.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나가는 뒷모습 끝까지 지켜보던 온일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일향과 그의 의형제 혜월은 온화를 본가의 방으로 옮겼다. 한동안 주인 없던 방에 조용한 소란 일며 혜월이 다급히 방과 바깥을 오갔다. 약과 부적과 깨끗한 수건과 물 등등 필요한 것을 가져오면 일향이 빠르고 적절한 처치로 온화의 상처를 손보았다. 뺨은 피부가 터지기 일보직전이었고 금줄이 스친 살갗은 빠짐없이 긁히고 쓸려 진물까지 흐르고 있었다. 사내아이도 아니고 여자아이인데. 흉터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상처를 닦고 약 바르고 치유를 돕는 부적을 붙이고 있으니 뒤에서 우물쭈물 하는 기척 느껴졌다.
"......" "하시고 싶은 말 있으면 하셔도 됩니다. 형님." "...그.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되어서..." "류 가도 결국. 이 땅의 사람들이라 이것이지요."
막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기절한 온화가 약이 쓰라린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작은 소리였지만 일순간 공기 얼어붙기에 충분했다. 잠시 그대로 시간이 지나고. 일향 멈췄던 손 다시 움직이며 말했다.
"일전에 들으셨지요. 저와 형님 맺은 금술의 설명. 그 부작용도 기억하십니까?" "광증...이요...?" "예. 그겁니다. 온화는 열 두살 적 이미 광증이 터진 아이에요. 그러나 불안정한 광증이기에 죽이는 대신 역으로 짠 금주를 걸어 얼마나 버틸지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기한은 학당 졸업할 때까지. 금주가 통하는 것은 대략 스무살까지라 아슬아슬한 기한까지 라는 것이 정확하겠지요. 그 전에 금주가 듣지 않게 되거나 성년이 되면 가문에서 금주를 풀고 광증이 새로이 터지기 전에 처형를 치를 예정이었지요." "그런... 가주님의 자식 아닙니까. 그런데도 그런 처사를 한다고요...?" "여기 류 가에서 누가 누구의 자식인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죄인조차 쓸모가 있으면 거두지 않습니까. 그러나 광증은. 터진 순간 누구든 그저 죽어야 할 죄인일 뿐입니다. 온화도 다 알고 있었지요. 다 알고. 얼마 안 되는 시간 제 마음대로 살다 가려고 했었어요. 미련이 남지 않게. 미련 남을 것은 하나도 하지 않으려 했건만." "그... 너무한..." "형님은 그런 아이에게 죽음을 그리 쉽게 말하지 말라고 한 겁니다. 미련을 가지라고."
혜월은 숨이 턱 막혔다. 그제야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실감이 났다. 그의 말에 웃으면서도 어딘가 씁쓸함 떨치지 못 하던 온화의 얼굴이 떠올라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일향은 조용히 사용한 물건들을 정리하며 덧붙였다.
"죄책감을 가지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그 한 마디에 아주 약간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금주를 대신할 저주 만들겠다는 말을 지킬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알겠... 습니... 흑..." "예. 처치는 다 되었으니 저희는 이만 나가보죠. 술이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ㅇ... 예..."
두 의형제는 발소리조차 죽이며 온화의 방을 나갔다. 곱게 종이 바른 문 열리고 닫힌 후 사람의 기척 서서히 멀어져 간다.
창문조차 열지 않은 방 안엔 죽은 듯한 침묵만 흘렀다. 정적이 한 겹 두 겹 먼지처럼 쌓여가고 있을 때. 아주 아주 희미한 소리가 미약하게 같이 깔렸다. 눅눅한 물기 섞인 소리가 소리 없이 구르는 물방울과 함께 한참을 이어졌다.
>>694 (아아니 이 사람 센스가...? 후루룩!) 히히히 어디가세요 21세기의 이상~ 한국의 셰익스피어님~😏
어른호랑이인 지금도 냥냐리할 때가 있는데 어렸을 때는 더 야옹이 같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ㅖ??? 아 아니 근데 왜 결론이 그렇게 음~ 원래 이럴 땐 새로 만들어서 주는 게 정석이지만! 오랜만에 이걸 슬쩍 꺼내봐요...👀(situplay>1596848084>340) 같은 픽크루로 만든 거라서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말이죠...👀 앗 이제 보니 앞머리도 같네요? 장발남은 어렸을 때부터 앞머리를 이렇게 내리는 레이더가 있는 건가(?)
설산.... 설산도 웅장하고 아름답죠.... 바다는 장엄하고도 잔혹한 운명을 표현하기엔 적격이라 지금의 바다 비유도 탁월했다고 생각해요! 히히히 tmi도 맛있다.... 언제나 풍족한 썰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