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냉기가 천부에서 가져온 더위를 식혔다. 제아무리 푹푹 찌는 바깥의 무더운 날씨도 북부의 숨결 한 번에 꺼져버리고, 그 온기로도 모자랐던 것인지 싸늘한 북부의 손길은 체내의 온기를 탐내듯 옷 너머 구석구석을 더듬었다. 아회는 이 추위가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서리 내려앉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현궁이라는 곳이 어떠한 곳인지는 모르나 이곳보다는 덜 추운 듯하다. 꽃다발을 안고 평온히도 돌아봤을 적, 숨소리도 울릴 것 같은 공간에서 정적이 깨졌다. 추위에 떤다기엔 그 호흡이 거세고, 이 상황을 안타까워 하기에는 다른 과거를 회상하여 애처로이 눈물 흘리는 듯했다.
"……."
아회는 그런 당신을 한참이고 눈에 담았다. 누군가 운다면 어떻게 우는지 관찰하는 여타 백룡 기숙사의 사람과는 달리 그 울음 그치는 순간을 기다려주듯 다소곳한 태도와 곧은 시선이었다. 새삼 많은 울음과 함께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으나 여전히 위로하지 않는다. 당신이 어떤 이유로 우는지, 상황과 반응으로 보아 감히 짐작할 수 있으나 섣불리 결론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찌 우느냐 묻기엔 누군가의 상처를 후벼파고 그 속내를 강제로 드러내게끔 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하여 잔잔히 입 벌렸다.
"……아무리 울음 뱉는다 한들 한철 지고 말 봄에게 많은 것을 담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삶이란 청천벽력처럼 찾아오는 것이요 한 번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으니, 남겨진 자는 살아야 합니다. 비참한 생이 끝나는 것을 고대하며."
궤변이다.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던 자가 살아가는 자의 꺾임을 볼 적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너는 살아가라 뱉는 변명이니, 실로 이기적이고 추잡한 모순이다. 살아가고 싶을 적이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몇 번이고 되뇐 말을 타인에게 정 반대의 의미로, 살아가라는 뜻으로 전가하려 들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유리로 된 관 안에는 한 여인이 다소곳이 손을 모은 채 누워 있었다. 북부의 추위에 그 살갗 하나 썩지 못하고 눈 감은 모습은 영원한 잠에 빠져든 듯 평온했다. 여인은 아회를 빼닮았다. 정확히는 아회가 빼닮게끔 태어났다. 흐린 청색이 섞인 아회보다는 명확한 색감을 가진 은색 머리카락은 부채꼴처럼 머리 위로 펼쳤고, 이목구비는 또렷했다. 당신을 등지고 아회는 그 곁으로 다가가더니, 천천히 꽃다발을 보여주듯 허리를 숙였다.
"어머니, 어느덧 여섯 번째 여름입니다. 이번에도 꽃이 무성하게도 피었습니다."
여인은 말이 없었다. 아회는 그 곁에 앉으며 여인을 한참이고 내려다 보았다. 고개를 숙여 관 근처에서 소근거리는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으나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이 오고 봄이 올 것이다, 어머니께서 가장 바라 마지않던 봄이다…… 기대가 된다. ……길을 정해주신 신의 뜻이렵디다. 그런 단어만 언뜻 들릴 뿐이다. 아회는 이내 고개를 들었다.
"……인사 드리셔도, 좋습니다. 북부인을 가까이하면 부정을 탄다는 건 허울 좋은 미신일 뿐이니 말입니다."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마는. 아회 평소보다 더욱 잔잔하니, 알려진 것보다 몇 배는 더 유순하고 온화한 태도 같기도 하였다.
그으게....!!!! 제가 이직에 성공! 이랄까 현재 실습으로 나간 곳이 있는데 이번에 같은 업계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3 그래서 오늘 그 회사 면접을 봤어요. 떨어지겠지~ 하고 봤는데 덜컥 합격해버렸네용........
지금 실습 중인 회사가 너무 좋은데 거긴 직원을 현재 뽑지 않고 있고.. 다른 회사도 아웃소싱을 끼고 면접 본 거라 아웃소싱 회사의 복지로 받아요. 근데 이게 그렇게 큰 메리트 있는 게 아닌지라.... 영 고민이어용... ':3 오늘 안에 답변 드려야 하는데.. 음믐므...
앗 나도 전에 비슷한 상황이었던 적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엔 임시직 유지/계약직 이직 이런 느낌이었어서 계약직 이직 쪽으로 넘어갔었어~ 나 때도 메리트 차이는 크게 없었는데 계약직 쪽이 경력도 되고 잘 나지 않는 자리에 딱 내가 하고 싶었던 자리기도 했었거든~ 업무적으로 편한거는 임시직 쪽이었지만 모처럼 자리가 생겼는데 해보고 싶은거 해야지 하고 골랐었지~ 캡틴도 잘 생각해보자구~
그럴 때면 늘 고민이지요, 응. 본인이 더 좋을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지만 그게 늘 어려운 일이죠... 특히 취업에 관련해서는 더욱이요!🤔 아무래도 제 의견을 이야기하기엔 캡틴께서 더 마음가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음~ 어렵네요.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보시면서 내 마음이 시키는 건 뭘까, 내가 가진 걱정을 품어줄 곳은 어디일까 정할 수 있길 바라요. 의외로 이런 건 밥 든든하게 먹고 씻고 딱 쉬고자 세상 게으른 자세로 누웠을 때 음! 이게 역시 낫구나~ 하고 떠오르기도 하더라고요...😇
늘 하던 것과 달리 구는 저도 저지만. 이 신수도 만만찮다고 생각한다. 방금 전까지 압도하듯 소리 낼 때는 언제고 이제는 살갑게 구는 짐승마냥 목 울려댄다. 이 모습이 정녕 그 성질 더럽기로 이름난 하 사감이 맞는가 싶다. 아무도 모르고 상상도 못 하겠지. 그 하 사감이 이렇게 굴기도 한다는 걸.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요! 애초에 안 넘어올 줄 알았으니까 그랬던 거고!"
정확히 말하자면 넘어와줬으면 하는 사심 갖고 그랬던 것이지만. 이건 비밀로 하기로 한다. 적어도 오늘은 비밀이다. 여기서 더 들춰졌다간 정말 못 버틸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정신 놓고 기절 해버릴 지도 모른다고!
아무튼 앞서 김샌 상황에 토라지기도 했고 여즉 놀려지기만 하는 것에 심통이 나 정말 제 방으로 가버리려고 했다. 그야 막상 가면 아쉽겠지만 저만 아쉬운게 아닐 거라 생각한 것도 있다. 저만 아쉬운게 아니라면- 그도 아쉽다면 그냥 보내지는 않겠지. 뭐라도 하겠지. 심통난 마음 한 겹 들춰보면 그런 기대 있었다. 기대하니까 실망한단 말도 있지만 반려 앞에서 그런 말은 무의미하다.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 연심 따위 세상 어디에 있을까.
하여 일말의 기대 품고 겉으로는 아주 벗어날 듯이 버둥거렸으니 참으로 감쪽같았다. 그가 팔 뻗어와 붙잡으려 할 때도 금방 제치고 나갈 것 같았으나. 가지 말란 말 하나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목 울리는 소리에 심통 어데갔는지 홀랑 넘어가 얌전해졌으니 그대로 그의 품에 갇혔을 것이다. 품에 안겨 아까만큼은 아니어도 두 볼에 홍조 은은히 띄우고서 표정 만은 여전히 부루퉁한 채 작게 꿍얼거렸다.
"놀렸다가 붙잡았다가- 인간 싫다는 신수가 인간 마음 들었다 놨다는 왜 이렇게 잘 한대요. 너무하네 정말."
너무할게 하나도 없지만 괜히 그런 소리 궁시렁거리며 꾸물꾸물 움직였다. 하 사감의 무릎에 늘 하듯 올라가 걸터앉고서 고개 슥 들어 눈 높이 맞추고 마주보려 했다.
"착하게 있어준다고. 당신이 말한 거에요? 잡혀주는 건 하루에 한 번 뿐이니까요. 명심하세요. 모옷된 낭군님."
온화 그리 말하고 그제야 히죽 웃었다. 평소와 같이 장난기 그득한 웃음 활짝 띄우고 바라보다가 얼마 안 되는 얼굴과 얼굴 사이 거리 좁히며 입맞춤 하려 했다. 답지 않게 수줍은 입맞춤이라 어색하고 서툴렀겠지만. 혹시나 혹여나 피했다면- 뒷일 감당 역시 그의 몫일 뿐인 것이다.
무뎌지면 안 되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의견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북부의 척박하고 메마른 감정과 세상의 시선은 무뎌지기를 종용했다. 당신의 말을 일부분 동의할 수 없었으나 인간이란 본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아회는 그 부분에 대해서 얌전히 입을 다물기로 했다. 다만 하나, 동의하는 것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도 상흔처럼 각인되는 기억. 희미해질 수 없고, 주기적으로 후벼파이는 그 기억이라면 아회 또한 품고 있으니.
"……저는 아버지를 닮은 부분이 거의 없어서요."
그나마 눈을 닮았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가주의 눈을 마주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는단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렇지만 이젠 그조차 닮지 못했다. 호수의 물 담았듯이 새파랗던 눈은 이제 잿더미만 남았고, 이젠 닮은 구석이라곤 가계 도술로 보여주는 모습뿐이다. 아회는 의미 없이 손을 들어 이젠 한쪽 눈만 희미하게 남아버린 시야의 눈가를 더듬었다. 여전히 자신이 보는 세상은 반 푼하고도 비 오는 날의 값어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
잠시간의 침묵. 아회는 입을 잠시 다물더니, 어머니의 곁에 꽃다발을 고이 내려두며 그 매무새를 정리했다. 대답을 하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이야기를 못 들은 걸로 하겠다는 듯싶었으나, 막상 그 다물린 입술을 보면 단어와 문장을 어떻게 뱉을지를 고르고 있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꽃다발을 정리한 손길이 거두어지고, 단어는 쉬이 흘렀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각박한 세상에서는 흔한 일이지요. 오늘 날씨가 좋다는 듯 평이한 어조였다. 생면부지 타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듯이 감정이라곤 불 꺼진 잿더미처럼 메말랐고, 그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듯 지나치게 덤덤했다. 무뎌짐을 넘어 체념해버렸으나 한때 아회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주체 못하고 눈물을 쏟던 날이 있었다. 급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찌 홀로 외로이 갔느냐며 울부짖었고, 차라리 자신을 데려가지 그랬냐며 원망한 적도 있었으나 모두 부질없는 일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감님께 무례를 끼쳤음에도 무언가를 받다니, 실로 과분한 은혜입니다……."
잔잔한 목소리 뒤로 아회는 감사를 표하듯 깊이 고개를 숙였다. 자주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라면 부적과 부채를 제외하고도 하나 있었다. 손에서 절대 떼놓고 다니지 않던 지팡이. 바닥에 고이 모셔둔 것은 불타 사라졌다가, 어느덧 푸른 불꽃과 함께 일렁이듯 나타나 손아귀에 안착했다. "이것이라면 될는지……." 묻는 어조는 질문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