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53 ◆8X5WeKCy6E (mhz67moLBg)

2023-08-15 (FIRE!) 22:52:19

한나주, 입장!

어디서 어떻게 끼어들어야하나...

5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53:43

>>53 어서오세요 ! 일단 몇 개 더 준비할 게 있어서 ...

한나주랑 미카엘라주는 잠시 더 기다려주세요 , 아마 늦으면 내일에나 준비가 다 될 듯 ...

55 ◆8X5WeKCy6E (mhz67moLBg)

2023-08-15 (FIRE!) 22:54:17

네엡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천천히 해주세용!

56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54:50

열심히 하겠슴다

57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2:55:16

남자의 걸음이 멈춘다. 기억에 자물쇠를 걸어잠근듯한 답답함도 세상의 끝에 다다른듯 모든 것이 이질적인 이 장소조차도 쳇바퀴를 구르듯 무의미한 방황을 멈춰 세우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한낱 인간이라면 단 한번도 조우하지 못한 미지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남자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고는 조명빛에 얼어붙은 짐승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그또한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마치 바스라진 석고상을 연상시키듯한 괴이한 물체는 마치 남자의 앞을 가로막듯 우뚝 멈춰서 있었다. 낡디낡은 마네킹에 허름한 물건을 덧댄듯한 물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등이 서늘해질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깊게 바라볼수록 마치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해오고 있는듯 했다.

남자는 이제 나오지도 않는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다시금 읊조렸다. 만약 이곳이 지옥이라면 비로소 때가 온 것이라고. 비록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죄를 치러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었노라고. 그래서 조금은 편한 마음이 되어 얼어붙은 자세를 풀고 괴인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58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2:56:24

>>57
>>52 앵커를 빼먹었네요! 미카엘라주, 한나주 반갑습니다! ㅎㅎ

59 ◆8X5WeKCy6E (mhz67moLBg)

2023-08-15 (FIRE!) 23:00:10

넵 저도 반갑습니다 미하일주~~!

6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3:12:29



>>57

사람처럼 팔이 달렸고 다리가 달렸지만 ,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 머리를 보호하려고 쓴 건지 , 보여서는 안 될 것을 가리기 위해 쓴 건지 , 비밀에 감춰진 이목구비는 상상력을 부추겨 그를 더욱 더 공포스럽게 보이게 했다 . 사람이라면 , 살아 있다면 , 저리 허깨비처럼 , 아무런 맥락도 없이 , 처음부터 저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당신 앞에 나타날 리 만무하다 .

저것이 , 괴인이 , 당신에게 악의를 지녔다면 ,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 . 괴인의 팔이 움직였다 . 앙상하게 말라 뼈가 도드라지는 검지가 철가면으로 향했다 .

당신의 기다림에도 괴인은 양초 같은 손가락을 철가면 앞에 가져다댈 뿐이었다 .


61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3:26:40

>>60
인간의 형상을 닮은 무언가의 앙상한 팔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남자는 어깨를 흠칫 오므린다. 아무런 말도 행동조차 없는 그것을 바라보며 긴장감으로 한껏 졸린 몸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 애를 쓴다. 돌아올 기약 없는 기억의 조각들은 미지 앞의 공포심 아래 더욱 깊숙히 숨어버릴것만 같았다.

"당신은 누굽니까, 여기는 어디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정교하게 짜여진듯한 이질감 속에서 남자는 입을 떼었다. 한걸음조차 떼지 못할 공포에 사로잡혔음에도 입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허황된 풍경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찾으러 온겁니까?"

대답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해 급히 이어 묻는다. 가면 사이로 드리워진 그늘로부터 내리깔린 시선은 낡은 부츠와 마주한다.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것들중 가장 눈에 익는 것이라 긴장을 늦추는데 도움이 되었다.

6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3:41:12



>>61

괴인은 대답하지 않는다 .

생명력이 빠져나가며 굵게 , 깊숙히 패인 목주름만 보면 저것이 과연 말을 할 수 있기나 한지 의문스럽다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니 , 바스라지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 팔을 아래로 내릴 뿐이다 . 무슨 연유로 당신 앞에 나타났는지 . 왜 당신 앞을 지키는지 .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더 늘어났을 뿐이라 , 사태는 악화됐다고 볼 수도 있었다 .

이렇게 서로 대치만 하고 있을 건가 . 이렇게 어색한 ,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

다행히 얼마 안 있어 괴인이 무엇에 반응했는지 , 왜 당신을 멈춰세웠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됐다 .

당신은 모래길이 구불거리며 뱀과 같이 유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

말인즉슨 , 모래 밑에 무언가 도사리고 있다 .


63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Qtk134OfkE)

2023-08-16 (水) 00:07:44

고운 모래 사이로 유사처럼 꿈틀이는 소리에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는다. 아무것도 없는 빈 벨트 사이가 왠지 허전하게 느껴진다. 빠르게 전환되는 긴장감 탓에 이제는 분위기에 완전히 휘말리게 되었는지 두려움조차 멀어지게 되었다. 그저 눈앞의 형체가 자신을 해하려 하지 않는 것에 단순히 안도를 느끼며 모래바닥 아래를 기는 모습에 시선을 집중한다.

"저건.."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고, 본능이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는 모래더미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석상 같은 형체를 향해 눈동자를 돌린다. 사내는 자신이 누군지조차 기억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한가지 사실만큼은 알아챌 수 있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터질것만 같던 심장이 차갑게 진정되는 것을 느끼면서. 그저 겁쟁이만은 아니었구나 라고.

"만약 당신이 날 거두러 온 자라면 적어도 내가 향할 길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것 아닙니까?"

사내는 고개를 위로 들어올려 상대에게 묻는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 유령이든 어떤 존재이든지 이제 더이상 궁금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저 이 기묘한 장소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갈라진 목소리를 마치면서 비현실적인 상황속에 젖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조금은 씁쓸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64 ◆n5jaBjagHU (zyQbuWwTjE)

2023-08-16 (水) 18:41:24

>>49 통각이 있다면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맥없이 매달려 춤을 추다 내던져진다. 야수가 자신을 잡아먹기 전에 가지고 노는 것인가를 생각해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그만둔다.

내던져진 채로 있다가 비틀거리며 팔로 땅을 짚는다. 이어 후들거리는 무릎이, 발이 모래를 짚고 형편없는 몸뚱이를 일으켜세우려 한다.

65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19:20:00

갱신합니다 . 아니 오늘 습기 왜 이래 ... 죽겠었 ...

66 ◆n5jaBjagHU (.rHeY3oYvw)

2023-08-16 (水) 19:23:39

안녕하세요. 습하고 덥기도 덥네요.

67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19:36:02

조은 저녁임다 선호주 , 정말로 그래요 ... 얼른 씻고 밥부터 먹어야지 ...

68 ◆n5jaBjagHU (XvexGT48Dg)

2023-08-16 (水) 19:38:45

맛있는 식사 하세요.

69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0:33:14



>>63

여기서 벗어나면 , 여기서 도망치면 어디로 갈 건데 . 괴기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괴인이 당신에게 말했다 . 행동이 아니다 . 목소리가 아니다 .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의 숨통을 움켜쥘 듯한 괴인의 존재감이 그런 뉘앙스를 당신에게 전하고 있었다 .

당신이 아니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비밀스런 질문 . 가면에 가려진 눈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착각이 아닐지도 모르지 .

연이어 괴인은 상황을 모면하려는 당신의 도피 심리를 손수 부숴 주겠다며 ,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위를 취했다 .

- KAAAAAAAAAAAAAA,A,AAAAA

먼젓번의 폭발하는 소리와는 또 다른 , 쇠를 긁는 날카로운 소리에 간신히 안정을 되찾나 싶던 밤의 장막이 또 한 번 들썩였다 .

여기에 모래 아래서 위협들이 깨어나 화합하니 , 처음으로 밤이 깨어났다 .


70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0:42:31



>>64

아프지 않다 .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다 . 그렇게 요란한 소리가 났는데 . 구덩이를 만들며 안으로 안으로 파묻혔는데 , 당신은 무사했다 . 불쾌할 수는 있겠지 . 아닌 밤중에 모래로 목욕을 했으니 . 온 몸이 간지러울 수는 있겠다 . 근데 겨우 그게 다였다 .

당신은 일어설 수 있었다 , 바란다면 구덩이 밖으로 걸어나갈 수도 있었다 .


71 ◆n5jaBjagHU (asfUA39Kko)

2023-08-16 (水) 20:47:16

>>70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데 대해 다행스러워하지만 그뿐이다. 저 짐승(이라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다.)에게 잡아먹힌다면 그래도 여전히 무사할 수 있을까?

모래 투성이인 몸을 한 발짝씩 뗄 때마다 모래 알갱이가 우수수 떨어진다. 다친 곳도 없는데 다친 것처럼 한쪽 팔을 다른 쪽 팔로 움켜잡고 비척비척 걸음을 옮긴다.

야수의 반대편이 아닌, 야수의 정면으로.

"자."

먹을 것을 스스로 대령했다. 양쪽 팔을 쭉 뻗고 자기 발을 내려다보며 파들파들 떤다.

72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0:23

형태를 표현할 수 없는 울림이 혼란에 살을 붙일 무렵 또다른 굉음이 긴장을 놓치고 있던 고막을 짓눌러온다. 사내는 반사적으로 두 귀를 가로막은채로 눈을 질끈 감는다. 발밑으로 느껴지는 진동이 더욱 거세어 진 것은 착각이 아니겠지. 사내는 그렇게 생각하며 심연에 잠긴듯한 가면 속 그늘을 겨누어보았다.

"시원한 물이나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당장이라도 자신을 집어삼킬 두려움으로 가득찬 공간 속에서 사내는 허탈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린다. 공포감으로 젖어버린 이성조차도 매서운 갈증을 이겨내지 못했다. 말을 마친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래 안에 숨은 존재들이 굉음에 자극을 받아 깨어난 것은 아닌지. 모자를 눌러쓰며 좀더 날카로워진 시선을 흘렸다.

73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1:24

저녁이 찾아왔군요..! 반갑습니다. 새로운 이드들도 멋져요!! 다른분들도 빨리 오셨으면 좋겠네요

74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2:39

>>72
>>69 그나저나 또 앵커 빼먹었어..!

75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0:52:43

어서오세요 파이퍼스주 ~ 그러게요 , 다들 얼른 고생시킥 .. 아니 , 아닙니다 ..

76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4:59

>>75
덜덜덜.. 😨

77 미카엘라 ◆vwYBqvDZrI (P3ntyveeQQ)

2023-08-16 (水) 20:56:11

>>5

의식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잠든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니, 영이 일어나 나를 깨우치매 나와 나 아닌 것이 갈라지더라.

작게 울리는 심장 소리, 숨 쉬는 소리. 얼굴을 감싸는 까끌까끌한 감촉. 가늘게 이어지던 호흡은 소리없이 멎었다. 마음껏 가슴을 피고 숨쉬기엔 아직 세상이 낮설다. 말없이 엎드린 채 눈을 뒤룩이고 귀를 쫑긋거렸다.

갓 알을 깬 애벌레가 두리번거리는 만큼, 작은 행동행동마다 신중과 조심이 깃들어있다.

//미카엘라 등장이요!!! 반갑습니다!!!

78 ◆n5jaBjagHU (gHmBzNA/f.)

2023-08-16 (水) 20:57:07

모두 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79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0:57:36

>>77
어서오세요 웰깜!

80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1:05:20



>>71

야수와 당신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저정도 거리 , 야수에게는 별로 먼 것도 아니었는지 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당신 앞에 나타났다 . 야수는 당신의 무방비한 모습이 못 마땅한 듯 당신을 내려다봤지만 , 거기서 더 손을 쓰지는 않았다 .

대신에 새롭게 나타난 청소부의 존재를 당신의 눈에 각인시켰다 .

야수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거대한 덩치였다 .

모래가 쌓이며 가려졌던 모습이 소란에 깨어나 드러나며 , 당신을 향해 , 야수를 향해 입맛을 다셨다 .


81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1:06:45

반가워요 미카엘라주 ! 앞으로 잘 부탁드림다 (_ _)

82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1:22:35



>>72

도망칠 곳은 없다 . 달아날 곳은 없다 . 네가 아는 모든 것들이 멸망해버린 이 세계에 , 네가 기댈 것은 아무것도 없다 .

괴인은 말한다 . 냉정하게 냉엄하게 당신에게 현실을 이른다 .

더는 바랄 것도 없다 . 더는 원할 것도 없다 . 보라 . 모두가 네 죽음을 바라는 이 세계에 네가 이룰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모래 밑에서 짐승들이 일어난다 . 당신과 괴인을 포위하며 이를 드러낸다 . 말라 뼈 밖에 보이지 않는 몸이 , 충혈된 눈이 당신과 괴인을 원하고 있다 .

여기서 벌어질 것은 한 때의 연극 , 살고 죽는 것의 재현 , 얻어갈 것도 없이 잃을 것만 많은 처량한 이여 , 기억해내라 , 진실로 무엇이 아픈지 , 진실로 무엇이 괴로운지 .

한 줌의 모래가 거대한 낫으로 변하고 , 괴인이 휘두르자 칼날 같은 바람이 일어나 한 마리의 짐승을 베어냈다 .

그러자 더는 짐승들도 , 괴인도 기다리지 않고 서로를 해치기 시작하니 , 지옥과도 같은 광경이 당신의 눈 앞에 펼쳐졌다 .


83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1:30:29



>>77

의식이 조심스럽게 깨어나는 가운데 , 알알이 엉겨 붙은 모래 알갱이가 따스하다 . 저마다 열을 품고 있어 , 당신이 식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의식의 온전한 각성을 돕는다 . 살아 있다는 실감을 얻기에 작지만 충분한 자극이었다 .

시야가 회복되고 숨이 돌아오고 피부가 바람을 느끼기 시작한다 . 조금만 더 집중하면 , 빛이 희박한 세계에 얼마 없는 열이 당신에게로 모여드는 것이 느껴지리라 .


84 미카엘라 (eqdAYwnwWI)

2023-08-16 (水) 21:58:14

>>83
뺨을 바짝 대고 죽었나 살았나 지켜보는 맹수는 근처에 없었다. 확신을 가지고 두 팔로 땅을 짚어 일어났다. 손등으로 보이는 피부의 색은 몸을 적시고 흐르는 모래의 색과 비슷하다. 어쩌면, 모래 아래 묻혀있던 태고의 유적이 다시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스읍...후우...스읍..

허파가 풀무질하고 심장에 열기가 오른다. 배와 허리에까지 힘이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게 되었다. 아래로 떨구어진 머리는 목 아래 자신의 몸을 보았다. 머리가 볼 수 없는 목 위의 몸은 손가락으로 쓸어 더듬는다.

왜인지 기억이 아득하다. 자기 성별이나 입고 있는 옷 따위의 당연한 것마저, 확인하지 않으면 확신할 수 없단 기분이 왈칵 들었기 때문이다.

85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2:16:08



>>84

머리가 혼자서 허공에 떠 있지는 않을 테니 어디서 연결되고 받쳐주는 목과 몸이 분명 존재할 테지만 , 당신은 보다 실존적인 증거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 그래서 당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을 염려하고 확인하면 , 분명 모든 것이 제자리에 존재했다 . 하지만 완벽하다 말하기에는 어딘지 부족했는데 , 머리에 빗장이라도 걸쳐놓은 듯 원하는 바가 떠오르지 않고 생각나지 않는 것이었다 .

이름이 무엇인지 . 여기가 어디인지 . 왜 여기에 있는지 .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

사람이 갑자기 아무도 없던 자리에 자연 발생하지는 않을 터인데 , 현재의 당신을 완성하는 내력이 , 역사가 뭉텅이로 찢겨나간 듯 생각나지 않았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 아무래도 알아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


86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2:28:01

형태가 없는 음성은 불친절하게 머릿속을 맴돈다. 남자는 귀를 틀어막아보지만 괴인의 음성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갖 살과 뼈에 스미었다. 다가온 구절을 이해할 틈도 없이 솟구치는 모래먼지에 사내는 고글과 옷깃으로 눈을 가린다.

찌푸린 미간을 마저 펴기도 전에 흐릿한 시선 사이로 붉은빛이 가까워진다. 한쌍, 두쌍.. 먼지가 희미해질수록 점차 수는 많아졌고 형태는 또렷해진다. 그들의 앙상한 갈비뼈를 볼 수 있다면 붉게 달아오른 눈동자와 마주하게 된다. 달빛을 삼킨듯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듯 했다.

어느덧 괴인을 등진 형세가 되었고, 사내는 체념한듯 모자와 코트를 벗어던진다. 그러고는 주먹을 들어올려 눈앞으로 겨눈다. 모든 것이 뿌연 기억 속에서 한줄기 이성만이 그가 목도하고 있는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둠과 괴물들, 그리고 지평선과 맞닿은듯 거대한 달빛아래 사내는 다가올 최후를 기다렸다.

"신이시여, 당신이 말했던 지옥은 상상보다 더욱 끔찍하군요."

사내는 자리를 지킨채로 나지막히 중얼였다. 그러나 그의 주먹이 앞으로 향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어둠 속에 나타난 날붙이가 거센 바람을 일으키자 살을 베는 소리가 고요함을 적셨고, 곧 혼란이 찾아왔다.

날붙이가 바람을 일때마다 날카로운 소음이 귓가를 자극한다. 마치.. 바람을 가르는 날개처럼. 괴물들로 얽힌 모래바닥은 젖은 흙탕물이 되고, 괴물을 베는 날붙이는 총검이 되어 누군가의 살을 꿰뚫는다. 사내는 그런 환영과 마주한 직후 눈을 위로 까뒤집으며 정신을 잃은듯 쓰러진다.

87 미카주 (6Y7203atNE)

2023-08-16 (水) 22:28:53

잠시 질문이 있어요 캡틴! 캐릭터 복장은 죽을 때 입었던 그대로인가요?

88 한나주 ◆8X5WeKCy6E (AnFn2LMi9E)

2023-08-16 (水) 22:29:48

한나주가! 갱신!

지금 당장은 참여 못하지만...

89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2:30:37

>>88
어서오세요 한나주! 좋은 저녁입니다

90 한나주 ◆8X5WeKCy6E (AnFn2LMi9E)

2023-08-16 (水) 22:33:22

>>89
넵 미하일주! 좋은 저녁입니다!

91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2:33:56

>>87 머릿속으로 자신을 그렸을 때 , 가장 자연스럽게 입고 있는 옷이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슴다

어서오세요 한나주 ! 좋은 밤이에여 !

92 미카주 (6Y7203atNE)

2023-08-16 (水) 22:34:03

안녕하세요 한나주!

93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2:44:36



>>86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살이 찢기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 베고 베이는 소리 , 넘어지고 부숴지는 소리 . 당신의 세상이 암전으로 어두워지고 , 더는 아무것도 못 보게 되고나서야 소란은 사라졌다 .

그리고 다음 당신이 눈을 떴을 때 , 거짓말처럼 괴인은 사라져 있었다 . 난투극이 , 살육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밤의 사막은 고요를 되찾고 , 당신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 하지만 괴인은 , 그 짐승들은 , 당신이 안심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 때문에 열렬했던 싸움의 흔적을 , 사냥과 살육의 자취를 거기에 남겨두고 갔다 . 어지럽게 파헤쳐진 사막이 , 그들이 쏟은 회색이 , 이 모든 것이 환상은 아니라고 , 허상은 아니라고 당신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


94 미카엘라 (eqdAYwnwWI)

2023-08-16 (水) 22:53:39

>>85
얼굴에 안경. 너덜너덜한 얼룩무늬 옷. 주머니가 달린 조끼와 허리띠. 장갑도 있고, 신발은..워커? 직접 입은 기억이 없는 옷이다.

"내가, 내가..."

옷의 기억만 없으면 다행이다. 모든 기억이. 본인에 대한 모든 기억이 텅 비어 있었다. 몸을 더듬어서 스스로 여성임을 깨달을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 할 수준이다. 와락 무서워져서 장갑 낀 손으로 목을 벅벅 긁었다.

그럼 주변은? 나를 모른다면 나 아닌 것은 기억하나? 체액이 드디어 목 힘줄까지 들어 머리를 힘껏 치켜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95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3:02:49

눈을 다시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을땐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린 후였다. 빛바랜 모래 사이로 흩뿌린 광경이 암전 직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발이 굳어버릴 풍경 속에서도 사내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지금 마주한 현실에 적응해버렸다는듯 벗어던진 옷가지를 챙긴채 그들로부터 등을 돌렸다.

아직 밤은 끝나지 않은걸까. 고요를 되찾은 사막을 밟으며 사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괴인이 남긴 마지막 음성을 되뇌이며. 어쩌면 끝나지 않는 어둠을 영원히 헤멜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과 두려움도 그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그저 발길이 닿는대로 방향조차 정해지지 않은 행선지를 밟을 뿐.

거대한 사막을 메우기에 그의 숨소리는 너무나도 작고 희미했다.

96 한나주 ◆8X5WeKCy6E (IrbpPJ.2bg)

2023-08-16 (水) 23:04:39

다들 좋은 밤입니다~

97 한나주 ◆8X5WeKCy6E (IrbpPJ.2bg)

2023-08-16 (水) 23:08:16

늦었지만 지금 참가해도 될까요? 참가할땐 >>5 이으면 되는거죠?

98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3:16:14



>>94

가득 부워 표면 장력의 한계에 도달한 유리잔에 한 방울의 비가 내린다 .

밤 , 별 드리우지 않은 밤이었다 . 구름조차 서성이지 않는 빈 하늘에 기억에 없는 달이 떠 있었다 . 빠진 부분 없이 노랗게 둥글게 빛나는 달이 혼자서 하늘을 차지하고 있었다 .

바닥 꺼진 기억으로도 도저히 용납하기가 힘든 , 터무니 없이 거대한 보름달이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은은함으로 당신과 사막을 비추고 있었다 .


99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3:17:22

>>97 예쓰 , 편하실 때 달아주시면 내일 와서 답레 달아두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고 내일도 일하러 가야하니까 ... 일단 하선하겠어요 , 내일 뵈요 !

100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3:18:14

>>95 다소 애매하지만 파이퍼스의 첫 진행은 여기서 마무리 지어도 될 거 같은데 , 파이퍼스주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괜찮으시면 다음 진행으로 내일 찾아뵙겠슴다

101 한나주 ◆8X5WeKCy6E (IrbpPJ.2bg)

2023-08-16 (水) 23:19:45

넵 캡틴 안녕히 가세요~! 좋은 밤~!

102 ◆EV6oa.t2KM (hYV68db9EE)

2023-08-16 (水) 23:20:37

>>100
네네! 좋아요. 오늘도 진행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캡틴! 재밌게 돌렸어요

103 미카엘라 (6Y7203atNE)

2023-08-16 (水) 23:30:54

>>98
루나. 루나틱. 달에는 광기가 녹아있다. 기이할 수준으로 거대한 만월이 전두엽에 손수 광기의 송곳을 찔렀다. 노란색 눈망울은 길을 잃은 어린애처럼 황망하다.

"영문을 모르겠다고. 넨장맞을."

후들대는 다리를 붙들어 간신히 일어났다. 사막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혹하다. 마지막으로 물과 음식을 먹은지가 언젠지도, 알리가 없지. 여기에 가만히 있으면 명백하게 죽는다.

움직여서 무엇이라도 찾아야만 한다. 같은 곳을 맴돌지 않게 기이한 달이 있는 방위를 향해 직선으로 걷는다. 기준 삼을 것이 달 말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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