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2 ◆n5jaBjagHU (xMPdtkeOMc)

2023-08-15 (FIRE!) 18:32:39

새로 새우시나요?

3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8:48:22

그냥 하려고 합니다 . 시트 스레서도 실수하더니 본 어장와서도 이러네잉 ...

4 ◆n5jaBjagHU (Jc4OJk5vGg)

2023-08-15 (FIRE!) 18:49:56

음원은 마음의 귀로 듣는 것으로.

5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05:34



귀가 먹먹할 수도 있다 . 머리가 어지러울지도 모른다 . 눈은 부시고 입은 텁텁하고 ,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어서 비명을 지르고 싶을지도 모른다 .

세상에 갓 태어났을 때를 기억해낼 수 있다면 이것도 두 번째라고 익숙한 기시감이 들지도 모른다 . 어쩌면 , 어쩌면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 절망할지도 모르지 .

당신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다 .

당신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니까 .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니까 .

장소는 사막 . 모래와 모래와 모래 밖에 보이지 않는 사막의 한 가운데 . 당신은 눈을 떴고 , 태어났다 .

안녕 세상 , 당신은 이번에야말로 혼자다 .


6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07:09

실수는 만회하면 돼 ..!

빨리빨리 천 개 채워서 다음 어장으로 가면 되는 겁니다 !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입니다 ! 편하실 때 >>5 에 반응 달아주시면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7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10:45

저기 재생되지 않는 노래의 정체는 이놈이었슴다 ... 어째서 링크를 적어줬는데 재생하지를 못해 ..

8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11:10

... 또 안 되잖아 ?

9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11:23

TESSST

1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13:45

???

11 ◆n5jaBjagHU (knrZUxELCk)

2023-08-15 (FIRE!) 19:17:46

>>5 얼굴이 따갑다. 몸이 뜨겁다. 조금 움직이니 가루 제형의 무언가가 사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려다 그만두었다. 눈이 부셨으니까. 그것을 견뎌낼 힘이 없다.

어딘가 불편한 상태를 지속하면서도 그대로 누워있다. 그대로 누워있기를 선택했다. 단지 한쪽 팔을 들어올려 눈가를 가렸다.

그런 걸 보니 팔이란 것이 달려있기는 한가 보다. 팔이 만든 얄팍한 그늘 아래서 눈을 조금이나마 쉬게 했다. 그런다고 어떤 소용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12 ◆n5jaBjagHU (knrZUxELCk)

2023-08-15 (FIRE!) 19:18:46

좋은 저녁입니다. 정황상 링크를 먹어버리는 요괴라도 붙은 게...

13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35:02



>>11

애초에 왜 눈이 부시지 . 당신이야 아직 눈을 뜨려 하지 않으니까 모르겠지만 , 주위는 밝지 않다 . 청색이 깊이 스민 세계는 완연한 밤의 풍경으로 아무리 빛에 예민한 사람이라도 눈이 부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괴로움을 호소할 게 못 됐다 .

하여 , 당신의 눈이 문제였다 . 화면이 나가버린 티비처럼 당신의 눈이 똑바로 기능하지 않는 거다 .

그러나 당신이 이러한 사실에 눈치채는 것보다도 먼저 , 당황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 당신의 눈이 어둠을 되찾는다 .

먹물이 서예지 위를 지나듯 섬광은 한 때와 같이 지워지고 어둠이 , 깊은 어둠이 수정체를 채운다 .


1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35:44

>>12 뭐야 귀신 들린 어장이야 . 주문한 적 없는데 그런 거 !

15 코스키 (y1sqpzlLi.)

2023-08-15 (FIRE!) 19:52:56

>>5

눈을 뜬 것인지, 그저 허상인지 구분이 어렵다. 몽롱한 정신 억지로 붙들 의지조차 없던 남성은 목구멍의 텁텁함과 입가의 건조함만 뇌 깊이 읆조리던 중이였다.

불쾌한 기분만 가득차되, 남성은 모래뿐인 사막에서 그 어떠한 절망감도 느끼지 못했다. 자아도 모르는 채 뚝 떨궈진 외계인마냥 모래에 무릎을 파 묻고 앉아있는게 고작인데도, 이 상황에 어떠한 긴박함에도 휩쓸리지 않는다. 이유 없는 자신감이 들끓는다; 자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리 없다고!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신기해서, 모래알이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느껴본다. 다른 오감도 활성화 해버리고 싶다고, 원숭이 같은 호기심으로 그는 모래 한 줌을 입으로 가져가 털어 넣는다.

16 ◆n5jaBjagHU (fD0JrcRNvo)

2023-08-15 (FIRE!) 19:53:02

>>13 눈이 어둠을 받아들이자 세상은 한결 나아졌다. 살짝 눈을 떠 본다. 그러다가도 다시 눈꺼풀을 닫는다. 얼마나 누워있었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상관없다. 더 누워있고만 싶다...

한참이 지난 뒤에 눈을 가까스로 힘겹게 뜬 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의 향연을 감상한다. 그저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 다른 움직임은 없다.

17 코스키주 (y1sqpzlLi.)

2023-08-15 (FIRE!) 19:54:01

와! 본스레!! 잘 부탁해용 캡~~

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 노래 정체는 맥거핀으로 남나용...

18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9:56:06

어서오십셔 코스키주 !

그리고 , 네 ... 불가사의로 남겨두렵니다 ...

ㅠㅠㅠㅠㅠㅠ

19 코스키주 (y1sqpzlLi.)

2023-08-15 (FIRE!) 19:57:57

>>18 ㅋㅋㅋㅋㅠㅠㅠㅠㅠ 담 스레에선 무사히 링크가 걸리길...

2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03:06



>>15

오 맙소사 . 이게 무슨 짓이람 . 모래 알갱이가 혀와 입천장에 , 이 사이에 끼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감을 만든다 .

불협화음만 모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있다더래도 저렇게까지 보기 듣기 괴롭지는 않을 텐데 , 하지만 뱉는 것도 삼키는 것도 당신의 자유니까 , 밤의 푸름은 당신의 기행에도 아랑곳 않고 정적을 지킨다 .


21 코스키 (y1sqpzlLi.)

2023-08-15 (FIRE!) 20:10:57

>>20

뭘 기대하고 모래를 처먹은 건진 몰라도, 인상이 찌푸려진다. 입 안에서도 이리 불협조적으로 들러붙고 끼이는 모래알인데, 소화기관 몇 개 더 넘긴다고 나아지는 건 없을 테다. 다행이도 남자의 충동은 거기까지였는지, 정적을 깨는 기침 소리와 없는 타액 모아 입 안의 것을 뱉어내는 소음이 난다.

"아."

발성기관이 있다!! 남성은 모래를 뱉던 도중 세상의 진리를 깨우친 기분이 들었다.

"어, 아."

"xxxxxxxxxxxxx xxx, xxxxx! xxxx!!"

의식의 흐름대로 나오는 말은 욕지거리가 반이였다...

2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11:39



>>16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당신에게 , 세상은 그것조차도 쉽기만 한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

별 없이 검기만 한 하늘에 혼자 우두커니 떠 있는 보름달 . 아무것도 무엇도 기억나지 않는 당신이라도 , 저렇게 달이 커 보이는 것은 잘못됐다고 어렴풋이 느껴졌다 .


23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17:14



>>21

뭐라 평가하기 곤란한 시간이었다 . 당신이 한 바탕 시원하게 욕을 쏟아내고 나면 대체 무슨 일이냐고 요란한 소란에 하늘의 달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 만월이었다 . 가득 찬 보름달은 당신의 텅 빈 사전으로 봐도 이질적이었다 .

그럴 것이 , 너무 컸다 .


2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18:08

어 , 코스키는 무척 슈팅스타 같은 친구네요

25 ◆n5jaBjagHU (Qyu3RCC0EM)

2023-08-15 (FIRE!) 20:21:20

>>22 끝도 없는 모래들을 보고 있었다. 그저 보고 있었는데도 눈물이 흐른다. 이유는 모른다. 머리 아래에 놓여있던 모래들이 젖지만 모래 사이사이로 물이 빠져나가 금방 없었던 것처럼 눈물의 흔적은 사라진다.

기이한 보름달을 향해 힘없이 손을 뻗어보았다. 당장 그것을 움켜쥘 것 처럼... 손가락을 곧게 폈다가 웅크린다. 별 의미는 없는 몸짓이다.

다시 눈을 감고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자세로 누워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잊을만하면 눈물이 한방울씩 빠져나오려는 것 같다.

26 ◆n5jaBjagHU (Qyu3RCC0EM)

2023-08-15 (FIRE!) 20:22:22

입을 열면 톡톡 터지는.

27 코스키 (y1sqpzlLi.)

2023-08-15 (FIRE!) 20:35:22

>>23

하늘을 보면 눈 가득 품어지는게 달이였다. 그가 보기에도 이질적인 크기의 달은 원근법을 무시해 버리는듯 했다.

그는 달을 가만 바라보다가도 관심이 사라진다. 제 손아귀 밖의 일인데 뭘 할수나 있던가?

"달이 저 정도로 크게 보이면 해는 어떨까?"

괜히 말을 입 밖으로 꺼내 본다. 자신의 음색을 음미하려는 듯. 홀로 서 있다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듯 하였다만, 그의 눈썹이 슬쩍 올라가는 걸 보면... 그냥 자신의 목소리에 취한 나르시스트 같다.

그는 등을 돌리더니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28 코스키주 (y1sqpzlLi.)

2023-08-15 (FIRE!) 20:36:01

>>26 (모래알) 톡톡 터지는 😔 ㅋㅋㅋ

29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38:37



>>25

탈진 탈력 , 저대로 두면 탈수까지 생길 거 같다 .

아무런 의지도 느껴지지 않는 당신의 모습은 , 바람 앞의 등불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꺼질 듯이 희미했다 . 살아 있다는 실감이 옅어진다 . 흐려진다 . 그렇게 저대로 사라진다면 당신이라는 사람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했던 걸까 .

당신의 죽음은 유산과 별반 다를 바 없어보였다 .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

- GRRRRRR,RRRR

헌데 , 저 야수는 당신이 사라져서는 곤란했다 .


30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40:28

>>5
아주 깊은 꿈을 헤메고 있었다. 햇빛조차 닿지 않는 깊은 물 속에 잠긴듯이 모든 것이 아득하게 눈앞을 가리웠다. 온몸을 짓누르는 진동과 눈이 따갑도록 휘몰아치는 바람이 지나치고, 이름 모를 피아노의 선율이 때로는 거센 기계의 심장박동 소리가 짓눌러왔다.

허나 영원할 것만 같던 순간은 단 한번의 숨소리와 함께 산산히 부수어진다. 모래로 자욱한 황야속에서 깨어난 남자는 힘에 겨운 잔기침을 쏟아내며 몸을 일으킨다. 반쯤 치켜세운 눈동자 너머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만이 남아 고요한 모래속을 가리킨다. 움켜쥔 모래알들은 손가락 사이로 미련없이 흘러내려 사라진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암전 속을 헤메던 소리와 시선, 계절과 요일. 그리고 멍청하게 들릴법한 소리겠지만 자신조차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이질적인 풍경 속에서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았다. 지평선 너머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며 언제부턴가 밀려오기 시작한 갈증에 마른 침을 삼킬수밖에.

남자는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하듯 뺨을 쓸어내리거나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발걸음을 앞으로 한발 옮긴다. 한발 한발 나아가는 걸음은 탄력을 붙어 순식간에 높은 모래 언덕을 정복한다.

31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40:57

모두 반갑습니다!! 시트 확인해주셔서 감사해요 캡틴!

32 ◆n5jaBjagHU (2rYL7POH9k)

2023-08-15 (FIRE!) 20:43:49

>>29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반사적으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평생 감겨있었더라면 좋을 눈이었으나... 자신을 방해했다고 표현해야 할지 깨워냈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힘없이 돌린다.

본능이라는 게 남아있다면 공포를 연쇄적으로 유발했겠으나 그것이 고작 해내는 것이라면 아래에 깔려있는 모래를 한 움큼 쥐는 것 정도였다.

33 ◆n5jaBjagHU (2rYL7POH9k)

2023-08-15 (FIRE!) 20:44:20

반갑습니다.

3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47:25



>>27

정말로 자신의 목소리일까 .

내 목에서 나는 소리라고 그게 정말 자신의 것일까 .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은 확신할 수 있을까 .

미성이나 낯설다 . 걸음걸이도 눈높이도 모두 낯설었다 . 이제 막 새로 태어난 생명처럼 모든 것이 남의 것 같다 .

푹푹 빠지는 발과 발 위로 또 하나의 피부처럼 겹쳐진 신발이 , 피부를 덮어가리는 옷이 , 과연 당신의 것인가 .

당신이 의문을 갖더라도 , 갖지 않더라도 , 다음 사건은 당신을 저격하고 있었다 .

- Suuuuuu,u,uuuuu

어린 아이가 , 모래밭 위에 넘어져 버둥거리고 있었다 .


35 코스키 ◆kOKiFek5Mw (y1sqpzlLi.)

2023-08-15 (FIRE!) 20:48:33

미하주도 안녕하세용~~ 선호주도 아까 인사할 타이밍 놓치긴 했지만 지금 할게요 모두 안냥~

36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48:38

시트를 내주셔서 저야말로 땡큐 ! 어서와요 미하일주 !

37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51:56

>>35-36
ㅎㅎㅎ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개별 진행이랑 캐릭터마다 페어로 붙는 이드 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38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55:46

여담이지만 파이퍼스의 페어 이드 보고 뭔가 사이렌 헤드같은 첫인상이 느껴졌어요..

39 코스키 ◆kOKiFek5Mw (y1sqpzlLi.)

2023-08-15 (FIRE!) 20:58:05

>>34

... 혼자말을 더 해보자니 기분이 묘해진다. 그의 귀에 울리는 이것이 자신의 것이던가? 확신이 들질 않아 괜히 말이 줄어들었다가도 옅은 콧노래로 바뀐다.

입은 것도,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자신의 얼굴형, 눈모양, 모든 것이 어색하다. 본 적 없는 남자의 가죽을 뒤집어쓴 느낌이 든다. 기분이 찝찝해지기도 전에 남성은 무언가 깨달았다; 자신은 이 이질감에 큰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좋은게 좋은 거지. 남성은 어린아이가 시선에 들어오면 생각의 항연도, 발걸음에도 종지부를 무턱대고 찍어버린다.

"수우우우?"

별 이유 없이 아이가 내던 소리를 따라해 보려 하며, 의식이 그를 이끄는 대로 어린 아이의 양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워주려 한다.

"... 덩치 차이를 보면 내 몸뚱이는 성체 같은데..."

4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03:01



>>30

밤이었다 . 채도 높은 파랑이 내린 밤이었다 .

때문에 적응력 높은 당신이 걷기 시작하면 , 심해를 산책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

입은 옷도 움직이는 몸도 익숙하다 .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했다 . 몸에 맞지 않는 ,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불편감이 당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

당신의 균형 감각을 시험하는 , 모래와 모래가 쌓인 언덕길도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 멤돌며 사라지지 않는 낯선 감각은 당신이 언덕의 봉우리에 도달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

어쨌거나 , 다리를 쉬지 않은 덕에 당신은 사막의 전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사막이었다 .

모래와 모래 밖에 보이지 않는 사막이었다 .


41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05:33

>>38 열심히 생각해봤습니다 ... 마음에 드셨으면 조케써요 ..

4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13:00



>>32

어느 틈에 예까지 왔는지 , 야수는 벌써 눈 앞에 있었다 . 흉측하지만 매력적으로 매혹적으로 보이는 붉은 눈 위로 당신을 비추고 있었다 . 입에 한 입마개 사이로 증기와 같은 숨을 뱉어내며 기관차와 같이 거대한 거체로 당신을 굽어보는 야수 . 야수는 당신의 저의를 읽기 힘든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 우악스런 앞발로 당신의 몸을 낚아채려 했다 .


43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1:16:08

주변의 공기를 느끼며 숨을 내쉬었다. 작은 숨소리조차 귓가에 무겁게 달라붙을만큼 창백하기 짝이 없는 적막함이 맴돌았다. 어둠이 자욱한 사막만큼 텅빈 머릿속이 본능으로 채워지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공을 밟듯 힘겨운 고통과 모래알로 문지르듯 타들어가는 갈증,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조차 모를 이 어색한 코트가 무채색으로 뒤덮인 뇌를 자극해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를 바라보며 느낀 것은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보다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망각해버린 공허함이었다.

"내 이름은.."

남자는 낮은 음성으로 작게 읊조렸다. 짧은 한마디에도 비쩍 마른 입술이 거칠게 흔들린다. 언덕을 정복하듯 오르던 자신감도 잠시 주춤했는지 아니면 그저 다리가 아팠던 것인지 서있던 끝자락에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44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1:17:36

>>41
참가자 한명한명 위해서 두뇌풀가동 해주셨다니 영광입니다.. 물론 아주 맘에 들어요 따봉따봉!!

45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30:09



>>39

아이는 작았다 .

가까이 다가가보니 작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 당신의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아서 , 자칫 잘못했다면 못 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침 당신이 가던 길 위에 쓰러져 있어 망정이지 . 아니면 얘는 어떻게 됐을까 .

- SUU,UUU,UUuuUuuUU

당신이 선의를 발휘하려 하면 아이는 착각해 , 더욱 당황해 자신만의 소리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 더욱 발버둥쳤다 .

하지만 저항이 무색하게 무력해 ,

쑤욱 ,

인형처럼 들려나왔다 .


46 ◆n5jaBjagHU (0BVOjOLELw)

2023-08-15 (FIRE!) 21:37:45

>>42 몸이 낚아채졌다는 사실은 눈에 보이는 풍경이 바뀐 것과 촉감으로 알 수 있었다. 촉각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더 오랫동안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누워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힘없이 매달려있다가, 조금 버둥거려 본다. 주먹을 느슨히 쥐고서 야수를 쳐내려 하지만 보통 사람이 두드린 것만 못하다. 그 한번의 동작을 하고서는 축 늘어진다.

"가만히 내버려 둬...."

처음 듣는 음성이다. 자신의 것일지도 모르겠다.

47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43:38



>>43

낯설다 , 익숙하지 않다 , 경험하지 않은 일이다 , 이런 것과는 명백히 질적으로 다른 존재감이 하늘에 있었다 .

달이었다 . 노랗게 빛나는 달이었다 . 빈틈 하나 없이 가득찬 달의 모습은 , 순수하게 불길했다 .

달이 저렇게 컸던가 . 하늘의 한 면을 탐욕스럽게 모두 차지하려는 듯이 자리 잡은 모습이 , 저보다 더 불길할 수가 없다 .

어째서 어떻게 저렇게 거대할 수가 있냐며 , 당신의 본능이 따지듯이 경고 신호를 보내온다 .

저건 절대로 정상이 아니야 . 그렇게 말하는 듯 하다 .


48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1:56:21

>>47
남자의 푸른 눈동자 속으로 노란빛이 가득 비집고 들어선다. 어둠이 사막을 완전히 집어삼키지 못한 것은 저때문이었나. 언제부터 쓰고 있었는지도 모를 파일럿 모자를 벗어 내리고 세상을 집어삼킬듯 거대한 월광을 바라본다. 새하얀 백지가 된 머릿속에 조금이나마 상식의 끈이 남겨진 탓일까. 이 광경이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도망칠 곳도 기억할 수 있는 것조차 없었다. 그러나 몸을 짓누르는 감각만큼은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허황된 꿈으로 치부할 수도 없었다. 만약 이곳이 현실이라면 나는 지옥에 오게 된 것이겠지. 라고 남자는 마음 속으로 읊조렸다.

한동안 언덕 위에 앉아있던 사내는 팔을 딛고 일어나 경사 아래쪽으로 몸을 쓸어내리듯 빠르게 내려간다. 우두커니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어봐야 얻을 것은 없다는 둥,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유 모를 일념에 몸을 앞으로 내던졌다. 언덕 반대편으로 완전히 내려왔을때는 온몸이 모래투성이가 되어 몇분씩이나 털어내야 했다.

49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57:12



>>46

서로 말이 통하기나 하는지 , 하지만 말보다 더 직관적으로 통하는 것이 있었으니 , 바로 주먹이었다 . 제 덩치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솜 빠진 주먹질이었는데 , 야수는 불쾌한 듯 미간의 살을 찌푸렸다 .

뿐만 아니라 , 당신을 쥐고 있는 앞발을 투수의 와인드업처럼 크게 뒤로 젖히더니 ,

저대로 휘둘러 당신을 저 멀리 쏘다시피 던져버렸다 .

- 쾅 !!!!

야수의 설익은 투구에 모래 산에 구덩이가 생겨났다 . 도려내다시피 파헤쳐진 구덩이 속에서 , 당신은 눈을 떴다 .


5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17:25



>>48

별도의 장비 없이 맨몸으로 썰매를 타기에 모래 언덕이 과연 적합한가 , 아닌가 , 체험해본 당신만이 알겠지 . 잔뜩 흐트러진 모습을 보면 아니라는 쪽에 거는 게 맞을 듯 싶다 .

당신이 여기저기 엉겨붙은 모래를 모두 털어내고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있으면 , 언덕의 저편 , 너머로부터 뭔가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51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2:31:20

>>50
너덜거리는 옷을 가다듬기도 잠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으로부터 날카로운 폭음이 두 귀를 덮쳐온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바닥으로 웅크린다. 좁아진 동공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겨누어지고, 자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야 일어설 수 있었다.

남자는 모래 먼지를 삼키고 따가워진 목을 콜록이며 손에 쥐어진 모자를 바라보았다. 모래 알갱이에 긁힌 고글 렌즈가 달빛을 받아 반짝인다. 하늘을 뒤덮은 달빛과 끝없는 사막. 그리고 정체 모를 폭발까지. 모든 것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이질감이 덩어리가 되어 그 속에 자연스럽게 물들어 버렸다. 본능이 이끄는대로 향하는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방금전보다 조금 더 느려진 걸음으로 소리의 근원지를 좇는다. 그곳에 무엇이 있든 끝이 없는 막연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서 말이다.

5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41:20



>>51

대처는 완벽했다 . 소리는 멀었다 . 여파는 감지되지 않았다 . 단발성이었나 , 잠시 더 기다려봐도 같은 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려고 해도 벽처럼 서 있는 언덕이 방해다 . 확인하고자 한다면 또 한 번 더 언덕을 올라야 할 것이다 . 힘든 일은 아니었다 . 당신의 다리에는 충분한 힘이 남아 있었으니까 . 하지만 막막한 일이었다 . 길을 막는 장해물이 있었으니까 .

괴인은 , 당신이 행동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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