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924076> < ALL / 사후세계 / 소환수 / 리부트 > 망상환상공상 - 01 :: 683

◆.Th3VZ.RlE

2023-08-15 17:10:05 - 2023-12-02 13:43:57

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17:10:05




잊는 것이 무섭다면 . 잊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



· 본 어장은 상황극판의 규칙을 준수합니다 .
· 본 어장은 망상환상공상의 리부트 어장입니다 .
· 본 어장은 이전 어장 및 시트의 언급을 금합니다 .


21 코스키 (y1sqpzlLi.)

2023-08-15 (FIRE!) 20:10:57

>>20

뭘 기대하고 모래를 처먹은 건진 몰라도, 인상이 찌푸려진다. 입 안에서도 이리 불협조적으로 들러붙고 끼이는 모래알인데, 소화기관 몇 개 더 넘긴다고 나아지는 건 없을 테다. 다행이도 남자의 충동은 거기까지였는지, 정적을 깨는 기침 소리와 없는 타액 모아 입 안의 것을 뱉어내는 소음이 난다.

"아."

발성기관이 있다!! 남성은 모래를 뱉던 도중 세상의 진리를 깨우친 기분이 들었다.

"어, 아."

"xxxxxxxxxxxxx xxx, xxxxx! xxxx!!"

의식의 흐름대로 나오는 말은 욕지거리가 반이였다...

2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11:39



>>16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당신에게 , 세상은 그것조차도 쉽기만 한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 했다 .

별 없이 검기만 한 하늘에 혼자 우두커니 떠 있는 보름달 . 아무것도 무엇도 기억나지 않는 당신이라도 , 저렇게 달이 커 보이는 것은 잘못됐다고 어렴풋이 느껴졌다 .


23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17:14



>>21

뭐라 평가하기 곤란한 시간이었다 . 당신이 한 바탕 시원하게 욕을 쏟아내고 나면 대체 무슨 일이냐고 요란한 소란에 하늘의 달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 만월이었다 . 가득 찬 보름달은 당신의 텅 빈 사전으로 봐도 이질적이었다 .

그럴 것이 , 너무 컸다 .


2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18:08

어 , 코스키는 무척 슈팅스타 같은 친구네요

25 ◆n5jaBjagHU (Qyu3RCC0EM)

2023-08-15 (FIRE!) 20:21:20

>>22 끝도 없는 모래들을 보고 있었다. 그저 보고 있었는데도 눈물이 흐른다. 이유는 모른다. 머리 아래에 놓여있던 모래들이 젖지만 모래 사이사이로 물이 빠져나가 금방 없었던 것처럼 눈물의 흔적은 사라진다.

기이한 보름달을 향해 힘없이 손을 뻗어보았다. 당장 그것을 움켜쥘 것 처럼... 손가락을 곧게 폈다가 웅크린다. 별 의미는 없는 몸짓이다.

다시 눈을 감고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자세로 누워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잊을만하면 눈물이 한방울씩 빠져나오려는 것 같다.

26 ◆n5jaBjagHU (Qyu3RCC0EM)

2023-08-15 (FIRE!) 20:22:22

입을 열면 톡톡 터지는.

27 코스키 (y1sqpzlLi.)

2023-08-15 (FIRE!) 20:35:22

>>23

하늘을 보면 눈 가득 품어지는게 달이였다. 그가 보기에도 이질적인 크기의 달은 원근법을 무시해 버리는듯 했다.

그는 달을 가만 바라보다가도 관심이 사라진다. 제 손아귀 밖의 일인데 뭘 할수나 있던가?

"달이 저 정도로 크게 보이면 해는 어떨까?"

괜히 말을 입 밖으로 꺼내 본다. 자신의 음색을 음미하려는 듯. 홀로 서 있다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듯 하였다만, 그의 눈썹이 슬쩍 올라가는 걸 보면... 그냥 자신의 목소리에 취한 나르시스트 같다.

그는 등을 돌리더니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28 코스키주 (y1sqpzlLi.)

2023-08-15 (FIRE!) 20:36:01

>>26 (모래알) 톡톡 터지는 😔 ㅋㅋㅋ

29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38:37



>>25

탈진 탈력 , 저대로 두면 탈수까지 생길 거 같다 .

아무런 의지도 느껴지지 않는 당신의 모습은 , 바람 앞의 등불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꺼질 듯이 희미했다 . 살아 있다는 실감이 옅어진다 . 흐려진다 . 그렇게 저대로 사라진다면 당신이라는 사람은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했던 걸까 .

당신의 죽음은 유산과 별반 다를 바 없어보였다 .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

- GRRRRRR,RRRR

헌데 , 저 야수는 당신이 사라져서는 곤란했다 .


30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40:28

>>5
아주 깊은 꿈을 헤메고 있었다. 햇빛조차 닿지 않는 깊은 물 속에 잠긴듯이 모든 것이 아득하게 눈앞을 가리웠다. 온몸을 짓누르는 진동과 눈이 따갑도록 휘몰아치는 바람이 지나치고, 이름 모를 피아노의 선율이 때로는 거센 기계의 심장박동 소리가 짓눌러왔다.

허나 영원할 것만 같던 순간은 단 한번의 숨소리와 함께 산산히 부수어진다. 모래로 자욱한 황야속에서 깨어난 남자는 힘에 겨운 잔기침을 쏟아내며 몸을 일으킨다. 반쯤 치켜세운 눈동자 너머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만이 남아 고요한 모래속을 가리킨다. 움켜쥔 모래알들은 손가락 사이로 미련없이 흘러내려 사라진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암전 속을 헤메던 소리와 시선, 계절과 요일. 그리고 멍청하게 들릴법한 소리겠지만 자신조차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시간이 멈춰버린듯한 이질적인 풍경 속에서 남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았다. 지평선 너머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바라보며 언제부턴가 밀려오기 시작한 갈증에 마른 침을 삼킬수밖에.

남자는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하듯 뺨을 쓸어내리거나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발걸음을 앞으로 한발 옮긴다. 한발 한발 나아가는 걸음은 탄력을 붙어 순식간에 높은 모래 언덕을 정복한다.

31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40:57

모두 반갑습니다!! 시트 확인해주셔서 감사해요 캡틴!

32 ◆n5jaBjagHU (2rYL7POH9k)

2023-08-15 (FIRE!) 20:43:49

>>29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반사적으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평생 감겨있었더라면 좋을 눈이었으나... 자신을 방해했다고 표현해야 할지 깨워냈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힘없이 돌린다.

본능이라는 게 남아있다면 공포를 연쇄적으로 유발했겠으나 그것이 고작 해내는 것이라면 아래에 깔려있는 모래를 한 움큼 쥐는 것 정도였다.

33 ◆n5jaBjagHU (2rYL7POH9k)

2023-08-15 (FIRE!) 20:44:20

반갑습니다.

3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47:25



>>27

정말로 자신의 목소리일까 .

내 목에서 나는 소리라고 그게 정말 자신의 것일까 .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은 확신할 수 있을까 .

미성이나 낯설다 . 걸음걸이도 눈높이도 모두 낯설었다 . 이제 막 새로 태어난 생명처럼 모든 것이 남의 것 같다 .

푹푹 빠지는 발과 발 위로 또 하나의 피부처럼 겹쳐진 신발이 , 피부를 덮어가리는 옷이 , 과연 당신의 것인가 .

당신이 의문을 갖더라도 , 갖지 않더라도 , 다음 사건은 당신을 저격하고 있었다 .

- Suuuuuu,u,uuuuu

어린 아이가 , 모래밭 위에 넘어져 버둥거리고 있었다 .


35 코스키 ◆kOKiFek5Mw (y1sqpzlLi.)

2023-08-15 (FIRE!) 20:48:33

미하주도 안녕하세용~~ 선호주도 아까 인사할 타이밍 놓치긴 했지만 지금 할게요 모두 안냥~

36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0:48:38

시트를 내주셔서 저야말로 땡큐 ! 어서와요 미하일주 !

37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51:56

>>35-36
ㅎㅎㅎ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개별 진행이랑 캐릭터마다 페어로 붙는 이드 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38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0:55:46

여담이지만 파이퍼스의 페어 이드 보고 뭔가 사이렌 헤드같은 첫인상이 느껴졌어요..

39 코스키 ◆kOKiFek5Mw (y1sqpzlLi.)

2023-08-15 (FIRE!) 20:58:05

>>34

... 혼자말을 더 해보자니 기분이 묘해진다. 그의 귀에 울리는 이것이 자신의 것이던가? 확신이 들질 않아 괜히 말이 줄어들었다가도 옅은 콧노래로 바뀐다.

입은 것도,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자신의 얼굴형, 눈모양, 모든 것이 어색하다. 본 적 없는 남자의 가죽을 뒤집어쓴 느낌이 든다. 기분이 찝찝해지기도 전에 남성은 무언가 깨달았다; 자신은 이 이질감에 큰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좋은게 좋은 거지. 남성은 어린아이가 시선에 들어오면 생각의 항연도, 발걸음에도 종지부를 무턱대고 찍어버린다.

"수우우우?"

별 이유 없이 아이가 내던 소리를 따라해 보려 하며, 의식이 그를 이끄는 대로 어린 아이의 양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워주려 한다.

"... 덩치 차이를 보면 내 몸뚱이는 성체 같은데..."

4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03:01



>>30

밤이었다 . 채도 높은 파랑이 내린 밤이었다 .

때문에 적응력 높은 당신이 걷기 시작하면 , 심해를 산책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

입은 옷도 움직이는 몸도 익숙하다 .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했다 . 몸에 맞지 않는 ,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불편감이 당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

당신의 균형 감각을 시험하는 , 모래와 모래가 쌓인 언덕길도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 멤돌며 사라지지 않는 낯선 감각은 당신이 언덕의 봉우리에 도달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

어쨌거나 , 다리를 쉬지 않은 덕에 당신은 사막의 전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사막이었다 .

모래와 모래 밖에 보이지 않는 사막이었다 .


41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05:33

>>38 열심히 생각해봤습니다 ... 마음에 드셨으면 조케써요 ..

4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13:00



>>32

어느 틈에 예까지 왔는지 , 야수는 벌써 눈 앞에 있었다 . 흉측하지만 매력적으로 매혹적으로 보이는 붉은 눈 위로 당신을 비추고 있었다 . 입에 한 입마개 사이로 증기와 같은 숨을 뱉어내며 기관차와 같이 거대한 거체로 당신을 굽어보는 야수 . 야수는 당신의 저의를 읽기 힘든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 우악스런 앞발로 당신의 몸을 낚아채려 했다 .


43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1:16:08

주변의 공기를 느끼며 숨을 내쉬었다. 작은 숨소리조차 귓가에 무겁게 달라붙을만큼 창백하기 짝이 없는 적막함이 맴돌았다. 어둠이 자욱한 사막만큼 텅빈 머릿속이 본능으로 채워지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공을 밟듯 힘겨운 고통과 모래알로 문지르듯 타들어가는 갈증,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조차 모를 이 어색한 코트가 무채색으로 뒤덮인 뇌를 자극해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를 바라보며 느낀 것은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보다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망각해버린 공허함이었다.

"내 이름은.."

남자는 낮은 음성으로 작게 읊조렸다. 짧은 한마디에도 비쩍 마른 입술이 거칠게 흔들린다. 언덕을 정복하듯 오르던 자신감도 잠시 주춤했는지 아니면 그저 다리가 아팠던 것인지 서있던 끝자락에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44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1:17:36

>>41
참가자 한명한명 위해서 두뇌풀가동 해주셨다니 영광입니다.. 물론 아주 맘에 들어요 따봉따봉!!

45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30:09



>>39

아이는 작았다 .

가까이 다가가보니 작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 당신의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아서 , 자칫 잘못했다면 못 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침 당신이 가던 길 위에 쓰러져 있어 망정이지 . 아니면 얘는 어떻게 됐을까 .

- SUU,UUU,UUuuUuuUU

당신이 선의를 발휘하려 하면 아이는 착각해 , 더욱 당황해 자신만의 소리로 당혹감을 드러냈다 . 더욱 발버둥쳤다 .

하지만 저항이 무색하게 무력해 ,

쑤욱 ,

인형처럼 들려나왔다 .


46 ◆n5jaBjagHU (0BVOjOLELw)

2023-08-15 (FIRE!) 21:37:45

>>42 몸이 낚아채졌다는 사실은 눈에 보이는 풍경이 바뀐 것과 촉감으로 알 수 있었다. 촉각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더 오랫동안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누워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힘없이 매달려있다가, 조금 버둥거려 본다. 주먹을 느슨히 쥐고서 야수를 쳐내려 하지만 보통 사람이 두드린 것만 못하다. 그 한번의 동작을 하고서는 축 늘어진다.

"가만히 내버려 둬...."

처음 듣는 음성이다. 자신의 것일지도 모르겠다.

47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43:38



>>43

낯설다 , 익숙하지 않다 , 경험하지 않은 일이다 , 이런 것과는 명백히 질적으로 다른 존재감이 하늘에 있었다 .

달이었다 . 노랗게 빛나는 달이었다 . 빈틈 하나 없이 가득찬 달의 모습은 , 순수하게 불길했다 .

달이 저렇게 컸던가 . 하늘의 한 면을 탐욕스럽게 모두 차지하려는 듯이 자리 잡은 모습이 , 저보다 더 불길할 수가 없다 .

어째서 어떻게 저렇게 거대할 수가 있냐며 , 당신의 본능이 따지듯이 경고 신호를 보내온다 .

저건 절대로 정상이 아니야 . 그렇게 말하는 듯 하다 .


48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1:56:21

>>47
남자의 푸른 눈동자 속으로 노란빛이 가득 비집고 들어선다. 어둠이 사막을 완전히 집어삼키지 못한 것은 저때문이었나. 언제부터 쓰고 있었는지도 모를 파일럿 모자를 벗어 내리고 세상을 집어삼킬듯 거대한 월광을 바라본다. 새하얀 백지가 된 머릿속에 조금이나마 상식의 끈이 남겨진 탓일까. 이 광경이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도망칠 곳도 기억할 수 있는 것조차 없었다. 그러나 몸을 짓누르는 감각만큼은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허황된 꿈으로 치부할 수도 없었다. 만약 이곳이 현실이라면 나는 지옥에 오게 된 것이겠지. 라고 남자는 마음 속으로 읊조렸다.

한동안 언덕 위에 앉아있던 사내는 팔을 딛고 일어나 경사 아래쪽으로 몸을 쓸어내리듯 빠르게 내려간다. 우두커니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어봐야 얻을 것은 없다는 둥,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유 모를 일념에 몸을 앞으로 내던졌다. 언덕 반대편으로 완전히 내려왔을때는 온몸이 모래투성이가 되어 몇분씩이나 털어내야 했다.

49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1:57:12



>>46

서로 말이 통하기나 하는지 , 하지만 말보다 더 직관적으로 통하는 것이 있었으니 , 바로 주먹이었다 . 제 덩치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을 솜 빠진 주먹질이었는데 , 야수는 불쾌한 듯 미간의 살을 찌푸렸다 .

뿐만 아니라 , 당신을 쥐고 있는 앞발을 투수의 와인드업처럼 크게 뒤로 젖히더니 ,

저대로 휘둘러 당신을 저 멀리 쏘다시피 던져버렸다 .

- 쾅 !!!!

야수의 설익은 투구에 모래 산에 구덩이가 생겨났다 . 도려내다시피 파헤쳐진 구덩이 속에서 , 당신은 눈을 떴다 .


5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17:25



>>48

별도의 장비 없이 맨몸으로 썰매를 타기에 모래 언덕이 과연 적합한가 , 아닌가 , 체험해본 당신만이 알겠지 . 잔뜩 흐트러진 모습을 보면 아니라는 쪽에 거는 게 맞을 듯 싶다 .

당신이 여기저기 엉겨붙은 모래를 모두 털어내고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있으면 , 언덕의 저편 , 너머로부터 뭔가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51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2:31:20

>>50
너덜거리는 옷을 가다듬기도 잠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으로부터 날카로운 폭음이 두 귀를 덮쳐온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바닥으로 웅크린다. 좁아진 동공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겨누어지고, 자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야 일어설 수 있었다.

남자는 모래 먼지를 삼키고 따가워진 목을 콜록이며 손에 쥐어진 모자를 바라보았다. 모래 알갱이에 긁힌 고글 렌즈가 달빛을 받아 반짝인다. 하늘을 뒤덮은 달빛과 끝없는 사막. 그리고 정체 모를 폭발까지. 모든 것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이질감이 덩어리가 되어 그 속에 자연스럽게 물들어 버렸다. 본능이 이끄는대로 향하는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방금전보다 조금 더 느려진 걸음으로 소리의 근원지를 좇는다. 그곳에 무엇이 있든 끝이 없는 막연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서 말이다.

5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41:20



>>51

대처는 완벽했다 . 소리는 멀었다 . 여파는 감지되지 않았다 . 단발성이었나 , 잠시 더 기다려봐도 같은 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려고 해도 벽처럼 서 있는 언덕이 방해다 . 확인하고자 한다면 또 한 번 더 언덕을 올라야 할 것이다 . 힘든 일은 아니었다 . 당신의 다리에는 충분한 힘이 남아 있었으니까 . 하지만 막막한 일이었다 . 길을 막는 장해물이 있었으니까 .

괴인은 , 당신이 행동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


53 ◆8X5WeKCy6E (mhz67moLBg)

2023-08-15 (FIRE!) 22:52:19

한나주, 입장!

어디서 어떻게 끼어들어야하나...

54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53:43

>>53 어서오세요 ! 일단 몇 개 더 준비할 게 있어서 ...

한나주랑 미카엘라주는 잠시 더 기다려주세요 , 아마 늦으면 내일에나 준비가 다 될 듯 ...

55 ◆8X5WeKCy6E (mhz67moLBg)

2023-08-15 (FIRE!) 22:54:17

네엡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천천히 해주세용!

56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2:54:50

열심히 하겠슴다

57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2:55:16

남자의 걸음이 멈춘다. 기억에 자물쇠를 걸어잠근듯한 답답함도 세상의 끝에 다다른듯 모든 것이 이질적인 이 장소조차도 쳇바퀴를 구르듯 무의미한 방황을 멈춰 세우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한낱 인간이라면 단 한번도 조우하지 못한 미지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남자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고는 조명빛에 얼어붙은 짐승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그또한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다.

마치 바스라진 석고상을 연상시키듯한 괴이한 물체는 마치 남자의 앞을 가로막듯 우뚝 멈춰서 있었다. 낡디낡은 마네킹에 허름한 물건을 덧댄듯한 물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등이 서늘해질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깊게 바라볼수록 마치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주장해오고 있는듯 했다.

남자는 이제 나오지도 않는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다시금 읊조렸다. 만약 이곳이 지옥이라면 비로소 때가 온 것이라고. 비록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죄를 치러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었노라고. 그래서 조금은 편한 마음이 되어 얼어붙은 자세를 풀고 괴인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58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2:56:24

>>57
>>52 앵커를 빼먹었네요! 미카엘라주, 한나주 반갑습니다! ㅎㅎ

59 ◆8X5WeKCy6E (mhz67moLBg)

2023-08-15 (FIRE!) 23:00:10

넵 저도 반갑습니다 미하일주~~!

60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3:12:29



>>57

사람처럼 팔이 달렸고 다리가 달렸지만 ,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 머리를 보호하려고 쓴 건지 , 보여서는 안 될 것을 가리기 위해 쓴 건지 , 비밀에 감춰진 이목구비는 상상력을 부추겨 그를 더욱 더 공포스럽게 보이게 했다 . 사람이라면 , 살아 있다면 , 저리 허깨비처럼 , 아무런 맥락도 없이 , 처음부터 저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당신 앞에 나타날 리 만무하다 .

저것이 , 괴인이 , 당신에게 악의를 지녔다면 ,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 . 괴인의 팔이 움직였다 . 앙상하게 말라 뼈가 도드라지는 검지가 철가면으로 향했다 .

당신의 기다림에도 괴인은 양초 같은 손가락을 철가면 앞에 가져다댈 뿐이었다 .


61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mV8LrLoysk)

2023-08-15 (FIRE!) 23:26:40

>>60
인간의 형상을 닮은 무언가의 앙상한 팔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남자는 어깨를 흠칫 오므린다. 아무런 말도 행동조차 없는 그것을 바라보며 긴장감으로 한껏 졸린 몸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 애를 쓴다. 돌아올 기약 없는 기억의 조각들은 미지 앞의 공포심 아래 더욱 깊숙히 숨어버릴것만 같았다.

"당신은 누굽니까, 여기는 어디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정교하게 짜여진듯한 이질감 속에서 남자는 입을 떼었다. 한걸음조차 떼지 못할 공포에 사로잡혔음에도 입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것이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허황된 풍경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찾으러 온겁니까?"

대답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지 못해 급히 이어 묻는다. 가면 사이로 드리워진 그늘로부터 내리깔린 시선은 낡은 부츠와 마주한다. 그나마 눈에 들어오는 것들중 가장 눈에 익는 것이라 긴장을 늦추는데 도움이 되었다.

62 ◆.Th3VZ.RlE (CjwXzmOk22)

2023-08-15 (FIRE!) 23:41:12



>>61

괴인은 대답하지 않는다 .

생명력이 빠져나가며 굵게 , 깊숙히 패인 목주름만 보면 저것이 과연 말을 할 수 있기나 한지 의문스럽다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니 , 바스라지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 팔을 아래로 내릴 뿐이다 . 무슨 연유로 당신 앞에 나타났는지 . 왜 당신 앞을 지키는지 .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더 늘어났을 뿐이라 , 사태는 악화됐다고 볼 수도 있었다 .

이렇게 서로 대치만 하고 있을 건가 . 이렇게 어색한 ,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

다행히 얼마 안 있어 괴인이 무엇에 반응했는지 , 왜 당신을 멈춰세웠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됐다 .

당신은 모래길이 구불거리며 뱀과 같이 유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

말인즉슨 , 모래 밑에 무언가 도사리고 있다 .


63 미하일 Q. 파이퍼스 ◆EV6oa.t2KM (Qtk134OfkE)

2023-08-16 (水) 00:07:44

고운 모래 사이로 유사처럼 꿈틀이는 소리에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춤에 손을 올려놓는다. 아무것도 없는 빈 벨트 사이가 왠지 허전하게 느껴진다. 빠르게 전환되는 긴장감 탓에 이제는 분위기에 완전히 휘말리게 되었는지 두려움조차 멀어지게 되었다. 그저 눈앞의 형체가 자신을 해하려 하지 않는 것에 단순히 안도를 느끼며 모래바닥 아래를 기는 모습에 시선을 집중한다.

"저건.."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고, 본능이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는 모래더미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석상 같은 형체를 향해 눈동자를 돌린다. 사내는 자신이 누군지조차 기억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한가지 사실만큼은 알아챌 수 있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터질것만 같던 심장이 차갑게 진정되는 것을 느끼면서. 그저 겁쟁이만은 아니었구나 라고.

"만약 당신이 날 거두러 온 자라면 적어도 내가 향할 길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것 아닙니까?"

사내는 고개를 위로 들어올려 상대에게 묻는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 유령이든 어떤 존재이든지 이제 더이상 궁금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저 이 기묘한 장소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갈라진 목소리를 마치면서 비현실적인 상황속에 젖어가는 자신의 모습에 조금은 씁쓸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64 ◆n5jaBjagHU (zyQbuWwTjE)

2023-08-16 (水) 18:41:24

>>49 통각이 있다면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맥없이 매달려 춤을 추다 내던져진다. 야수가 자신을 잡아먹기 전에 가지고 노는 것인가를 생각해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에 그만둔다.

내던져진 채로 있다가 비틀거리며 팔로 땅을 짚는다. 이어 후들거리는 무릎이, 발이 모래를 짚고 형편없는 몸뚱이를 일으켜세우려 한다.

65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19:20:00

갱신합니다 . 아니 오늘 습기 왜 이래 ... 죽겠었 ...

66 ◆n5jaBjagHU (.rHeY3oYvw)

2023-08-16 (水) 19:23:39

안녕하세요. 습하고 덥기도 덥네요.

67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19:36:02

조은 저녁임다 선호주 , 정말로 그래요 ... 얼른 씻고 밥부터 먹어야지 ...

68 ◆n5jaBjagHU (XvexGT48Dg)

2023-08-16 (水) 19:38:45

맛있는 식사 하세요.

69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0:33:14



>>63

여기서 벗어나면 , 여기서 도망치면 어디로 갈 건데 . 괴기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괴인이 당신에게 말했다 . 행동이 아니다 . 목소리가 아니다 .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의 숨통을 움켜쥘 듯한 괴인의 존재감이 그런 뉘앙스를 당신에게 전하고 있었다 .

당신이 아니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비밀스런 질문 . 가면에 가려진 눈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착각이 아닐지도 모르지 .

연이어 괴인은 상황을 모면하려는 당신의 도피 심리를 손수 부숴 주겠다며 ,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위를 취했다 .

- KAAAAAAAAAAAAAA,A,AAAAA

먼젓번의 폭발하는 소리와는 또 다른 , 쇠를 긁는 날카로운 소리에 간신히 안정을 되찾나 싶던 밤의 장막이 또 한 번 들썩였다 .

여기에 모래 아래서 위협들이 깨어나 화합하니 , 처음으로 밤이 깨어났다 .


70 ◆.Th3VZ.RlE (8JnBZxfrKA)

2023-08-16 (水) 20:42:31



>>64

아프지 않다 .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다 . 그렇게 요란한 소리가 났는데 . 구덩이를 만들며 안으로 안으로 파묻혔는데 , 당신은 무사했다 . 불쾌할 수는 있겠지 . 아닌 밤중에 모래로 목욕을 했으니 . 온 몸이 간지러울 수는 있겠다 . 근데 겨우 그게 다였다 .

당신은 일어설 수 있었다 , 바란다면 구덩이 밖으로 걸어나갈 수도 있었다 .


71 ◆n5jaBjagHU (asfUA39Kko)

2023-08-16 (水) 20:47:16

>>70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데 대해 다행스러워하지만 그뿐이다. 저 짐승(이라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다.)에게 잡아먹힌다면 그래도 여전히 무사할 수 있을까?

모래 투성이인 몸을 한 발짝씩 뗄 때마다 모래 알갱이가 우수수 떨어진다. 다친 곳도 없는데 다친 것처럼 한쪽 팔을 다른 쪽 팔로 움켜잡고 비척비척 걸음을 옮긴다.

야수의 반대편이 아닌, 야수의 정면으로.

"자."

먹을 것을 스스로 대령했다. 양쪽 팔을 쭉 뻗고 자기 발을 내려다보며 파들파들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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