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라는 생물은 낭만에 참으로 취약한 생물이다. 거기다 낭만의 시대를 열어젖힌 위대한 무도가의 이름과, 낭만 하나만으로 뭇 전설적인 우마무스메들과 이름을 나란히 한 우마무스메의 이름을 물려받은 브루스 로시난테는 낭만에 더더욱 취약하다. G1!... 츠나지의 더트투성이 트랙 위에서도, 현실적으로 닿기에는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마무스메라 하면, 달리고 싶어하는 자라면, 한 번쯤은 마음에 담아보는 그 이름. 그것을 한 치 거리낌없이 입으로까지 꺼내는 그 모습이 일순간 빛나보여, 브루스는 양 뺨이 빵빵한 채로 마사바를 잠깐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에 가득한 걸 삼키고는.
"─직이네!"
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제법 낭만을 아는 멋쟁이가 아닌가. 이런 동기와 함께라면 늦은 아침식사 정도는 좀 나눠줘도─
이른 아침에 해변가에 나와서 트레이닝을 하다가 학교로 가는 일이 잦은 갈색 머리의 우마무스메, 언그레이 데이즈는 쉬는 날이기에야말로 원없이 달리기에 좋은 날이라고 생각,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풍경의 특이하게 생긴 바위나 나무를 기준점으로 삼아서 막대기를 꼽아놓고 달려갔다가 돌아서 이쪽으로 오기 같은 훈련이 이제는 학원에서 하는 트랙 훈련보다 더 맞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물론 이 모래사장은 좀 푹푹 빠지는 면이 없지는 않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여서 어릴적부터 바닷가에서 훈련하던 그녀.
"그라므는... 쫌 쉬었고, 물도 챙기 왔겄다... 함 가볼-"
그렇게 중얼거리다, 문득 달리는 소리가 들려 보니, 그것은 조금 낮선 우마무스메. 아니, 익숙한 우마무스메는 없지만, 여튼 낮선 우마무스메였다. 왠지 비슷해보이는 각질...
"... 내랑 비슷하지 안하나...? 아니 속성 겹치는디 이거..."
종반즈음에서 팍, 하고 달려나가는 것에, 달려나간 거리를 보면 스프린터도 아닌 것 같고... 거기다 키도 비슷비슷한게...
아, 시선이 마주쳐버렸다. 뒷목을 무심코 긁적이며 손을 들어 인사하려는 순간, 들리는 말.
브후스 로시난테의 긍정에 마사바 콩코드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마무스메, 달리기 위해 태어난 이들. 모두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지만 모두가 그 자리를 꿈꾼다. 하지만 최속의 자리는 아직, 지금의 몸으로는 무리였나. 마사바 콩코드의 양동작전 1. 볼을 손으로 찔러 집중을 분산시킨다 2. 그 사이 손으로 재빨리 유부초밥을 Get 한다 는 처참하게 실패하고야 말았다.
그 역시 놀란 목소리로 여기 있었냐고 묻는 것과 똑같이, 니시카타 미즈호 역시 놀란 듯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응대하였다. 당연히 이 둘은 원래대로라면 이곳에 있을 위치가 아니었다. 특히 야나기하라의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였다. 대체 그는 무슨 연유로 이 곳에 온 것인가?
"새로운 담당을 찾게 되어 이곳에 머물게 되었답니다. 야나기하라 트레이너님께선 어쩐 연유로 이곳에 오시게 되셨나요? "
굉장히.....당황스러워 하는 낯빛이 얼굴에 그대로 담긴 채, 미즈호는 야나기하라를 향해 되물으려 하였다.
"야나기하라 트레이너 님 정도면, 이곳이 아니라 중앙에서 충분히 있으셔도 괜찮으셨을텐데.... "
감히 크다고 말하기도 뭐한 미묘한 차이. 남이 본다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둘 다 똑같다'고 말할 그런 차이에 불과하지만, 메이사는 끝까지 우길 생각이었다. 1mm든 1cm든 아무튼 더 큰 쪽은 메이사라고. 아무튼 그렇게 다짜고짜 시비가 되어버린 첫 인사를 하며 히죽히죽 웃던 메이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도 달리러 온 거야? 여기 더트보다 발이 좀 빠지니까 인대 허접 되기 싫으면 조심하라고~"
그리고는 발을 살짝 흔들었다. 편자 사이에 낀 모래는 이 정도로는 빠지지 않지만, 모래에서 달리고 나면 하게 되는 습관같은 것이었다.
"——근데, 츠나센 학생? 처음보는 얼굴 같은데."
작은 어촌에서 얼굴 못 외우는 것도 참 어려운 법이다. 특히 음식점네 딸인 메이사는 더더욱 그랬다. 좋든 싫든 외우게 된 얼굴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에서 처음 보는 얼굴. 신선하다고 느끼며 메이사는 슬쩍 질문을 던졌다.
메이사는 또 다시 히죽 웃었다. 아니, 히죽이 아니라 열받는 웃음에 가까웠다. 그래도 아직 허-접이라고 하지 않는 것을 보아 나름대로 초면이니 조심한다고 하는 것이지만, 눈 앞의 이 우마무스메에게 전해질리 없었다.
"아, 그러고보니 작년쯤 누가 이사왔다고 했던가. 그게 너였구나. 난 메이사 프로키온. 다들 메이사라고 불러."
저쪽 음식점, 하야나미가 우리집. 그렇게 어딘가 한 쪽을 가리키는 메이사였다. 몇 번인가 손님으로 왔을까? 그래도 기억을 못했던 걸 보면 자주 못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통성명을 했으니 예전에 봤고 못봤고는 크게 상관없겠지. 그렇게 결론지은 메이사는 그것에 대해서는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